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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21 랠리 씀

Zack Hemsey - "Standing Still"

돌연변이
21












 66. 괜찮아



 천천히 눈꺼풀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선 천장이었다. 멍하게 눈을 껌뻑거리다가 몸을 조금 움직이자 팔에서부터 뻐근한 감각이 들었다. 반쯤 비어 있는 수액이 보인다.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내 손을 잡고 있던 박지민이 덩달아 놀라 시트에 처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나는 빠르게 뛰는 맥박을 느끼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갈증이 난다.

 “깼어? 괜찮아?”

 내게 물어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남준 형이었다. 그 옆에는 석진 형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누워 있던 침상 주위에 커튼이 둘러져 있고 그 밖은 시끌벅적하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환자복이 아니었다. 입원실은 아닌 듯하다. 나를 응급실에 데려온 걸까. 나는 혹시라도 병원에서 내 정체를 들켜버린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끼쳐왔다. 둥. 둥. 심장이 북소리처럼 뛰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숙소에 도착한 뒤로 기억이 없다. 나는 얼른 내 몸 상태를 확인했다. 처음 보는 알파에게 걷어차였던 배를 만져보았다. 다행히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가 꿈을 꾼 건 아닐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내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비릿하게 올라오는 냄새. 내가 코를 킁킁거리며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자, 하의에서부터 냄새가 올라오는 걸 확인했다. 축축하고 찝찝한 기분. 내가 입고 있는 속옷이 눅눅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 마. 여기 AO전문병원이야.”

 혼란스러운 나를 진정시킨 건 박지민의 목소리였다. 아니, 사실 그건 진정이 아니라 어쩌면 더 크게 놀랐기 때문에 생각이 멈춰버린 것일 수도 있다. 여긴 우리 둘뿐이 아니라 남준 형과 석진 형이 있었으니까.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카오스에 빠져 있자 석진 형이 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평소완 달리 어른스럽게 가라앉은 톤으로 내게 말했다.

 “배 아파하는 것 같길래 이것저것 찍어봤는데 다행히 큰 문제없대.”
 “…….”
 “너, 자꾸 형들 걱정시킬래?”

 짐짓 엄하게 꾸짖는 말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순간에도 나는 혼란을 거두지 못한다. 돌연변이들만 가는 낯선 병원에 다른 형들과 함께 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형들이 내가 알파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박지민을 바라보았다.

 “다 얘기했어.”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 덧붙이며 박지민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그 말 한 마디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 것 같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내가 바지에 사정까지 해버렸으니,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형들은……”
 “다 알아.”

 내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남준 형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리곤 내 어깨를 꽉 쥐었다가 놓으며 나지막이 얘기했다.

 “정국아, 괜찮아.”



 늦은 새벽에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욕실로 향했다. 찝찝하게 젖어 있는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링거 바늘 자국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채로 뜨거운 물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몸을 다 씻었음에도 쉽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뿌옇게 김이 서린 욕실 안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똑똑, 하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대답하지 않자 문 바깥에서 석진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 쉬어.”

 내게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이상하게 피어오르는 감정 속에 갇힌 채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알파라는 걸 알게 된 형들도 나만큼이나 충격일 것이다. 그런데도 내게 다른 말을 묻지 않는다. 어쩌면 다른 형들 모두 나처럼 혼란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받아들이기 쉬운 사실은 아니니까.

 몸을 씻고 나와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박지민이 보인다. 늦은 새벽 시간,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나를 꽈악 끌어안는다. 나는 속옷만 입은 채로 미처 다 닦지 못한 물기를 그대로 그에게 묻혀가며 안겼다. 우리는 내 침대 위로 몸을 떨어뜨렸다. 형이 나를 눕히고 내 몸 위로 올라타더니, 입술 끝에 힘을 주며 내 볼 여기저기에 키스한다.

 나는 몇 년 동안 감추고 있던 비밀을 이제 모두가 알았다는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후련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

 “괜찮아. 힘들었지.”

 위로하듯 건네는 말에 서러움이 몰아쳐서 더 바보처럼 엉망으로 울었다. 형은 계속해서 내 얼굴을 쓰다듬고 눈물을 닦아주며 입을 맞춰준다. 아기를 달래듯 나를 어르는 말투로 계속 이름을 불러준다.

 “정국아, 뚝. 뚝.”

