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ALL 비환상 문학 (33) 만년설(說) (1)
환상 문학 Part1 랠리 씀

불꽃심장 -  Lonely but Passionate Way

환상 문학
Part1 : 스물하나, 스물아홉













 88. 두 번째 봄



 “애기. 또 잠들었네.”

 책상에 엎드려 꿈나라에 빠진 정국이를 바라본다. 얼굴이 눌려 입술이 붕어처럼 뽈록 튀어나온 모습이 사랑스럽다. 허리를 숙여 반질반질한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요즘 들어 잠이 많아진 터라, 이정도 스킨십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는 걸 보면 괜히 심술이 나 괴롭히고 싶은 충동이 든다. 볼을 살짝 꼬집어 봐도 반응이 없다. 정국이의 얼굴 아래에는 풀다 만 문제집이 펼쳐져 있다.

 금요일 야자 감독을 하고 밤늦게 퇴근하면 곧장 정국이네 집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얼굴이다. 이렇게 잠들어 있거나,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일주일 동안 쌓였던 피로가 풀리기 때문이다. 비타민이 따로 필요 없다. 정국이만 있으면.

 그는 양식조리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서울 번화가에 있는 개인 셰프의 레스토랑에 어렵지 않게 들어간 것이다. 아마도 잘생긴 외모가 한 몫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막 요리사가 된 초보자가 이름 있는 셰프의 주방에 발을 들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면접을 보고 온 날, 정국이는 그다지 기대를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왜 시무룩한 표정이냐고 물었더니,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 모두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요리사의 세계에도 학벌이 중요한 것인가, 처음 알았다. 나는 기운 없어 보이는 정국이를 안고 토닥여주었다. 그는 커다란 몸으로 내 품에 꾸역꾸역 안긴 채로 아기처럼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위로해주세요.’하고 귀여움을 떨기에, 형이 대출 받아서 가게를 차려주면 되겠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랬더니 티셔츠를 훌렁 벗으며 ‘몸으로 갚을게요.’하며 받아쳤다.

 그리고 그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합격 전화가 왔다. 정국이는 신난 얼굴로 웃으며 내 몸을 터뜨릴 기세로 꽉 끌어안고 방방 뛰었다. 스물한 살 나의 소년은 어쩐지 점점 더 귀여워지는 것 같다.

 “정국아. 침대에 누워서 자야지.”

 잠든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깊게 잠들었는지 여전히 반응이 없다. 그럴 법도 하다. 레스토랑 일이 고된지 퇴근하면 기운을 못 차리고 골골거리기 일쑤였다. 아직 코미(commis:주방보조)라서 재료를 손질하거나 주방정리 일을 주로 한다고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12시간 이상 일하는 스케줄이다 보니 힘든 게 당연하다. 거기다가 요즘은 검정고시를 본다고 공부까지 하고 있으니, 기절하듯 잠들 수밖에.

 내가 힘이 좀 더 셌더라면 책상에서 잠든 정국이를 안아들고 침대에 눕혀줬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이 덩치 큰 생물체를 안고 갈 힘이 없다. 의자를 끌어당겨 그의 옆에 앉았다. 똑같이 엎드려서 정국이의 얼굴을 가만히 구경한다. 닫혀있는 기다란 눈꼬리와 촘촘한 속눈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한참 뒤 정국이의 눈꺼풀이 열린다. 금세 쌍꺼풀 진 예쁜 눈이 나를 바라본다.

 “아, 나 또 잤다.”

 잠긴 목소리로 한탄부터 한다. 여름에 있을 검정고시를 위해 풀어야 할 페이지가 많다고 우는 소릴 낸다.

 “앞으로 나 자고 있으면 흔들어서 깨워줘요.”
 “깨웠는데?”
 “안 흔든 거 다 알아. 더 거칠게 다뤄주란 말이야.”
 “귀여워서 못 깨우겠어.”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도 못 깨우지? 바보.”
 “아니거든.”

