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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01 랠리 씀

28 Weeks Later & 28 Days Later theme song

아마겟돈
01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LIVE]
 
 뭐야. 대박. 인스타 라이브 켰어. 아 시발, 징그러워.
 - 야, 혹시 모르니까 가까이 가지 마.
 전정국 설마 쫄았냐?
 - 감염성 있다고. 이리 와.
 완전 마비되어 있는데? 숯 같아.
 - 아, 미친 새끼 말 더럽게 안 듣네.
 만지지만 않으면 되잖아. 내 영상 뉴스에 나오는 거 아냐?
 - 얼른. 아까 경찰들 변한 거 봤지? 빨리 빠져나가야 해.
 알았어, 알았…… 어?
 - 뭐야? 왜?
 야 잠깐, 이거 살짝 움직인 거 같은데?
 - 뭐? 야! 빨리 와.
 으어어어… 소름 끼쳐. 움직였어!

 쿠으어어억, 쿠엑, 쿠어어억.
 
 으아아악!!!!!
 - 진규야!!!!!
 아악!!!! 으으악!!!!! 커억!!!!!!

 크어어어억, 큭, 쿠에엑, 컥.

 - 야, 야, 야, 튀어!!!!!!!






 발병 1일 전 : 가평군 MT촌



 ‘의사’

 이번 턴에서 정국의 역할은 의사였다. 벌써 네 판째에 들어선 마피아게임. 룰은 첫 판이 끝나자마자 이해했고, 두 판째에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세 판째에는 자신이 느낀 것을 다시금 눈으로 확인했다. 학생회장 김윤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묘한 분위기. 그 과녁은 분명히 박지민이라는 이름의 후배였다. 이건 따돌림과 같은 종류가 아니다. 말하자면 열다섯 명이 있는 이 콘도 안에서 유독 지민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의 눈치와 압박으로 인해 찜찜한 몰이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장. 이런 쪽으로는 제법 감이 좋은 정국인지라 슬슬 불편함이 올라오고 있었다.

 “의사는 고개를 들어 살릴 사람을 선택하세요.”

 사회자의 목소리에 정국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조금 전 마피아들이 지민을 죽이기로 했을 것이다. 정국은 지체 없이 손가락으로 지민을 가리켰다. 그러자마자 이미 죽어서 뒤로 빠져 있던 윤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낮이 되었다는 멘트와 함께 모두의 고개가 들렸고, 정국은 윤성과 지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의사가 시민을 살렸습니다.”

 정국의 지목으로 살아남은 지민은 무릎을 끌어 모은 채로 표정 변화 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다른 녀석들 몇 명이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윤성의 눈치를 살폈다. 너희도 마피아구나. 정국은 확신했다. 다시 시민재판이 이어졌고, 다음 죽일 타겟은 예상대로 지민이 되었다.

 이전 세 판의 게임은 똑같이 흘러갔다. 윤성이 먼저 죽고, 그 다음 순서는 지민이었다. 그러면 윤성이 손끝을 까딱거리며 지민을 제 옆으로 불렀고, 그 건방진 부름에 지민은 잠자코 옆으로 가 앉았다. 윤성은 그의 몸을 반쯤 끌어안고 대담하게 티셔츠 속에 손을 집어넣어 지민의 허리와 아랫배를 만져댔다. 그 짓은 게임 한 판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됐다. 지민의 핏기 없는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으나 거부하지 못하고 몸을 움츠리기나 했다.

 “박지민, 말 없는 거 보니까 마피아 같아. 그치?”

 후배 한 명이 분위기를 몰아가며 그랬다. 이 새끼들이 지금 뭐하자는 거지. 정국은 여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피식 입 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저 형 원래 말 없던데. 죽이려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네?”
 “아, 군대 다녀온 사이에 학생회 문화가 왜 이렇게 좆같이 변했지? 박지민 저 형 25살이라며. 너보다 세 살 많은데 학번 기수 낮다고 형이라고도 안 해? 나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아…….”
 “대답 안 하냐.”
 
 정국이 피실피실 웃으며 던진 말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정국이 군대에 다녀온 사이 학생회 후배들이 생겼다. 그 중 지민의 나이는 정국보다 두 살이 많은데 두 학번 아래라고 했다. MT에 온 사람들 중 지민이 가장 연장자였다. 말 수가 없는 편인지 가평에 도착한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 지민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 같은데 어째서 학생회에 들어왔는지도 의문이었지만, 학생회장인 윤성이 툭하면 그를 찾아대는 것도 좀 이상하다 싶었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어 눈치를 채게 된 것이다. 그 꺼림칙한 게 무엇인지를.

