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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14 (미성년자) 랠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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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14


‘사탄바이러스’와의 전쟁















 아…. 뜨거워…….

 허공에 더운 숨이 터졌다. 손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정신을 잠식해간다. 등에 닿은 카라반 벽이 얼음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몸 안에서 화산이 끓고 있다. 이러다가 터져서 갈가리 찢어져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앞이 가물거리는 것을 보니 이게 사지육신 멀쩡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순간인가 싶다.

 “하.”

 정국은 신음 같은 웃음을 토해냈다. 지나온 일주일이 허무했다. 어차피 다 이렇게 될 거였는데 그리도 애썼던가. 살고자 발버둥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건만, 이 정도면 신이 인간을 상대로 트루먼 쇼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악취미. 유리관 안에 넣어놓고 생쥐처럼 구경하는 게 당신은 재미있었나? 정국은 자조하며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매의 발톱이 파고든 팔목에는 시뻘건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피가 솟자마자 그 냄새를 맡고 눈이 돌아버린 사탄이 더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결국 사나운 부리를 벌려 날카로운 이를 손등에 박아 넣고 말았다. 사실 발톱이 파고들어 힘이 빠진 순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사탄에게 물릴 것이란 걸. 부리에 쪼이고 날카로운 이에 물린 순간의 고통. 손등의 혈관부터 팔을 타고 뜨겁게 용암이 흘러 올라오는 감각.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발작하며 바이러스의 침입에 괴성을 지르는 느낌. 손끝부터 천천히 녹아내리는 느낌. 만약 용광로에 손을 집어넣으면 이런 고통과 비슷할까 싶다.

 손가락의 관절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어느덧 팔꿈치 위까지 퍼진 변이에 이제는 팔의 관절까지 어그러지며 비틀렸다. 정국은 카라반 안에서 벽에 머리를 기대고 헉헉 거렸다. 이 안에 들어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팔을 도려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지민이 한바탕 뒤졌는지 내부의 서랍은 엉망진창으로 헤집어져 있었다.

 억울하다. 이대로 끝나버리는 거.

 순식간에 어깨까지 썩어버릴 듯 까맣게 물든 것을 보며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석탄처럼 변해버린 오른 팔은 제 몸의 일부가 아니다. 그런 흉측한 것이 자신의 신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까맣게 물든 시야와 먹먹한 귀. 살면서 포기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국의 눈앞에 길지 않은 지난 세월의 풍상이 느리게 지나갔다. 이제야 인생의 마지막 주마등을 보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엄마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엄마도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었을까. 그때의 자신은 너무 어렸던 터라 희귀병이 뭔지, 몸이 아픈 게 뭔지,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이런 게 죽음의 고통이라면 엄마는 참 외로웠을 것 같다. 뒤이어 군대에 있는 형의 얼굴도 떠올렸다. 세상에 남겨진 건 형제 둘뿐이었는데 이젠 그가 혼자 남겨질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자신이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는 알게 될 수 있을까. 그래도 형은 늘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꿋꿋하게 잘 살아갈 거라고, 그렇게 되뇌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른 사람은, 우습게도 지민이었다. 고작 일주일을 안 그가 마지막 순간에 가족 다음으로 새겨야 할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얇은 카라반 벽을 사이에 두고 울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가슴 속을 누가 날카로운 것으로 저미는 것 같다.

 “씨….”

 뼈와 살과 근육과 내장까지 다 타들어가는 고통에도 참았던 눈물이 터져 올라왔다. 그 순간에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국의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고개 숙인 그의 콧등을 타고 후두둑 흘러내려 바지를 적셨다. 왜 우는 것이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누구 때문에 울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죽는 마당에 누굴 걱정하느라 우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의 끝은 하나였다.

 사랑이었나 보다. 고작 일주일간 그가 가진 외로움이 자신을 짓눌러서, 실은 외로웠지만 외로움을 타지 않았던 자신과는 무척 다른 모습에 마음이 갔나. 지켜주고 싶은 사람은 처음이라서 좋아졌나. 만지는 손길이, 작은 목소리가, 수줍어하는 얼굴이 낯설고 예뻐서 눈길이 갔나. 아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려 했으나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냥… 사랑. 사랑에 빠졌던 모양이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나 보다. 자신은 박지민을 사랑한다.

