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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bbed to death

아마겟돈
11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사탄이 피에 민감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지금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들은 여전히 주택 안에 갇힌 신세. 정국은 취재진을 만나러 가는 길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이 펼쳐질지 예상해보았다. 벌써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오늘 밤에 이동해야 하니 따지고 보면 반나절밖에 안 남은 것이다. 차근차근 계획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까닭에 정국은 거실로 모두를 불러 모았다.

 “부대에 있을 때 취재진이 온다는 이야기 들은 거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병사들에게 미리 알려주지는 않거든요.”
 “해골부대 구성이 어떻게 돼?”

 탈영한 계엄군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은 라디오를 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엉터리 뉴스보다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명훈이 이 집에 나타난 건 이들에게 생존의 길을 열게 해줄 희망이었다.

 “3개 중대가 있어요. 각각 양평, 가평, 남양주와 포천을 담당하고 있고요.”
 “그럼 딱 1대대라는 소리야? 인원은?”
 “중대 당 150명 정도요. 해골부대 지휘에 다른 보병사단이 움직이니까 적은 숫자는 아니죠. 붉은 완장을 달지 않은 계엄군은 일반 보병사단이라고 보시면 돼요.”
 “주둔지는?”
 “각 중대가 맡은 지역마다 주둔지가 있고, 계엄사령본부는 가평 쪽에 있다고는 들었는데 정확한 위치는 지휘관들만 알고 있어요.”

 계엄사령부의 해골부대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경기도 내에 분포해 있는 군부대를 고려한다면 계엄군의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수도 끊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민간 전기랑 통신까지 차단한 줄은 몰랐어요. 하긴 군사 시설은 따로 쓰니까 군인들이 모르는 게 정상이죠. 부대원 중에 경기도랑 강원도가 연고지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잠깐, 강원도?”
 “네. 왜요?”
 “혹시 강원도에도 계엄령이 선포됐어?”
 “모르셨어요? 3일째 되는 날 저녁에 추가됐어요.”

 정국은 청평역에 있을 때 후배들이 읽어줬던 뉴스를 떠올렸다. 춘천에도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까이 붙어 있는 지역인데다가 대중교통도 연결되어 있으니 확산을 막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의 땅덩어리는 넓다. 바이러스가 그렇게 빨리 퍼졌다는 건가?

 “근데 왜 강원도 쪽을 지휘하는 중대는 없지? 경기도랑 강원도를 합치면 우리나라 3분의 1은 차지할 텐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실질적인 계엄 시행지역은 경기 북부랑 동부 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요. 수도를 끊은 것도 가평, 양평, 남양주와 포천이고요. 아, 춘천이랑 그 근방 일부도요.”
 “헐… 그럼 강원도에 있는 군인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하단 소리야? 허엉, 한 마디로 우린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는 거잖아.”

 대화를 듣고 있던 진규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강원도에 있는 계엄군까지 이 지역을 파멸시키기 위해 달려든다면 독 안에 든 생쥐 꼴이 나는 게 자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국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바이러스가 강원도 지역까지 다 퍼졌다면 해골부대 구성이 1대대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도는 태백산맥으로 나뉘어 있으니 바다와 가까운 영동 지역은 일단 제쳐두고 생각했다. 고도가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으며 인구 밀도가 적으니, 바이러스가 거기까지 퍼질 정도라면 이미 서울까지 전염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게다가 강원도의 육군 사단은 대부분 전방에 위치해 있다. 휴전국에서 최전선의 병력을 비울 수는 없을 테니 강원도 중남부의 병력을 중심으로 큰 땅덩어리를 돌봐야 할 텐데, 과연 경기도까지 계엄군을 투입할 수 있을까?

 “고작 경기도 일부지역 뭉개려고 강원도에서 몰려오진 않을 거야.”
 “네, 맞아요. 공군이 미사일 쏴서 자폭하는 거면 몰라도.”

 명훈이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정국은 그 말에 마냥 따라 웃을 수 없었다. *합참에서 분리해서 편성한 게 해골부대라는 말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육군의 해골부대 말고 다른 부대가 존재할 수도 있다. 만약 공군 계엄부대가 들이닥친다면 지역이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주둔하고 있는 군인 모두 위험해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 합참(합동참모본부) : 육ㆍ해ㆍ공군의 지휘를 통합하고, 국군의 통수에 관해서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을 보좌하기 위한 참모기관.