 “전정국 취했냐?”

 윤성이 언성을 조금 높이며 물어왔다.

 “아니, 전혀.”
 “왜 분위기를 깨고 그래?”

 그렇게 묻는 윤성의 얼굴은 이미 술기운에 벌게져 있었다. 싸늘해진 콘도 안에서 지민은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아, 존나 거슬려. 정국은 입 바람을 불어 제 앞머리를 털어냈다.

 “후배 교육 똑바로 시켜. 박지민이 뭐냐? 박지민이. 선배들이 나이 많은 후배한테 그러는 거 봤어?”
 “네가 갑자기 왜 나서는데? 애들 원래 그랬어.”

 그건 마치 정국이 없는 동안 쭉 그래왔으니 찬물 끼얹지 말고 입 닥치고 있으라는 소리와 같았다. 정국은 부아가 치밀어, 조금 전 지민을 향해 반말을 하던 후배 놈을 노려봤다.

 “야, 너. 나한테도 전정국이라고 해봐. 내가 저 형보다 어리니까.”
 “아, 선배…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죄송은 저 형한테 하고.”

 갑자기 왜 이렇게 짜증이 솟구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학교에 없는 동안 박지민이라는 사람이 학생회 안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의 몸을 만져대는 윤성의 태도가 불편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을 알면서도 게임을 그렇게 몰아가는 놈들 또한 정상은 아니었다.

 “지민이 형, 미안해.”
 “…괜찮아요.”

 처음으로 지민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윤성의 근처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경이 다 갉작이는 것 같다. 정국은 미간을 좁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닥에 둘러져 있는 빈 소주병을 발로 아무렇게나 차며 발코니 쪽으로 향했다.

 “게임 나가리. 술이나 더 마셔. 담배 피울 사람?”

 정국이 턱짓하자 사회자를 하던 녀석이 쪼르르 그의 뒤를 쫓아왔다. 순식간에 게임 판이 정리되고, 눈치를 보던 후배들이 바닥에 늘어진 술병들을 집어 들며 슬금슬금 자리를 정돈했다. 정국은 지민을 눈으로 확인했다.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모습까지 보고는 발코니로 나갔다.



 “야, 김윤성이랑 저 형이랑 뭐야.”
 “어떻게 알았어?”

 사회자였던 진규가 얼른 정국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놀란 듯 물었다. 그걸 모르면 눈깔은 왜 달고 다니겠냐. 정국이 이죽거리자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윤성이가 작년에 저 형 입학했을 때부터 침 발랐어.”
 “뭘 발라?”
 “생긴 게 좀 묘하잖아.”

 진규는 정국이 없는 동안 학생회 안에서 윤성의 만행에 대해 고자질하듯 주절거렸다. 신입생 OT때 박지민을 본 뒤로 우격다짐으로 학생회에 데리고 들어온 것, 툭하면 학생회실로 지민을 불러대는 바람에 수업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것, 술 먹고 몇 번이나 지민에게 추태를 부렸던 것, 등등.

 “더 웃긴 건 애새끼들이 김윤성 그 개지랄 성격에 맞춰주려고 동조한다는 거지. 애들 있는 데서 주물럭거리고 막 대하니까 다들 덩달아 만만해서 지민이 형 우습게 보는 거고.”
 “미친 새끼들.”
 “오늘 술 겁나 먹일 거라고 그러던데.”

 하, 정국이 실소를 터뜨리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럴 거면 MT를 왜 해. 모텔이나 가지.”

 정국은 신경질적으로 장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발코니 문을 열었다. 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열이 오르는 것 같아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라도 할까 하여 문을 벌컥 열었다. 그 기운에 화장실 안에서 문고리를 잡던 지민의 몸이 휘청거렸다. 정국은 한 뼘 정도 작은 지민의 얼굴을 무방비한 상태로 내려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하얗던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지민이 정국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나 어지러웠는지 정국의 가슴팍에 이마를 푹 박은 채로 고개를 통 들지 못했다. 아까 한창 술판이 열렸을 때 말없이 소주잔을 받아 마신다 했더니, 풍기는 술 냄새가 제법 코를 찔렀다.

 “후배님, 많이 마셨어?”
 “조금요.”
 “조금 아닌 것 같은데. 바람 쐴래?”

 그러자 지민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쉬고 싶어요.”
 “그럼 방에 데려다줄게. 그만 마셔.”
 “괜찮은데…….”