 우리 정국이 애기네 애기. 이렇게 잘 울어. 연기자 해도 되겠다. 이어지는 말이 우스웠지만 차마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열여섯부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꽁꽁 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물밀 듯이 터졌다. 처음 내가 알파인 걸 알았을 때, 연습생이었던 다른 형들을 믿지 못해서 마음을 꽉 닫아두었던 것. 데뷔 후에도 사춘기 소년 행세를 하며 내게 더 가까워지지 못하게 밀어냈던 시간들.

 괜찮아.

 이 세 글자가 주는 안도감.
 몇 마디로 털어놓으면 될 일을 대체 얼마나 돌아온 걸까.





 67. 말



 다음날 우리 일곱 명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각자 앞에는 맥주 큰 캔과 소주잔이 하나씩 놓여 있고, 가운데에는 소주 일곱 병이 있다. 그리고 늘 시켜먹던 배달 음식이 여러 가지 차려졌다. 내가 성인이 되고서 다 같이 바깥에서 외식하며 가볍게 술을 마신 적은 있지만, 이렇게 숙소에서 술상을 차린 건 처음이었다. 어쩐지 가볍지 않은 분위기에 나는 박지민과 나란히 앉아서 침묵을 지켰다. 이렇게 모이게 된 게 우리 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내일 스케줄 없으니까 마시고 죽자.”
 “이 정도로 뭘 죽어요.”

 석진 형이 비장하게 말하자 윤기 형이 반박하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석진 형이 소주 병 하나를 들어서 마구 흔들어 회오리를 만들더니 팔꿈치로 소주병 밑바닥을 툭툭 치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러더니 우드득, 단번에 소주 뚜껑을 따고는 팔을 뻗어 내 잔을 채우려고 내밀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소주잔을 두 손으로 들고 맏형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우리 말고, 막내 죽자고.”
 “박지민도요.”

 석진 형이 덧붙이는 말에 태형이 형이 냉큼 박지민 이름을 말하고는 혀를 내밀었다. 석진 형은 “그래, 지민이도.” 하며 그의 잔에 소주를 쫄쫄쫄 따라냈다. 그리고는 우리 둘을 빤히 바라보며 턱을 치켜 올린다. 얼른 마시라는 뜻 같아서 나는 고개를 돌려서 한 입에 털어넣었다. 쌉쌀한 맛에 아직 적응이 안 돼서 크읏, 하고 기침을 하며 얼른 물을 마셨다.

 “한 잔 더.”

 진짜로 작정한 모양인지, 이번에는 석진 형이 들고 있던 소주병을 윤기 형에게로 넘겼다. 또다시 반복. 우리 둘은 윤기 형이 따라주는 잔을 받아서 또 한 입에 털어넣었다. 그러자 호석이 형이 조용히 안주 접시를 우리 쪽으로 내밀었다. “안주는 필수.” 너무 친절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그 다음은 호석 형이었다. 우리만 빼놓고 미리 말이라도 맞춘 듯, 나이순으로 차례로 병을 넘겨가며 우리 앞에 술을 따랐다. 세 잔째 연속으로 들이키니 입 안이 너무 써서 나도 모르게 크으… 하는 소리가 났다.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진짜로 나와 박지민에게 술을 진탕 먹여 죽이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아그야, 밑장 깔았다.”

 호석이 형이 내 잔 아래에 찰랑거리는 소주를 보더니 쓰읍, 하며 위협적으로 눈을 부라렸다. 나는 콜록거리며 은근슬쩍 남긴 소주를 다시 털어넣었다.

 그 다음은 남준 형.

 “이건 내 눈물이라고 생각하고 마셔.”
 “잠만, 속 버릴 수도 있으니까 안주 하나씩 먹고.”

 석진 형이 잠시 손사래 치며 우리의 입에 안주를 넣어주라고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태형이 형과 호석이 형이 얼른 젓가락으로 족발 살점을 하나씩 잡아서 우리 입 안으로 욱여넣었다. 병 주기 전에 약 먼저 주는 건가. 하지만 딱히 반박할 의지는 없어서 꾸역꾸역 씹어 넘겼다. 그러자마자 다시 잔이 채워진다. 벌써 네 잔째가 채워진다. 남준 형이 내 잔에 술을 따르다 말고 금세 한 병이 동났다. 반 밖에 채워지지 않은 걸 보고는, 미련 없이 새 병을 우드득 딴다. 그리고는 마저 내 잔을 채워준다.