 정국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하마터면 우욱 하는 헛구역질 소리가 날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고 벽에 머리를 기댔다. 새까만 시야에는 닫힌 창문으로 들어오는 미약한 달빛만이 어설픈 존재감을 내고 있다. 제 몸이 어디까지 어떻게 변이했는지 알고 싶지 않았으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지금 신체 어디를 확인해도 사탄과 같은 암흑뿐이었으니, 괴생명체로 변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이 좆같은 상황에서도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정국은 하염없이 울었다.





*






 바람이 점점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마치 비가 올 것 같은 조짐이었다. 축축해진 공기와 함께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들이 스산한 소리를 내며 스쳤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낙엽들이 거센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며 지민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망하게 앉아서 한참이나 제 뺨을 때리던 지민은 문득 머릿속의 줄이 끊긴 듯 정신을 번쩍 차렸다. 눈앞에 있는 닫힌 카라반들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몇 번이나 꿈에서 깨어나길 바랐지만 야속하게도 이건 날카로운 현실이었다. 몇 시간 전 군인들에게서 겨우 벗어나 목숨을 건진 것도, 카라반 안에서 정국과 뜨겁게 몸을 겹쳤던 것도, 모두 지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민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총을 집어 들었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의연했다. 눈빛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는 게 없었으며, 천천히 떼는 발걸음에도 일말의 망설임 따위 없었다.

 어차피 MT에 온 목적은 하나였다. 죽기 위해서. 자신을 1년간 지독하게도 괴롭혀온 김윤성이 보란 듯이 죽어주려고 했다. 학생회실에서 MT 스케줄에 대해 떠들던 것을 엿들었다. 둘째 날 오후에 물놀이를 한다고 했었다. 그때 죽어주려고 했다. 평생 손가락질 당하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보라고. 사는 것이 지옥 같아서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빌면서 살아보라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허약했던 몸, 남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 그런 것들 때문에 수도 없이 오해를 샀던 세월들. 자신은 언제나 외로웠기에 늘 삶이 꿈이길 원했다. 그것이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망상 장애였나. 우습게도 약을 먹기 시작하니 바라던 대로 꿈속을 거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부작용이라 말할 테지만 지민에겐 아니었다.

 정국 때문에 살고 싶었다. 오래오래 살고 싶어졌다. 그러니 이제는 혼자서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혼자서 취재진을 만나서 살아남을 의욕은 없었다. 그럴 방법도 알지 못한다. 미련 한 줄마저 다 앗아간 이 상황에서 지민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가지였다.

 지민이 천천히 카라반으로 향했다. 이 안에 정국이 있다. 문고리를 천천히 돌려보았으나 안에서 걸쇠를 걸어 잠근 문은 열리지 않았다. 지민은 난생 처음으로 총을 든 채로 어설프게 자세를 잡았다. 그동안 정국이 총을 쏘던 모습을 떠올리며 천천히 노리쇠를 당겼다. 철컥, 소리와 함께 총이 장전되었다. 손잡이를 잡고 가늠쇠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둠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반드시 이 문을 부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방아쇠를 당겼다. 피슉, 피슉, 피슉, 몇 발의 총성이 연속으로 울린 후에야 비로소 꽉 잠겨 있던 카라반의 문이 헐겁게 열렸다.

 “…….”

 지민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며 틈이 벌어진 입구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끝날 것이라면 정국의 곁이 좋겠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비참하고 억울하게 죽느니,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 같은 것들에게 물려 죽느니, 차라리 그의 곁에서 같은 모습으로 사라지는 것이 가장 좋은 결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탄으로 변이한 정국이 자신을 물어온다고 하더라도 그건 고통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변이하지 않은 자신의 몸일 테니, 새로운 감정을 알게 해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일 것이다.

 사랑.

 여태 자신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이것으로 갚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지나간 짧은 시간 탓으로 돌리기엔 통탄스러웠으므로.

 ‘우리 서울 가는 거 성공해도, 나랑 계속 연애할 거야?’
 ‘엄청 좋아. 형이. 그러니까 서울 가서도 안 놔줘.’

 지금 이 카라반 안은 서울이나 다름없다. 놔주지 않고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






 기절할 것처럼 눈알이 자꾸만 위로 뒤집혔다. 정국은 뻗은 다리를 바르작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이제는 완전히 무감해진 오른쪽 팔을 꽉 움켜쥔 채로 어금니를 꽉 물었다.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은데 아직 정신이 멀쩡하다. 혹시 사탄들은 자신이 사탄인 것을 모르는 걸까. 지금 자신처럼 말이다. 그런 거라면 그 괴물들 모두 참 불쌍한 것이 아닌가. 제가 사탄인 줄도 모르고 갈증에 허덕이며 멀쩡한 인간의 피를 찾으니 말이다.

