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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12 랠리 씀

True

아마겟돈
12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지프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렸다. 혹시라도 계엄군을 마주칠까 봐 비좁고 거친 흙길을 달렸는데, 다행히 이 동네 주민인 명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국은 조수석에 앉은 명훈이 말하는 대로 재빨리 핸들을 틀어 외진 길을 헤쳐 나갔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 때문에 차가 덜컹거려 골이 다 흔들렸으나 그런 것은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다만 뒷좌석에 기절해 있는 지민이 걱정될 뿐이었다.

 혹시라도 이 좁은 도로에서 계엄군의 지프를 마주하는 일이 생길까 두려워 정국과 명훈은 장전한 총을 품에 끌어안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 잿빛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기상에 갑자기 일정 지역에만 먹구름이 낄 것 같지는 않았다. 저건 대체 뭘까. 정국은 눈을 가늘게 떴다. 차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건 분명히 회색빛의 연기였다. 폭발의 흔적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둥둥 떠 있는 게 확실하다.

 “저거 보이지. 혹시 저 쪽에 뭐가 있는 줄 알고 있어?”
 “아…. 저기는 읍내예요. 펜션 단지 근처 시내라고 보면 돼요.”
 “그래?”

 그들은 밤이 되면 호명산에 오르기 위해 청평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펜션 단지라면 아마도 계엄군이 한 차례 쓸고 지나갔을 것이다. 폭발음이 자주 들렸으니 아마도 폐허가 되었을 테고.

 “번화가야?”
 “아뇨. 그 정돈 아니고요. 그냥 작은 마트 있고, 상가 몇 개 띄엄띄엄 있는 게 다예요. 근처에는 큰 펜션 단지랑 주택가가 있고요.”

 정국은 핸들을 잡은 채로 아랫입술을 씹었다. 저렇게 잿빛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릴 정도면 분명히 폐허가 되었을 텐데, 그런 곳에도 계엄군이 순찰을 돌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너 양평에 있을 때 폭탄 터뜨린 적 있었지.”
 “네.”
 “폭탄 종류는?”
 “컴포지션 C4요. 건물 통째로 날아가요.”
 “터뜨린 데로 다시 간 적 있어?”
 “아뇨. 굳이….”

 정국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잿빛 안개가 자욱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명훈이 의문 서린 눈으로 그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저리로 가게요?”
 “계엄군이 다시 안 올 곳으로 가야지.”
 “아, 그래도 먼지랑 재 때문에 좀 힘들 텐데….”
 “네가 지휘관이라면 펜션 단지랑 주택가를 날리겠어? 아니면 띄엄띄엄 있는 건물을 날리겠어?”
 “그야…….”

 명훈은 눈동자를 굴리다가 말을 늘였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저 폭발의 흔적들은 펜션 단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국은 눈에 이채를 띠며 엑셀을 밟은 발에 힘을 실었다. 덜컹거리는 길을 순식간에 지나 뿌연 안개 속으로 진입했다. 매캐한 연기와 흩날리는 재 때문에 눈앞이 흐릿하고 목이 칼칼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은 딴 세상 같았다. 폐허가 된 마을의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고, 마치 핵전쟁이 끝난 후 종말을 맞이한 풍경을 보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정국은 라이트를 상향으로 올리고 속도를 낮췄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불순물 때문에 햇빛이 투과되지 않아 저녁의 풍경과 다를 것 없었으나, 라이트를 켜자 제법 앞에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지나온 곳은 산 아래부터 도로까지 연결되어 있는 펜션단지 입구였다. 그곳은 이미 폭탄 때문에 건물이 무너져 잿더미로 변해 있었고, 아직도 꺼지지 못한 불씨가 이곳저곳 붉게 탁탁 타오르는 게 보였다.

 “윽, 정국아. 숨 막혀.”

 진규가 뒷자리에서 코를 틀어막으며 말했다. 대기 상황이 좋지 않아 정국도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때 콜록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민이 깨어났다.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키자마자 손목으로 제 코를 막는 지민을 룸미러로 힐끔 보며, 정국은 안심이 되어 하마터면 닭살 멘트를 날릴 뻔했다.

 “조금만 참아.”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는 펜션과 주택 건물들을 지나자 상가 몇 개가 보였다.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낮은 건물들은 정국의 예상대로 폭파되지 않았다. 정국은 적당한 상가를 물색하기 위해 고개를 낮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쾅- 차에 부딪쳤다.

 쿠웨에엑, 케엑, 크어어어.

 “아 미친, 사탄.”
 “아악!! 놀래라!!!!”

 몸의 절반이 부서진 채로 거리를 배회하던 사탄이 지프에 치여 보닛 위로 엎어졌다. 그 바람에 사탄의 기괴한 얼굴이 차창 유리에 처박히며 정국과 눈을 마주쳤다. 정국은 조금 놀라 낮게 읊조렸으나, 뒷자리에 있던 진규의 목소리가 커서 나머지 사람들은 몸을 떨며 덩달아 움찔거렸다.

 “야, 너 때문에 더 놀랐어.”

