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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02 랠리 씀

Marilyn Manson - Resident Evil

아마겟돈
02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발병 당일 : 시신 발견 후 3시간째



 정국은 정신을 잃은 지민을 등에 들쳐 업었다. 뛰어내릴 때 바닥으로 떨어진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으나 어금니를 꽉 깨물며 참았다. 바닥을 나뒹굴던 녀석들도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들을 피해 얼른 갓길로 몸을 피했다. 정국이 땀을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정표를 발견했다. 청평호까지 남은 거리는 4km 남짓.

 “선배, 트럭 기사도 감염된 거예요?”
 “어. 배수로 공사 차량이래. 김윤성 시신 일부를 만진 모양이야.”
 “윽. 배수로면… 물까지 오염된 걸 수도 있단 건가?”
 
 후배 녀석의 말에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떨었다. 다들 트럭에서 뛰어내리며 조금씩 다쳤는지 팔을 움켜쥐고 있거나 다리를 절뚝거렸다.

 “일단 콘도로 빨리 가서 짐 챙기자.”
 “픽업 차량 부탁해볼까?”

 진규가 폰을 꺼내며 그랬다. MT 첫날 낮에 콘도에서 청평역까지 봉고로 픽업 왔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정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규가 얼른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받지 않는 모양인지 한참이나 폰을 귀에 댄 채로 초조하게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꼭 급할 때는 전화를 안 받지! 씨발, 영화나 현실이나.”
 “아… 선배 우리 어떡하죠? 택시 잡을까요?”
 “아니면 버스를 타죠. 청평호 방향으로 가는 거 아무 거나,”
 “아니. 버스도 위험해.”

 정국이 단호하게 후배들의 말을 잘랐다. 접촉으로 감염 되는 것이라면, 배수로의 물에도 이미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청평호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이 동네의 어느 집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수도 시설이 어떤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4km. 걷자. 아니면 뛰던가.”
 “하….”

 지민을 고쳐 업으며 정국이 먼저 앞장섰다. 다행히 어깨에만 작은 부상을 입은 터라 걷는 것에는 문제없었다. 다만 다리를 조금 다친 녀석들은 절뚝거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선배… 다리가 너무 아파요.”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후배들의 신음에 정국이 돌아보며 다시 무섭게 말했다.

 “새끼들아, 군대 가면 완전군장으로 100km 행군도 해. 발 부르트고 다쳐도 얄짤없어. 뼈 부러진 것도 아니고 4km 정도로 염병 떨 거면 그냥 감염돼서 뒤지던가.”
 “오오, 역시 군필자는 달라.”

 진규가 맞장구를 쳤다. 후배들은 정국의 말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다리와 허리를 주무르며 그의 뒤를 따랐다. 한여름 날씨에 지민을 들쳐 업고 뜨거운 도로 위를 걷는 건 쉽지 않았다. 정국의 관자놀이에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픽 쓰러져버린 이 약한 후배님을 신경 쓰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정국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거의 달리기를 하듯 빠르게 걷자 후배들이 볼멘소리를 중얼거리다가, 결국 다치지 않은 녀석들이 서로를 업으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 뜨거운 태양 아래의 갓길 레이스가 시작됐다. 벌써부터 갈증이 났지만 다들 꾹 참으며 걸음을 빨리 했다. 그 와중에도 진규 녀석은 이 흥분되는 상황이 신기한지 폰 카메라를 열어 일렬로 걷고 있는 학생회 녀석들을 찍어댔다. 후배들은 진규가 선배라 차마 욕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지금 거의 영화 속에 들어왔어 우리.”

 진규는 해맑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실없는 놈이었다. 뒤로 걸으며 행군하듯 도로를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대는 모습에 정국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군대에 너 같은 후임이 있었는데 말야. 진짜 존나 맞았거든.”
 “아 왜, 뭐 뭐, 재밌잖아.”
 “으휴, 눈새 새끼.”

 업혀 있는 지민의 체온이 닿아 푹푹 찌는 열기가 등에서부터 계속 올라왔다. 정국은 땀을 줄줄 흘리며 말을 아꼈다. 어느새 500m.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 억지로 부여잡아 어깨에 올린 지민의 팔이 힘없이 달랑거렸다. 혹시 트럭에서 뛰어내리며 머리를 다친 것은 아니겠지. 정국은 괜한 염려까지 들 지경이었다.

 그때, 뒤로 걷고 있던 진규가 폰 카메라를 도로 쪽으로 휙 돌리며 어어,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에서부터 달려오던 버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차선을 마구 밟아가며 달리는 게 꼭 조금 아까 감염된 트럭 기사가 운전하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대박, 대박, 정국아 뒤에 버스! 버스!”

