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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12 (미성년자) 랠리 씀

Kai Engel – Modum

돌연변이
12












 41. 질주



 고삐가 풀려버린 망아지는 달리는 것을 쉽게 멈추지 않는다. 내게 자유를 준 건 온전히 박지민이다. 내가 마음껏 날뛸 수 있게 만들어놓고 혹시 나중에 가서 마음을 바꿔버린다면, 차라리 영원히 길들지 않는 야생마가 되는 것을 택하겠다. 나는 그렇게 허허벌판을 떠돌고 말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기꺼이 잡혀주지 않겠다. 굴레를 잃은 말이 달리기를 멈추는 건 오직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다. 발 앞에 낭떠러지를 발견하거나 몸이 무너져 내릴 만큼 고통스러울 때. 나는 그때서야 질주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겠다.

 박지민은 내가 프리 러트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찾아왔다. 나는 그를 보며 끝없이 파고들고 싶은 욕구를 품는다. 그의 몸 위에 올라타서 더 뜨겁고 좁은 공간으로 나를 밀어 넣고 싶다. 얌전하게 앉아 있는 저 다리를 우악스럽게 벌리고, 누구도 들여보낸 적 없는 순결한 입구를 다짜고짜 침범하고 싶다. 정상이 아닌 생각들이 매일매일 나를 더 삼켜간다. 사이클이 이렇게 무서운 놈인지도 모르고, 형은 어떻게든 내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처럼 해맑기만 했다.

 “알파는 넣는 것만 돼?”

 이런 소리나 하면서 말이다.

 “무슨 소리예요?”
 “여자 알파도 있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지금, 내가 꼭 자기에게 넣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냐고 묻고 있는 건가. 저렇게 하얗고 무해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박지민을 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가끔은 이런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후폭풍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못한 채 자신의 해맑고 좁은 식견 안에서만 사는 사람. 세상은 형처럼 다 그렇지만은 않은데.

 “공부하다 말았나 봐요? 여자 알파도 넣는데.”
 “아 그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의 생각을 완전히 해독할 수가 없다.

 “왜요. 그게 왜 궁금한데요?”
 “음… 아냐. 그니까 알파는 꼭 넣어야 한다 이거지?”

 재차 확인하는 그를 보니 더 참을 수가 없어졌다. 나는 노트북을 닫고 일어나 내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그의 몸을 밀어 눕혔다. 장난치듯 그의 양 손목을 눌러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일부러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었다.

 “넣어줘요?”

 나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뒤늦게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나 역시 이런 종류의 대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꼴깍, 마른 침이 넘어갔다. 박지민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입을 앙 다문다. 아, 실수였나 보다.

 “…….”
 “…….”
 “아, 아니, 그니까, 농담이에요.”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터진 내 말에 그의 얼굴이 천천히 발갛게 물든다. 나는 얼마 전 이렇게 아랫도리를 맞대고 비벼대던 뜨거운 시간을 떠올린다. 그의 매끈한 하체를 보며 더 참을 수 없었던 그 충동의 순간을.

 “이 자세로 있으니까 되게… 기분이 이상하더라.”

 나는 그의 손목을 결박한 것을 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박지민이 천천히 자신의 다리를 끌어올렸다. 내 가랑이 사이에서 쭉 펴고 있던 그의 다리가 접혀 올라오고, 어느덧 그의 양 다리가 벌어지며 내 허벅지 위에 걸쳐졌다. 순식간에 섹스 체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가 되어버리자 나는 또다시 폭발할 것 같은 충동에 치닫는다.

 “…이 자세요?”

 내 몸 위에 올라와 있는 그의 허벅지를 들어올리고, 오금에 양 손을 끼워 넣은 채로 조금 무게를 실어 내리 눌렀다. 그러자 박지민의 몸이 힘없이 접혔다. 나는 금세 황소처럼 뜨거운 콧김을 뿜으며 거칠어진 숨을 아무렇게나 그의 얼굴 위로 쏟아낸다. 단단하게 부풀어버린 앞섶을 그의 엉덩이 사이에 살짝 가져다 댔다. 그리 두껍지 않은 우리의 하의 천 쪼가리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가리고 있는 몇 장의 옷감만 걷어내면, 우린 원시의 상태가 되어 서로를 탐할 수 있다. 언제든. 그러다 보면 내가 그의 몸 안에 들어가는 날도 오겠지.

