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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04 랠리 씀

World War Z - Like a River Around a Rock

아마겟돈
04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딱, 차 한 대만 더 찾자. 정국은 속으로 되뇌며 주차장을 바삐 걷기 시작했다. 지민의 손을 꽉 잡은 채였다. 그의 빠른 걸음을 따라잡느라 다친 발목에 무리가 오는지 지민은 신음을 숨기며 속도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정국은 거의 절뚝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져 아차 싶었는지, 걸음을 멈추고 지민을 돌아봤다.

 “미안, 깜빡했다. 후배님 다친 거.”

 그리고는 당장 앞으로 그를 안아들 기세로 자세를 낮추고 팔을 뻗었다. 지민은 허리와 오금 뒤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정국의 팔에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몸을 비틀었다. 발목 조금 삐끗했다고 공주라도 된 듯 안겨서 다니는 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심지어 농담처럼 ‘걸림돌까진 아니고, 짐이긴 하지.’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더욱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걸을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정국은 지민의 발목을 힐끔 내려다보고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따라오던 진규가 둘을 보고 샐샐 웃으면서 장난기가 가득 섞인 목소리로 대뜸 그랬다.

 “아야, 아이고, 나도 무릎이 아파 죽겠는데 누가 안 안아주나. 삭신이 쑤시네. 아이고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네.”
 “좀비한테 물리기 딱 좋겠네.”

 그러나 돌아오는 정국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진규는 조용히 볼 사탕을 만들다가 정국과 지민의 뒷모습을 향해 팔자 좋게 휘파람을 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러브라인을 만들고 싶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배경음악이었다. 지민의 손을 잡은 채로 재게 걸으며 두리번거려 차를 찾고 있는 정국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고.



 임시 역사주차장에서는 소득이 없었다. 세 사람은 다시 큰 길로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이 주변의 지리를 모를뿐더러 지금은 아무런 통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무언가를 검색해볼 수도 없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청평역의 주변. 원체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곳이긴 하지만, 개미새끼 하나 역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다. 정국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대체 이 지역에 얼마나 감염이 진행된 걸까. 김윤성의 시신이 발견된 건 오전 8시 쯤. 벌써 여섯 시간이 넘게 지났다. 감염속도나 각성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럼 아마 대중교통 근린시설부터 휩쓸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 말은 즉, 청평역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이미 다 좀비로 변해 어딘가를 떠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망했어. 어떻게든 ‘모닝’ 안에 구겨 탔어야 했나?”

 진규가 볼멘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도로 위에 전복된 채 널브러져 있는 자동차들 말고는 딱히 다른 차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셰어링 카를 찾아낸 건 아주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막 차 뜯어내서 선 연결하고, 막 그렇게 시동 걸지 않아? 정국아. 그런 건 할 줄 모르냐? 팔꿈치로 차 유리 팍! 깨고 말야.”
 “제발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왠지 넌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흐흐.”

 쿠쿵!

 그때, 진규의 헛소리를 막듯 어디선가 웅장한 소리가 들렸다. 그건 마치 폭발음 같았다. 정국이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다시 쿵! 콰광! 하는 엄청난 소리가 다시금 터졌다. 마치 천둥 번개가 칠 때처럼 지표면과 허공이 한꺼번에 진동하는 것 같은 울림이었다. 지민이 놀라 반사적으로 정국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헐? 이게 무슨 소리야?”

 진규가 입을 쩍 벌리며 소리가 난 쪽을 찾아서 고개를 마구 움직였다. 정국은 연속해서 들리는 굉음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게 대체 어떤 소리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이내 정국의 생각이 맞다고 말해주듯, 저 멀리에서 까만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정확히는 그들이 도망쳐 나온 청평호 방향이었다.

 “저게 뭐야? 폭탄 터진 거야?!” 
 “계엄군이 온 거야.”

 정국이 낮게 중얼거렸다. 폭발음은 다발적으로 들려왔다. 여기저기서 엄청난 소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먼지가 섞인 새까만 연기가 마치 성화처럼 피어오르며 폭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정국은 마음이 급해졌다. 근원지라고 불러도 될 청평호 부근을 강제로 폭파시키고 있다. 아마 계엄군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설들을 계속해서 폭파하려 들 것이다. 창궐하는 사탄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그게 제일 쉬우니까.

