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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08 랠리 씀

The Last Of Us - Main Theme

아마겟돈
08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후배님, 정신 차려. 똑바로 봐. 나 누구야.”

 정국은 정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알 수 없는 지민을 내려다보며 혼란스러웠다. 지민은 여전히 제 좆을 붙잡은 채로 멍하게 손을 움직였다. 콧잔등을 찌그러뜨리며 이를 내보인 정국이 그의 손목에 있는 힘줄을 아프게 눌렀다. 그러자 앓는 신음과 함께 지민의 손에서 힘이 단숨에 풀렸다. 정국은 그대로 지민의 몸을 끌어당겨 눕히고는 그 위에 올라탔다.

 “윤성 선배…….”
 “하, 돌아버리겠네.”

 느릿하게 눈을 껌뻑이는 걸 보니 깨어 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잠꼬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혹시 몽유병인가.

 “박지민.”
 “네에…….”

 이름을 부르자 말끝을 늘이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제 아래를 빨아대는 마찰로 인해 붉게 부푼 입술이 움직이며 그 사이로 뜨거운 숨이 새어나왔다. 정국은 갑작스러운 자극으로 민감해진 부위를 다스리려 노력했다. 다시 갖춰 입은 바지 안에 갇혀 있는 아래가 성난 것처럼 불끈거렸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에게 충동적인 행동을 할 만큼 덜 된 인간은 아니었기에, 정국은 콧김을 뿜으며 참아내려 애썼다.

 “후배님이 나를 죽이겠어. 아주.”

 정국이 한숨처럼 중얼거리고는 아직도 나른하게 눈만 깜빡이는 지민의 뺨을 매만졌다.

 “놔요… 놔, 놔… 주세요….”
 “나 전정국이야. 정신 차려 봐.”
 “그런 거… 싫은데….”
 “김윤성 그 씹새끼가 아니라고.”

 두서없이 웅얼거리는 말을 들으니 화가 치솟았다. 만약 눈앞에 김윤성이 있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근지근 밟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민은 자신을 멍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명히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어쩐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정국은 지민의 반듯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고, 손가락을 펴 그의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숱이 많은 그의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사이에 잡혔다.

 그러자 갑자기 나른하게 풀려 있던 지민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그러더니 정국의 손을 탁 쳐냈다. 마치 불쾌한 것을 대하듯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정국은 눈을 크게 뜨고 멈칫했다.

 “…놔!”
 “후배님?”
 “싫어! 더, 더러워…!”

 지민이 발작하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정국이 그를 진정시키려고 양 팔을 감싸 잡고 흔들었다. 만약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어서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신 차려. 나 정국이야. 전정국.”
 “흐으…….”

 이번에는 지민이 눈을 질끈 감으며 우는 소리를 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행동이 바뀌었다. 지민은 어깨를 떨며 흐느끼는 소리를 내다가 눈물을 흘렸다. 정국은 왠지 마음이 아파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의 몸을 껴안고 누워 등을 살살 매만져주었다. 지민이 아기처럼 몸을 웅크리며 그의 품속에서 울었다.

 “미치겠다.”

 살면서 이런 경우를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정국의 심장이 쿵쿵 울렸다. 지민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가슴이 아파옴과 동시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었다. 무작정 뭐라도 때려 부수고 싶은 폭력적인 기분이 들었다. 진정하자, 진정. 어차피 김윤성은 죽었잖아. 정국은 제 마음을 다스리려 끝없이 되뇌었다.

 “……윤성 선배.”
 “…….”
 “그냥 죽어요.”

 또다시 지민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싸늘한 톤으로 나지막이 말한 지민이 눈물에 푹 젖은 속눈썹을 들고 정국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마치 그가 김윤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냥 죽으라는 소리에 정국은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불안정한 호흡을 가다듬었다.

 “죽어.”
 “…….”
 “선배는 무슨…. 넌 잘 죽었어.”

