불온서적

ALL 비환상 문학 (33) 만년설(說) (1)
비환상 문학 01 랠리 씀

* 프롤로그를 먼저 봐주세요.


BGM: 불꽃심장 – 겨울의 기도

비환상 문학
01










  1. 언젠간 저렇게 될까.



  강당에 줄지어 서 있는 시커먼 머리통들을 내려다본다. 왼쪽 맨 끝, 3학년 7반 줄. 다른 반에 비해 절반 밖에 안 되는 인원. 담임이 누구든 상관없다는 듯 강당 바닥을 실내화로 툭툭 치는 아이들. 아니, 놈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내 첫 아이들과 마주한 첫 순간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초라했다.

  “유급된 놈 왔어요?”

  반 아이들 아무에게도 관심 받지 못한 아침 조회를 끝내고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주임 선생님이 물어왔다. 21번 전정국은 이름 대신 그렇게 불렸다.

  “아뇨, 안 왔네요.”
  “그럼 그렇지.”

  왜 안 왔는지는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궁금한데.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정원 21명, 지각 9명, 결석 1명. 개학 첫날의 기록이다. 출석부의 사진을 한 번 더 쳐다본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서류철 중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발견한다.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다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족관계 란이었다. 가족관계, 없음. 없음. 없음…. 아이들을 왜 이렇게 모아둔 것인지 궁금했다. 문제 학생을 모아놓다 보니 우연히 이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미리 이들을 배제하려는 것인지. 불편함의 연속이다.

  맨 마지막 장에는 전정국의 기록이 있다.

  가족관계, 없음.
  조손 가정이었으나 조부 사망.

  또다시 그 애의 사진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이름 옆에 붙어있는 별 표. 입 안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인적사항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무작정 눌렀다. 어어, 나 너 담임인데, 학교 안 오니? 무슨 일 있어? 새 학기니까 마음잡고 다닐 생각은 없니? 머릿속에선 이런 말들이 맴돌았다. 그러나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다. 신호음 대신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허무하고 당황스러웠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제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연수 때 배우지 못했다.

  

  “아 전정국?”

  그 애의 작년 담임이었던 김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며 나를 흥미 있게 쳐다봤다. 나는 결국 그 애에 대해 물을 곳을 찾다가 이곳까지 왔다. 다른 층의 교무실. 꾸벅 인사하는 내게 김 선생님은 의자를 내주고는 테이블 위의 유리를 볼펜 끝으로 두들기며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전정국에 대해 떠올리는 듯, 탁탁. 아 걔, 할아버지랑 둘이 살았지. 근데 박 선생님 올해 초임인가? 네, 초임입니다. 탁탁탁.

  “역시 초임이라 열정적이셔.”
  “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그냥 적당히 내버려두는 게 편해.”

  김 선생님은 무척 피곤해보였다. 입 옆의 양 볼이 옴폭 파여 있고, 머리를 대충 묶은 모습에는 영 생기가 없다. 이거 3반에 좀 갖다 놔. 교무실에 들른 학생 한 명을 얼른 불러 세워 심부름을 시킨다. 그 짧은 순간에 말이다. 그리곤 허리를 돌려 모니터를 한 번 확인하곤 다시 내게 눈을 맞춘다.

  그 느릿한 행동들에서 싫증이 느껴졌다. 그 대상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종의 매너리즘 같은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까.

  “걔 1,2학년 때는 애 상태가 괜찮았는데 작년 봄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부터는 학교 잘 안 나왔어. 특별히 문제 행동 하는 앤 아닌 걸로 기억하는데… 나도 얼굴을 몇 번 못 봐서 뭐라 말을 못 해주겠네. 근데 애는 착해. 아닌가, 내가 잘못 봤나?”

  애는 착해. 그 말에 옆자리에 있던 선생님 한 분이 입을 크게 벌려 웃으며 말을 던졌다.

  “원래 사람은 다 착해요 선생님.”

  그네들끼리 깔깔거리며 웃는다. 나는 그 가운데서 표류된 것처럼 덩그러니 놓여있다. 뭐라 끼어들 말을 찾지 못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무슨 말을 더 붙이지도 빼지도 못했다. 내가 찾아온 이유는 전정국에게 연락할 방법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는데, 영 소득이 없을 것 같았다. 김 선생님은 나만큼이나 그 애에 대해 모르고 있었으니까.

