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ALL 돌연변이 (54) 아는 애 (27) 아마겟돈 (33)
아마겟돈 20 랠리 씀

Promise

아마겟돈
20


‘사탄’과의 전쟁














 2주 후



 정국의 생활은 반복적이었다. 사지육신 건강한 그를 침대에 붙들어 맨 채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번갈아가며 투여했다. 그는 반 수면에 접어들어 쥐죽은 듯 잠을 자다가도, 누군가가 자신을 깨우면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억지로 밥을 떠먹었다. 그리고 별다른 일이 없이는 다시 강제로 잠들어야 했다. 재우고, 깨우고, 또다시 재우고, 깨우고. 그 생활을 반복하면서 정국은 점점 더 피폐해졌다. 그의 겉모습은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처럼 보였으나 속은 까맣게 들끓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는 잘 모르겠다. 눈을 뜰 때마다 낮이었으니 자신이 낮 동안 잠을 자다 일어난 건지, 아니면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손을 들어 자신의 아래턱을 매만졌을 때, 까슬까슬하게 자라난 흔적을 보며 날짜를 가늠했다. 평소 수염이 잘 나지 않는 편이라 일주일 정도 면도를 하지 않아도 티 나지 않았다. 그래도 2주째가 되면 턱 아래에 수염 몇 가닥이 따갑게 올라오곤 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지나버린 것이다.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애써 시간을 세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 알아버렸다.

 ……지민아.

 자신이 침상에 오래 누워있는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을지 알 수 없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지민을 사탄굴에 던졌다고 했던 형의 말이 떠올랐다. 믿고 싶지 않다. 자신을 이렇게 묶어놓아야 하는 형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끔찍하단 생각이 온 머릿속을 지배했다. 정국은 멍하게 눈을 껌뻑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안경을 쓰고 책상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석진이 보였다.

 “저기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자료를 검토하고 있던 석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작전장교가 다녀간 이후로 2주가 지나는 동안 한 마디의 말도 없었던 정국이 목소리를 내자 석진은 짐짓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네. 뭐 도와드릴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요?”
 “누워계신 시간 말인가요?”
 “네.”
 “보름 됐습니다.”
 “하…….”

 정말로 2주가 흘렀다. 예상했던 것이 사실임을 알게 되자 정국의 얼굴이 좌절로 물들었다. 오랜 시간 몸 안에 돌던 약기운 때문에 눈앞이 가물거렸다. 정국은 몽롱한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다.

 “안 그래도 깨워드리려던 참인데 마침 잘 일어나셨네요.”

 석진이 주사기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 다가갔다. 정국은 눈동자만 움직여 그의 움직임을 따랐다. 축 늘어져 있는 팔에는 울긋불긋한 주사 자국이 무척 많이 남아 있었다. 정국의 시선이 닿은 곳을 확인한 석진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묻지 않은 말을 미리 대답했다.

 “전정국 씨의 피를 뽑아서 혈청을 분리했어요. 뭐,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은 없지만 말이죠.”

 석진은 정국의 팔에 고무줄을 두르며 능숙하게 채혈을 준비했다. 정국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눈앞의 박사는 딱히 친절하게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정국은 눈동자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웬일인지 연구실 안에 늘 지키고 서 있던 군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석진은 정국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고저 없는 말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밖은 아주 개판입니다. 온 나라가 사탄 천지가 됐죠. 그나마 이 안에 있으니 안전하긴 하군요. 이렇게 매일 전정국 씨의 피를 뽑아다가 혈액 세포를 연구하다 보면 빛이 들 날이 생기겠죠. 아, 궁금해 하실까 봐 하는 말이니 그냥 흘려들으셔도 됩니다.”
 “…….”
 “주먹 좀 쥐어 보세요. 혈관이 많이 망가졌군요.”
 “…….”
 “하도 피를 많이 뽑다 보니 의사가 된 기분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의사나 될 것을 그랬습니다.”