 정국이가 기지개를 쫙 켜고는 허리를 좌우로 비틀며 몸을 푼다. 그리고는 문제집을 뒤적거리다가 별표가 가득한 페이지를 내게 내민다.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그는 공부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모아놨다가 꼭 이렇게 내게 질문을 한다. 그럼 나는 그 시간만큼은 선생님이 되어준다. 가끔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밀어서 나를 당황케 한다. 아… 나 이거 까먹었어, 하고 울상을 지으면 “아아, 문학 쌤이니까 오케이.”하며 쿨하게 해설집을 뒤적거린다. 그럼 나는 창피해서 덩달아 수학 공부를 하고 만다. 임용고시 합격하자마자 내 머릿속에 모든 수학을 포맷시켰단 말이지.

 정국이는 그래도 1,2학년 때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베이스가 있다. 검정고시 준비를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이다. 원래 머리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점점 더 기특해지는 나의 어린 애인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 같다.

 “오늘 자고 갈까?”
 “당연하지. 불금인데요.”
 “몇 시까지 공부하실 건가요?”
 “다섯 페이지만 더 풀겠습니다.”
 “준비하고 있을게요.”

 다시 공부를 하려고 연필을 잡는 그를 보며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몸을 불릴 기세로 천천히 씻고, 우리의 아름다운 밤을 위한 준비까지 마치고 나온다. 속옷만 입은 채로 바디로션을 바르고 있으면, 정국이가 문제를 풀다 말고 자꾸만 나를 힐끔거린다. 또, 또, 집중 못한다.

 “얼른 풀어. 왜 자꾸 쳐다봐.”
 “아 집중 안 돼.”
 “다섯 페이지 다 풀 때까진 안 돼. 검사할 거야.”
 “자린고비 알아요? 굴비를 매달아 놓고 쳐다만 봤대. 그거 지금 나잖아. 그림의 떡.”
 “자린고비가 여기서 왜 나와. 웃겨 죽겠어.”

 정국이가 너무 귀여워 깔깔 웃는다. 그는 온 몸으로 자기가 지금 불끈거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몸을 막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다시 열심히 문제를 푼다. 그리고 한 10분쯤 지나서 다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의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말고 그의 시선에 화답해준다.

 “왜 또.”
 “세 페이지만 풀면 안 돼요?”
 “네가 다섯 페이지 푼다며.”
 “내가 말실수했던 것 같아.”
 “안 돼.”

 일부러 단호하게 대답하면, 정국이의 얼굴에 울상이 가득해진다.

 “세 페이지 풀고, 이따가 두 페이지 마저 풀게요.”
 “으이구… 알겠어.”
 “아싸.”

 겨우 내가 허락하는 척하면 눈에 불을 켜고 문제를 다시 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남은 두 페이지는 오늘 풀 수 없다는 걸. 우리의 밤은 늘 길고, 관계가 절대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아마 새벽까지 열정적으로 잠자리를 하다가 기절해버리고 말 걸. 우리의 금요일은 거의 이런 식이다. 그럼 정국이는 눈 밑이 퀭해진 얼굴로 토요일 출근을 하게 된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문제를 다 푼 정국이가 바지부터 벗으며 침대로 달려들었다. 내 손에 들린 책을 뺏어서 침대 밑으로 던져놓으며 입술부터 부딪쳐 온다. 뭐가 그리 급한지 허겁지겁 아랫입술을 물고 빨며 제 티셔츠를 말아 올린다. 티를 목에서 빼내는 그 순간 잠깐 입술을 떼는 것도 싫다는 듯, 급하게 다시 쪽쪽거리며 나를 집어 삼킨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내 속옷을 벗겨 내린다.

 “아, 너무 좋아. 맨날 하고 싶다.”
 “몰아서 하니까 더 애타고 좋잖아.”
 “흐엉… 나 그럼 다섯 번 할래. 월화수목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장어즙이라도 고아야지.





 89. 성인식



 5월은 풍족한 달이다. 어버이날부터 스승의 날까지 졸업한 3학년 7반 아이들이 나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나를 찾는 것이 고맙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아이들은 아직도 3학년 7반 단톡 방이 있다고 말했다. 서로 시시콜콜하게 사는 얘기를 나눈다고. 가끔은 가까이 사는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기도 한다며 그간 내가 몰랐던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풀어놓는다.

