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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환상 문학 20 랠리 씀

불꽃심장 - My Half is Unknown

비환상 문학
20











 76. 벽



 아이들이 교무실 앞에 꿇어 앉아 시간을 보낸 지 어느덧 나흘이 흘렀다. 등교하자마자 교실로 들어가는 대신 교무실 앞에 하나둘씩 모여 무릎을 꿇는다. 주임 선생님이 윽박지르고 화를 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커다란 몽둥이로 아이들을 위협하고, 결국엔 체벌이란 명목 하에 엉덩이가 터지도록 두들겨 팼다. 탕, 탕, 마치 총소리처럼 아이들을 체벌하는 소리가 교무실 앞 복도에 가득 울렸다. 아이들은 그런 처사에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매를 맞았다.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대가를 치르는 과목은 유일하게 윤리뿐이었다. 그건 주임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이다. 아이들은 차라리 맞는 것을 택했다.

 맞은 엉덩이가 쓰라린지 아이들이 앓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일주일이 다 가는 동안 두 번의 윤리 수업이 있었고, 우리 반 아이들은 맞은 곳을 또다시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엄살 한 번 떨지 않았다. 끊이지 않는 매질 소리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당장이라도 교무실 문을 열고 나가서 소리치고 싶었다. 매를 맞던 중 반 아이 한 명이 악 소리를 내며 엎드려 뻗쳐있던 몸을 무너뜨리는 소리가 났을 때는, 자리에 앉아 있던 선생님 몇 분이 벌떡 일어서서 교무실 문에 나 있는 작은 창 너머를 확인했다.

 “아, 너무 하시네 진짜.”

 선생님 한 분이 참다못해 읊조렸다. 그 목소리에는 환멸감이 가득했다. 그러자 교사들 사이에서 한두 마디가 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애들 잡겠어.”
 “스무 대도 넘게 맞는 것 같은데. 이게 때린다고 될 일이야?”
 “지들 담임 되돌려달라고 저러는 건데…”

 맞다. 아이들이 매를 맞는 것은 나 때문이다. 치기 어린 반항도, 불량한 객기도 아니다. 그저 불합리한 것에 대한 저항일 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교무실 문을 향해 달려가 열어젖혔다. 스물 한 명의 아이들이 복도 바닥 위에서 주먹을 쥐고 엎드려뻗친 자세로 벌을 받고 있다. 고통스러운지 버티고 있는 팔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보인다.

 “제발 그만 하세요.”

 내 목소리가 들리자 주임 선생님이 날카롭게 돌아본다.

 “박 선생, 지금 뭐라고 했어?”
 “때린다고 되는 일 아니지 않습니까.”
 “뭐?”
 “수업에 안 들어온다고 체벌하는 거… 주임 선생님뿐이세요.”
 “그래서, 지금 내가 잘못 됐다는 거야?”

 그가 성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어깨가 반사적으로 떨려왔다. 두렵다. 몸서리칠 만큼 싫다. 마치 학생 대하듯 나를 향해 윽박지르는 목소리에 선생님들 몇 분이 문 앞으로 달려 나왔다.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자제시키려는 듯 악력을 더해 움켜쥔다. 안다. 덤벼봤자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쯤은.

 “박 선생 갈수록 웃겨지네. 담임 잘리고 눈에 뵈는 게 없어?”
 “…….”
 “상황 파악 좀 하란 말이야. 어?”

 반 아이들 앞에서 나를 향해 노골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한들, 절대로 통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안다.

 “그렇게 매사에 상황 파악을 못하니까 이 사달이 난 거잖아. 담임 잘리는 게 어디 보통 일인 줄 알아요?”
 “…….”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 차라리 내가 그에게서 상처를 입는 편이 낫다. 우리 반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  

 “에이, 주임 선생님도 애들 앞에서 참. 박 쌤, 얼른 들어와.”

