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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03 (미성년자) 랠리 씀

BGM- Cold


돌연변이
03










 11. 후유증



 지옥 같은 첫 경험 후 나는 한동안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지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에도 불쑥불쑥 그 장면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건 성 행위를 다시 해보고 싶다거나, 느낌이 좋았다거나 하는 감각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앞으로 율에게 히트 사이클이 올 때마다 이런 것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내게 러트가 온다면 그날보다 더 격렬하고 꼴사나운 섹스를 하게 될 것에 대해. 단지 그런 상상들뿐이다.

 [ 고맙다는 말을 못했네. 정신이 없었어. ]

 며칠 뒤 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다가 텀이 생긴 건 처음이었다. 나만큼 율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고마워 잭. 그리고… ]

 나는 그 다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우리의 사이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 안에 사정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스트레스 받기 시작했다. 혹시 이렇게 지내다가 누군가가 내 아이라도 갖는 날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데뷔 후 천천히 쌓아올리는 것은 이렇게나 어려운데, 한 순간에 무너질 방법은 많았다.

 [ 사후피임약 먹었어. 혹시 걱정할까봐. ]

 그 말에 고맙다고 해야 할지, 뭐 하러 그랬냐고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왔다. 한참 고민 끝에 응, 이라는 한 글자를 답장으로 보냈다. 한편으론 율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필요에 의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혹시 나중에 방탄소년단이 더 유명해지면, 언젠가는 율도 내가 누군지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적당한 때가 되면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까. 이미 서로의 얼굴을 본 이상 익명 친구가 아니다.



 “정국아 나 이거, 이것 좀.”

 박지민은 그날 이후로 내게 다시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형 앞에서 몇 시간 내내 엉엉 울다가, 결국 가족들에게 적당한 핑계를 대고 숙소로 돌아갔다. 텅 빈 숙소의 거실에 이불을 깔고 우리는 함께 누웠다. 울음을 그친 후 조금 민망해진 나는 형이 하자는 대로 가만히 따랐다. 자기 앞에서 그렇게 엉망으로 운 내가 신경 쓰였던 건지, 그날 밤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굴었다. 나보다 덩치도 작은 주제에 꾸역꾸역 내 머리통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하도 울어서 숨 쉴 때마다 딸꾹질이 섞여 나왔다. 손바닥으로 내 등판을 문질러주며 재우는 손길이 퍽 형다운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소원했던 우리 사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처럼 돌아와 있었다.

 형이 옷 안쪽에서 불편하게 꼬인 마이크 선을 풀어달라며 내게 등을 보였다.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은 채로 손을 뻗어 형의 옷 속에 손을 넣었다. 전선을 잡으려다가 손끝이 형의 등에 스쳤다. 보송하고 온도가 조금 높은 살결이 느껴졌다. 그날 밤 나를 안아주던 품처럼 따뜻했다.

 “이런 건, 저기 누나들도 많은데…”

 군말 없이 그의 요구에 응했다는 게 조금 멋쩍어서, 대기실 안에 돌아다니는 스태프 누나들을 향해 눈짓하며 투덜거렸다. 박지민은 그 말에 헤헤 웃기만 했다. 그리곤 내 옆에 털썩 앉아서 내 이어폰 한쪽을 가져다가 귀에 꽂았다. 어, 이 노래는? 하는 소리를 하며. 나는 멜론 플레이 화면을 조용히 보여주었다. ‘Lost stars’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노래였네.”

 그 말이 영화관에서 나를 신경 쓰느라 음악을 제대로 못 들었다는 말 같아서 민망해졌다. 나는 괜히 다리를 떨며 눈을 감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자꾸만 그날 밤이 생각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 시원히 울었던 순간. 누가 가슴을 옥죄어 오는 것처럼 답답하고 아팠지만 이상하게도 후련했던 것이. 눈앞이 까맣게 물들자 나는 순식간에 영화관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내 손을 감싸 잡아 주던 박지민의 손만 빼고, 모든 게 똑같은 기분이었다.

 “다음에 비긴 어게인 다시 보러 가자.”

 형의 목소리가 노래에 섞여 들려왔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I thought I saw you out there crying.
 네가 울고 있는 것 같았어.

