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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35 (미성년자) 랠리 씀

Ólafur Arnalds – Near Light

돌연변이
35













 95. beautiful ‘Lie’



 연인이 섹시한 걸 좋아해야 할까, 싫어해야 할까.

 새 타이틀곡은 나를 계속 시험에 들게 했다. ‘피땀눈물’ 뮤비 촬영 날 진한 메이크업과 함께 의상을 착장한 형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으니까. 그레이 톤으로 염색한 머리카락과 달랑거리는 귀걸이. 초커처럼 목에 두르고 있는 천 조각. 나는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형의 옆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얼쩡거렸다. 형의 얼굴에 분칠을 해주던 누나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뮤비 감독님마저 섹시한 컨셉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풀 착장을 한 저 모습 그대로 벗겨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장하겠다. 평소에는 꾸밈없는 얼굴로 귀여움을 떠는 형인데, 일을 할 땐 마치 다른 사람 같아서. 자꾸만 내 안의 음심을 자극한다. 가끔은 어떤 게 박지민의 진짜 모습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대체 얼마나 더 다이어트를 할 작정인지, 가시처럼 마른 몸에는 잔 근육이 참 야하게도 올라와 있다. 멤버들 모두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로 변신을 했지만 내 눈엔 박지민이 으뜸이었다. 컴백을 하고 나면 아마 박지민을 보고 거품을 물 사람들이 백 트럭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트위터고 유튜브고 간에… 죄다 거품을 물고 말았으니까. 보글보글. 심지어 웬 외국인 남자 유튜버들이 형을 향해 사랑 고백하는 영상까지 생겨나서 내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이제 박지민의 엄청난 면을 나만 아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우울해진 것도 같다. 그런 나를 철없다고 여길까 봐 티를 낼 순 없으니 혼자 끙끙 앓는 수밖에.

 “이거 맛있어. 형.”
 “안 먹을래.”
 “한 입만 먹어봐. 오늘 한 끼도 안 먹었잖아.”
 “안 돼. 살쪄.”

 형은 내가 내미는 도넛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엎드린 채 노트북 화면만 바라봤다. 뮤비 속 자신의 모습이 흡족한지 몇 번이나 돌려 보더니, 이제는 팬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의 몸 위에 올라탄 채 설탕이 가득 묻은 입술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치근덕거렸다. 그러나 내게 관심을 주지 않고 인터넷을 하는 데에 온 신경을 쏟는다. 내 심술보를 자꾸만 건드는 것이다.

 “정국아, 나 섹시한가?”
 “…….”
 “막 더럽… 아니, 더러운 게 아니고 뭐지? 지저분,”
 “퇴폐적이라고?”
 “엉. 그거.”
 “…….”
 “퇴폐적인가 봐 내가? 어때?”
 “그런가 한번 볼까.”

 나는 형의 몸을 억지로 뒤집어서 바로 눕히고는 양 손을 매트리스에 딱 붙여 결박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 나를 의문스럽게 올려다본다. 나는 그의 티셔츠를 목까지 걷어 올려서 드러난 갈비뼈와 복근, 그리고 자그마한 유두를 다른 한 손으로 슬슬 매만졌다.

 “음…. 쓸 만한데.”
 “뭐야. 아저씨 같애.”
 “젖꼭지 색깔도 예쁘고…. 음 아주 좋아.”
 “야, 간지러워. 큭.”
 “아래도 까봐야겠는데.”
 “이게 퇴폐랑 무슨 상관인데?”
 “상관있지. 나를 3초 만에 서게 만들었으니까.”

 꿈틀거리는 그의 손목을 더 단단하게 결박하고 귀여운 유두를 핥았다. 간지러운지 그의 판판한 배가 홀쭉하게 들어간다. 나는 그가 입고 있던 트레이닝 팬츠를 훌렁 벗겨내고 속옷 위에 내 것을 비빈다. 자극에 한없이 약해서 금방 나를 따라 기립해버리는 예민한 몸. 살이 많이 빠져서 예전처럼 허벅지 안쪽에 살집이 부족하다. 그래도 엉덩이는 그대로인 게 참 다행이다. 이것마저 사라져버리면, 나는 울어버릴지도 몰라.

 “안 된다. 내일 첫방이다.”

 형이 엄하게 꾸짖는 목소리로 말한다.