 스무 살이 된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재밌게 살고 있다. 모델과에 들어간 상혁이는 계속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고 했다. 그러다가 운 좋게 학과 학생들이 단체로 어떤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서게 됐다고 한다. 처음 런 웨이를 걷는 거라 벌써부터 떨린다면서, 요즘 식단 관리를 하느라 닭가슴살만 먹었다고 우는 소리를 냈다. 1년 사이 상혁이는 키가 더 크고 잘생겨졌다. 제법 모델 느낌이 나는 것도 같고. 교복을 입었을 때와는 다르게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진서는 재수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재수 삼인방과 함께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알바 하면서 공부하느라 죽을 맛이지만 모의고사를 풀 때마다 성적이 올라가는 걸 보며 꾹 참고 있다고 했다. 진서는 반장답게 반의 모든 아이들 소식을 꿰고 있었다. 누구누구는 곧 군대에 갈 예정이고, 누구누구는 벌써 여자친구가 다섯 번 바뀌었다면서 조잘조잘 신나게 이야기해준다. 아이들의 소식을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동현이는 왔다 갔어요?”
 “응, 어저께.”
 “그 자식 요즘 연상 여친 사귀거든요?”
 “오~ 동현이가 연상을 좋아하는구나?”
 “네, 한 살 많은 누난데 요번에 성년의 날이라고 자꾸 톡방에 야한 얘기만 해요. 부러워 죽겠어요.”

 진서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음란마귀가 씌었다면서 동현이의 뒷담화를 한다. 나는 진서의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정국이도 생일이 지나지 않아 올 해가 성인식이었다. 며칠 남지 않았다. 일생에 한 번뿐인 성인식을 꼭 기념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성인식 땐 무얼 했나 떠올려보았다. 별로 특별할 게 없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새삼 정국이와의 나이차이가 이렇게 또 느껴진다.

 문득 정국이의 첫 월급날이 떠올랐다. 요리사가 되어 처음 받은 월급으로 그는 내 선물을 잔뜩 사들고 퇴근했다. 늦겨울이라 날씨가 매우 추운 날이었다.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든 정국이의 맨손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뭘 그렇게 사왔어?’
 ‘첫 월급 받으면 원래 내복 선물하는 거랬어요.’
 ‘뭐야아, 그건 부모님한테 하는 거잖아.’
 ‘몰랐어? 형은 내 부모님도 돼.’

 그러면서 주섬주섬 선물을 꺼내 펼쳤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내복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푸핫 하고 웃음이 터졌다.

 ‘진짜 내복을 사왔을 줄은 몰랐네.’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고. 감기 걸리지 말고.’
 ‘빨간 내복 아니라서 다행이다.’

 곧이어 귀여운 강아지 인형이 보였다. 내가 인형을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사온 모양이었다. 두 뼘 정도 되는 복슬복슬한 인형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완전 귀여워!’ 하며 좋아하자 정국이가 나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민다. 왜? 하고 묻자 내 품에서 인형을 다시 뺏어갔다.

 ‘인형에 뭐가 걸려 있는지 잘 봐봐!’

 그의 말을 듣고 인형을 다시 바라보았다. 자그마한 이니셜 펜던트가 달린 아기자기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JK-LOVES-JM. 우리의 이름이 달랑달랑 빛났다. 그가 인형에서 목걸이를 빼내어 내 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곤 내 양 어깨를 붙잡고 목걸이를 한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세모꼴로 벌려 귀엽게 웃었다.

 ‘너무 예쁘다.’
 ‘빼면 안 돼요. 이거 내가 주는 부적이야.’
 ‘응. 안 뺄게.’
 


 나는 그의 성인식을 위해 주얼리샵을 찾았다. 정국이의 사랑에 답례를 할 차례다. 목에 걸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같은 모양의 목걸이를 주문했다. 며칠 뒤 도착한 목걸이를 열어보니 기분이 들떴다. 그의 목에 걸려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행복해진다. JM-LOVES-JK. 정국이를 닮은 토끼 인형 목에 목걸이를 걸었다.

 “뭐야? 오늘 무슨 날이에요? 나 생일 아닌데?”

 정국이는 토끼 인형과 그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얼른 무릎을 굽혀 내 키에 맞추곤 고개를 숙였다. 동그란 머리통이 보인다. 목걸이를 빼내어 그의 두툼한 목에 걸어주었다. 다 됐다, 하고 뒷목을 콕 찌르자 기분 좋은지 콧잔등에 주름을 잡으며 귀엽게 웃는다.