 따끔한 느낌과 함께 주사바늘이 팔에 꽂혔다.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팔에 잔뜩 힘을 주었다.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캐치한 석진은 대뜸 정국의 귓가로 고개를 기울였다. 정국이 눈을 치켜떴다. 갑자기 자신에게 귓속말을 하려는 석진의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정국은 경계의 눈초리로 고개를 피했다. 그러자 석진이 다시 귓가로 따라붙었다. 그리고는 바람 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방 안엔 도청기가 있어요.”
 “…….”
 “그러니 쓸데없는 말은 말아요.”

 뭘까. 정국은 왜 박사가 자신에게 그런 것을 말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어라고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귓가에 속삭이는 소릴 듣고 멈춰야 했다.

 “나도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누구 묶어두고 연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척 꺼림칙하거든요.”

 석진이 고개를 덜어내며 정국의 사지에 묶여 있는 수갑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정국은 동그란 눈을 들어 석진의 표정에 집중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려 애썼다. 소동을 피우지 않는다면 결박한 것을 풀어 주겠다는 뜻일까. 아니, 무엇보다 도청 사실을 알려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바늘을 뽑아낸 석진이 검붉은 정국의 혈액 샘플을 곧장 원심분리기에 넣고 전원을 눌렀다.

 “혈청을 분리하는 겁니다.”

 정국은 미간에 힘을 주었다. 아까부터 이 박사는 묻지 않은 것을 먼저 설명해주고 있었다. 왜 이러지?

 “일행이 있다고 했었죠?”
 “…네.”
 “아마 그 친구들은 사탄이 되었을 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정국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가 주먹을 꽉 쥔 채로 부들부들 팔을 떨었다.

 “일행을 구하고 싶지 않나요.”
 “…….”
 “그럼 현명하게 판단해요.”

 석진이 트레이를 들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정국은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어금니를 꽉 물었다. 2주가 지났다. 자신이 침대에 누워 비몽사몽 할 동안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는 것이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안다.

 “전정국 씨를 통해 치료제만 만들어지면 문제없겠죠.”
 “그게 무슨….”
 “총에 맞아 죽으면 끝이잖아요. 대신 사탄 감염은 치료제로 되돌릴 수 있을 테니까요.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으니 훨씬 나은 셈이죠.”

 그런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정국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딘가에서 사탄으로 변이해서 돌아다니고 있을 지민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 정국이 심장 부근을 부여잡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석진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더니 조용히 볼펜을 굴려 노트 위에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그리곤 다시 정국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 어차피 계엄사령관은 당해낼 수 없어요. 이용하세요. ]

 “…….”

 석진이 건넨 노트를 내려다본 정국이 눈을 크게 떴다. 계엄사령관을 이용하라는 그의 말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국은 조용히 석진이 적은 글자 아래에 볼펜을 굴렸다. 이들의 필담은 은밀하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 무슨 뜻인가요? ]
 [ 말 그대로 이용하세요. 계엄사령관은 전정국 씨를 필요로 하고, 전정국 씨는 그가 원하는 걸 가지고 있잖아요. ]
 [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죠? ]
 [ 치료제 연구에 협조할 것. 그리고 그 다음은 생각 중입니다. ]
 [ 당신은 계엄사령관의 편이 아닌가요? ]

 정국의 글씨를 본 석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조용히 웃었다. 조금 차가워 보이는 미소였다.

 [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
 [ 그럼 저한테 왜 이런 말을 해주나요? ]
 [ 정의 ]

 석진이 적은 ‘정의’를 본 정국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정의를 따라가겠다는 생각은 별다를 것 없다. 누구나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분노하여 상황을 타개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양심이 살아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바이러스 연구원인 석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다만, 연구원로서의 정의가 정확히 무얼 뜻하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을 뿐. 어쨌든 지금 계엄군으로 인해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선임된 박사가 계엄사령관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정국은 머릿속이 복잡했으나 지금 당장 생산적인 답을 내릴 순 없으니 석진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정국의 어깨를 꾸욱 쥐어준 석진이 돌아섰다. 그리곤 저만치 걸어가 책상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국은 그게 도청기를 뜻한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챘다. 석진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대곤 입 조심하라는 바디 랭귀지를 보냈다. 정국은 굳은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가 도청을 당하고 있다니.’