 “내일 취재진이 올 거야. 나는 청평호로 올 거라고 생각해. 최초 감염자가 생긴 곳이기도 하고, 청평호 때문에 전염이 빨라진 거니까.”

 취재진이 온다는 말을 처음 들은 지민은 조금 놀란 표정을 했다. 정국은 눈을 마주치고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안심시켰다.

 “어떻게든 기자들을 만나야 해. 그럼 살 수 있어. 계엄군은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 거짓 정보를 뿌리고 있거든. 그러니 기자들 앞에서 우릴 죽이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서울 갈 수 있는 거예요?”
 “꼭 가야지. 그러니까 오늘 밤 여길 떠나야 해.”

 안전하게 몸을 숨겼던 곳을 떠나야 한다는 소리에 지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곳에서 청평호까지 가는 여정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정국은 그의 어깨를 감싸 품으로 당겨 안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보다 훨씬 안정감을 주는 스킨십에 지민은 잠자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묻었다.

 “당황하지 마. 정 쟤네 보기 힘들면 흰자로 봐. 사탄처럼.”

 진규는 진지한 얼굴로 명훈을 향해 턱짓하며 눈동자를 뒤집어 까는 표정을 지었다. 명훈은 욱신거리는 허벅지 통증도 잊고 큭,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전정국 대장님? 그러실 때가 아니고 취재진 올 때까지 어디서 버틸지 생각 좀 해보자고.”
 “어. 계속 생각 중.”
 “그러고 생각 중이라고?”
 “어. 생각 샘솟는 중.”

 정국은 지민을 더 꽉 당겨 안으며 목덜미에 코를 묻는 뻔뻔한 행동을 이어갔다. 지민의 귀가 붉어졌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하여간, MT가 아니라 모텔을 가라던 사람이 누구더라. 둘만의 세상이지 아주. 서울 가지 말고 그냥 어디 산 속에 들어가서 평생 물고 빨고 사세요. 자연인처럼. 멧돼지도 잡아먹고, 사탄도 두들겨 패면서. 어? 그러다가 몇 년 뒤에 취재진이 찾아가서, 아이고~ 여기가 자연인 전정국 선생님께서 사시는 숲 아닌가요? 이러면, 촬영 안합니다! 우리 지민이 형이랑 물고 빨아야 하니까 얼른 가쇼! 시간 없어! 이러면서 막 카메라 다 때려 부수고. PD랑 작가 울고, 지민이 형도 울고, 멧돼지도 울고 나도 울겠다.”

 진규는 간만에 입이 터진 듯 주절거렸다.

 “어?! 산이요?”

 그때 갑자기 명훈이 뭔가 생각난 듯 불쑥 물었다. 목청이 커서 거실이 쩌렁쩌렁 울리는 바람에 진규는 흠칫 놀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깜짝이야, 뭐야 갑자기.”
 “취재진 올 때까지 있을 곳 때문에 고민인 거죠?”
 “그래. 그렇긴 한데…”
 “숨을 만한 곳을 알아요.”

 그 말에 정국이 동그란 눈동자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명훈은 아버지와 등산을 자주 다녔다고 말했었다.

 “근처에 호명산이라고 있어요. 청평호가 훤히 내려다보이거든요. 중턱쯤에 카라반 장박지가 있어요. 카라반 몇 대 세워두고 위탁 관리하는 부지라서 사람들이 잘 몰라요.”
 “카라반? 캠핑장이라는 거야?”
 “말하자면 그런데, 캠핑족들 개인 소유 카라반 맡아만 주는 거라 따로 상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장기 주차라고 보면 되죠.”
 “그럼 계엄군 눈에 띌 일은 적다는 거네.”

 정국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규의 얼굴에도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거기에 카라반을 장박하셔서 따라다녔어요. 디스커버리 같은 차만 있으면 올라가기 좋을 텐데….”

 그러자 정국이 현관문을 향해 턱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너희 집 창고에 뭐가 있는 줄 알아?”
 “네?”
 “해골부대 육공트럭.”
 “헉. 서종 톨게이트?”
 “맞아.”