 정국은 자신이 방금 무얼 들은 건지 되새기며 깨달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지민의 눈꺼풀이 닫혔다. 한 순간에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숨소리를 내며 온순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조금 전에 혼란스러운 말들을 내뱉었던 낯선 표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국은 침을 꼴깍 삼켰다. 어쩌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손을 들어 제 뺨을 꼬집었다. 생생한 감각을 보니 지금이 꿈속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지민이 꿈속을 헤매고 있는 모양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잠든 지민의 뺨을 어르며 정국이 조용히 읊조렸다. 지민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 정보가 없어서 불안한 것은 좀비를 대하는 것이나 지민을 대하는 것이나 비슷했다. 정국은 답답하게 꽉 막혀오는 제 가슴 위에 손을 얹고 깊은 탄식을 토해냈다.





 발병 4일째



 밤새 선잠을 자며 뒤척이던 정국은 일찌감치 1층으로 내려갔다. 어젯밤 일찍 잠들었던 진규가 배고팠는지 생 라면을 부셔 먹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정국을 보며 아작아작 라면을 씹어 먹던 진규가 눈치 빠르게 몰골을 살폈다. 푸석한 얼굴이 영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 같았다.

 “오… 밤새 뭘 하느라 잠을 못 잔 겐가?”
 “하여간 눈치는 빨라가지고.”

 정국은 펼쳐 놓은 라면 봉지 위에 올라와 있는 라면조각을 입 안에 넣었다. 진규가 눈을 과장되게 뜨더니 팔꿈치로 정국의 팔을 툭 밀었다.

 “오올… 역시 용사에게는 미인이 필요한 법이지.”
 “시끄럽다. 그런 거 아냐.”
 “그런 거라니? 그게 뭔데용? 진규는 모르겠어용.”
 “나 지금 장난 칠 기분 아니야.”

 주접을 떨던 진규가 낮게 가라앉은 정국의 대꾸에 입을 합 다물었다. 그리곤 뭐 때문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미지근한 생수통을 들고 꿀꺽 꿀꺽 한참을 들이키던 정국이 입가를 닦았다. 자신을 향해 궁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진규를 향해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였다.

 “신입생 OT때 김윤성이 박지민 침 발랐다고 했지. 혹시 뭐 더 아는 거 없어? 아무거나 괜찮아.”
 “음… 글쎄. 뭐가 더 있었나?”
 “잘 생각해 봐.”
 “너도 알다시피 신입생한테 술 강요 안 하잖아. 그때 술 마실 애들만 모이고 신입생들은 거의 다 잤어. 지민이 형도 신입생이었으니까 술자리에 없었고.”
 “그래?”
 
 정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들이 졸업할 나이, 스물네 살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박지민. 김윤성이 아무리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두 살이 많은 형에게 처음부터 제멋대로 굴진 못했을 것이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김윤성도 술자리에 없었네? 그때 김윤성이 말아주는 술 받아야 하는데 어디 갔냐고 다들 뭐라 했거든. 그 새끼가 술자리 빠질 놈이 아닌데 없어져서 좀 이상하긴 했지.”
 “김윤성이 OT 첫날부터 치근덕거렸어?”
 “어… 아마도. 내가 보기엔 그랬어.”
 “네가 뭘 봤는데.”
 “음… 그날 뭘 본 건 아니고, 그냥 뭐랄까…. OT 끝나고부터 김윤성이 지민이 형 얘길 많이 했으니까. 학생회실에 갑자기 데리고 와서 학생회 명단으로 넣어버렸고.”

 자신이 없는 동안의 지민이 궁금했다. 정국은 다시 생수를 들이켰다. 신경 쓰인다. 간밤에 보았던 지민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아냐.”
 “연애하니까 과거가 막 거슬려?”
 “시끄러.”

 정국은 거실로 걸어와 소파 위에 몸을 늘어뜨렸다. 피로가 밀려왔다.

 ‘그냥 죽어요.’
 ‘선배는 무슨…. 넌 잘 죽었어.’

