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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애 10 랠리 씀


아는 애
10














 재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태형은 그 단어가 영영 자신과 지민의 삶에 찾아들지 않기를 바랐다. 눈에 띄는 외모 덕인지, 어려서부터 누구에게도 아쉬운 대접을 받아본 적 없었다. 그건 오래 전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십대 때 만났던 여자들은 늘 자신이 을이 되기를 자청했고, 태형은 그들의 기대치에 아주 조금 맞춰주기만 하면 되는 정도의 만남을 가졌다. 그렇기에 지민을 만나서 겪은 감정은 날것이었다. 태형은 그의 곁에서 값없는 사랑을 주며 조금씩 자신의 맛을 찾아갔다.  

 건물이 떠나가라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 속에 고립된 섬처럼 놓인 두 남자가 있다. 주위를 에워싼 소음들은 거짓말처럼 뮤트 되고, 태형은 저 멀리 시선의 끝에 앉아 있는 남자와 시선을 맞췄다.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 원하지 않아도 소식이 들려왔던 남자. 혹시라도 지민이 다시 그를 찾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지내온 세월이 자그마치 7년이었다. 지민의 인생에 그 남자가 있었던 건 고작 3년인데, 그 배가 되는 시간을 괴로워한 건 태형이었다.

 조연출로 입사해서 처음 투입된 뮤지컬이었다. 뒤늦게 더블캐스팅 된 주연이 전정국임을 알았을 때, 태형은 터져 나오는 탄식을 숨기지 못했다. 그 이름 석 자를 듣는 순간 지민을 먼저 떠올렸다. 지민이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여겼으면서, 정작 그런 순간에는 박지민과 전정국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러나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지민이 얼마나 많이 아팠는지, 내색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애써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국아, 나 어지럽다아….’

 아주 오래 전, 술에 많이 취하면 자신에게 그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우리 지민이, 걔 보고 싶어?’
 ‘으응. 정국이, 정국이 보고 싶은데… 이제 볼 수가 없어.’
 ‘왜 볼 수가 없어?’
 ‘그러면… 태형이가 아파. 우리 태형이가 우니깐….’
 ‘…….’
 ‘내가 우리 태형이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래. 아주 조금만 보고 싶어 하다가 말아. 알겠지.’

 아마도 지민의 기억에는 없을 그런 말들은 차곡차곡 태형의 마음 안에 쌓여왔다. 다음 날이면 숙취에 버둥거리며 관자놀이를 쥐어짜는 지민에게 북엇국을 끓여줄지언정, 손톱만큼의 서운함도 내비치지 못했다. 내색하지 못하는 건 지민이나 태형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민이 취중에 내뱉는 말들이 태형을 완전히 좀먹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 말 따위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으며, 지민역시 충분히 태형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므로. 불길 같은 사랑도, 미열 같은 사랑도 했다. 온도가 다르지만 그 형태는 분명히 같았다. 태형은 지민에게 하염없이 속삭여주었다. 너에 대한 확신이 든다고.

 태형은 그렇게 기억의 편린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



 “…….”

 시선의 소실점에 닿아 있는 남자에게 묻고 싶었다. 혹시 지금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이유가, 혹시 내가 예상하고 있는 그거냐고. 태형은 맥주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미 미지근해져버린 술처럼, 아무 일도 없이 밍밍하게 지나가길 바랐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피어오르는 불안함은 자꾸만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지키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전정국의 등장은 벌써부터 자신을 바꿔놓고 있었다. 언제나 퇴근하면 회사 생활에 대해 재잘재잘 물어오는 지민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해주던 태형이었다.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전해줄까 고민해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국이 뮤지컬의 주연으로 들어온 후부터는 더 이상 지민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어떤 뮤지컬을 맡게 되었는지조차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태형을 늘 괴롭혔다. 그에게 작품명을 이야기해주면 분명히 찾아볼 테고, 정국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테니까. 수다쟁이였던 태형이 퇴근 후 입을 꾹 다물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을 청하고, 이제 일 얘기가 재미없다는 말로 그의 입을 다물렸다. 싱숭생숭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질 때마다 지민을 안았다. 처음 같이 살던 때처럼, 밤새 이름을 부르며 그의 몸에 올라탔다. 거짓말을 하는 기분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태형 씨, 뭐하고 있어. 잔 좀 돌려봐.”

 막내 조연출을 닦달하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태형이 술병을 들고 일어나 빈 잔들을 하나씩 채워갔다. 그 순간에도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정국의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다.