 지민의 목소리가 먹혀들어갔다. 정국이 그의 팔을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한창 거실을 분주하게 정리하는 녀석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구석진 작은 방으로 지민을 데리고 갔다. 다행히 윤성은 그새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정국이 문을 잠그고 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멀뚱히 서 있는 지민을 향해 턱을 까딱하며 앉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지민은 앉지 못하고 주춤거리기만 했다.

 “후배님, 김윤성이랑 무슨 사이인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근데 왜 쩔쩔매?”
 “…….”
 “김윤성이 두 살 어리잖아.”
 “그래도 선배고…”
 “선배가 뭐 별거야? 가만히 있으니까 애새끼들이 만만하게 보잖아.”

 왠지 타박하는 듯한 정국의 말에 지민은 뭐라고 대꾸를 하려다가 말고 입술만 달싹였다. 정국은 순간 아차 싶었다. 애먼 데에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아, 아무튼… 나한테는 그냥 반말 해. 다들 반말하니까 내가 후배님한테 존대할 순 없고.”

 지민은 그 말에도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방 밖에서는 다른 놈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정국은 맨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아직까지 서 있는 지민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걸 보자 답답한 생각이 들어, 다시 몸을 일으켜 그의 손목을 끌어다가 바닥에 앉혔다. 지민이 얼떨결에 바닥에 주저앉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윤성 멀리 해. 질 나빠.”
 “…….”
 “아, 맥주라도 들고 올걸.”

 정국이 깍지 낀 양손으로 뒤통수를 받치고는 다시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잠시 방 안에 정적이 맴돌았다. 제대하자마자 맞닥뜨린 불편한 상황이 싫었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시야 너머에는 벽에 기대앉은 채로 조용히 눈을 감는 지민이 보였다. 방 안이 환해서 그의 하얀 얼굴이 더 핏기 없게 보였다. 정국은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구경했다. 묘하게 생겼다는 진규 녀석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똑똑, 잠긴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지민, 거기 있어?”

 문 밖에서 후배 한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이 눈을 번쩍 떴다. 정국은 상체를 일으켰다. 저 새끼들이 아직도 박지민이라고 하네. 그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박지민! 아, 회장 형이 찾는데.”
 “…….”

 쿵쿵쿵. 조금 더 세게 문을 두드리며 윤성이 찾는다고 덧붙이는 말에 지민이 정국의 눈치를 살폈다. 겁먹은 눈빛에 정국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그 대신 여상한 말투로 대답했다.

 “누구냐. 잠 깨우지 마라.”
 “어? 정국 선배. 혹시 지민이 형 못 보셨어요?”
 “내가 어떻게 알아. 문 두들기는 새끼 죽는다고 전해.”
 “앗, 죄송함다.”

 문 너머로 후배 녀석이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는 목소리가 이내 멀어졌다. 뻔뻔한 정국의 대꾸를 보던 지민이 풋,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국은 순간 그의 웃음을 보고 멍한 얼굴을 했다. MT에 와서 반나절이 지나는 동안 지민이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왜 웃어?”
 “아, 미안해요.”
 “웃으니까 귀엽네.”

 정국의 말에 지민이 눈을 내리깔며 제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좀 자. 내일 서바이벌 하러 간대.”
 “네.”
 “반말하라니까. 말 진짜 안 듣는다.”
 “…….”
 “얼른 누워. 얼굴 빨개. 김윤성이 잡으러 올라.”

 장난스럽게 말하며 지민을 잡아 당겼다. 가볍게 쓰러지는 지민의 머리를 제 팔 위에 눕혔다. 순식간에 팔베개를 해준 꼴이 되어버렸다. 정국은 어설프게 팔을 쫙 편 채로 미동 없이 눈을 감았다. 지민은 술기운 때문에 어지러운지 딱히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정국 쪽으로 돌아누워 몸을 웅크렸다. 밤 10시. 한창 MT를 즐겨야 할 피크 타임에 두 사람은 불도 끄지 않은 방의 딱딱한 바닥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발병 당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정국은 혼자였다. 순간 허전한 제 팔을 바라보며 정국은 헛웃음을 지었다. 제 옆에 지민이 누워있지 않다는 사실을 못내 아쉬워하는 자신에게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몇 번 눈을 떴을 때마다 지민이 제 몸뚱이를 끌어안고 자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색색 규칙적인 숨을 쉬며 곤히 잠든 모습을 보고 잠결에 그를 당겨 안았다. 작은 머리통을 가슴팍에 닿을 만큼 끌어안고 한쪽 다리를 그의 몸 위에 감아가며 다시 잠에 들었다. 사람을 끌어안고 자본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무척 포근한 기억이었다.