 그 말을 하던 지민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원망이 가득한 눈빛. 그 눈빛이 향하고 있는 건 김윤성이었다. 자꾸만 발병 당일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지난 일을 꺼내보게 된다. 지민은 왜 제 품을 빠져나갔을까. 새벽 내내 계속 그를 안고 잤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착각한 걸까. 그는 새벽에 김윤성을 만났을까. 김윤성의 죽음을 보았을까.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정국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탄식했다. 마른세수를 하다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헤집고 소파 위에 얼굴을 푹 묻었다. 그런 정국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진규는 라면을 소리 나게 씹었다.



 한참 뒤 일어난 지민이 조용히 1층으로 내려왔다. 정국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그를 돌아보았다. 지민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하고는 생수병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뒤 말끔하게 씻은 지민이 정국의 옆에 앉았다. 진규는 벌써부터 더운지 대리석 바닥에 몸을 붙이고 뒹굴거리고 있었다.

 “후배님, 괜찮아?”

 정국의 물음에 지민은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진규는 간밤에 둘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왜요?”
 “밤에… 기억 안 나?”

 그러자 지민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 정국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 변화를 캐치하고는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둘이서만 할 얘기가 있다는 듯 그를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진규는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감지하고는 쩝,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셨다.

 방에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정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네.”
 “내가 후배님을 의심해서 묻는 건 아니니까.”

 정국의 낮게 깔린 말투에 지민이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심각한 분위기에 졸아붙은 건지 그의 표정에 겁이 서렸다.

 “김윤성 죽은 날, 혹시 봤어? 죽은 거.”
 “…….”

 그 말에 지민이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무서워하고 있었다. 정국이 그의 키에 맞춰 몸을 숙이며 다시금 물었다.

 “혹시 새벽에 김윤성 만났냐고 묻고 있는 거야.”

 벽에 바짝 붙어 선 지민이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까만 눈동자를 들어 정국에게 똑바로 맞춰왔다.

 “선배는… 뭐가 알고 싶은 거예요?”
 “후배님과 김윤성에 대해.”
 “선배가 저 안고 잤잖아요. 그날.”

 지민은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어젯밤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돈되어 있었다. 시선을 맞춘 채로 깜빡이는 눈꺼풀 역시 매우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정국은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그건 지민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는 의문이었다.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상황이 되면 궁금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랬지. 근데 후배님은 어젯밤 일을 기억 못하는 것 같네.”
 “어젯밤…….”

 정국의 말에 지민은 대꾸를 하려다 말고 말을 삼켰다. 떨려오는 손을 등 뒤로 감추고는 숨을 가늘게 쉬었다. 정국은 그의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린 것을 알아챘다. 분명히 지민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걸 알지만 찜찜해지는 마음을 통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지민에 대한 감정이 자꾸만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꿨어요. 아주 나쁜 꿈.”
 “악몽이야?”
 “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혹시 잠꼬대를 했나요?”

 그건 잠꼬대라기엔 너무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표정과 목소리였다. 정국은 의지할 상대가 서로뿐인 이 상황에서 지민이 자꾸만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 잠꼬대 한 거였나 보다.”

 지민의 목울대가 출렁였다. 정국은 그의 모습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눈에 담았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정국의 얼굴은 마치 정성스레 빚고 깎아놓은 조각상 같았다.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지민은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제가 윤성 선배를 만났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뭐?”
 “윤성 선배는 바이러스에 감염 됐잖아요.”
 “그래…. 후배님 말이 맞아.”

 지민의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그날 밤 지민이 윤성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윤성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탄이 되었고, 그건 지민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설사 지민이 그가 감염되는 장면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

 ‘잘못… 했어요…….’

 그런데 왜 자꾸 생각 나냐고. 시발.

 정국은 홧김에 지민의 뒤편에 있는 벽을 주먹으로 쳤다. 그러자 깜짝 놀란 지민이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미안. 자꾸 그 좆같은 새끼가 생각나서.”
 “…….”
 “그때 콘도에서 김윤성을 패죽였어야 했는데.”