 왜 자꾸 쳐다봐. 왜?

 배우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건배가 오고갔다. 거창한 환영 파티의 주인공이 된 정국은 이곳에서마저 반짝거리고 있었다. 지민이 언제 자신을 버리고 그에게 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스무 살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태형은 제 앞에 놓인 술을 연신 들이켰다. 목구멍이 까끌하다. 잔잔하던 수면에 다시금 돌을 던져온 저 유명한 남자를 치워버리고 싶다. 자신의 삶, 그리고 지민의 삶에서. 전정국이라는 이름을 아예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민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는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태형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조용히 프로필 사진을 열었다. 밝게 웃고 있는 지민의 사진을 테이블 아래로 숨겨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몽롱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머릿속으로 독백을 이어간다.

 그래, 이젠 내꺼야. 지민이는 내꺼야. 뭘 겁내.





*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선 지민은 그대로 바닥에 몸을 누였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몇 잔 받아 마신 술 때문이 아니라면, 이유는 분명히 하나다. 전정국. 전정국 때문에.  

 “못됐어….”

 곱씹을수록 드는 생각은 이유모를 원망이었다.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던 정국의 표정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모습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모른 척해서? 지민은 차라리 그가 자신을 보자마자 얼굴에 침이라도 뱉었으면 기분이 이렇게까지 이상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천장을 향해 술 냄새가 가득한 입김을 훅 불어낸 지민이 목을 옥죄는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풀어헤치고는 방바닥에 머리통을 문댔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처럼 몸이 축축 늘어지는데 정신은 점점 더 멀쩡해졌다. 보일러가 돌지 않아 냉기가 서린 바닥을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지민이 낑낑거리며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포털을 열어 검색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얀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조금 망설여졌다. 전정국이란 이름을 입 밖으로, 또는 텍스트로 직접 꺼내본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이후로 의식적으로 연예 뉴스 같은 건 접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행히 주위에는 연예계의 가십을 주제로 입을 터는 놈들이 없었고, 우연히 TV화면에 정국이 나올 때면 재빨리 채널을 돌려주던 태형 덕분에 그의 얼굴을 5초 이상 본 적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넘치도록 볼 수 있는 전정국인데, 지민에게만큼은 참 어려운 사람이었다. 지민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 한 글자씩 천천히, 지독하게 익숙하지만 어쩐지 낯설게만 느껴지는 그의 이름을 적었다. 그깟 이름 검색하는 게 뭐라고, 식은땀까지 날 지경이다.

 전정, 까지 쓰자 자동완성 단어가 연달아 떴다.

 전정국 탈퇴
 전정국 루머
 전정국 뮤지컬
 전정국 인터뷰

 세월이 흐른 만큼, 정국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인터넷 상에 범람하고 있었다. 지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클릭해나갔다. 가장 먼저 발견 한 건 정국이 그룹을 탈퇴하고 소속사를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오래전 자신을 찾아왔던 그의 매니저 얼굴이 떠올랐다.

 ‘정국이랑 만나지 말아줄래?’
 ‘이렇게 하다간 정국이 오래 못 가.’
 ‘정국이 인생 네가 책임질 수 있어?’
   
 스무 살, 어렸던 자신을 겁쟁이로 만들었던 무서운 말들. 지민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이 결국 정국을 놓을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잘나가는 아이돌이어서. 그에게 걸림돌이 될 수가 없어서.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으로 제 가슴을 내려쳤다. 가슴속에 숨어 있던 답답한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솟아 토기가 올라올 지경이었다.


 ……에 대해 전정국은 “매순간 가수가 된 것을 후회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제는 내가 잃어버린 걸 찾을 것”이라며 덧붙였다. 한편 전정국은 지난 3일 뮤지컬 ‘Return’의 주인공 한결 역에 더블캐스팅 확정되었으며……


 지민은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며 숨통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후회. 후회. 까마득한 언젠가 그에게 물었었다.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하느냐고. 욕심껏 그의 입에서 후회한다는 말이 나오길 바랐던 못난 자신. 그리고 그 물음에 돌아온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말갛게 웃던 얼굴이었다. 대체 어떤 게 진짜야. 그땐 분명 후회 안 한다고 했잖아. 지민은 자신이 모르는 세월 동안의 정국이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을 겪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지, 그 칠흑 같은 세상에서 진정 외톨이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혹시 그를 지금까지 고통으로 묶어놓은 이유 중에 자신도 있는지.

 “…욱.”