 기지개를 켠 정국이 아랫배를 긁으며 방문을 열었다. 마침 건너편 방의 문이 열리며 지민이 말끔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정국을 보자마자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국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술에 취해 붉어진 얼굴로 제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던 간밤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시 차갑고 하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아침까지 같이 잤으면 괜한 오해를 받았겠지. 정국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며 아쉬움을 떨쳐내려 했다.

 “혹시 윤성 선배 못 보셨어요?”

 거실에 깔려 있는 이불을 개던 후배 녀석 중 하나가 대뜸 정국에게 물었다. 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러자 녀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윤성 선배가 안 보이네.

 지민은 거실 구석에 멀뚱히 서서 멍한 얼굴로 이불 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국은 문득 지민이 나온 방 쪽을 들여다보았다. 열려 있는 문 틈 사이로 보이는 방 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거실에는 열 명이 넘게 잘 수 있을 정도로 이불이 여러 채 깔려 있었다. 지민은 혼자 방을 쓴 것일까. 아니, 어쩌면 윤성과 함께 썼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후배님은 저 방에서 혼자 잤어?”

 정국이 부러 그에게 묻자, 지민이 잠시 대답을 머뭇거렸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당황한 모양인지 입술을 조금 달싹이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자 다른 녀석들이 입꼬리를 실룩이며 웃음을 참는 표정을 지었다.

 “지민이 형, 윤성이 형이랑 같이 안 잤어?”
 “…안 잤어요.”
 “아아, 그렇구나. 같이 안 잤구나.”

 과장되게 대꾸하며 낄낄거리는 녀석들을 보면서 정국은 순간 지민에게 혼자 잤냐고 물은 것을 후회했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것은 아닌가. 후배 놈들에게 괜한 상상을 심어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민은 눈을 내리깔며 또다시 제 손톱을 매만졌다. 곤란하거나 민망할 때 저런 버릇이 나오는 듯했다. 아 시발. 정국은 조용히 욕을 내뱉으며 발에 걸리는 베개를 발로 걷어찼다.

 “야, 이불 정리 빠릿빠릿하게 안 해?”

 정국이 날카롭게 말하자 후배들이 눈치를 보며 일사불란하게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지민은 가만히 벽에 기대 선 채로 제 손끝만 만졌다. 그 모습이 영 답답해서 정국은 제 입 안의 살을 잘근잘근 씹었다.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걸까. 정국은 불완전한 상태에 대한 면역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딱히 큰 갈등이나 결핍을 모르고 살아왔기에 자신뿐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이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그것을 정의감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 속성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만 지민의 허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그놈의 손이 생각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갑자기 콘도의 현관문이 열리며 벼락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큰일 났어요!!!!”

 숨을 헐떡이며 나타난 세 명의 신입생들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고 있었다. 콘도 안에 있던 이들 모두 큰 소란에 깜짝 놀라 현관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윤성 선배… 윤성 선배가…”

 말을 잇지 못하고 떠는 녀석들을 보며 정국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며 무슨 일인가 싶어 한 발자국을 떼는 순간, 신입생 하나가 선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다. 입고 있던 회색 트레이닝 팬츠의 앞섶이 짙게 물들어가는 걸 보며 정국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야, 너…”
 “윤성 선배… 시신이 발견 됐어요….”

 뭐?

 청천벽력 같은 말에 모든 이의 몸이 꼼짝없이 얼어붙었다.




*





 나락에 떨어지는 순간은 늘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법이다. 그게 신의 개구진 장난이든 인간의 생에 있어서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법칙이든 말이다. 정국은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온 이 순간이 마치 꿈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들이 묵던 콘도는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해 있었는데, 문을 열고 나가면 마당에 수영장이 있었으며 조금 더 걸어 나가면 청평호가 금세 보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청평호수, 김윤성의 시신이 떠올랐다.

 “마피아게임 이후로 윤성 선배 안 보였잖아.”
 “어떻게 된 거지?”

 경찰서 안은 콘도에 묵던 다른 방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가 갑작스러운 사건 발생으로 인해 소환된 것이다.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한 가운데서 학생회 인원들은 모여서 조용히 소곤거렸다. 최초로 윤성의 시신을 목격한 신입생 셋은 끄트머리 자리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넋이 나간 듯한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다들 아직도 충격에 헤어나지 못한 채 지난밤을 떠올려보려 애썼다.

 “솔직히 별 일은 없었잖아.”
 “다들 술 취해서, 사실 자정 이후엔 뻗어서 기억도 안 나죠.”
 “다들 거실에서 술 먹다가 잤거든요. 그때도 윤성 선배 없었어요.”
 “근데 지민이 형도 어제 안 보였잖아?”