 문 앞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선생님 한 분이 나서서 중재했다. 다른 선생님들이 내게 다가와 서둘러 팔을 당겼다. 나는 교무실 안으로 끌려들어가다시피 도망쳐야 했다. 소용돌이 같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피가 잔뜩 쏠린 얼굴을 겨우 치켜들고 필사적으로 나를 보려고 노력 중인 7반 아이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제풀에 지쳐 포기할 때까지? 무수히 많은 시간을 그렇게 우악스러운 폭력으로 적셔가면서? 끔찍하다. 함구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 넌더리가 난다.
 
 “박 쌤, 이렇겐 안 되는 거 알잖아.”

 이 또한 안다. 너무나도 잘.





 77. 움직임



 주말 내내 나는 정국이 때문에 계속 울어야 했다. 주임 선생님에게 맞은 곳을 확인하려고 바지를 벗기려는 나를 피해 자꾸만 달아나는 게 속상해서 울었고, 결국 그를 붙잡고 억지로 속옷을 끌어내리자마자 보이는 시퍼런 피멍에 또 울었다.

 “괜찮다니까요.”
 “…….”
 “…왜 울어.”

 싫다고 거부하는 걸 못 들은 체 하면서 엉덩이에 약을 발라주며 울었고, 괜찮다고 도리어 나를 달래는 목소리에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어린 애처럼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다가, 나를 따라 같이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목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키스를 하는 중에 짜디 짠 눈물이 입 안으로 자꾸만 흘러 들어왔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니 목에서 쉰 소리가 났다. 그리고 조금 초연해진 것도 같았다.



 월요일이 되어 출근하니 교무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일찍부터 교무실에 전화소리가 빗발쳤다. 이상한 일이다.

 “박 쌤, 봤어?”

 최 쌤이 이른 시간에 나를 찾아와 휴대폰을 내밀었다. 그녀가 보여준 화면에는 글 하나가 떠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말없이 읽어보라고 눈짓을 보낸다. 교육청 사이트 게시판 화면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글쓴이, 이종혁
 제목, 비상고등학교를 고발합니다.

 종혁이가 쓴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지금까지 7반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로 설명되어 있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3학년 7반. 7반이 있기 전부터 매년 3학년 반마다 배려집단에 속하는 학생들을 모아놓았던 것. 부모가 없다고 무시했던 폭언들. 비정상적인 체벌. 그리고 폭력. 심장을 후벼 파던 차별. 납득할 수 없는 담임 교체. 저항하는 학생들에 대한 태도….

 그리고 그 글 안에는 폭력에 가까운 체벌을 당했던 흔적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뺨을 맞고 종아리를 걷어차여 피멍이 들었던 동현이의 흔적들. 이전부터 학생 주임에게 체벌을 당한 아이들의 상흔들. 1년이 넘은 사진부터 최근 교무실 앞에서 매질을 당한 흔적까지. 어떻게 모았는지, 여러 아이들의 사진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차마 그걸 일일이 다 보지 못하고 액정을 꺼야 했다.

 사진 속 아이들이 상처를 전시하며 아우성 치고 있다. 저희는 이렇게 괴로워했습니다. 저희 좀 봐주세요.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이거 쓴 애 7반 애 맞지? 교육청에만 올라온 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랑 SNS에도 같은 글이 여러 개 올라왔어. 지금 온통 난리야. 댓글 수도 엄청 많고.”

 이 글을 올리기 위해 준비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신의 첫 글에 아픈 것을 가득 담아야 했던 종혁이의 심정은….

 “지금 교사들도 다 뒤집어졌어. 이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던 거지. 뭐, 다들 관심이 없었으니까 몰랐겠지만?”
 “하….”
 “7반 애들 진짜 가엾다. 대단하기도 하고.”
 “…….”
 “애들 좀 많이 위로해줘. 걔네한텐 박 쌤밖에 없잖아.”
  
 교무실을 두리번거렸다. 주임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선생님들이 내 쪽을 바라보며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다. 몇몇 선생님들은 교무실에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말 그대로 교무실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나는 얼른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일찍 등교한 우리 반 아이들이 오늘도 여전히 교무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올린 글에도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도와주세요. 라는 문장과 함께.