 정국이 문득 제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신기루처럼 흐릿한 눈앞에 보이는 팔은, 처음 변이했을 때처럼 검은 혈관이 불거지며 징그러운 나무뿌리처럼 갈라져 있었다. 정국이 눈을 홉떴다. 무감해졌던 팔에 다시금 감각이 돋아난다. 세포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느낌이 되살아나는 순간 다시금 끔찍한 고통에 사로잡혔다. “으윽….” 정국이 신음을 삼키며 얼굴을 찌푸렸다. 제멋대로 움직이던 관절이 행동을 멈췄고, 까맣게 전소한 석탄 같던 팔이 살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정국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재빨리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존재감 없는 달빛 아래서도 알아볼 수 있다. 분명히 어깨까지 올라왔던 변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심장에 가까운 부위부터 손끝의 말초세포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울퉁불퉁한 뒤틀림이 시작되었다. 처음 물렸을 때의 뜨거움보다 더 차원 높은 고통에 정국이 손을 벌벌 떨었다.

 동맥과 정맥이 터질 듯이 발버둥치는 것 같다. 온몸에 있는 피가 한 곳으로 모여드는 느낌이다. 오른팔이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에 사로잡혔다. 전기가 관통하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면 몸을 갈라 혈관을 꺼내서 갈기갈기 찢어놓으면 이 정도로 아플까. 마치 혈관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우듯 요동치는 팔. 차라리 이것을 잘라낸다면 덜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까만 피부를 점점 원위치로 되돌려 놓는 움직임이었다.

 그가 이를 악물고 몸부림치는 사이 연속적인 총성이 들렸다. 정국은 그 소리가 무엇인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눈을 꽉 감고 벽에 뒤통수를 비비며 오른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손가락 마디가 아우성치며 날뛰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점점 이 끔찍한 통증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정국이 힘겹게 눈을 떴다.

 “…….”
 “…….”

 그 순간 카라반 문을 열고 들어온 지민을 발견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닫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맴돌았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넋을 잃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국은 눈에 잔뜩 힘을 주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짙은 쌍꺼풀이 숨어들어가고, 까만 눈동자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진짜….”
 “…….”
 “말, 더럽게… 안 듣네….”
 “흐으….”
 “하아, 여기가, 윽… 어디라고, 흐윽… 들어와.”

 정국의 얼굴이 아무렇게나 무너져 내렸다. 지민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헐레벌떡 정국에게 다가갔다. 그의 뻗은 다리 위에 올라 앉아 허겁지겁 입술을 빨았다. 그러나 정국은 터져 나오는 울음 때문에 입맞춤에 제대로 응하지도 못한 채로 서러운 소리를 냈다. 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국의 얼굴을 부여잡고 눈을 맞추었다.

 “정국아….”
 “…바보야? 여길 왜, 왜….”
 “정국아, 흐윽….”

 끝이라고 확신하고 체념한 순간에 눈앞에 펼쳐진 것은 꿈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지민은 처음으로 이것이 꿈이 아니길 바랐다. 여태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염원이 순식간에 뒤집힌 것이다. 정국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까맣게 변이되었던 손이 이내 제 색을 찾아 돌아와 있었다. 거뭇한 흔적만 곳곳에 울혈처럼 남은 정국의 팔을 샅샅이 훑어보고 문지르는 지민의 모습은, 마치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처럼 다급해보였다.

 “어떻게, 어떻게…….”
 “내가… 흐… 후배님 두고 죽을 것 같아?”

 정국이 오른 손으로 지민의 뺨을 감싸고 조금 거칠게 그의 살결을 문질렀다. 손등과 팔에서 우글거리던 혈관이 점차 가라앉으며 사그라졌다. 끔찍한 고통도 이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완전히 되돌아온 신체를 확인한 정국은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죽음을 한 차례 넘겨낸 후의 지독한 카타르시스. 환희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주체 못할 흥분이 그의 몸을 에워쌌다.

 “선배 없으면… 소용없어요. 다. 흑….”
 “우리 자기, 나밖에 모르는 바보네? 어쩌려고 그래.”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 정국의 모습은 늘 봐왔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지민은 이게 꿈이 아니라고 더욱 확신했다. 그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 걸 알면서, 정국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렸다. 퍽 퍽. 두 번을 연속으로 때리자 정국이 더 때리라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더 때려. 이거 꿈속이니까 안 아파.”
 “…장난 칠 생각이 나요?”

