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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ovico Einaudi – DNA

돌연변이
38 下













 103. 갈망



 이번 활동 마지막 공식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느덧 시간은 새벽 두 시를 향하고 있었다. 가로등만 들어와 있는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가 별로 없다. 나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DNA 활동은 지난 어느 때보다 바쁘고 힘들었다. 우리는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갱신했고, 상상에만 그쳤던 일들을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가고 있는 중이다. 팬이 많아지고, 국내외 인지도가 치솟아 해외 차트에 우리의 타이틀곡이 오르는 상황은 오히려 실감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가수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것일 텐데,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니 오히려 얼떨떨하고 이상하다.

 몸은 바쁘고 힘든데 머릿속엔 잡념이 많아진다. 내가 과연 유명해져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기본적인 고민으로 시작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로 연결되곤 한다. 탑 가수가 되고, 예전엔 생각도 못해봤던 단위의 돈을 벌고, 나의 모든 말과 행동에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은, 사실 내 기준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문득 내가 왜 가수가 되려고 했나 떠올려보았다. 어린 시절의 전정국은 인정받기 위해 가수가 된 게 아니었다. 그저 하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으니까. 춤을 배우고 나니 춤추는 게 좋았으니까. 하고 싶었으니까. 살면서 내가 선택하는 것의 모든 기준은 바로 나였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적당한 지점에서 내려놓고.

 성인이 된 전정국은 여전히 내 자신의 기준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공연을 하는 건 늘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유명해지면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을 감수하면서도 이 생활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하고 싶은 것 위에 하고 싶은 것 하나가 더 생겼다.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

 이 말 안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눈치 보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
 이 감정적인 안정감을 오래오래 느끼고 싶다.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
 내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다.
 나를… 치유하고 싶다.

 하지만 이건 내가 하고 싶은 가수 활동과는 반대편에 서 있다. 함께 껴안고 싶지만 절대로 겹쳐질 수 없는 것들. 대한민국에서 돌연변이 게이 가수의 사랑은 대중에게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은 한 가지는 이룰 수 없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우리에겐 욕심이 된다.

 갑갑하다.

 이런 생각을 혼자 이어가고 있으면 형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온다. 그는 내가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눈빛이 차분하고 축축해진다고 했다. 새카맣게 염색한 내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오늘도 표정을 자세히 살핀다. 혹시 내게 고민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더듬이를 바짝 세우는 것이다.

 “산책하다가 들어갈래?”

 속삭이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늦은 밤, 빈 다리 위 한복판에서라도 나를 위해 차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박지민이 가진 힘이다. 갓길을 향해 속도가 늦추어진다. 호석이 형은 휴대폰을 만지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 내린다고? 다리 윈데?”
 “정국이랑 조금 걷다가 들어갈게요.”

 우리는 어느 대교의 한 가운데에서 내렸다. 형은 다리의 난간에 팔을 기댄 채 한강을 내려다본다. 시월의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 좋다.”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린다. 아무도 없는 도로, 물 위에 서 있는 우리 둘. 남들에겐 평범할지도 모르는 이 순간이 우리에겐 참 소중한 시간이 된다. 좀처럼 외출하지 않는 나에겐 더더욱 그렇다. 아마 형이 아니었다면 나는 길거리를 걸으며 가을바람을 쐰다는 게 어떤 감상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형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응. 진짜 좋다.”
 “다니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뽀뽀 할까?”

 애교스러운 말에 나는 순종적으로 그의 뺨으로 다가가 입을 맞췄다.

 “정국아, 우리 진짜 연애하는 건가 봐.”

 형은 새삼스러운 말을 하며 몸을 돌려 내 가슴팍에 안겨왔다. 나는 알고 있다. 형은 내 얼굴에 생기는 그늘을 두려워한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에 빠져 있는지, 무척 궁금해 하고 있으면서도 캐묻지 않는다. 형은 늘 그랬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다리 위를 걸었다. 다리를 지나자 낯선 동네가 나왔다. 사람이 없는 인도를 걷는다. 형은 원래 걸음이 느리면서, 오늘은 앞장서서 걸으며 나를 끌어당긴다. 간판 불이 다 꺼져 있는 거리를 걸으며 발걸음이 닿는 대로 움직인다. 이름 모를 주택가 앞을 지나치고, 어두컴컴한 공원 앞을 스치고, 그러다가 녹색 신호등이 깜빡이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가로수가 늘어져 있는 길에 다다랐을 때는 형의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뒤로 걷기도 했다. 깍지를 꽉 낀 채로 잠시도 놓지 않으며.