 “정국이 진짜 성인 되는 날.”
 “와, 나 몰랐어요. 작년인 줄 알았어.”
 “나 지금까지 미성년자랑 놀았던 거야. 자수하고 광명 찾아야겠다.”
 “내가 특별히 비밀로 해줄게. 잡혀가지 마요.”

 그가 나를 품에 한가득 안고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진짜 기분 좋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근데 선물 이것뿐?”
 “…응?”
 “제일 중요한 거 빠졌잖아.”
 
 그러더니 내 몸을 번쩍 들어 안고는 단단한 팔로 내 허벅지와 엉덩이 아래를 받친다.

 “키스도 해줘야지.”
 “당연히 해주려고 했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입술을 쪽쪽 부딪쳐 오면서 발걸음을 뗐다. 나는 정국이의 목에 두 팔을 감고는 혀를 깊게 밀어 넣었다. 따뜻한 혓바닥이 얽혀온다. 그가 내 몸을 안은 채로 조심스레 침실로 향했다. 그러더니 침대 대신 벽으로 밀어붙인다. 등에 딱딱한 벽이 닿았다.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은 불안함에 벌어진 다리를 그의 허리에 꽉 감았다.

 “뭐해?”
 “나 얼마나 컸나 궁금하지 않아요?”
 “원래부터 컸는데….”
 “힘 엄청 세졌어. 진짜 성인 돼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서서 이르케 이르케 하면 안 될까?”

 그러더니 야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머릿속에는 벽에 붙어 선 채로 삽입하는 야한 장면이 떠돌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능구렁이처럼 변하는 어린 애인이라니. 어쩌면 좋아.

 “그런 건 어디서 봤어!”
 “애기도 알 거 다 알아요. 형아.”
 “칭찬해줄게! 하고 싶은 거 다 해!”

 내 말에 정국이가 흐흥 웃으며 내 바지춤을 잡아 내렸다. 그가 나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다. 그리고 우린 끝내주는 섹스를 했다. 색다른 이벤트를 하는 기분은 우리 둘에게 묘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힘들지도 않은지 에너자이저처럼 부딪쳐 오는 그를 받아내며 원 없이 소리를 냈다. 내 귓바퀴를 입에 물고 짐승같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치받아 오는 정국이. 평소보다 더 흥분한 모양이었다. 내 몸을 받치고 있는 그의 팔에 힘줄이 가득 솟아나 있다.

 “으읏, 진짜… 진짜로 힘세다. 너.”
 “아직 반에 반도 안 왔어.”
 “아… 몸 부서질 것 같아.”

 한참을 그렇게 뭐에 미친 사람들처럼 뜨겁게 사랑을 나누다가 침대로 털썩 쓰러졌다. 내 몸에 묻어있는 흔적을 닦아주던 그가 또다시 스르르 내 몸 위로 올라탔다. 나는 기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설마…?”
 “또 할까?”
 “아니… 숨 좀 돌리게 해줘. 난 스물한 살이 아니야.”

 정국이가 키득키득 웃으며 내 옆으로 쓰러졌다. 손을 허공으로 들어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한다. 그리곤 내일 알통이 베길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30분 가까이 나를 들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내일 식자재 들어오는 날인데, 나 죽었다.”
 “반에 반도 안 왔다며.”
 “팔은 아픈데, 아래는 아직 멀쩡해.”

 그러면서 벗은 하체를 쑥 들어 올리며 보여준다. 정국이의 능청스러운 행동에 가슴팍을 찰싹 때려주었다. 그가 히죽 웃으며 내게 팔베개를 해준다. 나는 그의 몸통을 끌어안고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었다. 달큼한 체향이 느껴진다. 어쩜 너는 땀을 흘려도 향긋한지.

 “학교에선 별 일 없어요?”
 “응. 무난해.”
 “요즘 바빠서 신경을 많이 못 써줬네. 미안해요.”
 
 이마에 키스하는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  

 “학교 얘기 해줘요.”
 “음… 가르치는 애들이 엄청 애기들이야.”

 나는 도란도란, 그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올해는 담임을 맡지 않아서 시간이 여유롭다고. 1학년 국어를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갓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라 어리고 풋풋하다고. 수업시간에 맨날 자는 애가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을 깨울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최 쌤과 같은 교무실을 쓰게 돼서, 요즘은 맨날 그녀의 연애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정국이는 가슴을 들썩이며 간간히 웃어준다.  