 형은 얼마 전 우리의 행위를 말하고 있다. 조금은 충격이었나 보다. 생전 처음 자신의 엉덩이를 향해 하체를 치받아 오는 동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너무 빨랐던 건지 궁금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항상 이성보다는 충동이 나를 지배하려고 한다. 나는 쉽게 져버리고 만다. 좋아하는 사람과 더 깊은 행위를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도 우리처럼 갑작스럽게 서로의 몸을 탐하기도 할까. 나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는 과거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실은 상상해본 적 있어. 너랑 이러는 상상.”
 “…….”
 “그땐 네가 내 밑에 있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큭, 하고 웃자 박지민이 목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게 더 웃겨서 나도 모르게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풀리고, 나는 그의 다리를 짓누른 채로 그에게 무게를 실어가며 쓰러져 웃었다.

 “야 왜 웃어. 어?”
 “푸흡… 큭, 미치겠다.”
 “왜 웃냐고오. 내가 웃겨? 인마, 나 봐봐. 그만 웃고.”
  
 그러니까 형은, 며칠 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유사섹스의 포지션에 대해 뒤늦게 아쉬운 마음을 품었나 보다. 그래서 내게 알파는 꼭 넣어야 되냐고 물어본 거고? 혼자서 나와 섹스 하는 걸 상상했는데, 그게 혹시 내 다리를 벌려서 내 안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던 것일까.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입장인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아 귀여워.”
 “이게 형한테? 웃지 말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는 상상인데요. 궁금해서.”
 “몰라. 너도 당해보던가.”

 형이 발버둥 치더니 내 몸을 옆으로 힘주어 밀었다. 나는 기꺼이 그가 미는 대로 밀려주었다.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가만히 그가 하는 대로 놔두었다. 박지민이 몸을 돌려 내 위로 기어 올라온다. 그리고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허벅지를 잡아 올리기 시작한다. 장난을 치고 싶어서 다리를 뻗은 채로 힘을 꽉 주었더니, 주먹으로 내 다리를 팡팡 때리며 힘을 풀어보라면서 울상을 짓는다.

 “다리도 못 들면서 무슨.”
 “야, 기다려 봐.”

 기어코 내 다리를 들어 올리고는 양쪽으로 벌려 자신의 허리에 두른다. 나는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어 받친 채로 그가 하는 양을 가만히 구경했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 들어온 형이 내 양 무릎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다가 천천히 천장을 향한 내 뒷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봐. 이러고 있으니까 느낌 이상하지?”
 “음, 글쎄요.”
 “민망하지 않아?”
 “민망하다기 보다는…”

 나는 그의 허리에 두른 양 다리에 세게 힘을 주었다. 그러자 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아아! 하고 엄살을 피운다. 나는 그의 가느다란 허리에 더 세게 다리를 두르고는 꽈악 조였다. 그가 내 가슴팍을 팡팡 때리면서 발버둥 친다.

 “밑에 누워서 형한테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아악. 아파!”

 내게 반격을 하고 싶은지 그가 몸을 숙여 내 상체를 누른다. 나는 그의 허리에 감았던 다리를 풀어 두 다리를 얽었다. 형이 내게 힘을 쓰며 버둥거리는 탓에 나도 그의 장난에 응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엎치락뒤치락 침대 위를 굴러다니면서 몸싸움을 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은 힘으론 나한테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끙끙거리며 나를 이겨먹기 위해 온몸에 힘을 준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아마도 이렇게 씨름하고 있는 몸과는 다르게 입에서 나오는 야한 말들 때문에 쑥스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모르게 자각 없이 서로 넣는다느니 하는 대화를 나눠버리고 말았으니까.

 “갈비뼈 부서질 뻔했네. 이 근육돼지.”

 정말로 박지민과 섹스하는 날이 올까. 여태 비슷한 것들을 하긴 했지만, 막상 그의 몸 안에 들어간다는 상상을 하니 엄두가 안 난다. 현실감 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렇게 딱딱해진 서로의 것을 마주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가 솟구쳐 오르는데.