 “무리 안 가게 하면 안 되나?”
 “안 믿어.”
 “진짜로. 5분 안에 끝낼 수도 있는데.”
 “50분 아니고?”
 “앗, 0을 빼먹었네.”

 내 말에 형이 발버둥 치며 몸을 비튼다. 그리곤 나를 밀어내버리고 다시 엎드려서 노트북을 만지는 것이다. 정말 우울해서 못살겠다. 살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체력이 떨어진 모양인지, 형은 스케줄 전날에는 절대로 삽입 금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뮤비 촬영 전날이 러트 마지막 날이라서 차 안에서 끝내주게 뒹구는 바람에 촬영 내내 골골거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생겨난 금지령이다. 나는 나날이 크고 강해져 가는데, 형은 갈수록 작고 약해진다.  

 “너 러트 끝난 지 얼마 안 됐잖아.”
 “나는 형만 보면 365일 러트야.”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안 돼.”
 “컴백하면 스케줄 없는 날이 없잖아.”
 “정국아, 이거 영상 좀 봐봐.”

 은근슬쩍 말을 돌리며 내 주의를 분산시킨다. 나는 형의 몸을 덮은 채로 그의 바지와 속옷을 끌어 내렸다. 금세 하얗고 봉긋한 엉덩이가 드러나서 나를 미치게 한다. 그러나 형은 몸을 모로 세워 비틀며 얼른 속옷을 올려 입는다. 순간 저 팬티를 찢어버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오늘은 꼭 해야 돼 형.”
 “안돼애….”

 나는 조금 비겁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페로몬 분출구를 가득 열어 무시무시하게 체향을 뿜어내는 짓 말이다. 삽시간에 골든 클로젯 안은 꽃밭이 되었다. 진한 머스크에 섞여 있는 장미 향에 형의 눈꺼풀이 흐물흐물하게 풀어진다. 알파의 페로몬은 오메가에게 절대적이다. 그리고 치명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오메가는 알파를 이길 수 없다. 형이 목을 쭉 뽑으며 잇새로 침음한다. 표정이 점점 야해지는 걸 보니 내 정신이 다 몽롱해진다.

 “이… 나쁜…….”
 “조금만, 하아…. 지민아. 나 죽겠어.”

 페로몬으로 꼼짝 못하게 해놓고는 간식 앞에 앉아 있는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애원한다. 이렇게 하면 형은 못이긴 척 내가 조르는 걸 들어줄 테니까. 엎드린 채 매트리스 위에 뺨을 비비며 꿈틀거리다가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려는 형의 속옷을 다시 끌어내린다. 뽀얀 엉덩이와 뒷 허벅지가 금세 드러난다. 그 사이로 투명한 체액이 줄줄 흘러내리는 장면을 보고 말았으니, 이젠 강아지에서 발정난 개로 변신할 차례다.

 “아, 안 돼….”
 “진짜, 딱 20분만.”

 형의 몸을 들어다가 내 위에 앉힌 채 꽉 껴안는다. 가슴팍에 그의 마른 날개뼈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목덜미를 베어 물며 형의 양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넣어 벌어지게 한다. M자로 벌어진 가느다란 다리를 꽉 붙들고 사랑스러운 입구에 내 것을 가져다 댄다. 어느새 내 체모는 그가 흘린 체액으로 흥건하다.

 “하… 그럼 진짜로 딱 20분만이야.”
 “응. 약속.”
 “정국아. 얼굴, 얼굴보고 할래.”
 “싫어.”

 몸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를 뒤에서 꽉 결박하고는 벌어진 엉덩이 사이의 공간을 찾아 내 것을 비빈다.

 “으응…. 풀어줘, 밑에….”
 “싫어.”

 나는 그의 목덜미를 핥으며 고집쟁이처럼 좁은 공간 안으로 내 것을 욱여넣는다. 미끌거리는 접합부로 인해 삽입은 부드러웠지만, 진입하는 순간마다 구겨지는 형의 표정을 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나는 매트리스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닿아 있는 발끝에 힘을 주며 하체를 위로 움직인다. 형은 내 팔 위에 걸쳐진 무릎을 달랑거리며 엉덩이를 위로 올려 자꾸 도망친다.

 “도망칠 때마다 10분씩 늘릴 거야.”