 “허억….”

 너무 빠르게 반병을 마셔서 그런지 눈앞이 핑 돌았다. 아직 술에 대한 면역이 없는 터라 술기운이 확 올라온다. 나는 옆에 앉은 박지민을 힐끔 보았다. 그다지 변화가 없는 얼굴로 소주에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훔쳐낸다.

 “역시 지민이가 잘 마셔.”

 석진 형이 칭찬인지 뭔지 모를 말을 했다. 또다시 우리 입 안으로 안주가 들어오고, 이번에는 태형이 형의 차례였다.

 “나는 친구니까 약간 넘치는 사랑을 줄게.”

 그러더니 박지민의 잔 위에 소주가 봉긋하게 올라올 정도로 가득 따랐다. 그리고는 무해한 얼굴로 싱긋 웃는다. 태형이 형의 태도에 다른 형들이 역시 잘 배웠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번에는 태형이 형이 내게 잔을 따르며 말했다.

 “정국이는… 음… 할 말이 많은 만큼 줄게.”

 그러더니 내 잔에 콸콸콸 따른다. 기어코 내 잔에 소주가 조금 흘러 넘쳐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다섯 번째 잔을 받아마셨다. 그게 끝이었냐고? 아니. 그 후로도 소주 잔 레이스는 계속 됐다. 나는 빠른 속도로 취해갔다. 형들이 병을 돌려가며 계속 술을 채워주고, 그걸 받아 마시고. 안주를 우적우적 씹는데 무슨 맛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는 술이 올라 흐느적거리다가 기어코 테이블에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전조증상 시작됐다.”

 젓가락을 떨어뜨리면 술에 취한 건가 보다. 눈꺼풀이 무겁고 머리가 무겁다. 푸우- 입김을 뱉어보니 술 냄새가 잔뜩 올라온다. 빠르게 한 병 이상 들이켜고 나니 이제 좀 됐다 싶었는지, 그제야 형들은 서로의 잔을 채워갔다. 나는 몽롱한 채로 형들이 주고받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꿈뻑, 꿈뻑. 지금 이 자리의 의미를 모르지 않는다. 형들은 형들 방식으로 우리에게 서운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 조용히 테이블 밑으로 박지민의 손을 찾아 잡았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술에 취한 내 모습이 웃겼는지 박지민이 푸훗 웃는다.

 떠들썩한 술자리가 계속 이어지고, 형들이 우리 둘의 이야기만 쏙 뺀 채로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 잔을 채워 다함께 건배를 하기도 하고, 머그컵에 맥주와 소주를 함께 부어 내게 건네기도 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내 주량을 확인할 수 있는 모양이다. 내 주량은 소주 한 병이 분명하다. 이걸 넘기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잘 파악이 안 됐으니까.



 그렇게 나는 필름이 끊겼다.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골든 클로젯 안에서 나와 박지민이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었다. 둘 다 팬티만 입은 채로 부둥켜안고 잔 모양이다. 바닥에는 형들이 가져다 놨는지 생수병이 놓여 있다. 친절하기도 해라. 대체 얼마나 마신 걸까.

 타는 듯한 갈증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제 어떤 말이 오고 갔었는지, 조각난 기억들이 어렴풋이 하나둘 떠오른다.

 형들한테 여태 숨긴 거, 오늘 이걸로 다 푼다.
 달라지는 거 하나도 없어.
 너희 둘이 뭐든 우리가 그거 이해 못 해줬겠냐?
 사랑하는 내 동생들인 건 변함없어.

 누가 한 말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쯤엔 다른 형들도 제법 술기운이 올라와 있었을 것이다. 평소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 우리였기에, 좀처럼 가지기 힘든 일곱 명의 술자리를 만든 모양이다.

 형들의 방식이 참 좋다. 그게 어떤 형태든 나를 울린다. 나와 박지민이 뭐든 상관없다는 말. 이해하고 있다는 말. 숨겨온 게 서운했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68. 전부 다



 박지민이 이상하다.

 멤버들 몇 명과 바람을 쐰다며 가까운 바다에 다녀온 이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찬바람을 많이 쐬어 감기에 든 건지, 스케줄이 끝나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로 오들오들 떨었다. 그러게 왜 한 겨울에 바닷바람을 맞아요, 하고 괜스레 핀잔 섞인 말을 하며 머리칼을 쓸어 만져주었는데도 반응이 없다. 다만 이마에서 미열이 느껴진다. 끙끙 앓는 소리가 나는 것도 같다. 으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내가 알파로 발현한 뒤 증상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가끔 열이 오르고 어지러웠던 기억이 난다.

