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ALL 비환상 문학 (33) 만년설(說) (1)
환상 문학 Part4 完 랠리 씀

불꽃심장 - 꽃과 나비

환상 문학
Part4 : 스물넷, 서른둘











 96. 꿈같은 이야기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제자의 결혼식 이후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낭만적인 손바닥 프로포즈도, 날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그의 모습도 모두 진짜였는데 문득 현실적인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 것일까에 대한 문제였다. 이미 같은 집에서 함께 잠들고 눈 뜨는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 이상으로 욕심내도 되는 걸까. 혹시 우리가 결혼한다는 게 가족들의 마음에 부담을 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정국이는 딱히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가 없었다. 내 생각이 정리되길 기다리는 걸까. 그는 모든 신경을 나에게 맞추고 있기에 아마도 내 고민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내가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고요하게 나를 바라보곤 했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모두 해주고픈 마음일 수도 있다.

 결혼이라는 의식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게 무엇인지 헤아렸다. 그가 내게 청혼한 것은 어떤 것을 하자는 의미일까. 내가 하고 싶은 건 어떤 것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어느 정도까지일까. 같은 성을 사랑한다는 건 늘 이렇게 현실적인 염려를 동반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할 것들. 또는 남들처럼 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들 말이다.

 상상해보았다. 수트를 맞춰 입고 사람들 틈에서 축하 받으며 걸어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아마 그것이 제자의 결혼식을 보며 부러웠던 지점이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우리가 부부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어딜 가서 무엇을 하든 부부로서 인정받는 것.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한 오십 년쯤 지나면 가능해질까.

 “형은 생각이 너무 많아.”

 한참이 지나 정국이가 내 몸을 끌어안으며 그런 말을 했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내 몸을 덮었다. 내 위에 올라온 그가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나는 내 얼굴을 감싸고 있는 그의 손등을 만지작거렸다.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커플링. 한 순간도 뺀 적 없이 4년이 흐른, 너의 첫 선물.

 “결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
 “우린 이미 결혼한 거야. 내 청혼에 형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부터 우린 진짜 부부가 된 거라고 생각해. 이제 그걸 어떻게 기념하느냐 고민할 차례지.”

 그가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형이 원하는 대로 다 하고 싶어. 어떤 걸 상상했어?”
 “음… 예쁜 옷을 맞춰 입고…”
 “맞춰 입고?”
 “팔짱을 끼고 걷는…”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무얼 하고 싶었던 걸까. 그저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고 싶었던 걸까. 정국이와 내가 특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면서 말이다. 그걸 눈치 챘는지 정국이가 내 머리통을 가슴팍으로 당겼다. 안정된 심박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어머님 아버님께 인정받은 게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든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우릴 이해해준 거잖아.”
 “으응.”
 “그러니까 고민할 필요 없어. 아무것도.”

 맞는 말이다. 나는 잠시 남들에게 우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감춰야 하는 마음이 충돌하는 가운데에 서 있었나보다. 바보 같은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과 우릴 사랑해주는 가족인데. 그의 마른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는 정국. 나를 바라보는 눈빛, 만지는 손길, 기다려주는 몸짓 하나하나에 잔잔함이 새겨져 있는 너.

 “고민 안할게. 나 바보 같지.”
 “아냐. 그래도 예쁜 옷은 진짜로 맞춰 입을까?”
 “응.”
 “따뜻한 봄 어때요?”
 “그러자.”

 우리가 처음 만난 봄에,
 전정국과 박지민은 하나가 된다.

 



 97. 연인의 삶



 정국이는 새해가 되자마자 레스토랑에서 조리 파트 하나를 맡게 되었다. 그건 진급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느덧 4년차 요리사가 된 그.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던 막내가 어느덧 파스타를 맡아서 만들게 된 것이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고요하게 해내는 모습이 셰프의 눈에 든 모양이다. 그가 일터에서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분이 좋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함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무얼 하든지 꾀를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한다. 그건 집에 있을 때 그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청소나 빨래를 하고, 수시로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식재료를 분류해서 밀봉 보관한다든지, 식사를 마치면 바로 설거지를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가끔 귀찮을 때도 있을 법 한데, 싫은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고 뭐든지 즐겁게 한다. 레스토랑 출근 시간이 늦은 편인데도 늦잠 자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늘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다리미판 앞에 앉아 셔츠를 다려준다. 그가 내게 같이 살자면서 했던 말 그대로였다.

