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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05 랠리 씀

World War Z - The Salvation Gates

아마겟돈
05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톨게이트는 막혀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마 다른 톨게이트도 막혀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초토화가 되어버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뜨거운 도로의 열기를 담은 바람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무참히 죽여서라도 바이러스 창궐을 막는 게 정부의 목적이라면, 어떻게든 계엄군의 총알받이가 될 것은 자명하다. 살아남을 방법, 그걸 찾아야 했다.

 그때 정국의 눈에 ‘서종영업소’가 들어왔다. 톨게이트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건물. 그 앞에는 자가용 몇 대와 군용 트럭이 있었다. 아마도 계엄군이 이곳까지 타고 온 트럭일 것이다. 2.5톤 군용 트럭. 거기엔 붉은 색의 깃발 하나가 달려 있었다. 처음 보는 보병사단 마크다. 정국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뜨였다.

 “내려.”

 정국이 짐과 무기를 챙기며 짧게 말했다. 그의 말에 지민과 진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고체 덩어리처럼 거대하게 생긴 진녹색의 K511 카고 트럭. 정국은 망설임 없이 운전석에 훌쩍 올라 핸들 아래의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부르르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쉽게 시동이 걸렸다.

 “이걸 타고 간다고?”

 진규가 트럭의 국방무늬를 눈으로 훑으며 의아하다는 투로 그랬다. 왠지 쉽게 범접할 수 없게 생긴 트럭의 외관에 졸아붙어 조수석 문을 열지도 못한 채였다. 그러자 정국이 채근하며 핸들을 꽉 잡았다.

 “시간 없어. 얼른 타.”

 재촉하는 소리에 지민이 조수석 문을 열고 발받침을 밟으며 조금 높은 좌석 위로 올라왔다. 그 뒤를 이어 진규도 올라탔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마자 정국이 복잡하게 생긴 수동 기어를 움직이며 트럭을 몰았다. 그리고는 서종 톨게이트를 향해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며 도로를 역주행 했다. 조수석 가운데에 낀 지민은 제법 가까운 정국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정국이 눈동자를 바삐 움직여 빠져나갈 다른 길을 찾아가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나 운전병이었어. 걱정 마.”

 정국은 익숙하게 기어를 변속하며 속도를 올렸다. 적어도 일반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군인들이 딱히 의심 없이 지나갈 테고, 운이 나빠 들키게 된다 하더라도 무자비한 총질에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거기까지 계산을 마친 정국은 능숙하게 트럭을 몰아 자그마한 도로로 빠져나갔다.

 “정국아, 넌 천재인 것 같아.”

 진규가 처음 타보는 육공트럭 안에서 들뜬 목소리로 바깥을 내다보며 그랬다. 정국은 어느덧 인적이 드문 좁은 도로로 접어들었다. 톨게이트에 진을 치고 있는 계엄군을 확인한 이상, 당장 서울로 빠져나갈 수 있는 확률은 적다고 판단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늦은 오후.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대낮보다는 해가 진 이후가 좋을 것이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일단 사람이 적은 데로 가자. 계엄군 눈에 안 띄게.”
 “그럼 서울은?”
 “당장은 못 갈 거야. 아마 다 막고 있겠지. 여길 벗어나더라도 밤에 가는 게 낫겠어. 그게 좀 더 수월할 거야.”

 정국의 말에 진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계획인지는 모르겠으나 정국의 판단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탄 트럭이 비포장 도로면을 거칠게 달렸다. 정국은 이런 경관이 낯설지 않았다. 강원도 화천 전방의 수송부대에 있을 때 늘상 봐왔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평은 산악지형은 아니었으나 개발되지 않은 외진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몇 개의 주택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형태. 주변의 산과 강이 가깝고 자연 친화적인 경관.

 자신이 계엄군 지휘관이라고 가정했을 때, 번화한 아파트 단지와 시내 쪽보다는 신경이 덜 쓰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저 멀리 가평군의 시내와 청평호 방향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이곳의 인구를 없앨 목적으로 폭탄을 터뜨리는 거라면 외진 주택가는 그 대상에서 한참 밀려날 것이다. 인구가 밀집해있는 곳이 우선이라는 건 이미 몇 번이나 들은 폭발음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정국이 라디오를 켰다. 지직,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다가 이내 주파수를 찾으며 뉴스 음성이 들려왔다. 아직 라디오 주파수 송신소는 파괴하지 않은 모양이다.