 명훈도 아는 이야기인지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2중대의 군인들이 톨게이트에서 단체로 감염되어 트럭과 무기까지 도난당한 사건 때문에 양평에 있는 1중대의 톨게이트 경비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덧붙였다.

 “트럭이면 충분히 산에 올라가고도 남죠.”
 “좋아. 일단 여기는 세 시쯤에 계엄군이 순찰을 돌아. 상황 봐서 어두워지면 출발하자. 혹시 군인들 만날 수도 있으니까 탄창에 총알 미리 채워두고.”

 정국은 지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켜서 챙겨왔던 탄환들을 꺼냈다. 톨게이트에서 가지고 온 총알의 양이 제법 됐다. 탄창 여러 개가 달린 탄띠를 들고 빙긋 웃은 정국이 천천히 K2소총 탄창 안의 총알을 셌다. 명훈이 가지고 온 K7기관단총은 탄환의 크기가 달라서 사용할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 대로 좋은 징조였다. 오늘 밤만 무사히 잘 넘기면 취재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진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나, 나, 도움된 거 맞지. 지금.”

 본의 아니게 상황에 도움을 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취한 진규가 어깨를 떨며 웃었다. 따지고 보면 뜬금없는 ‘전정국 자연인 드립’에 카라반 장박지를 떠올린 명훈의 공이었지만, 어쨌든 숙제 하나를 해결한 것 같은 기분에 한껏 들떴다.  



 지민은 거실 바닥에 앉아 총을 손보고 있는 정국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가 몸을 웅크렸다. 정국은 총 손질하는 데에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정한 목소리로 왜? 하고 물었다.

 “그냥…. 선배 옆에 있고 싶어서요.”
 “우리 후배님이 나한테 홀딱 반했나 보네.”
 “…….”
 “맨날 해줘야겠다. 그거.”

 미세한 차이이긴 하나 적극적으로 변한 지민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정국은 일부러 짓궂은 말을 했다. 지민의 반응을 예상하고 확인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즐겁기 때문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지민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거 때문에 좋은 거 아닌데….” 하며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는 소리에 정국은 그제야 총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붉어진 뺨을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아랫도리가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조만간 말이야.”
 “네.”
 “조만간… 일 치겠어. 나.”
 “무슨 뜻이에요?”
 “형한테 나쁜 짓 할 것 같다고.”

 지민은 새초롬하게 제 무릎을 끌어 모아 안고는 턱을 올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입술 끝을 우물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나 사실 인내심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

 그렇게 말한 정국이 혼자 푸시시 웃으며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진규 말처럼 산 속에서 확 데리고 살아버릴까. 하루 종일 잠도 안 재우고 형 물고 빨고 할 자신 있는데.”

 개구쟁이 같은 그의 표정에 꼴깍, 지민의 목울대가 출렁였다. 그리고는 하고 싶은 말을 망설이는 듯 입술을 실룩거리기만을 반복했다. 정국은 그의 동그란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해서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나 의외의 대답이 왔다.

 “선배는… 야한 얘기 할 때만 형이라고 하네요.”
 “아, 그랬나.”
 “…….”
 “진짜로 야한 거 할 때는 뭐라고 부를지 나도 몰라.”
 “…선배가 하면 나쁜 짓 아니에요.”

 뭐? 정국은 소리 없이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고 싶어요. 선배랑….”
 “…….”
 “야한 거.”

 하. 정국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숨을 내뱉었다. 붉어진 피부색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얼굴을 보니 몸 어딘가가 말도 안 되게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정국은 양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 쥔 채로 힘을 조금 주어 압박했다. 입술이 붕어처럼 불룩 튀어나와서 귀여운 꼴이 되어버린 지민을 보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한 글자 한 글자 곱씹듯 말했다.

 “여러 번 미친다 내가. 자기야.”





*






 정오가 지나자 한낮의 무더위로 집 안은 찜질방에 가까웠다. 더워서 입맛조차 사라진 터라 점심도 거르고 대리석 바닥에 늘어져 있을 때였다. 갑자기 총성 한 발이 들렸다. 정국은 상체를 벌떡 일으켜서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오후 한 시 무렵이었다. 거의 일정한 시간에 순찰을 돌던 계엄군이었기에 의문이 들었다.