 협박조로 말하자 형은 그제야 고분고분 띄웠던 엉덩이를 내리며 내 쇄골에 뒤통수를 기댄다. 그의 오금을 더 올려 잡은 채로 가벼운 몸을 살짝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문득 우리 앞에 전신거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 내 허벅지 위에서 다리를 활짝 벌리고 비부를 드러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나는 이렇게 뒤로 하는 게 좋은데.”
 “아흐…. 아, 잠깐만.”
 “형은 내 얼굴 보는 걸 좋아하니까, 별 수 없네.”

 그의 생일 선물로 전신거울을 추가해야겠다.

 “으아…. 미치겠어, 정국아.”
 “좋아?”
 “…으응.”

 손으로 그의 앞을 더듬는다. 은밀한 곳부터 유연하게 벌어진 채 힘줄이 바짝 서 있는 사타구니와 허벅지까지 손끝으로 매만진다. 나는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이번엔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곳을 바라본다.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승마하듯 들썩이는 모습을 보니, 20분은커녕 두 시간도 모자랄 것 같다.

 “형, 나 문 안 잠갔는데.”
 “읏, 뭐?”
 “누구 들어오면 어쩌지? 형 소리 듣고.”
 “흡…. 안 돼.”

 내 말에 헐레벌떡 제 입을 틀어막는다. 이 귀여운 사람은 아직도 모르나 보다. 함께 내 방에 들어오는 순간 문부터 잠근다는 사실을. 이렇게 놀려주면 곧이곧대로 믿고 소리를 참으려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나는 그의 엉덩이 위에 있는 귀여운 보조개를 꾹 누르며 계속해서 놀리기로 했다.

 “형들이 왜 내 방에 잘 안 오는 줄 알아?”
 “…흣.”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하거든.”

 내 말에 고개를 재빠르게 젓다가 푹 찔러 넣는 동작에 맞추어 척추를 곧게 펴 가슴을 여는 몸짓. 잠자리에서 발견하는 모습은 순진하면서도 농염하다. 형의 외모가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걸 오직 나 혼자만 알고 있다. 이런 걸 복 받았다고 해야 하나.

 움직임이 부족하다. 나는 체위를 바꾸어 형 위에 올라탄다. 역시 내 얼굴을 보고 하는 게 제일 좋은지, 땀에 젖은 뺨이 부풀며 미소 짓는다. 형의 나른하고 축축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또다시 거친 움직임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남자의 몸에 나 있는 좁은 구멍으로 남자의 몸을 끼워 넣는 행위. 이 원초적인 교감을 가장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굴까. 어떻게 알았지. 칭찬해주고 싶다. 단순히 몸으로 느끼는 쾌감이 전부가 아니다. 몸이 완전히 하나로 붙지 못해서 안달하듯 땀 흘려 움직이는 그 순간, 눈앞에는 오직 한 사람만 보인다. 오롯이 당신의 몸짓과 당신의 눈빛, 숨소리, 촉감, 냄새, 그리고 머리털이 쭈뼛 설 만큼 강렬한 육감까지.

 “표정이 왜 심각해?”
 “형 좋아서.”
 “흐응….”
 “너무 좋아서 그래.”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런 말이 처음도 아닌데 나를 올려다보는 당신의 눈동자에 감동이 서린다. 눈썹 앞머리를 올리며 미간을 좁히는 표정을 보니 꼭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다. 내 목에 두 팔을 걸어둔 채 가만히 눈을 맞춘다. 끊임없이 들어차는 내 몸짓에 이불 위를 미끄러지듯 상체가 밀려나면서도 계속, 계속, 끊임없이.

 나는 그 눈빛에 응해주려 아랫입술을 꼭 깨문 채로 한 순간도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어느새 방 안에는 살이 쩍쩍 달라붙는 소리만 가득하다. 어느 한 부분을 찌를 때마다 우리는 동시에 콧잔등 위로 주름을 만든다. 꼭 그게 당신과 내가 함께 느끼고 있다는 증거 같다.

 “…우리 예쁜 정국이.”

 목에 둘러져 있던 팔을 내려 내 입술 아래의 점을 꾹 누르는 손끝. 나는 그의 손가락을 잡고 평평한 손바닥 위에 입을 맞춘다. 동시에 우리의 접촉은 더욱 거세진다. 요란한 숨소리와 신음은 없지만, 꾹 눌러 담는 호흡과 소란한 눈 맞춤은 우리가 동시에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자기가 더 예쁘면서.”

