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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14 랠리 씀

Yann Tiersen - Porz Goret

돌연변이
14












 48. 당신이 오메가라면



 박지민은 온종일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열이 오른 뺨은 붉었고, 식은땀마저 흘리고 있었기에 바라만 봐도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연습 도중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뒤늦게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그의 방에 들렀다. 한 번도 깬 적 없는 사람처럼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이불더미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땀으로 축축한 이마에 손바닥을 올리니 펄펄 끓는 열기가 느껴졌다. 초저녁부터 꽉 닫힌 눈꺼풀은 열릴 줄을 몰랐다.

 그가 내 체향을 맡았다는 것을 알아챈 후 나는 급하게 페로몬을 닫고, 체향 억제제를 먹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형이 방금 맡은 게 내 알파향이라는 걸 차마 말해줄 수가 없었다. 형은 코를 킁킁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간헐적으로 욱욱거리며 콧잔등을 찡그리기도 했다. 몸이 안 좋아서 속까지 울렁거리는 것 같다고 혼잣말 하는 걸 들으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내 마음 속은 기대감과 두려움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하나도 감이 오지 않았다. 태어나서 표정이라는 걸 처음 지어보는 사람처럼 어색하게 안면근육을 꿈틀거리기나 했다.

 “지민이 열 많이 나지? 깨워서 응급실 데리고 가자.”
 “매니저 형한테 전화해.”

 형들이 주방에 모여서 걱정 가득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 속에 섞인 채로 덜컥 걱정이 들었다. 일반 병원에서 돌연변이임을 쉽게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지민이 형이 깨우지 말래요.”
 “그래?”
 “네, 내일 병원 갈 거라고….”
 “참을 만한가보네.”

 다행히 내 거짓말에 형들이 속아 넘어갔다. 그 순간에도 혹시 내가 미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박지민은 내 체향을 맡은 것도 아닌데, 나의 무의식이 그가 오메가이길 바라서 착각을 한 건 아닌지. 그래서 열이 펄펄 끓는 그를 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아버리고, 그를 위험으로 몰아넣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내 행동은 이미 그가 돌연변이일 거라는 예상 안에 들어가 있다. 그게 얼마나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인지 잘 알면서 말이다. 박지민에 대한 내 욕심이 어디까지일까. 나는 정녕 그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존재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이 또한 분명히 사랑이라고 믿는다. 이걸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 달라서 채워줄 수 없는 것들, 거기서 오는 상처, 평생 닿을 수 없는 간극. 그런 걸 가지고 살 바에야 함께 망가지는 걸 택하고 싶다. 수렁에 빠져 숨통이 조여오더라도 당신에게 입을 맞출 것이다.

 “내일 뭐 먹을래? 정국아, 뭐 먹고 싶냐?”
 “전에 먹었던 오리고기 집 가자고 하자.”

 생일에 먹을 메뉴를 고르는 데에 열을 올리는 형들 속에서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돌연변이로 발현했던 열여섯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닷새가 넘게 고열에 시달리며 온몸이 아려오는 통증을 느꼈었다. 몸 어딘가가 타들어가고, 장기가 마구 움직여 새로운 자리를 찾는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사막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서 갑자기 숨이 끊어지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무식하게 참아냈던 그 고통을 박지민이 오래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정말로 그가 돌연변이가 맞다면, 하루라도 빨리 아프지 않게 해주고 싶다.

 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를 무작정 끌고 AO전문 병원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 체향을 맡았으니까 형도 돌연변이예요. 아니다.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다. 혹시 형도 돌연변이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 이것도 아니다. 형이 오메가면 어떨 것 같아요?

 “…….”

 그러다가 나는 이내 충격에 휩싸인다. 여태 나는 이상한 생각에 고립된 것이다. 박지민이 돌연변이라고 해서, 꼭 오메가라는 법은 없는데. 숫자상으로 알파는 남자가, 오메가는 여자가 훨씬 많다. 나는 그 확률을 싸그리 무시한 채 내 욕심대로만 그를 생각했던 것이다. 아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기적인 놈인 것이다. 남자로서 오메가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건지 알면서.

 “어어, 정국이 어디 가.”
 “…피곤해서요.”

 가라앉는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리를 벗어났다. 침대에 엎드려 베개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심란한 와중에도 형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형이 내 체향을 맡는 순간 등 뒤에서 느껴졌던 전율을 떠올린다. 러트가 와서 잔뜩 흥분해 있을 때, 형의 페로몬을 맡으며 그의 몸 안에 사정하는 상상을 한다.

 “미친놈.”