 “왜 자꾸 자극해요.”
 “내가 뭘.”
 “사이클 중인 알파를 자극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공부 안 했어요?”
 “알고 있다니까?”
 “나랑 섹스하고 싶어요?”
 “…….”
 “거봐. 대답 못하면서.”

 힘이 빠졌는지 내 아래에 깔린 채로 사지를 늘어뜨린 형이 달아오른 얼굴로 쌕쌕 숨을 내뱉는다. 나는 그의 통통한 아랫입술을 쪽 하고 진하게 빨아 당기고는 다시 그에게 눈을 맞췄다. 눈을 몇 번 깜빡거리면서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형이 조용히 내 뺨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여태 한 것도 섹스야. 정국아.”
 “…….”
 “그러니까… 언젠가는 하겠지? 그것도.”

 무서워요? 하고 묻자 그가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눈동자는 거짓말을 못한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이 말해주고 있다. 조금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남자끼리 그걸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형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프리 러트가 끝나고 진짜 러트가 찾아오면, 혹시라도 그 어려운 걸 어떻게든 해버리게 될까 봐. 그러다가 혹시라도 형에게 상처를 줄까 봐.

 “곧 러트가 와요. 그땐 이렇게 같이 못 있어요.”
 “왜?”
 “형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전정국은 그를 옆에 두고 참을 수 있지만, 러트를 맞은 알파는 참을 수 없음을 안다. 내가 겪었던 지난 사이클 중에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처음 보는 남자와도 얼마나 거칠고 무지막지하게 몸을 섞을 수 있는지, 그 끝을 봐버렸으니까. 그래서 두렵다. 그의 몸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몸에 열이 푹푹 오르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에게서 나오지 않는 페로몬을 찾다가 귀며 목이며 물어 뜯어버릴 수도 있다. 자꾸만 내 아래를 어딘가에 쉴 새 없이 처박고 싶어서 환장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약속해요. 그땐 내 방에 오지 않기로.”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나는 대답을 듣는 대신 고개를 떨어뜨려 형의 입술을 덮쳤다. 따뜻한 입 안에 숨어 있는 말랑말랑한 혀를 찾아 움직인다. 당신은 나를 자유롭게 해준 사람이다.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 만약 당신의 털끝 하나라도 아프게 하는 날엔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종마처럼 질주하게 만들어준 당신은 나의 주인이자 내가 돌아갈 유일한 집이므로.





 42. 두 번째 러트 사이클



 일주일간의 프리 러트가 완전히 지나가고, 내게는 고통스러운 러트 사이클이 찾아왔다. 두 번째로 겪는 것이지만 처음인 것처럼 괴로웠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장시간 비행을 하던 도중 맞이한 러트 증상에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어두컴컴한 기내에서 혼자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옆 좌석에 앉은 박지민은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 아플 정도로 단단하게 발기한 내 것, 그리고 땀 때문에 축축하게 젖어버린 셔츠, 눈앞이 흐릿할 정도의 현기증과 고열. 조금 과장하자면 심장에서 피가 펌프질 되어 혈관에 부딪치는 감각까지 느껴질 정도로 온몸이 예민해졌다. 몸 안에서 뛰는 맥이 둥둥 소리를 내며 귓전에 가득 들렸다. 마치 환청 같은 소리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달려가, 힘겹게 수음하며 아랫도리를 달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단단하게 서버리는 몸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형들은 모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 위에 파묻혔다. 나는 곧바로 화장실에 숨어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신호음이 세 번 가기 전에 전화를 받은 남자는 능숙하게 내게 이것저것 물었다. 두 달 간격으로 두 번째 러트가 찾아왔다고 하니, 그게 내 사이클 주기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앞으로 두 달에서 세 달 사이의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오메가 남자를 찾아야할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조건은 지난번과 같아요. 장기적으로 만날 사람이 필요합니다.”

 남자 오메가일 것. 내 얼굴을 보지 않을 것. 이 두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되었다.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로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와 사이클 주기가 맞는 상대가 있는 주소였다.