 진규의 말에 다들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서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차선을 마구 넘나들며 불안하게 흔들리다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옆 차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역주행이었다. 버스가 순식간에 이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진규는 눈을 크게 뜨고 버스가 달리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틀었다.

 “어어어어!! 부딪친다!!!”

 기어코 역주행 하던 버스가 반대편에서 오고 있던 덤프트럭과 충돌했다. 콰앙!!!!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눈앞에서 엄청난 사고가 벌어졌다. 다들 귀를 막으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거의 반파가 된 버스는 반원을 그리며 빙글 돌다가,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전복된 버스와 옆으로 돌아간 덤프트럭으로 인해 달려오던 차들도 덩달아 브레이크를 밟다가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 끼이이익--- 쾅! 쾅!!

 “대박 사건. 야, 뛰어…!!!!”

 진규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 여유롭게 웃고 있던 녀석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정국이 왜 그러냐고 묻자, 진규가 손끝으로 전복된 버스를 가리켰다.

 “줌 확대 했는데,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 다 새까매!!”

 그 말에 후배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속도를 내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이렇게 빠르게 번져가고 있는 바이러스라니. 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퍼져가고 있는 걸까. 가늠도 되지 않았다. 정국이 지민을 다시금 고쳐 업으며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제 제대로 시작된 것이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의 창궐이.





*






 열 명의 인원들은 약 40분 만에 콘도에 도착했다. 멀쩡한 상태였다면 조금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겠지만 서로를 업고 부축하며 달린 것 치고는 생각보다 괜찮은 시간이었다. 다들 콘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에 뛰어 들어가 생수를 벌컥벌컥 마실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이게 대체…….”

 콘도 중앙에 있는 커다란 수영장 안에는 썩은 나무토막처럼 변이된 사람들이 둥둥 떠 있었다. 콘도 마당의 잔디 위에도 새까만 형상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어 있다. 후배 한 녀석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으며 넋을 놓았다. 어떻게 된 거지?

 “수영장 물.”

 정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그제야 허, 하고 탄식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영장 물은 청평호의 물을 끌어다가 쓰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빠른 감염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와, 진짜 끔찍하다.”

 청평호가 오염된 거라면, 아마 주위에 있는 콘도나 펜션에도 모두 퍼졌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청평호의 물을 사용하는 가평군의 지역 곳곳까지 퍼졌을지도 모르지.

 “으, 음….”

 그때 정국에게 업혀 있던 지민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

 “깼어?”

 달랑거리던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보니 정신이 든 듯하다. 지민이 눈꺼풀을 열고 천천히 껌뻑이다가, 이내 자신이 정국의 등에 업혀 있다는 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 내리려고 다리를 오므렸다. 정국은 그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며 바로 세워주었다. 정국이 입고 있는 흰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속살이 비치고 있었다.

 지민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국의 팔을 끌어안았다. 정국은 지민의 땀에 젖은 얼굴을 만지며 이리저리 살폈다.

 “머리 다친 거 아니지? 괜찮아?”
 “…네.”
 “뇌진탕이라도 온 건가 걱정했잖아.”
 “죄송해요. 무거웠을 텐데….”
 “군장보다는 무거운데, 참을 만했어.”

 정국이 씩 웃으며 지민의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후배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4km를 달려오는 동안 기절해 있다가 도착하고 나서 깨어난 지민이 얄미운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절한 척한 거 아냐? 얌생이처럼.”
 “윤성 선배 없으니까 정국 선배한테 붙은 거야?”

 그러나 그 소리는 정국과 지민의 귀에 들어갔고, 정국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후배들을 노려봤다. 살벌한 눈빛에 녀석이 놀라 입을 합 다물었다.

 “입 함부로 털지 마. 이런 상황에서.”
 “…….”
 “대답.”
 “…네.”

 지민은 그 사이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정국은 그의 손목을 꽉 잡았다.

 “다들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짐 챙겨. 최대한 빠르게.”

 정국의 말에 다들 콘도 안으로 재빨리 달렸다. 혹시나 자신들이 묵던 숙소 안에 까만 괴물들이 굳어 있을까 봐 문을 열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숙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국 역시 지민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재빠르게 배낭을 챙기기 시작했다.

 “후배님, 짐은?”
 “저기 안에요.”