 정국은 사령관이 연구실에 도청장치를 둔 것은 비단 자신을 감시할 목적만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연구진까지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사태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이 연구진일 것이다.

 “치료제는 정말 만들 수 있습니까?”
 “자신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치료제가 완성되면 감염자를 모두 살릴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석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잘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정국은 제 손에 채워진 수갑을 내려다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계엄사령관을 만나게 해주세요.”





*






 지난 2주간의 변화는 놀라웠다. 석진은 매일 달라지는 사탄바이러스의 양상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먼저 사탄의 진화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이제는 접촉하자마자 바로 각성하는 형태로 변했다. 그렇기에 접촉성 감염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워낙 나라 안에 사탄의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서 비감염자를 세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전국적으로 퍼진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벌써 군부대 몇 개가 통째로 사탄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석진은 바이러스 진화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1기 : 초기 감염
 2기 : 눈에 띄게 빨라진 변이 속도
 3기 : 행동 빨라짐. 피부가 단단해짐. 숙주에 대한 집착 증가
 4기 :    ?

 두려웠다. 사탄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또다시 두드러지는 변화가 눈에 띈다면 ‘4기 사탄’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다. 1기 사탄은 다른 숙주를 물어 전염시키면서 2기로 진화한다. 그리고 2기 사탄은 또 다른 숙주들을 찾아 옮겨 다니며 3기로 진화한다. 바이러스가 계속 진화하는 이유는 스스로 오래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이미 점령해버린 숙주는 사탄의 특성대로 한없이 약하다. 생각보다 쉽게 부서지는 신체를 가졌으며 지능은 동물처럼 낮다. 또한 한정된 소리와 피 냄새를 맡는다. 치아로 물어 개체를 감염시킨다는 것을 제외하면 무척 약한 존재다. 그렇기에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돌연변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진화한 바이러스는 숙주를 완전히 점령한 뒤 싱싱한 숙주를 찾는다. 마치 영토를 확장하듯 말이다.

 석진은 걱정했다. 정국의 피가 가지고 있는 치료제의 역할은 정확도가 떨어졌다. 1, 2기 바이러스 샘플은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100퍼센트로 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3기로 진화한 바이러스는 그렇지 못했다. 정국의 피와 3기 바이러스 샘플을 섞었을 때 완전히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확률은 고작 6할 정도였다. 10번을 섞으면 6번 정도만 파괴에 성공한다는 의미다. 이런 것은 치료제라고 할 수 없었다.

 남준이 있는 제2아지트에서는 이틀에 한 번 바이러스 샘플을 보내왔다. 그리고 군인들은 생존자들을 데리고 연구실로 왔다. 1기부터 3기까지의 바이러스 샘플을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여 살아 있는 몸속에서 활개 치는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정국의 피로 완벽한 치료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계엄사령관은 백신 연구를 계속 이어가라고 했다. 그러니 생체실험은 불가피했다. 그의 말은 곧 명령이었다. 거역할 수는 없으니 석진은 이를 악 물며 바이러스를 주사기에 담았다.

 생체실험 첫날, 석진은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경악했다.

 ‘지, 지금 뭐하는 겁니까?’

 늘 평정을 유지하던 석진은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며 기함했다. 군인들이 실험실로 데려온 생존자를 의자에 묶어놓고 공구함을 뒤적거렸기 때문이다. 군인 한 명이 커다란 펜치를 들고 생존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석진은 본능적으로 그들이 비상식적인 일을 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생존자의 머리가 군인 한 명의 손에 의해 꽉 잡혔다. 그리고는 커다란 개구기를 입에 집어넣고 억지로 벌렸다. 강제로 입이 쩍 벌어진 생존자는 공포감에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석진은 반사적으로 달려가 저지하려 했지만, 이내 자신에게 겨눠지는 총구를 발견하고 멈춰야 했다.