 정국이 핀잔을 주며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빠르게 후진기어를 넣었다. 지프가 갑자기 후진하자 보닛에 엎드려 있던 사탄의 몸이 관성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로 위를 뒹굴던 사탄이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지프를 향해 마구 달려오기 시작했다. 정국은 피식 웃으며 엑셀을 꽉 밟아 그대로 사탄의 몸을 들이받았다. 고철로 된 지프의 범퍼에 세게 치인 사탄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정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타이어로 사탄의 몸 위를 한 번 더 밟아 확인사살까지 끝냈다. 사탄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그라졌다.

 “난 약간… 전정국이 무서워지려고 해.”
 “사람이 아닌 것들은 이렇게 해주려고. 앞으로도.”

 서늘한 정국의 말에 진규는 입을 합 다물었다. 아마도 계엄군을 직접 총으로 쏴 죽이고 수류탄을 날려버린 뒤로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었다. 지민은 조용히 운전석으로 팔을 뻗어 정국의 어깨를 조물조물 만졌다. 정국은 룸미러로 지민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상가 건물을 찾아 다시 핸들을 움직였다.



 뿌연 시야에 약국이 보이자 정국은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건물 뒤편에 지프를 세우고는 총을 들고 먼저 운전석에서 내렸다. 바닥에 발을 쿵쿵 구르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사탄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사위는 조용했다. 만약 사탄이 있었다면 벌써 달려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정국은 그제야 안심하고 총을 겨누고 있던 팔에 힘을 풀었다.

 계엄군들에게서 빼앗은 탄창 중에는 명훈이 가지고 있던 K7소음기관단총의 탄환이 있었다. 피슉- 비교적 작은 소리로 굳게 닫혀 있는 약국의 문고리를 손쉽게 부쉈다. 정국은 지민의 손을 꽉 잡은 채로 약국 안으로 향했다. 진규 역시 한 쪽 다리를 저는 명훈을 부축하며 뒤따랐다.

 “일단 필요한 것부터 담자.”
 “와, 왠지 도둑질하는 기분이야.”

 진규가 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정국은 피식 웃으며 군 지프에서 찾아낸 작은 손전등 하나를 진규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곤 바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전등의 손잡이를 입에 문 채로 수많은 약품들을 눈으로 훑었다.

 “정국아, 여기 소독약이랑 붕대 있다!”
 “챙겨.”
 “대박, 피로회복제도 먹자. 오오. 가그린.”

 조잘거리는 진규를 뒤로하고 정국은 약국의 카운터 안쪽으로 향했다. 눈동자를 굴리다가 멸균 드레싱키트와 구급용품 상자를 발견했다. 제법 쓸 만한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백 팩 안에 족족 챙겨 넣었다. 카운터 안쪽은 처방 전문 의약품이 가득했다. 정국은 혹시 필요한 게 없을까 하여 뒤지다가 제조실 안쪽까지 다다랐다. 그러다가 눈에 익은 크기의 약통을 발견했다. ‘알프람 정’이라고 쓰여 있는 자그마한 약 통. 그건 지민의 가방에서 발견했던 라벨 없는 약통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정국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았다. 하얀 타원형의 타블렛, 가운데에 ‘A’로 음각이 새겨져 있는 모양새는 정국이 이전에 챙겼던 지민의 약의 모양과 같았다.

 “…….”

 정신 신경 안정제.

 약통의 라벨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빈혈 약이라던 지민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상자 안의 설명서에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말과 함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가득 적혀 있었다. 빠르게 눈으로 훑은 정국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약통을 챙겨 넣었다. 집에서 나올 때 2층에 있는 지민의 가방을 챙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다 챙겼어?”
 “엉. 대충 필요한 건 다 챙긴 것 같은데.”
 “아, 우리 후배님 빈혈 약 챙겨야지. 튼튼해지라고 영양제도.”

 정국은 일부러 카운터 바깥쪽에 있는 수납장을 뒤져 철분제를 찾아 꺼냈다. 지민의 표정이 묘하게 굳는 것을 모른 체하며 비타민이나 오메가3 같은 영양제도 같이 쓸어 담은 정국이 다시 앞장섰다. 이들은 다시 지프에 올라 회색빛이 만연한 마을을 돌아다녔다. 약국에서 챙긴 마스크를 쓰고 완전히 방치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상가 뒤편에 위치한 유치원을 발견했다.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유치원 건물은 겉모습만 보아도 그 용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알록달록한 색이 덧입혀져 있다. 그러나 앞의 건물들에 가려져 있어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재가 풀풀 날리는 배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정국은 그 쪽으로 차를 몰았다.



 총으로 문고리를 부수고 유치원 건물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혹시라도 이 안에 어린 아이들의 시체가 있다면 분노가 치솟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유치원 안에는 어떤 흔적도 없었다. 정국은 안으로 들어서다가 게시판에 붙어 있는 통신문을 발견하고 손전등을 비췄다. 여름방학 안내문의 날짜를 보니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유치원 문을 닫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소리가 된다.

 “여기서 밤까지 버텨도 되겠어.”
 “아, 심장 타들어가겠어.”

 진규는 유치원의 로비를 지나 ‘토끼반’ 안으로 들어섰다. 구석에 차곡차곡 개어져 있는 어린이용 이불을 아무렇게나 깔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명훈 역시 다리를 절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내 긴장해 있던 몸이 나른해지니 피로가 몰려왔다. 정국은 가방을 챙겨들고 그들에게 다가가 약국에서 챙긴 멸균 의료 키트를 꺼냈다.