 지민은 닫혀 있는 방 문을 열지 못하겠는지 정국에게 딱 달라붙은 채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국은 제 배낭 안에 있는 쓸데없는 물건을 빼고, 갈아입을 옷 몇 개와 냉장고 안에 있던 생수와 음료수들을 챙겨 넣었다. 어제 안주로 먹다가 남은 주전부리도 몇 개 챙겨 넣었다. 혹시나 싶어 콘도 주방 서랍을 열어 비닐 봉투와 비닐장갑, 고무장갑도 마구 챙겨 넣었다. 행주와 수건도 보이는 대로 쑤셔 넣었다. 여름이라 긴 팔은 없지만, 어떻게든 접촉을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뚱뚱해진 배낭을 어깨에 멘 정국이 지민을 데리고 조심스레 방 문을 열었다. 그제야 안도한 지민이 몸을 움직여 자신의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숄더백을 통째로 집어 들자 정국이 물었다.

 “최대한 쓸데없는 물건은 빼.”
 “짐이 별로 없어요.”
 “그래?”

 정국이 지민의 손에 들린 가방을 빼앗아 들자 무게가 제법 가벼웠다. 정국이 지민의 가방까지 제 어깨에 크로스로 둘러멨다. 지민이 괜찮다며 사양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다시 지민의 손목을 잡은 채로 무뚝뚝하게 걸어 나갔다. 어느새 후배 녀석들도 짐을 다 챙겼는지 하나둘씩 거실로 모였다. 그런데 진규가 보이지 않았다.

 “진규는?”
 “어? 글쎄요?”

 정국이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그의 가방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 새끼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정국은 일단 진규의 배낭을 들고 나왔다. 무심코 발코니로 시선을 돌리자, 마당에서 까맣게 변한 시신들을 폰으로 찍고 있는 진규의 모습이 보였다. 하… 저 자식 진짜. 정국은 혈압이 오르는 듯했지만 화를 꾹 눌러 담으며 서둘러 후배들을 데리고 마당으로 향했다.

 “뭐 하냐 지금? 짐도 안 챙기고?”

 정국이 진규의 뒤통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

 “뭐야. 대박. 인스타 라이브 켰어. 아 시발, 징그러워.”
 “야, 혹시 모르니까 가까이 가지 마.”
 “전정국 설마 쫄았냐?”

 녀석이 낄낄 거리면서 수영장 바로 앞의 잔디에 뒹굴고 있는 까만 시신을 향해 인스타 라이브 화면을 가까이 들이댔다.

 “감염성 있다고. 이리 와.”
 “완전 마비되어 있는데? 숯 같아.”
 “아, 미친 새끼 말 더럽게 안 듣네.”
 “만지지만 않으면 되잖아. 내 영상 뉴스에 나오는 거 아냐?”

 다른 후배들도 진규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뜻 본 진규의 인스타 화면에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장면에 인스타 라이브를 보던 사람들이 놀란 듯했다.

 “얼른. 아까 경찰들 변한 거 봤지? 빨리 빠져나가야 해.”
 “알았어, 알았…… 어?”
 “뭐야? 왜?”

 갑자기 진규가 놀라 뒷걸음 쳤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정국이 눈을 크게 떴다. 덩달아 후배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긴장한 듯 시선을 집중했다.

 “야 잠깐, 이거 살짝 움직인 거 같은데?”
 “뭐? 야! 빨리 와.”

 정국이 지민의 손목을 꽉 잡으며 콘도의 입구를 향해 발을 움직였다.

 “으어어어… 소름 끼쳐. 움직였어!”

 그때, 갑자기 진규가 폰으로 찍고 있던 까만 시신이 몸을 기괴하게 움직이며 일으켰다. 다들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여태 썩은 나무처럼 마비되어 있던 형체가 스스로 일어나다니. 믿기지 않는 광경에 다들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숨을 흡 참았다.

 쿠으어어억, 쿠엑, 쿠어어어억.

 기괴한 소리를 내며 갑작스럽게 까만 시신이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진규야!!!!!”
 “아악!!! 으으악!!!!! 커억!!!!!!”

 크어어어억, 큭, 쿠에엑, 컥.

 저건,
 좀비다!

 까만 좀비가 진규의 뒤에서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새까만 얼굴에 보이는 흰자와 치아만 번뜩이며 그의 목을 물기 위해 턱을 딱딱거렸다.

 “야, 야, 야, 튀어!!!!!!!!”