 “나 별명도 생겼다? 1학년이라 아주 개구쟁이야.”
 “뭔데요?”
 “병아리 쌤이래.”

 툴툴거리며 털어놓았더니 정국이가 와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왜 웃어! 내가 병아리 닮았어?”
 “응. 완전.”
 “말도 안 돼.”
 “병아리, 진짜 잘 어울린다. 애들도 아나 봐. 형 입술 심상치 않은 거.”

 재밌는지 계속 깔깔거린다.

 “내가 이 입술 보고 반했는데.”
 “진짜?”
 “처음 만난 날, 입술만 보였어요. 키스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몰랐던 사실이네. 음흉해.”
 “병아리. 병아리.”

 정국이가 나를 놀리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위아래 입술을 한꺼번에 잡아서 쭉 늘렸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한다. 그만 하라고 손가락을 살짝 깨물어버렸다.

 “병아리를 잘 키워서 닭을 만들어야겠다.”
 “뭐어?”
 “그럼 혹시 또 모르지. 내 알을 낳아줄지도.”
 “우씨!”

 내가 주먹을 쥐고 들어보이자 후다닥 몸을 일으켜 욕실 방향으로 도망친다. 내게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안으로 쏙 숨어 들어가는 저 귀여운 토끼를 어찌한담. 실소가 터졌다. 성인식의 시작은 달콤하게, 전개는 짜릿하게, 마무리는 코미디였다. 나는 침대에 널브러진 채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잘 키워봐. 알은 못 낳아주지만 사랑은 더 많이 줄게.





 90. 소개



 - 너 여자친구랑 같이 사는 거 맞지?

 엄마가 전화로 자꾸만 물어본다. 생각해보니 엄마가 집에 반찬을 가져다주지 않은 지 1년이 넘었다. 가끔 주말마다 본가에 가면 반찬을 가지고 가라고 성화셨다. 왠지 그걸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계속 집으로 오실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온갖 핑계를 대며 마다했고, 엄마는 그런 내 행동에 확신을 가진 모양이다.

 “엄마, 아니라니까요.”
 - 지민아. 네가 어린 애도 아니고, 같이 살아도 뭐라 안 해.
 “…아니에요.”

 정국이의 흔적이 가득한 집을 보여주면 엄마가 놀랄 것이 뻔하다. 스물아홉 먹은 아들이 다 큰 남자랑 같이 산다니. 동성애자인 것을 들킬까 봐 걱정 된다기보다는,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결혼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셈이 될 테고, 더군다나 내가 친구와 같이 살 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걸 엄마가 가장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뭐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실 게 불 보듯 훤하다.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푸욱 내쉬자 옆에서 사과를 아삭아삭 베어 먹던 정국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엄마?”
 “으응.”
 “왜요?”
 “별것 아니야.”

 내 대답에 정국이는 표정 변화 없이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괜스레 미안해져서 침을 꼴깍 삼켰다. 누군가에게 그의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고통스럽다. 이미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몰래 만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가까운 가족에게까지 없는 사람 행세를 해야 한다는 게 아팠다.

 “형, 지금 미안해하고 있지?”
 “으응….”
 “미안해하지 마. 나도 할아버지 살아계셨으면 쉽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미안해.”

 정국이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혹시 엄마가 볼까 봐 함께 찍은 사진 액자 하나도 제대로 걸어놓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다. 엄마마저 내가 가진 것에 속한다. 정국이에겐 없고 내겐 있는 모든 것이 쓰라려서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찌른다.



 그리고 사건은 벌어졌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주말에 정국이와 함께 뒹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지연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빠네 집 다 와감. 엄마 몰래 문자한다.  오후 2:24

 나는 그걸 보자마자 경악한 얼굴로 후다닥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누워서 발가벗은 채로 서로의 몸을 쪽쪽 빨아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 표정을 본 정국이도 덩달아 몸을 일으키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여동생에게 어디까지 왔냐고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어, 어떡해. 어떻게…”
 “왜요? 응?”
 “엄마 온대. 어떡해.”
 “헐.”