 “계엄군? 그럼 군인들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나?”
 “군인들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문제지.”
 “선배… 저기!”

 그때 조용히 있던 지민이 목소리를 냈다. 그의 눈이 큰 길 건너 한 지점에 머물고 있었다. 정국과 진규가 지민의 시선이 향한 방향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주황색 차가 보였다. 택시다. 그런데 멈춰선 택시 앞에서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무슨 일이지? 정국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걸음을 옮겼다. 진규와 지민이 엉거주춤 그의 뒤를 따라갔다.

 시동이 걸린 채 정차해 있는 택시 한 대. 그리고 운전석 쪽 보닛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은 택시 기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아주머니였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와중에 뭐하는 짓들이지? 정국이 자세를 숙여 낮출 것을 지시하고는 살금살금 택시에 가까이 다가갔다. 택시기사에게 잡혀 있는 아주머니는 보닛에 등을 기댄 채로 낑낑거리고 있었다.

 “저 새끼 뭐야?”

 정국이 확인하자마자 당장 달려가려고 상체를 든 순간, 지민이 급하게 정국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곤 속삭였다.

 “변이, 변이 됐어요.”

 지민의 말에 정국이 다시 몸을 낮추며 택시 뒷 범퍼 쪽에 바짝 붙었다. 머리를 빼꼼 내밀어 확인하자, 아주머니를 붙잡고 보닛으로 밀치고 있는 택시 기사의 몸이 팔부터 새까맣게 물들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몸을 붙잡은 채로 턱과 관절을 마구 꺾어가며 괴기스러운 몸짓으로 변이과정을 겪고 있는 택시기사. 그가 붙들고 있으니 분명히 저 아주머니도 감염이 되었을 것이다. 전신 변이를 마치고 새까만 숯 덩어리가 되어버린 택시기사가 행동을 멈췄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자마자 아주머니의 몸도 새까맣게 변해가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기 시작했다.

 “오오, 변했다. 타자!”

 변이를 마치고 각성까지 2분 남짓의 시간이 걸렸었다. 뒷 범퍼에 숨겨두었던 몸을 일으켜 차 문을 열고 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정국이 손을 뻗어 조용히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지민의 등을 먼저 떠밀어 그 안에 빠르게 태웠다. 그러자 진규가 신난 표정으로 조수석을 향해 달려갔다. 운전석 문과 보닛 쪽에는 사탄 두 마리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정국도 뒷좌석에 올랐다. 정국까지 타자마자 진규가 얼른 문을 잠갔다. 앞 유리 쪽에 변이된 사탄 두 마리가 뒤엉킨 채 미동 없이 굳어 있다. 이제 그들이 곧 각성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없다. 지능은 꽝이고, 머리는 돌이나 삽으로 부술 수 있을 만큼 약하니 차 유리를 깨며 공격해올 수는 없을 것이다.

 정국이 얼른 운전석으로 이동하려고 콘솔박스를 밟고 올라섰다. 그 순간, 높아진 그의 시야에 어린 아이 한 명이 들어왔다. 택시 바깥에서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변이된 사탄 두 마리를 보며 벌벌 떨고 있는 여자아이. 여섯 살쯤 됐을까.

 “잠깐, 어린 애가 아직 멀쩡해.”
 “전정국… 설마… 아니지?”

 진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정국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정국은 운전석으로 가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뒷좌석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진규가 얼른 손을 뻗어 운전석에 있는 락 버튼을 눌렀다.

 “야 뭐해, 열어.”
 “정국아, 냉정해지자.”
 “뭔 소리야? 저 애는 아직 감염이 안 됐어. 살려야 돼. 각성하면 바로 물릴 거라고. 얼른 열어.”

 그러나 정국의 말에 진규는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절대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네가 나가서 저 애를 데리고 들어오는 와중에 각성될 수도 있잖아! 절대 안 돼. 영화 보면 꼭 오지라퍼들이 먼저 죽더라. 그거 알지? 우리 지금 오지랖 부릴 때 아닌 거.”

