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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20 (미성년자) 랠리 씀

Zack Hemsey - I'll Find A Way

돌연변이
20












 63. 주어진 시간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스탠드 조명을 켜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모텔의 창문은 어두운 색의 시트지가 잔뜩 붙어 있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인공의 빛 아래서 곤히 잠들어 있는 박지민을 바라본다. 첫 경험 후 함께 나체로 맞이하는 새벽. 이 자유로운 느낌. 그가 마른 몸을 잔뜩 웅크리고 내 품에 안겨 있다. 우리의 맨다리는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다. 나는 보드라운 그의 살결 위에 허벅지를 감으며 더 깊게 끌어당겨 안는다. 잠결에 답답한지 고개를 비틀어 드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충동에 잠긴다.

 어젯밤의 그 감각이 자꾸만 생각난다. 아무래도 미친 모양이다. 아니, 나는 정상이다.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남자를 처음 받아들이는 좁은 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때의 감각.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남자의 몸 안이다. 내 아래에서 목을 쭉 뻗으며 바들바들 떨며 느끼던 표정이 떠오른다. 지금 이렇게 평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모습도 좋고,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야한 모습도 좋다.

 나는 잠들어 있는 형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살결을 쓸자 간지러운지 잠결에 몸을 조금 비틀더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엎드리려고 한다. 나는 그의 몸을 비스듬히 받치며 자꾸만 손장난을 시도한다. 몸에 슬슬 열이 오르고 있다. 나는 직감했다. 프리 러트 사이클이 오고 있다는 것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사이클 때문인지 페로몬이 평소보다 많이 분출되고 있었나 보다. 나는 손을 내려 부드러운 그의 살결을 문지른다. 체향을 최대한 조절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러자 그가 한쪽 무릎을 굽히며 시트 위에 비빈다. 그러다가 내 허벅지 사이로 종아리를 끼워 넣고는 바짝 붙어온다. 기분 좋다. 이게 사랑이지, 하고 생각한다.

 형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나를 보더니 풋 웃는다. 시간은 아직 새벽 5시 반. 조금 이른 시간이라 피로가 덜 풀렸는지 형이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껌뻑인다.

 “몸은 어때요.”
 “으음… 찌뿌둥해.”
 
 그가 목을 좌우로 꺾고 허리를 기지개 켜듯 쭉 피면서 그런다. 바보. 나는 거길 물어본 게 아닌데.

 “그 몸 말고.”
 “응?”
 “여기.”

 내가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은근슬쩍 그 사이의 은밀한 곳을 손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그의 얼굴이 금세 붉어진다. 그러더니 제 손을 뒤로 해서 직접 구멍을 만지작거린다. 부었는지, 아픈 건지, 확인하려는 듯 어설픈 손놀림으로 자신의 그곳을 살살 문지르는 모습이 적잖이 야하다.

 “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은데.”
 “하….”
 “사람 살은 그렇게 쉽게 찢어지지 않는댔어.”

 별안간 심각한 소리를 하며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한다. 나는 그에게 이마를 맞대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작게 속삭였다.

 “누가 거기 만지래요.”
 “왜?”
 “못 참겠잖아.”

 코끝을 문지르며 말하자 박지민이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건조하게 내 입술에다가 짧게 입 맞추더니,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으며 엎드린다. 갑자기 무슨 태돈가 하여 눈을 꿈뻑이고 있으니 그가 나지막이 말한다.

 “누가 참으랬나….”
 “뭐라고?”
 “참지 말라고.”

 그 말은 또 해도 된다는 뜻일까. 나는 얼른 그의 엎드린 몸 위에 올라타며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간다. 그리곤 잠긴 목소리로 속삭인다.

 “좀 무리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자 간지러운지 형이 어깨를 움츠리다가 고개를 옆으로 향하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겠냐.”
 “…….”
 “너 체향이 달라졌어. 프리 러트 온 거지?”

 역시 향기는 못 속이나 보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목부터 등줄기를 따라 천천히 입술을 내린다. 간지럽다고 시트를 꼭 쥐는 손등 위에 내 손등을 겹치고, 군살이 없는 등과 옆구리에 집요하게 키스를 한다. 옴폭하게 보조개가 들어가 있는 엉덩이 위쪽에서 쪽쪽. 그러자 흐흐, 간지러워. 하고 웃으며 몸을 꿈틀거린다.

 “한 번 했는데, 두 번은 못하겠어?”
 “용감하네요.”