 지금 내 아래에 누워 있는 당신은 정말 당신이 맞는 거겠지? 가끔은 모든 게 꿈같다. 당신은 이브처럼 나를 유혹했으며, 지옥에 있는 나를 꺼내주기도 했다. 박지민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바보로 만들어버렸으나, 마음을 꽁꽁 닫은 채로 거짓에 범벅이 되어 있던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의 전정국을 구해주었다. 당신은 대체 내게 어떤 존재일까.

 당신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만약 당신이 기나긴 꿈속에 나타난 환영이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세계 안으로 빠져들겠다. 나를 죽여서라도.

 이렇게 하면 좋아?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아? 물어보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가 어떤 것을 하고 싶어 하고, 극한의 순간에는 어떤 접촉에 목말라하는지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형은 사정하기 직전 키스를 해주는 걸 좋아한다. 맞닿은 입술 새로 쾌감에 몸서리치는 신음을 그대로 받아 마실 수 있다. 분출하는 순간의 표정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그를 꽉 덮고 입술로 압박하며 몰아세우는 것도 커다란 자극이다. 다음에 섹스를 할 땐 형이 원하는 걸 해주지 않고 안달하는 모습을 봐야겠다며 짓궂은 다짐을 할 때도 있는데, 흥분에 취한 나는 번번이 까먹고 만다. 지금처럼.

 “흐… 으음… 응….”

 오늘도 그에게 속도를 맞추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그의 좁은 몸 안에서, 그는 내 손에서, 참았던 것을 팍 터뜨린다. 동시에 사정한다는 것은 때때로 어떤 도취감에 휩싸이게 한다. 서로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몸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 하아…. 왜 점점 더 좋지.”
 “…아, 힘들어어.”
 “큰일이야. 계속 더 많이 좋아져서.”
 “전정국이 느끼해졌네.”
 “싫어?”
 “좋아 죽겠다는 말인데?”

 말랑말랑한 코를 내게 비벼오는 형을 부둥켜안고 숨을 가다듬는다. 달콤한 숨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내 가슴팍에 딱 붙어 안긴 채 자꾸만 내 쌍꺼풀과 속눈썹을 만진다. 예전에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사정한 후에는 꼭 내 쌍꺼풀이 커진다고. 그래서 촬영장이나 대기실에서나 나른하게 풀린 내 눈을 보면 뜨겁게 사정하던 순간이 떠올라서 얼굴이 붉어진다고. 그는 오늘도 내 풀린 눈꺼풀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되새기나 보다.

 몸과 시트 위에 묻어 있는 우리의 체액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이나 뒤엉켜 있었다. 나는 문득 벽에 붙어 있는 시계를 바라본다. 시계 바늘 두 개가 겹쳐서 자정을 가리키고 있다.

 “형, 생일 축하해.”

 당신의 날, 첫 시간을 이렇게 맨몸으로 보듬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금 바빠질 우리의 시간을 앞두고 마치 마지막으로 부리는 여유처럼 느긋하고 노곤하다.

 “아, 생일이구나. 나.”
 “응. 선물은 두 개야.”
 “뭔데?”
 “하나는 전신거울, 하나는 아직 비밀.”
 “전신거울?”
 “뒤로 할 때 내 얼굴 보라고. 거울로.”
 “…야.”

 코를 찡그리는 표정을 지으며 내 입술을 쭉 잡아당긴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아프지 않게 깨물며 장난에 장난을 더한다. 내 차 조수석에는 그의 탄생화가 예쁘게 앉아 있다. 당신을 닮아 작고 흰 조팝나무 꽃, 그리고 귀여운 손가락을 장식할 반지도 함께.

 박지민을 마음껏 사랑해줄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좁은 옷 방 안에 달달하고 간지러운 마음을 가득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아름다운 당신을 차지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내가 남자여서, 알파여서… 정말 많이 좋다.





 96. 피, 땀, 눈물, 마지막 숨.



 이 세상 누구나 다 박지민을 예뻐하는 것 같다. 새 타이틀곡으로 컴백하자마자 엄청 뜨거운 반응이 모여들었다. 신곡을 낼 때마다 점점 더 인기가 커지는 게 신기한데, 그 속도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우리는 정신없이 많은 스케줄을 소화했고, 그러면서 예전보다 커진 인기를 나날이 실감했다.