 I thought I heard you call my name.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어.

 Just same.
 결국 같잖아.



 ‘네가 우는 게 내 이름을 부르는 거나 마찬가지야.’





 12. 한 이불



 첫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빠졌다. 활동 중에 콘서트를 준비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벅찼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실에 처박혀 있어야 했고, 스케줄이 있는 날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춤을 추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연습생 시절보다 훨씬 험난했다.

 내 몸 상태는 여전히 오락가락했다. 어느 정도 패턴을 파악했다는 것 말고는 딱히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쉽게 끓어오르고 금방 식어버리는 게 그랬다. 발현한지 2년이 지났다. 나는 언제든 러트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추석 때 받은 약과 주사기를 가방 속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 놓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날씨 되게 쌀쌀한데?”
 “괜찮아.”

 욕실에서 씻고 나오는데 태형이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앉아 있는 박지민을 걱정하고 있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조금 신경 쓰였다. 나는 방에 들어가 로션을 바르며 거실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냥 정국이만 거실에서 자라고 해.”
 “왜 심술이야. 너 어차피 게임 하다가 잘 거면서.”
 “오늘은 수다 떨다 자려고 했단 말야.”
 “태태야 피곤하다. 난 머리 대면 기절할 거야.”

 태형이 형이 저렇게 칭얼대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 때문이다. 원래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자긴 하는데, 요즘은 그 정도가 좀 심해졌나 보다. 어저께 형들이 스케줄 갈 준비를 마치고 차에 탔는데 내가 안 보였다고 했다. 나는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내가 여태 자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매니저 형이 헐레벌떡 잠들어 있는 나를 들쳐 안고 차에 태우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방송국 화장실에서 씻어야 했다. 우스운 해프닝이다.

 그리고 바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방에서 너무 존재감 없이 자면 또 빼먹고 갈지도 모른다고, 아예 거실이 내 잠자리로 결정 되었다. 멤버들이 북적북적 돌아다니는 거실에서 자면 지나가면서 한 명씩 나를 깨워주기 쉽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착한 박지민은 나 혼자 거실 바닥에서 자는 게 안쓰러웠는지, 형아 병이 발동한 것이다.

 “아 전정국, 내 친구 뺏어갔어.”
 “뭐가요. 그럼 형도 거실에서 자요.”

 내 말에 태형이 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 약간 바닥에서 자면 꼬리뼈 아파.”
 “태태, 들어가면서 거실 불 꺼줘.”
 “이씽.”

 박지민의 말에 태형이 형은 투덜거리면서도 고분고분 거실 불을 꺼줬다. 나는 컴컴한 거실에 서서 휴대폰 액정 빛을 이리저리 비췄다. 어둠 속에서 박지민이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베개 두 개, 덮는 이불은 하나.

 “이불 하나 더 가져올까?”
 “…됐어요.”

 기분이 괜히 이상해서 얼른 이불에 드러누웠다. 형에게서 등을 돌리고 눕자, 얼른 내 몸 위에 이불을 덮어줬다. 그다지 넓지 않은 이부자리라 그런지, 형이 옆에 누워서 뒤척이는 움직임이 몸에 닿았다. 신경 쓰였다. 사실 형의 품에 안겨 잤던 그날, 되게 좋았는데. 잠도 잘 오고.

 “아 태태.”

 한참이나 누운 채로 폰을 들여다보던 형이 낮게 웃었다. 그 소리에 나는 몸을 돌려 형 쪽을 보았다. 어둠 속에 휴대폰 액정만 빛나고 있었고, 그 빛에 비추어진 박지민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힐끔 보니 태형이 형과 톡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박지민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박지민은 엄지손가락 두 개를 바삐 움직이며 톡 방에 계속 글자를 썼다. 중간 중간 화면에 사진 같은 게 뜨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박지민이 눈을 휘어가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지. 조금 아까까지 붙어 있었으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 걸까. 좁은 숙소 안에 같이 있으면서, 할 말이 있으면 얼굴 보고 하지. 뭐 하러 메시지로 수다를 떠는 거지. 신기했다. 그리고 조금은 부러웠던 것도 같다. 팀 내에 동갑내기 친구가 있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만약 멤버 중에 동갑내기가 있었다면, 그 애에게 내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
 