 「 경기도 가평군의 전 시민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계엄군은 생존자를 찾고 있으나 빠르게 창궐한 사탄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한 것으로…… 」

 “미친!”

 사실과는 다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떻게 확신해? 아직 감염 안 된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아주 작정을 한 거지.”
 “미친 거 아니야 진짜?” 
 “일단 적당한 곳에 숨는 게 좋겠어.”

 정국이 핸들을 돌리며 좁은 도로에서부터 더 비좁은 길로 빠져나갔다. 저 멀리 드문드문 주택 몇 개가 보였다. 기어 변속기에 올리고 있던 손을 들어 가까이 앉은 지민의 허벅지 위에 가만히 얹었다. 지민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두렵겠지. 살이 없어 뼈가 느껴지는 허벅지를 꽉 쥐니 지민이 놀란 얼굴로 정국을 돌아보았다. 정국은 눈길을 주지 않고 차창 밖만 향한 채, 지민의 허벅지에 얹었던 손을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폈다.

 “…….”

 지민이 제 다리 위에 있는 정국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마치 손을 잡으라는 듯 손가락이 조금씩 들썩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지민이 천천히 정국의 손바닥 위에 제 손을 겹쳤다. 그러자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르륵 정국의 손가락이 얽어졌다. 단단히 깍지를 낀 정국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 채 무심하게 운전에만 집중했다. 지민의 귀가 빨개졌다. 잡은 손을 진규가 보지 못하도록 슬쩍 내렸다. 그 모습에 정국은 피식, 입꼬리를 올려 소리 없이 웃었다.



 들어선 길가에는 전원주택 네다섯 개가 보였다. 정국은 흙길 위에 새겨진 트럭의 타이어 모양을 발견했다. 어떤 예감이 들었다. 군인들이 이쪽을 한 번 쓸고 간 것은 아닐까. 만약 그런 거라면 아마 이곳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폭탄을 터뜨리기에는 집이 몇 채 없으니 아마 총을 쏘아 모두를 죽였겠지. 그렇다면 일단 이 주위에는 사람뿐 아니라 사탄도 찾기 힘들 것이다. 주변의 산을 타고 내려오는 변이한 동물이 아니고서야. 일단 이곳에 숨어들면 계엄군의 눈을 피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나 봐. 동네가 조용하네.”
 “계엄군이 한 번 쓸고 지나간 모양이야.”

 정국은 저 멀리 주택의 대문에 있는 총알 자국을 발견했다. 역시 예상이 맞은 것이다. 정국이 바삐 고개를 돌려 주택을 물색했다. 몇 개의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 총을 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일단은 군용 트럭을 숨길만 한 차고가 있는 집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차고가 있는 집을 찾아.”
 “차고?”
 “트럭 숨겨야지. 여기 숨었다고 광고할 일 있어?”
 “헉, 남의 집에 들어가게?”
 “이제 이곳에 사람은 없어.”

 정국이 턱짓으로 총을 쏜 흔적을 가리켰다. 진규가 그걸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곧추 세워 창밖을 유심히 살펴가며 두리번거렸다. 지민 역시 창밖을 보았다. 그러다가 저 멀리, 비닐하우스 몇 개를 가지고 있는 집을 발견했다.

 “비닐하우스….”

 지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그걸 캐치한 정국이 얼른 그의 시선이 있는 방향을 따랐다. 별채 하나와 비닐하우스형 창고 두 개를 가진 집. 지금으로써는 군용 트럭을 숨겨두기에 가장 적합해 보였다. 차를 세운 정국이 총을 메고 먼저 운전대에서 내렸다. 방아쇠에 손을 댄 채로 조심조심 사위를 살폈다. 열려 있는 커다란 대문, 여기저기에 있는 총알 자국. 반쯤 열린 철문 뒤에 등을 붙였다. 문 너머가 조용하다.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판이 들었다. 정국이 빠르게 들어섰다. 그가 총을 겨누고 있던 팔을 떨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내려? 내려?”

