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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01 랠리 씀

BGM- 도시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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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01












 1. 살아보려 했다.



 부산으로 돌아간 형은 시도 때도 없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하고 있어? 레슨 중? 우린 평소 그런 사소한 안부를 주고받는 형제가 아니었다. 형이 느끼는 불안함이 텍스트에 가득 묻어 있었다. 어쩐지 필사적이다. 마치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이.

 [ 걱정 마 괜찮아. ]

 사실 괜찮지 않았다. 알파 판정을 받은 후 고열과 통증은 이틀 더 계속되다가 사라졌다. 대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쉰 소리가 바람 새는 것처럼 퍽퍽하게 났다. 예정된 징후였다. 내게 사형선고를 내린 의사가 말해주었다. 열이 내리고 나면 목 주위가 부을 거라고. 호르몬이 분비되는 갑상선에 무리가 가서 그런 거라고 했다. 알파 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회사 건물 옥상 난간에 섰다. 그리고 바로 알아버렸다. 나는 절대로 이 아래로 뛰어내릴 수 없다. 불행히도 남은 미련이 많았다. 노래와 춤, 랩을 배우며 한 뼘씩 자랄 내 모습이 궁금했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그걸 못 보는 거잖아.

 ‘정국아.’
 ‘일단 침착하고…’
 ‘숨기자. 그러면 돼.’

 애타게 나를 진정시키던 형의 목소리가 소용돌이쳤다. 숨겨도 될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 그럼 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오래도록 들키지 않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이미 돌연변이인 사람들이 가요계에 많이 있는 건 아닐까. 숨기기만 하면…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차분해졌다.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살아보려 했다. 그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레슨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노래 레슨을 마치고 테스트용 녹음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데뷔 조를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나는 아직 무더운 9월 초에 목까지 올라오는 티셔츠를 입고 죄인처럼 앉아 있었다.

 “감기가 무지 오래 가네. 데뷔하려면 몸 관리도 잘 해야 해. 알지?”
 “…….”
 “미국에서 많이 고생했나 보다. 괜찮아질 때까지 조금 쉬자. PD님께는 내가 잘 말할게.”

  덕분에 나는 꼬박 일주일 간 레슨을 받지 못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혼란을 갈무리하지 못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껴입었던 옷을 벗으면 목울대 밑 부분이 눈에 띄게 부어 있었다. 마치 혹이 달린 것처럼 말이다. 이걸 들킬까 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지 않은 척했다.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턱을 치켜들어 목 아래를 확인했다.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동그랗게 부어오른 부위. 돌연변이 호르몬이 나온다는 그곳을 잡아 뜯고 싶었다. 내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발현 후 보통 2,3년 후에 첫 러트 사이클이 온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알파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성장기 또는 과도기. 내 인생을 좆같이 만들어버릴 준비 기간.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변할지 가늠해보지 못했다. 끔찍했다. 회사에 이 사실을 숨기고 데뷔를 할 거란 마음을 가진 순간부터 이미 나는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해본 가장 큰 거짓말이니까. 이미 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연습생 형들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마음을 다 줘 버리면, 혹시 나중에 내가 돌연변이인 게 밝혀졌을 때 받을 상처가 클 테니까.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나는 원래 낯을 가리던 놈이었으니까 그저 원래대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먼저 걸어오는 말에만 대답했고, 눈을 길게 맞추지 않았으며, 정말 재미있는 일이 아니면 소리 내어 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겨울이 됐다. 유난히 아프고 외로웠던 가을을 지난 열여섯의 겨울. 드디어 데뷔조가 되어 일곱 명의 숙소에 들어갔다. 진짜로 시작된 것이다. 일생일대의 거짓말이.





 2. 연인



 “작업해?”

 박지민은 늘 내 방문을 두 번 노크 후 고개를 빼꼼 내밀어 묻는다.

 “작업하면 안 들어오려고?”
 “아니.”

 내 방에 굳이 발걸음 하는 건 사실 한 사람뿐이다. 형은 얼른 방에 들어와 문을 잠근다. DNA 컨셉에 맞게 밝게 탈색한 금발머리를 나풀거리며 걸어와 침대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숨겨둔 상자를 꺼내 연다. 나는 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형의 자그마한 등판을 물끄러미 보았다. 형이 주사기와 약을 들고 다가온다.