 후배들이 그 광경에 기겁하며 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국은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까운 곳에서 커다란 삽을 발견했다. 좀비에게 목을 잡힌 진규가 안간힘을 쓰며 제 목을 물어뜯으려고 하는 형상의 머리채를 쥐고 버티고 있었다. 드드득, 딱, 딱, 쿠에에엑, 괴상한 소리를 내는 좀비가 진규를 더 거세게 붙들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정국은 빠르게 삽을 들고 망설임 없이 진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삽자루를 모로 세워서 삽의 모서리 부분으로 거세게 내려쳤다. 그 목표물은 정확히 진규를 공격하는 좀비를 향해 있었다.

 퍽!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좀비의 정수리에 삽을 두 번 내려치자, 좀비가 몸을 부르르 떨며 진규의 목을 놓았다. 진규가 얼른 제 목을 움켜쥐며 빠져나왔다. 두개골이 함몰된 듯 머리가 반쯤 부서진 채로 발작하듯 움직이던 좀비가 다시 비틀거리며 정국을 향해 몇 걸음을 뗐다.

 “정국 선배!!!”

 지민이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달아나던 후배 놈들이 놀라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 진규가 헉헉 숨을 몰아쉬며 후배들에게 소리쳤다.

 “정국이 도와!!!!”

 후배들이 잠시 망설이며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다가, 안 되겠는지 다시금 정국을 향해 달려왔다. 정국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좀비와 맞서서 삽을 잡은 채로 대치하고 있었다. 정국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좀비라니. 이런 게 실존하는 거였어. 정신 바짝 차리자. 정국은 속으로 되뇌며 비틀비틀 다가오는 좀비의 형상을 관찰했다. 검은자가 없는 걸 보니 앞이 보이진 않는 것 같고, 아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머리가 반쯤 떨어져나가도 움직이는 걸 보니 뇌 중추로 걷고 움직이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진규가 다른 애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 저 괴물이 자신의 목을 잡았으니 접촉을 당했다. 이제 곧 자신도 감염되어 변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걸 감지했는지 진규가 금세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 나, 나 이제 감염되는 거야?”

 덜덜 떨던 진규가 울며불며 물었다. 그러자 후배 놈들이 진규에게서 한 발자국 더 떨어진 채로 경계했다. 이 소란에 정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 제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좀비를 향해 삽을 겨눈 채로 주위를 훑어봤다. 저 멀리, 콘도의 픽업용 봉고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국이 조용한 목소리로 후배들을 향해 말했다.

 “야, 얼른 한 명이 가서 봉고 확인 해.”

 그의 말에 맨 뒤에 있던 후배 한 명이 조심스레 게걸음으로 걸어 봉고로 다가갔다. 다행히 운전석에 열쇠가 꽂혀 있었다.

 “선배! 열쇠 꽂혀 있어요!”
 “문은?”
 “열려 있어요.”

 쿠어어억, 켁, 크에에엑,

 괴상한 소리를 내는 좀비가 다시금 정국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국이 팔에 잔뜩 힘을 주어 삽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삽의 끝날 부분을 좀비의 목을 향해 세게 찔러 넣었다. 그러자 허무할 정도로 쉽게 좀비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사람의 몸 같지 않게 쉽게 부서져버린 형태다. 좀비가 그 상태로 행동을 멈추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너희 먼저 차에 타!”

 정국의 목소리에 다들 재빨리 봉고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지민은 정국의 팔을 붙잡은 채 떠나지 않았다. 진규와 친하게 지내던 찬희라는 후배 녀석도 가지 않고 정국의 옆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찬희의 손에는 어디서 찾은 건지, 바비큐 숯을 정리하는 용도의 쇠꼬챙이가 들려 있었다. 정국이 지민을 밀며 얼른 타라고 눈짓했다. 지민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정국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뒷걸음 쳤다. 정국은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울고 있는 진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 이 자식…. 진규는 넋이 나간 채로 눈물콧물을 흘리며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정국이 아랫입술을 씹으며 고민에 빠졌다. 아마 진규도 감염됐겠지. 좀비와 접촉한 건 분명하니까.

 턱, 턱. 터벅.

 그때 갑자기 청평호와 연결된 계단 옆 둔덕에서 까만 손이 척 하고 나타났다. 그 둔탁한 소리에 진규와 정국의 고개가 한꺼번에 돌아갔다. 정국의 눈이 이내 커졌다. 팔꿈치를 짚으며 기어 올라오는 좀비가 한 둘이 아니었다.

 ……김윤성이다!

 저 가운데에 있는 저건 분명 윤성이 어제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경찰 옷을 입은 좀비들도 함께 걸어왔다.

 “저, 정국아. 저, 저, 저거 김윤성 맞지?!”
 “…어. 그런 것 같다.”