 “아무래도 다리에 박힌 총알을 빼는 게 좋겠어.”
 “으윽. 야, 그걸 어떻게 해.”
 “바지 걷어 봐.”

 명훈은 고분고분 입고 있던 반바지를 걷었다. 정국은 그의 총상 위에 둘러져 있는 붕대와 거즈를 가위로 잘라내고는 손전등을 가까이 들이대며 상처를 살폈다. 생각보다 얕은 곳에 박혔는지 총알의 모습이 보였다. 정국은 지민의 손에 손전등을 쥐어주고는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명훈의 입에 물렸다.

 “꽉 물고 있어.”
 “예?”
 “아플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국은 의료용 식염수를 그의 다리에 들이부었다. 그리곤 이어 소독약을 때려 붓자 명훈은 고통에 가까운 따가움에 놀라서 옆에 있던 진규의 팔을 꽉 잡았다.

 “아아, 야. 아파.”
 “으윽.”

 상처에 고여 있던 핏물이 씻겨 내려가자 총알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정국은 망설임 없이 멸균 소독된 핀셋의 포장지를 벗겨내고는 그의 총상에 가져다 댔다. 핀센 끝으로 총알을 건드리자 명훈이 고통을 삼키며 온몸에 힘을 꽉 주었다. 그 바람에 진규는 잡힌 팔이 아팠는지 엄살을 피웠다. 정국이 조심스럽게 핀셋으로 총알을 잡았다. 그러나 총알에 피부 조직이 엉겨 붙어 있어서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 명훈은 차마 상처부위를 바라보지 못하고 입 안에 들어와 있는 수건을 꽉 물었다.

 “진짜 딱 10초만 참아라. 남자답게.”
 “…흐.”

 명훈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심호흡을 하고는 멸균 가위로 상처 부위를 누르며 핀셋으로 총알을 잡고 힘을 주어 뽑아냈다. 그러자 명훈의 허벅지에서 피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어윽… 크흑.”

 명훈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고통을 견뎌냈다. 정국은 피에 젖은 총알을 꺼내서 바닥으로 탁 내던지고는 재빨리 그의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부었다.

 “아아아아! 야 아파! 이 손 좀 놔 봐!”
 “으으! 윽!”

 총알을 뽑아낸 부위는 구멍이 난 것처럼 살이 푹 파여 있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피를 지혈하기 위해 정국은 소독된 거즈를 올려놓고 꾸욱 눌렀다. 명훈은 괴로움을 삼키며 애꿎은 진규의 팔을 쥐어뜯었다. 진규는 덩달아 아파하며 비명을 질렀다.

 “전정국, 이 미친놈! 그러다 덧나면 어쩌려고. 아악! 야 놓으라니까!”
 “흑…!”
 “총알 계속 박혀 있다가 다리 썩는 것보단 낫겠지.”
 “잔인해… 잔인한 놈…. 지민이 형 얘 너무 무섭지 않아? 이래도 사귈 거야?”
 “네.”
 “와우.”

 몇 번이나 거즈를 갈며 지혈을 하던 정국은 한참이 지나 피가 조금 멎자 새 키트를 꺼내 드레싱 거즈를 올리고는 조심스레 붕대를 감았다. 키트를 넉넉하게 챙겼으니 매일 드레싱을 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다. 물론 더 덧나기 전에 명훈도 함께 서울에 도착해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한바탕 어설픈 치료를 끝내고 나니 명훈은 온몸에 진이 빠져서 땀을 줄줄 흘리며 쓰러졌다. 진규도 덩달아 지쳐서 명훈의 옆에 드러누워 한숨을 풀풀 내쉬었다.

 “좀 자둬. 자정쯤에 출발하자.”
 “어엉. 넌 뭐하게?”
 “나? 후배님 물고 빨러 간다.”
 “어휴….”

 진규는 표정을 구기며 정국에게 얼른 꺼지라고 손바닥을 휘휘 내저었다. 정국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지민의 손을 잡고 토끼반을 나와 복도 끝에 있는 병아리반 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사이즈에 맞춰진 소가구들이 모여 있는 방 한 켠에 이불을 대충 깔고 앉아 제 옆자리를 툭툭 치니 지민이 조용히 다가왔다. 정국은 가방에 챙겨온 생수와 간식거리를 꺼내 건넸다. 그러나 지민은 그걸 받아들지 않고 제 바지 주머니에서 반창고를 꺼냈다. 그러더니 고요한 움직임으로 유리 파편이 튀어 찢어진 정국의 뺨에 밴드를 붙였다.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었으나 피가 딱딱하게 굳어 안쓰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반창고는 언제 챙겼어? 기특하네.”

 아직 시간은 오후 세 시도 채 안 됐지만 바깥은 재와 먼지들 때문에 회색빛이 들어왔다. 마치 해질 무렵처럼 어둑했지만 충분히 표정을 식별할 정도는 되었다. 정국은 가까이서 제 얼굴을 만지고 있는 지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지민은 쑥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그의 뺨에서 화들짝 손을 떼어냈다.

 “뽀로로 밴드네.”
 “…….”
 “헬로키티 아니라서 다행이다.”