 나는 조용히 내 폰을 열었다. 율의 메시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요즘 연습하는 시간이 길어져 폰을 들여다 볼 여유가 잘 안 났다. 사실 폰을 보려면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일부러 메시지 확인을 하지 않았다. 잭, 바빠? 요즘 연락이 뜸하네. 오늘 수업을 듣던 중에 네가 생각났어. 또 만날 순 없겠지? 사이클이 와야만 만날 수 있는 건가? 이런 문장들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날 잠자리를 한 이후로 율의 모습이 부쩍 달라진 것이다. 마치 남자친구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 요즘 좀 바빠졌어. 연락 이제 봤어. ]
 [ 바보 ]

 서로 얼굴을 봤으니 더 이상 우릴 익명 친구관계라고 부를 순 없지만, 나를 상대로 연애 비슷한 걸 하고 있단 느낌을 받으니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조금도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게 율이라서가 아니라, 아무튼… 오메가 여자친구가 생긴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적당히 거리를 둬야할까. 난감했다. 그렇다고 진짜로 필요할 때 잠만 자는 딱딱한 사이가 되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인터넷 친구처럼 편하게 서로의 증상과 소소한 일과를 나누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필요할 때 섹스를 하고 나서도 변할 게 없는 사이. 딱 그 정도를 원했던 것 같다. 안일한 생각이다. 몸을 섞은 사이에서 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그땐 몰랐다. 게다가 우린 겨우 열여덟 살이었으니까.

 [ 보고 싶다. ]

 곧바로 온 율의 답장에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박지민과 김태형처럼, 그런 친구 사이까진 못 되어도 나는 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율과의 관계가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가 정립되기까지 존재했던 선 하나가 자꾸만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한숨 쉰다.”

 박지민이 폰을 내려놓고 내게 고개를 바짝 붙여왔다. 나는 황급히 대화창을 내렸다. 누가 봐도 뭔가를 숨기는 모양새인데, 형은 눈동자를 굴려 내 폰 화면을 보다가 금세 시선을 돌렸다. 사실 속으로 엄청 궁금해 하고 있으면서 묻지 않는다. 참 대단한 위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잠 안 와?”
 “형은요. 머리 대면 기절한다면서.”
 “으응. 이제 자야지.”

 나는 폰 화면을 껐다. 순식간에 암흑이 찾아왔다. 우리는 마주보고 누운 채로 한참 서로의 인영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실, 나 혼자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폰 화면을 갑자기 켜서 박지민의 얼굴을 확인해볼까.

 “…….”
 “…….”

 뭐 어쩌게. 날 보고 있으면 뭐 어쩌려고.

 금방 단념하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한참 우리 사이에 정적이 맴돌았다. 나는 박지민이 잠들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진짜로 머리 대자마자 기절한 거라고. 그게 아니면 이런 어색한 침묵이 이상하니까. 내 눈이 어서 어둠에 익숙해졌으면 했다. 매일 보는 박지민의 얼굴인데 뭐가 그렇게 궁금했던 걸까.

 형, 형은 내가 알파인 걸 알면 어떨 것 같아요?
 나를 이해해줄 수 있어요?

 물어보지 못할 말들이 입 안에 맴돌았다. 나를 위로해주던 박지민이, 내 정체를 알고도 그래줄까.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 멤버들 중 단 한 사람에게 털어놔야 한다면 박지민이 되었으면 했다. 밤새 나를 안아줬던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정국아.”

 잠들었으면 했던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너 생각만 해, 나는.”
 “…….”
 “안무 맞추다가도 널 살피게 돼.”
 “…….”
 “이유 절대 안 물어볼 테니까,”
 “…….”
 “혼자 울지만 말아.”

 박지민이 내 옆머리를 쓰다듬는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왜요. 형 왜 내 생각해요?
 나 돌연변이예요. 그게 미치겠어요.