 흥분한 사람처럼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운동을 가는 척 가방을 챙겼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지 못해 피로가 몰려왔지만 시차적응이고 나발이고 할 시간 따위 없다. 얼른 오메가를 만날 생각에 손끝이 덜덜 떨려오는 것을 숨기며 애써 침착해지려고 했다.

 “너 설마 운동하러 가게?”
 “네. 계속 못해서 몸이 뻐근해요.”
 “나는 너를 존경하기로 했어.”

 남준 형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그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숙소 안이 고요하다. 아마 깨어 있는 건 나뿐이겠지. 나는 모자와 마스크를 챙겨 쓰고는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내 발길을 잡듯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 옷 방으로 ]

 박지민이다. 미리보기에 뜬 그의 이름 세 글자와 메시지를 보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액정을 껐다. 지금 그를 볼 낯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는 이 상황이 정말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오메가를 만나야만 하는 기구한 입장인 것이다. 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내가 조용히 방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방 문 밖에 있던 사람이 달칵 소리와 함께 문고리를 먼저 돌렸다. 박지민이었다. 채비를 마친 나를 위 아래로 내려다보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톡 왜 안 봐?”
 “아… 몰랐어요.”
 “거짓말.”
 “나가서 얘기해요. 남준 형 잠들었어요.”

 나는 황급히 눈치를 보며 박지민의 손목을 잡고 방을 벗어났다. 문이 닫히고, 남준 형의 숨소리 대신 적막이 찾아왔다. 나는 그의 손목을 놓고 앞장서서 옷 방으로 향했다. 따라 걸어오는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당장 쓰러질 것처럼 현기증이 일었지만 꾹 참았다. 몸은 어서 오메가를 만나고 싶다고 재촉하고 있는데, 일단 눈앞의 박지민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나를 꽉 붙잡았다.

 “이 시간에 어디 가?”
 “운동하려고요.”
 “너 비행기에서 계속 못 잤잖아.”
 “괜찮아요.”
 “열이 이렇게 나는데?”

 박지민이 손을 들어 내 이마를 짚는다. 그리곤 뺨과 목덜미에 차례로 손을 가져다 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는 요동치는 심장과 들끓는 욕망을 잠재우려고 무던히 노력하며 내 몸에 닿아 있는 그의 손을 쳐냈다. 그러자 그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살핀다.

 “왜 그래?”
 “러트요.”

 부러 차갑게 대답하자 그가 무어라 말하려고 했는지 입술을 달싹인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잠가버린 좁은 옷 방. 이 안에 우리 단 둘. 그것도 몇 번이나 유사 행위를 했던 상대. 당장 입을 맞춘다면 더 깊은 과정으로 물 흐르듯 흘러가버릴 수 있는 사이. 위험하다. 나는 어서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러트인데, 운동하러 간다고?”
 “그것도 일종의 운동은 운동이니까.”
 “…뭐?”
 “가볼게요.”

 나는 얼른 그를 어깨를 지나쳐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박지민이 내 팔을 얼른 붙잡았다. 더 이러고 있다가는 미안한 마음에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미안할 짓을 해버리고 말겠지. 폭발 직전인 몸 때문에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 지경인데, 박지민은 내 속도 모르고 자꾸만 나를 붙잡는다.

 “같이 가자.”
 “아뇨. 혼자 가요.”
 “왜?”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어요?”

 나는 괜히 성질을 부리며 박지민의 손목을 결박해 옷장 쪽으로 밀어붙였다.

 “러트 때는 같이 못 있는다고 했잖아요.”
 “알아.”
 “그게 무슨 뜻이냐면, 당장 형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소리예요. 그러기 싫어서 가는 거니까… 그냥 있어요.”
 
 내 폰에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걸려왔다. 폰을 보니 그 상대 오메가의 연락처가 떴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주머니에 넣으며 결박한 그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다른 사람 만나러 가는구나?”
 “…….”
 “데려다줄게.”

 그러나 형은 고집스럽게 표정을 굳히며 내 손을 잡고 문을 열었다.

 “좀.”