 구역질이 올라왔다. 지민이 입을 틀어막으며 싱크대로 달려갔다. 휘청거리다가 발을 헛디뎌 쓰러질 뻔한 몸을 간신히 버텨 세우며 개수대 안으로 위액을 쏟아냈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꽁꽁 숨겨 놨던 전정국의 존재가 기어코 튀어나오고 말았다. 지민은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입을 헹궜다. 흐르는 물을 잠글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바닥으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쏴아, 빈 공간을 울리고 있는 수돗물 소리를 들으며 두 손바닥에 이마를 묻는다.

 정국아, 전정국.

 이제는 너무 멀어져버려서, 아무리 불러도 듣지 못할 이름을 부르며.





*






 정국은 홀 안에 모인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애써 무시한 채 제 이름이 적힌 의자에 착석했다. 갑작스레 주연 자리에 더블캐스팅 된 아이돌 출신 초짜 배우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 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지난 7년간 그룹 활동으로 쌓아온 커리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지만, 그건 오로지 가요계에 국한된 것이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첫 시작점에서 정국은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신인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신을 향한 왜곡된 눈초리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오로지 자신의 몫임을 알고 있다.

 그룹을 탈퇴하고 소속사에서 나온 뒤 한 달이 지났다. 그간 정국에겐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소문이 따라붙었다. 도대체 어떤 루머가 얼마나 퍼지고 있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건 아마 전 소속사의 짓일 테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대표이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약이 올라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기름진 얼굴. 정국은 최선을 다해 그를 비웃어주었으나, 그 순간에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일이 평탄치는 않겠구나. 이 바닥의 생리는 그런 법이다. 그것이 연예계에 7년을 몸담으며 깨닫게 된 법칙이었다. 편이 될 수 없다면 적이 되기는 쉽다. 연습생 생활 3년, 가수 활동 7년. 총 10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옛 식구의 이면은 역겹기만 했다.

 새 소속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골치가 아팠다. 정국은 그걸 잠시 미루고 뮤지컬에 집중하기로 했다. 몇 달간 죽은 듯이 연습에 임하다 보면 자신에게 쏠린 관심도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이 지나도 들끓는 관심은 과연 보통의 연예인들과 다른 수준이긴 했지만, 그 역시도 언젠가는 사그라질 거라고, 분명히 그럴 거라고 믿었다.

 첫 대본 리딩이 시작되고, 정국은 최선을 다해 대사를 읊었다. 뮤지컬 ‘Return’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 내용이 자신과 무척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남자 주인공이 처절하게 절규하다가 복수하고 사랑을 되찾는 줄거리. 뮤지컬의 시놉시스를 받는 순간 단번에 지민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식으로 연기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감정 발화는 쉬웠다.

 “내 말 들어. 그 엿 같은 이유 내가 다 없앨 거니까. 죽일 수도 있었어. 이봐. 네가 원한다면 당장 죽여줄게. 근데 그거 알아? 네가 내게 죽으라고 한다면 나는 나를 찔러. 날 버린 이유가 나라면 차라리 그래줄게. 대신 키스 한 번만 해줘. 대가로는 값싸잖아.”

 체화되지 않은 연기가 아니라 전정국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대사처리는 담백하지만 잔잔하게 들끓는 감정이 담겨져 있었으며, 앞으로 노래를 연습하게 된다면 이보다 분명히 더 잘할 것이었다. 지민을 떠올리며 노래를 녹음했던 세월이 셀 수도 없이 많았으므로.

 정국의 마지막 대사가 끝나자 홀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와, 정국 씨 제법인데요?”

 침묵을 뚫고 총 연출이 흡족한 목소리로 그랬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정국은 그제야 숨을 탁 터뜨렸다. 자신을 향한 편견은 천천히 깨나가면 될 것이다. 가슴 속 저 아래서부터 뛰는 맥을 가다듬으며 심호흡을 했다.  



 
 첫 리딩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정국은 홀로 앉아 있었다. 손에 들려 있는 대본을 쥐고 한참을 생각 속에 빠져 들어갔다. 그 안에는 며칠 전 봤던 지민의 얼굴이 가득했다. 우연히 만난 그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졌다면 달라졌고, 같다고 한다면 같았다. 함께 찍은 사진이 몇 장 없어서 닳고 닳도록 봤던 낡은 종이 속 인물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움직였다. 놀란 얼굴과 물기를 머금은 눈자위. 정국은 그를 보자마자 어쩐지 길거리에서 와앙 울어버릴 것만 같았지만 가까스로 눌러 삼켰다.

