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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15 랠리 씀

Yann Tiersen-Mother's Journey

돌연변이
15












 51. GOLDEN CLOSET



 세탁조 안에서 회오리치는 물살을 가만히 바라본다. 물에 젖어 변색된 빨랫감이 알아볼 수 없게끔 흔들린다. 저 안에는 갓 태어난 오메가의 신고식을 받아낸 침대 시트와 옷감이 들어 있다. 그것이 언제 치욕이었던 적 있었냐는 듯 향기로움을 풍기며 세제와 함께 섞여간다. 3년 전 내가 끊임없이 나락에 빠졌던 이유는, 몸의 변화를 숨겨가며 매일매일 내 자신에게 외톨이란 옷을 덧입혔기 때문이다. 누구도 믿어선 안 되며 정을 주어서도 안 된다는 혼자만의 법칙을 만들어, 스스로의 발에 족쇄를 채우고 추를 달아 바다에 내던졌다. 꼴깍 숨이 넘어갈 지경까지 가라앉다가 한밤의 꿈처럼 깨워줬던 건 박지민이었고.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과정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를 외롭지 않게 해줄 것이다. 그건 미리 겪어본 자의 여유나 느긋함 따위가 아니다. ‘소수’가 된 인간은 자신의 감정조차 있는지도 몰랐던 ‘소수’의 것을 끄집어낼 정도로 유약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이다. 주로 그건 자기 멸시로 표현되는 파괴적인 것들이다.

 박지민은 내게 사랑할 자격을 부여했다. 사실 그건 누구도 가지고 있는 권리가 아니며 허락을 받을 일도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는 그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갈등을 단숨에 씻어 내렸다. 이제는 내가 완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그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어야 했다. 박지민이 오메가라서? 그래.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내가 시작Α이라면 당신은 끝Ω이 되어야 한다. 나는 당신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겠다.



 “남준이 형 코고는 소리 때문에 못 자겠어요.”
 “…갑자기?”

 나는 머리를 조금 쓰기로 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는 핑계긴 했지만 별 수 없었다. 몇 년을 부대끼며 잘만 자다가 갑자기 방 독립 선언을 하는 내게 형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침대에서 매트리스만 질질 끌어다가 옷 방에 가져다 놓았다. 이제부터 여기가 내 방이라며 얼버무리자 형들은 좁아터진 광경을 보며 물음표를 달았다. 다행히 막내 놈이 어디서 자는지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순식간에 방 하나를 혼자 쓰게 된 남준 형만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독립선언에 깊은 뜻이 있겠지?”

 이불과 책상위의 짐 같은 것들을 챙기고 있는 나를 보며 남준 형이 속삭이듯 물었다. 마치 비밀거래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 내가 갑자기 방을 옮기는 것에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눈치를 챈 것이 분명했다. 형과 나눴던 대화도 있었으니 어느 정도는 예상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형 팔아서 죄송해요.”
 “뭐, 대의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지.”

 형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보조개가 보일 정도로 빙긋 웃으며 내 노트북과 전선들을 같이 챙겨주었다. 그러다가 내 17만 원짜리 헤드셋을 떨어뜨려 순식간에 박살을 내긴 했지만.