 “아직 안 맞았지?”
 “응.”
 “해줄게.”

 형이 나 대신 주사를 놔 준 지는 4개월이 되었다. 그 동안에 두 번의 *러트 사이클이 지나갔다. 이 망할 놈의 러트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찾아왔다. 그 전에 일주일 간 *프리(pre-) 러트 기간이 찾아오는데, 오메가를 만날 준비를 하느라 온몸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이 과정은 어떤 방법을 써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참고 견디다가 비로소 러트를 맞이하고, 오메가를 만나 욕정을 해결함으로써 소강된다. 단지 늦지 않게 주사를 맞아 증상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뿐이다. 그나마 주기가 일정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어느덧 알파의 삶에서 감사한 것들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 러트 사이클 : 오메가와 성관계를 해야만 소강되는 발정기. 다소 난폭해지며 심신의 소모가 심하다.
 * 프리 러트 사이클 : 러트 사이클의 잠복기. 다양한 전조 증상이 나타나며 해결 방법은 없다. 오메가와의 신체 접촉이나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은 가능하나 미미한 수준이다. 알파가 온전히 견뎌야 하는 시기.




 처음 형이 주사를 놔준 건 미국에서였다. 빌보드 시상식이 하필이면 프리 러트 기간이라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전조 증상은 매번 달랐다. 어떤 때는 몸살에 걸린 것처럼 아팠고, 또 어떤 때는 수마에 빠진 사람처럼 온 몸이 축축 늘어졌다. 그때는 하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증상이 찾아왔다. 나는 비행 중에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칸칸이 떨어진 시트에 누워 있는 멤버들을 살피며 지나쳤다. 다행히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박지민은 나를 따라 화장실 칸 안에 들어왔다. 나는 문이 닫히자마자 형을 허겁지겁 끌어안고, 어서 내게 숨을 불어넣어 달라고 애원했다. 형은 내 위에 올라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인공호흡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 나는 형이 불어 넣어주는 숨을 받아 마시며 가련하게도 울었다. 연인을 울리는 내 자신이 참 별로라서 그랬다.

 ‘이제 됐어. 자리로 가. 나 주사 놓으려고.’
 ‘내가 해줘도 돼?’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박지민은 고집스럽게 내 주머니를 뒤져 주사기를 꺼냈다. 어설프게 주사기 안으로 약을 빨아들이고는 손을 덜덜 떨었다.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채로 앉아,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형의 손목을 감아쥐었다. 벌레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죽이는 사람이 어떻게 내 허벅지에 무시무시한 바늘을 꽂으려고. 그 객기가 귀여워서 풋 웃었더니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왜 웃어. 나 할 수 있어.’
 ‘형이 하면 더 아플 것 같은데.’

 하루에 두 번씩 맞는 주사 때문에 이미 내 허벅지는 벌집이 되어 있었다. 형은 붉은 자국이 난자한 내 살갗을 손끝으로 살살 쓸어주더니,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주사바늘을 꽂아 넣었다. 윽 소리가 날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 형의 손목을 문질렀다. 주사약을 끝까지 밀어 넣은 형은, 비로소 바늘을 뽑으며 훌쩍였다.

 ‘주사는 내가 맞았는데 형이 왜 울어.’
 ‘우리 정국이 불쌍해서.’
 ‘그래. 실컷 불쌍해 해. 싫어하지만 말아.’
 
 박지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괜찮다. 나를 사랑해주기만 하면.



 “내일 컴백 쇼 괜찮겠어?”
 “안 괜찮아도 하는 수 없지.”
 “얼른 바지 벗어.”

 나는 형의 말에 고분고분히 바지를 내린다. 트레이닝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가 걸쳐진다.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내 앞으로 형이 무릎걸음을 걸어 다가온다. 몇 번 해봤다고 제법 능숙하게 주사약을 채운다. 바늘 끝으로 약 한 방울을 흘려보낸 형이 소독 솜으로 허벅지 안쪽을 문지른다. 시원한 감각을 느낄 새도 없이 단숨에 바늘을 찔러 넣는다. 빠르게 약을 투여한다. 그렇게 해야 덜 아프다는 걸 내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어때. 나 간호사 같지.”
 “제법.”