 “뭐지?!”

 진규 역시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정국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평소와 조금 다른 것을 감지했다. 계엄군의 순찰은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집집마다 마당 안으로 총을 연달아 쏴서 사탄이 있는지를 확인했고, 그 총성은 점점 가까워졌다. 여태껏 가까워지는 총소리를 들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바깥을 살펴왔다. 그런데 지금은 총성 한 발이 들린 후로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다.

 “어디서 사탄이 나타난 건가?”
 “쉿.”

 정국이 검지로 입을 가리며 벌떡 일어나 거실 창가로 향했다. 암막 커튼 틈으로 조심스럽게 바깥을 내다보았다. 한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웅웅거리는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여러 대로 이어지는 엔진 소리. 이건 분명 계엄군이 다가오고 있는 소리였다.

 “계엄군이야.”
 “에? 벌써?”
 “이상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국의 시야에 군용 지프 두 대가 들어왔다. 창고 안에 숨겨놓은 트럭보다 작은 사이즈의 ‘레토나’였다. 차량의 앞 쪽에는 계엄사령부의 상징인 빨간 깃발이 달려 있었다. 지프 두 대는 정확히 이들이 머물고 있는 주택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젠장. 어떻게 된 거지?

 “해골부대가 왔어. 총 들어!”

 정국은 재빠르게 바닥에 놓인 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벽 뒤에 몸을 바짝 붙인 채로 고개만 내밀어 커튼 너머를 훔쳐보았다. 멈춰 선 지프에서 군인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뭔데, 뭐야! 갑자기 어떻게 알고!”

 진규도 헐레벌떡 총을 집어 들고는 울상을 지었다. 정국은 눈을 가늘게 떴다. 총을 가지고 내린 계엄군의 숫자는 모두 열 명. 이들 모두 빨간 완장을 차고 있다. 평소 순찰을 돌던 일반 보병사단의 병사들이 아니다. 정국은 소파에 앉아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명훈을 돌아보았다.

 “너 혹시, 작전 폰 켰어?”

 저들은 분명히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찾아온 모양이다. 대문에서부터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천천히 몸을 낮추고 열을 맞춰 마당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끔찍한 악취를 풍기는 마당의 사체 때문에 고개를 돌리며 대열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야! 뭐야! 너 배신 때린 거야?!”
 “아니에요!”

 진규가 흥분해서 명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명훈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헐레벌떡 소파에 벗어놓은 군복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서 내보였다. 분명히 전원은 꺼져 있었다.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정국은 식은땀을 흘리며 바깥 동태를 살폈다. 그러다가 문득, 아침에 처리했던 뒷마당의 사탄이 떠올랐다. 그 사탄 역시 해골부대원이었다.

 “아무래도 뒷마당에 있는 사탄 때문인 것 같다.”
 “헐? 말도 안 돼. 탈영하는 놈이 GPS도 안 껐다고?”

 정국은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떠는 지민의 손목을 끌어다가 제 품에 당겨 안았다. 주택은 벽돌로 지어진 집이니 밖에서부터 총을 쏘아도 그다지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계엄군이 집 안까지 진입하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될 테지만.

 “전원 끄기 전에 사탄으로 변이했다면 가능성 있어요. 저도 산에 올라서 폰 껐어요.”
 “왜?”
 “주둔지 주위에 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어요. 폰 신호가 없으면 외부 침입이나 이탈 시에 경보가 울리거든요. 산은 어차피 고도 때문에 GPS로 찾기 힘드니까 일단 전원은 켜놓고 산을 타야 이탈 가능해요.”

 하필이면 GPS 추적을 그대로 가진 놈이 사탄이 돼서 이 집 뒷마당으로 오다니. 빌어먹을. 정국은 낮게 욕을 뱉으며 커튼 너머를 주시했다. 마당 중간까지 들어온 계엄군이 더 가까이 들어오지 않고 주택 창을 바라보며 열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이건 필시 사격의 징조였다. 정국은 다친 다리를 붙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명훈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소파, 소파 뒤로 가! 총을 쏠 거야!”

 그 말에 명훈이 허겁지겁 소파 등받이를 넘기 위해 기어 올라갔다.

 “다 소파 뒤에서 바짝 엎드려!”