 “재밌다. 자유롭고. 그치.”

 당신은 별것도 아닌 이 시간을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 새벽을 종횡하는 이단아라도 된 것처럼 들떴다. 긴 갈증 끝에 물을 찾은 것처럼 쾌감마저 든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 컴컴하고 좁은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고요한 새벽 공기에는 우리 둘의 목소리만 묻어난다. 세상에 둘만 남아 있는 기분이다.

 “정국아, 옛날 생각나지 않아?”
 “어떤 거?”
 “우리 처음으로 손잡고 숙소까지 걸어간 날.”
 “응. 장례식장 간 날이었지.”
 “…….”
 “그때가 시작이었는데. 내 첫사랑.”

 어둑한 가로등에 비친 당신의 눈동자가 빛난다. 나를 향해 빙긋 웃는다. 나는 그의 양쪽 귀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의 귀를 막고 처음으로 내 존재를 고백하던 날. 들리지 않을 속삭임이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새벽. 친구를 떠나보낸 아픔과 첫사랑의 설렘이 충돌했던 그날 밤. 그리고 당신.

 “그때 이렇게 하고 뭐라고 말했던 거야?”

 형이 내 손등 위를 감싸며 눈을 깜빡거린다.
 
 ‘나 알파예요.’
 ‘미쳐가지고 형이랑 자는 상상도 하고.’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열아홉의 나는 서툴렀고, 욕정과 감정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하염없이 허우적거렸다. 그러다가 더듬더듬 용케도 찾아낸 것이다. 내 삶에 나타난 당신이라는 선물을.

 “…형 좋아한다고.”
 “정말?”
 “형이 미치게 좋다고.”

 열아홉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조금 더 일찍 내 마음을 발견하고 당신을 찾았을 것이다. 열여덟로 돌아간다면 영화관에서 우는 나를 안아주던 당신에게 입을 맞췄을 것이고, 끊임없이 나를 좇는 당신의 시선에 다정하게 화답하며 웃어줄 것이다. 그리고 열일곱으로 돌아간다면… 사춘기 소년의 전화통화를 엿들은 당신에게 알파라고 털어놓으며 위로받을 거고.

 “정국아 있잖아. 사실 네가 날 안 좋아해줘서 속상하던 시절이 있었거든.”

 그의 귀를 감쌌던 손을 옮겨 양 볼을 쥐었다.

 “그래서 가끔 꿈꾸는 기분이야.”
 “…….”
 “이럴 수가. 전정국이 날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형 안 좋아하던 시절은 없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그저 두려웠을 뿐이었다. 그가 웃으며 내 양 볼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다. 우린 서로의 얼굴을 감싼 채로 잔잔하게 웃었다.

 “정국아, 또 뽀뽀할래?”

 나는 종종 지난 시간들을 되짚으며 반성한다. 절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이 미래의 전정국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훗날 나는 2017년의 전정국을 원망할까? 후회하게 될까? 왜 그렇게 갑갑하게 살았느냐고. 그까짓 거, 뭐가 그렇게 두려웠느냐고.

 “누가 보면,”
 “응.”
 “…보라지 뭐.”

 그대로 그의 입술로 다가갔다. 골목의 담벼락으로 그를 밀어 붙이며 입술을 핥고 혀를 얽는다. 그러면서 나는 금방 깨달아버렸다. 지금도 당신은 당신의 방법으로 나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마음껏 사랑하지 못해 갑갑해하는 내게 달콤한 자유로움을 선물해준다. 낯선 동네의 담벼락에서 나누는 키스로.

 나는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고 묻는다.

 “어떻게 알았어?”
 “…뭐가?”
 “내 마음.”

 내가 갑갑해하고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니까.”

 우리는 참 많이 다르다. 성격도 반대, 관심사도 반대, 사람을 사귀는 방식도 반대. 형과 나 사이에서 닮은 구석을 찾으려 든다면 금세 좌절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많이 다른데… 당신은 나를 모두 알고 이해하는 사람 같다.

 “형은 늘 너와 같아. 정국아.”
 “…….”
 “그러니 너도 늘 나와 같아줬으면 좋겠어.”