 아려오는 주먹을 털어내고는 긴장한 채로 서 있는 지민의 양팔을 쓸어 만졌다. 이내 그의 흰 뒷목에 한쪽 손을 감으며 이마끼리 가까이 마주 댔다.

 “키스할래? 지금.”
 “…….”

 정국은 대답 대신 조용히 눈을 감는 지민에게 거칠게 입술을 맞댔다. 앞니가 부딪치고, 입술 전체가 삼켜질 정도로 버겁게 밀어붙이며 혀를 밀어 넣었다. 숨이 막혔는지 고개를 뒤로 빼려는 지민의 목을 단단히 붙잡고 더 가까이 잡아당겼다. 뜨겁게 밀려들어간 혀가 지민의 입천장을 긁고, 잇몸 안쪽을 아무렇게나 만져대며 자극했다. 홧김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지민은 숨이 찬 듯, 뭍에 올라와 아가미를 뻐끔거리는 붕어처럼 호흡했다.

 “하아… 하, 읍.”

 하지만 그 호흡마저 금방 정국에게로 먹혀들어갔다. 허겁지겁 입술을 찾는 움직임에 지민은 다리가 점점 풀려왔다. 그의 몸에 힘이 빠지고 있는 걸 알아챈 듯, 정국은 허리에 팔을 단단히 두르며 잡아당기고는 몸을 움직였다. 벽에 붙어 있던 지민의 등이 떨어지고 이내 침대 위에 털썩 눕혀졌다. 정국은 그의 몸 위에 무게를 실은 채로 겹쳐서 다시 진득하게 입술을 빨았다.

 “으응….”

 잇새로 새는 소리를 들으며 정국은 혀끼리 엉겨 붙는 소름 돋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다. 지민은 침대 시트 위에 종아리를 비비며 버둥거리다가 팔을 들어 천천히 그의 목에 둘렀다. 목 뒤로 교차된 손이 정국의 귓바퀴를 만지작거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이 키스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






 “트럭에 또 간다고?”

 진규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멧돼지랑 그 난리가 나놓고서 또 위험을 무릅쓰고 집 밖으로 나가겠다는 정국이 이해 안 간다는 눈치였다. 정국은 총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야구방망이를 들었다. 2층 아들 방에 있던 것이었다. 어차피 사탄이 나타나도 소리 때문에 총은 쏘지도 못할 테니, 방망이를 마구 휘두를 작정이었다.

 “라디오 들어야 해. 진규야 너 폰 꺼놨지?”
 “어엉. 왜?”
 “보조배터리 있어?”
 “큰 거 하나 있어. 그건 왜?”
 “잘 됐다. 나도 하나 있거든. 삼일 뒤에 가평에 취재진이 들어올 거야. 그때까지 최대한 배터리 아껴 써. 기자들 만나면 찍은 영상들 보여주자. 그동안에 증거 남길 수 있는 거 틈틈이 찍고.”
 “헉, 취재진?”
 “이것도 뉴스에서 들은 거야. 기자들이 어디로 올지 모르니까 그때까지 계속 라디오를 듣는 게 좋겠어. 무슨 정보라도 건져야지.”
 “방망이가지고 되겠어? 칼이라도 가져가던가.”
 “너 사탄 안 때려봤지. 걔네 은근 약해. 한주먹이야.”

 정국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진규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혹시 모르니까 내가 창고쪽 주시하고 있을게.”
 “또 휘파람 불려거든 걸쇠는 잠가놓고 해라.”

 미련 없이 신발을 꿰어 신은 정국이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지민을 슥 보더니 조용히 웃으며 돌아섰다. 지민은 정국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나타내고 있으나, 차마 말은 꺼내지 못했다. 탁,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국의 모습이 사라졌다. 진규는 그의 말대로 현관문 잠금장치 맨 위의 걸쇠를 걸었다. 그리고는 서 있는 지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국과 지민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기운. 이게 말로만 듣던 사랑싸움인가? 진규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생각에 잠겼다.



