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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09 랠리 씀

Kai Engel – In anxious shadows

돌연변이
09












 34. 경계



 우리 사이를 무슨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조각났던 감정의 잔해가 정리되고 나면 이성이 그 틈을 채운다. 박지민과 또다시 입을 맞췄다는 사실은 해외 일정 내내 나를 괴롭혔다. 결국 나는 이도저도 아닌 놈이 되고 만 것이다. 당기는 것도, 밀어내는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으니까. 나는 나사 하나가 빠진 목각인형처럼 삐걱거렸다. 충동에 약한 내 자신이 미워 견딜 수 없다. 나 좋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는. 멍청한 놈.

 그가 했던 모든 말들이 자꾸만 맴돈다. 내가 알파여도 옆에 있고 싶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앞으로 나의 어떤 것을 더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나를 사랑하겠다고? 알파가 뭔지 공부했다고 했지. 헛공부한 거야. 제대로 이해했으면 내게서 도망쳤어야지.

 잠들기 전 몇 번이나 상념에 빠졌다. 어떤 날 밤에는 박지민이 날 버린 게 아니라는 말에 눈물이 날 만큼 안도했다. 이 사람을 좋아하길 잘했다고, 난 복 받은 놈이라고 되뇌어가며. 어떤 날 밤에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그를 원망했다. 그가 일과마다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신체접촉을 하는 바람에, 당장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 키스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했으니까. 또 다른 밤에는 양심 같은 거 다 버리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할까 싶었다. 사랑, 그냥 하면 안 되나? 형이 힘들든 말든 날 위해 견디라고 말이다. 해가 뜰 때마다 변덕을 부리는 마음 때문에 점점 더 괴로웠다.

 “나 이것 좀 붙여줘.”
 “여기요?”
 “아니, 조금 더 위에.”

 그러나 내 소란한 독백을 제외하면 겉보기에 여전한 것뿐이다. 박지민은 변함없이 말간 얼굴로 내 손에 파스를 들려주고는, 등을 보이고 앉아 티셔츠 넥 라인을 끌어내렸다. 나는 그의 드러난 승모근에 파스를 붙여주며 태연한 척해야 했다. 우리는 누가 봐도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다. 그 누가 상상이나 할까. 우애가 좋아 보이는 두 남자가 둘만 있을 때는 무슨 대화를 나누고 무슨 짓을 했었는지.

 “붙이는 김에 안마도 좀 서비스 해주면 안 되겠나.”
 “아, 파스 냄새.”
 “아야. 어우, 시원하다.”
 “뭐야 지민이만 해주기야? 야, 제이케이 안마 맛집 개장했다.”

 시끌벅적한 숙소 안은 달라진 게 없다. 내게 안마를 받겠다며 쪼르르 모여든 형들 틈에 섞여서 나는 스스로를 컨트롤한다. 결국 그 일은 우리를 바꿔놓지 못했다. 세상이 두 쪽 난 것도 아니고, 고작 감정에 취해서 했던 어설픈 키스였으니까. 한국에 돌아가면 혹시 우리의 관계가 뒤바뀌진 않을까, 내가 형을 밀어내야 했던 이유가 퇴색되진 않을까, 염려했던 모든 것은 사그라졌다. 역시 기우였다. 몇 년을 형 동생으로 지내온 우리였기에 손바닥 뒤집듯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연인이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기도 하고.

 박지민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박지민을 좋아한다.

 접속어로 연결되지 못한 두 문장.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답이 나지 않는다. 문장이 더 진전될 수도 축약될 수도 없다. 그래. 문제는 온전히 나에게 있다. 나는 박지민의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정답을 찾지 못한 채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지민이 머리 잘 어울린다.”
 “색 바꾸니까 이미지가 완전 다른데?”

 뮤비 촬영이 있는 아침 일찍부터 빨갛게 염색한 그의 머리카락을 보며 입이 근질거린다.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 익은 딸기 같기도 하고, 입 안에 쏙 넣어 굴리고 싶은 체리 같기도 하다. 형의 흰 피부에 제법 잘 어울린다. 빨간 시럽을 뿌린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새콤할 것 같다. 헐렁한 티셔츠를 입어서 더 드러나 보이는 좁은 어깨의 능선. 그곳을 이로 콱 깨물면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단 맛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처음으로 해보는 빨간 머리가 어색한지, 박지민은 조금 뻣뻣해진 머리카락 끝을 자꾸만 매만졌다. 나도 모르게 그를 보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지민아 약간 그거 같다. 양아치.”
 “양아치한테 맞아 볼래?”
 “아이, 뻥이야 뻥.”