 지난 앨범 때 나는 인기를 두려워했다. 그건 이해받고 싶은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된 거였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바뀐 것은 없지만 나의 내면이 성숙했다는 증거일까. 연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안정, 그리고 멤버들과의 관계에서 굳건히 다지게 된 신뢰, 불안의 씨앗에서 친구로 바뀐 최영진, 뭐 그런 것들 덕분이겠지. 거기에 더하자면 언제든 박지민을 위해 모든 걸 버리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된 게 분명하다.

 한 달이란 시간은 훌쩍 흘러갔다. 그 사이 형의 무대를 찍는 직캠이 전보다 늘었다. 내 하루일과의 끝은 유튜브에서 박지민을 검색하는 거다. 거의 매일 연습할 때마다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도 무대 위의 형을 구경하면 다른 기분이 든다. 마치 내가 모르는 스타의 무대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형은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내 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기분 좋게 웃는다. 자신의 영상을 보는 내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내가 그렇게 좋은가?”하고 요염하게 웃는다. 비비적거리는 모습이 꼭 회색 고양이 같다.

 “유튜브가 닳겠다 닳겠어.”

 넘치는 사랑을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게 받는 사랑, 팬들에게 받는 사랑, 멤버들에게 받는 사랑. 박지민을 이루는 모든 것이 사랑범벅이다. 그래선지 부쩍 애교가 늘었다. 행복해 보인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나 요즘 넘 행복해.”

 그의 손가락에는 내가 준 생일선물이 끼워져 있다. 보는 눈이 없어서 평소 형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반지를 골랐더니 세수할 때도 빼놓지 않고 끼고 다닌다. 나는 반지가 끼워진 그의 검지를 만지작거리며 다음엔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줄 반지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한다.

 “행복해?”
 “응. 다 꿈같아.”

 내 가슴팍 위에 엎드려서 눈이 휘어져라 웃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9월의 히트 사이클이 지나갔고, 어느새 11월 중순. 그의 히트 사이클을 앞두고 있다. 프리 히트로 미열이 올라와 있는 몸을 부둥켜안고 있으면 사이클 따위,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게 된다. 우리의 프리 사이클은 참 기가 막힌다. 페로몬은 대체 뭘까. 상대의 체향과 접촉 없이는 고열에 시달리고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전조증상을 겪는데, 붙어 있을 수만 있으면 견딜 수 있는 것이 된다. 성적인 접촉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포옹이나 키스, 체향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스킨십이라면 모두 괜찮다.

 나는 이것이 신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러트와 히트 때 섹스를 위한 짐승이 되는 것과는 달리, 프리 사이클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라는 신호 같거든. 사이클이 오기 전 일주일간 그런 기간을 둔 것은 따뜻한 스킨십을 할 상대를 만나라는 배려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돌연변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형이 오메가로 발현하고 페로몬이 나오기 시작한 뒤로 나는 더 이상 허벅지에 주사를 맞지 않았다. 그의 체리 향을 맡으며 끊임없이 포옹하고 키스하며 일주일간의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한 알파다.



 우리에겐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생전 처음 대상을 받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트로피에 적혀 있는 ‘2016 MMA 올해의 앨범상’ 문구를 보며 우리 일곱 명은 하염없이 울었다. 무대에서도, 대기실에서도,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눈물을 닦고 웃으며 평소처럼 장난을 치다가도 돌아가면서 뜬금없이 터지는 눈물 때문에 웃다가 또 금방 울어버리는 바보들이 되어버렸다.

 “아, 정호석 왜 자꾸 울어.”
 “형이 먼저 울었잖아요.”
 “이 친구 봐라.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형 지금도 울고 있거든요?”

 석진 형과 호석이 형이 주방에 앉아서 주고받는다. 둘 다 눈이 빨개가지곤. 우리는 자연스럽게 식탁에 모여들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왠지 술을 까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준 형은 맥주와 소주를 들고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고, 윤기 형은 조용히 전화를 걸어 모둠회를 주문했다. 태형이 형은 아직도 눈코입이 빨개가지고 툭 건들면 울 것 같은 얼굴로 앉아 있다. 대상을 받은 게 아니라 누구한테 혼난 사람마냥. 그리고 박지민은 그 옆에 앉아서 코를 훌쩍인다.

 “야, 이제부터 우는 사람 원샷 하기야.”
 “형 눈물 닦고 말해요.”
 “아씨, 그랬어? 이제 닦였지? 봐봐.”