 “쌤!”

 진서가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무릎을 꿇은 채로 허리를 펴서 나를 부르자 다른 아이들이 일제히 목을 쭉 빼고 빛나는 눈동자를 내게로 모은다.

 “너희들… 괜찮아?”
 “저희 괜찮아요, 쌤.”
 “걱정 마세요.”

 나는 눈을 돌려 종혁이를 찾았다.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종혁이는 교감실 끌려갔어요. 분명히 글 지우라고 하겠죠. 근데 완전 소용없어요. 강제로 지우면 올리고 또 올릴 거예요. 저희 말 들어줄 때까지 계속 올릴 거예요. 다시 담임 쌤 돌려줄 때까지요.”

 강단 있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대답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은 혹시라도 주임 선생님이 또 때린다면 이제는 동영상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 얼떨떨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이 아이들은 스스로를 구할 방법을 찾았다. 이 이상한 학교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킬 방법을.

 나는 주말 동안 보았던 정국이의 멍 자국을 떠올렸다. 깨끗한 피부 위에 엉망으로 물들어 있던 파랗고 빨갛던 꽃들. 나머지 스무 명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치유해줘야 할까. 누군가가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행정실과 교무실에 빗발치는 항의 전화로 인해 학교의 업무는 거의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 종혁이의 글이 일파만파 퍼진 것은 생각보다 더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주임 선생님은 온종일 교무실 안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다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다가 한 선생님이 조금 크게 목소리를 냈다.

 “이거 진짜 생각보다 심각한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소리에 다른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곪은 건 터지게 되어 있죠. 언젠가 이럴 줄 알았어요.”
 “그쵸. 요즘 때가 어느 땐데요.”
 “애들 상태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어요.”
 “차라리 잘 된 거야. 이참에 문제 있는 건 다 싹을 잘라야지.”
 “아예 확 뉴스에라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옆 자리 선생님은 죄인처럼 앉아있는 나를 힐끔 보더니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꾸벅, 목례를 하자 나를 향해 속삭인다.

 “교원 단체 사람들도 난리 났더라. 교육청에서도 봤을 테니까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야. 박 쌤, 7반 애들 똑똑하다.”
 “…감사합니다.”
 “다 잘 해결 되었으면 해.”

 정말로, 다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종혁이의 글이 그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우리 반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별 볼일 없다고 무시당하던 약자들의 손끝으로부터. 반드시.





 78. 아이



 참 이상한 일이다. 정국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수업을 위해 교무실을 나설 때마다 무릎 꿇고 있는 반 아이들 사이에서 그를 찾으려 했지만 없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서에게 물었다. 혹시 정국이 못 봤니? 그러자 진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형 오늘 안 왔어요, 쌤.”

 내게 말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을 정국이가 아니다. 불안해졌다. 나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초조해졌다.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정국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음이 길게 들리다가 사서함으로 넘어간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분명하다. 나는 정국이에게 여러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국아, 어디야? 왜 전화 안 받아?
 문자 보면 전화 좀 줘. 걱정 돼.
 정국아?   



 “박 쌤, 그거 알고 있었어?”

 옆 자리 선생님이 내게 헐레벌떡 말을 걸어왔다. 그 말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정국이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쌤 반에 유급됐던 걔, 자퇴서 냈다던데.”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네?”
 “역시 몰랐나 보네. 교장실 찾아가서 내고 갔대.”
 “…….”

 아니. 제발 이게 꿈이었으면 한다.

 “박 쌤 잘 따르던 애 아니었어? 갑자기 그러는 거 보면 이번 일에 상처를 많이 받은 모양이네. 아깝다. 조금만 더 참지.”

 손이 달달 떨려왔다. 이럴 수는 없다. 나와 어떤 상의도 없이… 있을 수 없다. 정국이가 학교를 떠나야 할 이유는 없다. 떠나야 할 사람은 따로 있잖아. 정국아, 네가 왜…….