 진규가 창문을 열고 속삭이듯 물었다. 그러자 정국이 굳은 표정으로 다시 나와 대문을 활짝 열었다. 트럭이 들어갈 정도의 너비였다. 그가 운전석에 오르자 지민과 진규가 입을 합 다물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정국이 천천히 대문 안으로 트럭을 밀어 넣고는 비닐하우스형 창고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곤 다시 차에서 내려 대문을 원래 있던 대로 반만 열어두었다.

 “그건 왜 열어놔? 잠가야지!”
 “생각이란 걸 좀 해.”

 그의 대답에 진규가 뒤늦게 아- 하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문을 잠가 놓으면 누군가가 숨어들었다는 것을 쉽게 들킬 것이다. 정국은 시종일관 굳은 얼굴을 한 채 창고 문을 열고는 그 안에 트럭을 몰아넣었다.

 “정국아, 근데 표정이 왜그렇…, 헉.”

 진규가 정국의 표정을 살피면서 트럭에서 내려 창고 밖을 나오자마자 놀란 듯 숨을 참으며 멈춰 섰다. 눈앞에 펼쳐진 마당의 모습은 처참했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커다란 개 두 마리. 그 중에 한 마리는 사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새까맣게 변이한 상태였다. 그리고 마당 한 가운데에는 한쪽 다리가 잘린 채 누워있는 남자의 시신이 있었다. 뒤따라 내린 지민 역시 그 광경을 보고는 놀라 제 입을 틀어막았다.

 “개자식들.”

 정국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욕을 내뱉었다. 마당 가운데에 다리가 잘린 채로 있는 남자는 분명 변이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피가 고여 있었고, 가슴팍에도 총을 맞았는지 입고 있는 상의가 온통 시뻘겠다. 그의 손에는 핏물에 젖은 도끼가 들려 있었다.

 “잔인하다. 다리는 왜 자른 거야?”
 “후….”

 정국이 놀란 지민의 눈을 바닥으로 가리며 고개를 돌려주었다. 그리곤 어깨를 감싸 안고 천천히 주택의 현관을 향해 걸었다. 그때, 누워있던 시신에게서 앓는 소리가 났다. 뒤따르던 진규가 그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 펄쩍 뛰었다. 시신이 아니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다.

 “으… 으으…….”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피가 잔뜩 튄 아래턱을 덜덜 떠는 남자. 정국이 얼른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남자가 눈을 가까스로 뜨고 동공이 풀린 채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

 정국이 조심스레 남자를 불렀다. 그러자 남자의 동공이 천천히 정국에게로 돌아갔다. 분명히 살아 있다. 남자가 도끼를 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내… 내 딸… 우리 딸….”
 “예?”
 “흐으… 내 딸… 죽였어. 계엄… 군, 내, 딸….”

 남자가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그의 눈꼬리에서 눈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정국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정국은 눈을 돌려 그의 몰골을 살폈다. 무릎 아래로 잘려져 있는 다리. 그럼 잘려나간 다리는 어디 있지? 마당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가까운 곳에 새까만 나무토막처럼 생긴 것을 발견했다. 정국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건 분명 사탄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다리였다.

 “아저씨! 정신 차려보세요. 아저씨!”
 “으… 어….”

 남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고통스러운지 입을 벙긋거리며 무어라고 계속 말을 하는 듯했다. 정국이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가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남자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던 정국의 표정이 이내 확 굳었다.

 “정국아, 뭐야? 뭐래?”
 “…….”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새하얗게 질려 있는 피부는 마치 송장을 보는 듯했다. 동공의 움직임이 굳은 듯 멈추고, 거칠게 내쉬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국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바닥을 남자의 눈꺼풀위로 가져다 댔다. 부릅뜬 그의 눈을 감겨주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정국이 몸을 일으켜 빠르게 현관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문이 잠겨있었다. 정국이 다시 죽은 남자에게 다가와 그의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카드키가 손에 잡혔다. 지민과 진규는 영문을 모른 채 정국의 뒤를 따랐다. 정국이 카드키로 손쉽게 현관문을 열고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재빨리 거실과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는 유리창에 커튼을 쳤다. 암막 재질로 되어 있는 두꺼운 커튼을 치자 금세 거실이 컴컴해졌다.

