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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13 랠리 씀

It’s only a matter of time

아마겟돈
13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소위님, 잠시 내려주시겠습니까?”

 정국은 숨을 흡 들이마셨다. 경비군의 눈빛과 행동에는 이미 의심과 경계가 가득하다. 언제라도 자신을 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당황한 티를 내서는 안 된다. 탈취한 차량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총을 쏘지 않은 것은, 아직 저들이 정국을 쏠 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엑셀을 밟아 앞에 있는 놈들을 치고 지나간다고 한들,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더군다나 뒷 열에는 명훈이 있기에, 저들이 총을 발사한다면 가장 먼저 다칠 것이 분명하다.

 일단, 시간을 끌어야 한다.

 “내가 왜 내려야 하는데. 뭐 문제 있어?”

 차에서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반만 갖추어 입은 군복 탓도 있었다. 군복 상의만 입은 모습을 들킨다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도난 차량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뭐 잘못 안 것 같은데.”
 “소위님, 내려주시죠. 차 안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안 통한다. 경비군은 여전히 총을 견착한 채로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국은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얼굴에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어떤 새끼가 지시했어. 지금 너희가 누구한테 이러고 있는 줄 알아?”

 같은 부대가 아니면 무전 채널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 경비군에게 지시를 내린 무전은 경비군 상부에서 보낸 것일 테다. 정국은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가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되뇌었다. 틈을 보이면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알 수 없다. 정국은 제게 가까이 붙어 있는 총구를 확인하고 경비군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총 안 내려? 죽고 싶어?”
 “죄송합니다. 확인하기 전까지는 힘듭니다.”

 정국의 완강한 태도에 경비군이 조금 당황한 눈치를 보였다. 눈앞에서 총을 들이대고 있는데도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국과 대치하고 있는 경비군들은 혹여나 자신들이 해골부대의 장교에게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쉽사리 그를 끌어내릴 수 없었다. 만약에라도 무전 내용에 오류가 있었거나 통신에 실수가 있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진다면, 이 성격 더러운 이정식 소위에게 무슨 보복을 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챈 정국은 표정을 조금 풀며 쥐고 있던 K7기관단총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경비군들이 몸을 움찔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내비췄다. 총의 기종으로만 보아도 틀림없는 해골부대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계엄 하에는 즉결처분 가능하다. 나는 계엄사령부 명령으로 탈영병을 찾으러 가는 길이고, 이 상황에서 너희 같은 머저리들 지시 따르라고 차출된 사람이 아니라고. 물러서. 명령이다.”

 경비군들은 군기가 가득한 정국의 말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견착한 총을 어정쩡하게 내렸다. 정국의 등에는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어나왔다. 이대로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 피 말리는 상황이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된다.

 “얼른 확인해 봐.”

 가까이 있는 경비군이 제 뒤에 서 있는 일병 계급의 군인에게 조용히 턱짓했다. 그러자 일병이 급하게 견착 해제하고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정국은 또다시 입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아, 돌겠네. 씨발.”

 정국이 욕을 내뱉으며 노리쇠를 당겨 총을 철컥 장전하자 경비군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저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얼른 엑셀을 밟으면 될까. 그러나 아직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 명의 군인이 있다.

 “앞에 놈들 얼른 치워. 밟고 지나가기 전에.”
 “소위님, 잠시 진정을…. 무전으로 금방 확인 가능합니다.”
 “명령 불복종으로 격발할 수 있다. 셋 센다.”
 “아…….”
 “하나.”

 당장이라도 총을 쏠 것처럼 안정적인 자세로 총을 견착한 정국을 보며 경비군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와중에 뒤쪽에 빠져있는 일병이 무전기를 쥔 채로 허둥대며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차량 번호에 뭔가 착오가 생겼다고 상달하면 그것을 확인하는 데에 분명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몇 번의 통신 과정을 거쳐야 할 테니.  

 “둘.”

 조수석 아래에서는 지민과 진규가 잔뜩 긴장한 채 숨도 못 쉬었다. 소리로만 들어도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정국은 살기 위해 엄청난 무리수를 던진 것이다. 진규는 새삼 정국의 기개에 입을 떡 벌리며 제 심장을 쥐었다. 지민 역시 두려움에 떨며 옆에 있는 진규의 무릎을 손으로 꽉 쥐었다. 두 사람은 모포 밑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얼른 이 상황이 지나가길 바랐다.

 정국이 둘까지 세자 지프 앞을 가로막던 놈들이 주춤거리며 옆으로 비켜나기 시작했다. 정국은 입꼬리를 올리며 숨을 내쉬었다. 성공이다. 정국은 경비군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제 왼쪽 발로 브레이크를 함께 밟았다. 지프를 멈추면서 기어 변속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던 건, 언제든 바로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정국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오른 발을 떼서 엑셀 위에 올렸다. 정국이 마지막 숫자를 내뱉는 순간까지 비켜나지 않는다면 항명에 해당하니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고 예감했을 것이다.

 이미 지프 앞에서 반쯤 비켜난 경비군을 빠르게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정국은 마지막 ‘하나’를 외치기 위해 천천히 입을 뗐다.