 가끔 잠들기 전 내 몸을 껴안고 속삭이는 말이 있다.

 ‘아, 행복하다.’

 잠에 취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얼굴을 볼 때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맡으며 한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것. 언젠가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널 위해 사는 게 곧 날 위해 사는 거야. 그 말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그의 행복이 마치 선물처럼 내게 전해진다.

 “내일 퇴근 몇 시에 해요?”
 “음, 방학 보충이라 일찍 끝나. 왜?”
 “그럼 저녁 먹으러 가게에 와요.”

 정국이는 분무기로 셔츠 위에 물을 칙칙 뿌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는 조금 놀라서 숟가락질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일터로 나를 초대한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진짜?”
 “응.”
 “우와. 자기가 요리 만들어 주는 거야?”
 “응.”

 내가 유난스럽게 박수를 치며 좋아하자 피식 웃었다. 조금 쑥스러운지 뺨에 있는 솜털을 뽑으며 아랫입술을 말아 문다. 그리곤 잘 다려진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놓고 식탁으로 다가와 앉았다. 턱을 괴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 이제 오픈 키친에서 일한다?”

 칭찬을 바라는 얼굴로 둥그렇게 웃는다. 나는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듯, 그의 까만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준다.

 “우리 남편 멋있네.”
 “셰프님 바로 옆에서.”
 “진짜 짱이야. 기특해.”
 “여자 손님들이 엄청 쳐다봐.”
 “엑, 그건 좀.”

 내가 바로 오만상을 찌푸리자 그가 파하하 웃으며 내 턱을 쓰다듬었다.

 “진짜 요리사 됐으니까 보여주고 싶다. 나 일하는 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을까.

 “감격스러울 것 같아. 나 먹다가 울면 어쩌지?”
 “그럼 잠깐 모르는 사람인 척 할게.”
 “뭐어.”
 “근데 형 혼자 오지 마.”
 “응?”

 나는 잠시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정국이는 내 눈을 바라보다가 고요하게 입을 열었다.

 “어머님 아버님도… 시간 괜찮으실까?”

 그 말을 들으니 알 수 있었다.
 내일은 우리의 결혼 약속을 알리는 날이라고.

 
 
 기분 좋은 설렘을 간직한 채 아침을 보냈다. 보충수업을 하는 내내 어서 그가 일하는 곳으로 갈 생각에 다리가 달달 떨렸다. 내가 들떠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최 쌤이 물음표를 달고 내게 물었다. 박 쌤, 뭐 좋은 일 있어? 나는 그 질문에 조금 신나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일 하는 거 보러 가.”
 “박 쌤, 진짜 연애하는 거 맞아, 안 맞아. 솔직히 말해보라니까?”
 “연애는 아니래도.”

 연애보다는 더 깊은… 그런 거란 말이지. 뒷말은 하지 못하고 큼큼 헛기침을 했다. 눈치 빠른 최 쌤은 작년부터 꾸준히 내게 애인이 생겼냐고 물어오곤 했다. 왠지 얼굴에 꽃이 핀 것 같다거나, 좋은 일 있어 보인다거나,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그럴 때마다 둘러댔다. 그다지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퇴근 하자마자 차에 올라타 엑셀을 밟았다. 한 시간쯤 운전해서 정국이가 일하는 레스토랑 앞에 다다랐다. 곧이어 부모님의 차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는 조금 긴장을 한 것 같았다. 지연이까지 세 사람이 차에서 내리며 나를 포옹해온다.

 “작은 아들 좋은 데서 일하네.”

 엄마는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웨이팅 줄이 조금 있었다. 아무래도 TV에 가끔 나오는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 모양이다. 이렇게 인기 많은 레스토랑에서 그가 일한다고 생각하니 또 으쓱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입가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연이가 내 표정을 따라하며 놀리고 있었다. 웃음이 샜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오픈 키친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정국이의 얼굴이었다. 아직 우릴 발견하지 못한 건지, 집중한 표정으로 팬을 들고 면을 볶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늘 봤지만, 하얀 조리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은 왠지 색다르다. 나는 턱을 괴고 가만히 정국이를 구경했다. 여자 손님들이 쳐다본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잖아.