 내 말을 들은 정국이가 입을 쩍 벌렸다. 우리는 재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샤워기를 틀어 서로의 몸에 묻어 있는 흔적들을 급히 씻어냈다. 평소 행동이 느린 내게서 어떻게 그런 속도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팬티와 옷을 급히 주워 입었다. 나는 망가진 머리를 매만지며 집을 두리번거렸다. 눈에 보이는 정국이의 물건부터 급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소파에 있는 정국이의 가방, 재킷, 청바지, 양말, 편하게 갈아입는 옷(사이즈가 크다), 그리고 침대 맡에 있는 콘돔 박스.

 “또 뭐있지? 뭐있지?”

 내가 당황하는 걸 보며 정국이도 덩달아 자신의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욕실로 들어가 칫솔을 꺼내든다. “찾았다!” 하며 해맑게 웃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초인종이 울렸다. 맙소사.

 정국이가 토끼같이 눈을 크게 뜨며 허둥대다가 현관에 있는 자신의 신발을 집어 들고는 침실로 들어간다. “뭐 해?” 내가 그를 향해 속삭였다. 그러자 정국이가 손가락을 펴서 입술에 대고 쉿! 하며 내 옷장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간다. 심장이 쿵쿵 뛴다. 그 사이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렸다. 요동치는 심장을 붙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엄마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수상해. 지연이가 말했니?”
 “내가 뭘 말해. 오빠랑 요즘 말 별로 안 해.”

 지연이가 엄마 옆에서 능청을 떨며 말한다. 일단 들어오시라고 길을 내주고는 지연이에게 눈치를 보냈다. 하얀 입김이 터지는 추운 날씨였다. 지연이가 엄마의 뒤에서 나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모양으로 무어라 말을 한다. ‘어디 있어?’ 하고. 아마도 내가 남자와 아직까지 함께 살고 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엄마가 가져온 반찬을 식탁 위에 펼쳐놓는다. 바리바리 싸온 갖가지 반찬이 감사했지만, 놀란 마음은 여전히 진정될 생각을 안 한다. 엄마가 반찬을 냉장고에 넣으며 자꾸만 집을 두리번거린다. 아마도 여자의 흔적을 찾고 계시는 모양이다. 내가 초조하게 마른 입술을 축이며 서 있자, 지연이가 내 눈치를 보더니 엄마에게 말했다.

 “오빠 혼자 사는 거 맞나 봐. 거봐, 내가 뭐랬어.”
 “흐음….”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다 말았네. 지민아, 엄마는 네가 여자랑 같이 사는 거 찬성이야.”
 “…….”
 “너도 장가가야지.”
 “엄마는 무슨, 오빠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지연이가 엄마의 말을 가로막으며 내 편을 들어준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참 착한 녀석이다.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엄마가 뭐라고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옷장 속에 숨어 있는 정국이가 신경 쓰일 뿐이다. 잔뜩 얼어붙은 채로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엄마가 놀란 얼굴로 묻는다. 너 어디 아프니?

 “아, 아니에요.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얘 마른 거 봐. 올해는 담임 안 한다면서.”
 “네.”
 “학교가 힘든가 보네.”
 
 나는 침만 꼴깍 삼키며 초조함을 감추려 노력했다. 지연이가 내 눈치를 보더니 엄마를 타박한다.

 “오빠 안 그래도 힘든데,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거 좀 그렇다고 내가 했잖아. 오빠 주말에 겨우 쉬는데.”
 “그래… 엄마가 미안해. 궁금해서 그만…”
 “아니에요. 엄마 맘 다 알죠. 괜찮아요.”

 엄마는 지연이와 함께 40분정도 더 거실에 앉아 있다가 가셨다. 내가 깎아서 내놓은 과일과 음료수를 보며 “우리 지민이 이렇게 가정적인데. 여자친구 빨리 생겨야 할 텐데.” 그런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 때마다 지연이는 내 눈치를 보며 엄마에게 핀잔을 주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내내 계속 정국이만 생각했다. 좁은 옷장 안이 얼마나 답답할까. 어쩌지. 우리 정국이. 아 어쩌지.

 드디어 엄마가 몸을 일으키시는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엄마는 신발을 꿰어 신을 때까지 내게 빨리 여자친구 좀 만들어서 소개 시켜달라고 하셨다. 마치 주문 같아서, 조금만 더 들으면 세뇌가 될 것 같았다. 네에… 하고 대충 대답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엄마 먼저 가. 나 오빠 아픈 거 좀 봐주고 갈게.”