 그때, 일병이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 치직. 귀소 송신 바람.

 “…….”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 당소, 해골부대 2중대 1소대 부소대장 이정식 소위 사망 확인. 이상.

 아뿔싸. 차량번호 재확인이 아니었다.

 무전을 확인한 경비군과 눈이 마주치고, 그들이 총을 다시 견착하는 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정국에게는 이 위험천만한 찰나가 마치 주마등과 같았다. 1미터 거리에서 자신의 안면을 향해 올라오는 총구. 급히 운전석 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군인들의 발소리가 둥, 둥, 마치 호흡이 멈추기 직전의 심장소리처럼 느리게 귓가로 진동했다.



 탕!

 귀를 찢는 총성이 울렸다.



 그 소리의 근원은 정국의 총도 경비군의 총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정국에게 총구를 들이대던 경비군의 머리가 터졌다. 시뻘건 피와 뇌수를 쏟아내며 쓰러진 경비군을 보고 놀란 다른 군인들이 재빨리 달려들었다.

 “형! 밟아요!”

 총을 쏜 건 지프의 뒷열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명훈이었다. 천막으로 된 뒷좌석의 덮개 틈새로 총구를 겨누며 상황을 살피던 명훈은, 고요함을 찢고 들려온 무전을 확인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제 눈앞의 소위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총을 겨누기 시작한 경비군보다는 빨라야 했으므로.

 탕! 탕!

 귀를 먹먹하게 만들 만큼 요란한 총성이 이어졌다. 명훈은 정국에게 소리치며 동시에 경비군 두 명을 쐈다. 가늠쇠를 통해 긴 시간 들여다보고 있던 특전사의 조준은 깔끔했다. 세 발의 총이 모두 명중하며 경비군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정국은 있는 힘껏 오른 발에 힘을 주어 엑셀을 밟았다. 지프의 엔진이 기염을 토하며 빠르게 돌진했다. 앞을 비스듬히 가로막고 있던 군인 둘을 사정없이 들이받으며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곳에서부터 멀어졌다. 정국은 제 눈앞에서 머리가 터지며 죽어나간 경비군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탕! 타앙! 총에 맞지 않은 이들이 급히 지프의 꽁무니를 향해 총을 발사했으나 일반 사병들의 사격실력은 그리 훌륭하지 못했다. 어둠속으로 멀어져가는 지프를 명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명훈은 엎드린 자세로 상대적으로 밝은 경비군들을 향해 엄호 사격을 더했다. 탕! 탕! 끊이지 않는 총성 끝에 남아 있는 군인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으나, 더 이상 지프를 향한 총성은 이어지지 못했다.

 “하아, 하아, 미친… 미친!”

 진규가 헐레벌떡 모포를 걷어내며 울먹거렸다.

 “우리 산 거야? 어? 지금 도망친 거 맞지?”
 “하아…. 후, 후우….”

 정국은 핸들을 꼭 쥔 채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야 막혔던 숨이 터져 나왔다. 딱 죽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아마 명훈이 없었더라면 안면에 총알이 박혀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테지. 정국은 벌떡이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긴장이 컸던 나머지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아파왔다.

 “선배…….”
 “형, 괜찮으시죠?”

 지민과 명훈이 다급히 물었다. 정국은 대답하지 못하고 콧잔등을 찌푸리며 차창 밖을 주시했다. 조금 전 자신이 경비군과 대치했던 것은 분명히 무리수였다.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하마터면 떼죽음을 당할 뻔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온통 휘저었다. 차라리 자괴감에 가까웠다. 일주일 째 지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언제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그것은 정국을 점점 더 극한으로 몰고 갔다.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에 여러 명의 생사가 걸렸다는 사실은, 제아무리 강심장인 정국이라고 할지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 봐야 정국은 겨우 스물세 살이었으니까.

 라이트도 켜지 못한 채 질주하는 지프는 어느덧 호명산과 가까워졌다.





*






 총성이 들렸으니 다른 계엄군들이 몰려올 것이 분명했다. 명훈은 달빛에 의존하며 차창 밖을 살피다가 저 멀리의 샛길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정국은 명훈이 말하는 대로 재빨리 핸들을 돌려 꺾었다. 양 옆에 낭떠러지처럼 수로가 있는 좁은 길. 중심 도로보다 아래 방향에 위치하며, 큰 나무들로 가려져 있어서 컴컴한 어둠 속을 달리는 지프가 눈에 띌 일은 비교적 적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 길이 좀 낫겠어요.”

 정국은 지프가 수로로 빠지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며 내달렸다. 구불구불한 길을 꺾을 때마다 몸이 좌우로 쏠릴 정도로 크게 동요했다. 울퉁불퉁한 길은 불안한 승차감을 선사했지만, 그건 곧 산길과 가까워진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한참을 말없이 달리던 정국은 ‘호명산’이라고 쓰인 작은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드디어 호명산이 코앞이었다.

 “여기예요!”