 정국의 말에 지민은 순간 심장이 철렁였으나 이내 그게 장난이라는 걸 깨닫고 겁먹은 표정으로 정국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정국은 흥분감에 취한 채 거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쉬었다. 그의 벗은 가슴이 거세게 부풀어 오르는 게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진짜 싫어….”
 “정말로 싫어?”
 “…아뇨. 좋아요.”

 지민은 그에게 다시 입을 맞추며 가슴을 맞댔다. 빠르게 뛰는 정국의 심장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국이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열어 잡아먹을 듯 덮쳐왔다. 뜨거운 살덩이가 얽히며 질척거리는 소음을 냈다. 안에서 섞이는 침과 함께 혀의 움직임은 부드러웠으나, 맞붙은 입술은 피가 맺힐 정도로 강한 움직임이었다. 지민은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희열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정국의 손을 끌어다가 제 바지춤에 가져다 놓으며 지민이 엉덩이를 띄웠다. 그러자 정국은 입술을 강하게 빨다 말고 고개를 떼어내며 숨을 탁 터뜨렸다. 그게 무슨 신호인지 모르지 않았다.

 “감당할 수 있어?”

 정국의 물음에 지민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아플 텐데. 내가 좀 거칠어.”
 “괜찮아요.”
 “울어도 안 멈춰.”
 “지금, 빨리……”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요. 지민은 뒷말을 삼키며 스스로 바지를 끌어내렸다. 속옷을 입지 않아 맨살이 훤하게 드러났다. 이내 정국의 하의도 벗겨져 내려갔다. 영원한 헤어짐의 문턱에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깨달은 연인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나신을 겹쳤다. 정국은 정상적인 움직임을 되찾은 제 손가락으로 망설임 없이 지민의 엉덩이를 벌렸다. 누군가를 한 번도 받아들인 적 없는 입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느덧 창문 밖으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쏴아. 시원하게 울리는 그 소리는 산 속의 모든 소음을 뮤트 했지만, 카라반 안의 축축한 마찰음까진 먹어치울 수 없었다. 닿아 있는 뺨이 뜨거워서 데여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지민의 몸이 쑥 들려서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카라반 바닥에 가슴팍을 대고 엎드린 지민의 골반이 손쉽게 들렸다. 조금 다급하게 끌어당기는 정국의 행동에 지민은 자신의 자세가 민망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으응…. 선배….”
 “정국아.”

 아이처럼 울던 모습은 어디가고, 이제는 낮게 그르렁거리는 남자의 목소리만 등 뒤에서 울렸다. 명령하듯 자신의 이름을 부르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지민은 흥분에 가득 찬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팍을 세우려 팔에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나 등을 내리누르는 정국의 팔에 다시금 힘없이 무너졌다.

 “아플 거야. 어차피 못 버텨.”

 배려인지 아닌지 모를 말에도 지민은 뺨을 바닥에 문지르며 가느다란 숨을 터뜨렸다. 엉덩이만 높게 쳐들고 있는 자세라는 게 뒤늦게 자각이 되어 지민은 제 엄지손가락을 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려 애썼다. 엎드려 있는 자신의 뒤에 무릎을 세운 채로 서 있는 정국의 몸이 보였다. 흥분에 녹아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지민에게도 단단하게 피가 몰렸다.

 안을 헤집던 손가락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단숨에 정국의 뜨거운 기둥이 몸 안을 파고 들어왔다. 지민은 숨을 흡 참으며 생각지도 못한 통증에 미간을 좁혔다. 저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러자 뒤에서부터 정국의 낮은 신음이 터졌다.

 “망했어. 너.”
 “흐읏….”
 “이제 안 참아. 지민아, 너 망했어. 아니다. 나 이제 다 가졌으니까 너 하나는 지켜. 너 운 좋은 거야.”

 그 말은 지민을 가졌다는 말도 되고, 이 바이러스와 싸워 이겼다는 뜻도 되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두 사람 다 알 수 없었으나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사탄에게 면역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금 이 순간이 그 판도의 시작이 될 거라고.

 바닥에 가슴과 무릎이 쓸려 아프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저 뒤에서 드나드는 움직임을 따라 새하얀 몸이 흔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정국은 행동을 멈추고 지민의 몸을 일으켜 카라반의 침대 모서리에 엎어놓았다. 조금 높은 매트리스에 가슴부터 뱃가죽까지 닿아 조금 편안한 생각이 들 때쯤, 다시 정국의 몸이 엉덩이를 으스러뜨릴 듯이 빠르게 들이 받아오기 시작했다.