 그때 후배 한 녀석이 대뜸 그랬다. 지민이 난감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국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민을 윤성에게서 떼어내려고 숨겨준 것이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지민이 형 나 있는 방에 있었어.”
 “네?”
 “나랑 같이 잤다고.”
 “어, 선배 어제… 지민이 형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안고 잤어. 됐냐?”

 정국의 말에 다른 놈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반응이 뭘 뜻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정국은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갑자기 지민이 제 품에서 사라진 게 언제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나 괜한 생각의 가지를 뻗치지 않으려고 떨쳐내었다. 분명히 새벽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깼을 때도 지민은 제 품에 안겨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윤성의 사망 추정시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건 시신을 부검한 이후에 나올 일이다.

 “예? 시신이 안 도착했다뇨?”

 그때, 갑자기 형사 한 명이 전화를 받으며 목청을 높였다. 순식간에 소란스럽던 경찰서 안이 조용해졌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주목했다. 형사는 제자리를 빙글 빙글 돌며 씩씩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전화를 던지듯 끊고는 안경 쓴 형사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시신 인계 어떻게 된 거야!”
 “어, 저희는 그쪽 과학수사팀 온 거 확인하고 왔죠.”
 “이 새끼야, 시신이 안 왔다잖아! 확인한 거 맞아?”
 “그럴 리가 없는데? 시신 상태 이상해서 저랑 얘기도 나눴다고요. 관할이라 한두 번 보는 얼굴도 아닌데요.”
 “시신 상태가 이상해?”

 정국은 형사들의 대화를 들으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저게 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눈치를 보아하니 윤성의 시신이 행방불명되었다는 맥락인 듯했다. 정국이 조용히 고개를 숙여 학생회 녀석들의 머리를 모아 속삭였다.

 “여기서 윤성이 시신 본 사람?”
 “다 못 봤죠. 신입생 셋만 봤을 거예요.”
 “맞아요. 형사들이랑 구급차 와서 확인도 못하고 바로 왔죠.”

 이상했다. 사람이 죽은 사건인데 경찰이 시신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한다?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정국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천천히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내부를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신입생들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의자 밑으로 액체가 뚝뚝 떨어져 넓게 고이고 있었다. 또 소변을 지리고 있는 것이다.

 “야, 쟤네 좀 봐.”

 심지어 나머지 두 명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시신을 본 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정국은 군에 있을 때 자살한 동기의 시신을 봤던 날을 떠올렸다. 구역질이 나긴 했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영 이상한 목격자 셋의 모습에 학생회 인원들이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국은 제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충격에 빠져 있는 지민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곧 울 것 같은 모습이 안쓰러워서 정국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때였다.

 “뭐야, 이봐요. 이봐요!”

 신입생 셋을 조사하던 형사 하나가 벌떡 일어나 신입생 중 한 명의 어깨를 흔들었다. 오줌을 지리고 있던 녀석이었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몸에 마비가 온 사람처럼 부자연스럽게 상체를 비틀었다. 순식간에 목이 뒤로 확 꺾이고 눈이 뒤집히며 검은자가 사라졌다. 그걸 보고 놀란 학생회 인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지? 정국은 굳은 얼굴로 그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뗐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구급차 불러!!”
 
 그때 오줌을 지리던 녀석의 양 옆에 앉아서 몸을 떨던 신입생들도 함께 몸을 뻣뻣하게 굳히며 발작을 시작했다. 나란히 앉아 있던 세 사람이 괴상하게 몸을 비틀자 놀란 형사들 여럿이 달려들었다. 의자가 뒤로 쾅 넘어지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받치려고 했으나 이미 그들의 의자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경찰서 바닥에 짐짝처럼 널브러진 신입생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마치 뼈마디가 다 굳어버린 것처럼 탁탁 끊어지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형사들이 당황해서 그들의 다리와 팔을 마구 주물렀다. 정국도 돕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손을 잡고 있던 지민이 가지 말라는 듯 그를 끌어당겼다. 정국이 돌아보자 지민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정국의 팔을 더 가까이 잡았다. 그 사이 신입생들과 동기인 녀석 하나가 얼른 달려가 형사들과 함께 그들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뺨을 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왜 그래!”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경찰서 내부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던 그때, 진규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말을 더듬으며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저, 저거 봐. 미친. 저게 뭐야!”