 나는 조심스럽게 페로몬을 열며 그의 엉덩이에 입을 맞춘다. 자꾸만 힘이 들어가는 형의 근육을 살살 문지른다. 그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더 깊게 파묻는다. 흰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신음하는 소리를 들으니 조금 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젯밤 형의 몸을 알아버렸음에도, 그보다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형이 종아리를 침대 위에서 팔딱거리며 엉덩이에 꽈악 힘을 준다.

 “어떤 느낌이에요?”
 “궁금하면 너도 해볼래?”
 “큭, 아뇨.”

 나는 축축한 그의 몸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본다. 어제의 정사로 많이 풀어져 있는 느낌이지만 조금 부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마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발갛게 부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가락이 들어가는 이 감각이 좋아서, 욕심껏 손가락 하나를 더 넣어보았다. 그러자 형이 조금 버거운지 숨을 흡, 참으면서 발등으로 매트리스를 팡팡 친다.

 “으으… 내 안에 뭐가 있는데, 네 손가락이 그걸 간지럽히는 느낌이 들어.”
 “좋은 느낌이에요?”
 “아픈 건 아닌데, 좀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며 베개에 얼굴을 부빈다. 어제 한 번 느껴보았던 감각을 생생히 기억하는지, 자꾸만 이 안에 들어가고 싶다며 아우성친다. 나는 결국 축축하게 열려있는 형의 위에 올라탄다.

 “아아….”
 “아, 좋다.”

 나는 엎드려 있는 그의 몸 안에 들어간 채로 한참을 가만히 그의 몸을 끌어안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그의 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 죽을 것 같아서, 그의 목덜미며 어깨며 입술이 닿는 대로 살짝 깨물며 애무했다. 내가 살갗을 씹거나 귀에 입김을 불어넣을 때마다 그의 내벽이 움찔하며 내 몸에 더 찰싹 달라붙어 압박한다.

 “그럼 이건?”
 “이건 뭐?”
 “어떤 느낌이에요?”
 “흐으… 모르겠으니까 움직여 봐 인마.”

 형이 목소리를 깔며 이상한 말투로 그런다. 나는 깔깔 웃으면서 허리를 조금 움직였다. 그러자 형이 침대 위에 늘어진 채로 끄응 하는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로 내게 묻는다. 정국아, 별로 깊게 안 들어온 거 맞지? 어쩐지 순진하게 느껴지는 물음에 나는 상체를 세우고 토실토실한 그의 엉덩이 살을 주무른다.

 “여기 쿠션이 있어서 들어가는 걸 막아요.”
 “아… 그런 거구나.”

 체위에 대해 무지한 형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꾸한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음미하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 그의 곧은 척추가 뻗어 있는 뒷모습을 보는 시각적인 자극도 좋지만, 눈을 감으면 온전히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낄 수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의 어깨를 짚고, 한쪽 손은 그의 손목을 잡으며 할 수 있는 한 더 깊게 그의 몸 안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따뜻한 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내 육체의 한 부분. 새삼스럽게 이 행위를 창조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몸 안에 자신을 집어넣고 마찰하면서 욕망과 사랑을 키워가는 신기한 행위. 이 움직임이 대체 무엇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것에 목숨 걸고 덤벼들기도 하고, 우리와 같은 돌연변이는 이걸 하지 않으면 곧 죽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바들바들 떨려오는 그의 상체를 일으켜 뒤에서 꽈악 끌어안는다. 젖은 뺨끼리 비볐다. 어느새 흠뻑 땀을 흘린 우리 두 사람의 온도가 좋아서 자꾸만 살갗을 문지른다. 프리 러트로 한껏 올라가 있는 내 체온을 닮아 있는 박지민. 고개를 비틀어 깊게 키스하며 우리는 동시에 절정으로 향한다.

 사랑스럽다.
 당신이 사랑스러운 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64. 존재



 부산에서 보낸 꿈같은 휴가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해외로 출국했다. 그 사이 내겐 러트가 찾아왔다. 박지민은 내 호텔방에 들어와 내 앞에서 팔짱을 끼고 엄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나는 러트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와의 접촉을 피했다. 그게 못마땅한 모양인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자꾸만 뜯어본다.

 “왜 괜찮은 척해?”
 “뭐가요?”
 “러트잖아.”
 “참을 만해요.”