 정국은 제 뺨에 붙어 있는 노란색 뽀로로 밴드를 손끝으로 살짝 긁으며 낮게 웃었다. 약국에서 조용히 캐릭터 밴드를 챙겼을 지민을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후배님.”
 “네.”
 “여기 위에 앉아 봐.”

 쫙 펴고 있는 제 허벅지를 툭툭 치며 말하자 지민은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잠자코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천천히 무릎걸음으로 걸어 다리 위에 올라앉았다.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정국은 제 가방에서 자그마한 약통을 꺼냈다.

 “약 챙겨왔어. 아까 약국에서.”
 “…네?”
 “가방 안 가지고 나왔잖아. 빈혈 약 챙겨 먹어야지.”

 어떤 식으로 그에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했다. 지민의 상처를 들추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앞으로 쭉 그와 함께 할 거라고 각오한 이상 서로에게 숨기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민이 스스로 털어놓길 바랐지만 그가 모든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다만 혹시라도 지민이 MT에서 죽음을 택하고 싶었던 거라면, 그런 마음을 다시는 갖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가 자신을 정말로 의지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 자신이 있었다. 이 끔찍한 좀비 사태가 끝난 후에도.

 정국의 손에 들려 있는 ‘알프람 정’을 본 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그가 아까 제 앞에서 챙겼던 것은 철분약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띄게 동요하는 지민을 보며 정국은 약 한 알을 꺼내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선배….”
 “괜찮아.”
 “…….”
 “이런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 안 궁금해.”
 “…….”
 “후배님이 어디가 어떻게 아프든, 그런 거 다 상관없어.”

 지민은 아랫입술을 아프도록 깨물며 손바닥 위에 올라와 있는 알약을 내려다보았다. 정국이 생수병을 가까이 들이대며 약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액션을 보였다. 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정국은 가만히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시선을 거두고 생수 한 모금을 마셨다. 과연 지민은 지금 괴로울까? 무슨 말을 덧붙여야 그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까 총 소리 계속 이어지고, 계엄군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이러다가 곧 죽겠다 싶었거든.”
 “…….”
 “수류탄 던질 때도 두려웠어. 이게 안 터지면 끝장이겠구나 하면서.”
 “…….”
 “그 순간 후배님 생각이 자꾸 나더라. 죽으면 죽는 건데, 이 말 못해준 건 좀 후회돼서 구천을 떠돌 것 같아가지고.”

 정국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손을 뻗어 지민의 목덜미에 가져갔다. 숙이고 있던 그의 고개가 들리고 눈이 마주쳤다. 정국은 힘을 조금 주어 그의 몸을 끌어당겼다. 땀으로 조금 젖어 있는 티셔츠 안으로 조심스레 손을 넣어 가느다랗지만 탄탄한 지민의 허리를 매만졌다. 지민은 얼굴을 붉히며 양 손을 정국의 어깨에 올린 채로 눈을 내리깔았다.

 “뭐든 다 괜찮아. 이젠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어.”
 “…….”
 “무슨 일 있어도 형 혼자 안 둘게.”

 물론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았다. 몽유병이든 뭐든 그런 거 약점 잡아서 괴롭힌 새끼 다 찢어버리고 싶은데, 이젠 그렇게도 못하니까 예전 일 다 잊었으면 좋겠다고. 김윤성이 죽은 건 벌 받은 거라고 생각하라고. 그러나 가끔은 말보다 행동이 나은 타이밍이 있다. 정국은 그 타이밍을 알아채고 조심스럽게 지민에게 입술을 가져다 댔다. 뜨끈한 숨과 함께 말랑말랑한 입술이 닿자마자 지민은 자연스레 입술을 벌려왔다. 손바닥 안에 쥐고 있던 알약은 힘없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정국은 그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으며 붙잡고 있던 허리를 조금 더 가까이 당겼다. 복부가 맞닿으며 하체끼리 짓눌렸다. 지민에게서 옅은 숨이 터졌다. 그의 옆구리를 만지던 손을 조금 더 올려 갈비뼈와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조용한 공간에 입술끼리 마찰하는 소리만 진득하게 울렸다. 정국은 한참이나 그의 입 안을 헤집으며 정신없게 만들다가 문득 솟구치는 성욕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새 아래에 피가 몰려 앞섶이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다. 하체 위에 올라 앉아 있는 지민의 둔부를 손으로 세게 움켜쥐고 싶은 충동이 밀려 왔다.

 “하아….”

 정국이 입술을 놓아주자 숨이 찼는지 헐떡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몸 어딘가에 자꾸만 충동이 쌓여가는 기분이다. 척추와 날개 뼈를 차례로 더듬던 손을 더 올려 지민의 양 어깨를 꽉 감아쥐었다. 빼빼마른 골격은 정국의 손과 팔 안쪽에 꽉 들어차서 틈 없이 맞물렸다. 둘의 상체가 더 가까이 붙었고, 몸의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서로에게 전해졌다.