 “지민이가 식은땀까지 흘려.”

 태형이 형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말없이 이불을 덮어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서는 아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이것이 사이클 증상일 리는 없으니, 발현 증상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오메가… 증상이야?”
 “네.”

 태형이 형이 조심스레 물었다. 오메가라는 단어를 말하는 게 어색한지 아랫입술을 축이며 목울대가 출렁이는 게 보인다. 태형이 형은 궁금한 게 많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친구가 돌연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아마 속으로는 많이 걱정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형에게 지나가는 증상이니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며 안심시켰다.



 온종일 끼니도 거르며 이불 속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박지민을 돌보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사람처럼 영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결국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 내내 박지민을 걱정했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머리를 대자마자 까무룩 잠에 든 모양이다.

 잠결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누워있는 내 위로 박지민이 올라타서 내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열이 올라 뜨거워진 몸으로 내 가슴팍 위에 체중을 싣고는 입술이며 목덜미며 어깨며 닿는 대로 입술을 가져가며 피부를 빨아댔다. 그리고 그의 손은 내 티셔츠를 걷어 올리고 가슴과 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형?”

 잠긴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가 고개를 들며 나를 내려다본다. 작은 조명을 켜놓아서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발갛게 상기된 뺨으로 숨을 몰아쉬며 내 얼굴을 보다가, 미소를 지어주고는 다시 내 귀를 입에 물고 쪽쪽 빨기 시작한다.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인가 하여 팔을 들어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내렸는데, 옷의 촉감 대신 맨살이 느껴진다. 그가 팬티도 벗어 던진 채로 내 위에 올라 타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나 꿈꾸나.”

 내가 그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묻자, 내 귓가에 코를 묻고 속삭였다. 목소리가 잔뜩 갈라지고 쉰 소리가 난다. 나는 얼른 그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목 아래가 잔뜩 부어올라 있다. 호르몬 분비가 심해진 모양이다.

 “정국아…. 향기 맡게 해줘. 가득.”

 목소리를 쥐어짜서 속삭이는 게 왠지 야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페로몬을 열었다. 벗은 그의 엉덩이를 만져주는데, 왠지 살갗에 물기가 느껴졌다. 나는 혹시나 해서 그에게 물었다.

 “샤워하고 왔어요?”
 “응.”

 그리고는 옆에 놓여 있는 쇼핑백을 향해 눈짓을 한다. 손을 뻗어 그게 뭔지 집어 들었는데, 그 안에는 내가 전에 약국에서 사다놓았던 50cc 주사기와 관장약이 들어 있었다. 나는 순간 열이 화악 올랐다. 그러니까 지금, 형이 별안간 삽입할 준비를 하고 와서 나를 덮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것도 다른 형들이 다 있는 숙소 안에서 말이다.

 “형, 갑자기 왜 그래.”
 “싫어?”
 “아니.”

 형이 내 몸 위에서 혼자 바쁘게 꼼지락거리고 움직이더니, 대뜸 내 하의를 벗겨내린다. 엉덩이를 조금 들어 벗기기 쉽게 도와주자 빙긋 웃더니, 하의를 종아리까지 한 번에 쑥 내리고는 고간 위에 올라탄다. 그러더니 손을 뒤로 뻗어 어느새 딱딱하게 서 있는 내 것을 잡고 자신의 입구에 스스로 비비기 시작했다.

 “으…….”

 갑작스러운 자극에 신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형의 골반 위에 손을 올렸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삽입하는 게 어려웠는지 끙끙거리기에, 내가 스스로 잡고 받쳐주며 형의 움직임을 도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미끄러운 그의 몸 안으로 내가 꽉 담기기 시작했다. 축축하긴 했지만 풀어주지 않아 뻑뻑하게 느껴지는 마찰감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졌다. 참기가 힘들어서 내 위에 앉아 있는 형의 어깨를 붙잡고 깊숙하게 내려 앉혔다. 그러자 쑤욱, 뿌리 끝까지 그의 몸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형이 입술을 깨물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허리를 쫙 폈다.