 그리고 잠시 뒤 정국이가 우릴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저 잘생긴 남자가 내 남자라고 온 세상에 떠들고 싶을 지경이다. 그가 셰프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했다. 그리곤 신난 얼굴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 가족들은 레스토랑에 잔잔히 깔려있는 음악을 들으며 정국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연이는 부모님과 함께 정국이를 주제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주로 그가 잘생겼고, 성격도 좋고, 내게 잘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점점 이 편안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갔다. 정국이가 우릴 위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씩 테이블에 올라왔고, 우리 가족은 와인을 마시며 그를 기다렸다. 잠시 뒤 메인 요리와 함께 정국이가 셰프와 함께 직접 테이블로 찾아왔다. 인상 좋은 셰프는 우릴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정국이가 가족 분들을 초대했다고 들었다면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며 그의 등을 두드려준다. 덕분에 우리는 조금 일찍 퇴근한 정국이와 함께 오붓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사람의 근처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불평 한 마디 없었던 그를 생각했다. 그가 생각보다 더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풍족해진다.

 “정국이 요리 솜씨가 끝내주네. 너무 맛있어.”

 엄마는 요리를 맛보며 연신 그를 칭찬했다. 아버지는 조용히 끄덕거리며 동의했고, 지연이는 사복을 입고 앉아 있는 정국이의 손등을 톡 건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 그건 셰프님이 하신 거예요. 저는 파스타. 흐흥.”
 “어머, 파스타도 맛있어.”

 정국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받아쳤고, 그런 그가 귀여워 나는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와인 잔을 부딪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국이는 내 옆에 앉아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오고가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면 귀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는 정말로 우리 가족의 막내아들이 된 것 같았다. 엄마는 유난히 정국이를 예뻐했고, 정국이는 평소에 자주 보이지 않는 애교 섞인 표정으로 엄마에게 살갑게 굴었다.

 와인 한 병을 다 비워갈 때쯤, 정국이가 테이블 밑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할 차례라고.

 “저를 가족 같이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운을 띄운 건 정국이었다. 적당히 배부르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부모님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내 손을 꼭 잡은 정국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겉으로 티가 나진 않지만 긴장한 모양이었다. 나는 엄지 끝으로 그의 손등을 문지르며 격려했다. 우린 이미 큰 산을 함께 넘었기에 이젠 두려울 것이 없다. 그런데도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한 그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그만큼 정국이가 나와 우리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앞으로도 막내아들처럼 잘 할게요. 그리고…”
 “…….”

 정국이가 잠시 말을 멈추고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제는 사위가 돼서 평생 더 잘해드려도 될까요?”

 그의 말에 가족들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사위. 그 두 글자를 들으니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 정국이와 꽉 맞잡은 손에는 힘이 풀릴 줄 모른다.

 “결혼 허락을 받고 싶다는 뜻이에요.”

 정국이가 한 번 더 이야기하자 엄마가 아버지와 지연이를 번갈아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정한 시선으로 정국이에게 눈을 맞춘다.

 “정국아, 처음 우리 집에 왔던 날 기억하지?”
 “네.”
 “그때 엄마가 한 말 생각나니?”
 “…….”
 “오래오래 만나라고. 서로 아껴주라고.”

 기억난다. 엄마의 그 말에 나는 펑펑 울었으니까.

 “엄마는 그 때부터 이미 너를 사위로 삼은 거야. 우리 집에 찾아온 순간부터 지민이가 정국이랑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 정국이는 더 단단해졌다. 그는 원래부터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일에 익숙한 사람인 까닭이다. 할아버지께도, 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직장에서도, 우리 가족에게도. 나는 그를 대신해서 훌쩍거렸다. 엄마가 나와 눈을 맞추며 눈썹을 팔자로 축 늘어뜨렸다.

 “지민이가 원래 이렇게 울보였니?”
 “네, 형 맨날 울어요.”
 “내, 내가 뭘 맨날 울었다고…….”
 “정국이 옆에 있으니 애기가 되나 보다. 우리 지민이.”