 석진 형의 원샷 으름장에 우리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대화를 주절거리며 술자리를 이어갔다. 축제의 날. 기분 좋은 분위기. 그 속에서 박지민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입을 가리며 헤픈 웃음을 흘린다. 태형이 형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소맥을 꿀꺽꿀꺽 들이켰고, 윤기 형은 소주를 털어 넣고 나서 미지근해진 회 한 점을 껌처럼 질겅거렸다. 석진 형과 남준 형은 커진 목소리로 실없는 대화를 이어갔고, 호석이 형은 하이텐션이 되어 몇 번이나 웃음이 터지게 만들더니, 얼마 안 있어 찌르면 피가 터질 것처럼 얼굴이 빨개진 채 말을 잃어갔다. 나는 비교적 멀쩡한 상태로 형들의 각자 다른 주사를 구경한다.

 처음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 피처 4병과 소주 5병이 모두 비워지고 나자 형들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자고로 막내란 갖은 심부름을 다 해야 하는 법. 형들의 암묵적인 눈빛에 나는 잠자코 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향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에 겨울바람이 끼쳐 그나마 있던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내심 박지민이 과음을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직 그는 프리 히트 상태이기 때문이다.

 술을 잔뜩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놀라움과 기쁨, 그 다음으로 다가온 건 무거운 감정인가? 한바탕 시끌벅적한 턴이 지난 모양인지 차분하고 감상적으로 변한 분위기. 다섯 명의 남자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건 박지민의 말이었다.

 “요즘 너무 행복한 거 있죠. 정국이도 저를 행복하게 해주고… 형들도 너무 고마워요. 태형이도, 너도 고맙고 인마. 팬들도 진짜 고맙고…. 요즘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형들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다들 어느 정도 취한 얼굴로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여 턱을 괴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벽 뒤에 기대서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가수로서 최고의 순간인 것 같아요. 빌보드 차트에 오른다는 것도 꿈 같구… 안 그래요 형들?”
 “맞아. 이 정도는 꿈꾸지도 않았었지.”
 “게다가 나는… 오메간데. 으음…. 이렇게 잘 될 수 없는 사람인 거잖아요. 원래.”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열심히 한 만큼 잘 되는 거야.”
 “그래, 지민아.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그의 입에서 오메가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내 심장은 쿵 떨어진다. 멍하게 발끝을 내려다본다.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다.

 “지민아, 형들은 너랑 정국이가 행복해 보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
 “진짜 행복한 거 맞지?”
 “네에. 이대로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럴 거야.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한 달간의 활동을 하면서 그는 매일 우리의 영상을 챙겨봤다. 무대 영상, 녹화 영상, 팬들이 만든 영상. 고된 스케줄 후에 연습실에 들러서도 표정 한 번 구기지 않고 연습에 임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먹을 것을 입에 대지 않았고, 혹시라도 얼굴이 부을까 봐 비스듬히 앉아서 잠을 청하는 날도 있었다. 틈틈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고, 팬 카페에 접속해서 팬들이 남기는 메시지를 읽다가 새벽에 잠드는 날이 많았다. 휴대폰을 쥔 채 기절한 그에게 이불을 덮어주다가 발견한 건, 트윗을 쓰다가 잠들어 글자가 아무렇게나 눌린 채로 멈춰 있는 화면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진심으로 가수가 된 것을 행복해하고 있었다. 처음보다 더 많이. 더 깊이 말이다.

 그런 당신이 나를 위해 다 버리겠다고?

 나의 일 순위가 당신이라는 말처럼, 당신의 일 순위가 나라는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당신의 행복에 감히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준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답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행복과 언제든 얻을 수 있는 행복 중에 한 가지를 반드시 치워내야 한다면 후자일 거라고.

 내가 반드시 지켜줘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 방탄소년단 박지민의 행복일 것이라고.





 97. Panic



 형의 히트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나는 내내 불안했다. 행복에 푹 잠겨 있는 그의 지금 이 순간을 지켜내야 하는데, 이미 사후피임약에 대한 문제는 우리 사이에 끝난 일이기에 다시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5일간 지속된 히트 내내 형과 격렬한 섹스를 했지만 단 한 번도 형이 약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약통은 이미 그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고, 우리 사이의 대화는 ‘아이가 생기면 낳자.’로 완결이 났기에, 나는 홀로 발을 동동 굴렀다. 혹시라도 형에게 약을 먹고 있느냐고 물으면 다툼으로 번질까 봐 두려웠다. 박지민이 내게 실망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

 기나긴 윙즈투어를 앞두고 당장 아이를 가질 상황이 아니란 건 형도 충분히 알고 있겠지만, 내 손이 닿지 못한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은 나를 천천히 잠식했다.