 순간 최근 며칠 동안 나를 보며 함께 울었던 그 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는 나와 함께 울며 무슨 생각을 한 걸까. 혹시 이 모든 걸 네 탓으로 돌린 건 아니지. 정국아. 설마 그런 거 아니지. 믿을 수 없다. 다시 급하게 그 애의 번호를 눌렀다. 여전히 신호만 가다가 끊어진다. 너 정말 왜 이래. 나 미치게 만들 거야? 나는 정국이를 원망하며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헐레벌떡 차에 올랐다. 부리나케 그의 집으로 향했다. 아무런 판단도 안 든다. 그저 당장 그 애의 얼굴을 봐야 했다. 정신없이 운전해서 그 애의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쏜살같이 달렸다. 계단을 두 개씩 뛰어 오르며 그의 집 앞에 다다랐다. 낡은 철문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전정국!!”

 어느새 내 얼굴은 축축하게 젖었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 손이 부서져라 그 애의 집 문을 두들기자 금세 인기척이 들리고,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이 미처 다 열리기도 전에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초췌한 그의 얼굴이 보인다.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퍼부었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자퇴서 낸 거 사실이야?”
 “…일단 들어와서 얘기해요.”

 네가 침착하게 내 손목을 잡는다.

 “놔!”

 나는 그 손을 뿌리치며 미친놈처럼 소리쳤다. 그러자 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내 손목을 쥐며 집 안으로 끌어당긴다. 현관 안으로 들어선 내 뒤로 문이 닫혔다. 잔뜩 흥분한 나와는 달리 너는 지나치게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한다. 나는 처음으로 네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가 왜 자퇴를 해. 응?”
 “미안해요. 화내지 말아요.”

 네가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내 어깨를 끌어안는다. 나는 그걸 우악스럽게 뿌리치며 몸을 떨었다. 그러자 너는 변함없이 단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조금 세게 끌어안는 힘이 느껴진다. 나는 너의 품에 갇힌 채로 몸부림 쳤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놔! 놓으라니까!”
 “진정해요. 응?”
 “놔. 이거 놔. 싫어.”

 싫다는 내 말에 순식간에 너의 팔에 힘이 풀렸다. 나는 힘껏 너의 가슴팍을 밀쳤다. 네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선생님….”
 “이렇게 나 실망시킬 거야?”
 “…….”
 “어떻게,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왜 네가, 왜 네가 그런 선택을 해야 해.

 “나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네가 왜…”
 “미안해요. 쌤. 내 말 좀 들어봐.”
 “아니. 안 들어. 너한테 실망했으니까.”

 그러자 네가 다시 내게 달려들어 나를 꽉 끌어안는다. 어쩐지 필사적인 몸짓이다. 나는 너에게 붙잡힌 채로 발악하듯 거부했다. 너는 몸부림치는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그럴수록 더 세게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놔. 놓으라고!”

 나는 너를 밀어내고, 너는 다시 나를 붙잡고, 나는 또다시 발작하듯 너를 뿌리치고. 우리 둘 사이에 실랑이가 여러 번 반복됐다. 나는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 든다. 내가 우리를, 너를, 얼마나 지키고 싶었는데. 이렇게 일이 커져서 힘든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했어. 그래도 우리 사이가 들킨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너를 계속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나는 어떻게 돼도 괜찮은데, 너만은 더 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미안해요. 잠깐만 진정해 봐. 응?”
 “놔. 이제 너 안 봐.”
 “지민아.”
 “너 안 볼 거야. 갈게.”

 입에서 못된 말들이 터져 나왔다.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주제에,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랬다. 눈물 때문에 눈앞이 흐릿하다. 너 역시 커다란 눈에 눈물을 가득 매달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손목으로 눈가를 훔쳐내곤 뒤돌아섰다.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자 네가 조금 거칠게 내 팔을 붙잡고 나를 돌려 세웠다.

 “하지 마!”