 한숨이 터졌다. 나는 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그러자 형이 내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다짜고짜 입술을 부딪쳐 왔다. 아프게 서 있는 내 아랫도리가 그에게 비벼지고, 나는 욕망에 잠식되지 않으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를 떼어냈다. 나는, 형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를 뿌리치며 다시 벽으로 밀어붙였다.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제발! 제발 좀…”
 “네 기분이 엉망인 것처럼, 내 기분도 엉망이야.”
 “하아….”
 “아무것도 못해주는 내 심정 알아? 같이 나가자. 그거라도 하게 해줘. 네가 불안해 죽겠으니까.”
 “뭐가 불안한데요.”
 “또 너 혼자 울까 봐.”
 
 그거 못 봐. 박지민이 힘주어 말하며 내 손을 다시 잡는다. 나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을 까먹고 말았다. 맨 처음 율과 만났던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따가운 상처로 남아버린 율의 기억과 함께 혼자 울고 있던 나를 찾아 달려왔던 박지민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앞으론 혼자 울지 말라며 밤새 안아주던 그날 밤이. 아마 형은 그날 내가 울었던 이유까지도 짐작을 한 모양이다.



 나는 결국 박지민과 함께 택시에 올랐다. 거칠어진 숨이 마스크 안에서 맴돈다. 그는 나와 떨어지면 곧 죽을 사람처럼 내 손을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택시에 내려 걷는 내내 그는 입을 꾹 다물고 화난 사람처럼 내 뒤를 쫓았다. 차라리 잘 된 거라고 생각해야 할까. 내가 러트를 해소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해야 하는지, 형도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 그럼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돌연변이의 존재에 대해서 형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알파를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제대로 아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따라오려고요.”
 “밑에서 기다릴게.”
 “…….”
 “금방 올 거지?”

 한 오피스텔 건물 앞에 멈췄다. 그는 기어코 그곳까지 따라왔다. 나는 박지민을 내버려두고 홀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8층까지 올라가는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 묘하게 들끓는 분노는 분명히 내 자신을 향한 것이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박지민을 밀어내겠다고 다짐했으면서 결국 이렇게 만들어버린 내가 밉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 전까지 낮게 깔리는 기분을 지워내지 못한 채 애꿎은 주먹만 꽉 쥐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강한 오메가의 페로몬이 느껴졌다. 나는 불을 꺼두어 어두컴컴한 집 안으로 몸을 들였고, 그러기가 무섭게 오메가 남자가 내 손목을 당겼다. 히트 사이클이 왔는지 페로몬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자가 내게 몸을 매달려왔다. 나는 페로몬을 맡자마자 미친놈처럼 남자를 몸을 만지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을 짚어 겨우 침대까지 다다르자마자 남자를 밀어 눕히고 급하게 속옷을 벗겨냈다. 정신이 혼미하고 눈앞이 까맣게 물들었다. 코를 찌르는 남자의 체향은 내 속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몸 안에 거센 폭풍우가 불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남자의 몸을 찾았다. 어떠한 전희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벗지 않은 마스크 안에 뜨겁고 거칠어진 호흡이 갇혀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머릿속엔 해외 투어 내내 박지민과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박지민의 하얀 몸, 예쁘게 올라붙은 엉덩이, 키스를 하다가 숨을 밭게 쉬는 소리, 흥분한 얼굴 같은 것들. 내내 떠나지 않는 그를 그리며 조금도 쉬지 않고 움직이다가 첫 번째로 사정했다. 남자의 몸이 잘게 떨림과 동시에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내 페로몬 분출구는 활짝 열려서 고약할 정도로 강한 체향을 내뿜고 있다.

 “제발, 살살!”

 흐느끼며 애원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못들은 척하고, 내게서 도망치려는 남자를 붙든 채로 화풀이 하듯 몸을 밀어 넣는다. 남자가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며 바르작대다가 손을 뻗어 침대 옆의 스탠드에 가져간다. 그 순간, 노란 스탠드 불빛이 켜지고 방 안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뭐야?”
 “어차피, 흐읏, 매번 볼 건데, 무슨 상관이야?”
 “불 꺼. 당장.”
 “왜. 뭐 얼마나, 윽! 대단한 사람이길래.”