 예전처럼 내가 약을 먹여주겠다고 할까?
 아냐, 그건 형에게 맡겨야 하는 일이야.

 내 안의 녀석들이 수없이 갈등한다. 그러나 이건 형을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메가용 사후피임제는 정식 의약품이 아니다. 이 좆같은 세상은 알파와 오메가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약을 먹어도 임신할 확률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오메가 남자가 알파의 아이를 임신할 확률은 굉장히 낮다, 그나마 러트를 맞은 알파와의 사이에서 임신 확률이 조금 올라간다. 임신을 유지해서 안전하게 출산까지 갈 확률은 더더욱 낮다. 하지만 나는 그 작디작은 확률마저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떠한 작은 확률도 다 뚫고 만난 사람들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히트 셋째 날에 내 프리 러트가 시작됐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의 사이클 주기에 조금씩 변동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다음 사이클 때는 조금 더 겹칠 테고, 그러다 보면 금세 우리의 사이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동시에 사이클이 온다면 기절하기 직전까지 뒹굴며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은 내게 환상 같은 게 아니다. 알파의 러트와 오메가의 히트가 만나면 아기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하룻밤에도 몇 번이나 그의 몸 안에 사정하게 될 테니… 점점 더 나는 혼란에 빠져들겠지.

 절대로 그의 충만한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 딸이야. 예쁘지? ]

 최영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10월 말에 출산한 아기는 3주 넘게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다가 이제야 퇴원했다고 한다. 보내준 사진 속의 아기는 숱이 많은 새카만 머리카락에 쌍꺼풀 진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갓난아기인데도 최영진과 최재영의 얼굴을 빼다 박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못생겼네. ]
 [ 죽을래? 병원에 있는 아기 중에 제일 예뻤어. 스타야 스타. ]
 [ 그래. 예쁘게 생겼네. ]
 [ 재영이가 하루 종일 아기만 보려고 한다ㅋㅋㅋ 아빠 다 됐어. 신기해. ]

 녀석의 메시지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나는 멍하게 아기 사진을 바라본다. 손싸개를 하고 있는 작은 생명체.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얼굴을 닮은 아기를 키우는 기분은 어떤 걸까. 감히 상상조차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진을 보면서 짓고 있는 미소와 비슷한 거겠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아기의 주변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것.

 [ 부럽다. ]

 답장을 보내놓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인다. 정신이 몽롱하고 식은땀이 슬슬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몸살기운처럼 등줄기가 서늘하고 몸 어딘가가 아픈 것 같기도 하다. 참 이상하다. 불과 십 분 전까지 형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좀처럼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이상하다. 너 독감 걸린 거 아니야?”

 형은 온종일 누워서 끙끙 앓고 있는 나를 만지며 걱정스레 물었다. 프리 러트 기간인데도 안정되지 않고 점점 악화되고 있는 증상 때문이다. 머리가 무겁고 눈앞이 흐리다. 체온이 39도를 웃돌면서 몸에 열꽃이 생겼다. 형이 급하게 사온 해열제를 먹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축 처진 채로 생명을 다한 물고기처럼 헐떡이기만 한다.

 “정국아, 정국아, 괜찮아?”
 “…….”

 그의 목소리가 먹먹하게 들린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을 힘도 없어서 시체처럼 누운 채 눈꺼풀만 겨우 움직였다. 이 와중에도 심장은 미친 듯이 발작한다. 쿵쿵. 쿵쿵. 쿵쿵. 나를 잡아먹을 기세로 뛰는 맥박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막혀온다. 형의 체향이 방 안에 가득한데, 아무리 깊게 들이마셔도 소용없다.

 형이 내 옆에 누워서 나를 꽉 끌어안는다. 뺨을 가져다 대고 등을 매만져주고 입술을 머금는다. 따뜻한 혀가 입 안을 헤집는데도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다. 몸의 근육 어느 한 부분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힘겨워서 가만히 그의 키스를 받기만 한다.

 “병원가자. 응? 어디 아픈 것 같아 너.”
 “…….”