 서툰 손짓 하나 없이 유연하게 행위를 리드하는 정국은 이 순간 자신의 구원자이기도 했고 죽을 때까지 정복해주었으면 하는 제왕이기도 했다. 어깨에 올라가 있던 다리를 넓게 벌리며 짓누르는 무게에 지민의 무릎이 겨드랑이 부근까지 가까이 와 닿았다. 아랫입술을 문 채로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만큼은 순한 양 같은데 그 위에 자리한 눈썹은 한껏 찌푸려져 주름을 만들고 있었으며, 지민이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줄 때마다 콧잔등이 구겨지는 표정은 지금 이 행위가 정국에게 어마나 필사적이고 만족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지민은 넓게 벌어진 가랑이가 부끄럽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양 팔로 제 다리를 더 가까이 잡아당겼다. 신음을 지를 힘도 없어서 입을 멍하게 벌린 채로 발가락 끝만 겨우 움직였다.

 “지민아.”

 흥분에 취해 제 이름을 멋대로 불러대는 두 살 어린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좋은지. 지민은 자꾸만 가물거리는 정신을 다잡으려 애썼다.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좁은 몸 안에서부터 시작된 은근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스멀스멀 뱃속에서부터 울리기 시작했으니까.

 사랑이라고 생각한 순간 느꼈던 상실감이 어땠던가. 정국과 함께하는 끝을 선택할 만큼 그 감정이 큰 것임을 알았기에, 앞으로도 지금 이 쾌락의 행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정국이 선물하는 흥분감과 함께 일말의 고통마저 다 감수할 수 있겠다.

 전정국, 너는 나의 무엇인가?

 그는 한 글자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였다. 첫날 자신을 김윤성에게서 구해주겠다며 방으로 데리고 가 팔베개를 내어주었을 때도, 그의 품에서 포근한 잠을 이루었을 때도. 망설임 없이 손을 잡아주고 업어주고 안아주며 지켜주었을 때도 말이다. 지민은 그것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몸을 기울여 무게를 실은 정국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종마처럼 경주하듯 내달리던 허리의 움직임이 바뀌어서 느릿하지만 몸속 끝까지 무게감 있게 파고 들어왔다. 지민은 가까워진 그의 얼굴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맞닿은 코끝에서 달큼한 숨이 섞여들었다. 거칠게 내뱉는 정국의 날숨을 온전히 들이마시며 몸이 허공에 뜨는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몸 안에 퍼지는 따뜻한 온도를 느끼며 사르르 눈을 감았다.





 
*






 계엄사령부의 기지는 가평의 산 하나를 깎아 만든 외진 평야에 위치해 있었다. 지프에 앉아 한참이나 덜컹거리는 승차감을 느꼈더니 멀미가 올라올 지경이었다. 비로소 계엄사령부 부대 안으로 도착하자 석진은 얼른 바닥에 멀건 위액을 토해냈다. 평생 책상에 앉아서 공부와 연구만 했던 그로선 신체적인 변화가 버거웠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남준은 조용히 그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부대 안에 있는 건물들은 원래 학교 건물인 듯했다. 산등성에 위치한 학교라니, 왜 폐교가 된 것인지 알 것도 같았다. 실은 폐교가 된 건지 아닌 건지 제대로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했다. 연구동은 학교 본관 건물 옆에 위치한 별채였다. 군인의 안내에 따라 걸으며 석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보초를 서고 있는 계엄군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손수레에 무언가를 바삐 실어 나르는 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본관 건물 뒤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석진은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쓸데없는 호기심은 갖지 않기로 했다. 자신은 징병된 연구원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괜히 다른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얼른 끝내고 자유를 찾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석진을 기다리고 있던 계엄사령관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술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연구실로 꾸려진 교실 안에 들어선 석진은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계엄사령관과 나눈 대화를 천천히 떠올렸다.

 “건물 뒤편에 소각장이 있습니다. 화장터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화장터요?”
 “예. 시신은 처리해야 하니까요.”

 그의 말에 석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시신이라는 말이 사탄을 말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쯤은 눈치 챌 수 있었다.

 “멀쩡한 사람들의 시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박사님이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고요.”
 “그게 무슨….”

 순간 이전에 계엄사령관이 찾아왔을 때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막을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까?’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박사님의 답변이 참고가 되었습니다.’