 어쩌면 사랑이란 건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게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났다고, 또는 서서히 자라났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삶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힘의 주관일 수도 있다. 거대한 세계에 묶여있기에 반드시 만나서 사랑을 반복하는 것. 인간의 언어로는 그 위대함을 다 표현할 수 없기에 인연이나 운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응. 그럴게.”
 “약속할 수 있지?”
 “응. 약속.”

 정반대인 우리가 사랑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운명이다.





 104. 특별한 선물



 매년 시월이 되면 멤버들은 박지민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분주해진다. 처음엔 분명히 안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분위기가 생겼다. 남자끼리 간지럽게 무슨 생일선물을 주고받느냐며 잔소리를 하던 윤기 형마저도 이제는 박지민의 생일이 다가오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외출한다.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못 보던 쇼핑백을 들고 있다. 이건 박지민이 우릴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진 것 없는 연습생 시절에도 주머니를 털어서 멤버들의 생일을 챙겼다. 아마 다정함도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정국아, 너 지민이 생일 선물 뭐 샀어?”
 “비밀이에요.”
 “치. 나 어떤 게 좋을지 골라줘 봐.”

 태형이 형이 다짜고짜 액정을 내밀며 옷을 골라달라고 했다. 아마도 박지민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니까 물어본 모양인데, 아주 잘못된 판단이다. 내 눈엔 다 그게 그거여서 뭐가 좋고 뭐가 덜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태형이 형이 내민 화면에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코트 종류가 있었다.

 “지금 저한테 옷을 물어보는 거예요?”
 “…아.”

 내가 되묻자 태형이 형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즐겨 입는 옷이라고는 연습할 때 입는 편안한 것들뿐이다. 패션에 관심 없는 내 눈에는 까만 코트, 덜 까만 코트, 큰 코트, 작은 코트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퍽 신기했다. ‘호석이 형한테 물어봐야겠다.’하며 내 방을 나가려는 태형이 형을 붙잡고 가장 작아 보이는 코트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이거, 지민이 형이 좋아하겠네요.”
 “오 맞아. 내 생각도 그랬어.”

 박지민의 작은 체구에 제일 잘 맞을 것 같아서 고른 건데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었나 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지는 태형이 형을 보며 잔잔하게 들뜨는 마음을 홀로 가다듬었다. 작년에는 꽃다발과 함께 반지를 선물했다. 형은 한동안 내가 준 반지만 검지에 꼭꼭 끼우고 다녔다. 올해엔 어떤 선물로 그를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답을 찾았다. 우리의 지난 밤 데이트를 무척이나 즐거워하던 형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 형에게 특별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태형이 형이 내 방에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폰에 진동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폰을 열어보니 멤버들 단톡방이었다. 평소 멤버들과의 톡방은 알람을 꺼두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자세히 보니 그곳은 박지민을 제외한 여섯 명만 모인 대화방이었다. 태형이 형은 멤버들을 초대해놓고 내가 조금 전 골랐던 코트 사진을 올렸다.

 김태형 지민이 생선 이거 삼
 김태형 겹칠까봐여

 멤버들이 하나둘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호석 나는 이거~!
 김태형 오 이쁘당 지민이 좋아하겠당

 호석이 형은 털이 잔뜩 달린 괴상한 슬리퍼 사진을 올렸다. 나는 사진을 확대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걸 박지민이 좋아한다고? 점점 더 알 수 없다.

 김석진 아 그거 내가 사려고 했는데
 정호석 아싸ㅋㅋㅋ
 김석진 호비 신상 킬러네
 김석진 난 면세 가서 찾아봐야지

 심지어 신상이기까지 했다니. 이런 쪽에 문외한인 나는 톡방을 바라보며 뒷목을 긁적였다. 혹시 내가 작년에 사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어쩌나, 한참이나 늦은 고민도 든다.

 민윤기 여기다 보고해야 돼?
 김태형 그럼여
 민윤기 별걸 다 하네

 텍스트에서 윤기 형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도 윤기 형은 독특하게 생긴 팔찌 사진을 올렸다.

 민윤기 아는 형한테 제작했음
 김석진 슈가가 슈가했네
 민윤기 무슨 말이지
 김석진 민슈가를 고소합니다
 김석진 너무 달콤하니까요
 정호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윤기 휴
 김태형 ㅋㅋㅋㅋ

 한참 동안 숫자 1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오전에 일찍 작업실에 간다고 나간 남준 형은 아직인 모양이었다.