 철지난 옷이 잔뜩 걸려 있는 행거와 어깨 높이까지 쌓여 있는 리빙 박스를 제외하면 옷 방의 남는 공간은 2평 남짓. 싱글 매트리스와 책상을 놓으면 발 디딜 틈이 거의 없이 비좁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면 내게 충분하다. 이곳의 이유이자 목적은 오로지 박지민 하나이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서 건져낸 서로를 눕히기엔 부족함이 없으며, 서로의 아픔을 감추고 보듬어 주기에 훌륭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내 방이 생기고부터 우리는 사소한 걸 같이 하기 시작했다. 좁은 매트리스에 마주보고 엎드려 퍼즐조각을 맞췄다. 재미삼아 100피스 퍼즐에서 시작한 것은 점점 늘어나 1000피스 직소퍼즐이 되었고, 나중에는 눈이 핑핑 돌고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그걸 끝까지 다 맞추고야 말았다. 그러는 동안 딱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그 침묵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그 공간 안에 형과 단 둘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맞지 않는 자리에 퍼즐을 놓으면 장난스레 핀잔을 주는 형의 말에 건방진 막내처럼 하극상으로 대꾸하는 것조차 재밌어서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몇 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박지민과 무언가를 같이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퍼즐 외에도 다양한 걸 같이 했다. 120색 색연필 틴 케이스를 사이에 두고 복잡한 도안의 컬러링북을 칠하기도 했는데, 끈기가 없지만 경쟁심이 강한 전정국과 끈기는 있지만 경쟁심이 별로 없는 박지민의 조합은 결국 무식한 결과를 초래했다. 밤이 새도록 커다란 도안을 다 완성해놓고 기절해버린 것이다. 오후에 눈을 떴을 때 우리는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엉킨 자세로 있었다. 색연필이 등에 배기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다크써클이 광대까지 내려와 있었다. 비 활동기였으니 망정이지.

 “너네 요즘 왜 둘이서만 놀아?”

 태형이 형이 심술 가득한 목소리로 이제 내 방이 되어버린 옷 방으로 들어와 우리가 하는 양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에 흥미를 보이더니, 딱히 재밌는 얘기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할 일만 하는 우리 둘을 보더니 금세 등을 돌려 나갔다. 남들이 보기에 우린 전혀 재미없는 짓을 집착적으로 하고 있는 오타쿠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실은 둘만 있을 수 있는 게 좋을 뿐이다.

 3년이 조금 넘게 봐온 박지민보다 지금부터 내 곁에 있는 박지민을 더 많이 알아야 했다. 백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그저 함께 있는 것을 택했다. 퍼즐, 색칠, 그림, 그런 건 다 핑계다. 자그마한 나노 블록을 완성하는 것보다 그 조각을 꼬물거리는 형의 손가락을 보는 게 더 좋았으며, 색연필을 칠할 때마다 통통한 입술이 아래로 쏠려 툭 튀어나오는 걸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퍼즐을 맞추다가 틀리면 쓰읍- 하며 째려보는 눈길이 사랑스러웠고, 스케치북 한 장에 서로 다른 낙서를 하다가 뜬금없이 하트를 그려와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하는 순간이 좋았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아직은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나는 말 대신 가만히 형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고, 가끔은 내게 입술을 뾰족하게 내미는 그에게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왠지 그 이상의 것은 더 할 수가 없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다.

 “배 아파….”

 천천히 변화를 겪는 그의 몸을 보며 충동에 사로잡혔더라면 아마 스스로를 없애는 아주 못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이성이 살아 있는 놈이었다. 가끔 그가 배가 아프다며 고운 이맛살을 찌푸리면 매트리스 위에 눕혀놓고 배를 살살 만져주었다. 스팀타월을 만드는 행동으로 멤버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에, 대신 손바닥을 마구 비벼 열을 내어 그의 배 위에 가져다 댔다. 마찰열이 금세 사라져버리면 또다시 그 행동을 반복했다. 그럼 형은 히히 웃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바보 같아.”

 새벽에 조용히 내 몸을 흔드는 박지민의 손길에 번쩍 눈을 떴다. 나는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지 못하는 놈인데 이상하게도 그가 깨우면 바로 눈이 떠졌다. 아래에서 왈칵 쏟아져 내린 액체가 속옷 안에 붙인 패드 밖으로 흘러 넘쳤다며 얼굴을 붉히는 형을 보며 말없이 몸을 끌어안아주고,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그가 씻는 동안 내 속옷과 바지를 챙겨주고, 다용도실로 들어가 그의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그러다 보면 어스름한 해가 떴다. 형은 미안하다면서 멋쩍게 웃거나, 가끔은 눈물을 훔쳤다.  



 2평짜리 내 방. Golden Closet.

 정돈되지 않아 번잡하고 좁아터진 이 공간은 우리가 함께 갇혀 있는 벽장이기도 했으나, 온전히 우리가 우리로서 빛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여기에서만큼은 다수와 소수를 가르는 저울에 놓이지 않아도 된다. 전정국과 박지민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어떠한 현상과 해석도 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반영反映일 뿐이었다.      