 이 주사는 아프다. 바늘을 찔러 넣는 것도, 약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모두 고통스럽다. 그래도 직접 찔러 넣는 것보다는 타인이 해주는 편이 훨씬 낫다. 형은 프리 러트 기간이 올 때마다 하루에 두 번씩 잊지 않고 찾아와 나대신 그 일을 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꼭 이렇게.

 “아….”

 벌어져 있는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드로즈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혀를 내어 얇은 천 조각을 침으로 적시며 내 것을 애무한다. 마치 주사 맞은 아이에게 사탕을 주듯, 그렇게 입으로 내 것을 물고 빨며 달랜다. 그러면 나는 기꺼이 어린 아이가 되어준다. 푹 젖은 속옷을 내려 내 것을 꺼내고는 형에게 어서 해달라고 조른다. 선물처럼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 성기가 크기를 키우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

 박지민은 자신의 방법으로 나를 자라게 한다. 나는 이제 형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내 21년 인생을 통틀어 형이 내 옆에 있었던 시간은 5년. 그 중 내 연인으로 산 것은 약 2년. 고작 인생의 십분의 일밖에 차지하지 못한 당신이, 지금은 나를 구원해줄 유일한 사람이다. 정말로 당신은 나의 구원자다.





 3. 사춘기



 “요즘 왜 그래?”

 연습생 생활을 오래 같이 해온 태형이 형은 내 심경의 변화를 안 모양이었다. 눈치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의외로 관찰력이 좋은 형이긴 했다. 데뷔 후 평소보다 바빠진 연습 스케줄에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나를 지켜볼 일이 많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은 몰랐다.

 “제가 뭐요?”
 “사춘긴가?”

 사춘기라는 세 글자에 연습실 바닥 여기저기서 손부채질을 하며 앉아 있던 형들의 시선이 모였다. 박지민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끌며 내게 가까이 왔다. 데뷔 전보다 살이 많이 빠져서 턱이 뾰족해진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어, 우리 정국이가 사춘기라고?”
 
 나는 형의 관심이 늘 불편했다. 항상 내 일이라면 가장 먼저 달려와서 다정하게 묻곤 했는데, 마음을 닫기로 한 이상 이런 간지러운 행동은 방해만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 표정이 좋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윤기 형처럼 힐끔 쳐다보고 말거나 태형이 형처럼 과자를 내밀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꼭 박지민은 얼굴을 들이대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번에도 코앞까지 얼굴을 밀고 들어온 형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형은 내가 밀어내도 아랑곳 않고 더 가까이 붙었다.

 이상하고 불편했다. 형은 누구에게나 다 그런 편이었지만, 나는 그가 나눠주는 많은 관심 중에 한 조각을 차지하는 것조차 어색했다. 적어도 내가 스스로의 카오스에서 빠져나올 때까지만이라도 고요히 내버려 두었으면 했다.

 “전엔 안 그랬잖아.”
 “저 원래 그랬는데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야 태태, 뭘 네가 키워? 내가 키웠는데 정국이.”
 “말도 안 돼. 너 회사 오기 전부터 얘는 내가 키우고 있었어.”

 두 형들이 나를 사이에 두고 엄마 놀이를 시작했다.

 “그래도 팬들이 좋아하던데. 낯가리는 것 같아서 귀엽대.”

 웃음이 났다. 사춘기. 그 세 글자는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사실 내 사춘기는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지나갔다. 열일곱의 나는 그저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잘 지켜야할까 고민하는 소년일 뿐이다. 절대로 돌연변이임을 들키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말이다. 알파 진단 후 몇 개월이 흐를 동안 주기적으로 목이 부어 목소리가 안 나왔을 때 빼고는, 딱히 다른 증상은 없었다. 아직 첫 러트가 오려면 멀었다고 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예외에 해당하는 사람일까 봐 두려웠다. 간혹 러트가 일 년 미만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으니까.