 정국이가 내 뒷목을 감싸 잡고 주물러 주며 어른스럽게 웃었다. 나는 이 여덟 살 어린 남자 앞에서 또 아이처럼 기대고 싶어진다. 정국이가 내게 깍지를 꼈다.

 “형이 예쁜 옷 입고 팔짱 끼고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희끼리 조용히 다녀올게요.”
 “어이구, 오빠 나보다 로망이 더 컸네?”

 지연이 말에 또 한바탕 웃음이 났다. 정국이와 합세해서 나를 놀리는 우스운 분위기 속에서 코가 빨개진 채로 웃음을 터뜨렸다. 내 귓가에 ‘이따가 거기에 털 났는지 자세히 봐야겠다.’하고 속삭이는 정국이 때문에 더 실없이 웃었다.



 가끔은 이 모든 게 내가 꾸는 환상 속 한 페이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 내 일상이 꽉꽉 채워지는 아름다운 것들이 혹시 눈 뜨면 사라지는 꿈일까 봐 두렵기도 했다. 갑자기 4년 전 어느 날로 돌아가서 매일 정국이에 대해 불안해하고, 3학년 7반 아이들 때문에 눈물 뿌리며 지내는 순간이 나타나면 어쩌지.

 그런 헛된 망상을 할 만큼이나 내가 행복에 겨운가 보다. 혹시라도 이 모든 게 꿈이어도 상관없다. 불안하고 힘들던 그 때로 돌아가도 마찬가지로 나는 정국이를 사랑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그를 더 내 곁에 가까이 두고 싶어 안달 낼 것이다. 어쩌면 조금 더 빨리 그에게 내 맘을 표현할 지도 모르지. 함께 하는 시간을 1분 1초라도 늘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니까.

 우리의 새끼손가락에 걸려 있을 빨간 실을 믿는다. 4년 전 어느 날 네가 내게 주었던 그 반지가 이제는 서로의 평생을 위한 언약이 된다.





 98. 자국



 “아아, 스읍…”
 “아파요?”
 “앗, 으응… 조금.”

 정국이는 내 손을 꽉 잡은 채로 걱정스런 얼굴로 들여다본다.

 “조금만 더 참아 봐.”
 “하… 아앗…”
 
 나는 내 골반 뼈 위에서 돌아다니는 타투 펜슬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나는 정국이의 손을 잡고 타투 샵을 찾았다. 우린 서로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속살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기로 했다. 살갗 위에서 타투 머신이 돌아다닐 때마다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살이 없어 뼈와 맞닿는 부위라 그런지 따끔함이 더했다. 정국이는 아파서 어쩔 줄 몰라 울상 짓는 나를 보며 관자놀이에 입을 쪽쪽 맞췄다.

 “그렇다고 이상한 소리는 내지 말구.”  
 “읏, 뭐래… 넌 이걸 어떻게 그렇게 크게 팔에 새겼어?”
 “꾹 참았지.”

 우리가 종알거릴 때마다 타투이스트 여인이 힐끔거리며 피식 피식 웃었다. 정국이는 나보다 앞서서 오른쪽 골반에 내 이름을 새겼다. 발갛게 부어 오른 골반에 새겨진 하트 반쪽, 그리고 JIMIN PARK. 타투 자국을 내려다보며 배시시 웃는 그의 얼굴을 볼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기분 나쁜 따가움인 줄은 몰랐다. 정말로.

 “괜히 한다고 했나 봐. 으읏.”
 
 사실 먼저 커플 타투를 제안한 건 나였다.

 “그렇게 아파?”
 “으응.”
 “엄살쟁이.”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로 꼭 함께 타투를 하고 싶었다. 정국이에게 있어서 몸에 자국을 새겨 넣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생전에 좋아하는 것들로 새겼던 너.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고통 때문에 무드는 조금 없어졌지만 말이다.

 나는 용기내서 상체를 조금 들어 글자가 새겨지고 있는 왼쪽 골반을 내려다보았다. JUNGKOOK J…

 “아, 세 글자 남았다 드디어. 너 영문 왜 이렇게 길어?”
 “한글로 새길 걸 그랬나?”
 “한글로 해도 획수가 내 이름보다 많은 듯.”