 나는 그의 마른 허리를 잡은 채로 몸의 중심이 뒤로 가게 살짝 밀어낸 뒤, 갑작스럽게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이런 깜찍한 이벤트라니. 숙소 안에서 이럴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기에 놀랐지만 어쩐지 더 아찔해져서 흥분이 쉽게 올랐다.

 “으응……. 깊어.”

 내가 엉덩이를 띄우며 푹 찔러넣자 형이 몸을 비틀며 내 배 위에 양손을 짚고 도망치려고 애쓴다. 나는 얼른 형의 몸을 붙잡고 빙글 돌아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러는 바람에 그의 몸이 돌아가면서 내 해면체를 조이고 있던 내벽이 조금 비틀렸다. 방금 내가 느낀 짜릿함을 형도 느꼈는지, 탄성을 뱉으며 내 목을 끌어 안는다.

 “소리 내면 안 돼요.”

 내가 몸을 굽혀 형을 꽉 감싼 채로 허리를 깊게 밀어 넣자, 소리를 참으려는 듯 목 줄기에 잔뜩 힘을 주며 뻗쳐댄다. 숨죽여서 섹스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나를 순식간에 미친놈으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갑자기 사정감이 몰려올 정도로 흥분하는 바람에 숨을 몰아쉬며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소리 안 낼 테니까, 체향 많이 맡게 해줘.”
 “이보다 더?”
 “으응…. 흥분돼.”

 야하게 느껴지는 말에 나는 다시 참을 수 없게 된다. 형의 요구대로 페로몬을 잔뜩 열자 금세 내 방 안은 지독한 알파 향으로 가득 찬다. 형은 숨을 들이마시며 헐떡이기 시작한다. 나는 형의 거칠어지는 숨소리 사이사이에 섞여 나오는 신음을 듣고는 손바닥을 펴서 그의 입에 가져다 댔다.

 “이렇게 막고 해도 되나?”

 그러자 형이 땀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대로 형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채로 거칠게 움직였다. 그러자 형이 혀를 내밀어 내 손바닥에 문지르다가, 이제는 앞니로 손가락을 깨물며 내가 주는 쾌락을 버텨내기 시작한다.

 “으읍…!”
 “쉿, 쉿.”

 입을 막고 있어도 새는 신음 소리에 나는 형을 타이르며 한쪽 다리를 잡아 올렸다. 유연한 몸은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한쪽 다리를 내 어깨에 걸친 채로 잘게 박아 넣었더니, 그가 제 입을 막고 있는 내 손등 위에 손을 겹치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찡그려지고 있는 제 눈을 손등으로 가린다. 그 바람에 그의 손목이 내 눈에 들어왔다.

 흰 손목의 혈관 위에 살짝 멍이 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의 손목을 매만졌다. 정맥주사를 맞은 자국이 분명하다.

 “주사 맞았어요?”
 “으응.”
 “언제? 아파서?”
 “병원… 다녀왔어.”

 대체 언제 병원에 다녀온 거지. 오늘은 내가 온종일 그의 곁을 간호했는데 말이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쉰 목소리로 조용히 덧붙인다.

 “바다 갔을 때… 다녀왔어. 우리 가는 병원.”

 나는 그 말뜻이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아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러나 이내 그게 AO전문병원에 다녀왔다는 소리라는 걸 깨닫고 물음표를 달았다.

 “혹시 사이클을 앞당길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병원에서는 할 수 없대. 그런데 병원 앞에서 브로커를 알게 됐어. 음… 조금 무서웠는데, 촉진제를 맞았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세상에 어떤 돌연변이가 사이클이 빨리 오길 바라서 촉진제를 맞을까. 어떻게든 그걸 늦출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만 해도 널렸는데 말이다. 나는 그가 그런 선택을 한 모든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 왜 그랬어요.”
 “이제 너 힘든 거 보기 싫어서.”

 형이 어느덧 울혈이 사라진 내 입가를 매만졌다. 나는 순간 최영진이 생각났다. 그날 이후로 내게 메시지가 왔다. [ 미안하다. ] [ 못 본 걸로 해. ] 연달아 온 최영진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불쌍한 놈이다. 그렇게 비참해질 수 있는 게 오메가의 인생인데.

 “노력하다 보면 나도 얼른 페로몬이 나오지 않을까?”
 “…….”
 “네 곁에 있어서 발현이 앞당겨졌다고 했잖아.”