 명훈이 반가운 목소리를 내며 가리킨 방향으로 다시 지프를 틀었다. 길이 전혀 닦여있지 않아서 울창한 숲에 가까운 곳을 향해 주저 없이 엑셀을 밟았다. 정식으로 나 있는 산길은 아니었으나, 산의 지리에 익숙한 명훈을 의지했다. 커다란 나무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숲으로 깊숙이 들어섰다.

 정국은 비로소 라이트를 켰다. 어두운 산길은 울창한 나무에 가려져 있어 달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곳에 사탄으로 변이한 동물들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문제없다. 사탄보다 무서운 위기를 무사히 넘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산속은 조용했다. 만약 사탄이 있었다면 지프의 소리를 듣고 달려왔을 것이다. 인간보다 청력이 발달한 사탄이기에 방심하면 안 되지만, 지금은 죽지 않고 살았다는 가슴 벅찬 사실 때문에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10분 정도 명훈의 안내에 따르며 거친 산길을 오르자 마침내 그들이 찾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카라반 장박지에 가까워지자 길도 제법 평평하게 다져져 있었다. 그러나 자연 속의 캠핑을 즐기려는 수요에 맞게, 주변은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쉽게 눈에 띄는 위치는 아니었다.

 “대박, 카라반이 다섯 개나 있어!”

 커다란 카라반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장박지에 다다라 비로소 시동을 껐다. 창밖을 내다본 진규가 들뜬 소리를 냈다. 평지에 지프를 세운 정국이 총을 들고 먼저 밖으로 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사방을 겨누며 주의깊게 살피던 정국은 주위에 사탄이 없음을 확인하고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지민이 정국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정국은 그의 몸을 앞으로 받쳐 안으며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상황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을 때까지 꾹꾹 참아온 듯, 지민은 정국의 얼굴을 부여잡고 급하게 키스했다.

 “그래… 내 이럴 줄 알았지. 생사를 오고 갔으니까 흰자 스루한다 내가.”

 진규가 썩소를 지으며 조수석에서 내려 바닥에 발을 디뎠다. TV에서만 보던 캠핑카가 산 속에 다섯 대나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지 카라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쪽쪽, 입을 맞추던 정국이 지민의 몸을 안전하게 내려주고는 어깨동무를 한 채로 카라반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 사이 힘겹게 지프에서 내린 명훈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카라반을 하나씩 살폈다. 모두 문이 잠겨 있었지만 총이 있으니 문제없었다.

 “여름이라 캠핑족들 좀 오고 갔을 테니까 배터리는 충분할 거예요.”
 “명훈이, 카라반에 대해 잘 알아?”
 “네. 어깨 너머로 봐서 알아요. 아마 물이랑 전기도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정국은 소음기가 달린 총으로 가장자리에 있는 카라반의 문고리를 부쉈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정돈되어 있는 카라반 내부가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위치를 켜자 내부의 전등이 들어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인공 빛이었다. 카라반 안에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포함해서 캠핑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작은 샤워부스와 싱크대, 전기레인지, 침대까지. 카라반 자체 배터리를 이용한 전력이니 방전되기 전까지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문제는 물이었다.

 명훈이 카라반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싶더니, 카라반의 수도관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화색을 띠며 말했다.

 “수도 사용도 가능하겠는데요? 정식 캠핑장이 아니라 상수도랑 연결되어 있진 않네요. 물탱크가 채워져 있을 거예요.”

 그의 말에 정국은 카라반 내부를 살폈다. 샤워부스 옆쪽에서 네모난 스티커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물탱크를 채워 넣은 날짜와 용량, 배터리 교체 내역 등이 적혀 있었다. 다행히 물을 채워 넣은 날짜는 2주 전이었다. 그 말은 즉, 바이러스가 발병하기 이전의 물이라는 뜻이었다. 정국이 수도를 트니 물이 흘러나왔다.

 “대박. 명훈아, 여기 완전 노다지야. 한 건 했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내가 자연인 드립을 잘 쳤어 그치?”

 다른 카라반 두 개의 문고리도 총으로 부쉈다. 일일이 내부에 스위치를 켜서 전력을 확인하고, 물을 채운 날짜를 체크했다. 각각 두 달 전, 한 달 전의 날짜를 확인하고는 안심할 수 있었다. 현재 시각 새벽 1시 30분. 모든 것을 갖춘 카라반은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충분히 이들을 지켜줄 안식처가 될 것이다.  

 “문단속 잘해. 산짐승들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
 “엉. 근데 지금 카라반 문 세 개만 딴 것 맞지?”
 “어. 나랑 후배님은 같이 쓸 거니까.”
 “당연히 그러시겠지. 외로워서 못 살겠다.”
 “그럼 너도 명훈이랑 같이 쓰던가.”

 정국의 말에 진규가 인상을 찌푸리며 웩, 하며 혀를 내밀었다. 정국은 남은 총 하나를 진규에게 쥐어주며 덧붙였다.

 “에어컨은 웬만하면 켜지 말자. 아무래도 실외기 소리가 좀 날 거야. 괜히 사탄을 유인할 만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어. 선풍기 있는 게 어디야. 이제 더위에는 좀 익숙해졌어.”
 “쉬어 그럼. 무슨 일 있으면 소리 질러.”
 “예이, 좋은 밤 되십쇼, 대장님.”
 “쉬세요, 형님.”