 52. 솔직하지 못해서



 다음 앨범 녹음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박지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목에 스카프를 묶고 나온 것을 보자마자 나는 단번에 눈치를 채고 말았다. 그에게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9월 말이었다. 형이 발현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항상 모든 것이 느린 형은 이런 것마저 느린 모양이다. 나는 발현 당시 내 모습을 떠올렸다. 성장이며 뭐며 항상 빠른 나는 알파가 되자마자 호르몬이 미친 듯이 분비되는 바람에 9월 초부터 목 티를 입고 다녀야 했었다. 나는 그가 느린 것이 이런 면에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목 티를 입어도, 스카프를 둘러도, 이상할 것 없이 선선해진 가을이 되었으니까.

 “괜찮아요?”
 “…….”

 내가 조용히 묻자 형이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내 귓가에 대고 귓속말을 한다. 목소리 대신 바람 새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안 나와, 하며 쉰 소리를 내길래 다 안다는 표정으로 그의 뒷목을 주물러주었다.

 “곧 좋아질 거예요.”

 하필이면 앨범 수록곡 녹음이 있는 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똑똑히 알고 있다. 돌연변이 호르몬 분비로 갑상선이 붓는 증상은 앞으로도 쭉 계속 될 거라는 것을. 라이브를 해야 하는 가수에게는 치명적인 복불복 게임이라는 것도 말이다. 박지민은 아직 오메가에 대한 정보에 무지했다. 굳이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건 내가 그를 막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게 되고, 내 경험 상 그건 결코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박지민이 털끝 하나도 상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는 내가 대신 아는 것을 택했다.

 [ 언제까지?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답답한 모양인지, 박지민은 휴대폰으로 글자를 적어 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얼마간은 계속 그럴 거예요. 그 변화가 끝나면… 페로몬이 나오는 거고.”
 [ 그 다음은 히트 사이클? ]
 “네.”

 내 대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읽어낼 수 없다. 그는 딱히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여 엄지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텍스트를 치는 모습을 보며 냉수를 들이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액정을 다시 내게 내밀었다.

 [ 페로몬 나오고부터 러트에 도움 되는 거지? ]

 텍스트를 읽자마자 힘이 빠져 폰을 들고 있던 팔을 늘어뜨렸다. 그는 이 와중에도 내 사이클을 해결해줄 수 있는 몸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잠시 그에게 해야 할 말을 잊고 이마를 짚었다. 미간을 손끝으로 꾹꾹 눌렀다. 그의 말은 맞다. 미성숙 오메가는 사이클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돌연변이는 서로의 페로몬을 통해 욕구를 소강할 수 있다. 그렇기에 페로몬, 즉 체향이 생기면서부터 진짜 알파와 오메가가 되는 것이다.

 “형 몸부터 생각해요. 내 걱정 말고.”

 나는 부러 화난 목소리로 꾹 눌러 말했다. 형이 러트 얘기를 왜 꺼내는지도 알고 있다. 두 달에서 세 달 사이의 간격대로라면 10월 안에 세 번째 러트 사이클이 찾아올 것이다. 형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내 사이클을 겁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뭐라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지민이 목소리가 잘 안 나와?”
 “…….”
 “너 목 관리 잘 안 할래?”

 박지민은 결국 피디 형님께 혼나고 말았다. 앨범 수록곡 녹음을 하기로 한 날은 몇 주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니 회사나 다른 형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을 낼만 한 일이다. 박지민은 녹음실 의자에 앉아서 가사지를 꼭 쥔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죄인처럼 말이다. 그 모습이 예전의 나와 겹쳐 보였다. 거기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어서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으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박지민은 색이 다 빠진 주황빛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의 파트를 제외한 부분과 코러스만 녹음 진행하는 동안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석상처럼 굳어서 미동 없는 박지민. 그가 느끼고 있을 상실감이 어떤 것일지 알기에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가수 활동에 대한 의지가 깊고, 가끔 보면 집착적으로 프로 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오메가 발현 증상으로 인한 피해는 아마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지도 모른다. 오메가 발현 후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많이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그였는데, 오늘만큼은 온종일 심해로 가라앉는 사람처럼 무기력해보였다.  