 정국이 천천히 뒷걸음 쳤다. 좀비로 변한 윤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수영장 물 안에서 나무토막처럼 떠 있던 까만 시신들이 갑자기 각성한 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콘도 여기저기 널려 있던 형체들이 하나같이 각성을 시작했다.

 좆 됐다.

 그때, 봉고에 먼저 탑승한 후배들이 시동을 걸었는지, 부르릉 하는 엔진 소음이 들렸다. 그러자 정국을 향하던 좀비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건 진규와 찬희가 있는 방향이기도 했다. 젠장! 갑작스럽게 좀비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악!!!!”

 좀비들이 한꺼번에 찬희와 진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찬희는 쇠꼬챙이를 마구 휘둘렀지만 금세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좀비로 변한 윤성이 찬희의 발목을 먼저 물었다. 찬희가 괴로워하며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발버둥 쳤다. 그러자 다른 좀비들이 바로 방향을 틀어 정국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국은 삽을 든 채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들의 목을 차례로 내려쳤다. 그럴 때마다 좀비의 목이 나무토막처럼 힘없이 부서지며 나뒹굴었다. 진규는 마당에 있는 나무 그네 쪽으로 도망쳐, 그네를 사이에 두고 좀비를 피해 이리저리 울며 도망 다녔다. 진규를 쫓고 있는 것은 김윤성이었다.

 “정국 선배!!! 빨리 와요!”

 봉고에 아직 타지 않은 지민이 정국을 향해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고 방향을 틀려고 움직이는 좀비 한 마리의 목을 한 번 더 내려친 정국이 얼른 삽을 내던지며 달렸다. 발목을 물린 찬희는 금세 마비가 온 듯 몸을 기괴하게 비틀기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정국이 운전석으로 달려가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갑자기 머리에 무언가가 스쳤다.

 진규.

 진규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윤성의 공격을 받고 있다. 왜지? 아까 찬희가 발목을 물린 순간 바로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로 달려들던 좀비들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감염된 사람은 바로 감지하고 다른 목표물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진규는 지금도 그네 앞에서 윤성과 술래잡기하듯 대치 중이다.

 “진규야!!! 얼른 이쪽으로 와!!!”
 “흐어어… 어엉?”

 눈물 콧물을 빼며 윤성에게서 도망치던 진규가 놀라서 물었다. 정국은 얼른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묵직한 돌 하나를 주워서 진규를 위협하고 있는 좀비 윤성을 향해 세게 직구를 던졌다. 순식간에 날아간 돌이 윤성의 목을 맞추었다. 그러자 윤성의 까만 목이 쉽게 부서지며 움푹 파였다. 쿠에에엑, 커억!!!! 괴상한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정국이 다시 소리쳤다.

 “빨리 차에 타 이 새끼야!!!!”

 진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정국의 말에 얼떨떨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정국이 운전석에 오르며 지민에게 눈짓하자, 지민도 재빨리 조수석에 올랐다. 진규가 달려와 봉고의 문을 열려고 하자, 안에 타 있던 후배들이 문을 잠그며 기겁했다.

 “서, 선배!! 진규 선배 감염됐잖아요!!!”
 “아냐. 쟤 감염 안 됐어.”
 “아, 안 돼요. 불안해서 안 돼요. 못 태워요!!”

 후배들이 절대 안 된다는 듯 봉고의 문을 걸어 잠그고 유리창 너머로 울고 있는 진규를 바라보았다. 정국이 한숨을 푹 쉬고는, 트렁크의 문을 열었다.

 “진규야, 일단 트렁크에 타!”
 “흐윽, 어엉…?”
 “일단 타. 애들한테 안 닿게 조심하고.”

 봉고의 3열과 트렁크는 이어져 있었다. 그 말에 3열에 앉아 있던 후배들이 재빨리 뒷좌석의 1열과 2열로 넘어오며 몸을 피했다. 진규가 여전히 눈물콧물을 흘리며 트렁크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그러자 3열의 시트 등받이 위로 진규의 얼굴이 쏙 솟아났다.

 “지, 진규 선배. 접촉했잖아요!”
 “허어엉… 나도 몰라, 그, 근데 나 안 변했잖아.”
 “아! 형! 손 움직이지 마요. 이쪽으로 넘어오지 마요!”

 진규가 손을 뻗자 후배들이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다. 진규는 서럽게 울면서 제 손을 거두고는 3열의 시트 헤드를 꽉 잡았다.

 “나 여기에 가만히 있을게…. 혹시 나 변하면, 그냥 죽여….”