 진규가 정색을 하며 말을 쏟아냈다. 정국이 하-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차창 너머로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 사탄 두 마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니, 실랑이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택시기사에게 발병증상이 나타나 순식간에 아이의 어머니까지 감염된 것 같았다. 2분. 2분인데. 아니, 이제 약 1분 정도 남았을지도 모르지. 그 안에 충분히 아이를 들어 안고 차에 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문 열어 당장!”
 “전정국! 어린 애까지 데리고 다닐 거야? 가능하냐고!”
 “하….”

 정국의 얼굴이 갈등으로 물들었다. 지민 역시 아이가 걱정되는지 편치 않은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

 “우린 무기도 없다고. 어서 가자!”

 진규라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 사탄들이 각성하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저 아이가 아직 감염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진규는 평소 정국의 성격을 알기에 그가 충분히 정의감에 뛰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지금은 얼른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네가 나 트렁크에 태워준 건 고마웠는데, 솔직히 나 좀 놀랐거든. 내가 감염됐으면 다 끝일 뻔했잖아. 이제 그런 위험은 그만 감수하자. 응? 우리 살아야지.”

 진규가 애처롭게 말했다. 정국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정국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갈등을 한 순간에 벗겨낸 건 가까운 곳에서부터 들리는 소음이었다. 그건 무게감 있는 엔진소리와 함께, 귀청을 따갑게 할 만큼 커다란 총소리였다. 군대에 있을 때 많이 들었던 총소리. 그리고 군용 트럭들이 한꺼번에 지나가는 소리.

 “숙여!!!”

 총소리가 가까워짐에 정국은 얼른 지민의 목덜미를 잡고 뒷좌석 바닥을 향해 세게 눌렀다. 그 바람에 지민의 몸이 거의 엎드리다시피 바닥에 눕혀지고, 그 위를 정국이 자신의 몸으로 덮었다. 진규 역시 총소리가 무지막지하게 들리는 것을 깨닫고 얼른 조수석 앞쪽, 글로브박스 아래로 잔뜩 몸을 웅크렸다.

 탕! 탕탕! 탕!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총알이 날아와 보닛 쪽에 붙어 있던 사탄 두 마리를 맞췄다. 사탄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럼에도 총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파직! 총알이 앞 유리창에 스쳐서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차 운전석 시트로도 여러 개의 총알이 박혔다. 이건 총을 난사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총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헉… 으윽.”

 진규가 외마디 비명을 삼켰다. 정국은 순간 놀랐으나 차마 바짝 엎드린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 총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쉽게 몸을 세울 수 없었다. 제 아래에 엎드려 있는 지민이 답답한지 숨을 거칠게 헉헉거렸으나, 정국은 혹시라도 총알이 바닥을 향해 들어온다면 그가 맞지 않도록 꼼꼼하게 그의 몸 위를 덮었다. 지민보다 체구가 큰 정국이기에 어려운 건 아니었다.

 잠시 뒤, 총 소리가 끊기고 귀가 먹먹해졌다. 여러 대의 군용 지프와 트럭이 줄지어 지나가는 소리들이 들렸다. 정국은 그 익숙한 소리를 속으로 셌다. 군의 차량들이 청평역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마도 거기에 몰려 있는 사탄들을 처리하고, 어쩌면 청평역마저 폭파시켜버릴지도 모른다.

 “으… 아파 씨바….”

 진규가 조용히 신음을 흘렸다. 이제 군 트럭의 소리가 멀어져 아예 들리지 않자, 정국이 다급히 몸을 일으켜서 조수석 앞쪽에 숨어 있는 진규의 상태를 확인했다. 차 안으로 뚫고 들어온 총알이 팔을 스친 모양인지,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졌다. 진규가 다른 손으로 제 팔을 감싸고 덜덜 떨었다.

 “야, 괜찮아? 총알 박혔어?”
 “으… 모르겠어. 쓰읍….”