 정말로, 미친 게 틀림없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딱. 딱.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다가, 매트리스 위에 발등을 구르다가, 자괴감에 머리를 베개에 처박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기절했나 보다. 눈꺼풀을 드니 캄캄한 새벽이었다. 습관적으로 베개 맡의 휴대폰을 들었다. [ 정국아 ] 박지민의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자다가 깬 모양인지, 메시지가 온 시각은 40분 전이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세 글자를 본 순간 알 수 없는 예감이 온몸으로 밀려든다. 내가 그렇게 촉이 좋은 편은 아닌데, 자꾸만 스멀스멀 기운이 느껴진다. 뭘까. 그건 필시 불안한 징조였다. 기분이 낮게 깔린다. 율이 세상을 떠난 날에도 이유 없는 예감 같은 게 생겼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나섰다. 가전제품의 대기전력 소리만 낮고 잔잔하게 흐르는 복도와 거실에 자그마한 소음이 섞여서 들려온다. 그건 복도 끝, 옷 방 앞의 욕실에서 나는 소리다. 발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갔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숨죽인 채로 욕실 문 앞에 서자 쏴아, 하는 수돗물 소리가 들린다. 나는 가만히 옆 벽에 기대어 그 소릴 들었다. 본능적으로 이 안에 박지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괜히 한 번 더 그를 시험하고 싶었다. 그가 나오길 기다리며 코너를 돌아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등을 기대고 서서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뒤 물소리가 끊어지고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페로몬을 열었다.

 “…후읍.”

 욕실 문을 열고 나온 그에게서 갑자기 털썩 소리가 났다. 나는 놀라서 얼른 욕실 문으로 튀어나갔다.

 “형?”

 박지민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우으… 윽…”
 “형!”

 나는 속삭이듯 부르며 그의 몸을 일으키려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그가 내 팔을 세차게 뿌리친다.

 “가….”
 “형?”
 “가. 얼른.”

 그가 손목으로 제 코를 틀어막으며 앉은 채로 엉덩이를 뒤로 쭉 밀어 내게서 멀어지려 했다. 나는 순간 그를 시험하려던 나를 반성했다. 미친놈인가. 내가 무슨 짓을…. 얼른 페로몬을 닫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형, 왜 그래요.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그러자 그가 발등으로 나를 밀어낸다.

 “가라고…!”
 “지민이 형.”
 “……창피해.”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나는 그제야 그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한다. 그의 다른 한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다. 내가 그것에 손대려 하자 등 뒤로 감춘다. 궁금증이 더해져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아 내게로 끌어당겼다. 축축한 것이 느껴진다. 실랑이하듯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빼앗아들었다.

 “줘….”

 그건 분명 속옷이었다. 형이 울음을 삼키는 소릴 내며 내게서 그것을 다시 가져간다. 욕실에서 속옷을 손빨래 한 건가?

 “몽정?”

 짧은 단어로 묻자 그가 고개를 젓는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요.”

 여긴 거실의 복도였다. 나는 주저앉아 있는 그를 안아들기 위해 양팔을 무릎 뒤쪽과 허리에 가져갔다. 그러자 그가 몸을 비틀며 반항한다. 여전히 고열로 몸이 뜨거운 그는, 어디서 이런 힘이 나는 건지 자꾸만 나를 밀어낸다. 그깟 속옷 빨래한 게 뭐가 그리 창피하다고.

 나는 억지로 형의 몸을 안아들었다. 무릎을 펴고 발을 떼려는 순간 뚝, 뚝, 정적을 깨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제법 가까이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

 그리고 이내 뚝뚝 끊어지던 소리가 빨라지고, 뜨끈하고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내려 내 바지 앞쪽을 천천히 적셔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그의 몸을 들어 안은 채로 선 자리에서 하얗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 체온과 비슷한 액체. 나는 그의 오금 안을 받치고 있는 팔을 틀어 손가락 끝을 천천히 그의 엉덩이 쪽으로 더듬었다. 축축한 액체가 형의 아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형이 비참한 표정을 짓는다.

 “정국아… 나… 몸이 이상해… 자꾸만 밑에서… 뭐가 자꾸…”

 주르륵, 형의 볼을 타고 눈물 줄기가 흐른다.





 49. 도우미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몸이 이상하다고 엉엉 우는 형을 보니 무얼 어떻게 해줘야 할지 통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고 형이 진짜로 내 체향을 맡을 수 있는지 한 번 더 시험을 해보겠다고 페로몬을 열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는 아래에서 왈칵 쏟아져 내리는 체액으로 속옷과 침대시트를 적시고는 놀라서 몰래 욕실에서 손빨래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겨우 기어 나왔는데, 나란 놈이 그를 다시 자극해버린 것이다. 나는 형을 옷 방에 숨겨두고 나와 밤길을 달렸다. 새벽 늦은 시간이라 가게마다 불이 꺼져 있다. 마트도 약국도 모두 문을 닫았다. 어딜 가서 뭘 사야할 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나와버린 것이다. 지금 당장 형을 위해 뭐라도 해주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또한 알고 있다. 이것이 돌연변이의 발현 증상이라면, 내가 밖에 나와서 그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온전히 혼자 겪고 감내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당장 어떻게든 형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뇌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다. 뛰다가 걸음을 멈춰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반쯤 점멸된 가로등 아래 풍경을 둘러본다. 사람이 없어 텅 빈 거리. 아무도 없다는 것에 별안간 답답함을 느낀다.