 똑똑한 머리를 굴려 조합해보았을 때, 이 상황은 즉 서울까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바이러스니 멀쩡한 사람들까지 죽였다는 말과 같았다. 자신의 말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는 말인가? 석진은 일그러질 뻔한 표정을 간신히 감추며 평정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심장이 무두질치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마치 자신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불법 아닙니까?”

 석진이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감추며 물었다. 그러자 계엄사령관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 법은 누가 판단하죠? 살아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
 “박사님, 꼭 사람들을 죽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설마 박사님 말만 듣고 다 죽였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말에 석진은 의문을 품으며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사람들을 죽이는 것만은 아니라면, 생존자들에게 군인이 어떠한 실력행사라도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런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계엄사령관은 석진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앞장서서 걷는 제복 어깨를 바라보며 석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는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모든 계엄 권한을 위임받은 자다. 실질적으로 계엄 지역을 주무르는 인물. 계엄사령관의 말 한 마디에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관과 별관을 지나쳐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가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 앞에는 계엄군 여덟 명이 완전 무장한 채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사령관이 나타나자마자 각 잡힌 자세로 경례하는 모습을 힐끔 보며 석진은 과연 이 안에 무엇이 있을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의외로 쉽게 문이 열렸다. 마치 석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듯 활짝 열어젖힌 문 안에 들어서자, 가벽으로 세워진 여러 개의 방이 보였다. 사령관과 함께 복도를 걷던 석진은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생존자들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저항하지 않는 자들은 이렇게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코 이곳이 안전해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삼엄한 경비와 음습한 분위기.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불편한 곳이 없어 보였으나, 석진이 보기에 그곳은 마치 감옥과 같았다.

 “이들을 데리고 온 목적은 무엇이죠?”
 “박사님을 데리고 온 목적과 같죠.”
 “…치료제요?”
 “아닙니다. 백신이죠.”

 치료제가 아닌 백신을 말했다. 엄연히 다른 것이다. 성격은 비슷하나 그 쓰임과 대상은 엄연히 다르다. 치료제는 이미 감염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고, 백신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치료제가 아니라 백신만 만들라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바이러스 감염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까. 이미 사탄이 된 자들을 모두 구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한없이 부족합니다. 산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효율적이죠.”

 그러나 어떠한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관련자들은 백신과 치료 모두에 힘써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기에 석진은 의아했다. 백신을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치료제에 전념하라는 뉘앙스가 전혀 아니었다. 그의 말은 치료제를 전적으로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치료제를 배제한다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석진은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어서 백신을 개발해서 생존자들을 살려주세요.”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에 어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을 만든다면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지역에 있는 감염자를 빼고, 나머지 모든 인구를 무사히 구할 수 있다.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석진은 연구실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넘겨받은 바이러스 샘플이었다. 주로 사탄으로 변이한 자들의 신체 일부를 떼어낸 것이었다. 까만 숯 조각 같은 것을 샬레에 올리고 약품처리 후 들여다보았다. 석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사님, 뭐 문제 있나요?”

 옆에서 지켜보던 남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준은 눈치가 빠르고 판단력이 좋은 편이었다. 게다가 석진의 곁에서 오래 함께 연구해왔기에 석진의 표정만 봐도 무언가가 잘 되거나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서울에 있을 때 받았던 바이러스 샘플이랑 그리 많이 다를 것은 없는데 말이야.”
 “네.”
 “다만 변이가 많이 되어서 문제야.”
 “원래 바이러스 진화는 흔한 일 아닌가요?”

 남준의 말이 맞다. 바이러스는 자체가 돌연변이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에, 그 분열과 확장 과정에서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만들어가며 진화하는 형태는 흔한 일이었다. 여태 바이러스를 연구해온 석진이 당연한 이야길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진화 속도가 빠르면 백신을 만들기 쉽지 않으니까.”
 “백신이요?”
 “사탄 바이러스는 진화의 형태가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라. 최초 감염 샘플이 있어야 할 텐데.”

 숙주를 옮겨 다니며 계속해서 진화하는 바이러스라면, 시작점에 있던 1세대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리저리 변이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백신이라는 것은 본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부분을 제거하여 인간의 몸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말해 약한 바이러스를 몸에 넣어 스스로 항체를 만들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탄 바이러스의 초기모델이 필요하다. 어느 수준으로 만들어야 인간의 몸이 버틸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숙주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바이러스 움직임을 관찰하는 게 가장 좋겠어.”
 “음… 그 말은 사탄을 생포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응.”