 나는 그의 멍들어 있는 손목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래서 그런 거였다. 호르몬 촉진제를 맞고, 갑작스러운 호르몬 분비에 마치 사이클 증상처럼 열이 오르며 온종일 힘들어 했던 거였다. 그리곤 밤이 되어 내 페로몬을 잔뜩 맡기 위해 잠든 내 몸 위에 올라탔던 거고.

 “형은 진짜 내 생각밖에 안 하는구나.”
 “아닌데?”
 “…….”
 “빨리 너랑 더 환상적인 섹스를 하고 싶어선데?”

 농담을 하는 그의 귀여운 입술위에 내 것을 포갰다. 나는 다시 그의 몸 안에 담겨 있는 나의 몸을 움직이며 끊임없이 입을 맞췄다. 문득 예전에 형이 내게 보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고. 자기는 다 괜찮은 것 같다고. 그때 그 용기 있는 메시지는 나를 끊임없이 일으켰다. 아마 지금 비슷한 질문을 다시 해도, 당신은 똑같은 답을 할 것이다.

 형은 날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어?
 다. 전부 다.





 69. 그 순간



 매년 겨울마다 올해가 가장 춥다는 말을 한다.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무시무시하게 추웠지만 나는 박지민과 뜨거운 겨울을 났다. 그는 스케줄이 빌 때마다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꾸준히 촉진제를 맞으러 다녔고, 다녀오고 나서야 내게 손목의 멍자국을 들켰다. 나는 그 때마다 그의 살을 여기저기 깨물며 못살게 굴었다. 가끔은 형에게서 페로몬이 나오면 내가 너무 달려들어서 형이 후회할 수도 있다면서 겁을 주기도 했다. 그런 말을 하면 형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나를 비웃었다.

 ‘나는 너 안 무섭다고 했지.’

 역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어느덧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이제는 두꺼운 점퍼 대신 가볍게 입고 돌아다녀도 될 정도였다. 3월. 우리는 일본에서 있을 화온스 콘서트를 위해 출국했다. 호텔 방 안에 짐을 풀기도 전에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넉다운 됐다. 일본에 가면 어차피 방에만 처박혀 있을 거, 새벽까지 박지민과 노닥거리는 걸 택하느라 잠을 한 숨도 못 잤기 때문이다.

 기절한 듯 자다가 내 정신을 깨운 건 다급하고 끈질긴 룸 도어벨 소리 때문이었다. 계속 울려대는 멜로디가 꿈인 줄 알았는데, 그건 내 방의 벨소리였다. 꿈뻑꿈뻑. 창문 바깥이 새까만 걸 보니 반나절을 잔 듯하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고, 배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징하게 자고 있는 나를 깨우려고 이렇게 득달같이 초인종을 눌러대는 건 단 한 사람뿐이다.

 “잠깐만요. 나갈게 나갈게.”

 나는 느릿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쫙 켰다.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채 터덜터덜 걸어서 도어의 렌즈를 들여다보니, 역시 박지민이 새초롬하게 서 있었다. 대체 몇 시쯤 됐을까.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다. 나는 웃으면서 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확 끼치는 냄새.

 “전정국.”

 낯선 향기를 풍기고 있는 박지민이 나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으로 서 있다. 나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와 눈을 맞췄다.

 형이 웃는다.

 그것이 향수가 아니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울컥하는 마음에 또 울어버릴 것 같아서 급하게 눈물을 삼켜내고, 코를 훌쩍거렸다. 그게 향기를 킁킁거리는 모습으로 보였는지 형이 나를 째려본다.

 “얼른 온나.”

 형이 팔을 벌린다.

 나는 얼른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아 방 안으로 당겼다. 탈칵, 문이 닫혔다. 나는 그를 문에 바짝 민 채로 고개를 비틀어 그의 귓가에 코를 가져다 댔다. 아주 미세하지만, 나를 자극하고 있는 향기.

 그에게서 페로몬이 나오고 있다.




 
국퐁민  | 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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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 190301   
아..브금...ㅠㅠㅠ

형들이 차례로 술 따라주는 장면!!!!! 눈물이 자동생성..
실제와 허구의 차이란 뭐죠?뭔가요.. 가르쳐주세요.엉엉엉

일곱은 하나이고 그것은 사랑이어라.

국민만세.
대한민국도 만세.
(3.1이네요...)
오,늘  | 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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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jim1013  | 19030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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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숙  | 190301   
괜찮아 정국아 하는데 현실 눈물 왈칵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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