 박지민은 태형이 형과 실없이 아옹다옹하며 촬영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놀리는 태형이 형에게 장난스럽게 발길질을 하며 쫓아가면, 태형이 형은 기껏 세팅해 놓은 헤어가 망가지도록 도망치며 시시덕거렸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박지민의 빨간 머리통은 계속해서 내 시야에 걸렸다. 혼자 훔쳐보는 걸로 끝났어야 했는데,

 “나 어때?”

 그가 묻고야 만다. 나 혼자 삼키고 있는 생각들을 읽기라도 한 듯, 내게 다가와 정면으로 묻는다. 멤버들 모두 자연스럽게 칭찬하는 분위기인데도 나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한다. 예쁘다, 잘 어울린다, 그 한 마디가 어려워서.

 “날라리 같아요.”
 “치… 너무하네.”
 
 전해주는 말은 이런 것뿐이다. 내 말에 형은 립글로즈를 바른 입술을 쭈욱 내밀고 툴툴거린다. 나는 못 본 체하며 행거에 걸린 옷이나 만지작거렸다. 오늘 촬영에서 입을 내 의상은 경찰 제복이다. 이름이 적혀 있는 옷을 집어 들자 형은 그걸 뺏어들고는 내 몸에 바짝 가져다 댔다.

 “와, 진짜 멋있겠다. 전정국. 얼른 입어봐라. 보고 싶어.”

 나와는 달리 그는 솔직하다.

 “오늘 너 진짜 잘생겼다.”
 “…….”
 “역시 내가 좋아할만 하잖아?”

 내 자신도 잘 모르겠는 문제를 박지민에게 묻고 싶다.

 형은 나랑 뭘 하고 싶어?
 나의 어떤 것이 되고 싶어?

 왠지 당신은 명쾌한 답을 내줄 것 같다. 내 룸 도어 벨을 눌렀을 때부터 당신은 이미 작정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무엇’이 되고 싶다고. 형 동생 사이와 연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는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길게 이어졌던 불면증의 여파로 누적된 피로가 눈꺼풀 위로 쏟아졌다. 의상이 발끝까지 푹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지만 정작 나를 블랙아웃으로 이끈 것은 정신 소모였다. 며칠째 박지민을 신경 쓰느라 예민해진 탓이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무無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런 내가 새벽에 눈을 뜬 건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이다.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나를 순식간에 침대 위의 전정국으로 불러오는 단 한 사람.

 “…아.”
 “…….”
 “깨우려던 건 아니었는데.”

 박지민은 좁은 침대 위에서 내게 몸을 붙인 채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느리게 껌뻑인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내 손바닥이 그의 얼굴을 감싸고 있다. 잠들어 있는 내 손을 끌어다가 올려놓은 모양이다. 내 손등 위를 덮고 있는 그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린다.

 숨이 멈춘 사람들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입술 바깥으로 마구 흘러넘칠 것 같은 말들을 가다듬는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서서히 숨이 가빠온다. 마치 밀폐 된 공간 안에 단 둘이 갇힌 기분이다. 당신이 눈빛으로 나의 목을 조른다. 새벽에 들릴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소음이 먹먹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초침 소리, 방에 틀어놓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 같은 것들.

 “내가 손을 떼도, 그냥 가만히 있어.”
 “형.”
 “알겠지. 그래도 되니까.”

 형이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 손등에서 손가락을 떼어낸다. 그 움직임이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느껴진다. 그의 손이 벗어나고, 이제는 그의 뺨을 감싸고 있는 나의 오른손만 남았다. 그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엄지 끝에 속눈썹이 간지럽게 닿는다. 손바닥 안에 들어와 있는 그의 얼굴이 뜨겁다. 사실 온종일 이렇게 당신의 얼굴을 만져주고 싶었다.  

 내가 손을 떼어 도망치지 않자 그의 눈꼬리가 휘어진다. 빙긋 웃어주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건 꿈의 연장인 걸까.

 “이러지 마요.”
 “내가 뭘?”
 “안 돼요.”
 “돼.”
  
 단호한 대답 속에는 무엇이 된다는 건지 나와 있지 않지만, 나는 알 수 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을.