 내가 투정을 부리며 말하자 그가 큭큭 웃으며 내 코를 손가락으로 꼬집는다.

 “세 글자 아니고 하나 더 남았어. 하트 반쪽도 그려야지.”
 “으악. 난 그냥 안 그리면 안 돼?”
 “뭐야. 그럼 나 평생 하트 반쪽 달고 살아요?”
 “아니… 그럼 안 되지….”

 사랑하는 만큼 꾹 참아보기로 한다. 고개를 젖힌 내 이마에 그가 쪽 하고 입을 맞춘다. 그럴 때마다 타투이스트와 눈이 마주쳤다. 음… 애정 행각을 할 때마다 더 아픈 건 기분 탓이겠지.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타투를 한 자리의 따끔함이 며칠 지속됐다. 그리고 아픔이 사라질 때쯤, 완전히 회복한 살갗에는 서로의 이름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탈의한 상태로 화장실 거울 앞에 나란히 섰다. 서로의 골반을 가까이 붙이자 비로소 완성되었다. 반쪽짜리 하트도 아닌, 혼자만 있는 이름도 아닌, 우리 두 사람.

 JUNGKOOK JEON ♥ JIMIN PARK

 섹시하다. 정국이는 타투가 제법 마음에 드는지 거울을 보며 연신 웃었다. 그리곤 손가락 끝으로 내 골반을 살살 쓸다가 타투 위에 입을 쪽 하고 맞춘다.

 “좋아?”
 “네. 너무 좋아.”
 “큰일 났다. 헤어지고 싶어도 못 헤어진다 이제.”
 “뭐야. 헤어질 생각 했어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 말 한 마디에 미간에 주름을 잡고 쏘아보는 투명한 이 연하남. 그와 평생 서로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비밀이 생겼다는 게 기분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형 몸 구석구석에 잔뜩 새겨 놓을까? 내 이름.”
 “살면서 두 번은 못할 것 같아.”
 “왜애. 허벅지 안쪽이나, 엉덩이나, 막 거기에도…”
 “윽. 변태.”

 그의 딱딱한 뱃가죽을 찰싹 때려주고는 얼른 도망쳤다.

 “타투 있는 박지민 너무 섹시하다. 일루 와요.”
 “저리 가.”
 “응? 세 번 하자.”
 “……진짜지?”
 “큭큭. 응.”

 정국이가 나를 붙잡은 채로 몸을 들쳐 안아 침실로 향했다.

 우리의 첫 번째 결혼 의식을 이렇게 마쳤다. 타투는 생각보다 더 따끔했으며, 생각보다 더 섹시했고, 그 무엇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길을 나란히 걸을 때도, 서로에게 몸을 겹쳐 사랑을 나눌 때도, 늘 같은 자리의 타투가 포개어진다. 나의 왼쪽 골반과 그의 오른쪽 골반.


 정국아.
 평생 서로를 생각하며 살자.
 지워지지 않는 서로의 이름을 지니고,
 그렇게 늘 사랑만 하면서 살자.





 99. 결혼



 얼마 전 정국이는 TV에 출연했다. 셰프 님이 요리 토크 쇼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게 되었는데, 요리 보조 자리에 그를 데리고 나간 것이다. 잘생긴 얼굴과 성실함이 한 몫을 단단히 한 모양이다. 저녁 시간에 하는 케이블 오락 프로그램에서 정국이의 얼굴을 본다는 게 신기했다. 요리를 하며 계속 토크를 하고 있는 셰프의 옆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정국이는 충분히 시선을 끌었다. 그건 제작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정국이가 셰프를 도와 재료를 손질하거나 조리 도구를 준비하는 모습이 원 샷으로 잡힐 때마다 뽀샤시한 필터효과나 꽃을 가득 달고 있는 자막이 등장하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선 정국이가 나온 캡쳐 사진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정국이가 처음 TV에 출연한 날, 3학년 7반 단톡방에는 오랜만에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4년 만에 더 멋있는 요리사가 되어 있는 그가 신기한 모양이다.  