 “미치겠다. 야한 짓 하고 싶어.”
 “…해요.”
 “뭐 할 줄 알고 무턱대고 하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로 입술을 우물거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뜯어보다가, 정국은 그의 뾰족한 턱 끝을 입에 머금었다. 지민의 턱이 자연스럽게 들쳐 올라가면서 하얀 목선이 길게 드러났다. 정국은 애무하듯 정성스럽게 울대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다. 쇄골이 모이는 지점에 멈춘 입술이 조금 힘을 주어 살갗을 빨아들이니 금세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정국은 피부 표면을 깨물 듯 잘근거리다가 혀를 내어 동그랗게 쓸었다. 그러자 정국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던 지민의 손이 꿈틀거렸다.

 “아,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네.”
 “손가락 넣고 싶다.”

 갑자기 튀어나온 정국의 말에 지민이 제 아랫입술을 축이며 천천히 정국의 바지 밴드로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더니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안 해봤어요. 아플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야한 짓은 좀 아픈 건데.”
 “음….”

 정국의 말에 지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듯 눈동자를 굴렸다. 그걸 보고 웃음을 애써 참은 정국이 진지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며 덧붙였다.

 “손가락 말고 이거, 이것도 넣고 싶고.”
 “아…. 그건 너무 커요. 안 들어갈 것 같아요.”
 “들어갈걸?”
 “…….”

 지민은 짓궂은 장난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얼굴을 더 새빨갛게 붉혔다. 그러면서도 정국의 바지춤을 매만지는 손짓은 그대로였다. 지민의 손끝이 허리밴드 안쪽으로 침범했다. 그 바람에 위쪽으로 바짝 올라붙은 정국의 성기 끝이 살짝 스쳤다. 망설이듯 잠시 손을 멈춘 지민을 보며 정국은 점점 더 흥미가 돋아났다. 스스로 제 바지를 끌어내리고 발기한 물건을 바깥으로 꺼냈다. 위엄 있게 서 있는 기둥을 붙잡고 위아래로 인사하듯 꺼떡이자 지민은 손을 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듯 움찔거리는 손을 어쩌지 못했다.

 정국은 지민을 제 위에 앉혀두고 눈앞에서 좆을 꺼내는 이 상황이 무척 자극적이라고 생각했다. 야한 짓을 하라고 했으니 무작정 삽입하겠다고 장난을 치면 어떤 반응을 보여 올까 궁금했다.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기둥을 잡고 몇 번 쓸어 만지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아래를 감싸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선배도… 해줬으니까.”

 그리고는 지민이 몸을 천천히 뒤로 하며 자세를 낮췄다. 정국은 딱히 저지하지 않고 낮아지는 그의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손으로 자신의 것을 붙잡은 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 지민이 눈을 위로 올려 떠 시선을 맞추며 느릿하게 말했다.

 “이건 할 수 있어요.”

 순식간에 덮쳐오는 압박감에 정국은 벽에 머리통을 기대어 숨을 허공에 탁 뱉었다. 따뜻한 입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간 아래는 금세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음란한 소리와 함께 제 좆을 가득 삼켜가는 지민의 뒤통수를 저도 모르게 감싸 잡았다.

 “윽, 우리 후배님 터프하네.”

 지민의 입이 제 크기에 맞춰 크게 벌어지며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좁아진 입 안에서는 혀를 제 멋대로 굴리고 비벼가며 자극을 더해갔다. 정국은 그의 머리칼 안에 손가락을 끼워 넣으며 내리깐 눈꺼풀과 차분한 콧대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쯔읍, 하는 소리와 함께 삼켰던 좆을 입 밖으로 꺼낸 지민이 고개를 비틀었다. 그 바람에 잡혀 있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며 얇은 턱선과 옴폭하게 들어간 귀밑 각이 드러났다. 고환과 이어지는 부분을 혀를 내어 핥으니 축축하게 젖은 정국의 기둥이 그의 뺨과 콧대 언저리에 비벼졌다.

 “가혹하다. 이걸로 땡 치라는 거잖아.”
 “…….”

 정국의 말에 지민이 콧바람을 뿜으며 소리 없이 웃었다. 손으로 끄트머리를 만지며 아래쪽을 혀로 계속 핥던 지민이 천천히 입을 떼어내며 말했다.

 “약, 1년 동안 먹었어요. 무서운 게 많아져서…. 그래서 먹었어요.”
 “…….”
 “김윤성 선배, 내가 죽인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그 말에 머리칼을 쥔 정국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잘 모르겠는데…. 내가 그런 것 같아요.”
 “됐어. 그만 말해.”
 “내가 죽인 거면 어쩌죠?”
 “그 새끼 안 죽었어. 좀비 됐어.”
 “선배…….”
 “응.”

 지민의 기억 속에는 없을, 몽유병 증상 중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윤성 선배, 그냥 죽어요.’, ‘선배는 무슨…. 넌 잘 죽었어.’ 정국은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뺨에 닿아 있는 좆을 잡고 움직여 입술 언저리에 문질렀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듯 성기 끝을 축축한 아랫입술에 가져다 대고 톡톡 두들겼다. 지민의 입이 잠자코 열렸고, 벌어진 입 안으로 그 끝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정국은 제 것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지민은 눈을 꼭 감고 꼼꼼하게 정국의 것을 삼켜갔다.

 “내가 형 살렸다며. 이제 김윤성 이름 말하지 마. 나 죽일 거야? 그 새끼 이름 들으면 열 받아서 죽을 것 같은데.”
 “…읍.”
 “하, 아니면 나 두고 죽을 거야? 으, 대답해봐.”
 “으, 으음….”