 진규는 이죽거리며 바로 옆 카라반으로 들어갔고, 명훈은 정국이 건네는 드레싱 키트를 챙겨들고는 세 번째 카라반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들어간 카라반 문이 안전하게 닫힌 것을 확인한 정국은 지민의 손을 잡은 채 군복 재킷 단추를 열며 첫 번째 카라반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단단하게 닫아 내부에 있는 걸쇠를 잠갔다. 할로겐 램프 하나만 켜 놓은 카라반 안은 마치 캠핑카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아늑한 느낌이었다.



 정국은 샤워부스로 들어서며 옷을 훌렁 벗어 던졌다. 순식간에 전라가 된 그를 보며 지민은 눈동자를 또르르 굴려 시선을 피했다. 별 짓 다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건가? 귀여운 지민의 반응에 정국은 샤워기 물을 틀며 피식 웃었다.

 “같이 씻자. 이리 와.”

 시원한 물을 맞으며 두 팔을 벌리는 정국의 나체는 밝은 데서 보니 더 탄탄하고 아름다웠다. 지민은 쭈뼛거리며 입고 있던 반팔 티와 반바지를 벗고는 샤워 부스로 향했다. 팬티를 벗지 않은 채 다가오는 지민을 장난스럽게 끌어당기는 바람에, 입고 있던 속옷이 쫄딱 젖어버렸다. 지민이 당황하며 젖은 속옷을 내려다보자 정국이 음흉한 표정으로 웃으며 속옷 밴드를 천천히 말아 내렸다.

 “아…. 다 젖었어요.”
 “금방 말라.”
 “그래두…….”
 “속옷 입고 있으려고 했어? 우리 둘뿐이고 여기엔 침대도 있는데?”

 몸의 열기가 가셔 시원해진 몸을 들이대며 정국이 지민의 나체를 끌어안았다. 전라가 된 살갗끼리 마주 닿자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지민이 먼저 턱을 내밀어서 정국의 입술을 먹어치우듯 덮었다. 적극적인 태도에 정국은 그의 하체를 바짝 끌어당겼다. 통통한 엉덩이의 살집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주무르면서, 고개를 비틀어 지민의 잇새로 말캉한 살덩이를 밀어 넣었다. 쫍, 쪼옥. 감질나게 혀를 빨며 키스하는 움직임에 지민은 눈을 질끈 감으며 정국의 등짝을 둘러 안았다.

 “으음….”

 체모끼리 비벼져 야릇한 감각이 들자 몸에 닭살이 돋아났다. 정국은 샤워 물에 푹 젖은 지민의 볼과 턱, 목덜미로 입술을 마구 옮겨가며 끈적하게 애무했다. 물에 젖은 몸은 차가웠지만 맞붙은 숨은 점점 더 뜨거운 열기를 자아냈다. 어느새 빳빳하게 고개를 든 정국의 아래가 지민의 뱃가죽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후배님이 먼저 키스해주니까, 나 막 잡아먹힐 것 같네.”
 “…하아, 하.”
 “밝은 데서 보니까 더 좋다.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주황빛 조명 아래에 빛나는 지민의 모습에 정국은 한껏 더 흥분하며 그의 골반을 거머쥐었다. 은근히 아래를 비비며 눈꺼풀이며 콧등이며 인중이며 할 것 없이 입술을 내려찍었다. 지민은 그의 단단한 등을 어루만지며 선물처럼 와 닿는 애무에 집중하느라 눈을 꼭 감았다. 축축하게 젖은 지민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만지다가 뒤통수를 잡아당겨 입술이 짓눌릴 정도로 삼켰다. 그리고는 가벼운 그의 몸을 번쩍 들어 카라반의 벽에 바짝 붙이고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했다. 지민은 벽과 정국의 사이에 갇힌 채로 코알라처럼 그의 몸에 매달렸다. 이런 자세가 야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섹스를 할 것처럼 구는 정국을 보며 지민의 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일 취재진 만나서 서울 가면, 나랑 자줄 거지?”
 “…이미 많이 잤잖아요.”
 “그 뜻 아닌 거 알면서.”

 정국은 단단하게 올라붙은 성기를 지민의 둔부에 비비다가 엉덩이 골 사이에 있는 은밀한 곳을 쿡쿡 찔러댔다.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그런 행동을 하는 정국 때문에 지민은 새빨개진 얼굴로 숨을 흐읍 들이켰다.

 웃고 있는 정국의 입꼬리와는 달리 축축한 눈빛에는 무언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지민은 그의 어깨에 둘렀던 손을 들어 정국의 양 빰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MT 첫날보다 살이 빠져서 양 볼이 옴폭하게 들어간 모습은 그의 외모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끼니때마다 정국은 자신의 음식을 덜어주거나 배가 부르다며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했다. 그만큼 그는 일주일 동안 생각보다 더 많이 희생하고 있던 거였다.