 소아과 의사인 지연이는 나를 진찰한다는 핑계로 엄마를 먼저 보냈다. 콜택시를 불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로소 엄마가 나가신 후, 나는 참아왔던 숨을 터뜨렸다. 심장을 움켜 쥔 채로 헉헉거리는 나를 보며 지연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빠 진짜 아파?”
 “아냐. 놀라서 그래….”
 “같이 사는 분은? 어디 갔어?”
 
 지연이의 물음에 나는 재빨리 침실로 달려갔다. 옷장 문을 확 열었다. 정국이가 옷장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나를 올려다본다. 히죽 웃는다. 지금은 겨울인데도, 더웠는지 앞머리가 땀에 흠뻑 젖어있다.

 “정국아….”
 “와 살았다.”

 나는 얼른 몸을 낮춰서 그를 끌어안았다. 정국이가 괜찮다며 내 등을 토닥이며 웃어준다. 그가 옷장에서 빠져나오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가 방 문 앞에 서 있는 지연이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헉 소리를 내며 급하게 차렷 자세를 했다. 지연이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정국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박지민, 대박.”

 지연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뒷목을 긁적이며 정국이에게 지연이를 소개했다. 내 여동생. 한 살 어려.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주자 정국이가 얼른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지연이도 덩달아 정국이를 향해 허리를 굽힌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국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관자놀이를 긁적인다. 한참 우리 셋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정국이었다.

 “근데 진짜… 형이랑 닮으셨네요.”

 별안간 정국이의 말에 지연이가 하- 하고 실소를 흘렸다. 그건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었다. 한 살 차이인데다가, 얼굴도 많이 닮았고, 내 체구가 작아서 쌍둥이 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연이가 내 팔을 툭 치면서 말했다. 오빠 남친 잘생겼다.

 “어… 응. 잘생겼지 정국이.”
 “근데 몇 살이야? 어려 보이는데.”
 “아, 저 스물한 살입니다.”

 정국이의 예의바른 대답에 지연이의 눈이 또 한가득 커졌다.

 “스물한 살?”
 “…….”
 “와, 오빠 진짜 능력 좋다?”

 지연이가 자꾸만 감탄을 했다. 나는 민망해져서 괜히 정국이의 눈치를 봤다. 그는 이 상황이 재밌는지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땀에 젖은 얼굴로 지연이를 향해 해맑게 미소를 짓고 있다. 아직도 지연이가 나와 많이 닮은 게 신기한 모양이다.

 우리 셋은 식탁에 둘러 앉아 대화의 장을 펼쳤다. 나는 이 상황이 아직도 당황스러운데, 정국이는 아무렇지 않은지 지연이와 어느새 질문과 답을 주고받고 있었다. 얼굴에 난 솜털을 뜯으며 정성스럽게 대답을 하는 모습이란….

 “우리 오빠 어디가 좋아요?”
 “음… 생각 안 해봤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좋아서요.”
 “하… 대박이네. 그럼 여덟 살 차이?”
 “네.”
 “어떻게 만난 거예요?”
 “제가 첫 제자예요.”
 “뭐? 와 박지민!”

 지연이가 내 팔을 때리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곤 내게 덧붙인다. 내가 분명히 학생만은 아니길 빈다고 했는데. 이거 큰일 날 사람이네! 이러면서 자꾸만 나를 야단친다. 나는 뭐라 대꾸할 기운도 나지 않아 조용히 커피나 마셨다. 정국이는 지연이의 말에 깔깔깔 웃으면서 나대신 대답을 해주고 있다. 그래도 미성년자는 아니었어요. 제가 형 꼬신 거예요.

 정국이와 지연이는 제법 죽이 잘 맞아 보였다. 나완 달리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인 지연이는 원래 처음 본 사람과도 말을 잘 텄다. 묻는 말마다 입을 오물거리며 대답하는 정국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꾸만 질문을 이어갔다.