 첫 출연 이후로 방송국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셰프 보조로 꼭 정국이가 출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러다가 네가 유명한 사람이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 말에 정국이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짜로. 너 엄청 잘생겼단 말야.”
 “그래봤자 나는 보조로 나오는 건데 뭐.”
 “우리 정국이 나만 알고 싶은데…….”

 내가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리면 정국이는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나중에 방송에서 말할 기회 생기면 공개할까?”
 “뭘?”
 “저 유부남이에요! 박지민 남편이에요!”

 그가 그런 장난을 치고 나서야 나는 투정을 잠재우고 그에게 안겨 아기처럼 얼굴을 비볐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이 나올 때마다 정국이는 늘 셰프의 옆이나 뒤에서 화면에 걸려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원 샷을 받으면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고 있거나, 얼굴에 있는 솜털을 뽑는 모습들이 보여지곤 했다. 정국이는 자신이 나오는 방송을 보는 게 어색한지, 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손가락 틈새로 훔쳐봤다. 자기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이제 좀 제대로 알아줬으면 한다.

 나는 화면에 그가 나올 때마다 카메라로 찍어서 부모님과 지연이에게 호들갑을 떨어댔는데, 다행히 그들은 나보다 더 한 사람이라 외롭지 않았다.

 진짜 우리 사위가 최고야 배우해도 되겠다   오후 10:13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게 맞는 말인가 보다.




 어느덧 날씨가 조금 풀렸다. 봄이 온 것이다. 그 말은 곧, 우리가 결혼하기로 한 계절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레스토랑에서 보너스 휴가를 받아 온 정국이는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다녔다. 예쁜 옷을 맞춰 입고 싶다는 내 말이 내내 신경 쓰였던 건지, 손수 알아본 비스포크 상점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밝은 색의 옷을 맞췄다. 정국이가 고른 것은 세련된 하늘색 재킷에 밝은 그레이색 바지였고, 내 것은 아래위로 새하얀 수트였다.

 옷을 찾아온 날 우리는 드레스룸에 들어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이나 서로를 바라보았다. 보타이까지 예쁘게 맨 정국이를 보며 엉덩이를 두들겨주었다.

 “멋져. 우리 남편.”
 “형도 엄청 잘 어울린다.”

 하늘색 재킷과 흰 재킷. 우리는 거울을 보며 팔짱을 꼈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턱을 치켜들었다.

 “나 예뻐?”
 “응. 천사 같아. 내 앞에서 자주 입어줘요.”

 우리는 한참이나 거울 속의 서로를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아마도 이 모습은 사진에 담겨 거실 벽에 걸리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의 결혼사진으로.  



 몇 시간을 달려 동해로 향했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바닷가에 도착해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와 만나는 동안 몇 번의 바다를 찾았다. 이곳은 그의 할아버지가 계신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틈만 나면 웨딩마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께 알린 후,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것. 결혼이라는 것에 이보다 더 큰 의미는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린 마지막 남은 하나의 축복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작은 배를 하나 빌려 탔다. 정국이의 손에는 국화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마음이 들떴다. 조금 흔들리는 배 위에 앉아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붙였다. 할아버지를 뵈러 가자고 말한 적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결정했다. 우리의 두 번째 결혼 의식이다.

 잠시 뒤 도착한 곳은 잠잠한 바다 한가운데였다.

 정국이는 조용히 국화를 물에 띄웠다.

 “할아버지, 나 왔어. 오랜만이지?”

 잔잔한 물결을 내려다보며 정국이는 한참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코끝이 맵다. 우리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는 아마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모님과, 평생 단 둘이 살아온 사랑 많은 할아버지를.

 “나 되게 잘 살고 있었어. 나 많이 컸지.”
 “…….”
 “자주 못 와서 미안해. 나 보고 싶었어?”

 정국이는 코끝이 조금 발갛게 된 모습으로 먼 바다 끝에 시선을 두었다. 바닷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세차게 훑는다. 나도 그와 함께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훌쩍거리는 그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정국이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할아버지한테 자랑하러 왔어.”
 “…….”
 “나 결혼한다.”

 그가 조금 흐느끼듯이 말했다. 나는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 줄기가 볼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나 진짜 많이 사랑 받는다, 할아버지.”
 “…….”
 “평생 이렇게 잘 살게요. 지켜봐 줘.”