 “선배….”
 “응.”
 “고마워요.”
 “뭐가.”
 “전부 다요.”
 “고마우면 내 소원 좀 들어줘.”

 정국이 근사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 너머에는 어쩐지 지친 모습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발병 첫날부터 수없이 많은 위기를 정국이 나서서 감내해야 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지민은 지금 그가 어떤 소원을 말하든 다 들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들어줄게요.”
 “이름 불러주라.”
 “…….”
 “내 이름, 듣고 싶다.”

 이마와 코를 붙여오며 나지막이 말하는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지민은 그의 허리에 둘러 감은 다리에 힘을 주어 그의 하체를 더 가까이 당겼다. 가랑이 사이에 느껴지는 젖은 체모와 살갗, 그리고 발꿈치와 종아리에 느껴지는 정국의 단단한 엉덩이 근육. 이런 것들은 지금 당장 섹스를 해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야릇했다. 정국의 입에서 나올 소원이라는 게, 지금 당장 자신의 몸을 취하고 싶다는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민으로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다.

 “음….”
 “…….”
 “정국아.”

 나긋나긋하게 이름을 부르자 정국이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며 웃었다. 소리 없는 미소에 지민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한 번 더 이름을 불러주면 어떤 반응을 할까.

 “정국아.”
 “기분 좋다.”
 “정국아….”
 “응. 형.”
 “키스해줘…. 정국아.”

 말이 끝나자마자 틈 없이 맞물려오는 입술을 느끼며 지민은 눈을 감았다. 정국의 어깨에 내려놓았던 손을 들어 그의 뺨과 귀를 어르며 입을 크게 벌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혀의 움직임을 더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샤워기의 물줄기는 정국의 등짝에 부딪치며 물방울을 튀겨댔고, 체온은 지금이 한여름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시원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맞닿아 있는 곳만은 더 홧홧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허벅다리를 쥔 채로 허리를 앞으로 탁 쳐낸 정국으로 인해 지민의 등가죽이 벽에 밀렸다. 눈을 살짝 뜨자 정국이 자신의 입술을 빨며 가만히 눈을 뜨고 있는 게 보였다. 지민은 그의 상체를 다시 끌어안으며 단단한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 그러자 정국은 다시금 허리를 삽입하듯 쳐 올리며 조금 거칠어진 숨을 토해냈다.

 “또 불러봐.”
 “정국아…. 하.”
 “왜 이렇게 흥분했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밑에가… 꼭… 넣은 것 같아서요.”
 “몸이 예민하네. 진짜 넣으면 어쩌려고.”
 “으응…. 아…… 이상할 것 같아요.”

 제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숨을 불어넣는 정국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를 움켜 쥔 정국의 손이 천천히 살갗을 쓸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미동하며 은밀한 곳에 자꾸만 닿는 느낌이 들어 지민은 고개를 젖혀들고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아…. 선배, 기분이 이상해요.”
 “선배 말고. 정국이.”
 “으응, 앗…!”

 정국의 다른 한 손이 아랫배부터 타고 올라와 빛깔이 좋은 유두 위에 머물렀다. 차가운 물의 온도와 소름 돋을 만큼 야릇한 감각 때문에 딱딱해진 부위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굴렸다. 그러자 유두가 조금 더 빳빳해지며 지민이 놀란 소리를 내었다.

 “군대를 가지 말걸 그랬나.”
 “흐으….”
 “그럼 우리 더 빨리 만났을 텐데.”
 “아아, 그만…. 느낌이 이상해요.”
 “벌써 잡아먹었겠지? 이거보다 더 야한 거 많이 하면서.”

 누군가가 자신의 젖꼭지를 만진 적은 처음인데, 어째서인지 생경하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악몽을 헤매고 있을 때 깨워주기 위해 정국이 가슴을 애무한 적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지민이었다. 정국의 손가락은 어느새 엉덩이 사이에 완전히 자리 잡은 채 천천히 입구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럼 우리 후배님 힘든 일도 없었을 텐데. 김윤성 그 새끼, 나한테 한주먹거리거든.”
 “아…. 아래, 아래… 만져줘요.”
 “아래 어디. 지금 만지고 있는데?”
 “아, 그… 거기 말고, 읏.”
 “여기 조금만 더 만지면 안 돼?”

 은밀한 곳을 향해 장난치듯 손가락을 움직이며 배회하는 정국 때문에 지민은 흥분감에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어질어질해진 머릿속에는 온통 가슴과 엉덩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손가락의 감각으로 가득 들어찼다. 정국은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만지는 것 없이 자꾸만 지민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해본 적 없는 행위인데도 왠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넣어도……,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입구에 비벼지던 정국의 손길이 사라지며 여운을 남겼다. 젖꼭지를 유린하던 움직임도 멈췄다. 대신 벌어져 있는 아랫입술을 머금은 정국이 혀를 내어 입술 안쪽을 달래듯 핥았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 지민은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정국이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 자기, 감기 들겠다.”
 “아….”
 “자자.”