 나는 대답 대신 바보 같은 짓을 하기로 했다.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에 박지민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눈을 깜빡인다. 눈동자가 서로를 향해 있다. 빨려들어 갈 것 같다. 나는 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많이, 페로몬을 흘렸다. 순식간에 거실에는 내 체향이 가득 퍼졌다. 나조차도 지독하게 느낄 정도로 강한 향이다. 박지민이 절대로 맡을 수 없는 향. 나는 그걸 끊임없이 내뿜으며 아우성 쳤다. 나 이런 사람이에요. 형. 알아차려 줘. 제발.

 “오늘은 네가 나 안고 자.”
 “…….”
 “너 때문에 울고 싶거든.”

 아무 것도 모르는 박지민은 스륵 몸을 움직여 내 허리춤을 끌어안았다. 작은 머리통이 내 가슴팍에 닿고, 이내 온몸이 가까이 붙었다. 둥둥. 심장박동이 제멋대로 춤을 췄다. 맥이 탁 풀렸다. 무식하게 페로몬을 내보내던 걸 멈췄다. 멍청이 같은 짓이었다.

 박지민은 내 품에 안긴 채로 뺨을 내 티셔츠 위에 비볐다.

 “좋은 냄새… 정국이 냄새.”

 고양이처럼.





 13. 2017.05



 “좋은 냄새… 정국이 냄새.”

 박지민이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그랬다. 빌보드 시상식이 끝나고 멤버들과 가벼운 뒤풀이를 한 후 나는 형 방으로 찾아갔다. 샴페인 몇 잔을 마셔 기분이 좋은지, 그는 가운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나를 기다렸다. 내가 방에 들어와 문을 잠그자마자 가운을 열고 나체를 보여줬다. 나는 침대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형에게 입을 맞췄다. 혀가 맞닿고 침이 줄줄 흐를 정도로 끈적한 키스를 나눴다. 비행기에서 주사를 맞았지만 아직 프리 러트 증상은 남아 있었다. 거의 끝물. 곧 있으면 러트가 올 것이란 예감이 든다.

 “무슨 냄새?”
 “정국이 냄새.”
 “그니까 무슨 냄새.”
 “…으응, 읏… 몰라….”

 사이클 중에는 흥분감이 쉽게 차오른다. 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서 형의 목덜미를 잘게 씹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모든 것을 내 입 안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형이 목을 기다랗게 뽑으며 젖혔다. 톡 튀어나온 울대뼈를 지나 쇄골이 만나는 지점까지 혓바닥으로 짓눌러가며 미끄러져 내려가자, 다리를 활짝 벌리곤 매달려온다. 나와 섹스를 할 때마다 안달 내는 모습을 보면 조금 미쳐버릴 것 같다.

 박지민의 향기가 가득 나는 귀 뒤편을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쓰다듬었다. 온몸에 배어 있는 향에 취해버릴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온종일 정상이 아닌 나를 잠재울 수 있는 오직 하나, 당신.

 숨을 깊게 들이마셔 박지민의 향기를 전부 담는다. 온기 섞인 콧김을 내뱉으며 학학거리는 그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는 금세 하나가 된다. 뜨겁고 축축하게 열려 있던 그의 몸 안으로 밀려들어갈 때마다 나는 형의 몸을 부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폭력적인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나를 미치게도 하고, 잠재우기도 하는 박지민.

 
 정신이 나간 놈처럼 그를 탐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인구의 1%도 안 되는 돌연 변이, 그 중에 6할은 오메가, 나머지 4할은 알파. 0.6프로의 오메가와 0.4프로의 알파가 만날 확률. 그렇게 만난 알파와 오메가가 남자일 확률. 수백 개의 엔터 중에 같은 기획사에 들어올 확률. 수십 명의 연습생 중에서 발탁되어 한 그룹에 들어올 확률.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사랑할 확률.



 우리는 작은 확률과 확률을 거듭하고 쌓아가며 만났다. 박지민은 전정국으로, 전정국은 박지민으로. 우리를 완성하기까지 긴 시간을 거쳐 왔다. 외롭고 적막하고 어쩌면 한심하기도 한 싸움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내가 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존재다.

 당신이 없으면 나는 정녕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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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기능이 없어서.. 글이 위에 오게 되었네요. 착오 없으시길!




플파  | 19082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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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