 이상하다. 몸이 정말로 이상하다.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건 아니겠지. 나쁜 상상이 머릿속에 들어찬다. 며칠 뒤에 있을 일본 공연 때문에 곧 출국해야 하는데, 왠지 그 전에 내 몸이 산산조각 날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 상태가 지속된 채로 러트가 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프리 러트는 맞는 모양인지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아프다. 언제부터 발기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풀 여력도 없어서 나는 송장처럼 멍하게 누워서 풀려가는 눈을 겨우 뜨려고 노력한다. 아래쪽에서 뜨거운 감각이 느껴진다. 아…….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정국아….”

 형이 내가 덮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단단하게 선 내 것을 입에 담는다.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감각은 익숙한데, 들리는 소리는 100미터 밖에 있는 것처럼 멀기만 하다. 귀가 멀어버리는 건가?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결국 나는 서랍 속에 숨겨두었던 주사기를 꺼냈다. 형에게서 페로몬이 나온 이후로 쓴 적 없는 앰플. 머리가 무거워서 자꾸만 옆으로 쓰러질 것 같은데, 겨우 몸을 가누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주사기 안에 약을 집어넣고 뾰족한 바늘 끝을 바라본다. 눈앞이 세 개로 겹쳐 보인다.

 “하아…….”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으윽.”

 나는 살기 위해 바늘을 찔러 넣는다.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통증과 함께 약물이 밀려들어간다. 고통스럽다. 눈물이 나올 만큼. 끝까지 약을 밀어 넣고 바늘을 뽑자마자 온몸에 긴장이 풀린다. 약기운이 몸 안에 빠르게 도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마약이 이런 걸까? 나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 채 더운 숨을 내뱉는다. 얼굴에 가득한 물기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 슬픈 건 아닌데, 그냥, 모르겠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 나 왜 이러지?




 아주 오랜만에 찾은 AO병원 문을 밀고 나오며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다. 원래 병원이란 곳이 좋은 일로 가는 데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 내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의사가 이번엔 나를 향해 미친놈이라고 했다. 혼자 오길 잘 했다. 쪽팔릴 뻔했잖아.

 어제부터 시작된 첫눈은 세상을 다 덮을 것처럼 펑펑 내린다. 마스크를 내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허연 입김이 퍼지는 어두운 하늘. 미친놈이 된 알파는 청승맞게 울음을 참으며 눈을 맞는다. 오가는 사람이 적어 병원 앞에는 눈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아무도 밟지 않아 하얗기만 한 그곳에 내 발자국을 낸다. 발목까지 움푹 들어가며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마치 누군가의 이성의 끈이거나, 생명의 줄기와 같은.

 ‘러트 사이클 때문에 충격 받은 사건이 있나요?’
 ‘아뇨.’
 ‘그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나요?’
 ‘…네. 그런 것 같네요.’

 무심하게 묻던 의사는 내게 소견서를 써주며 말했다.

 ‘알파나 오메가들에게 간혹 있는 일입니다. 정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괜찮아지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가까운 정신과에 가셔서 처방 받으세요.’
 ‘…오메가의 페로몬이 듣지 않는데 왜 정신과를 가죠?’
 ‘공황장애의 일종입니다.’
 ‘…….’
 ‘우리는 그걸 러트공황이라고 불러요.’

 참 웃기는 일이다. 이젠 별걸 다 하는구나.

 브로커를 통해 구한 주사제를 사용한다고 했더니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그랬다. 일시적인 효과일 뿐 러트 공포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니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나는 점퍼 주머니 안에 있는 소견서를 손 안에 구기며 웃는다.

 “진짜 웃기고들 있네.”

 난 미친놈이 아니야. 그냥 형을 걱정하는 것뿐이라고. 형의 행복을 빼앗고 싶지 않아서, 지금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행복을 실컷 누리게 해주고 싶어서, 그냥 그런 것뿐이라고.

 속으로 저 안에 있는 의사는 돌팔이라고 이죽거리며 눈길 위를 걷는다. 내가 또 이상한 걸까. 약을 먹으면 내가 진짜 이상한 것 같잖아.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 병원 갔어? 왜 혼자 가고 그래. ]
 [ 응. 방금 나왔어. ]
 [ 뭐래? 어디 안 좋대? ]
 [ 그냥. 별것 아니래. ]
 [ 진짜야? ]
 [ 응. 감기. ]

 그냥 난, 잠깐 감기에 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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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