 영차, 하는 소리와 함께 정국이 그의 몸을 바닥에 내려주었다. 지민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에 젖은 앞머리를 시원하게 쓸어올려 이마가 훤히 드러난 정국의 얼굴이, 지금 이 순간 조금 야속하게 느껴졌다. 물을 뚝뚝 흘리며 먼저 부스 밖으로 나간 정국이 제 백 팩에서 마른 수건을 꺼내 건넸다. 그걸 받아든 지민은 바짝 서 있는 제 아랫도리부터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거칠어진 숨은 좀처럼 가다듬어질 줄을 모르며 지민의 여린 어깨를 자꾸만 들썩이게 만들었다.

 “…….”

 정국은 그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제 몸을 닦았다. 하마터면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무지막지한 짓을 해버릴 것 같았다며 고개를 털었다. 사실 이 안전한 곳에서 지민과 함께 몸을 눕히고 잠들기 전까지 입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드시 서울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런 충동쯤은 조금만 더 가둬두기로 했다.





*






 산중의 까만 밤은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불 꺼진 카라반 안은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근원이 어디인지 모를 짐승의 울음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곤충들의 소리만 사방을 메웠다.

 샤워 후에도 카라반의 침대에 부둥켜안고 누워 한참이나 입을 맞췄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나른하고 포근해서 두 사람은 결국 입술이 닿은 자세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그러다가 푸드득 거리는 소리에 정국이 눈을 번쩍 떴다. 고요한 밤중이라 작은 소리도 더 예민하게 다가왔다. 정국은 그 이상한 소리를 듣자마자 말초신경이 바짝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정국이 몸을 급하게 일으키자 덩달아 잠에서 깬 지민도 반쯤 감긴 눈꺼풀을 나른하게 열며 몸을 어정쩡하게 일으켰다.

 “…선배?”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푸드득, 그건 마치 날갯짓 소리와도 같았다. 정국이 침대에서 일어나 꽉 닫아놓은 카라반의 얇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방충망이 달려 있지 않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살짝 꺼낸 정국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젠장.”

 정국이 창문을 세차게 닫았다. 전라 상태였던 그가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반바지를 주워입었다. 다급하게 다리를 끼워넣는 움직임에 지민도 덩달아 놀라 멍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지만 얼른 챙겨 입은 정국이 급히 총을 집어 들고 카라반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안에 있어. 나오지 말고.”

 심각한 표정의 정국을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국이 재빨리 카라반 밖으로 향했다. 푸드득, 푸드득, 요란한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정국의 말에 잔뜩 졸아붙은 지민은 허물처럼 벗어놓은 바지를 챙겨 입으며 몸을 떨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사탄이라도 나타난 걸까? 아니면 계엄군?

 다리를 달달 떨던 지민이 용기 내어 카라반 창문으로 향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무엇보다 총을 가지고 나간 정국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이다. 지민이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그 틈으로 고개를 꺼냈다.

 “선배!”

 옆 카라반 쪽으로 고개를 틀자마자 눈에 들어온 광경에 지민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진규가 있는 카라반 근처에 새까맣게 변이한 새 두 마리가 딱딱해 보이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정국이 등장하자마자 그에게로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국은 기다란 총대를 허공에 마구 휘두르며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민이 소리를 내자 사탄으로 변한 새들이 방향을 틀었고, 정국은 있는 힘껏 총구를 휘둘러 사탄의 움직임을 막았다.

 “절대 나오지 마!”

 피슉, 소리와 함께 정국이 총을 쐈다. 그러나 공중에서 푸드덕거리며 움직이는 새를 한 번에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민은 몸을 덜덜 떨며 정국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당장 달려 나가서 그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절대로 나오지 말라는 그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어, 어떻게…….”

 지민은 불안에 떨며 카라반 안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그러나 새들을 공격할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지민이 다시 숨죽여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정국이 달려드는 새들을 쫓아내려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달리는 게 보였다. 세 번째 카라반 앞까지 간 정국이 소란을 피우자 명훈도 잠에서 깨어났는지 빠르게 카라반 문을 열었다. 총을 들고 나온 명훈이 다리를 절뚝이며 정신없이 허공에 휘둘렀다.

 “총 쏘면 안 돼!”

 정국은 명훈의 손에 들린 K2소총을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한밤중에 큰 총성이 들린다면 계엄군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벽은 밤보다 고요하다. 총 소리가 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 지금 쓸 수 있는 무기라고는 소음기가 달린 K7기관단총뿐이었다.

 “형! 조심해요!”

 재빠르게 정국에게 달려들고 있는 새를 향해 명훈이 총을 크게 휘둘렀다. 길이가 긴 총이라 다행히 사탄 한 마리가 총구에 세게 부딪치며 주춤거렸다. 행동이 느려진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틈을 타 정국이 새를 잡아챘다. 얇은 모가지를 손으로 꽉 쥐어 비틀자 순식간에 숨이 끊어진 새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의 새는 행동이 무척 빨랐다. 사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재빠른 움직임에 푸드득, 푸드득, 날갯짓 소리가 더 요란하게 났다. 야구방망이나 삽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쉽게 제압했을 텐데, 총의 길이가 마땅치 않으니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캄캄한 어둠이었다. 정확한 공격을 가하는 것은 어려웠다. 더군다나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명훈은 선 채로 정신없이 빙글 빙글 도는 새를 따라 몸을 트는 것조차 힘든지 자꾸만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너 들어가! 어서!”