 “하는 일은 뭐예요?”
 “아, 요리사입니다.”
 “우와. 종목은?”
 “양식이에요. 지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있어요.”
 “어머, 요섹남.”
 “아직은 보조 단계라서 요리는 많이 못 해봤어요.”
 “그래도 진짜 잘 어울린다. 저는 소아과 의사예요.”
 “우와. 진짜 멋지세요.”
 “아직은 페이 닥터예요. 아픈 데 있으면 말해요.”
 “아, 저 요즘 여기 팔이 좀 아픈데.”
 “에이 근데 그건 정형외과 가야된다. 인간적으로.”

 나는 그들의 막힘없는 대화를 들으며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다가 문득 웃음이 샜다. 지연이에게 누군가를 소개시켜준 적은 처음이었다. 지연이는 항상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지만, 그 이상으로 묻진 않았다. 뭐, 묻더라도 대답해 줄 것이 없기도 했다. 내가 누군가와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지연이도 그걸 아는 모양인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는, 오빠의 남자친구를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무척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다.



 지연이는 두 시간을 내리 정국이와 수다를 떨다가 겨우 돌아갔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정국이의 목을 꽉 끌어당겨 안았다.

 “미안해. 우리 애기 많이 놀랐지.”
 “괜찮아요. 재밌었어.”
 “그래도…”
 “형 여동생도 재밌는 분 같고, 뭐 옷장 안에서 좀 답답하긴 했지만.”

 나는 그의 얼굴을 부여잡고 여기저기에 입을 쪽쪽 맞춰주었다. 정국이는 눈을 감고 내 입술의 감촉을 가만히 음미했다. 그리곤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나긋하게 말했다.

 “형은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자랐구나.”
 “…….”
 “다정하고, 발랄하고, 걱정 많이 해주고.”
 “…….”
 “그래서 형이 이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나는 그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나는 귓가에 웅웅 울리는 정국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우리는 한참이나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심장이 날뛰었다가 가라앉고 나니, 힘이 쭉 빠짐과 동시에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동생에게 그를 소개한 것뿐인데도, 특별한 감정이 솟는다. 어쩌면 앞으로 정국이와 우리가족이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든다. 물론 엄마라는 장벽을 넘어야겠지만 말이다.

 한 구석에 숨겨 두었던 정국이의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그리고 우린 침대에 누워 또다시 서로를 어루만졌다. 이렇게 또 그와 함께하는 한 해가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이 좋다. 중간 중간 울리는 지연이의 문자 소리만 아니면, 더 좋았을 뻔했지만.



 오빠 남친 진짜 대박이네. 잘 살아라. 오후 09:47
 고마워. 오후 09:48
 근데 잘생긴 친구는 없대? 나도 하나만 소개시켜 줘. 오후 09:48
 잘 자라. 오후 09:52
 에잉. 친구들이 일곱 살 많은 누나는 싫대? 오후 09:53
 응. 싫대. 오후 09:55















 
꾸뿌  | 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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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퐁미  | 1806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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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누난나  |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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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버터_꾹  | 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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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 180902   
지민이 닮은 여동생이면 정말 미인이겠네요ㅜ 정국이랑 지민이 가족하고 만나서 행복해요♡ 얼른 부모님 허락도 떨어졌음♡♡♡
cherryb_jm  | 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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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 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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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지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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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뛰찜인  |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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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따따봉  |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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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찜영사해  |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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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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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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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근냥지민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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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 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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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세상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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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트  | 190709   
저어.... 이 분들은 언제까지 신혼이실건지..? 조금이라두 살이 떨어지면 몸이 굳어 버리시는 건지... 야하고 쪽쪽 부비부비 핰! 언제까지 시도때도 없이 발열바디 유지하실건지...? 아니 이 애정행위 보자보자하니 제가 너무 진짜 엄청 매우 눈물나고 고맙고 조하서요.... 지짜 보기 너모 조하..ㅜㅜ 평생 신혼해주세요.. 계속해 멈추지 말아줘요들.. 조용히 보기만 할게요... 눈에 불만 켰어...! 저 사랑 몰래 보자기에 훔쳐가고 싶다ㅠㅠ 나도 저 사랑 훔쳐서 랠리님 주고시퍼ㅜ 그럼 랠리님 나한테 넘어오나..? 고백 매력있나..?
밍밍  |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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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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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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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_JK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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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jjy  | 191002  삭제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너무 행복해여 ㅠㅠ
cjsyha  | 19100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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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교  | 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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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니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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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