 정국은 얼른 문을 잠그고 기어를 넣었다. 아까 돌에 맞아 목이 움푹 파인 윤성이 턱을 딱딱 움직이며 봉고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새까만 좀비 떼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청평호에서부터 둔덕을 타고 올라온 좀비들이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꽉 잡아.”

 정국이 힘차게 엑셀을 밟았다. 이제 아홉 명이 된 인원을 태운 봉고가 빠르게 콘도를 벗어났다. 창문을 통해 차를 쫓아오다가 점점 멀어져 가는 좀비 떼를 보며 후배들은 허억, 허억, 한숨을 몰아쉬었다. 물론 혹시 자신이 변할까 싶어 겁에 질린 진규는 여전히 트렁크에 반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눈물을 찔찔 짰다.
 




*





 정국은 청평역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 동안 봉고 안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진규가 훌쩍이며 우는 소리, 눈앞에서 좀비로 변한 윤성을 본 충격적인 모습, 그리고 윤성에게 물려 순식간에 굳어가던 찬희의 모습까지. 뒤죽박죽 섞인 기억으로 인해 다들 얼빠진 얼굴로 눈만 껌뻑였다.

 지민은 조수석에 앉아 여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정국은 오른손을 뻗어 지민의 손을 찾아 잡았다. 더운 날씨임에도 차가운 지민의 손에 깍지를 끼웠다. 지민이 얕게 날숨을 내쉬었다. 정국은 앞 유리를 바라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벌써 여섯 명을 잃었다. 진규는 아직 변이하지 않았다. 접촉했는데 왜 변하지 않았지? 정국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뗐다.

 “진규야, 아까 영상찍은 거 인스타에 올라간 거지?”
 “어엉….”
 “올라간 영상 좀 줘봐. 누구 한 명만.”

 그러자 1열에 앉아 있던 후배가 재빨리 인스타를 켜 진규의 피드를 열었다. 저장된 라이브 영상이 진규의 최근 피드에 올라와 있었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녀석이 운전을 하고 있는 정국에게 폰을 내밀었다. 정국은 운전을 하며 영상을 확인했다. 아까 정신없이 지나가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그리고 한 가지를 확신했다. 썩은 나무토막 같던 감염자들이 ‘각성’을 해서 좀비가 된다는 것. 감염자 상태일 때는 접촉만 해도 변이했다. 그러나 각성한 좀비와 접촉한 진규는 감염되지 않았다. 뭘까. 좀비처럼 움직임을 갖게 되는 순간 전염의 방법이 바뀐다는 것인가?

 정국은 턱을 딱딱거리며 치아를 드러내 찬희를 물어뜯던 좀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 좀비로 각성하면 물어뜯는 것으로 감염이 되는 걸 수도 있다. 만약 진규가 몇 시간 내에 변이하지 않는다면, 그건 확실한 팩트가 될 것이다.

 “내 얘기 잘 들어. 감염자가 좀비처럼 변하는 순간부터는 접촉이 아니라 물어뜯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 그 전까지는 접촉성 감염. 내 말이 맞다면 진규는 변이하지 않겠지. 아까 좀비가 진규를 공격하려 했어. 찬희가 발목을 물리자마자 감염된 걸 알고 바로 돌아섰는데 말이지.”

 정국이 차분하게 제 생각을 읊자 후배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전히 진규에 대한 경계는 놓지 못했다. 어느새 눈물을 멈춘 진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후배들에게 말했다.

 “내가 만약에 변하기 시작하면, 바로 던져버려. 알았지?”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들을 태운 차가 점점 청평역에 가까워졌다. 도로의 곳곳에는 가로수나 가드레일을 들이 박아서 보닛에 연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자동차들과 전복된 버스가 보였다. 연쇄 추돌로 마구 깨진 범퍼의 파편들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벌써 이렇게나 빠르게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청평역의 외관을 보며 정국은 더 세게 엑셀을 밟았다. 사이드 미러를 보니, 여기저기 전복된 차 안에서 까만 좀비들이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다. 끔찍한 좀비와의 전쟁이다.





 뉴스 속보



 경기도 가평군 일대에 의문의 전염병 바이러스가 발생했습니다. 청평호를 중심으로 시작된 감염 증상은 최초 발생 추정 시간인 오전8시부터 현재까지 관공서와 의료기관, 주택가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섯 시간 만에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아 역대 급 전염병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보건 당국이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 시민의 SNS에 올라온 충격적인 영상이……





 발생 당일 : 청평역



 역 앞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짐을 챙겨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그 중에서도 진규는 다른 이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채로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카드를 찍고 역 안으로 들어서자 경춘선이 도착했다는 전광판이 보였다.