 정국이 진규와 지민을 재빨리 떠밀었다. 그와 동시에 투투투투투- 하는 총성이 연속으로 들렸다. 순식간에 거실의 전면 유리가 박살이 나고, 와장창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정국은 벽돌로 된 벽에 등을 바짝 붙인 채로 총을 겨눠 시야에 들어온 계엄군 하나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소리와 함께 총을 겨누고 있던 군인 하나가 픽 쓰러졌다.

 “선배!!”

 소파 뒤편의 바닥에 바짝 엎드린 지민이 정국을 애타게 불렀다. 그러나 정국은 온통 바깥 상황에 집중하느라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후우- 후우-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자 심호흡을 했다. 투투투투- 요란한 총성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건 기관총 소리였다. 무지막지하게 날아온 총알은 암막커튼을 뚫고 저 멀리 벽 쪽까지 날아가 박혔다. 까만 암막 커튼에 점점 벌집처럼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국은 그래도 아직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졌다. 저들은 밝은 곳에 무방비하게 서 있고, 집 안은 몸을 숨길 곳이 많으며 컴컴하다. 정신을 집중해서 한 명씩 처리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 정국아! 어떻게 해!! 어?”

 진규가 총 하나를 끌어안은 채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울며불며 소리쳤다. 진규는 총을 제대로 쏴본 적이 없기에 손을 발발 떨었다. 정국을 도와야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창가로 다가가는 것이 겁났다. 무사히 창가 벽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총을 잘 쏠 자신도 없었다. 진규는 어느새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여기저기에 튄 유리 파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파괴된 유리창의 조각이 정국의 얼굴에도 튀었는지, 그의 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지민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바들바들 떨며 애타게 정국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정국이 자신에게 달려올 수도, 총을 내버리고 어디론가 도망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온 죽음의 위기에 패닉상태로 빠져갔다.

 그때 명훈이 이를 악 물며 낮은 포복으로 기어 정국 쪽으로 향했다.

 “으윽….”
 
 바닥에 부서져 있는 유리 파편이 팔꿈치에 박혀 엄청난 고통이 느꼈지만 괴로워할 새도 없었다. 총상을 입은 한쪽 다리가 굽혀지지 않아 어렵게 벽에 기대앉은 명훈이 진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총 밀어요!”

 그 말에 진규가 울면서 얼른 총을 그에게로 던지듯 밀었다.

 두두두두- 투투투투---- 탕! 탕!

 무지막지한 기관총 소리와 사격 소리가 뒤섞이며 순식간에 주택 안은 폐허가 되었다. 정국은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다가 총성이 잠시 멈추는 타이밍에 맞춰서 재빠르게 고개를 내밀어 군인을 겨냥했다. 탕! 탕! 탕! 연속으로 빠르게 방아쇠를 당기고, 두 명의 군인이 가슴팍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우욱-”

 받아든 총을 집어든 명훈이 자세를 잡으려는 찰나, 더운 바람과 함께 마당에서부터 시취가 밀려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에 명훈이 손바닥으로 급하게 제 코와 입을 꽉 틀어막았다. 거실 전면 유리가 박살나자 마치 마당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정신 차려.”

 정국이 빠르게 탄창을 바꿔 끼우고는 명훈을 향해 말했다. 명훈은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한 채로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또다시 투투투투투--- 엄청난 소리와 함께 총알이 마구 들어와 집안 곳곳에 박혔다. 거실의 가구와 벽돌의 모서리들이 부서지며 집 안에 덩어리진 먼지처럼 흩날렸다. 게다가 구멍 난 가죽 소파와 쿠션에서는 깃털과 솜이 마구 휘날렸다. 순식간에 초토화가 된 집안의 모습에 정국은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가 다 죽는 거 아닐까?
 안 되는데.

 또다시 고개를 살짝 내밀어 바깥을 보니 계엄군들이 슬슬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정국은 재빨리 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계속해서 빗나가고, 그럴수록 집 안으로 날아오는 총알은 더 많아졌다. 점점 귀에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국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명훈. 정신 차려!”

 아마도 그는 이 시취의 근원이 무엇인지 깨달은 모양이다. 명훈이 정신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마당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구더기가 가득한 시신을 확인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총구의 방향이 턱밑으로 향한 채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이 영 불안해서 정국은 가지고 있던 탄창을 명훈에게로 던졌다.