 오만상을 찌푸리며 괴로워하는 진규를 보고 정국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바깥에 있던 여자 아이를 떠올린다. 어떻게 됐을까? 상체를 들어 유리 너머를 살폈다. 그의 얼굴에 이내 절망 빛이 가득했다. 바닥에 앉아 있던 아이는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이… 미친….”
 “왜? 헉!”

 입술을 파르르 떠는 정국을 보고 진규는 궁금한 마음에 팔을 감싸 잡고 몸을 들어 올렸다. 역시 총에 여러 발 맞아 죽어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다 죽이려는 거야.”
 “뭐?”
 “계엄군이 멀쩡한 사람들까지 다 죽이려는 거라고.”

 정국이 화난 얼굴로 이를 악 물었다.

 “서, 설마…”
 “이 지역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게 분명해. 폭파 시키고, 다 죽여서라도.”

 진규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정국은 얼른 배낭을 뒤져 수건을 꺼냈다. 빠른 손놀림으로 수건을 그의 팔에 덮고, 시거잭에 꽂혀 있는 USB선과 AUX선을 아무렇게나 뽑아서 환부 근처를 꽁꽁 감아 묶었다. 진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을 참았다.

 “일단 지혈하고 있어. 출발한다.”
 “으… 너무 아파. 뜨거워.”
 “참아, 이 새끼야.”

 정국이 운전석으로 훌쩍 넘어가 기어를 넣고 망설임 없이 엑셀을 밟았다. 다시 계엄군들을 마주칠 수도 있다. 아마 택시가 지나다니는 걸보면 아까처럼 총을 쏘겠지. 만약 생존자를 살릴 작정이었다면 사탄 두 마리만 쏘고 여자 아이를 살렸을 것이다. 여자 아이까지 죽인 걸 보면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했다. 엑셀을 밟은 정국의 발에 힘이 들어갔다.

 초토화가 된 도로를 굽이굽이 달리며 정국은 룸미러로 뒷자리에 있는 지민의 얼굴을 힐끔 확인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늘게 숨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상을 입은 진규, 자꾸 신경쓰이는 약한 지민. 정국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발병 당일 : 도망



 네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았다. 정국은 가평의 지리를 잘 몰라 답답했지만, 도로 이름과 이정표에 의지하며 무작정 차를 몰기 시작했다. 마구 질주하는 택시는 경춘로 37번 국도를 탔다. 곧이어 신청평로로 빠졌다. 고속도로가 가까운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국은 핸들을 꽉 쥐며 곳곳에 있는 장애물들을 피해가며 계속해서 질주했다.

 알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곧이어 이정표에 ‘서종IC’가 보였다. 아직 서울까지 가려면 한참이 남았을 것이다. 정국은 속도를 더욱 높였다. 북한강로 지방국도를 타고 가는 내내 여기저기 퍼져 있는 차들이 보였다. 운전을 하다가 중간에 변이된 차들일까.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리에 사탄들이 돌아다녀야 정상일 테니까. 그럼 이렇게 멈춰 있는 차들은 뭘까. 혹시 모두 계엄군의 공격을 받은 건 아닐까. 정국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순간 반대 방향에 군용 트럭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정국은 더 속도를 높였다. 다행히 중앙선이 막혀 있어서 군인들이 차를 바로 돌리거나 따라올 수 없다. 급한 총소리가 들렸다. 그 총은 아마 자신들이 탄 택시를 향한 것일 테다.

 “저 나쁜 새끼들…!”

 진규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 군용 트럭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왜 통신을 다 끊어놨는지 알겠네.”
 “진짜 다 죽이려나 봐. 먼저 간 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두려운 듯 말하는 진규의 말에 정국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도로에 널브러진 차들처럼,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계엄군의 존재는 사탄만큼이나 두려웠다.

 저 멀리 서종 톨게이트가 보였다.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

 “억! 저거 봐!”

 진규가 손을 뻗어 앞 유리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톨게이트 앞에는 군인들이 쫙 깔려 있었다. 멀리서 보니 마치 사탄 같이 보였다. 탕! 탕탕! 총 소리가 들렸다. 작은 톨게이트 앞은 보형물로 잔뜩 막아놓았고, 열 명 가까이 되는 군인들이 택시를 발견하고 총을 겨누고는 마구 쏘아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좀비야 뭐야! 왜 쏘는데!”