 “나랑 뭘 하고 싶어요?”
 “글쎄.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
 “지금은 네가 날 만지게 해주고 싶어.”

 더는 대답할 수 없다. 당신의 말과 표정이 나에게 외치고 있다. 뭐든 해도 된다고. 당신과 하고 싶은 그 모든 것을 해도 마땅하다고.

 “그러니까, 만져줘.”

 당신이 내게 더 가까이 붙는다. 우리의 다리가 아무렇게나 얽히고, 내 품 안에 당신의 따뜻한 몸이 파고든다. 포근한 향기가 나의 알파 향을 덮을 정로 감싸온다. 쿵쿵. 설레고 이상한 감정이 심장소리를 타고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말캉하면서도 단단한 당신을 얼마만큼 만져도 될까. 당신의 뺨에 닿아 있던 내 손은 갈 곳을 잃고 잠시 방황한다. 그러다가 머리카락에 손이 스친다. 나는 잠시 망설인다.
 
 난생 처음 당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러고 싶었다. 온종일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귓가에 속삭여주고 싶었다. 결국 손가락을 물들여버릴 것처럼 새빨간 머리카락과 자그마한 귓바퀴를 조심스레 매만진다.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당신의 하루를 이 까만 새벽으로 대신하며.





 35. 발산



 신체 건강한 열아홉 소년의 충동은 어디까지일까. 거기에 알파라는 형질까지 더해진다면 그 깊이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매일 더 가까워지는 박지민 때문에 걱정을 혹처럼 달고 살기 시작했다. 내 몸은 유난스러워진 마음의 방향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 첫 러트 이후로 알파의 격변기는 끝났지만, 이미 완성되어버린 내 몸은 의지와는 별개로 움직인다. 형은 자꾸만 나를 자극했다. 그건 혼자서 끙끙 앓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한 자극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 6월의 날씨. 불쾌한 땀 냄새가 진동하는 연습실 안에서 내 알파 향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다. 그 말은, 이 안에 있는 누구도 서로의 땀 냄새를 좋아할 리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직 박지민만이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 여기라던데.”
 “…아.”

 형은 연습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귀 뒤쪽을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페로몬 분출구가 있는 곳이다. 땀샘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곳. 누군가가 쉽게 손댈 만한 위치가 아니기에 닿는 손길이 낯설었다. 그다지 섹슈얼한 손길이 아닌데도 나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또, 흥분해버린 것이다.

 “공부했어. 여기서 향기가 나와?”
 “…….”
 “궁금해. 네 향기.”

 그는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알파인 것쯤은 괜찮다고.

 “만지지 마요.”
 “싫어?”

 아뇨.

 박지민은 내가 싫다고 말하지 못할 걸 알면서 그렇게 물었다. 영리한 자극이다. 내가 대꾸하지 못하는 걸 뻔히 알면서 나를 구슬리는 것이다. 손에 힘이 풀렸다.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나를 보며 빙긋 웃은 형이 다정하게 손을 내어 땀을 닦아준다. 그의 맨손이 귀 뒷부분과 목덜미를 꾹꾹 눌러가며 스친다.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그의 손은 어느새 내 페로몬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의 손목을 쥐어 내게로 끌어당겼다. 알싸한 알파 향을 풀풀 풍기는 그의 손바닥으로 내 코를 덮었다. 후욱. 들숨을 깊게 쉬었다. 그리고 이내 뱉어지는 날숨.

 “형은 죽었다 깨도 못 맡아요.”

 내 코앞까지 쫓아오는 박지민을 어설프게 밀어낸다. 나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걸 인지시키기. 당신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어떤지 심어주기.

 “나도 알거든?”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박지민은 콧방귀를 끼며 내 양쪽 귀를 잡아당긴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내 페로몬 분출구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하고는 돌아선다. 당황한 나를 덩그러니 내버려두고 형들 사이로 섞여 들어간다. 그의 단단한 태도는 내 마음 한구석을 자꾸만 다져간다. 불안 속의 안정. 평화 속의 불안. 이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자꾸만 끌려가버리는 내 몸과 마음. 발딱이는 심장은 그렇다 치고, 나는 형의 자극에 번번이 반응하는 아랫도리를 숨기는 데에 이골이 날 지경이다.