 남준은 석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팔짱을 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계엄사령부로 들어온 뒤로 치료제가 아닌 백신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의구심을 품었다. 남준은 아마도 석진이 계엄사령관을 만나러 갔을 때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석진은 연구실에 있는 인터폰을 들었다. 계엄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직통 연결되는 번호를 누르자 짧은 신호음 끝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석진은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최초 감염자를 생포해주세요. 반드시 필요합니다.”





*






 아, 아래가 아파….

 지민의 가슴팍에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가 몸을 꿈틀거리자 벌어져 있던 다리가 한쪽으로 모아지며 몸이 모로 세워졌다. 엉덩이 사이에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지민은 눈을 감은 채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은 MT 첫날밤의 기억이었다.

 장면이 전환되며 아래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곧 자신에게 성기를 찔러 넣으려는 김윤성의 몸짓으로 바뀌었다. 지민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김윤성이 머리채를 잡아끌고는 우악스럽게 다리를 벌리려 했다.

 ‘한 번만 넣어보자. 어?’

 그에게서 불쾌한 술 냄새가 풍겼다. 그곳은 1층에서 단체로 묵고 있는 숙소가 아닌, 김윤성이 불러냈던 콘도 3층의 작은 방이었다. 마치 이 날만 기다렸다는 듯, 빈 방을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국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가 메시지가 오는 진동에 눈을 뜨곤 겁에 질려 있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1년여의 시간 동안 세뇌처럼 그가 부르면 몸을 움찔거리며 가게 되었다. 이제 그의 좆을 입에 물고 빠는 정도는 아무렇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김윤성을 충격에 빠뜨릴 것이니, 이왕이면 더욱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었다. 그러나 방에 들어가자 생각과는 다르게 김윤성은 오랄섹스를 요구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바지를 벗기고 우악스럽게 삽입을 시도했다.

 ‘싫어요. 이건… 싫어요.’
 ‘까다롭게 굴래? 넣고 나면 안 아파.’
 ‘그래도 이건, 무서워요. 싫어요.’
 ‘아 씨발, 짜증나게 하네. 싫으면 네가 어쩔 건데.’

 김윤성이 손목을 결박하며 가랑이 사이에 자리 잡았다. 지민이 발버둥치자 김윤성이 손으로 따귀를 때리려는 시늉을 했다. 지민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다.

 ‘잘못 했어요…. 화내지 마요.’
 ‘그러니까 빡치게 하지 말라고.’
 ‘잘못 했어요 윤성 선배…. 근데… 이건 싫어요.’

 지민은 술에 취해 벌게진 김윤성을 있는 힘껏 밀었다. 그러자 그가 주춤하며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바지를 무릎까지 내려서 붉게 부풀어서 꺼떡거리는 좆이 역겨웠다. 지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내달려 정국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팔베개를 해주고 있는 자세로 모로 누워 잠들어 있는 정국이 보였다. 지민은 얼른 약 한 알을 꺼내 삼키고는 그의 품으로 빠르게 안겨들었다. 그러자 잠결에 정국이 허벅지를 부드럽게 감아올리며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지민은 그의 품 안에 답싹 안긴 채로 쿵쿵거리는 심장을 잠재웠다. 주머니에서 계속 진동이 울렸지만 모른 체했다.

 방 안의 장면이 어그러지며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이건 지민의 기억에 없는 장면이었다. 지민은 꿈을 꾸며 속으로 읊조렸다. 뭐지…. 낯선 장면이다.

 어두컴컴한 밖으로 터덜터덜 걷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지민은 꿈속에서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건 몽유병 증상 중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꿈 중에 자신이 움직인 일들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가끔 이렇게 꿈을 통해 자신이 무얼 했는지 볼 때가 있었다.

 자신이 청평호로 걸어가고 있었다. 축축한 흙을 밟으며 천천히 물가로 걸어 내려갔다. 무의식의 자신은 필사적으로 죽음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김윤성이 몸을 잡아챘다. 그리곤 순식간에 장면이 바뀌었고, 자신은 물가에서 그의 좆을 입에 물고 있었다. 그가 욕을 낮게 내뱉으며 무릎 꿇은 자신의 입 안으로 허리를 흔들어댔다.

 역겨워….