 진규가 악 소리를 내며 몸을 아래로 낮췄다.

 “후배님! 숙여!”
 “서, 선배는…”

 정국이 룸미러를 보며 지민에게 외치자 지민이 엉거주춤 몸을 낮추며 운전석 시트에 기대 있는 정국의 상체에 손을 댔다. 정국의 허리춤을 꽉 잡고 걱정스러운 듯 벌벌 떨었다. 정국은 핸들을 마구 움직이며 총알을 피했다. 상체를 조금 낮추고 운전하느라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감각에 의지한 채로 핸들을 꽉 잡았다.

 “유턴할 거야. 조심해!”

 정국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로 빠르게 핸들을 돌렸다. 그 바람에 차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았다. 총성이 마구 들리고, 이번에는 돌아가는 차의 뒷 유리에 총알이 박혀 파편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윽!”

 진규가 조수석 시트를 꽉 붙잡았다. 정국이 이를 악 물고 옆에 있는 사이드 기어를 세게 당기며 속도를 줄였다. 끼이이익---소리와 함께 택시가 드리프트를 하며 도로에 스키드 마크를 새겼다. 정국이 왔던 방향으로 차를 돌려 다시 속도를 높이려고 했다.

 “어?”

 뭐지. 갑자기 총성이 멈췄다. 정국은 룸미러로 톨게이트 앞쪽의 상황을 확인했다. 변이한 사탄이 어디선가 달려든 모양인지, 총을 내던지고 몸을 마구 뒤틀었다. 순식간에 옆에 있던 군인들이 사탄을 향해 총을 겨눴다. 탕! 탕! 발포 소리가 몇 번 이어지는데 분명히 택시를 향한 소리는 아니었다.

 “톨게이트에도 사탄이 나타났어.”

 정국이 천천히 속도를 낮추고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도로 한복판에 멈춰선 택시에 진규가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뒤를 확인했다. 순식간에 톨게이트 앞을 지키던 계엄군들이 몸을 뒤틀며 변이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사탄을 향해 총을 겨누다가 떨어뜨리고, 무방비하게 몸을 물어뜯기는 장면이 펼쳐졌다.

 “으으, 저것들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
 “동물이야.”
 “뭐?”
 “동물도 사탄에 감염이 되는 거라고.”

 정국의 말에 진규와 지민이 고개를 들어 뒷유리를 확인했다. 군인들에게 달려든 사탄은 사람이 아니었다. 네 발이 달린 동물. 새까맣게 변이된 채 마구 달려드는 산짐승. 아마 주변에 있던 산 쪽을 타고 내려온 듯하다.

 “맙소사. 동물까지?”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인수공통감염: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전염을 일컫는 말.

 “어떻게 해!! 빨리 가자. 다른 길 없나?”

 진규가 몸서리치며 물었다. 그러나 정국은 브레이크를 밟은 채 생각에 잠겼다. 전정국 뭐해! 진규가 다그쳤으나 정국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 결심한 듯 후진 기어를 넣었다. 그러자 진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악 소리를 냈다.

 “야, 야, 야, 왜 후진을!!!”
 “무기. 무기가 필요해.”
 “뭐어?”

 정국은 군인들이 감염 직전 떨어뜨린 총을 확인했다. 새까만 짐승들이 달려들자 당황한 나머지 총을 버리고 도망치던 군인도 있었다. 총. 총이 있으면 몸을 지킬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정국이 엑셀을 밟았다. 택시가 빠르게 톨게이트를 향해 후진했다.

 “야 어쩌려고! 저 총을 줍겠다고?”
 “각성까지 2분. 할 만해.”
 “이 미친놈 진짜….”
 
 진규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듯 제 이마를 쳤다. 그러나 무기가 필요하다는 정국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탄으로 감염된 저 상황으로 뛰어들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둘 다 면허는 없어도 핸들은 잡을 수 있지?”
 “뭐?”
 “진규는 팔 다쳤으니까, 후배님이 운전대 잡아.”
 “네?”