 지민은 입 안에 버겁게 담은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생경한 감각에 정국은 더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통을 바짝 끌어당겼다. 코까지 깊게 파묻힌 지민의 얼굴이 티셔츠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만큼 꽉 붙들었다.

 정국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지웠다. 아래에서 하염없이 움직이고 있는 지민의 얼굴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싸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뜨거운 숨과 함께 찾아드는 절정에 몸을 맡기며 그렇게 한참 동안 그의 입 안을 향해 정을 쏟아내었다. 억지로 숨을 삼켜가는 축축한 소리는 점점 더 정국을 강하게 얽어나갔다. 기분 좋은 움직임과 감촉은 지금 이 지옥 같은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낙이라고 생각하며.





발병 7일째 : 그곳으로



 새까만 어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정국은 제 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는 지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주곤 몸을 일으켰다. 휴대폰 전원을 켜 시간을 확인하자 자정이 조금 지나 있었다. 잠시간의 휴식을 정리하고 다시 움직일 차례가 온 것이다. 컴컴한 복도를 걸어 진규와 명훈이 잠들어 있는 토끼 반으로 향했다. 긴 시간 휴식을 취한 덕인지 두 사람은 잠에서 깰 무렵이 되어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가자. 자정 지났다.”

 손전등을 켜 주위를 밝히고는 낮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진규와 명훈이 눈을 비비며 스르르 몸을 일으켰다. 또다시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긴장되었는지, 평소 같았으면 몸이 찌뿌둥하다고 찡찡거렸을 진규도 군말 없이 자리를 정돈하고 일어났다. 명훈은 낮에 치료했던 허벅지의 총상을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진규는 자연스럽게 그를 부축하며 정국의 뒤를 따랐다.

 “지민이 형은?”
 “아직 자. 안고 가려고.”
 “아, 예. 그러시겠죠.”

 정국은 백 팩과 무기를 챙겨 어깨에 메고는 지민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 그의 몸을 가볍게 들쳐 안았다. 지민이 놀라 눈을 번쩍 떴으나 정국은 그를 내려줄 생각도 하지 않고 뻔뻔한 얼굴로 유치원 계단을 내려갔다. 건물 뒤편에 세워둔 지프에 다다르고 나서야 지민의 두 발이 땅에 닿을 수 있었다.

 운전석에 오르려던 정국은 잠시 고민했다. 혹시 가는 길에 계엄군을 만난다면 뒷좌석에 앉은 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 군용 레토나에는 뒷 열 창문이 없기 때문이다. 천막 천과 투명한 비닐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새는 혹시라도 날아올 총알로부터 전혀 안전하지 못했다. 혹시 들켜서 도망치는 와중에 군인들이 뒤에서 총을 쏜다면 그대로 벌집이 되어버릴 것이다.

 “어쩌지. 조수석에 끼어 탈 수 있겠어?”
 “아, 좁을 것 같은데. 명훈이 다리 상태도 안 좋고.”
 “음….”

 정국은 잠시 고민했다. 아무리 크기가 큰 지프라고 하지만, 조수석에 남자 셋이 끼어 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그때 명훈이 미련 없이 뒷 열로 올라앉았다.

 “저 혼자 뒤에 탈게요. 총 하나만 주세요.”
 “위험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어요. 저 특전사인 거 아시죠?”

 명훈이 씨익 웃으며 걱정 말라는 듯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정국은 하는 수 없이 그에게 총 하나를 넘겨주며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지민과 진규가 차례로 조수석에 오르고, 정국은 운전석 시트에 걸쳐 놓았던 계엄군의 군복 상의를 껴입었다. 단추를 단정하게 채우고 운전석에 오르자, 진규가 대뜸 웃으면서 말했다.

 “정국아, 너 군복 잘 어울린다.”
 “얼마 전까지도 군인이었어.”
 “근데 이건 무슨 계급이야?”

 진규가 카라에 달려 있는 계급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정국은 허리를 바짝 세워 룸 미러를 확인했다. 카라에 붙어 있는 계급장에는 다이아몬드 한 개가 있었다. 소위의 계급장이다. 수류탄에 맞아서 산산조각 났던 군인도 소위 계급을 달고 있는 소대장이었다.

 “소위.”
 “오올, 이정식 소위님.”

 진규가 군복에 박혀 있는 이름표를 확인하고는 정국을 향해 장난쳤다. 정국은 피식 웃으며 군복 매무새를 다시금 정돈했다.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위에는 군복 재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으나 혹시라도 도로에서 마주칠 계엄군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소대에 소위가 둘 이상이네?”
 “네. 해골부대에는 장교가 많아요. 부사관도 많고요.”
 “조직 체계가 보통 부대랑은 좀 다르단 말이군.”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은 다 모아 놨으니까요.”

 그 말을 들으니 더 긴장이 되었다. 정국은 조금 떨리는 숨을 뱉으며 시동을 켰다. 약국에서 챙긴 마스크를 하나씩 나눠 낀 후 라이트를 끄고 어두운 도로로 나섰다. 적막이 흐르고 있는 도로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뒷좌석 앉은 명훈이 호명산으로 향하는 방향을 차근차근 안내했다. 길눈이 밝은 사람이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낯선 동네에서 청평호 방향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을 터였다. 이정표가 죄다 망가져서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불에 타서 알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도로다. 전기를 모두 끊어놓아서 가로등이 켜져 있을 리는 만무했고, 혹시 들킬까 봐 지프의 라이트도 켤 수 없으니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었다.