  “맞다. 걔 급식비 지원도 받았었는데 학교 나오지도 않았으니 좀 아깝드라. 박 선생님도 한 번 지켜보고 계속 빠지는 것 같으면 지원자 다른 애로 돌려요.”

  이런 말이나 듣자고 찾아간 게 아니었다.

  “무튼 박 선생님, 그런 놈들 그냥 두고. 자꾸 신경 써봤자 허무해. 경험상 그렇더라고.”

  그런 놈들. 그런 소리나 들으려고 내가…….

  차마 네, 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 뭐해서 꾸벅 목례를 했다. 교무실을 빠져나오니 한숨부터 터졌다. 정말 단 한 순간도 이런 식의 기운 빠지는 교사생활을 상상해본 적 없었다. 내가 아직 뭘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애송이라서 그런 걸까. 다른 선생님들이 나를 걱정하는 건 맞을까. 어쩌면 남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나까지도 가르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까.

  터덜터덜 복도를 걷고 있으면 아이들이 꾸벅 인사하며 지나간다. 3-7. 문 앞에서 잠시 망설여졌다. 내가 아직 학생 파악이 덜 돼서 그런 건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모르는 큰 사건 같은 게 있었을 거라고. 그래서 문제아들을 7반에 고립시켜 놓은 것이라고. 그래야 환멸감이 좀 덜 할 것 같았다. 8년을 꿈꾸던 종착지에 발을 내딛은 첫날이라기엔 가혹했으니까.





  2. 어떤 선생



  며칠이 지나도록 전정국은 등교하지 않았다. 나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빈자리부터 확인했다. 출석을 부르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모른 척했다. 아니 그러려고 노력했다. 전정국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는 서류를 정리해서 캐비닛 안 깊숙한 곳에 넣었다. 하루하루 출석부에 빗금이 늘어갔다. 나는 사진으로만 보던 전정국이라는 아이를 그렇게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다.

  옆 자리에서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쌤네 반 애 전 담임 찾아갔다면서요? 그 말엔 왜 유난스럽게 구느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답을 얼버무리자 그가 의자 바퀴를 끌고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출석관리 잘 안 될 것 같으면 자퇴 권유 해봐. 아 일단은 걔가 학교엘 와야 뭘 해도 하겠구나.” 그리고 또. “왜 쌤한테 7반 애들을 맡겼겠어. 지도하라는 게 아니야.”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잘 졸업시키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그게 꼭 지도편달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열정이 식은 것처럼 행동했다. 연차가 있는 선생님들 앞에서 유난떠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공교롭게도 나는 겁이 많았으므로, 첫 부임지에서 쓸데없는 고집으로 눈초리를 받는다는 게 두려웠다.



  “왜 하필 박 쌤일까?”

  소주를 따라주던 그녀가 말했다. 최 쌤은 나와 같이 부임한 초임 교사다. 나와 동갑이고 수학을 가르친다. 나완 다르게 담임을 맡지 않았고 1학년 수업을 한다. 여러모로 부러운 사람이다.

  “초임 중에 남자는 나뿐이라서?”
  “우리 박 쌤 연약해서 고3반 맡다가 쓰러지면 어째.”
  “나 보기보다 세거든요.”
  “하여간 어렵겠네. 쌤 반 애들 만만치 않다면서.”
  “아직은 뭐, 딱히 어떻다고 말할 수가 없네.”

  우리 반 애들이 말이 없거든. 대꾸를 안 해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소주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하자 최 쌤이 푸훗 웃었다. 그녀는 어릴 적 은사님의 영향으로 사범대를 갔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되었다고.

  “열아홉이면 사춘기도 다들 지났을 텐데 그르타. 근데 나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우리 어렸을 때 생각해 봐. 이유 없는 일탈이나 비행 같은데도 따져보면 다 그럴 이유가 있었거든. 그게 가정의 문제든, 아이 개인의 문제든 간에.”

  나는 최 쌤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편한 길 걷는 내가 할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
  “응. 말해요.”
  “우리가 당황하는 건 경험이 없어 잘 몰라서지, 맡은 학생들이 어떠하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선생의 자질을 누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듯이.”

  선생의 자질…. 갈증이 나서 물을 마셨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가르치려면 고액 과외를 하는 편이 낫겠지. 우리 그러려고 뼈 빠지게 임용 준비한 거 아니잖아.”
  “응. 맞아.”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교사니까 교사답게 하자구. 박 쌤 힘 내라구.”