 정국의 말에 지민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느새 택시는 톨게이트의 변이된 군인들 바로 앞까지 바짝 도착했다.

 “내가 물린 것 같으면, 그냥 나 버리고 가.”
 “네? 선배!”

 다짜고짜 정국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뒷좌석으로 다가갔다. 빠른 행동으로 지민의 팔을 끌어당겨서 억지로 운전석으로 욱여넣었다.

 “야 전정국!!!”
 “오른쪽 엑셀, 왼쪽 브레이크! D가 직진, P는 멈추기!”

 정국이 미련 없이 운전석 문을 닫아주고는 변이된 군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각성한 짐승들은 총에 맞았는지 대가리가 떨어진 채로 움직임을 멈춰 있었고, 감염된 군인들은 새까만 숯 덩어리처럼 마비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 단 몇 분 후면 이들이 단체로 각성할 것이다. 정국이 빠르게 달려 총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총 몇 개가 더 떨어져 있었다.

 딱 하나만 더. 하나만 더.

 아직 사탄들은 움직임이 없다. 정국이 재빠르게 달려 바닥에 떨어진 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그의 뒤편에서 쿠에엑, 퀘엑, 쿠어억.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새 각성한 것이다. 총 두 개를 집어든 정국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정국이 총대를 정확히 사탄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탄의 목이 날아갔다. 그가 재빠르게 쓰러진 사탄의 군복을 뒤져 총알이 든 탄창과 수류탄을 부욱 뜯어냈다. 그 순간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지민은 핸들을 잡은 채로 덜덜 떨며 뒷 유리창 밖을 살폈다. 진규도 역시 정국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총 하나만 가져올 줄 알았는데, 정국이 총을 두 개나 챙기고 쓰러진 사탄의 몸에서 이것저것 챙기고 있다.

 “저 무모한 새끼! 뭐해! 안 오고!”

 그때 옆에 있던 사탄들이 천천히 각성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빠르게 정국에게 달려들었다. 지민의 눈이 커졌다. 정국이 얼른 팔꿈치로 사탄의 가슴팍을 내려치고는 총을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소리와 함께 사탄의 대가리가 나뒹굴었다.

 “전정국! 빨리 와!!!”

 진규가 창문을 열고 정국을 향해 소리쳤다. 정국이 식은땀을 흘리며 달리려는 순간, 옆에 있던 사탄 세 마리가 동시에 각성한 듯 움직였다.

 “…안 돼.”

 지민이 덜덜 떨며 드라이브 기어를 올리고는 무작정 엑셀을 밟았다.




 정국은 자신에게 달려든 세 마리의 사탄을 들고 있는 총을 휘둘러가며 물리쳤다. 하지만 쉽게 물러나지 않고 또다시 달려들었다. 윽, 어쩌지. 정국이 안간힘을 쓰며 힘겨루기 하듯 총을 사이에 두고 버텼다. 그러다가 달려드는 또 한 마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탄의 머리가 튕겨져 나갔지만, 저 뒤쪽에서 또 다른 놈들이 각성을 끝내고 달려오고 있었다.

 좆 됐군.

 저 놈들이 빠를까 내가 빠를까. 이대로 달려서 도망을 칠까. 정국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부웅 하는 거센 엔진 소리와 함께 택시가 어설프게 질주했다. 순식간에 정국에게로 달려들던 사탄들을 들이박았다. 범퍼에 찍힌 사탄들은 다리가 부서진 채로 튕겨 날아갔다.

 “선배!!!!”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국은 지민을 보자마자 갑자기 힘이 솟았다. 운전도 할 줄 모르면서 대담하게 사탄을 들이박으러 오다니. 그 배포가 제법 귀여웠다. 정국이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총대를 사이에 두고 힘을 겨루던 사탄들을 확 밀어냈다. 그리고는 멍청하게 총구 끝에 아가리를 벌리고 씹어대는 놈에게 지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큰 소리와 함께 사탄 한 마리의 머리가 또다시 날아갔다.

 “선배 어서요!!!!”