 “열차 도착했어. 뛰어!”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그들이 안간힘을 써 계단을 올랐지만, 경춘선 열차는 기다려주지 않고 야속하게 지나가버렸다. 다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붙어 있는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니 다음 열차는 25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뉴스 속보 떴으니 지금 다들 여기서 빠져나가려고 난리일 거야.”
 “근데 왜 사람들이 없지?”
 “방금 다 타고 갔으니 없겠지.”

 다들 숨을 몰아쉬며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셨다. 이제야 제대로 숨을 돌리며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정국은 힘없이 자신의 옆에 꼭 붙어 있는 지민을 보았다. 힘든지 송글 송글 맺혀 있는 땀을 손등으로 슥 닦아주자 지민이 까만 눈동자를 들어 정국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열차 오기 전에 그 좀비새끼들 또 나타나면 어쩌지?”
 “계단 잘 보고 있자. 여기 무기로 쓸 것 없나?”

 후배들이 역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소화전을 발견했다. 소화기 몇 대가 있었다. 후배들이 소화기를 하나씩 붙잡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혹시라도 좀비가 나타나면 이것으로 세게 머리를 내려칠 생각이었다. 좀비들의 몸은 생각보다 쉽게 부서졌다. 마치 부식해버린 나무처럼 말이다.

 계단 아래를 경계하고 있는 녀석들을 뒤로 하고 몇 명은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열었다. 포털 메인을 열자 실시간 검색어에 ‘좀비’, ‘좀비바이러스’, ‘사탄바이러스’가 나란히 떠 있었다.

 “사탄바이러스?”

 포털 뉴스의 메인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기사를 누르자 어느덧 가평군 일대에서 발생한 좀비의 모습이 떴다. 그건 진규가 인스타 라이브로 올렸던 영상을 캡쳐한 사진들이었다.

 “와, 진규 선배 영상이 진짜로 뉴스 탔네.”

 그러자 혹시 피해를 줄까 봐 벽에 바짝 붙어 있던 진규가 실실 웃으면서 좋아했다. 정국은 그를 보며 저 실없는 놈,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속보. 청평호에 뜬 시신이 최초 감염자로 추측. 감염자의 시신을 처리하던 경찰 및 의료 관계자들 전부 감염. 병원까지 전파. 잠복 시간이 매우 짧고 증상 발현이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추정…. 사탄바이러스는 전례가 없어서 빠른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사탄바이러스?”

 기사를 줄줄 읊던 후배 녀석이 ‘사탄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인 것을 보며 픽 웃었다. 정국도 그 이름에 실소를 터뜨렸다. 사탄바이러스라니. 그럼 그 좀비들은 사탄이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 그 모습이 사탄이라는 말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근데 윤성 선배가 최초 감염자라고? 하… 대체 어디서 뭘 했길래 그런 바이러스에 걸린 걸까요?”
 “아, 끔찍해.”

 후배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털었다. 정국은 가만히 지민의 손을 붙잡은 채로 심호흡을 했다. 폰을 열어 시계를 확인하니, 다음 열차 시간까지 10여 분이 남았다.

 “기사 완전 많아요. 전부 사탄바이러스 얘기밖에 없어요.”
 “당연하지. 영화에서만 보던 좀비가 나타났는데.”

 진규는 벽에 붙은 채로 자신이 찍었던 다른 영상들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도로를 걷다가 버스가 전복되는 장면, 추돌 사고가 일어나는 장면, 그리고 버스를 향해 줌을 당긴 순간 그 안에 새까맣게 변해 있던 승객들의 모습까지 슬로우로 편집해서 업로드 했다. 그가 영상을 올리자마자 폭발적으로 댓글이 달렸다. 아마 가평에서 벌어지고 있는 좀비 사태에 대해 온 국민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규가 영상을 올리자 얼마 안 가 포털 메인 뉴스에 그 영상을 포함한 기사들이 속속들이 생겨났다.

 정국은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3분.

 “열차 곧 오겠다. 탈 준비 하자.”

 그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방을 짊어지었다. 그 순간에도 혹시 계단에 좀비가 올라오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열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야, 시간 지났는데 왜 안 와?”
 “시간표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정국이 다시 붙어 있는 시간표를 확인했다. 시간은 분명히 맞는데 열차가 오지 않았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정국이 급히 폰을 꺼내서 포털에 접속했다. 혹시 그 사이 다른 뉴스가 뜬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옆에 있던 후배 하나가 아까처럼 기사를 줄줄 읽었다.