 “혹시 군인들 만나면 무조건 시트 아래로 자세 낮추고 몸 숨겨.”

 정국은 지프 안에 있던 모포를 진규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자신은 군복을 입고 위장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바깥이 어두우니 몸을 숨기면 금세 알아보긴 힘들 것이고, 만약 조수석이나 뒷 열을 열어보려고 한다면 목숨을 걸고 달아나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국은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엔진 소리를 내며 천천히 폐허가 된 마을을 빠져나오자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이들은 갑갑하게 코와 입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정국은 이내 불안해졌다. 흩날리는 먼지와 잿더미를 빠져나왔다는 것은 언제든 계엄군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2키로미터 정도만 더 가면 호명산 입구예요.”

 명훈이 듣던 중 반가운 말을 했다. 제발 무사통과해서 호명산에 오르고 나면 카라반 안에서 죽은 듯이 숨어 있다가 청평호의 상황을 살피고 취재진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면 된다. 정국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엑셀을 힘 있게 밟았다.

 그러나 저 멀리에 비추는 빨간 불빛을 보고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라이트를 환하게 켜 놓은 군용 트럭과 함께 붉은 경광봉이 흔들거리고 있다.

 “젠장, 계엄군이다.”

 순찰을 돌고 있는 건지 경비를 서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멈춰 있는 것을 보니 경비를 서고 있는 것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 정국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옆에 놓아 둔 K7기관단총을 한 손으로 쥐었다. 여차하면 소음기가 달린 총으로 군인들을 다 쏘고 달아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어, 보라색이네요. 보라색 휘장은 계엄사령부 아니에요.”

 시력이 좋은 명훈이 저 멀리 군용트럭 앞에 달려 있는 보라색 깃발을 확인하고는 그랬다.

 “그럼? 보라색 가지고 있는 애들은 처음 봤어.”
 “아, 쟤네는 계엄사령부 명령 따르는 예하부대예요. 아마 일반 보병일 거예요.”
 “그래? 순찰 돌던 놈들이랑은 다르가 보네.”
 “네. 보라색은 경비군이라고 들었어요.”

 저 멀리서 경광봉이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차를 멈춰 세우라는 듯 팔을 뻗어 흔든다. 그들의 팔에는 보라색 완장이 붙어 있었다.

 “쫄지 마. 후배님이랑 진규는 밑으로 숨어.”

 정국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규는 지민의 몸을 붙잡고 허겁지겁 시트 아래로 몸을 구겼다. 그리고는 모포를 펴서 몸 위에 덮었다. 정국은 그 위에 제 커다란 백 팩을 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비군은 총 다섯 명. 군용 트럭에 몇 명이 더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경비 보초를 서고 있는 와중에 트럭에 한가하게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섯 명 정도면 승산이 있을 것도 같았다. 최선은 의심받지 않고 해골부대원인 척 지나가는 것이다.

 이내 지프가 경비군들 앞에서 멈췄다. 보라색 완장을 달고 군모를 쓴 군인 하나가 저벅저벅 운전석 쪽으로 걸어왔다. 정국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충성.”

 다가온 군인이 경례를 하고는 정국을 훑어보았다. 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면만을 바라본 채로 핸들을 꽉 쥐었다. 정국은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 지프는 해골부대의 휘장을 달고 있으며, 정국이 입은 군복에도 빨간 완장이 채워져 있다. 쫄 것 없다.

 “작전구역 검문 중입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

 정국은 뭐라고 대답할까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그러나 좀처럼 순발력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물음에 대답이 없자 경비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국의 옆모습을 훑어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살피다가 정국이 입고 있는 군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계엄사령부의 해골부대원, 그리고 카라에 달린 계급장은 소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임이 분명한 모습인데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다.

 “실례지만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아…. 시발.”

 정국이 낮게 욕을 읊조렸다. 그러자 경비군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정국은 천천히 그에게 시선을 맞추며 인상을 구겼다.

 “야, 내가 너한테 보고해야 돼?”

 싸늘한 정국의 말에 경비군이 굳은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축였다.

 “피곤해 뒤지겠는데 별게 다 귀찮게 하네.”
 “죄송합니다…. 지시사항이라 확인해야 합니다. 암호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경비군의 계급장을 확인하니 병장이었다. 계급이 낮은 자라 장교를 달고 있는 정국에게 관등성명을 묻진 못하겠는지, 계엄사령부의 암호를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국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 문득, 뒷마당에서 사탄을 때려잡았을 때 명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희 부대 암호 같네요. 피가 부르는 곳으로!’

 “아… 귀찮게.”

 순간 고민이 들었다. 명훈이 말했던 건 해골부대의 암호였다. 과연 이 암호를 일반 보병부대원들도 알고 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명훈에게 더 자세히 물어볼걸 그랬다. 계엄사령부만 쓰는 암호인지, 계엄군 전체가 쓰는 암호인지.