 “창문 다 가려야 돼.”

 빠른 움직임으로 온 방마다 돌아다니며 창문을 확인했다. 그러나 커튼이 없는 창문도 더러 있었다. 빠르게 2층까지 올라가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일 만한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가렸다. 장롱에서 이불과 베개를 꺼내 커튼이 없는 창문틀에 무작정 쑤셔 박았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온 정국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 집에서 잠시 머무르자. 이 집 개가 먼저 감염된 모양이야. 아저씨는 감염된 개에게 발목을 물렸어. 그런데 봤지? 다리 잘린 거. 저 아저씨가 도끼로 자기 다리를 잘라냈어.” 
 “헉…!”
 “감염되지 않은 딸은 계엄군이 죽인 후에 끌고 간 모양이야.”

 아마 남자의 발목부터 변이가 시작된 것을 보고 총을 쏘고 내버려둔 모양이다. 딸은 왜 데려갔을까. 생각해보면 뻔했다. 감염되지 않은 일반인의 시신은 거두어가는 것이다. 뒤처리라도 하는 건가? 돌이켜 보니 도로에 전복되어 있던 차 안에도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변이되지 않은 시신은 전부 가져가는 게 분명하다.

 “그, 그럼… 저 아저씨는…”
 “군인들이 가고 나서 스스로 다리를 잘랐겠지. 그런데 봐. 아저씨 몸은 멀쩡하잖아? 변이가 시작된 부위를 잘라내면 더 이상 변이가 진행되지 않는 거지.”

 이 집의 주인은 제법 독한 사람이었나 보다. 스스로 자신의 다리를 잘라낼 생각을 했다니. 아마 저 남자의 사인(死因)은 잘라낸 다리와 총상에서부터 온 과다출혈일 것이다.

 “진규야. 폰 배터리 얼마나 있어?”
 “어… 아직 많아.”
 “충전기 있지?”
 “엉.”
 “찍어. 앞으로 뭐든 발견하면 다 찍어놔. 사진이든 영상이든.”

 혹시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고 살아남았을 경우, 계엄군이 한 짓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신을 다 끊어놓고 사실과는 다른 뉴스를 전하는 걸 보면, 분명히 다른 지역 사람들은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정국의 말에 진규가 신난 얼굴로 거실의 커튼을 살짝 열어 폰 카메라를 올렸다. 줌을 당겨 남자의 시신과 마당의 풍경을 영상으로 담았다.





 발병 당일 : 생존



 집 문을 단단히 잠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암막 커튼을 쳐 두어 거실에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정국은 스위치 하나를 눌러 보조등 켜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수도는 아마 다 차단했을 것이다. 수돗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기 때문이다. 정국은 이 큰 집에 정수기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천만다행인가? 정국이 얼른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 생수통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주방에 있는 서랍과 다용도실 문을 열어 보니 생수가 박스 채로 쌓여 있었다. 운이 좋았다.

 정국은 일단 차가운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여태 긴장하느라 갈증이 나는 것도 몰랐다. 배낭에 챙겨 넣었던 물과 음료수도 냉장고 안에 쑤셔 넣고, 컵 두 개에 물을 가득 따라 소파로 향했다. 구급상자를 찾아낸 지민이 진규의 팔에 있는 총상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아아, 쓰읍… 아파. 형.”
 “조금만 참아요.”
 “아으으으, 쓰라려, 으읏.”
 “…….”

 진규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제 팔에 소독약을 붓고 있는 지민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걸 본 정국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엄살은. 총알 박힌 것도 아닌데.”

 정국이 다가가 그들의 손에 물 컵을 쥐어주고는 지민을 옆으로 밀어냈다. 소독약을 붙잡고 진규의 총상 위에 사정없이 퍼부었다. 진규가 물을 허겁지겁 마시다 말고 푸웁- 하고 내뿜으며 괴로워했다.

 “야야야!!! 너무 아프다고!!!”
 “참으라고.”

 총상은 다행히 깊지 않았다. 총알이 스치면서 살점이 조금 떨어져나가긴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정국이 환부에 가루약을 듬뿍 뿌리고는 반창고와 거즈를 대고 진규의 팔에 붕대를 둘렀다. 순식간에 어설픈 처치가 끝났다. 진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소파 위로 축 늘어졌다.