 

 솔직하고 건강한 내 몸의 욕망을 해소할 방법은 오로지 운동뿐이다. 평소 하던 수준보다 더 무리를 해가며 몸을 썼다. 증량을 하고, 세트를 늘리고, 근육이 찢어질 듯 아파올 때까지 운동에 집착했다. 트레이너 형이 무리하지 말라며 격려했지만, 내겐 내 몸의 안위를 돌볼 여력 따위 없다. 그저 발산할 수 있는 곳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커졌다. 태생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알파 체질 때문인지, 내 몸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쉽게 근육이 붙었다. 방에서 바지를 갈아입는 나를 보며 남준 형은 헉 소리를 내며 경악스런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허벅지가… 잔뜩 화가 난 모양이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뭐라고 반응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뒷목이나 긁적였다. 하루 일정이 많아서 박지민과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늦은 밤까지 운동하는 시간 역시 늘어났다. ‘쩔어’ 컴백 이후 스케줄이 바빠지면서 오후만 되면 체력이 축나곤 했는데, 오히려 더 미친 듯이 운동에 집착하는 나를 보며 형들은 두 번째 사춘기가 근육으로 온 것이 아니냐며 놀렸다.

 “아직 화 안 났어요. 다녀올게요.”
 “난 네가 좀 무서워지려고 한다.”

 밤 열 시가 넘어 신발장으로 향하는 나를 보며 형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모아 근육돼지라고 중얼거렸다. 주방에 모여 앉아 과자를 먹으며 나를 구경하고 있는 석진 형과 태형이 형 앞에서 장난스럽게 물구나무로 걷는 재롱을 피우다가 과자 조각으로 헤드 샷을 당하기도 했다. 형들은 영영 모를 것이다.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박지민의 방에 쳐들어가서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위험한 막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오늘 또 곤란한 상황에 놓이고 만다.
 박지민이 이젠 운동하는 곳까지 따라온 것이다.

 “나 다이어트 하잖아.”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며 내 옆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나도 오랜만에 허벅지 키울래.”

 샐샐 웃으면서 옆자리의 레그 익스텐션에 앉아 끙끙거린다. 내가 형을 피해서 다른 기구로 달아나면 쪼르르 달려와서 자꾸만 말을 건다. 나는 필사적으로 형의 말려 올라간 반바지 아래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예 내 정면에서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운동하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구경하는 걸 보니, 이쯤 되면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형은 내가 운동하는 이유를 다 알아채고 이러는 걸까.

 “왜요. 왜.”

 이를 악 물고 다리 운동을 하다 말고 힘이 빠져 물었다. 형의 힘줄이 선 허벅지 안쪽 살이 절반이 넘게 드러나 보인다. 알고 하는 행동이라면 발칙하고, 모르고 하는 행동이라면 답답해 죽을 노릇이다.

 “뭐가? 구경하면 안 되냐.”
 “진짜 형은…”
 “형은 뭐?”
 “아니에요.”

 차마 뭐라 말할 수가 없어서 얼른 탈의실로 도망쳤다. 역시나, 바로 나를 따라온다. 늦은 시간 텅 비어 있는 탈의실 문이 닫히고, 형은 땀으로 축축해진 티셔츠를 펄럭거리며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운동을 해서 홍조가 오른 뺨을 보고 있자니 또 속이 타는 것 같아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형은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아뇨. 뺄 데도 없으면서 뭔 다이어트를 하냐고요.”
 “핑계지. 너랑 같이 놀려고.”

 또 내게 한껏 다가오려는 말에 나는 얼른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바지를 내리다 말고 형을 돌아보았다. 자신 있게 따라 들어오더니, 내가 옷을 훌렁 벗어버리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왜요. 나 샤워할 건데.”
 “…누가 뭐래?”
 “샤워도 같이 하면서 놀려고요?”
 “…….”

 어쩌면 나도 이 상황을 묘하게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 대답을 못해요.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내, 내가 언제 그렇대?”

 내가 부러 되바라지게 말하자 형이 얼굴을 더 붉히며 바락바락 화난 척을 한다. 나는 속옷을 벗어던지고는 샤워부스로 향했다. 등 뒤에서 형이 사부작거리며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린다. 부스 안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얼마 안 있어 옆 부스에 형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반투명한 유리 너머로 형의 실루엣이 보인다. 우리는 나란히 샤워를 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약한 내 신체는 또다시 정직하게 반응한다. 유리 너머에 박지민이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흥분되어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기 시작한다. 나는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금세 발기해버린 성기를 손에 쥐었다. 젠장. 결국 형을 옆에 두고 위험하게 자위라도 해야 하는 건가.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써보지만 샤워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단단하게 부푼다. 땀에 젖어 붉어진 형의 맨 얼굴이나, 안쪽 허벅지에서 사타구니까지 바짝 서 있던 힘줄, 부드럽고 연해 보이는 살결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어쩔 도리가 없어 거울에 머리를 처박고 한 손으로 천천히 내 것을 쓸어 만지기 시작했다.