 조물주에게 묻고 싶다. 왜 우리 같은 돌연변이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냐고. 왜 소리 없이 찾아와서는, 모든 일상과 행복을 앗아가는 거냐고.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나는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어 휴대폰을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어떠한 판단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겐 온통 박지민뿐이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 남자 오메가의 발현 증상에 대해 알고 있을 유일한 사람. 난 그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신호음이 여섯 번 울리는 동안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마침내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다짜고짜 앞뒤 없이 달려들 듯 그에게 말했다.

 “오메가 발현할 때,”
 - …뭐야?
 “어땠어?”

 내 물음에 그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뜨린다.

 - 참나, 이 시간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난 또 러트라도 빨리 오셨나 하고 반가웠잖아, 아이돌 씨.
 “어땠냐고. 얼른 대답해.”
 - 뭐라는 거야?
 “증상이 어땠냐고!”

 나도 모르게 오메가 남자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대답을 이었다.

 - 누가 오메가가 된 거야?
 “급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누군데?
 “제발 부탁이다. 물이 줄줄 흘러서, 형이 막, 내 앞에서 우는데… 하… 내가 그랬어. 내가, 페로몬을 열어서,”
 - 야, 정신 차려.
 “흐윽… 어떻게 해야 해?”

 나는 멍청이처럼 이 남자에게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얼굴을 멋대로 봐버린 발칙한 놈에게 약한 모습까지 들려줘버리다니. 하지만 그런 생각 따위가 파고들어올 틈도 없었다. 나는 단지 박지민만을 떠올렸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거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혹시 돌연변이도 전염이 되는 건 아닐까. 형이 나 때문에 이 좆같은 병에 같이 걸려버린 거라든지. 형이 내 체향을 맡은 순간부터 오메가였으면 한다고 자꾸만 나도 모르게 소원을 빌어서 그게 이뤄져버린 건 아닌지. 마음대로 페로몬을 열어버리는 바람에 당신을 더 괴롭히게 된 건 아닌지.

 - 정신 차리고 들어. 원래 발현하면 다 그러는 거야. 자책할 시간에 편의점 들어가서 생리대나 사. 알겠어? 오버나이트라고 제일 긴 거 있어. 알아들었어? 제일 긴 거. 한 통이면 돼. 나머진 해 뜨자마자 병원부터 데려가서 구하고.

 나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편의점으로 달려 들어갔다. 정신없이 그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여성용품이 쌓여 있는 선반을 뒤적거렸다. 낯선 포장재들을 살피다가 그의 말대로 ‘오버나이트’라고 쓰여 있는 걸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 샀어?
 “…어.”

 나를 힐끔 보는 아주머니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초조하게 계산을 했다. 검은 비닐봉투에 들린 그것을 들고 달려 나왔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계속해서 내게 증상에 대해 설명했다.

 어쩌면 하혈을 할 수도 있어. 너무 놀라지 마. 몸 안에 구조 바뀌면서 그러는 거니까. 복통이 심해지면 온찜질을 해주면 좋고. 생리대 처음 붙일 때 존나 현타 온단 말이지? 좀 예민해질 수도 있어. 그거 차면 불편하고 찝찝해. 한 삼일은 차야 돼. 물 많이 마시라고 해. 탈수 온다.

 “이제 난… 뭘 해야 해?”

 나는 아직도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당장 박지민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과 달려가기 두려운 마음이 공존한 채로 주저했다. 무엇도 해주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 싫어서였다. 그리고 생리대를 받아들 때의 그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한숨이 푹 나온다.

 - 너 생긴 거랑은 다르게 멍청하구나?

 남자가 나를 책망하는 목소리를 했다.
 그리고는 이내 한숨을 작게 쉬며 낮게 말했다.



 - 가서 안아줘야지. 죽고 싶다는 생각 안 들게.

  



 50. 오메가



 형은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새벽에 생리대를 건네는 내게도, 조금 전 내가 모자와 마스크를 씌우며 얼굴을 꽁꽁 가려줄 때에도, 택시가 가까운 병원을 몇 개나 스쳐 지나가도. 당신도 예감했을까.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손에 깍지를 꽉 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숨긴다.