 알파와 오메가들이 주로 정체성을 들키는 이유는 사이클 때문이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그 끔찍한 것을 기다리다가, 예고도 없이 찾아온 폭풍에 쉽게 휘말려버리는 것이다. 나는 늘 그게 불안했다. 첫 앨범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토록 원했던 가수 활동이면서, 이미 영혼의 절반은 걱정과 불안에 푹 잠겼다. 그렇게 나는 사춘기 소년으로 굳어가고 있었다.



 - 내 이름으로 가입해놨어. 아이디랑 비번 보내줄게.
 “고마워, 형.”
 - 괜찮지?
 “…아직까지는.”

 알파와 오메가들은 음지에서 모인다. 까다로운 절차를 세 개나 거쳐야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서로가 없인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살아가고자 한다. 그곳에는 나처럼 아직 미성숙한 알파와 오메가들이 막막한 앞날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또한 사이클을 해결할 상대를 찾기도 한다. 형이 준 ID로 로그인해서 처음 본 글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가판에 올라간 상품처럼, 자신의 프로필을 몇 개의 숫자로 수치화 한 사람들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 수도권 25세 오메가남, 175/62 슬림근육, 격월 말 *히싸, 경구피임 」
「 인천 18세 알파남, 168/60, 첫 러트, 경험 무, 데려가세요. 」
「 경남 22세 오메가여, 163/48, 월초 히싸, 꾸준한 만남 원해요. 」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글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자신을 골라가라는 몸부림이었다. 그건 끔찍한 내 미래이기도 했다. 첫 러트가 오고 나면 나도 이 사람들처럼 상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얼굴이 알려진 아이돌이라 그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 히싸 : 히트 사이클의 준말. 오메가의 발정기를 뜻한다. 알파의 체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신체적 변화를 겪는 증상.



 - 전정국. 힘들면 말해. 알겠지?
 “그럴게.”
 - 엄마가 너 무대 하는 거 보고 좋아하셨어.
 “무슨 뜻인지 알아. 나 안 죽어. 당분간은.”
 - 야. 무서운 소리 하지 마. 그런 생각도…
 “살 거라니까?”
 - …믿는다.

 화장실에서 형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문 바깥에서 인기척이 났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박지민이 문 앞에 서서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다리를 떠는 게 보였다. ‘안 죽는다’는 말을 엿들은 게 분명하다. 저 형은 장난으로라도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댄스 브레이크를 더 잘 할지, 닭가슴살을 얼마나 더 먹어야 젖살을 쪽 뺄 수 있을지, 그런 아이돌스러운 고민을 하는 긍정적인 형이니까.

 짜증이 덜컥 났다.

 “형.”
 - 어?
 “다들 내가 사춘기래.”
 - …….

 그래서 박지민이 들으라고 부러 말을 골라냈다.

 “나 사춘기인가 봐.”
 - 그거야 다들 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니까…
 “사춘기가 안 끝났으면 좋겠다.”

 이 시절이 끝난다는 건 내가 완전한 알파가 되었다는 뜻이다. 어쩌면 난 그때가 되어서 진짜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뒤져버릴까?”

 내 말에 탄식을 내뱉는 형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박지민이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내게 시선을 붙여온다. 나는 형을 향해 피식 웃어주고는 옆을 지나쳤다. 등 뒤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국아….” 못들은 체하며 방에 들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누웠다. 침대 옆까지 따라온 형의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금 더 사춘기 소년 행세를 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안 죽어. 진짜로 당분간은… 안 죽어.
 그러니까 신경 꺼.





 4. 변화



 열여덟이 되자 나는 점점 알파의 모습을 갖춰갔다. 우선 주기적으로 목이 부어서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만큼 호르몬이 주기적으로 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운 좋게도 라이브 무대를 해야 할 때를 빗겨갔지만, 언제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회사 사람들에게 나는 성대가 예민하고 컨디션 조절이 힘든 이미지가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돌연변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 우리 세계에선 그들을 베타라고 부른다. 순전히 알파와 오메가를 기준으로 한 명칭이다. 베타가 우리의 특징을 잘 모른다는 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난 알파나 오메가 발현 증상은 아니냐며 의심 받았을 것이다.