 하지만 러트 사이클을 맞은 알파의 체향은 도통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나는 러트 기간에 형을 건드렸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억지로 그를 밀어냈다. 내가 미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수갑이라도 채웠으면 좋으련만. 아니면 밧줄로 내 두 팔과 다리를 꽁꽁 묶어놓던가. 그렇지 않고서야 형에게 무지막지한 짓을 해버릴 것이 분명하다. 분명 해소 되지 않는 사이클 때문에 셀 수도 없이 사정하며 그의 몸을 못살게 굴어버리고 말걸. 페로몬을 가진 오메가와 관계를 가질 때도 흥분을 이기지 못하는데, 그 상대가 박지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결국 나는 박지민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해외 일정을 보냈다. 러트 때문에 몸이 시도 때도 없이 발정할지라도 반드시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숙소 안이라면 모를까, 호텔방 안에서 지난번처럼 형의 손에 몸을 맡겼다가는 금세 엄한 짓으로 이어져버릴 것이다. 호텔방은 내게 그런 곳이다. 욕망을 참아낼 수 없는, 그런 곳.

 본의 아니게 러트를 나흘 넘게 참아냈다. 귀국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최영진을 만나러 갔다. 조금 더 있다가는 몸이 녹아내릴지도 모르겠다. 단 한 번이라도, 오메가를 만나서 사이클을 해소하지 않으면 내 몸에 병이 들어버릴 것처럼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박지민은 내가 다른 오메가를 찾아야 하는 것에 대해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서 가보라며 나를 재촉했다. 지난번 사이클 때처럼 말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 발은 최영진의 집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해외에 있을 때 몇 번 연락이 올 때마다 씹었는데, 제 집 현관 비밀번호를 메시지로 보내놓았다. 마치 내가 반드시 자신을 찾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든 한 번은 오메가의 페로몬을 맡으며 사정해야 하는 운명인 걸 최영진이 모를 리가 없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대신 문 안쪽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렸다. 기분 나쁜 소리. 나는 미간을 좁히며 메시지함을 열어 최영진이 적어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 락을 풀었다.

 문고리를 돌려 열자마자 나는 하마터면 토악질을 할 뻔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체향이 역할 정도로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다른 알파의 체향이다. 알파는 다른 알파의 페로몬에 거부반응이 일어난다고 했다. 지독하게 풍겨오는 페로몬에 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라, 신발도 벗지 않고 집 안으로 급하게 들어섰다.

 처음 보는 사내가 역한 페로몬을 잔뜩 흘려가며 최영진을 때리고 있었다. 러트 사이클을 맞이한 알파가 분명했다. 그 사내가 최영진의 얼굴을 때려 침대에 눕히고는 벗겨진 녀석의 다리를 우악스럽게 벌리려 했다. 최영진이 발버둥 치며 발바닥으로 그 사내의 몸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짝! 소리와 함께 최영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나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바짝 굳어버렸다. 태어나서 폭력적인 장면을 눈 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흐윽….”

 최영진이 울면서 나를 바라봤다. 많이 맞았는지 뺨 한 쪽이 보기 싫게 부어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울컥 화가 올라왔다. 나는 급하게 달려가 그 사내의 몸을 세게 밀어냈다. 그러자 아랫도리를 내리고 있던 그 사내가 주춤하며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뭐야, 씨발!”

 남자가 상스러운 욕설을 뱉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틈을 타 최영진이 얼른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다시 최영진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침대 위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페로몬을 잔뜩 열어 지금보다 더 지독한 체향을 흘리기 시작했다. 욱. 나는 속이 울렁거리는 걸 꾹 참으며 그 남자를 다시 저지했다. 최영진은 페로몬에 흐물흐물해진 상태로 숨을 헥헥 내쉬며 남자에게서 도망치려 애썼다. 나는 최영진의 머리채를 움켜쥔 남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힘을 주었다.

 “넌 뭐야?”

 그 남자가 형형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리곤 내게 주먹을 날리려고 손을 들었다. 나는 그 순간 빠르게 머리통으로 남자의 안면을 가격했다. 남자가 윽 소리를 내며 자신의 코를 쥐어 잡고 고개를 숙였다. 시뻘건 코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윽!”

 남자가 얼른 몸을 들어 내 배를 발로 걷어찼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당한 공격에 숨이 막힐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다. 나는 나를 방어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남자의 안면을 다시 한 번 강타했다. 남자는 나보다 덩치가 더 컸다. 얼굴을 맞은 놈이 내게 다시 거칠게 달려들었다. 얼굴을 맞은 것도 같다.

 그러자 최영진이 급히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서서 그 남자를 말린다.

 “재영아 제발, 진정해! 내가 이렇게 빌게!”

 최영진이 그 남자의 팔에 매달리며 무릎을 꿇고 빈다. 자신을 무자비하게 때린 알파새끼에게 말이다. 나는 화가 솟구쳤다. 이게 오메가의 인생이야? 나는 러트 때문에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은 상태다. 그건 이 무시무시한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페로몬을 잔뜩 내뿜으며 씩씩거렸다. 그리곤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최영진을 세게 잡아끌었다.