 정국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명훈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돈 탓에 조금 어지러웠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때 저 반대편에서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또 나기 시작했다. 사탄으로 변이한 새 두 마리가 또다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었다. 새의 몸집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으악!”

 결국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명훈이 짧은 비명을 냈다. 정국은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빼앗아 양쪽에 들고는 새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위협했다.

 “카라반으로 가. 어서!”
 “형! 으윽….”

 넘어지면서 돌부리에 골반을 찧은 명훈이 괴로운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 정국에게 달려든 새 한 마리가 총부리에 세게 맞아 목을 비틀며 바닥으로 푸드득 쓰러졌다. 목이 얇은 동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제압하는 것은 쉬웠다. 정국은 다시 두 마리가 된 사탄을 경계하며 한쪽 손을 뻗어 명훈을 잡아끌었다. 그의 팔을 잡고 얼른 몸을 일으킨 명훈이 카라반 문을 열어 한 발자국을 들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악!”

 순식간에 사탄 한 마리가 명훈의 뒷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뾰족한 부리를 쩍 벌려 날카로운 이로 명훈의 목을 쪼았다. 명훈이 제 목을 붙잡으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걸 카라반 안에서 지켜보던 지민이 놀라 제 입을 틀어막았다.

 “어윽, 으…! 아…!”
 “명훈아!!!!”

 정국이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나 이미 명훈의 목은 까맣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명훈이 목 관절을 괴롭게 뒤틀며 변이하기 시작했다. 정국은 괴로운 표정으로 카라반 문 앞에 서 있는 명훈의 등짝을 발로 찼다. 그의 몸이 카라반 안쪽으로 힘없이 밀려들어가며 쓰러졌다. 바닥에 뒹군 채로 목부터 얼굴, 그리고 가슴과 어깨 부위로 빠르게 변이하는 명훈의 모습에 정국은 재빨리 카라반 문을 잡아당기곤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큭, 크억, 끄윽.

 명훈의 괴로운 신음이 작은 소리로나마 바깥까지 전해졌다. 정국은 명훈을 감염시킨 새의 대가리를 총구로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푸드득 거리며 정신없이 뱅글뱅글 돌던 새가 이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명훈이 감염됐다. 정국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지민이 있는 카라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지민을 보며 정국이 크게 소리쳤다.

 “문 닫아! 당장!!”

 그 소리에 지민이 손을 덜덜 떨며 문을 닫았다. 아직 바깥에는 사탄으로 변한 커다란 새 한 마리와 정국이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도움 되는 게 없었다. 지민의 얼굴이 금세 눈물범벅이 되었다. 눈앞에서 명훈이 변이하는 걸 보았다. 그럼 진규는 어떻게 된 거지? 지민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닫은 창문의 문고리를 손으로 꽉 쥔 채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푸드득 거리는 소리 말고는 딱히 들리는 게 없다.

 “하…. 안 돼.”

 이대로 정국 혼자 위험한 상황에 놓아둘 수는 없었다. 지민은 싱크대 아래 서랍장을 다급히 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칼과 같은 날카로운 집기는 들어 있지 않았다. 지민은 저도 모르게 터지는 울음을 삼키며 서랍장을 미친 듯이 열어젖혔다. 그러다가 맨 아래 서랍에 있는 바비큐 용 쇠 집게를 찾아냈다. 크기가 50센티미터쯤 되는 기다란 쇠. 이것이라도 들고 나가서 정국을 도와야 했다.

 지민이 재빨리 카라반의 문을 열었다.

 “으윽!”

 그런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새의 몸통을 붙잡은 채로 날개 힘에 밀려 몸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있는 정국이었다.

 “선배!”
 “오지 마!!”

 지민의 등장에 정국이 좌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외쳤다. 정국은 양 손으로 새를 붙들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느새 총은 바닥으로 떨어뜨린 채였다. 지민이 한 걸음 다가가자 정국이 콧잔등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위험해. 당장 들어가!”
 “서, 선배…!”

 가까이서 보니 지금껏 상대했던 새들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다. 성인 남성의 상체만 한 몸통. 벌어진 부리 사이에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과 무시무시한 발톱, 커다란 날개, 까맣게 변이한 채 하얀 눈깔만 희번덕거리는 모습은 맹금류에 가까웠다. 지민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매의 일종인 걸까. 정국의 손에 붙잡힌 채 힘을 겨루고 있는 이 사탄은 지금까지 봤던 모습과 확실히 달랐다.

 그때 날카로운 발톱이 정국의 손목을 콱 파고들었다. 그의 손목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윽!”

 손에 힘이 빠져버린 정국이 비명을 삼켰다. 정국이 힘겹게 버티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점점 첫 번째 카라반 방향으로 밀려났다. 지민은 쇠 집게를 내밀고 주춤하면서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한 채 덜덜 떨었다. 아무런 판단도 들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정국의 모습만 보였다.