 멤버 형들 역시 처음엔 뭘 했길래 녹음 당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느냐며 핀잔 섞인 소리를 했으나, 7시간 가까이 진행된 녹음 시간 내내 한 자세로 자책하고 있는 그를 보며 나중에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연습 열심히 해서 그런 거야. 쉬엄쉬엄 하지 그랬어. 지민아, 기분 풀자. 괜찮아. 격려의 말들이 오가도 박지민은 인사치레 웃음조차 보이지 않았다. 늘 밝고 긍정적이던 그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건 모두가 처음이었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박지민은 제 방으로 가지 않고 곧장 내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음과 동시에 잠그고는 겉옷을 벗고 있는 내게 달려들어 다짜고짜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무게감에 휘청하며 뒷걸음을 치다가 중심을 잃었다. 나는 빠르게 그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로 몸을 숙여 매트리스 위로 떨어졌다. 그가 눈을 꼭 감은 채로 공격적으로 내게 달라붙었다. 거의 한 달 만의 키스였다. 아직 그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채 갈무리 하지 못했기에 그를 떼어내려 했다.

 “…해줘. 키스해줘.”
 “형….”

 저기압인 박지민이 내 방에 들어가는 것을 다른 형들도 봤을 테고, 상태가 좋지 않는 그를 딱히 먼저 건드려오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갑작스런 그의 태도에서 슬픔을 읽었다. 그건 자신의 정체에 대한 뿌리 깊은 슬픔이었다. 여태 내게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괜찮은 척하려 했던, 무거운 진심.

 다시 내 뺨을 붙들고 입술을 뭉개듯 짓눌러 오는 그의 호흡에 맞추어 혀를 밀어 넣었다. 기초체온이 높아 미열이 잔잔하게 끓고 있는 그의 목을 조심스레 만졌다. 그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비틀어 나를 조금 더 깊이 집어삼키려 한다. 더 깊이 들어오라는 듯, 혀뿌리까지 얽을 기세로 나를 찾는다.

 “으응… 하아….”

 입술이 조금 떨어질 때마다 밭게 호흡하는 소리를 듣고 입술을 떼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가 열이 올라 발갛게 홍조가 오른 앞볼을 한 채로 느리게 눈을 껌뻑인다. 나는 생각한다. 그는 오메가가 된 순간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슬픔에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그가 무척 중요시하는 가수 생활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에, 어쩌면 최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가 긍정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의연한 척했지만 무너져 내릴 만큼 아팠을 것이다.

 그의 아픔을 가린 건 나였다. 그에겐 내가 먼저였다. 깨진 조각 하나라도 보여주지 못할 만큼 나를 아낀 거겠지. 사랑해도 된다고, 내가 너의 선물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와중에도 나의 러트를 걱정했다.

 “향기 맡고 싶어. 정국아.”
 “…….”
 “응? 향기 맡게 해줘.”

 지금도, 잠긴 목소리를 쥐어짜 내게 속삭인다.

 “조금만 더 짙게 맡고 싶어.”
 “…….”
 “으응… 조금 더….”
 “…왜요?”
 “알파가 있어서 앞당겨졌다고 했잖아. 이렇게 하면… 그것도 빨라질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럼 목소리도 잘 나오고… 흐으… 향기도 날 수 있잖아. 흑, 으윽….”

 결국 내 앞에서 흐느껴버리는 그의 앞에서 나는 또다시 죄인이 되어버린다. 고요했던 한 달, 내가 골든 클로젯에서 당신을 훔쳐보며 행복해하는 동안 얼마나 수렁 속을 헤매고 있었을까. 완전한 오메가가 될수록 더욱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어차피 묻어버린 진흙을 닦아내기보다는 나를 끌어안는 선택지를 자꾸만 택하는 것이다. 억지로 그러지 않아도 어차피 빨려 들어갈 텐데, 뭐가 그리 급해서.