 진규의 손끝은 가운데 있던 신입생 녀석을 향해 있었다. 오줌을 지리던 녀석의 몸에 천천히 변이가 오고 있었다. 손끝부터 팔을 타고 올라오는 까만 혈관. 혈관이 피부 바깥으로 터져오를 듯 까맣게 부풀기 시작하면서, 피부마저 새카맣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다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비된 몸체는 온통 시커멓게 물들어 갔다. 마치 살갗 위에 가뭄이 내린 듯 사정없이 갈라지다가 숯덩이처럼 까맣게 변했다. 팔을 타고 목, 얼굴까지 올라온 변이에 입술이 사라졌다. 그 바람에 드러나 보이는 치아와 부릅뜬 흰자위만 하얬다. 마치 지옥과 같은 고통을 느끼는 상태에서 안면 근육이 마비가 되어버린 듯, 표정이 공포스럽게 박제된 채였다.

 “야야야야야, 미친, 저, 저게 대체…”

 완전히 까맣게 타버린 괴물 같은 형상이 되어버린 모습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빠르게 양 옆에 있던 신입생에게도 전이되었다. 몸을 꺾어가며 비틀던 녀석들도 마찬가지로 까만 핏줄이 불거져 나오며 변해갔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불에 타고 있는 듯, 순식간에 온몸에 새카맣게 번졌다.

 “나가자….”

 정국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위험상황이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본 이상, 저건 영화 속에서 CG로만 보던 괴물의 형상이 아닌가. 그것도 김윤성의 시신을 목격한 세 명이 순식간에 변이했다. 정국이 뒷걸음치자, 그의 뒤에 서 있던 학생회 녀석들도 같이 술렁이며 주춤했다.

 붙들고 있던 지민의 손을 꽉 잡았다. 정국은 잔뜩 경계하며 천천히 경찰서 문 쪽을 힐끔거렸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다들 경악한 채로 숯처럼 변해버린 세 사람을 주목하고 있었다. 정국은 고개를 살짝 돌려 학생회 녀석들을 향해 다시금 속삭였다.

 “지금 나가야 돼.”
 “선배?”
 “일단… 도망가자.”

 정국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그들의 몸을 주물러 주던 형사들도 몸을 뻣뻣하게 굳히며 고개를 비틀기 시작했다. 몸에 중심을 잡지 못해 바닥으로 아무렇게나 쓰러지고는, 뼈마디를 반대로 꺾어가며 전신을 잠식해오는 마비 증세와 사투를 벌였다. 그건 방금 전 그들에게 달려가 함께 돕던 학생회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저건…”
 “…….”
 “…감염이야!!”

 빠른 속도로 신입생의 몸에 손을 댔던 손부터 까맣게 변하기 시작하는 형사들을 보며 정국이 얼른 지민을 끌어당겨 경찰서의 문 쪽을 향해 달렸다. 정국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경찰서 안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함께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혼비백산이었다. 정국은 지민의 손에 깍지를 끼고는 속도를 냈다. 경찰서 문을 열고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자 복도에 지나가던 경찰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멈춰 서서 그들을 몸으로 막아섰다.

 “뭡니까?”
 “비켜요!!”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진 괴상한 광경에 제정신이 아닌 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경찰들의 몸을 세게 밀치며 건물 밖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헉, 헉, 정국은 자신을 따라 달리던 지민이 숨에 차서 버거워하는 것을 돌아보며 이를 악 물었다. 방금 본 기괴한 장면에서 어서 벗어나려는 듯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지민의 몸을 마구 치고 지나갔다. 지민은 사람들이 밀면 미는 대로 이리저리 치이며 간신히 정국의 손에 깍지를 끼우고 있었다.

 “힘들어?”
 “하, 하아, 아, 아뇨.”
 “일단 빨리 도망쳐야 돼. 조금만 힘 내.”

 정국이 지민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로 부축하듯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경찰서를 빠져나와 큰길가로 나온 사람들은 정신없이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마치 뒤에서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는 듯, 다급하게 택시를 세워 그 안에 몸을 아무렇게나 구겨 넣었다.

 “선배! 어떻게 하죠?”

 학생회 녀석들이 정국의 주위로 모여서 당황한 채로 발을 동동 굴렀다. 정국은 빠르게 눈으로 도망친 이들을 훑었다. 10명이다. MT 인원은 총 열다섯 명이었다. 한 명 시신으로 발견, 목격자 세 명 변이, 팔다리를 주무르던 신입생 추가 변이. 빨리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택시 두 개에 나눠 타. 일단 콘도로 돌아가서 짐부터 챙겨.”

 정국의 말에 다들 재빠르게 팔을 뻗어 흔들며 택시를 잡으려 애썼다. 그러나 쉽게 잡히지 않았다. 택시 승강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버스에 타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놀란 눈으로 그들을 구경했다.