  소주잔을 들어 보이는 최 쌤에게 잔을 착 부딪쳤다. 다시 한 입에 털어 넣는다. 꿀꺽. 학생 하나를 모른 척하려 했던 지난 며칠이 떠올랐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까, 라던 물음표가 참 빨리도 닳아가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창피함이 몰려왔다. 고작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3. 밀도가 높아서



  “누구세요?”
  “나 네 담임인데…….”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주소를 찾아가자 오래 된 주택 건물이었다. 고장 난 초인종 대신 노크를 하자 금세 인기척이 들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출석부 사진 속에서 봤던 그 애가 문을 열었다.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쉽게 문을 열어주고 얼굴을 마주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탓이다. 솔직히 말하면 담임이라는 말에 못 들은 척을 하거나, 돌아가라고 쌀쌀맞게 구는 상상을 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증명사진 속 전정국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이미지였다.

  “어… 정국아 안녕?”

  그 애가 현관문을 연 채로 멍하게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표정이 없었다. 나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 애는 증명사진에 비해 훨씬 생기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쌍꺼풀 진 커다란 눈이 나를 보고 몇 번 껌뻑이다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냐는 듯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맞닿은 시선의 밀도가 촘촘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하마터면, 사람을 왜 그런 식으로 쳐다보냐고 말 할 뻔했다. 그런 식이라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 거냐고 물어온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다.

  “나는 박지민 선생이야.”

  나도 모르게 이상한 인사를 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건데, 그게 못 견디게 유치하게 느껴졌다. 마치 유치원생이 소꿉놀이를 하듯. 이유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내가 너의 선생이라고 말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가.

  “선생님이 잠깐 들어가도 될까?”

  내 말에 그 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잡고 있던 문고리를 조금 더 밀어 문을 열었다. 들어오라는 듯 몸을 비틀어 길을 내준다. 나는 가방 손잡이를 꼭 쥔 채로 그 애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광고 전단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신발장을 지나 노란색 장판을 밟았다. 10평 남짓 투 룸이었다. 집 구조 상 주방 겸 거실에 서 있으면 집안 구석구석이 한 눈에 다 보였다. 나는 최대한 그 애의 집에 호기심을 갖지 않는 척하며 어색하게 바닥에 앉았다. 그 애가 쭈뼛거리며 다가와 자그마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집에 물밖에 없어서요. 죄송해요.”

  그리곤 컵에 생수를 따라 건넨다. 나는 고마워, 라고 말하며 그걸 받아들었다. 그 애가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비로소 눈높이가 맞았다. 꿀꺽. 물을 반쯤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그 애의 말간 얼굴이 보인다. 까치집을 지은 까만 머리카락. 입고 있는 반팔 티 소매 아래로 보이는 팔뚝의 문신. 그리고 연하게 느껴지는 술 냄새.

  그 순간 전정국이 스무 살이란 게 와 닿았다. 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훨씬 성숙한 느낌이 들었다. 한 살 차이라는 게 이렇게나 컸던가.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아서 그런가. 분명히 그 애의 얼굴에는 어린 티가 났음에도,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오셨어요?”

  전정국이 내게 묻는다. 커다랗고 축축한 눈은 잠시도 나를 빗겨가지 않았다. 그 애의 지나치게 직선적인 눈빛에 나는 순간 할 말을 까먹고 바보처럼 어… 하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담임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 학교를 안 나오는 이유가 있니?”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그 애가 눈을 두 번 깜빡이더니 입술을 움직인다.

  “자느라요.”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흐…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릴 내며 웃었다. 또다시 약한 술 냄새가 내게로 밀려왔다.

  “밤새 술 마셨어?”
  “밤새는 아니고요. 일 했어요.”
  “무슨 일 해?”
  “웨이터요.”

  아…. 나는 합죽이가 됐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하는 그 애를 보고 당황해버린 것이다. 그 애는 내가 자신의 담임인지 뭔지 상관이 전혀 없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했다. 따지고 보면 문제될 건 없었다. 고등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법적으론 성인이니까. 그런데 한 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모습이 묘하게 자존심을 건든다.

  “힘든 일 하네.”
  “별로 안 힘들어요. 학교 가는 게 힘들죠.”

  그 애가 나를 보며 피식 웃는다. 아마 내 표정은 굳어있을 것이다.