 ‘상부의 명령이니까 박사는 신경 끄시죠.’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자가 성가시다는 듯 석진을 노려보고는 펜치를 들어 생존자의 치아에 가져다 댔다. 우드득, 순식간에 생살을 찢으며 강제로 치아가 뽑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아아악! 악! 어억!’

 생존자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석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믿기지 않아 고개를 내저었다. 곧 사탄이 될 사람이니 미리 치아를 뽑아두는 것이다. 혹시라도 사탄으로 변이한 뒤 치아로 물어 감염 사고가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생니를 잔인하게 뽑다니.

 툭. 툭. 하나하나 뽑혀나간 치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실험실 바닥은 생존자가 흘린 피로 범벅이 되었고, 괴로움에 부들부들 떨며 피를 튀겨대는 통에 군인들의 군복에도 유혈이 낭자했다. 실험실 안에는 고통에 떨며 질러대는 비명소리와 우지직 치아가 뽑히는 소리, 군인들이 낮게 내뱉는 욕설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석진은 이것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었다.

 치아가 다 뽑힌 생존자에게 주사를 놓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사탄으로 변한 사람들은 실험실에 며칠 넣어두고 구강 점막의 세포를 채취하거나 신체 일부를 떼어내 샘플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쓰임을 다 하면 계엄군의 총에 사살 됐다. 그 과정에서 석진은 거의 감금되다시피 생활했다. 오직 실험실과 연구실만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구실 안을 지키고 서 있던 군인들이 이제는 실험실 밖을 지키는 데에 힘쓴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실험실에 있는 사탄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퍼져 무작위로 감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늘 멀대 같이 서 있는 군인들과 한 공간 안에서 감시당하듯 연구하는 것이 영 불편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석진은 이 끔찍한 짓거리를 끝내기 위해 얼른 치료제를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정국의 혈청으로 여러 도전을 해봤으나 진화한 사탄바이러스는 좀처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었다.



 석진은 남준과의 통화를 떠올렸다. 계엄군에서 지급한 폰으로 오가는 연락이라 모든 대화 내역이 도청되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남준 역시 그러한지, 통화하는 내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석진은 도청 사실을 눈치 챘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적당히 불평을 섞었다.

 ‘어때, 거긴 있을 만해?’
 - 아주 지옥이죠. 온종일 사탄만 보고 있거든요.
 ‘여기도 생지옥인 건 마찬가지야. 거의 감금이나 다름없거든. 대체 연구원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원.’
 - 저 언제 불러주실 건가요? 이만하면 귀양살이로 충분한 것 같은데요. 하도 사탄만 구경하다 보니 이젠 사탄이 사람 같고 사람이 사탄 같기도 해요. 다시 연구하게 해주세요.
 ‘일단은 대기해. 나도 수석연구원 없이 하려니 무리가 따르네. 지금 같이 있는 애들은 너만큼은 안 되니까.’
 - 알아주시니 다행이네요.
 ‘남준아.’
 - 네. 박사님.
 ‘힘내고 있어.’
 - …예.

 이들의 통화에는 연구 내용에 대한 것이 빠져 있었다. 원래의 남준이었다면 석진에게 연락이 오자마자 연구의 진전에 대해 물었을 테지만, 역시 여러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었다. 석진은 계엄사령관에게 절대로 연구의 중간성과를 곧이곧대로 보고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백신과 치료제, 이 두 가지에 대해 아는 것은 오로지 석진 자신뿐이어야 했다. 연구실 안에서 동고동락하던 연구원들을 다른 방으로 분리해 내보낸 것도 그 때문이다. 어차피 연구원들은 연구의 밑바탕이 되는 일만 도맡을 뿐, 바이러스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은 석진이 발견해야 할 몫이었다. 또한 혹시 나중에 백신과 치료제로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져야 하는 사람도 자신 혼자여야 했다. 목숨이 달려 있는 환란의 시대에는 더욱 그래야 했다. 그렇기에 석진은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