 나 역시 거칠게 너를 떼어내려 애썼다. 그 바람에 네 몸이 뒤로 밀렸다. 너는 황급히 나를 붙잡고 끌어당겼다. 우리는 몸싸움을 하듯 그렇게 실랑이를 했다. 마음이 극한으로 치닫다 보니 힘 조절이 되지 않는다. 너 역시 그런지, 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끓어오르는 마음을 다스리기가 통 힘들다.

 네가 화난 표정으로 나를 세게 잡아 당겼다. 내 몸이 기울고, 우리는 싸우는 사람들처럼 신발장과 벽에 몸을 마구 부딪쳤다. 네가 앞니가 보일 정도로 이를 악 물고는 내 팔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나는 내게 이런 힘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세게 너를 밀어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내 손이 너의 가슴팍을 아프게 때렸다. 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필사적으로 나를 끌어안는다. 우리의 몸이 그 기운을 못 이겨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위에 올라 탄 네가 내 손목을 바닥에 붙잡아 결박시키고는 씩씩거린다. 나는 너의 힘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깔린 채로 소리를 질러댔다.

 “이거 놔! 너 다신 안 본다니까! 나 갈 거라고!”
 “…….”

 네가 상체가 들썩일 정도로 거칠게 숨을 쉬다가 나를 내려다 본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린다. 내 얼굴로 너의 뜨거운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때 너의 얼굴은,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런 말 하지 마요.”
 “…….”
 “간다는 말, 하지 마.”
 “하… 하아…”

 네가 나를 내려다보며 슬피 운다. 나는 밭은 숨을 내쉬며 조금씩 이성을 찾아갔다. 커다란 분노와 슬픔이 진정되자, 내 위에서 울고 있는 너의 얼굴이 한가득 들어와 내 속을 찌른다.

 “잘못했어요.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요. 흐윽…”
 “……정국아.”
 “가지 마. 끄흐… 선생님… 안 본단 말은…”
 “정국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처 받은 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쏟으며 우는 너를 보니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내가… 대체 무슨 말을….

 “미안해요… 근데… 간다는 말은… 흐윽…”

 나는 너를 보며 한없이 내 자신을 자책했다. 네가 누군가를 잃는 것에 얼마나 아파했는지 알면서. 그걸 가장 잘 아는 내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해버렸다. 이제 안 본다고. 갈 거라고.

 “정국아….”

 내 손목을 결박하던 너의 손에 힘이 풀렸다. 나는 급히 너의 손에서 빠져나와 너의 목을 끌어 당겨 안았다. 네가 내 몸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가슴 팍 위에 얼굴을 묻은 네가 슬피 울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처럼,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네 살배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슬픔을 토해내듯 서럽게 우는 목소리가 내 마음을 자꾸만 깊게 찌른다.

 “미안해. 정국아. 선생님이 말실수 했어.”

 나는 허겁지겁 네 볼을 부여잡고 이마를 붙였다. 목에 힘을 주어 고갤 들고는 울고 있는 너의 입술에 아무렇게나 입을 맞췄다. 네 입에서 울음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정국아… 흑…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흐으… 흑. 으…”

 네가 괴로운 소릴 내며 눈도 뜨지 못하고 운다. 너의 아랫입술이 달달 떨려온다. 돌아버릴 것 같다. 나의 성급함이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나는 너의 머리를 끌어안고 함께 엉엉 울었다. 미안해. 선생님이 잘못했어. 정국아. 내가 미안해. 나 미쳤나 봐. 정국아. 울지 마. 응?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끝없이 속삭이며 너를 달랬다.

 너는 한참이나 내 품에 안긴 채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79. 너의 마음



 우리는 퉁퉁 부은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누웠다. 너의 향기가 가득한 침대 시트에 간신히 옆머리를 기댄 채로 얼굴을 바라본다. 핏기가 가신 얼굴을 한 네가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손을 뻗어 너의 이마를 어지럽히는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그 손길에 네가 느리게 눈을 껌뻑인다. 잔뜩 부어서 쌍꺼풀 라인이 흐려진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아직도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네 눈동자가 처연해서 나는 또다시 코끝이 찡해졌다.