 “흐어…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

 정국은 지민의 다리를 잡아 당겨 그의 발목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지민은 씻지 않은 발을 내민 것이 민망했는지 몸을 움츠렸다. 정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발목을 이리저리 매만지더니, 살짝 부어오른 곳에 파스 냄새가 가득한 스프레이를 치익 뿌렸다.

 “내가 보기에 뼈는 괜찮은 것 같은데.”
 “네. 걸을 수는 있으니까요.”
 “우리 살아남으면,”
 “…….”
 “병원 같이 가줄게.”

 그 말에 지민이 입꼬리를 당겨 조용히 웃었다. 정국은 그의 발목을 몇 번 더 주물러주다가, 손을 잡아당겨 냉장고 앞으로 향했다. 냉장고 안의 냉기가 시원하게 흘러나왔다. 온종일 땀을 흠뻑 흘리고 있다가 시원한 곳 앞에 서니 기분이 좋은지 지민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배고프지?”
 “…….”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지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정국이 빙긋 웃어주고는, 냉장고 안에서 먹을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꺼냈다. 만들어져 있는 반찬 류가 제법 있었다. 전기밥솥에는 쌀밥이 한 가득 지어져 있다. 하지만 감염된 수도를 사용해서 만든 반찬이면 어쩌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바이러스가 어느 온도에서 파괴되는지, 어느 정도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정국은 하는 수 없이 냉동칸을 뒤적였다. 다행히 레토르트 식품들이 나왔다. 냉장고 옆 찬장 안에는 라면 류도 다양하게 있었다.

 정국은 냉동만두를 꺼내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그 사이 기절한 듯 진규가 금세 코를 골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가 쏟아진 모양이었다.





*






 집 안이 무더웠지만 에어컨을 켤 수는 없다. 실외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찾아낸 선풍기를 틀었다. 진규는 거실 소파에 늘어져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고, 정국과 지민은 소파 밑 바닥에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바깥은 어두컴컴했다. 일부러 마당에 놓아둔 집 주인의 시신에는 곧 구더기가 들끓을 것이다. 구태여 시신을 수습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라도 이 앞을 지나갈 계엄군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창고 문만 열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군용트럭. 이 안으로 군인들이 순찰을 돈다면 들키기 쉽다. 그러나 마당 한 가운데에 악취가 나는 시신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날씨가 더우니 시신의 부패 속도도 빠를 것이다.

 어두워졌으니 군인들이 돌아다니는 일도 적을 것이다. 중요한 군사 작전이 아닌 이상 야간에는 무언가를 하는 것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어둠은 계엄군에게 쥐약이다. 특히 앞을 보지 못하고 소리를 따라 움직이는 사탄을 상대하기에는 더더욱. 컴컴한 상황에서 언제 물릴지 모를 좀비를 찾으러 다니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밤에 서울로 빠져나갈 궁리를 했지만, 정국은 잠시 이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지혜롭게만 한다면 이 집은 안전한 방공호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 하세요?”
 “어?”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지민의 목소리에 정국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의 흐름이 끊겼다. 어두운 거실에는 불을 켤 수 없었다. 혹시라도 빛이 새어나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위는 무척 깜깜했다.

 “내 표정이 보여?”
 “음… 안 봐도 느껴져요.”
 “후배님이 보기엔 내가 어떤 것 같은데?”
 “슬퍼 보여요.”

 맞다. 슬펐다. 순식간에 후배들과 생이별했고, 불특정 다수의 죽음을 보았다. 총을 들어 무언가를 쐈고 군용 트럭을 훔쳤으며 집 주인의 시신을 마당에 널어둔 채 집 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 기분이 이상하고 복잡했다. 제대 후 평화롭고 무료했던 나날이 한 순간에 뒤바뀐 것이다.

 “후배님은.”
 “…….”
 “후배님은 어떤데?”

 뻔한 질문을 했다. 지민은 한참 말이 없더니, 대답 대신 손을 더듬어 정국의 손을 찾아 잡았다. 뜨끈한 손바닥이 맞닿고, 손가락끼리 얽으며 깍지를 꼈다.

 “무서운데….”