 정국이 갑자기 작년 신입생 OT 이야기를 꺼낸 게 마음에 걸렸다. 진규는 지난 해 동안 윤성이 지민에게 어떻게 해왔는지 많은 것을 지켜봐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진규 역시 김윤성을 어지간히 싫어했다. 심지어 아직 정국에게 말하지 못한 것들도 있었으니까.

 “지민이 형.”
 “네.”
 “정국이랑 왜 어색해? 싸웠어?”
 “…아니에요.”

 진규는 터벅터벅 걸어 소파에 앉았다. 이제 이 찜통 같은 더위에는 조금 익숙해졌다. 진규가 테이블에 있던 신문을 접어 부채질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나 사실, 김윤성한테 들은 거 있는데.”
 “…네?”
 “정국이한텐 말하기 좀 그래서 안 말했어.”

 그 순간 지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진규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피더니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렸다.

 “음… 그니까, 나도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김윤성 그 자식이 워낙에 떠벌리고 다녔어가지고. 뭐 그렇다고 그 자식 말을 다 믿은 건 아닌데.”
 “…….”
 “그게, 음… 형이 잘 빠, 빨아준다고… 그런 소리를….”

 진규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민망한지 헛기침을 큼큼 했다. 지민의 동공이 커지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진규는 괜히 말했나 하는 생각에 제 머리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정국이 갑자기 옛날 얘기를 물어본 게 신경 쓰여서, 궁금한 건 지민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 빨아준다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상해서.”
 “…….”
 “형 김윤성 싫잖아.”
 “…….”
 “혹시 약점 잡혔어? 정국이한테는 이런 거 말 안할게.”

 지민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진규가 묻는 말에 한 마디도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아래턱이 덜덜 떨리려는 걸 꾹 참으며 지민은 숨을 쉬는 걸 까먹은 사람처럼 멈춰버렸다.

 “이게 왜 궁금하냐면… 혹시 형이 그 자식한테 약점이라도 잡혔나 싶어서. 항상 그게 궁금했거든. 형 표정 보면 김윤성이 달라붙는 거 엄청 싫어하는 눈치였는데, 김윤성은 시도 때도 없이 그런 말 자랑처럼 하고 다녔으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그… 잘 빤다고… 그런 말을 OT 다음날부터 했단 말이지.”
 “…….”
 “자기가 시키는 건 다 잘한다고… 그러더라고.”

 지민은 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에 얼굴을 가득 묻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괴로워하는 건지, 우는 건지, 통 알 수가 없었으나 진규는 마음이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형! 나는 그런 거 안 믿어! 진짜야. 근데 왜 물어보냐면,”
 “…….”
 “사실 아까 정국이가 물어봤거든…. OT때 무슨 일 있었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민이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겁에 잔뜩 질려 있는 표정이었다. 진규는 지민이 OT 얘기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왠지 더 물어봐서는 안 될 것 같단 생각에 꾹 삼켰다.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한 건진 모르겠는데… 만약 둘이 연애하는 거면, 음, 정국이가 이상한 소릴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 오해면 푸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하아….”
 “만약 김윤성한테 뭐 약점 잡힌 게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내가 정국이한테 해명해줄 수도 있어. 진짜야. 나 말빨 좋은 거 알지?”

 진규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여전히 굳은 채로 겨우 숨을 쉬는 사람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그런 모습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들어 진규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윤성은 천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지민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정국은 트럭의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켰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볼륨을 낮췄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대의 같은 채널이었지만 음악이 나온 뒤로는 시답지 않은 이야길 하며 수다를 떠는 방송이 나왔다. 아무래도 뉴스가 계속 나오는 시간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국은 속이 타서 채널을 돌렸다. 움직이는 주파수 숫자를 보며 미세하게 돌리다가 귓전에 박히는 앵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황급히 멈췄다. 라디오 CM이 들렸다. 다행히 뉴스 전문 채널인 듯했다.