 그때, 경찰서 밖으로 달려 나오던 낯선 사람 하나가 단말마를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뼈가 반대로 꺾인 듯한 기괴한 모습으로 바닥을 구르더니, 아까 본 것처럼 몸을 비틀어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이내 몸이 빠른 속도로 까맣게 변해갔다. 이 사람 역시 감염된 것이 분명하다.

 “택시 빨리 잡아!!!!!”

 진규가 소리쳤다. 그러나 택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진규가 나서서 지나가는 용달 트럭을 향해 애처롭게 팔을 흔들었다. 다행히 트럭이 비상등을 깜빡이며 그들의 앞에 멈춰 섰다. 인원들은 다짜고짜 반쯤 비어 있는 트럭의 짐칸 위로 뛰어 올랐다. 놀라서 창문을 내리며 뭐하냐고 묻는 아저씨를 향해 정국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저씨! 급해요! 청평호까지만 태워주세요!”

 대답도 듣지 않고 정국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 안에 몸을 재빠르게 싣고, 지민의 팔을 끌어 당겨 제 옆자리에 태웠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야?!”

 트럭 기사는 그들의 다급한 행동거지를 보며 뭔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수동 기어를 넣으며 엑셀을 밟았다. 정국은 뒤에 나 있는 창문으로 트럭의 짐칸에 올라 탄 녀석들의 숫자를 확인했다. 여덟 명. 무사히 모두 탔다. 이내 트럭이 덜컹거리며 속도를 올렸다. 정국은 그제야 탄식 같은 한숨을 터뜨렸다.

 방금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떠올리며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했다. 갑자기 김윤성의 시신 목격자 셋이 괴물 같은 형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들과 접촉한 형사들과 신입생 후배 한 명도 역시 까맣게 변했다. 마치 숯처럼. 변이한 이들은 숯 덩어리처럼 마비된 채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건 마치 썩은 통나무 같기도 했고, 유황불에 새까맣게 타버린 괴상한 물체 같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전염병도 있던가?

 “아니, 학생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하….”

 궁금한지 핸들을 움직이며 물어오는 트럭 기사를 향해 정국은 대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경찰서에… 바이러스 비슷한 게 도는 것 같아요.”
 “에?”
 “저희도 너무 놀라서 뛰쳐나왔는데, 자세한 정황은 잘 모르겠어요. 아저씨, 진짜 감사합니다.”
 “아이고, 청평호 쪽이면 완전히 반대 방향이구먼.”
 “진짜 죄송합니다. 어디 가시던 길이세요?”
 “이게 배수로 공사 트럭이야. 시내 쪽으로 가야 되는데 늦게 생겼네. 방금도 하나 보고 오던 길이거든. 왜 갑자기 여기저기 신고가 들어오는지 원. 배수로에 시커먼 게 둥둥 떠다니다가 자꾸 막히는가보더라고. 하여간 여름이 제일 피곤해.”

 아저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왼손으로 핸들을 잡은 오른손 손등을 긁기 시작했다. 정국은 앞 유리창을 바라보며 콘도로 향하는 길을 확인하다가, 문득 손등을 긁는 트럭 기사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가만, 배수로 공사 차량이라고?
 시커먼 게 둥둥 떠다닌다고?

 그 순간 정국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생각 하나가 스쳤다. 아까 형사들이 나누던 말. “시신 상태가 이상해?” 청평호에 떠오른 김윤성의 시신이 대체 어땠기에? 정국은 빠르게 두뇌를 회전하며 상황을 가정했다. 혹시 조금 전에 봤던 그 까만 숯 덩어리 같은 모습이었던 걸까. 목격자 셋은 시신의 모습이 이상해 손을 댄 거고. 그래서 이유 모를 감염이 이루어진 거라면?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김윤성의 시신에서 시작된 거라면? 시신이 행방불명됐다고 했지. 시신에 손을 댄 관계자들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면?

 가정을 하나하나 늘려가자 말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가정을 더했다.

 이 트럭 기사가 배수로를 손보다가 ‘시커먼 것’을 만졌다면?
 만일 그게 김윤성의 시신과 관련 있는 일부라면?


 “서, 선배…”
 
 정국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을 때, 지민이 깍지 낀 정국의 손을 꽈악 쥐었다. 정국이 그의 얼굴에 시선을 맞췄다. 지민의 눈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정국이 얼른 다시 고개를 돌렸다. 트럭 기사가 긁던 손등에 까만 핏줄이 돋아났다.

 !!
 도망쳐야 해.



 “허억!”