 “잘 못 들었습니다. 암호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정국이 대답이 없자 서 있던 경비군이 천천히 총을 잡은 손을 들었다. 정국은 시야에 걸리는 그 움직임을 캐치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바로 뒤에 명훈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묻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피가 말랐다. 정국은 명훈이 눈치 채고 어떻게든 제게 신호를 보내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시간을 끌기로 했다.

 “야, 너 가까이 와봐.”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경비군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경계 섞인 발걸음으로 허리를 천천히 낮췄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정국은 다짜고짜 그의 뺨을 손바닥으로 철썩 때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경비군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비틀거렸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다른 군인 셋 역시 놀라서 후다닥 모여들었다. 잠시 소란이 생긴 틈을 타 명훈이 속삭이듯 정국에게 말했다.

 “피! 피가 부르는 곳으로!”

 정국은 그의 신호를 확인하고는 안심한 듯 표정을 풀었다. 자신의 기억이 맞았다. 이제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을 정리하면 된다. 정국은 군에 있을 때 소위였던 소대장의 건방진 행동을 떠올렸다. 병사들을 막 대하던 모습은 지금 정국이 흉내 내고 있는 안하무인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극한 상황에 다다른 계엄사령부의 소위라면 충분히 이런 성격파탄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피가 부르는 곳으로, 이 새끼야. 지금 1,2중대에 탈영한 새끼들 생긴 거 너희도 들었지. 무전 떠서 좆 빠지게 찾으러 가고 있는데 너희가 상당히 방해 중이라고 지금.”
 “죄, 죄송합니다!”
 “관등성명.”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급하게 차렷 자세를 한 경비군들이 차례로 제 관등성명을 읊기 시작했다. 전부 병장에서 일병까지 일반 사병 계급이었다.

 “유도리 있게 좀 하자. 어?”
 “죄송합니다.”

 정국은 최대한 짜증이 난 표정으로 건들거리며 경비군들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들은 제 앞에 있는 성격 더러워 보이는 계엄사령부의 소위 때문에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 경광봉을 흔들며 가로막고 있던 놈들까지 운전석 근처로 와서 바짝 굳어 있으니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듯했다. 이제 이들에게서 벗어나 전속력으로 달려 호명산으로 향하는 일만 남았다.

 서 있는 이들을 향해 피식 웃음을 날린 정국이 빨간 완장이 채워진 팔을 차창 쪽에 받쳐대며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기어를 변속하고 지프를 움직였다. 바짝 긴장해서 숨도 못 쉬고 있는 나머지 세 사람이 작게 한숨을 쉬는 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바깥쪽에서 무전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다른 경비군 두 사람이 지프 앞에 정면으로 와서 섰다. 마치 지나가지 못하게 막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

 다시 긴장한 정국이 바짝 얼어붙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자 아까 뺨을 맞은 녀석이 총을 든 채로 경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망했다.”

 조용하게 내뱉은 말에 지민과 진규가 숨어 있는 모포가 꿈틀거렸다. 뒷좌석에서는 명훈이 철컥, 하고 총을 장전했다. 정국은 기관단총을 집어 들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운전석 옆쪽으로 다가온 경비군이 천천히 차창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었다.

 “이정식 소위님.”
 “…….”

 제가 입고 있는 군복 위의 이름을 부르는 경비군의 목소리에 정국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어쩌다 걸린 거지? 빠르게 두뇌 회전을 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경비군이 손전등으로 인해 밝아진 시야에 정국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했다. 그리곤 그의 뺨에 붙어 있는 뽀로로 밴드를 발견한 듯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탑승하신 레토나 차량번호, 합 213 다시 02.”
 “…….”
 “소위님, 잠시 내려주시겠습니까?”

 잊고 있었다.
 지금 타고 있는 지프는 명훈의 집 앞에서 탈취한 것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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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의 존재에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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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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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  | 1904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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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희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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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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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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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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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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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옵짐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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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솔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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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뚜쁘니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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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너는💜  | 1904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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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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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꼬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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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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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iiM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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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jk제케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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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리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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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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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영사해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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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ico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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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쿠키  | 190411   
노란 꼬까옷을 입은 새싹들이 파릇파릇 자라나는 유치원 병아리반에서 병아리 같은 지민이의 펠라라.. 경치 좋네요.. 우리 국민.. 빨리 잤음 조케따.. 국민 잔다! 국민 잔다! 다음화에 잔다! (아님)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랠슨생님..♥
망상댁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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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짐니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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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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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High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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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  |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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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모랑주  |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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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  |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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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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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심  |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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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BTS  | 19041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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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OONCOOKY  |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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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latte  |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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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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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  | 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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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난박지민  | 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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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꾹모리  | 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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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  | 19041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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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꾸  | 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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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정독러  | 1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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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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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ji681  | 19042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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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캬캬  | 19050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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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니미니  | 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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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쟈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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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a10  | 19051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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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t  | 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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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뿌우  | 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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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 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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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kyo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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믕밍  |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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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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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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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랄린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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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만 보여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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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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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마녀  | 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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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꾹꾹이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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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  |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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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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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30077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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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yot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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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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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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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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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찜  |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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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짐  |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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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니조아23  | 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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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반  | 19082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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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pple  | 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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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냥:D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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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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