 “힘든 거 보고 싶지 않아요.”

 네가 천천히 입을 뗀다.

 “다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냐, 정국아.”
 “아니, 맞아. 나 때문인 거.”
 “…….”
 “내가 더 좋은 놈이었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우려했던 대로 너는 모든 것을 너의 탓으로 돌렸다.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아뇨. 부족하잖아요. 정말로.”
 “…….”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
 “앞으로 또 나 때문에 힘들지 않으리란 법이 없잖아. 나는 선생님을 보면 자꾸만 가까이 하고 싶고, 마음이 주체가 안 되는데….”

 네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매만진다.

 “좋은 사람 될게.”

 너의 약속 같은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내밀어 너의 입술을 머금었다. 한참이나 너의 입술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부드러운 너의 아랫입술을 핥고 쓰다듬다가 겨우 떨어졌다.

 “학교 안 나와도 할 수 있어요.”
 “…….”

 맞는 말이다. 어쩌면 나는, 너를 아프게 하는 시선이 가득한 이 학교에서 널 꺼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는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 될게요. 선생님, 제발… 내 마음 알아줘라.”
 “…….”

 또다시 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방울이 너의 콧등을 넘어 베갯잇을 물들인다. 나는 이미 너의 마음을 안다. 단지, 너의 선택에 놀라고 안타까웠을 뿐이다. 너는 이미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분명히.

 “지켜봐 줘요. 실망 안 시킬게요.”
 “그럼 하나만 약속해.”
 “네.”
 “지금 일어난 모든 일, 네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줘.”
 “…….”
 “누구의 탓도 아니야.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세상엔 너무 이상한 일들이 많아. 정국아.”
 “…네.”
 “그리고 앞으로도 너와 내가 만나며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언정, 네 탓이라는 건 없어. 너 자신을 자꾸만 아프게 하지 마.”

 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약속해줄 수 있지?”
 “네. 약속.”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같은 곳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보인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조용히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축축한 눈을 한 채로 살포시 웃는 너. 나는 그런 너를 당겨 안았다. 네가 어린 강아지처럼 내 품을 파고든다. 토닥토닥. 겨우 내쉬는 너의 숨소리가 잘게 떨려온다.

 “사랑해. 정국아.”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사랑했던 그 어떤 것보다도 너를,
 가장 많이 사랑해. 정국아.













 
숭늉  | 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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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링  | 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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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룽  | 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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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 180902   
그냥 행복했으면... 우리 정국이랑 지민이가...그것만..바랍니다ㅜ
소피아  | 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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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침침  | 1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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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박이  | 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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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뛰찜인  |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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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 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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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공주  | 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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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영원하다  | 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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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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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짐  | 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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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지너대  | 190126   
3학년 7반 아이들이 얼른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유담  | 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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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닙  | 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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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chimi  | 19013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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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키  | 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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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 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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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웅냥  |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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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룸  | 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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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 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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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브  | 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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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  | 190510   
아 눈물나...정상인보다 비정상인이 많은 현실에 현실 한숨나오네요
amy  | 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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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유  | 190520   
가슴이 먹먹하네요... 비정상적인 규율과 사람들로 인해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음에 무기력함이... 눈물 나요. 잘 읽었습니다!
또르르  | 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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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리  | 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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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따따봉  | 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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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  | 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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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럽  | 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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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찜영사해  |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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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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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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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근냥지민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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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 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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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세상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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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트  | 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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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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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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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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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행복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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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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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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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찡이  | 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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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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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꾸꾸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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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망개  | 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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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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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트치어링  | 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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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사랑빔  |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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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in  | 191104   
이게 둘만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세상 전체의 이야기를 작게 담아놓은거같아요
환장환장  | 19110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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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교  | 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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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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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커퀴에돌아벌임  | 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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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니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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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꼬물맘  | 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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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ng  | 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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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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