 「 숙주를 옮겨 다니면서 계속 진화하는 방식인 거죠. 바이러스가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숙주를 완전히 잠식하고 나면 다른 숙주로 옮겨가고자 하는 특징이 있는데, 치아에 묻어 있는 체액과 구강 점막 세포를 새 숙주의 혈액으로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

 사탄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인터뷰 뉴스인 모양이었다. 정국은 그걸 들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숙주… 바이러스 진화…. 말하자면 사람들 모두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을 옮겨 다니면서 조금씩 변화 양상을 보이며 진화한다는 것이다. 정국은 처음 콘도 앞에서 좀비가 각성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각성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각성 속도가 빨라졌다. 바로 이런 것을 진화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 앞으로도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할 겁니다. 이렇게 빠른 감염추이를 보인 바이러스는 역사상 없었습니다. 」
 「 박사님의 바이러스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습니까? 」
 「 가평에서 채취한 감염자의 샘플을 계속 분석하고 있습니다. 며칠 사이 바이러스 변이가 많이 진행된 걸 확인했죠. 생명력이 아주 강한 바이러스입니다. 」
 「 아직은 분석 단계에 있다, 이 말씀이시군요? 」
 「 그렇습니다. 전이 속도가 무척 빨라서 저희 연구소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

 정국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생명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을 옮겨 다니며 점점 강해진다. 돌연변이처럼 어떻게 튈지 모르니 앞으로도 또 감염이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 사탄이 얼마나 강해질지, 하나도 확신할 수 없다. 더 끔찍하게 변하기 전에 어서 탈출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 계엄사령부 소속으로 연구소를 옮기신다는 말도 있습니다. 」
 「 정부에서 요구해온 바 있습니다. 아직은 정해진 게 없으니 이 부분은 말을 아끼는 것이 좋겠군요. 저희는 바이러스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  알겠습니다. 대한바이러스학회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습니다. OO대학교 의학연구소 김석진 소장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계엄군은 감염된 사탄에게서 샘플을 채취해서 연구소에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광범위하고 무자비한 감염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겠지. 연구의 목적은 무엇일까. 혹시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걸까. 이렇게 빠르게 감염되어 날뛰는데, 치료제 개발이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왠지 헛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큭….”

 갑자기 웃음이 샜다. 치료제라니. 사람들을 다 죽이고 있는 마당에 무슨 치료제야? 깜빡 속을 뻔했다. 바이러스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은 맞을까.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일 수도 있다. 이제 나라에서 말하는 그 어떤 것도 믿기가 힘들다.

 그럼 취재진 출입은?

 순간 정국은 목이 뻣뻣해졌다. 취재진이 출입할 거라는 사실은 과연 사실일까? 그때 토크를 주고받던 앵커와 전문가의 말이 진짜일까?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순간 좌절감이 몰려왔다. 만약 취재진이 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엄군이 마음만 먹으면 날조된 현장 영상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설마, 아니겠지. 언론까지 가담해서 사람들을 속일 수가 있을까. 그래봤자 경기도 부근으로 한정되어 있는 계엄령이다. 타 지역의 수많은 국민을 그렇게 쉽게 농간할 수는 없겠지.

 취재진은 반드시 와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발병 5일째



 먹을 것이 떨어졌다. 전기가 차단 된 이후로 냉장고 안의 모든 음식은 부패해버렸고, 찬장 안에 들어 있던 라면은 동이 났다. 통조림 류도 거의 다 먹어갔다. 취재진이 출입한다고 하는 날까지는 아직 이틀이 더 남았다. 진규는 허기가 지는지 배를 쓰다듬으면서 징징 우는 소리를 냈다.

 “뱃가죽이 등가죽이랑 달라붙을 것 같아.”
 “설마, 아닐걸. 거울 봐봐.”