 “정국아 나 린스…”

 그때 벌컥 부스 문이 열리며 형이 나타났다.

 “…….”
 “…….”

 호기롭게 나를 찾아온 주제에, 그의 목소리가 나를 보자마자 먹혀 들어간다. 나는 단단해진 몸을 손에 쥔 채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형은 부스 안으로 더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한 채로 굳어서 귀까지 빨갛게 물들인다. 어이없고 민망한 상황에 피식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 미안.”
 “들어올래요?”

 기껏 운동으로 쏟아냈던 충동들이 다시금 가득 찼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이 이런 건가 보다. 언제나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박지민.

 “저 진짜 무슨 짓 할 것 같은데요, 지금.”
 “…….”
 “괜찮으면 들어와요.”

 어떻게 해버리든 상관없다고 했잖아, 형이.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의 내 충동에 대한 선택권을 주려는 것이다. 살면서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 눈앞에서 자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건 분명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형이다.

 내 말에 조금 망설이다가 부스 안으로 들어와 유리문을 닫는 그를 보자마자 손목을 끌어당겼다. 그를 벽에 밀어 붙이고는 이마를 맞댄다.

 “…아.”
 “왜 들어와요?”
 “네가 그랬잖아.”
 “…….”
 “괜찮으면 들어오라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기에 축축하게 젖은 입술을 덮었다. 츠읍,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랫입술을 겹치자마자 등줄기에 전율이 차갑게 꽂힌다. 말랑하고 따뜻한 그의 혀를 찾아 조금 대범하게 살덩이를 밀어 넣자 그가 어깨를 움츠린다.

 “으응….”

 잇새로 새는 신음을 들으며 지금 당장 죽어도 좋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희열을 느낀다. 지금껏 오메가와 섹스를 하며 느꼈던 절정의 느낌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는 감각. 막혀 있는 욕구의 어떤 부분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머릿속에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벅참. 내가 고개를 움직이는 대로 그의 턱이 움직인다. 나는 고개를 비틀어 그의 부드러운 입안을 헤집는다. 거칠어진 콧바람이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뿜어져 나온다. 나는 자연스레 조금 더, 많이, 깊은 행위를 꿈꾼다.  

 미성년의 나를 이렇게까지 어른으로 만들어버리는 박지민.

 “하아… 이것도… 괜찮아요?”

 나는 손을 더듬어 그의 손을 찾아 잡는다. 그에게 코끝을 비비며 조심스레 손을 끌어온다. 형의 경직된 손가락이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온다. 나는 건들면 터져버릴 것 같은 내 것을 형의 손에 쥐어준다. 놀란 듯 파드득 손을 떨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 보인다. 그러다가 나를 미치게 만드는 행동이 답으로 온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입술, 온몸이 젖어 있는 이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내가 알파라서 못 참는 거야?
 아니. 알파가 아니어도 그랬을 거야.

 다음 일은 모르겠다. 내 성기를 어설프게 움켜 쥔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감싼다.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며 다시금 그에게 입을 맞춘다. 으읍…, 하고 소리를 삼키는 그의 입술 위에 혓바닥을 짓누르며 점점 더 미친 행동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형이다.
 그러니까 형이, 책임져야 해.




 

  






(+) 돌연변이는 매주 화요일마다 업로드 됩니다.
현생이 나아지면 주 2회로 찾아올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라  | 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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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벵  | 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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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 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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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씨  | 19010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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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벵  | 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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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 19010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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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iiM  |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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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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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 190120   
쌔해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님!
l0velykm  | 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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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 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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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  | 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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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찜  | 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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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 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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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유  | 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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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멀  | 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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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님  | 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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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 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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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3   
작가님 늦었지만 복 많이많이 매우많이 받으세요 절받으세요
갓TS  |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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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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믕밍  |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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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돌이  |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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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강양이  | 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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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빠레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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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꾹꾹이  | 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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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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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랭  | 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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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  | 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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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꼴찌 댕댕이  | 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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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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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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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엠젱  | 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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