  “힘들더라도….”
  “네.”
  “내일은 꼭 나와 줄래?”
  
  나는 내 말에 대한 그 애의 뒷말이 궁금했다. 과연 약속을 해줄까? 작년 출석일 수가 60일이 채 안 됐던 녀석이. 과연 처음 본 풋내기 담임에게 거짓 약속이라도 해줄까. 그러나 나는 이내 당황하고 만다. 그 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왜요?”
  “…어?”
  “왜 제가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

  그 애의 눈동자가 너무 깊었다. 견디기 힘들다. 하얗고 마른 얼굴선이 보인다. 그 애가 침을 삼켰는지 목울대가 위아래로 출렁였다.

  “그야…….”

  나는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네가 학교를 나와야 하는 이유. 글쎄.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등학교는 나와야 앞으로 먹고 살기가 편하다고? 아니면 내가 네 담임이니까? 출결 관리가 안 되면 내가 골치 아프니까? 아니면… 너는 내 첫 제자니까?

  “이제 가보셔도 돼요.”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그 애가 나를 보며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되물었다. 가 봐도 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예의상 온 거잖아요. 보고 올릴 때 이렇게 쓰세요. 전정국 학생은 잠을 자야해서 학교에 못 온다고 합니다. 아, 생활기록부에 쓰시려나.”
 
  그게 무슨?

  “그리고 자퇴하라고 하겠죠. 나 때문에 거슬리니까.”

  몰아치는 그 애의 말에 머리가 아팠다.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을 잔뜩 주고 그 애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말간 얼굴이 어쩐지 무섭게 느껴졌다. 나는 그 애가 하는 말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버린 듯했다. 그동안 찾아 온 선생들이 어땠을지.

  “아니야.”
  “아니에요?”
  “응. 아니야.”
  “왜 아닌데요. 뭐가 아닌데요?”

  아무튼… 아니야 난,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정국아.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야.”
  “선생님은 달라요?”
  “그래. 나는 네가 힘든 이야길 들어줄 수 있고……”
  “힘든 이야기?”

  그 애가 별안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냉장고로 가 생수를 꺼내고는 고개를 젖혀 벌컥 벌컥 들이킨다. 커다란 키와, 팔뚝에 새겨진 커다란 문신이 한 눈에 보인다. 복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듯했다.

  “제가 뭐가 힘든데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서 힘든 거 알아. 정국아, 그래도 할아버지 보시기에…”
  “시발 진짜.”

  그 애의 입에서 나온 욕에 놀라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애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나를 향한 그 눈초리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밀도가 너무 높아서. 그 눈빛과 표정과 흐르는 분위기의 밀도라는 게….

  순간 내가 실수를 했나 싶었다. 그 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이, 귀동냥으로 들은 몇 가지만으로 다 아는 척하는 그런 실수 말이다. 그런 건 재수 없는 태도라는 걸 안다. 그 애의 팔에 힘줄이 돋았다. 주먹을 꽉 쥐고 있다.  

  “선생님,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다르다고 하지 마시구요. 제가 보기엔 똑같으니까.”
  “정국아, 선생님은…”
  “그리고 저 애 아니에요. 돌아가신 분 가지고 감성 팔이 하지 마세요.”
  
  더 할 말 없어요. 안녕히 가세요.

  그 애가 단호하게 신발장으로 가서 현관문을 연다. 어서 나가라는 듯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본다. 나는 순식간에 몰아친 것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감이 안 온다. 내가 실수를 한 게 틀림없다. 머리가 아팠다.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몸이 떨려오는 걸 꾹 참으며 신발을 꿰어 신고 현관 밖을 나선다. 쾅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힌다.

  내가 실수를 했다.
  그 애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숨이 막혀서.