 차창 밖에는 오전의 햇살이 밝게 부서지는데, 우리는 빛이 두려운 사람들처럼 자꾸만 자꾸만 움츠리기만 했다. 마치 죄인들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돌연변이는 죄인이나 다름없다. 나는 앞으로 이런 뭐 같은 세상을 형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끔찍이도 싫다. 하지만 별 다른 수가 없다. 그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들은 어쩌면 알파보다 더 힘들고 외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 남자로서 오메가가 된다는 것은 더 큰 고통을 동반한다.

 나는 홀로 약속한다. 누가 당신을 시궁창으로 밀려고 한다면 내가 대신 떨어질 것이라고. 여태 형에게 죄 지은 게 많은 나니까, 순결하고 아름다운 당신은 나의 원죄를 딛고 그 발에 오물을 묻히지 말아주기를.  



 “정국아, 기분이 어때?”

 나란히 병원의 옥상 난간을 올려다본다. 3년 전 그 날처럼, 쏟아지는 태양 빛 아래에서 말이다. 많은 알파와 오메가들이 투신했다는 그 불명예의 전당 앞에 서서 손을 꽉 잡은 채로. 당신은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내게 묻는다. 사형선고를 받은 당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남자 오메가는 20대에 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무미건조하게 설명하던 의사의 목소리를 함께 듣던 그 순간, 나는 예상했던 이야기를 확인받으면서도 심장이 한 번 더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알파와 함께 있어서 조금 앞당겨진 듯합니다.’

 그리곤 다짐했다. 앞으로의 어떤 고난도 달게 짊어지리라.


 “정국아.”
 “네.”
 “생일 축하해.”
 “…….”

 당신의 말투를 읽어낼 수 없다.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때 당시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내가 알파라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당신도 그럴까.

 “내가 열두 살 때였나. 기르던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사람이 이렇게 슬프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
 “…….”
 “그런데 다른 한 마리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자꾸만 와서 얼굴을 비비는 거야. 평소에 애교도 별로 없던 녀석이었는데, 졸졸 따라다니면서 꼬리 흔들고 귀여움을 떨어. 그게 얼마나 예쁘던지, 죽고 싶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어. 그 녀석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치유된 거야.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해줬달까.”

 그가 나를 돌아보며 뺨을 만진다. 나는 어느새 또 울고 있었다. 형의 차분한 목소리 안에 담겨 있는 감정들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것이어서.

 “정국아.”
 “…응.”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너 이제, 나 사랑해도 된다.”
 “…….”
 “그치?”

 그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두 번 끄덕거렸다. 코끝은 빨갛게 물들었을 테고, 아마 엄청 못생겨진 얼굴로 울고 있을 것이었다. 형이 손을 들어 천천히 내 머리통을 쓰다듬는다. 엉엉 소리를 내는 내 울음이 서서히 멈출 때까지 내 귓가에 조용히 이름을 속삭이며.

 정국아, 네 향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
 정국아, 정국아, 정국아…….



   








(+)

3화의 13에피소드에 오메가 밑밥 깔아놓고 13화에 오메가 발현 던진 사실을 궁예 성공해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저 혼자 방시혁놀이 한 건데 괜히 뿌듯하네여. 국민에게 13 괜히 소중하잖아요.ㅋㅋ

말랑망개  | 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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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 19012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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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불닭  | 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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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 190122  삭제
지미니가 생일축하해주는 장면부터 눈물바다네요.
전 달방보다 더 기다려지네요. ㅠ
랠리님 좋은 글 감사해요. ^^
령음  | 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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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찾으러 가야겟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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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찜  | 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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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꾹  | 190514   
나란 사람 눈치도 없이 눈치도 못채고ㅠㅠㅠㅠㅠㅠㅠ
러트 상대도 나쁜놈이 아니어서 다행이고ㅠㅠㅠㅠㅠㅠ
여러분 랠리님은 천재입니다
지금 제말에 동의 하는분은 푸춰핸썹
랠리님~~~~ 럽유 럽유~~~~ 알럽유
로로꾹  | 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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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 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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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유  | 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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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님  | 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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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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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이이이하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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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햇살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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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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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미야  | 190621   
13 소중하잖아요 ㅠㅠㅠㅠㅠㅠ 그렇죠 ㅠㅠㅠㅠ 애들아 이제 맘놓고ㅠ사랑해 진짜 미치겠다 ㅠㅠ 나왜우럭....
강아지고양이병아리  |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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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강양이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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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 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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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 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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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꾹꾹이  | 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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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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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 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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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여우  | 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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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꼴찌 댕댕이  | 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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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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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ietmoi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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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_가자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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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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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 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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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국민러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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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꽃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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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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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찜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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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파  | 19082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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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 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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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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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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