 그 순간 운전대를 쥐고 있던 트럭 기사가 고개를 뒤로 팍 꺾으며 헐떡거렸다. 그 바람에 트럭이 도로 위에서 비틀거렸다. 엑셀에서 발을 뗐는지 속도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에서 시작한 까만 변이가 트럭 기사의 팔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국이 문 쪽으로 바짝 붙으며 지민의 어깨를 감싸 안고 조수석 문의 잠금을 열었다.

 “뛰어 내려야 해. 후배님.”
 “하… 어, 어떻게…”
 “나 믿어.”

 트럭의 속도가 조금 더 느려지고, 이제 트럭 기사는 몸을 마구 꺾어가며 마비 직전의 모습으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까맣게 갈라진 피부가 그의 목까지 올라왔다. 정국은 조수석 문을 세게 열어젖히며 지민을 부둥켜안은 채 뛰어내렸다. 윽, 소리가 날 만큼의 충격이 어깨에 가해졌다. 정국이 몸에 힘을 잔뜩 주며 지민을 끌어안은 채로 바닥을 뒹굴었다.

 “악!!”

 정국과 지민이 뛰어내린 뒤, 전신이 마비 된 트럭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몸을 굳혀버린 모양이다. 끼익---- 하는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트럭이 급정거 했다. 짐칸에 타 있던 학생회 녀석들이 무방비하게 흔들리며 쓰러지다가, 트럭에서 뛰어 내린 정국과 지민을 보며 놀란 얼굴을 했다.

 “당장 뛰어내려!!!!”

 정국이 지민을 여전히 꽉 끌어안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 후배들이 정신없이 짐칸에서 뛰어내렸다. 속도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 트럭은 굽이굽이 움직이다가 중앙선에 있는 가드레일을 세게 들이박았다. 그 바람에 짐칸에서 아직 내리지 못한 녀석 네 명의 몸이 확 튀어 올라 바닥으로 던져졌다.

 도로에 나뒹굴며 신음하는 후배들을 향해 정국이 다시금 소리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

 그러나 정국의 품에 안겨 있던 지민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였다.












(+) 전염병 좀비 아포칼립스 짬뽕이에요.
석탄처럼 까만 좀비라고 생각해주세요.
아직은 좀비 같지 않지만...곧 좀비가 될 것입니다.

소피아  | 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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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 190226   
부산행보다 재밌을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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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덩이에여ㅠㅠㅠㅠ  | 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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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사랑  | 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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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문  | 190306   
랠리님,,,,봐야지 봐야지 하다 오늘에야 봤는데,, 이거 뭔가요ㅠㅜ 어떻게 이런글을,,,,ㅠㅜ 지금 심장 벌벌떨리고 이딱딱거리고 손떨려 댓글도 어떻게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ㅠㅠ 너무 재밋어서 다음편 보고싶어 죽겠는데 또 무서워서 어케보나 겁나 죽게써요오ㅠㅠ 진짜 펜픽으로 이런 장르를 접하게 될줄이야ㅠㅠ 랠리님 국민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근데 진짜 담편 어떻게 보죠ㅠㅠ 후기 읽고 와서 바야겠어요ㅠㅠ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아
민슙슈루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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슙슙0309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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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러블국민  | 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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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꾹꾹이  | 190702   
이런 미친.. 랠리님 진짜 뭐에요.. 국민하는 국민러에게 한줄기 오아시스마냥 하.. 미치겠다 이거 진짜 대명작 냄새 폴폴 나네요 미쳐따미쳐따 부산행보다 더 스릴넘쳐 묘사가 엄청 자세해서 진짜 하나하나 다 상상이 가서 너무너무 심장 쫄려요 지금 자격증 시험 일주일도 안남았는데 이거 봐야 공부할 수 았을것같아요 진짜 ㅜ 마약같은 랠리님 글 최고에요
정은정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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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식인간  | 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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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리  | 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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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블루  | 19071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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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xxkmxn  | 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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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미  |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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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리얼!  |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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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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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로  | 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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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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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 190901  삭제
와 너무 스릴있어요. 오늘부터 정주행해서 끝까지 달릴게요 감사합니다.
HAENA  | 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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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국  | 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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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코  | 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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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  | 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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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따따봉  | 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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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루미  | 19091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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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냐  | 190912  삭제
소문의 아마겟돈 보러 왔습니다... 1편부터 심장 쫄깃해지네요 퓨ㅠㅠㅠㅠㅠ 얼른 담편 보러 갑니다!!!!
뿌우  | 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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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깅  | 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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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 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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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nss_31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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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 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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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로  | 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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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랄라  | 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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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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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  | 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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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핸슨  | 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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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 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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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맨  | 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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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 19110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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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민  | 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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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닝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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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ufina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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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꾸기  | 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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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kuku  | 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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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냥:D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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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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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