 대체 왜 그렇게까지 참는 거야.

 “형 진짜 사람 미치게 한다. 그러면 내가 좋아할 것 같아요? 하나도 안 기뻐. 형이랑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저주스럽다고요. 왜 나 바보 만들려고 해요. 내가 애 같아요? 나한테 계속 형이고만 싶어? 그럼 그냥 계속 형 해요. 다른 거 말고, 그냥 형만 하라고.”

 마음과는 다른 말이 뱉어진다. 내가 애 같냐고 물어봤지만 나도 안다. 지금 이러고 있는 내가 진짜 애새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딘가에 화를 쏟아내고 싶은데, 어디에도 탓할 구석이 없어서 그저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아냐, 미안해요. 방금 잘못 말했어요…. 나한테 화나서 한 말이야. 이상한 말 했어. 못들은 걸로 해요. 응?”

 그러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번복하고.

 “네가 자꾸 죄책감 갖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해? 맨날 울어야 돼? 네가 죄책감 갖든 말든 그래야 되는 거야?”
 “…….”
 “난… 우리를 위한 방법을 선택할 뿐이야.”
 “…그건 우리가 아니라 나만 위한 거잖아요.”
 “그럼 너는?”
 “…….”
 “너는 누굴 위해서 죄책감 가져? 누굴 위해서 미안해 해?”
 “…그건,”
 “날 위했다고 하지 마. 봐. 서로 똑같은 거야.”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머리를 감싸며 무너져 내린다. 그의 말에 한 치의 틀림도 없다.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가졌고, 당신은 나를 생각하며 슬픔을 내색하지 않았다. 왜 그랬지. 뭐가 우리를 이렇게 막지. 왜 하나의 감정에만 솔직할 수 없게 만들지.

 “네가 날 좋아하면, 그것만 해. 그럼 나도 솔직해질 수 있어.”

 그가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그러다가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처럼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시트 위에 엎드리고는 베개 위에 얼굴을 파묻는다. 흐엉 하고 우는 소리가 솜 안으로 먹혀들어간다. 나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덩그러니 그의 뒷모습을 내려다본다.



 당신과 함께 봤던 첫 영화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그날 밤, 엉엉 울던 나를 감싸 안고 달래주며 당신이 했던 말. 꿈결에 들었나 싶을 정도로 달콤했던 말. ‘정국아, 네가 우는 게 내 이름을 부르는 거나 마찬가지야.’ 이젠 울고 있는 당신이 나를 부르고 있는데, 다가가야 하는데,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그게 참 어렵다.





 53. 좋아하는 첫 마음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형, 우리는 길 잃은 별일까?
 이 어둠을 비추려고 하는.



 Lost Stars (2015, Cover)

 Performed by 정국
 Vocal Arrangement by 정국 @Golden closet


 2015년 10월 03일 23:46





 54. 첫 고백



 난 그때부터였어요.
 형, 사랑해. 사랑해. 진짜 많이 사랑해요.
 


















(+) 아따 찌통와서 못 쓰겄다.



망콜  | 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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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망개  | 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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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  | 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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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 190125   
자꾸자꾸 눈물이 나네요ㅠㅠ 어리고 서툴어서 더 아픈 청춘..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 단둘이 덩그러니 남겨진 심정일 두 사람이 너무 안타까워요 브금도 찰떡입니당ㅜㅜ
 | 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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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쿡민  | 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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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살아야나라가산다  | 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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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  | 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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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이  | 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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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ok_1108  | 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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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jihyde  | 19012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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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y61  | 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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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똑똑  | 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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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 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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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누난나  | 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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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kyo  | 1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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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 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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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bts  |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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춉춉  | 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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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밈충성  | 1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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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꾹꾸  | 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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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myssi  | 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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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이모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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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koo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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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꾹  | 190517   
와 퍼즐이 이렇게 나오다니.. 너무 이뻐서 눈물날거 같아요ㅠㅠ
카유  | 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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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 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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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리  |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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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강양이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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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yu  | 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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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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