 정국은 진규의 뱃살을 보면서 말했다. 진규는 그런 놀림은 별로 타격이 아니었는지 소파에 늘어져 허공을 향해 헛소리를 주절거렸다. 정국은 생각에 잠겼다. 집 안에 생수는 넉넉했지만 물만 먹고는 버틸 수 없는 노릇이다.

 “설탕이라도 타서 먹을까… 정국아.”
 “옆집 가볼까?”
 “엥?”

 그 말에 진규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지민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국을 살폈다. 정국은 거실 커튼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열어 밖을 좌우로 둘러보았다. 전원주택 몇 개가 모여 있는 동네. 좌우에도 비슷한 크기의 집들이 있다. 제법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듯해 보이는 집. 아마 다른 집에는 먹을 것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이틀 굶을 수 있는데, 우리 후배님은 안 되거든.”
 “뭐라는 거야?”
 “살 빠지면 안 돼. 내가 마음이 아파.”

 정국이 피식 웃으며 총을 주워들었다. 그러자 진규가 경악하며 벌떡 일어났다.

 “미친놈아, 옆집을 지금 가겠다고?”
 “어. 아까 계엄군 순찰 돌았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아… 무서운데.”
 “나 혼자 다녀올게. 너는 후배님이랑 있어.”

 야구방망이까지 챙겨 든 정국이 단숨에 신발을 신었다.

 “아악! 너는 뇌에서 행동으로 바로 옮겨지냐? 전정국 진짜 무섭네. 생각을 좀 더 하고 결정하던가!!”
 “내가 넌 줄 알아? 며칠 전부터 생각했던 거야.”

 그 말에 진규가 아…. 하고 멍청한 소리를 냈다.

 “선배, 위험할 것 같아요. 가지 마요.”
 “내가 살펴봤는데, 옆집 외벽에 가스관이 사다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 충분히 2층으로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야, 그럼 사탄도 거기 들어가 있으면 어쩌려고?”
 “다 생각이 있지.”
 
 자신감 넘치는 정국의 말에 진규는 아씨…. 하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거실 바닥에 있는 총 한 개를 집어 들고 둘러멨다.

 “의리 있는 내가 제 명에 못 살고 말지.”

 정국을 따라 신발을 신는 진규를 보며 지민도 따라나서기 위해 현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국의 손바닥이 지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후배님은 안에 있어.”
 “아, 저도….”
 “나 두 명 컨트롤하긴 힘들어. 20분 안에 올게. 문 잠그고 있어. 만약 우리 안 오면…, 아니다. 그럴 일은 없어.”

 두려워하는 얼굴의 지민을 붙잡아 이마에 쪽 키스를 해주고는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지민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눈동자에 걱정을 잔뜩 담아냈다. 정국은 망설임 없이 현관을 열었다. 지민은 비장하게 밖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지민은 휴대폰을 켜서 시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20분. 20분이라고 했다. 현재 시각 4시 30분. 정국이 돌아올 때까지 가슴을 졸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가는 것 같다. 분에 쓰여 있는 숫자가 바뀌어갈수록 심장이 점점 더 쿵쾅거렸다.

 ‘만약 우리 안 오면…, 아니다. 그럴 일은 없어.’

 확신에 찬 정국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지민은 그렇게 1분 1초를 세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요.



 덜컥덜컥.

 휴대폰 시계가 4시 47분을 향했을 때, 갑작스럽게 현관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지민은 기쁜 마음에 현관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맨 위에 있는 걸쇠부터 풀었다. 그리고는 현관 락 버튼을 누르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순간,

 피슉! 탕!

 이상한 소리와 함께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파괴됐다.










찌미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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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둥이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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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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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반  | 19082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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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미  | 190830   
아진짜 이게 영화시나리오가 아니면 뭐란 말씀이세여 ㅠㅠㅠㅠㅠ
국민리얼!  |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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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박이  | 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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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 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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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  | 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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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 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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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냥:D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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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곰  | 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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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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