 김석진 근데 정국이는 뭐 샀어?
 김태형 비밀이래여
 김석진 끝판왕은 나중에 등장하는 법
 정호석 작년엔 뭐였더라?
 김태형 꽃다발이랑 반지ㅎㅎㅎ
 정호석 ㅋㅋㅋ로맨틱하네
 김태형 전신거울도
 김석진 그건 대체 무슨 조합일까
 김석진 궁금하지만
 김석진 커플한테는 묻는 거 아니랬어
 민윤기 내 생일에 안마의자 방에 놔줄 사람
 민윤기 미리 예약 받겠음

 그들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구경하다가 인터넷 창을 열었다. 박지민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화면에 떠 있다. 형은 지난 달 내 생일 때 카메라를 선물해줬다. ‘예쁜 거 좋은 거 많이 담으라구.’ 며칠 동안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고민만 하던 걸 눈치 채고, 내가 폰을 쥐고 잠든 사이에 보고 주문한 것이다. 형은 나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정성들여 선물한다. 박지민의 사랑스러움은 24시간 찬양해도 모자라다.

 김남준 헉 미안요
 김석진 ?
 김남준 지민이한테 선물 벌써 줬는데 아까
 김남준 어떻게 하지
 김남준 나도 모르게 그만
 김남준 먼저 줘서 미안합니다
 김태형 뭐 줬는데요?
 김남준 그냥 액세서리… 반진데…
 정호석 오
 김석진 미안할 것까지야
 민윤기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줘야하냐
 민윤기 아 방탄 왜 이렇게 됐어 오글거려
 김태형 주문제작한 형이 젤 오글거림요
 정호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석진 ㅋㅋㅋㅋㅋ

 형들의 수다를 보며 혼자 킥킥대다가 박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막방을 한 뒤라 오늘은 모처럼 스케줄이 없는 하루다. 늦잠을 자는 내게 뺨을 비비며 깨우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숙소 안에 없는 것을 보니 주변에 사람이 많은 형은 아무래도 생일을 앞두고 만날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바쁜 애인을 보며 괜한 심술을 가지게 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 밤에 와인 마실까? ]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놓고 다시 인터넷 화면을 열었다. 도쿄 행 비행기 티켓 두 장. 대만 공연을 마친 후 생기는 휴가를 온전히 단둘이 보내고 싶다. 나와의 시간을 행복하게 여기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게 예쁘고 좋은 것은 당신밖에 없으니 이 카메라에 가득 담길 수 있는 것도 당신이다. 오늘 밤 이 선물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 여기로 와 8시까지. ]

 한참 뒤 그에게서 온 답장은 나를 더 잔잔한 흥분으로 끌고 갔다. 호텔 이름과 룸 넘버가 적혀 있는 텍스트를 보며 나는 침대에 누워 첫 데이트를 앞둔 남자처럼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았다.



 호텔방의 문을 열어주는 형의 얼굴엔 수줍음이 가득했다. 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형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동안 잔뜩 참아왔던 것들이 폭발할 것처럼 샘솟는다. 밀려드는 내 몸짓에 형은 뒷걸음을 치면서도 내 몸을 꽉 둘러 안고 놓지 않는다. 내일 출국을 앞두고 이런 깜찍한 이벤트를 만든 그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나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형의 몸을 번쩍 들어 안았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적나라한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선다. 보송보송한 가운 너머로 마른 등줄기가 느껴진다. 내게 코알라처럼 착 달라붙어 안겨 있는 그에게서 가운부터 벗겨 내렸다.

 “왜 이렇게 급해?”
 “몰라. 나 지금 흥분했어.”
 “잠깐만… 국아.”
 “말하지 마. 이따가. 응?”

 금세 알몸이 되어버린 형을 여기저기 만지며 침실로 향한다. 쓸데없이 커다란 스위트룸이라 침대로 걸어가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목을 끌어안은 채 코끝과 입술에 마구 쪽쪽거리는 그의 애무가 귀엽다. 내 몸은 지금 당장 형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이 고양이는 어린 애 같은 애무를 하면서 오히려 나를 더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매트리스 위로 떨어졌다. 나는 얼른 무게를 실으며 양 팔과 다리로 그를 내 안에 가둔다. 다급한 몸짓 때문에 옷에 달려 있는 후드가 뒤집어져서 머리에 씌워졌다. 나는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입고 있는 하의부터 내렸다. 그러자 형은 내 후드에 달려 있는 끈을 꽉 조여서 리본까지 묶으며 깔깔거린다.