 정국은 계엄군 두 명에게 붙잡힌 채로 계엄사령관의 집무실로 향했다. 양 팔을 결박당한 모습이 마치 죄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딱히 저항할 수는 없었다. 2주 동안 침대에 묶인 채 누워서만 지내다가 겨우 바깥 공기를 마신 거였다. 몸은 아직도 축축 처졌으며, 쓰지 않은 근육을 움직이느라 다리가 제멋대로 떨려오기도 했다. 정국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것이 자신을 부축해주는 거라고 되뇌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령관 김통수의 방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감돌았다. 사탄이 들끓고 있는 현 사태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여유로움이었다. 반듯하게 빗어 올린 머리에 정갈한 정복. 소파에 몸을 깊게 묻은 채 문으로 들어서는 정국을 바라보는 얼굴은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정국이 등장하자 입술을 길게 당겨 웃으며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오, 히어로가 오셨군.”

 김통수는 정국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앉으라는 듯 소파 한 자리를 향해 턱을 까딱 움직였다. 정국은 그제야 제 팔을 놓아주는 군인들에게서 벗어나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커피 한 잔 하겠나?”
 “…아뇨.”

 그는 두 번 권하지 않고 잔에 차 있는 커피를 호록 소리를 내며 마셨다. 그러더니 집무실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맑은 바깥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어. 여름이 끝나가고 있는 거지.”
 “…….”
 “곧 철새가 이동하겠군.”

 사령관은 혼잣말을 주절거렸으나 그것이 결코 의미 없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국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철새가 이동하면… 사탄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래. 날 만나고 싶다고 한 까닭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자네가 그걸 왜 궁금해 하지?”
 “저도 계엄군이 되고 싶으니까요.”

 정국의 대답에 김통수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손끝으로 제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것을 숨기지 못하며 대답했다.

 “조금 아까 한 말처럼, 철새가 이동하기 시작하면 전 세계적인 감염은 예정된 일이겠지. 그럼 면역체를 가진 우리는 어마어마한 힘이 생기는 거야. 물론 자네의 몸이 훌륭한 치료제 역할을 한다는 가정 하에.”
 “…….”

 어쩐지 그의 표정이 즐거워 보였다.

 “원래는 백신을 개발하려 했지만… 자네가 나타난 덕분에 치료제에 희망이 커졌어. 어서 치료제가 완성되어야 할 텐데. 좀처럼 속도가 안 나고 있지만 말이지.”
 “치료제를 가지면 왜 힘이 생깁니까? 다른 나라들도 바이러스에 대비하고 있지 않을까요.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도 할 텐데요.”
 “음, 흥미로운 의견이야.”

 김통수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들이킨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창가로 천천히 걸어가 건물 밖의 어지러운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군인들과 지프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처음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걸 알았을 때, 가평을 막으면 될 줄 알았어. 근데 그것으론 어림도 없었지. 전염속도가 빨라서 그 주위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을 때 박사에게 물었어. 막을 수 있는 바이러스냐고. 못 막는다는 대답이 나오더군. 박사의 말이 맞았어. 인력으론 막을 수 없는 바이러스였으니까.”  

 정국은 가만히 그의 목소릴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발병 당일 대중교통을 끊고, 톨게이트를 막아가며 출입을 막았던 계엄군.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은……

 “그 다음은 생존자를 죽이는 거였겠죠.”
 “오, 잘 알고 있네.”

 김통수는 즐겁다는 듯 빙긋 웃으며 정국 쪽을 향해 담배 연기를 길게 뱉었다. 정국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런데 알다시피, 청소하는 속도가 전염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어.”
 “…청소요?”
 “음, 계엄 지역에 씨를 말리는 걸 청소라고 부르곤 했지.”

 하…. 정국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존자를 죽이는 것, 그 다음은 무엇인가요?”
 “나라에서 벌어지는 것들은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해. 기껏해야 초반에 외신 기사 몇 줄 나가는 정도뿐. 당연히 이 바이러스의 속성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어. 그러니 대비하는 건 꿈도 못 꾸지.”
 “…….”
 “다른 나라에서도 치료제를 만들 거라고? 아니. 그 속도를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거야. 사탄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니까.”