 물기를 머금은 정국이의 목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찌른다. 나는 다짐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그를 사랑해주며 살 거라고. 그의 마음속에 드는 그리운 감정이 눈물을 불러오지 않도록 말이다. 정국이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처럼, 사랑은 결국 우리의 전부가 될 것이다. 아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결핍이 찾아올 지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정국이라면, 나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곤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축축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한다. 아마 나도 같은 모습일 것이다. 그의 속눈썹에 엉겨 붙어있는 눈물방울을 보니, 지금 나의 마음을 당장 그에게 표현해주어야 했다. 나는 고개를 내밀어 그에게 입을 맞췄다. 따뜻한 온기가 맴돌고 있는 입술을 가만히 머금었다. 그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혀를 내어 움직였다. 키스에서 바다 맛이 난다. 그리고 눈물 맛도.

 “…….”
 “…….”

 간신히 입술을 떼고 그의 목을 한가득 끌어안았다. 우리는 배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로 뺨을 붙였다. 좋다. 평화롭다. 바닷바람이 오늘따라 유난히 보드랍게 느껴진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던 국화가 어느덧 보이지 않는다.

 정국이가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게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선물.”

 상자가 열렸다. 그곳엔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커플링이 있었다. 오래 껴서 스크래치가 생기고 광이 죽은 새끼손가락의 반지보다 훨씬 예쁘고 화려한 그것. 고등학생이었던 네가 처음으로 선물했던 반지만큼이나 감동적인, 우리의 결혼반지.

 네가 약지 손가락에 조심스레 반지를 끼워준다. 예쁘다. 손을 쫙 펴서 들었다. 두 개의 반지가 손에서 빛난다. 내가 그걸 보며 웃자 네가 내 손을 감싸 잡고는 입술에 가져간다. 쪽. 쪽. 손가락 하나하나에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간지럽다.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나도. 나도 고마워 정국아.”


 오늘, 비로소 우리는 결혼했다.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매일 오늘처럼 사랑하면 그게 쌓이고 쌓여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내리라 믿으니까. 그러다 보면 우린 서로의 마지막 사랑이 되는 거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100. 마지막 이야기



 “인주 가지고 왔어?”
 “아 까먹었다.”
 “바보. 그럼 사인하자.”

 우리의 세 번째 결혼 의식.

 한 장의 종이를 가운데에 두고 우리는 펜션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 한참이나 볼펜을 들고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주소, 증인.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며 설레는 기분을 만끽했다. 정국이는 볼펜을 꾹꾹 눌러 정성껏 글씨를 썼다. 나 역시 태어나서 가장 공들여서 끼적였다.

 “다 됐다.”
 “아 좋다.”

 전정국. 박지민.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혼인신고서.

 그것을 들고 해변으로 걸어 나갔다. 우리는 우리의 방법으로 세 번째 의식을 행하기로 했다. 모래사장에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었다. 손끝에 잡힌 채 바닷바람에 팔랑이는 종이 한 장을 들고 조심스럽게 바다를 향해 걸었다. 파도가 흰 거품을 내며 우리의 발목에 부딪쳐 부서졌다.

 정국이가 종이를 천천히 바닷물 위에 띄웠다.

 바닷물에 젖어 잉크가 번지는 걸 볼 새도 없이, 새하얀 파도가 다가와 단숨에 그것을 가져갔다. 나는 순식간에 바다가 가져가버린 혼인신고서를 보고 몸을 떨며 웃었다.

 “잘 가!”

 그가 바다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기다렸다는 듯이 가져갔어.”
 “구청보다 일처리가 빠르네요.”

 그의 말에 나는 한참이나 깔깔거리며 실없이 웃었다.



 정국이가 내 얼굴을 감싸 잡고는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나는 눈을 감고 보드라운 그의 입술을 음미했다. 좋은 향기가 난다. 이마부터 콧등을 지나 입술까지 천천히 내려오는 입맞춤. 손을 들어 그의 따뜻한 손등을 감쌌다. 그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느껴진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래요?”

 그가 내 몸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

 “어디든.”

 너와 내가 함께 있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상관없다.

 “그래. 나만 믿어.”
 “응.”