 호르몬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신체 변화가 생겼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근육이 붙었고, 체형이 커지는 속도가 빨랐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아랫도리에 반응이 왔다. 아무런 맥락 없이 난처한 신체 변화를 겪을 때면 얼른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 위에서 자위를 했다. 쉽게 발정하고 금방 식어버리는 내 몸의 온도 차에 천천히 적응하고 있을 때쯤, 나는 무언가를 예감했다.

 냄새.

 내 몸에서 낯선 체향이 났다. 연습 후 땀에 젖은 티셔츠를 벗으면, 퀴퀴한 땀 냄새 대신 다른 향이 났다. 처음엔 누가 내게 향수라도 뿌린 건가 싶어 축축한 옷에 코를 묻고 몇 번이나 킁킁거렸다. 옷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머스크 향. 언젠가 팬에게 선물 받았던 향수에서 나던 베이스 노트와 비슷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향과는 확실히 다른 알싸함. 향긋하면서 코 안쪽 점막을 마비시킬 만큼 강한 무언가. 나는 그때부터 내 몸 구석구석을 킁킁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냄새의 근원이 어디일까. 그리고 그걸 알아채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없었던 신경이 생겨난 것이다.

 귀 뒤쪽에 힘줄이 돋아난 것 같았다. 얼굴 근육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귀 뒤 어딘가에 내 자의로 조절하며 여닫을 수 있는 신경 세포가 생겼다. 나는 그 낯선 부위를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태어나서 처음 움직여 보는 근육이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몸속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했다. 내 몸에서 나는 체향의 근원은 그곳이었다. 알파 특유의 향. 페로몬을 뿜어내는 곳.

 커뮤니티에 들어가니 페로몬에 대한 정보가 많았다. 침대에 누워 밤이 새도록 그것들을 다 읽었다. 페로몬이 분비되기 시작했다는 건, 곧 러트가 멀지 않았다는 징표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알파 진단을 받은 지 2년이 되는 해였다. 이제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바보 같이 하루에 몇 번이나 샤워를 하며 나의 체향을 확인했다. 소용없는 짓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 향은 점점 짙어졌다.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마다 불안함을 견디지 못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방송국에서 혹시라도 누군가가 내 체향을 맡진 않을까. 베타들의 틈에 섞여 살고 있는 또 다른 돌연변이가 나를 알아보는 건 아닐까. 내 앞에 있는 수많은 팬들 중 누구 하나라도 내가 알파인 걸 알아채진 않을까. 입에서 입으로 그 말이 전달되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방탄소년단 정국이 알파라는 사실이 떠벌려지진 않을까.

 기피증이 생겼다. 팬 사인회가 있는 날이면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사인회장에 앉아 내게 가까이 오는 팬들의 눈치를 살폈다. 제발 그들 중에 나 같은 돌연변이가 없길. 영원히 나 혼자 가지고 갈 비밀이 될 수 있길.

 ‘정국이는 향에 예민해요.’

 닥치는 대로 향수를 사기 시작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멤버 형이 한 말 덕분에 향수 선물이 몇 배로 들어왔다. 알파 향을 감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묻어가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자, 졸지에 나는 향수를 좋아하는 10대 소년이 되어 있었다.



 - 체향을 조금 억제할 수는 있대.
 “그래?”
 - 조금 비싸긴 하더라. 주사도 있고 먹는 약도 있고.
 “이번에 정산 받으면 그거부터 사고 싶어.”

 우리 형은 유일한 내 조력자다. 아마 형이 없었더라면 나는 가수 생활을 하며 단 한 가지도 혼자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추석 때 몰래 가지고 올라갈게.

 변화 속도는 빨랐다. 약을 받기로 한 추석이 가까워지자 나는 내 체향을 조금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귀 밑의 신경을 움직여 페로몬 분출구를 열면, 삽시간에 온 방 안이 내 향기로 가득 채워졌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반대로 그곳을 닫으면 미미한 향이 났다. 샤워 코롱을 뿌린 것 같은 은은함. 이런 조절이 마음에 드는 오메가를 내 앞에 굴복시켜 몸을 섞는 데에 유용한 방법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익히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터득해가는 알파의 방법들이 역겨웠으나, 그걸 거부할 만한 능력은 내게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알파로 완성되어 갔다.