 계엄사령관은 단정하는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조금 흥분한 듯 들뜬 표정으로 덧붙였다.

 “군부의 세상이 온 거야.”

 정국은 그 말에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의 말에 틀린 구석은 없었다. 이미 나라는 계엄군이 장악하고 있고, 전국계엄이라고 했으니 그 세력은 엄청나게 확장되었을 터였다. 정호가 왜 계엄군이 되어야 살 수 있다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바이러스는 본의 아니게 나라 전체를 군부화 했다. 무기를 가진 이들에겐 힘이 있다. 더욱이 백신이니 치료제니 하며 희망을 심어주었다면 더더욱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니까. 산속에서 만난 통신병도 계엄사령본부에 박사와 연구진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 모든 군인들은 계엄사령본부가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어 자신들을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은 곧 충성심으로 이어진다.

 ‘어차피 계엄사령관은 당해낼 수 없어요. 이용하세요.’

 석진이 썼던 문장을 떠올렸다. 이용하라고 했다. 정국은 머리를 굴렸다. 군이 완벽하게 지배하는 것을 꿈꾸는 계엄사령관. 그 힘은 백신이나 치료제라고 했다. 자신의 몸은 치료제의 역할을 한다. 박사는 신비로운 몸이라고 했다. 계엄사령관은 힘을 손에 쥐길 원한다.

 “계엄군이 되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정국이 입을 떼자 김통수가 꽁초를 비벼 끄며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조건이 있다는 말이 의외라는 뜻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계엄군이 되는 것은 목숨을 부지한다는 걸 뜻하는데, 말 그대로 구제받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건?”
 “저도 뭐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인가?”
 “명예를 주십시오. 몸 바치는데 그 정돈 주실 수 있지 않나요?”

 김통수가 천천히 걸어와 소파에 다시 앉아 정국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정국은 흔들림 없이 그의 눈을 응시하며 한 번 더 덧붙였다.

 “사탄이 계속 진화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피 뽑아다가 바치게 될지 모르는데…. 그냥 죽어버리면 그만인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요? 자존심이 있지, 말단 병사로 구르고 싶진 않습니다. 치료제 만들어지면 힘이 생기신다면서요. 그 힘, 제가 갖게 해드릴게요.”

 정국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김통수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소파에 등을 기대며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정국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어필이 되었을까. 마음속엔 불안함과 기대감이 뒤섞였다.

 “하하하, 그래. 자네 눈빛 마음에 들어. 영상 봤을 때부터 자네에겐 그게 있었지. 역시.”

 김통수는 작전장교 전정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야망이 있는 자는 충성도가 높습니다.’

 정호의 말대로 정국의 눈에는 야망이 가득해 보였다. 사냥개 같은 투지, 그리고 날것 같은 욕심.

 “자네 형이랑 비슷한 면모가 있군. 역시 형제라 그런가.”
 “…….”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여. 부디 나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길 바라.”
 “예.”
 “좋아. 소대 하나면 되겠나.”
 “아뇨. 중대를 주십시오.”

 정국의 대답에 김통수는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웃었다. 처음부터 150명의 인원이 소속해 있는 중대장 자리를 달라니, 제법 배포가 컸다. 소파에 늘어져 웃는 모습을 보며 정국은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 정돈 되어야 살아갈 의지가 생길 것 같습니다.”

 김통수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팔을 뻗어 정국의 어깨를 꾹 쥐었다.

 “꼭 중대장이 되어야 살 의지가 생기는 이유는?”
 “치료제 만들자마자 사령관님께서 저를 죽일지 어떻게 압니까. 중대 하나쯤 제 편으로 만들어 놓아야 쉽게 못 죽이겠죠. 저도 그 정도 보험은 들어놓고 싶습니다.”
 “흐음….”
 “저를 바로 죽이실 생각이 아니라면 별로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전국 계엄이라 지휘관이 더 필요하신 거 아닌가요?”
 “제법이군. 솔직해서 마음에 들어.”