 지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정국은 제 손을 잡은 지민이 자신을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종일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며 그 고생을 함께 했으니 당연히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왠지 기분이 묘해졌다. 정국이 잡은 손을 조금 더 가까이 끌었다. 그러자 가벼운 지민의 몸이 힘없이 딸려 왔다.

 “나랑 있어서?”

 짓궂게 물어오는 말에 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마주친 눈동자는 희미했지만, 정국은 알 수 있었다. 지민의 눈가가 물기로 축축하다는 것을.

 “선배는… 계속 저를 구해주네요.”
 “어쩌다보니.”
 “어젯밤에도 그렇고….”

 지민이 마피아게임을 하던 날 밤 얘기를 꺼냈다. 순간 정국은 지민이 제 품에서 사라졌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괜한 소리를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어 궁금함을 꾹 삼켰다. 대신 비슷하지만 애매한 말을 던졌다.

 “후배님 안고 자니까 잠 잘 오더라.”
 “…….”
 “오늘도 안고 잘래?”

 정국이 장난스러운 투로 물었다. 아마 주위가 밝았더라면 지민의 귀가 빨개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문득 김윤성이 왜 지민을 끼고 다니려고 했는지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저 땀 냄새나서….”
 “응?”
 “씻고 싶어요.”

 갑작스런 지민의 말에 정국이 물음표를 달았다. 안고 잘래? 하고 물었더니 땀 냄새가 나니 씻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피식 웃음이 샜다. 진짜로 안고 자려고 하는 줄 알고 제 몸을 씻겠다는 것이다. 정국이 큭큭 낮게 소리 내며 웃었다.

 “왜 웃으세요?”
 “아, 미안.”
 “웃으니까… 보기 좋네요.”

 ‘왜 웃어?’
 ‘아, 미안해요.’
 ‘웃으니까 귀엽네.’

 갑자기 콘도 방 안에서의 대화가 생각났다. 정국은 뱃속 어딘가가 간지러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헛기침을 큼큼하고는, 손가락으로 주방 쪽에 있는 생수 박스를 가리켰다.

 “수도는 못 쓰니까 생수로 씻어. 이 집 생수 많더라.”
 “…….”
 “왜?”

 대답이 없는 지민을 향해 물었다.

 “같이 가주세요.”
 “어?”
 “무서워서….”

 지민이 손끝을 매만지며 말했다. 어둠에 익숙해진 정국의 눈이 지민의 숙여진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내 그의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자신보다 두 살이 많은 지민인 걸 알지만, 어쩐지 연하를 대하는 것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그건 자신이 선배라는 이유도 있지만 지민이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후배님, 손이 많이 가는구나.”

 정국이 먼저 벌떡 일어나 생수 두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었다. 지민이 마찬가지로 생수 두 병을 챙기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정국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화장실 안을 확인했다. 다행히 화장실에는 창문이 없었다.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자 노란 욕실 조명이 들어왔다.

 “여긴 불 켤 수 있다. 그럼 씻어.”

 물을 두 통 더 가지고 온 지민을 의아하게 바라보고는 그를 욕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지민이 다급하게 정국의 티셔츠자락을 붙들었다. 정국은 왜? 하고 행동을 멈추며, 노란 조명 아래에 서 있는 말간 지민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땀과 먼지가 잔뜩 묻어 옷은 더러웠지만 유독 창백한 탓에 살갗에 코를 가져다 대면 향기라도 날 것처럼 보였다.  

 “가, 같이 씻어요.”

 얼굴을 붉히며 내뱉는 말에 정국의 표정이 미묘하게 상기됐다.





*






 정국은 거실 맨바닥에 드러누워 새까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옆에는 잠든 지민이 자신의 상체를 끌어안고 색색 규칙적인 숨을 뱉고 있었다. 정국은 팔베개를 내어준 채로 팔을 쭉 뻗고 있다가, 조심스레 팔꿈치를 접어 지민의 작은 머리통을 제 품 쪽으로 당겨 안았다. 어느새 말라 있는 머리카락에서 좋은 샴푸 향이 났다. 정국이 코끝을 그의 이마에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간지러운지 지민이 몸을 조금 꿈틀거리며 정국을 더 깊게 끌어안아 왔다.

 “하…….”