 “미친 새끼야. 특전사 맞아? 견착 바로 해! 표적 확인!”
 “…….”
 “총 맞고 아버지 따라 갈래? 정신 차리고 악착 같이 살아야지.”
 
 또다시 총성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총알이 정국이 서 있는 벽의 가장자리와 명훈이 앉아 있는 창틀 위 가장자리에 맞아 흙이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침을 꿀꺽 삼켰다. 조짐이 좋지 않다.

 “너희 가족 죽게 한 놈들한테 지지 마. 어머니도 아마 저놈들이 죽였을 거라고. 알아들어? 그렇게 멍 때리다가 총 맞아 뒤지면 저승에서 부모님이 반가워하시겠다. 그치?”
 “흐으….”

 정국은 부러 독한 말을 내뱉으며 다시 총을 겨눠 재빨리 바깥을 향해 쐈다. 그러나 안정된 자세가 나오지 않아선지 자꾸만 빗나갔다. 끔찍했다.

 “저, 정국아. 지민이 형….”

 그때 진규의 덜덜 떠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의 이름을 듣자마자 놀라 눈을 돌리자 소파 뒤편에 튀어 나와 있는 지민의 얼굴이 보였다. 눈을 감고 있었다.

 “기, 기절했어.”
 “하….”

 정국은 당장 지민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아랫입술을 씹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워진 총성이 들렸다. 계엄군이 점점 더 집 쪽으로 진입하고 있다. 옆을 보니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명훈이 한쪽 다리를 끌어 힘겹게 무릎을 꿇고는 총을 겨누었다. 탕! 울음이 터지는 호흡을 꾹 참고 당긴 방아쇠에 군인 한 명이 나가 떨어졌다.

 “그래. 잘했어.”

 GPS를 확인하고 지프 두 대가 왔으나, 앞으로 몇 명의 군인들이 더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얼른 상황을 정리하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정국은 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훔쳐내고는 숨을 가다듬었다. 그러다가 문득, 톨게이트에서 챙긴 것을 떠올렸다.

 그래. 수류탄.

 벽돌로 된 외벽이 엄폐물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니 여기서 마당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더라도 내부는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새삼 이 집이 목조주택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규야! 수류탄!! 찾아서 이쪽으로 던져!!”

 정국이 소리치자 진규가 눈물을 가득 단 얼굴로 허겁지겁 거실에 있는 정국의 가방을 뒤졌다. 탄창을 넣어두었던 주머니를 열자 수류탄 두 개가 나왔다.

 “그, 그냥 던지면 돼? 터지면 어떻게 해?”
 “멍충아. 안전핀을 제거해야 터지지. 얼른 던져!”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는 진규가 귀여워서 정국은 피식 웃었다. 진규는 겁이 났는지 수류탄을 소심하게 굴렸다. 에이씨, 겁 많은 자식. 정국은 느리게 굴러오는 수류탄을 향해 손을 뻗어 낚아챘다.  

 “수류탄 두 개 던질 거야. 무조건 엎드려 알겠지. 그리고 두 번 터지고 나면 짐 챙겨서 바로 밖으로 나가는 거야. 최대한 빠르게 도망쳐야 해.”

 정국의 말에 명훈과 진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투두두두두---- 또다시 기관총 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다시 몸을 낮추고는 기회를 노렸다. 정국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기절한 지민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축였다. 수류탄 두 발이 제대로 터져주지 않는다면 아마 여기서 끝장일지도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야한 거 할걸 그랬네.”

 낮게 중얼거린 정국이 눈을 치켜뜨며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해본 게 언제였더라. 그것도 훈련용 수류탄을 사용했지, 실제 수류탄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다. 손이 조금 떨렸다. 침을 꿀꺽 삼킨 정국이 자세를 낮춘 채로 안전클립을 돌려서 제거했다. 총성은 계속해서 들리고, 명훈과 진규의 시선은 잔뜩 긴장한 채로 정국의 손을 향하고 있다. 정국이 수류탄을 손에 꼭 쥔 채로 빠르게 안전핀을 뽑았다.