총총  | 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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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o  | 18020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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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삼색아람  | 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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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180210  삭제
진짜진짜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아 랠리님 사랑해요ㅠㅠㅠ
회오리  | 18021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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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만개해  | 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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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 18021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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쀼쥬뀨  | 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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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  | 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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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 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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둡둡  | 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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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미쩨고  | 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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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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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토  |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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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내일  |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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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래햅번  | 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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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국민  | 180311   
.. 이건 맛있다고 표현할 정도의 글이 아니에요 ... 글이 멋있어 ... 완성도가 어마어마 해요 .... 멋있어요 글이 ... 무겁지만 탄탄한 글의 전개를 볼수있는 1편이였습니다ㅠㅠㅠ
청와  | 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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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3  | 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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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랑침침  | 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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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  | 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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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팜  | 180414   
제가 느끼기엔 좀 무거운 분위기라고 느껴지는데 요즘 이런 글이 너무 읽고싶었거든요... 지민이로인해 정국이가 변화할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ㅠㅠ
소윤  | 180415   
흐어... 너무 재밌네요ㅠㅠ
오동나뮤  | 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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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on  | 180515   
앞으로 정국이를 어떤 식으로 설득해서 학교에 오게 만들지 궁금하네요!! 묘사를 너무 잘 하셔서 정국이의 눈빛이나 말투같은걸 쉽게 떠올리면서 볼 수 있었던거같아요!! 잘읽고 갑니다
김아리  | 1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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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 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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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슈  | 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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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co  | 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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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MATIS  | 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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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 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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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불닭  | 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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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 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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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 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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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3232  | 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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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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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  | 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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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꾸찌  |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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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 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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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  | 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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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 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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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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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리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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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  | 180715  삭제
흐어..존잼ㅜㅜ
프링  | 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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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우스  | 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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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임자선식  | 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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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랑랑  | 1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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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00  | 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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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 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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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 180831   
장면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세밀한 묘사에 감탄했어요 정국이가 너무 안타깝네요 지민이는 너무 공감가구요
빠시아  | 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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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 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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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  | 180902  삭제
감사합니다ㅜ
럽후메이쥬  | 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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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 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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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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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찌밍  | 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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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춤  | 1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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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꾸꾸  | 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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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 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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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  | 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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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러브  | 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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븸최고  | 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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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틈달  | 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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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  | 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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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요미  | 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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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케잌  | 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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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 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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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숙  | 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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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  | 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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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이  | 18120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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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81226  삭제
솔직히 초반에는 저도 지민이한테 약간 반감들었는데 볼수록 다정한 사람인 거 같네요 지민이는
문장이 참 좋아요 !
욜라프  | 1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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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영원하다  | 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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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blue  | 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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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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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송  | 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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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콩  | 19030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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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띠  | 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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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룸  | 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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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429  삭제
랠리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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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Jun  | 19052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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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 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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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라꿍  | 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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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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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취  |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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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 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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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초  | 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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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럽  | 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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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부정기언제끝나냐  | 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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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 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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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디  | 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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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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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거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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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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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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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ny1013  | 190624  삭제
뭔가 제 사회초년생 시절이 생각나고 그렇네요....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를 알고 있는 지민이 ㅜㅠ 정국이의 속마음이 듣고싶어요.... 으아 흡입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ㅜㅠ
라엘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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쓔이  | 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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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01   
가슴이 살랑살랑 첫사랑 생각나네요
국민대박  | 19070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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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  | 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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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트  | 190705   
이제 고작 1이라는 숫자를 단 글을 읽었을뿐인데 벌써부터 왜 아깝죠... 아까워서 아끼고 싶어요 이제 1인데요...ㅠㅠ 아직은 보지 못한 랠리님 글이 한참이지만 읽은 몇편의 글과 이제 시작하는 비환상 문학 속 국민이들 관계.. 필연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반드시 만난다, 우리라서 만나야 하기에.. 이것을 너무 잘 풀어주시는 것 같아요 정국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블랙하임jk  | 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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쀼잉  | 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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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돌이  |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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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오면  | 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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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 190720  삭제
지인 추천 받고 보러 왔는데 진짜 너무 재밌네요 대체 왜 모르고 있었던 건지 하
과거의 동동 반성해야겠네요
음요  | 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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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세상  | 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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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kminzoa  | 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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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1122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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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해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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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주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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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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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미미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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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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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모랑주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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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꽃  | 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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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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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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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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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 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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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난  | 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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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돌이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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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꾹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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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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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 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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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숑  | 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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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츄  |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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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en  | 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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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 19083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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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꾸꾸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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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망개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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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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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fly  | 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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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 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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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사랑빔  |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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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ng  | 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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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교  | 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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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꼬꼼아  | 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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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  | 191102  삭제
제 옛날 학창시절이 생각나네요,, 어른들은 몰랐던 이유를 가졌던 나
환장환장  | 19110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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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도쿄로즈볼  | 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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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wl4579  | 19111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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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토끼  | 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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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니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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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 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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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yu  | 191210   
역시!언제 읽어도 재밌어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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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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