 “잘생긴 변태 같네.”
 “못 참겠어.”

 활동 기간에 내가 얼마나 참아왔는지 형도 잘 알고 있다. 나는 하반신만 벗은 채로 형의 허벅지를 붙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형이 끙, 소리를 내며 내게로 가까이 밀착해온다. 나는 그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자리 잡고 급하게 넣을 기세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러자 형이 나를 놀리듯 다리를 오므리며 옆으로 피해 달아난다.

 “벌려 봐. 얼른.”

 나는 형의 다리 한쪽을 붙잡고 벌리려고 애썼으나, 그럴수록 형은 새침한 표정으로 더 힘을 주어 다리를 오므리더니 매트리스 위에서 데구르르 반 바퀴를 굴러 벗어난다. 순식간에 열이 확 오른다. 입고 있던 후드를 잡아 뜯을 듯이 벗어던지고 전라가 된 채 형을 잡으러 무릎으로 엉금엉금 걸었다.

 “미치겠네. 박지민.”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형은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다가오는 나를 피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은 상황에 실소가 터진다. 형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걸 보니 안달 내고 있는 내 모습을 조금 더 구경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리 와. 얼른.”
 “섹스하려고 온 거 아닌데?”
 “무슨 소리야. 여긴 섹스하라고 만들어 놓은 데거든요.”
 “호텔에서 섹스만 하냐? 웃겨.”
 “아 진짜.”
 “잡아보든가.”

 형은 나를 놀리며 옆에 있던 베개를 내게로 장난스럽게 던진다. 그 바람에 바짝 선 아래에 베개가 퉁 맞고 매트리스 위를 구른다. 나는 아랫입술을 물고 다시 엉금엉금 기어 형의 몸 위로 올라탄다. 우리는 알몸으로 뒤엉키며 요상한 실랑이를 한다. 나는 형의 허리를 꽉 감싸 잡은 채로 다리를 벌리기 위해 팔에 힘을 주고, 형은 무릎을 꼭 붙인 채로 버티고. 사실 내가 진짜로 힘을 쓴다면 이런 실랑이는 아무 소용없다는 것쯤은 형도 알 것이다. 내가 그러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안달 나게 하려는 모양이다. 우리는 뜬금없는 힘겨루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이건 무슨 컨셉인데?”
 “반항하는 컨셉인데?”
 “큭, 아 얼른. 정국이 죽어요.”
 “귀여워. 재밌잖아.”
 “페로몬 푼다?”

 나는 낮게 으르렁대며 형의 아랫입술을 문다. 쫀득하게 빨아들이면서 페로몬을 살살 흘렸더니 금세 방 안에는 내 체향으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한다.

 “반칙패야 이거는….”
 “그런 게 어디 있어. 가지고 있는 능력 쓰는 건 반칙 아니야. 정정당당한 거지.”
 “하….”

 금세 흐물흐물하게 힘이 풀리는 그의 양 무릎을 잡고 가르며 그 사이에 자리 잡는다. 형의 양 다리를 팔로 감아올리고, 허공에 살짝 떠 있는 그의 허리 아래에 베개를 끌어다가 받친다. 붉어진 뺨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을 응시하며 그의 아래에 손을 가지고 간다. 축축하게 젖은 곳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문지르다가 내 것을 쥐고 끄트머리를 맞춘다.

 “정국아….”
 “응.”
 “살살해.”
 “장담 못해.”

 형은 자신의 손끝을 물며 수줍은 얼굴로 그런다. 오늘따라 형의 태도가 다른 건지, 아니면 내가 혼자 흥분해서 그런 건지. 잘은 알 수 없지만, 사랑스러움에 도가 지나치면 내 이성을 잃게 한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짓는 수줍은 표정에 끝도 없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나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정말 형 말대로 변태인 것일지도.

 “아…….”