 “21세기 좀비의 현실화. 청평댐을 내리는 것에 실패해 팔당호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 흘러갈 것으로 예상. 청평호의 급수가 청평배수지와 가평 통합정수장까지 전부 퍼져 가평군 일대 수도 제한….”
 “하, 내 예상이 맞았어. 역시 물 때문이었어.”
 “한강과 합류되는 팔당호까지 유입을 막기 위해 팔당댐을 내렸음. 감염자가 경기도 양평군과 남양주시, 포천시까지 빠르게 퍼지는 중. 이미 춘천에도 감염자 발생. 유례없는 사탄바이러스 창궐에 정부 대책 마련 중….”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태인 모양이다. 정국은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차가 오지 않는다. 정국은 폰을 들어 역무실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역무원의 말에 좌절해야 했다.

 - 경춘선은 현재 긴급 운행중지 됐습니다.
 “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뚝 끊겨버린 전화.

 “야, 경춘선이 폐쇄됐대.”

 정국의 말에 후배들이 입을 쩍 벌렸다. 그때, 또 다른 뉴스를 발견한 후배가 급하게 뉴스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사탄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과 춘천까지 연결하는 경춘선 폐쇄. 중앙선도 폐쇄. 고속버스 운행 중지. 아직 서울에는 감염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선배, 이쪽 지역을 완전 고립시키려는 모양인데요?”
 “뭐? 하, 우리 갇힌 거야?!”

 후배들이 크게 동요하며 불안해했다.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의 대책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서울까지 사탄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순식간에 전국이 다 좀비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이 근방과 강원도에는 군부대도 많으니 나라의 병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노릇이다. 정국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했다.

 “아까 그 봉고 타고 빠져나가자. 그 방법밖에 없겠다.”

 의연하게 말했지만 마음속엔 불안함이 있었다. 대중교통을 다 폐쇄하고 있다는 것은, 서울로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뜻일 텐데, 과연 국도나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 알 수 없으니 그 방법밖에는 없는 게 확실했다.

 “정부, *판데믹 선언.”

 *판데믹(pandemic) :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판데믹은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그게 뭔데?”
 “몰러. 네가 구글에 검색해봐.”

 기사를 읽어주는 후배의 말에 다른 녀석들이 투닥거리며 이리저리 웹을 검색했다. 정국은 커다란 배낭을 어깨에 단단히 멨다. 어깨의 통증이 미미하게 남아 있어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정국이 지민을 끌어 당겨 잡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어나. 봉고로 돌아가자.”

 정국의 말에 다들 주섬주섬 일어나며 뒤를 따랐다. 그때, 벽에 붙어 있던 진규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깍 질렀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다들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왜?”
 “헉… 정국아.”
 “왜 그래?”

 진규가 정국을 향해 자신이 보고 있던 포털 뉴스 화면을 내밀었다. 정국은 선 채로 진규가 내민 액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정국의 눈도 커졌다.

 대통령, 경기도 지역 비상계엄 선포.

 “비상계엄? 계엄령?”

 왠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계엄령이라는 말에 녀석들이 서로서로 눈을 마주치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역사적으로 계엄령이 선포되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모르지 않았다. 주로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을 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배워왔다. 그동안 학습된 것으로 인해 번져가는 불안감은 학생회 인원들의 얼굴을 그늘지게 했다.

 “그럼 이제 경기도에 계엄군이 주둔한다는 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존과 관련한 촉이 존재한다. 아홉 명의 사람들은 지금 자신들이 놓인 상황으로 짐작했을 때 아주 나쁜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고립된 상황,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좀비,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한 미래.



 “잠깐, 이거 무슨 소리야?”

 그때, 정국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대며 침묵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멀리서부터 덜컹 덜컹,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요란한 멜로디와 함께 역내 안내방송이 울렸다.


 「 지금 상봉, 상봉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타는 곳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서주시기 바랍니다. 」  


 뭐야?

 폐쇄 되었다던 경춘선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국은 숨을 훅 들이마시며 지민의 손을 꽈악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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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쓰  | 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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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I  | 190604  삭제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라는 영화 랠리님 혹시 보셨나요 ㅠㅠ 완전 제 취향인데ㅠㅠ 아포칼립스틱한.....추천드려요👍💕
봉봉  | 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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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롭  | 19060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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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꾹  |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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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블루  | 190716  삭제
오늘안에 읽고 또 복습또 복습해야지
랠리님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나는 아미
하경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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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뀩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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