 “정국아. 이거 무슨 향수야?”

 내게 늘 관심이 많은 박지민은 가끔 내 뒷목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곤 했다. 나의 어두운 부분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없이 그랬다. 나는 향과 관련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들짝 놀랐다. 형이 절대로 내 알파 향을 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 발이 저려 재빨리 형을 떼어냈다. 점점 힘 조절이 쉽지 않아져서 나도 모르게 형을 패대기치듯 밀어낸 적도 있었다.

 “아… 간지러워서요. 미안요.”

 내 힘에 밀려 벽에 등을 세게 부딪친 형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그런 얼굴이 언젠가부터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다. 제발 나를 좀 가만히 놔두었으면 좋겠는데, 형은 그럴수록 내게 더 달라붙었다. 내 반응은 늘 똑같은데 왜 그러는 걸까. 다정한 건 내게 분명히 독이 된다. 친절한 얼굴 너머에 나를 박대할 미래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그려졌다.

 안다. 그게 내 피해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정국맘은 오늘도 실패했고요.”

 주방에서 시리얼을 먹던 석진이 형이 박지민을 향해 놀리듯 말했다.

 “난 인제 정국이 엄마 포기. 쟨 못 키워.”

 지나가던 태형이 형이 한 마디 덧붙였다. 박지민은 내 표정을 살피다가 이내 헤헤 웃었다. 바보 같다.

 “정국이가 나를 좀 좋아해줬으면 좋겠네.”
 “포기해. 사춘기 소년은 건드는 게 아니다.”
 “옳소.”

 오고가는 모든 말이 거슬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들이 모르는 게 당연한데도 가끔 부아가 치밀었다. 어차피 내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모를 거면서, 제발 나 좀 그냥 두지. 입에 담지도 말고, 관심도 갖지 말고, 그냥 사춘기가 언젠간 끝나겠지 하고 내버려 두면 되잖아.

 나는 박지민의 손목을 잡고 조용히 끌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등 뒤에서 다른 형들의 야유 소리가 들렸다. “막내 드디어 폭발하나요.”, “정국아, 그래도 형이다. 알지?” 그 소리를 뒤로하고 방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헤실헤실 웃고 있던 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나보다 조금 작은 형을 내려 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미안한데요.”
 “…….”
 “제가 좀 예민해요.”
 “너 무슨 일 있지?”

 형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박지민은 평소에 밸도 없는 사람처럼 굴다가도 진지해질 땐 또 형처럼 보였다.

 “형한테 다 말해 봐.”
 “말 할 거 없어요. 별게 아니라서.”
 “그래도 사소한 거라도 형한테…”
 “귀찮아요. 형.”

 내 말에 박지민이 달싹이던 입술을 꾹 닫았다.

 “……정말 귀찮다고요.”

 저 팀 활동에 피해 가는 짓 안 하잖아요. 그냥 저 내버려 두세요. 괴로워요. 나는 차근차근 말했다. 감정을 싣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기분 나빠하지 않을 말투로 담담하게. 박지민은 내 말에 한참이나 미동 없이 내 얼굴을 보았다. 도톰한 눈꺼풀이 고요하게 몇 번 깜빡였다. 그리고 한참 뒤 입꼬리를 가로로 당겨 웃으며 대답했다.

 “형이 미안해. 진짜로 귀찮아하는 줄은 몰랐어.”

 이내 또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다. 눈썹 산이 아래로 축 쳐지고 입술이 앞으로 조금 나왔다. 그 얼굴을 보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눈을 내리깔며 먼저 방을 나왔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걸 견디고 이렇게 질러버린 건, 거리 유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박지민이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때의 난 그랬다. 나를 방어하는 데에만 갈급했다. 방어 대상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했던 나를 건드리는 사람. 지금 만약 누군가가 무엇이 후회되느냐고 물어본다면, 스무 살의 박지민에게 상처 주었던 열여덟의 나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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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주행 중인데...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에는 처음에 읽을 때 이부분을 놓쳤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새로은 감정선들이 보이는게 너무 좋고 설레서 읽는 재미도 두배 세배가 되어 너무 좋아요~
최미은  | 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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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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