 나 미친놈인가.
 이 와중에 성욕이….

 정국은 조금 전 지민과 함께 씻던 장면을 떠올렸다. 군대에서 2년 내내 본 게 샤워장에서 홀딱 벗은 사내자식들 알몸인데, 지민이 제 앞에서 등을 돌리고 옷을 벗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힐끔거렸다. 땀에 축축하게 젖은 티셔츠와 바지를 느릿하게 벗고, 마지막 남은 브리프까지 천천히 내리는 뒷모습. 날씬한 몸에 통통하게 솟아오른 엉덩이와 길게 뻗은 마른 허벅지.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지민의 뒷모습을 눈에 새기고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쪼그려 앉아서 생수를 대야에 부어 천천히 몸에 끼얹는 지민을 보며 정국 역시 옷을 벗었다. 나체가 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생수를 사용해서 각자 몸을 씻어냈다. 하루 동안 흘린 땀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서 개운했다.

 정국이 생수 한 통을 새로 뜯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등에 미끄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흠칫 놀라 돌아보자 지민이 제 손에 샤워젤을 묻힌 채로 정국의 등에 문지르고 있었다. 지민은 물에 젖은 얼굴로 눈을 내리깐 채 정국의 등에 샤워젤을 바르는 것에 열중했다. 온종일 잡고 다니던 손으로 등의 살갗을 문지르는 감각에 온몸에 털이 쭈뼛 설 것 같아서, 정국은 화들짝 몸을 빼며 사양했다.

 “후배님, 자?”

 함께 샤워하던 순간을 떠올리자 괜히 심장이 뛰었다. 아, 너무 굶었나. 별 스킨십도 아닌데 기분이 이상한 걸 보니 역시 군대가 사람을 망쳐놓는 건가 싶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도 지민은 미동 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여전히 소파 위에서는 진규가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러다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컥컥대기도 하니 영 거슬렸는데, 정말 피곤했던 모양인지 금세 잠들어버린 지민이 신기했다.

 정국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제 몸통을 끌어안고 있던 지민의 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정국은 새 옷을 갈아입고 기절한 듯 잠든 지민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낮에 그랬던 것처럼 그의 허리와 오금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한 팔에 들어 안았다. 몸이 늘어져 있어서 떨어질까 봐 단단히 받쳐 들고는 침실 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지민을 침대에 눕혔다. 지민이 허리를 조금 뒤척이며 이마를 찌푸렸다.

 “잘 자.”

 그를 내려놓고 상체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지민의 팔이 스르륵 정국의 목에 감겼다. 정국은 놀라 그대로 굳었다. 침대 위에 무릎 한쪽만 올린 채로 어정쩡하게 버티고 있는 웃긴 자세였다.

 “안 잤어?”
 “깼어요.”
 “편한 데서 자라고. 바닥 딱딱하니까.”
 “선배는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말할 때마다 입김이 닿을 정도였으니. 정국은 침대 위에 받친 제 팔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가지 말라는 듯 갑자기 목을 끌어안고 매달려 있는 지민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어. 나는 뭐 아무 데서나,”
 “…….”

 그러나 제 얼굴을 빤히 보며 입술을 오물오물 머뭇거리는 지민의 표정을 보며 말을 멈췄다. 그리곤 지민의 이마에 제 이마를 콩, 아프지 않게 찍고는 코끝을 맞대었다.

 “왜.”
 “…….”
 “같이 자고 싶어?”

 대놓고 물어보는 말에 지민이 당황했는지 제 아랫입술을 꾹 깨물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그가 끄덕인 순간 아랫배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이 느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이상한 건 확실했다.

 “난 왜 이렇게,”
 “…….”
 “후배님이 날 꼬시는 것 같지?”

 정국의 서늘한 눈빛이 지민의 얼굴에 직선으로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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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re  | 1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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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이 못 살아  | 190428   
랠리님 감사합니당 진짜 쉬시면서 글 쓰세요 진짜 글에 영혼이 담겨 있는 느낌 진짜 글이 너무 재밌구 진짜 콩닥거리고 막 진짜 다하세요 랠리님이 진짜 회지 싹 쓸어 올거에요ㅠㅠㅠ 흑흑 항상 감사합니당
지미니미니  | 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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