 “너 병신이야? 그렇게 맞고도 자존심 없어?”

 몸이 일으켜진 최영진의 얼굴이 엉망이었다. 최영진이 체액을 뚝뚝 흘리며 다시 그 알파에게 매달렸다. 재영아, 제발. 부탁이야. 계속 그 말만 반복했다. 재영이라는 그 남자는 비소를 흘리며 제 코에서 주르륵 흐르는 코피를 신경질 적으로 닦아냈다.

 “너 빨리 가.”

 최영진이 내 몸을 문 쪽으로 밀어냈다.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대체 왜? 내가 이 이상한 상황을 놔두고 가야 해?

 “또 저 새끼가 때릴 텐데 가라고?”
 “빨리 가라고!”

 나는 고집을 피우며 인상을 썼다. 감히 허락 없이 내 얼굴을 본 싸가지 없는 녀석이지만, 이 순간은 동정심이 들었다. 나를 자꾸만 가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좆만 한 새끼가, 너 이리 와봐.”

 남자가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위협스럽게 말했다. 머리끝까지 화가 뻗쳤다. 나는 다시 그 남자에게 달려들 기세로 몸을 움직였지만 최영진이 다시 막아섰다.

 “뭐야! 왜? 왜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신고라도 해!”

 나는 언성을 높이며 나를 밀어내는 최영진의 손을 거칠게 잡아뗐다. 그러자 최영진이 기어코 나를 현관문 쪽으로 바짝 밀어내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곤 내게 그렇게 말했다.

 “못해. 재영이는 내 동생이거든.”

 그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왔다. 내가 입을 떡 벌리며 넋이 나가 있자 최영진이 얼른 현관문을 열고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곤 다시 내 눈 앞에서 문이 쾅 닫혔다. 잠금을 거는 소리가 들린다. 동생이라고? 나는 다시 녀석의 집 비밀번호를 쳤다. 그러나 걸쇠까지 걸어 잠근 모양인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는 현관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겼다.

 “야! 최영진!!!!”

 이렇게 두고 가면 안 될 것 같은데,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다. 동생이라는 놈이 그렇게 폭력을 쓰고, 사이클 해소를 위해 페로몬에 절어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몰아간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아직 잠들지 않은 형들이 내 얼굴을 보자 기겁하며 달려왔다. 고개를 돌려 현관에 있는 거울을 보자 내 입술에는 울혈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자꾸만 그놈에게 맞은 배가 아팠다. 긴장이 풀리자 나는 숨을 헉헉거리며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전정국! 정국아!!!”

 석진 형이 다급히 내 이름을 부르자 다른 형들도 현관을 향해 달려왔다.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그 사이에 서서 놀란 얼굴로 굳어 있는 박지민을 확인했다. 내 몸에 다른 알파의 체향이 묻어 있었는지 그가 급하게 손바닥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참아낸다.

 “너 무슨 일이야! 싸웠어? 맞았어?”

 형들이 내게 다가와서 소란을 떤다. 나는 몽롱해지는 정신 너머로 박지민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꾹 참았다. 내가 돌연변이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겪지 않았을 일. 절대로 보지 못했을 일. 알지도 못했을 일. 그런 것들을 짧은 순간에 모두 봐버리고 말았다. 나는 충격에 빠진 사람처럼 시름시름 앓았다.

 형, 돌연변이가 그런 존재인가 봐.
 욕망에 눈이 돌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존재.
 그렇게 쓰레기 같은 게 우리야?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깜빡이는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풀지 못한 러트 사이클의 열이 내게 몰아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결국 눈앞이 흐려진다.





 65. 2017. 10



 박지민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당신은 창가 좌석에 앉아 멍하게 창밖을 바라본다. 구름 위를 날고 있는 풍경을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찍고 있던 카메라를 내려놓고 조용히 당신의 손등을 찾아 잡았다. 그러자 당신이 나를 바라본다. 내 얼굴을 보며 빙긋 웃는다.

 당신의 작은 손 안에 들려 있던 자그마한 사진이 내 손으로 인해 가려진다. 당신은 미소 띤 얼굴과는 다르게 주먹을 꾹 쥔다. 당신의 손 안에서 구겨지고 있을 사진 한 장. 까만 공간 안에 찍혀 있는 하얀 점 하나. 나는 잔뜩 구겨졌을 그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끝내 당신의 손에서 그것을 빼앗지 않는다.






(+) 시간 점프할 때는 소제목에 년도와 월을 씁니당.


말랑말랑캔디  | 190703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플파  | 190825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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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