 꿈속에서 좆을 빨고 있는 자신의 생각이 머릿속에 울렸다. 지민은 꿈을 꾸며 몸을 비틀었다. 술에 취해 헉헉거리는 김윤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제정신이 아닌 채 멍하게 눈을 뜬 채로 목구멍까지 불쑥불쑥 진입하는 것을 허망하게 삼키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퍽 가엾었다. 김윤성은 자신이 몽유병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튀더니. 물엔 왜 들어가. 어? 으… 씨발, 느낌 존나 좋다. 목구멍 더 조여 봐.’
 ‘…….’

 대답 없이 멍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모습이었으니까. 몽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에 더욱 흥분했는지 김윤성은 더 거칠게 제 턱을 그러쥐고 더러운 움직임을 더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자신이 바닥에서 돌 하나를 천천히 집었다.

 ‘악!!!’

 김윤성의 비명이 들렸다. 주먹보다 커다란 크기의 돌로 있는 힘껏 김윤성의 뿌리와 고환을 내려찍은 것이다. 그가 괴롭게 비틀거리며 뒷걸음 쳤다. 돌로 내려찍힌 부위를 두 손으로 감싸며 허리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 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지민이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났다.

 ‘아, 씨바… 아! 이 미친! 아! 씨발년이, 아윽!!’

 고통에 몸부림치며 김윤성은 분해 죽겠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청평호 주변에 그의 목소리만 울렸다. 김윤성은 제 것을 움켜쥔 채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고통에 찬 신음을 뱉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며 비틀거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민이 그의 몸을 청평호로 밀었다.

 풍덩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빠져든 김윤성이 물속에서 추하게 허우적거렸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허리도 제대로 들지 못하겠는데, 코와 입으로 마구 들어오는 물 때문에 괴로운지 꼬륵 소리를 내며 발버둥 쳤다.

 ‘박지민! 나 수영 못… 우웁… 푸하, 잡아줘!’
 ‘…….’
 ‘야! 읍…! 지민아! 나 선배야, 푸웁! 하악!’
 ‘윤성 선배.’

 지민이 표정 없는 멍한 얼굴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살려, 줘! 읍! 윽!’
 ‘그냥 죽어요.’
 ‘아아! 악! 이거 뭐, 읍!’

 어쩐지 싸늘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김윤성이 좌절한 듯 부산스럽게 손발을 움직였다. 그러나 중심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고통 때문에 사지를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겠는지 자꾸만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한참이나 첨벙거리며 허우적거리던 김윤성의 머리꼭지가 한참 뒤 보이지 않았다. 요동치던 수면이 잠잠해졌다. 지민은 물가에 멍하게 서서 김윤성이 가라앉은 수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까만 밤, 더운 새벽바람이 후욱 불어 닥쳤다.

 ‘선배는 무슨…. 넌 잘 죽었어.’

 조용하게 속삭인 지민의 표정엔 여전히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아!”

 순간 지민이 잠에서 확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제 몸 안을 향해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정국이었다. 섹스를 하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여전히 바깥에는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정국은 아까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아파?”
 “흐…. 앗.”
 “갑자기 눈 감길래 자는 줄 알았네.”
 “아앙… 으… 응.”

 자신이 긴 꿈을 꾼 이것이 실제로는 단 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정국과 뜨거운 정사 중이었던 것이다. 어느덧 자세를 바꿔 몸이 옆으로 비틀린 채로 두 다리를 태아처럼 모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정국은 카라반 침대 밑바닥에 선 채로 몸을 기울여 푹푹 깊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좋아요….”
 “나도, 진짜 좋다.”

 꿈속에서 본 그날 밤의 일들이 머릿속에 휘몰아치는데, 이상하게도 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민은 등에 느껴지는 그의 가슴팍에 몸을 한껏 기대며 고개를 젖혔다. 아마도 전에 정국이 해주었던 말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윤성은 죽은 게 아니라 좀비가 된 거라고. 그의 말에 죄책감이 눈녹듯 사라졌다. 자신의 무의식은 끊임없이 김윤성을 죽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국은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정국아….”

 그의 이름을 부르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맞춰왔다. 고개를 비틀어 키스하며 정국의 움직임은 점점 더 빨라졌다. 지민은 제 입 안을 헤집는 몽롱한 감각에 집중하며 정국이 드나들고 있는 아래에 힘을 주었다. 그럴 때마다 맞붙은 입술 새로 터지는 정국의 낮은 신음으로 또 한 번 몸이 달아오르며 극강의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 아마겟돈은 반 정도 왔어요.
곧 스케일의 2막이 열릴 것 같군요.



b612  | 190421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지민사랑  | 190422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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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