 정국이 열려 있는 카라반 쪽으로 몸을 틀었다.

 “흑… 선배, 선배….”

 지민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를 따랐다.

 “으… 말, 진짜, 윽… 안 듣는다. 후배님.”

 정국이 쥐어짜듯 말을 내뱉었다. 까만 날개를 펄럭이며 힘을 더하고 있는 사탄에게 밀려나면서 정신없는 와중에 지민을 신경 썼다. 몸에 힘이 빠져가기 시작했다. 정국은 정신력으로 버티며 새의 목을 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자리에서 덜덜 떨며 울고 있던 지민이 무언가 결심한 듯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제게 등을 보이고 있는 새를 향해 집게를 세게 내리쳤다.

 꺼억, 컥.

 그러자 새가 괴성을 지르며 날개를 더 빠르게 푸드득 푸드득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용기가 생긴 지민은 다시 한번 어금니를 꽉 깨물며 집게를 높게 쳐들었다. 퍽, 소리와 함께 새의 두개골이 함몰됐다.

 된 건가?

 지민은 눈동자를 불안하게 움직이며 손을 덜덜 떨었다. 날개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한 번만 더…. 제발…! 지민은 온 힘을 다해 새를 내리쳤다.

 “…….”

 숨통이 끊어진 듯 활짝 펼쳐져 있던 까만 날개가 아래로 축 처졌다. 그러자 새를 붙든 정국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선배!”

 정국은 웃고 있었다.

 지민이 그를 확인하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정국이 그보다 빨리 몸을 움직여 카라반 안으로 몸을 들였다.

 “선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정국이 붙잡고 있던 새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그의 손이 드러났다. 정국의 오른 손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저, 정국…….”

 숨을 흡 참은 지민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국의 손가락 관절이 제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국이 변이해가는 제 오른쪽 팔을 꽉 쥔 채로 뒷걸음 쳤다. 그리곤 잇새로 터지는 신음을 꾹 삼키며 낮게 말했다.

 “후배님, 미안해.”

 어느새 팔꿈치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는 변이에 지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국의 팔 관절이 제멋대로 꺾이기 시작했다. 그가 허리를 접고 괴로워하다가 멀쩡한 손을 뻗어 카라반의 문고리를 쥐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을 당겨 닫는 그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지민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문, 절대로 열지 마…. 알겠지.”

 정국이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미소 지었다. 그의 마지막 말과 함께 카라반 문이 쾅 닫혔다. 철컥, 안에서 다급히 걸쇠를 거는 소리까지 들렸다. 마치 꿈을 꾼 듯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지민은 제 앞에서 굳게 닫힌 카라반 문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거…… 꿈이야. 그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몽유병 증상 중에 이렇게 생생하게 자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거짓말처럼 고요해진 숲 속에는 스산한 바람소리만 들렸다. 지민은 제 옆에 떨어져 있는 총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다시 굳게 닫힌 카라반 문을 바라보았다.

 꿈이야. 깨야 해….

 쿵, 쿵, 카라반 벽에 자꾸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진규와 명훈이 있는 카라반이었다. 그건 마치 제 심장소리와 같았다. 귓전에 비현실적으로 크게 맴돈다. 자신만 남겨놓고 모두가 변이해버리다니, 이런 고약한 꿈은 얼른 깨어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철썩.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지민이 제 뺨을 때렸다.

 아…. 아파…….

 지민은 멍하게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 못된 꿈에서 어서 빠져나올 수 있길 수없이 되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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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shine  | 190412  삭제
랠리님 댓글은 정말 오랫만이지만......늘 정독중인 애독자예요^^
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
음..그러니까...저기...시방....ㅡ.,ㅡ
설마설마서.....ㅇ...ㅓ...ㄹ....ㅁ..ㅏ
정국이가....ㅈ...ㅜㄱ....아니져?? 이거 제 꿈인거져??
랠리님 정말 아닌거져?.?.
읭???이렇게 갑자기??뜬금없이?짐니 혼자두고??
진짜진짜진짜 아니져? 만우절 아직 안지난걸루.??.????
코코리  | 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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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 190413   
제발 꿈이라고 해주세요ㅠㅜㅜㅜㅜㅜ
김수현  | 19041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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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ji681  | 19042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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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담  | 1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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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캬캬  | 19050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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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니미니  | 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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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니미니  | 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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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츄  | 190509   
이게 진짜일리없어요.....
콩콩콩  | 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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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쟈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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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a10  | 19051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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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t  | 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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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 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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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롭  | 19060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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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뿌우  | 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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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 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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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버  |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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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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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란  | 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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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kyo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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믕밍  |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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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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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랄린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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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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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kminzoa  |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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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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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마녀  | 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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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꾹꾹이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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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피  | 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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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punch  | 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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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  |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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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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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블루  | 190717  삭제
제발 꿈이길
와 심장 떠려서 못보겠네 ㅠㅠㅠㅠㅠ
랠리님 사랑합니다 건필하세요
하경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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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30077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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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yot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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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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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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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하뚜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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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리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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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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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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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찜  |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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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난  | 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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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니조아23  | 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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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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