 참는 것 하나는 제일 자신 있었다. 7년을 참았으니까. 더 참으라고 해도 참을 수 있었으니까. 당장이라도 그를 끌어안고 입 맞추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참을 수 있었다. 어떻게 다시 만나서 그를 되찾아 올까 고민하던 수많은 밤이 떠올랐다. 전혀 계획에 없던 장면이었다. 침착해야 했다. 정국은 이토록 성숙해버린 자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

 “저, 불 꺼야 하는…”

 생각의 흐름을 끊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국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주치고 만다. 전등 스위치에 손을 댄 채로 자신을 보고 있다가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놀라 굳어버리는 얼굴. 지민의 옆에 항상 붙어 있던 남자.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입이 합 다물어지는 태형을 보고 정국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뚜벅뚜벅 걸어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탈칵, 등 뒤에서 전등을 스위치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어두워진 복도를 걸었다. 조용한 복도에 두 남자의 발소리만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혹시, 저 알죠.”

 앞서 걷던 정국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뒤 따라 걷던 태형이 덩달아 걸음을 멈췄다.

 “…네, 알죠. 유명하시니까.”
 “…….”

 태형의 대답에 정국은 뭐라 대꾸할 말을 잃었다. 분명 그도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환영회식 날 뚫어져라 눈을 마주치던 것을 잊지 않았다. 정국은 궁금했다. 혹시 이 남자는 아직도 지민의 곁에 있을까. 물어보고 싶은 말이 혀끝까지 올라와 맴돌았다. 그때 태형이 정적을 깨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은, 저 아시죠?”

 자신을 안다고 확신하는 태형의 말투에 정국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둑한 복도에서 태형을 마주보고 섰다.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태형의 커다란 눈을 마주봤다. 비슷한 눈높이에서 마주보자 7년 전 어느 순간이 떠올랐다. 지민의 손을 꽉 잡은 채로 자신을 경계 섞인 눈빛으로 노려보던 낯선 남자. 한 번도 누구의 것이 되었던 적 없는 지민의 곁에 있던 이질적인 풍경. 그때도 묻고 싶었는데. 넌 대체 뭐길래 지민이 옆에 있느냐고.

 “반은 알고, 반은 몰라요.”

 잠시 뺏겼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의 당신이 누군지는 알았고, 지금의 당신은 누군지 몰라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잘 지내나요?”
 
 정국의 물음에 태형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지민의 이야기를 물어본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정국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태형의 입에서 지민의 소식을 모른다는 대답이 나왔으면 했다. 저도 잘 몰라요. 연락한 지 오래 됐어요. 아니면, 아마 잘 지내겠죠. 그러나 정국의 바람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네. 엄청요. 엄청 잘 지내요.”  

 그 말은 무기가 되어 정국의 가슴을 세게 내려친다.













(+)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아는 애는 토요일 연재로 찾아오겠습니다.
부지런해져야겠어요!



사랑은  | 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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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꾸  | 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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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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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앓계  | 19012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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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짐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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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83  | 19012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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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oQoo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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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이말봉양  | 19012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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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엽  | 19012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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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ji779o  | 190120  삭제
ㅠㅠㅠㅠ 엄청 기다렸네요. 감사해요 잘 읽었어요. 근데 저 분명 회원가입했었는데 늘 로그인이 안 되네요 엉엉
백진주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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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blu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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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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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화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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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Heather  | 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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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shine  | 19012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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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숙  | 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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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wty2siu  | 19012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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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미  | 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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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  | 190121  삭제
아는애!!!!드디어!!!!!! 2막을 볼 수 있다니..... 가완삼 가완삼 신나는노래... 가완삼은 볼때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한데 둘 중 하나는 상처받는 생각을 하면 양날의 검처럼 아..다음 내용을 기다려도 되나 싶고 그렇네요 다음화가 넘 궁금합니다~!
닐리리아  | 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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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걍  | 19012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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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  | 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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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짐꾹  | 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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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짐  | 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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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루  | 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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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jmjk  | 19012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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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yo76  | 19012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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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ng95  | 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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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잉또잉  | 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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쩰맄  | 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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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애..✍ 토요일 연재..(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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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 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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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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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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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  | 191009   
아무도 아프지 않을수는 없겠죠..... ㅠㅠㅠㅠ
임당이  | 191030   
태형이는 지민이를 정국이는.지민이를
어떻게 지켜내고 다시.만날지 기대되요~
지미니마눌  | 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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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교  | 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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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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