 미끌미끌한 그의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천천히 들어선다. 탄성이 터지며 내 목을 끌어당긴다. 나는 그에게 입술을 겹친 채로 근육으로 날이 선 그의 허벅지를 주무른다. 삽입할 때마다 온몸에 힘을 꽉 주는 버릇은 1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내 아랫입술을 깨물며 귀를 조물조물 만지는 손길이 느껴진다. 나는 입술을 맞댄 채 앓는 소리를 내며 형의 몸 안에 더 깊숙하게 찾아든다.

 “정국아….”
 “응.”
 “살살… 살살해야 돼.”
 “하…. 나도 모르겠다니까.”

 나는 느릿하게 하체를 움직이면서 그의 다리를 내 허리에 둘러 감도록 자세를 고쳐준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콧잔등에 주름을 잡으며 아랫입술이 하얗게 될 정도로 꽉 깨무는 표정을 빠짐없이 내려다본다. 이런 장면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살살 하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지. 이것도 오늘의 컨셉이라면 청개구리처럼 해주겠다고 생각한다.

 아까보다 힘 있게 치고 들어가자 형이 윽, 소리를 내며 목을 젖혀든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내 뺨을 감싸며 끌어당긴다. 그게 키스를 해달라는 뜻인 것 같아서 고개를 비틀며 기울였다. 내가 자세를 고쳐주었음에도 긴장한 듯 다리에 힘을 잔뜩 준 채로 허공에 띄우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너무 급하게 시작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살살, 살살….”
 “…….”
 “우리 아기… 놀란단 말이야.”

 그러나 이내 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허리짓을 멈춰야 했다. 혹시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굳은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형…. 뭐라고?”

 내 물음에 형의 눈썹 산이 축 내려간다. 그리곤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천천히 입술을 오물거린다.

 “아기. 우리 아기….”
 “…….”
 “정국아, 형 아기 가졌어.”
 “…….”
 “우리 아기 생겼대. 정국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내 시야엔 오직 형의 표정만 가득 들어온다. 눈앞이 뿌옇다. 속에서부터 무언가가 울컥 치받아 올라온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물줄기가 앞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나 지금 행복하거든?”
 “흐….”
 “응? 정국아.”

 나는 무너져버리고 만다. 내 이름을 부르는 형의 목소리가 귓가에 가득 울린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꽉 눌려 있던 것들을 터뜨린다. 당신에게서 체리 향이 나지 않는다는 걸 왜 몰랐지. 바보 같다. 지금 내 울음소리는 어떨까. 엉엉 우는 어린 애 같을까. 아니면 슬피 우는 짐승 같을까.

 “약속했지.”
 “…….”
 “네 마음이 늘 나와 같아주기로.”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그저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알지만, 어떤 것도 지금 내 안에 채워질 수 없다. 늘 같은 마음을 갖기로 한 약속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바로 어제, 당신이 내게 자유를 선물하며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너도 지금 행복하지?”

 그 말에도 또다시 끄덕인다. 당신은 나를 길들이듯 조심스레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마치 주문처럼 뇌리에 인을 새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당신의 곁에 있어서. 우리가 가족이 될 수 있는 존재라서. 평생 하나로 묶일 수 있어서.

 “그래. 착하다 우리 애기.”

 나는… 행복하다.





















 





(+) 분량이 늘어서 39편에 있던 것들이 下편으로 조절되었네요. 많이 기다리게 해드려 감사하고 죄송해요. 완결까지 다 써두었는데 왜 이렇게 보내기 싫은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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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허어....심장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벅차요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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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울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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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미야  | 190629   
안대ㅐㅐㅐㅐㅠㅠㅠㅠ 애드라ㅠㅠㅠㅠ행복할수잇게ㅔㅆ어 진짜??? 너네만 행복하다면 그걸로됐어ㅠㅠㅠ 하지만 앞날이 두려운건 나뿐만이아니겟지 ㅠㅠㅠㅠ
둥벵  | 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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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도르  | 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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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 190630   
ㅜㅜ 랠리님.... 진짜 보내기 싫은 돌연변이,, 그럼에도 완결이 궁금한건 또 어쩔 수 없네요. 이번편은 그냥 보면서 행복해하기만 했어요.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서로의 반응을 기대하며 만났을 두 사람을 생각하면 그냥 모든 어려움은 제쳐두고 둘이 행복하거라.... 이런 마음 갖게되구요. 랠리님이라면 아름다운 엔딩을 만들어주실거라 생각되기때문에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테피  | 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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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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