 나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황해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 그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고 눌렀다. 고조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남자를 노려보자, 그가 켁켁, 숨을 쉬기 위해 버둥거린다. 내 머리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팽글팽글 돌아간다. 남자가 나를 밀어내려 움직이고, 나는 그의 다리를 잡아 누르며 다시금 몸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정. 내 아래에 깔린 남자는 내게 목이 졸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다. 나는 사정과 동시에 날뛰던 흥분을 잠재우고 이성을 찾아간다. 남자의 목에서 손을 떼어내자 커헉 소리를 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죽이려고 작정했어?”
 “약속이랑 다르잖아. 얼굴을 보지 않기로 했…”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빠르게 내 마스크를 벗겨냈다.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이미 소용없는 행동임을 알고 있다. 남자가 내 뒤통수를 끌어당기더니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그를 떼어내며 손목을 결박해서 침대에 바짝 붙였다. 허억, 헉. 나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는다.

 “아저씨가 얼굴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재수 없어서 면상이 궁금했는데.”
 “뭐?”
 “마음에 드네. 아이돌.”

 아뿔싸. 나는 아직 정돈되지 않는 숨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내 아래에 깔려 있는 이 남자는 쌍꺼풀 진 눈을 깜빡이며 나를 향해 비죽 웃었다. 나는 놀라서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침대 위에 앉아 헉헉, 숨을 몰아쉰다.

 “왜 겁내? 네가 페로몬을 열면 아무것도 못해 난.”
 “…지금 뭐하자는 거야?”
 “오메가는 결국 알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거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자주 만나줘. 그거면 돼.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머리가 아파온다. 나는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갑작스레 닥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내게로 기어오더니 입을 맞춘다. 페로몬을 잔뜩 열어 또다시 나를 욕망의 한 구석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몸이 이끌리는 대로 다시금 정전 상태로 빠져들어간다.





 43. 상처투성이



 모든 정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시계를 보자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시계바늘은 어느덧 깊은 새벽을 향하고 있다. 나는 자꾸만 달려드는 남자를 향해 페로몬을 열 수 있을 만큼 가득 열어, 그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몰아붙인 후 도망치듯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1층에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박지민을 찾기 시작했다. 제발 아직까지 날 기다리진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물 로비를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비상구 문을 열었을 때,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는 박지민을 발견하고 만다.

 “일찍 올 줄 알았네….”

 그의 눈이 빨갛다. 울고 있었나 보다.
 나더러 혼자 울지 말라고 해놓고는.

 “이것 봐. 안 된다고 했잖아요. 우리는.”
 “뭐가 안 돼. 기다렸는데….”
 “힘들 거라고 했잖아요. 형이랑 나는 안 돼요.”
 “…….”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요. 감당할 수 있어?”

 나는 다짜고짜 그에게 화를 낸다. 폭풍처럼 지나간 시간들을 모두 그의 탓으로 돌리듯. 그러나 박지민은 조용히 무릎을 모은 채로 나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나는 막무가내로 바닥에 발을 구르며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다. 굳이 여기까지 따라와서 나를 기다린 박지민도 바보 같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얼굴을 들켜버린 내 자신도 병신 같아서. 견딜 수가 없어서.

 “죄 짓는 것 같아. 형한테… 흐윽, 죄 지었어. 내가…”

 결국 나는 속에 가득 찼던 울음을 터뜨린다.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야만 하는 빌어먹을 내 몸뚱이가 원망스럽다.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도, 어디가 고장나버린 건지 쉴 새 없이 얼굴이 젖어간다. 나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린다.

 “형, 미안해요. 내가 진짜… 미안해요. 흐으… 미안해.”

 박지민이 나를 보며 손끝을 입에 물며 같이 울기 시작한다. 눈코입이 다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혼자서 울었을까. 그가 내게 다가와 뺨을 어루만진다. 그리고는 함께 훌쩍거린다.

 “그까짓 거 뭐, 어때.”
 “으윽… 흐으…”
 “정국아. 네가 울면 나도 울어.”

 뚝. 착하지.

 박지민이 내 등을 쓸어 만진다. 나는 어린 아이처럼 그의 품에 몸을 싣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앞으로 남아 있는 많은 시간 얼마나 더 형을 아프게 할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곪은 것이 터져버린다면, 이제 더 이상 나를 참아줄 수 없어서 버리겠다고 하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국민과함께하면  | 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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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jdjei8  | 19011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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춉춉  | 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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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