 정국은 지민의 외침에 재빨리 뒷좌석을 향해 달렸다. 뒤에서 사탄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정국이 거칠게 뒷좌석을 열어 젖혀서 제 목을 물기 위해 달려드는 사탄을 차단했다. 그 바람에 택시 문에 정면을 부딪친 사탄이 쿠에에엑!!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야 이 미친 새끼야!!!”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뒷좌석에 탑승한 정국을 보며 진규가 우는 소리를 내며 소리 질렀다. 정국의 손에는 두 개의 총과 수류탄, 그리고 총알이 가득한 탄창이 들려 있었다. 땀을 잔뜩 흘리며 입꼬리를 올려 웃는 정국을 보며 진규가 못살겠다는 듯 욕을 퍼부었다.

 “또라이 새끼. 미친 새끼. 너 같은 놈은 세상에 없을 거야. 넌 진짜 미친놈이야. 알아? 이런 미친놈인 줄 알았으면 친구도 안 했어. 허엉. 미친 놈. 미친놈아. 흐엉.”

 진규가 안도감에 질질 울자, 정국이 귀찮다는 듯 손바닥을 흔들고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지민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후배님, 잘했어.”
 “진짜… 선배 죽는 줄 알고…”

 지민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운전석 앉은 김에 500m만 앞으로 밟아봐.”
 “…네?”
 “남은 놈들 좀 처치하게.”

 정국은 차 유리를 향해 이를 박아 넣고 있는 무식한 사탄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 바람에 울고 있던 진규가 “아이씨!! 깜짝이야 시발!!” 하고 몸을 들썩였다. 지민이 정국의 말을 알아듣고, 다시 세게 엑셀을 밟아 직진했다.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한 사탄들이 차에서부터 자동으로 떨어져나갔다. 사탄들이 조금 멀어지자 지민이 다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운전 감각이 없어서 끼익 소리와 함께 차가 급정거하자 진규가 대시보드에 머리를 박으며 괴로워했다.

 “잘했어.”

 정국이 밑도 끝도 없는 칭찬을 날리며 뒷좌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손에는 총 하나가 들린 상태였다. 진규가 뭐하냐며 소리치자, 정국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탄들을 향해 신중하게 총을 겨누었다. 탕! 탕! 탕! 탕! 정국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달려오던 사탄들의 목이 하나씩 떨어져나갔다.

 “나, 사격으로 포상휴가 받았었거든.”

 남은 사탄들까지 다 처리한 정국이 씨익 웃었다. 초토화된 톨게이트 앞 광경을 휙 둘러본 정국이 이번에는 창문을 연 채로 겁먹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민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게 질려 있는 그의 뺨을 손으로 스윽 쓸었다. 드디어 정리된 상황에 지민은 그제야 안도한 듯, 잔뜩 고여 있던 눈물을 주르륵 떨어뜨렸다.

 “왜 울어. 나 후배님 두고 안 죽는데?”

 고개를 숙여 창틀에 팔꿈치를 받친 정국이 울고 있는 지민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그랬다. 정국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위험한 상황을 이겨내고 난 후에 오는 희열과 보람이 뒤섞인 듯, 잔뜩 흥분된 모습이었다. 정국의 거친 숨결이 뺨에 닿았다.  

 “나중에 인형방 가서 총질해서 인형이나 잔뜩 따라. 이 미친놈아. 흐어엉…. 또라이 새끼….”

 아까부터 울고 있던 진규는 정국의 눈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 진규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하며 더더욱 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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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블루  | 190716  삭제
진규야 나도 외롭다 ㅎㅎㅎ
어쩌겠니 이제 시작하는 연인들은 다 그런것을 ㅠㅠ
랠리님 사랑함미다
핏짜  | 1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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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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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190724   
졍구기 대단해 멋있어 완젼 사기캐
와중에 지민이한정 개다정 ㅠ
진규야 다음생을 노려봐ㄱㄱㄱㅋ
랠리님 아마겟돈 통판놓친죄인입니다 으허헝ㅠ
국민온 놓치지않을꺼에여ㅠ
꾹꾹뀩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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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30077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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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yot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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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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