 


 우리의 100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괜찮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
 우린 헤어지지 않을 거니까.














 비환상 문학 fin.
 환상 문학 fin.


지금까지 비환상 문학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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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  | 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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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 180831   
정말정말 이런 멋진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이런 멋진글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드는군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너구리  | 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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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  | 1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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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 180902   
항상 늦는 덕질... 늦덕의 숙명...ㅜㅜ 소장하고 싶은 글들...ㅜㅜㅜ
하루  | 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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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b_jm  | 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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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즈아  | 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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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티같은톨  | 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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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da  | 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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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 180908   
ㅠㅠㅠㅠㅠ 재판 언제 하시나요 ㅠㅠㅠㅠㅜㅜ 제발루ㅜㅜㅜ
밀꾸티  | 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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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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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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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망개국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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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작가님열성팬  | 18100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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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IC  | 18110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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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iri  | 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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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뛰찜인  |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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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토끼  | 18120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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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 190102   
ㅠㅜㅠ입문작이자 인생작 등극이에요ㅠㅠ 랠리님 이런 멋진작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민영  | 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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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케익  | 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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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장  | 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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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 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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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111   
아아, 가입하고서 진짜 열 번은 더 읽은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새롭고 ㅎ_ㅎ 국민 빨리 결혼해라...................
skyblue  |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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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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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타니러브  | 190116  삭제
읽으면서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
하리  | 190118  삭제
함께 울고 웃으며 꿈꾸듯이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 랠리님
instyle  | 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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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짐  | 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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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xe  | 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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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  | 190613   
랠리 님 글은 참 매력이 많은 것 같아요.
청량하고 즐겁고 가끔은 슬프고 감동적이고
박 쌤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감정과 여러 사람이 존재하는 랠리 님의 문학 잘 읽었습니다.
매 글마다 댓글을 달지는 못하고 있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박세렌디피티  | 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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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트  | 190709   
장마가 와서 얼굴에 비가 내리는 주 알았더니 내 눈, 코에서 흐르던 거였숴....... 따흑쉬ㅜㅜ 모야 팔불출은 하나인 주 알았더니 둘 다 였잖하....! 서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게, 서로의 운명이라는게, 그러니까 꼭 결혼해야 된다는게 다 너무 너모 좋은데에...!!!! 문학 시리즈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제정신 머리 독립해서 나간듯 합니다아핡??? 아학핱 에흐하핰... 기절.. 랠리님 저 좀 차주세요, 2019 완결방으로요....... 문학터에 잡은 임시 살림 마무리하고 돌연변이터로 다시 텐트치러 가야죠.. 그치만 나의 문학 시리즈 못잃어.. 울고 웃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사랑했어요 또 기절.. 여운 좀 더 느끼고 조금은 가벼이 소소 문학 만나러 떠나보겠습니다!
밍밍  |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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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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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 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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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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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짐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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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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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난  | 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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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  | 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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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ietmoi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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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ri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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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초홍홍  |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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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렌디피티  | 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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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찡이  | 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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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돌이  |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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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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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 19083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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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꾸꾸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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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moon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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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notic  | 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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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旻無樂  | 190907   
타투...
뭔가 신박합니다...
근데 보다가 문득 든 궁금증...
'어? 왼정국 오른지민 아니었어??'
(ㅋㅋㅋ 요즘 제가 많이 빠져있나봐요~~^^;)
행복한 국민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갱쟝  | 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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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sela  | 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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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fksi  | 19091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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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  | 19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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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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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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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_JK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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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  | 191002   
환상인듯 환상 아닌 환상같은 예쁜 이야기....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몽글몽글 따뜻했어요 감사해요 ㅠㅠ
행복하트치어링  | 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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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브  | 19100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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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프라이드  | 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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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야  |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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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 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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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닝  | 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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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  | 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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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in  | 191104   
최고였습니다 첫화부터 지금까지 울다가 감동받았다가 진짜 몰입해서봤어요~ 너무 감사해요 좋은글 읽고갑니다 ㅎ
지미니마눌  | 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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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 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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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 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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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교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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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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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jk  | 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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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랭쓰  | 1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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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니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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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꼬물맘  | 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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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ng  | 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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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고양이  | 19120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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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kuku  | 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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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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