 돌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사탄에게 던지는 거야. 마당 한 가운데에 사탄이 서 있는 거지. 저 놈한테 이 돌을 던져서 맞추는 거야. 원래 하던 대로.

 정국이 이를 악 물며 있는 힘껏 마당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당의 흙과 돌이 높게 치솟았다. 순식간에 마당에 서 있던 군인들의 몸이 튀어 올랐다. 어떤 이들은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기도 했으며, 몸에 튄 파편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로 널브러지기도 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확인한 명훈이 재빨리 몸을 들어 바닥을 뒹굴고 있는 군인들을 향해 총을 갈겼다. 목숨이 붙어 있던 이들은 명훈이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가장 뒤 쪽에 서 있던 계엄군 하나가 재빨리 제 허리춤을 뒤적거리는 게 보였다. 명훈은 그 자의 계급장을 보고 소위인 것을 확인했다. 소대를 끌고 뒷마당에 죽어 있는 2중대 부대원을 찾으러 온 것일 테다. 보아하니 얼른 수류탄을 꺼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였다.

 “저 쪽 소대장도 수류탄을 가지고 있어요!”
 “뭐? 얼른 쏴!”
 “거리가 잘 안 나옵니다!”

 명훈은 소대장을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그러자 그가 피하며 몸을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옆에 있던 비교적 멀쩡한 병사들이 정신을 잃은 동료의 몸을 질질 끄는 것이 보였다. 명훈은 보이는 족족 총으로 갈기며 외쳤다.

 “수류탄 한 번 더 던져요!”

 정국은 재빨리 무릎을 세우고 앉아 안전클립을 제거했다.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안전핀까지 뽑고는 조금 더 멀리 수류탄을 내던졌다. 집중력 있게 잘 던진 탓에 수류탄이 소대장의 가슴팍에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정적.

 콰앙---!!

 잠시 뒤 소대장의 발밑에서 터져버린 수류탄에 그와 주변에 있던 계엄군들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튀어 올랐다. 끔찍한 광경에 정국이 얼른 고개를 돌리곤 명훈의 팔을 잡아 당겨 일으켰다.

 “진규야! 명훈이 부축해!”

 총과 탄창을 챙긴 정국이 백 팩을 메고 바닥에 기절해 있는 지민의 몸을 얼른 들어 안았다. 네 사람은 정신없이 현관 걸쇠를 열고 바깥으로 향했다. 정국은 군용트럭을 세워놓은 창고로 향하려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대문 앞에 군용 지프 두 대가 서 있는 것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커다란 트럭보다는 지프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르고 수월할 것이다.

 마당에 널브러진 계엄군의 시신들을 헤치고 걸었다. 울타리 바깥에서 시동이 걸린 채로 대기 중인 지프의 뒷 칸에 쓰러진 지민의 몸을 눕혔다. 정국의 행동은 다급했지만 정확했다. 이제부터 무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파악한 사람처럼.

 “진규가 뒤에 같이 타. 명훈이는 옆에 타고.”

 이들을 모두 지프에 태운 정국은 마지막으로 마당을 훑어보았다. 수류탄의 폭발에 튀어나가 쓰러져 있는 군인 중 멀쩡한 사람을 골라 군복 재킷을 재빨리 벗겨냈다. 그리고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탄창들을 챙겼다.

 운전석에 오른 정국은 기어를 넣으며 엑셀을 밟았다. 벌건 대낮. 거대한 총성과 폭발음을 내며 순식간에 열 명의 계엄군을 죽였다. 탈영한 부대원을 잡으러 왔다가 민간인에게 당한 사건이라니. 이제 곧 통신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군인들이 몰려올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지프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다른 군인들을 마주칠 수도 있다. 그냥 지나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따라 붙는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이다. 와중에 지민이 기절하는 바람에 제 옆에 앉혀둘 수 없다는 것이 영 신경 쓰였다.

 “정국아, 이제 우리 어디로 가?”

 진규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어디로든 가 봐야지. 밤까지 숨어있을 곳으로.”

 정국은 무작정 핸들을 돌리며 이를 꽉 물었다. 정신없이 지나간 순간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스쳤다. 이것은 실전이다. 어쩌면 차라리 게임 속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생존게임이니까, 죄책감 따위 가질 필요 없다고.




째리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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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ng  | 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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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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