 김통수는 자신에게 딜을 걸어오는 정국이 흥미로웠다. 그에게 중대 하나 쯤 준다고 해서 해골부대에 달라질 건 없다. 그간 정국이 멀쩡하게 생존한 것을 보면 보통 인물은 아니다. 그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던 기존의 중대장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 그가 먼저 나서서 영상을 보내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를 생포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어쩌면 계속 잡히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만약 정국과 해골부대 중대장의 싸움이었다면 완벽하게 정국의 승리였을 테니,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좋아. 중대를 주겠네. 대신 그에 맞는 태도가 필요하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금부턴 제 상관이십니다.”

 손을 들어 거수경례하는 정국의 모습에 김통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군부 세상. 새로 생긴 지휘관. 면역체. 나쁘지 않은 상황이 마음에 든다는 듯, 식어버린 커피 잔을 들어 단번에 털어 넣었다.





*






 석진은 별안간 벌컥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군 제복을 입은 정국이 서 있었다. 늘 문 앞을 지키던 군인들은 옆으로 비켜난 채 정국에게 길을 터주었다. 석진은 안경을 벗으며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전정국 씨? 어떻게 된 거죠?”
 “이젠 전 중위라고 불러주시죠.”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정국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석진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정국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여전히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카키색의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그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이렇게 보니 전정호 소령과 닮은 구석이 더 많이 보였다. 다만 들짐승 같던 눈빛이 착 가라앉아 차분해진 것을 보니, 계엄사령관과 무슨 대화라도 오고간 모양이었다. 석진은 궁금했으나 도청기가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물을 수 없었다.

 모자를 벗은 정국이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여상하게 말했다.

 “이제 제 거처는 여기가 아닙니다. 대신 박사님이 부르는 대로 이곳에 오겠습니다. 연구에 적극 협조할 테니 필요할 때 언제든 호출하세요.”

 그리곤 정복 주머니에서 작전 폰을 꺼내 흔들어보였다. 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모습을 계속 뜯어보았다. 뭘까. 사령관을 만나게 해달라더니 장교가 되어 돌아왔다. 혹시… 그가 계엄사령과의 편에 선 것은 아닐까. 궁지에 몰려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군다나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석진은 정국이 자신의 형에게 반항하던 소리를 엿들었던 걸 기억해냈다. 일행을 사탄굴에 던져 넣었다는 말에 미친 사람처럼 돌변했던 그였다. 제발 우려하는 것이 아니기만을 바랐다.

 “박사님, 담배 피우시나요?”
 “…….”

 정국은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며 물었다. 석진은 갑작스러운 담배 이야기에 그의 표정을 또다시 살폈다. 괜히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도망 다니느라 담배를 못 피웠었는데, 군에 들어오자마자 벌써 천국이네요. 혹시 피우시면 같이 담배 한 대 하시죠.”
 “…좋습니다.”

 석진은 비흡연자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국이 웃음을 흘리며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석진이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 혹시 문 앞을 지키던 군인들이 자신을 막으면 어쩌나 잠시 고민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누구도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아마 정국의 계급장이 중위여서 그런 것일까. 그간 바깥 공기 한번 마음대로 쐬지 못했는데,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조금 떨어져서 복도를 걸으며 석진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도청 중인 연구실에서 벗어나서 무슨 이야기라도 하려는 건 아닐까 싶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빨간 완장을 찬 계엄군들이 지프에 무기를 실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맡는 바깥 공기에 석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나란히 선 정국은 라이터를 그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필터를 깊게 빨았다. 허연 연기를 시원하게 뱉어낸 정국이 담배 한 개비를 석진에게 내밀었다. 석진은 필터를 입에 문 채로 앞니로 잘근잘근 씹었다. 정국은 라이터를 주머니에 그대로 넣었다. 불을 붙여주지 않는 걸 보니, 석진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희 형이 그랬어요. 계엄군이 되어야 살 수 있다고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계엄군이 되셨네요.”
 “심지어 지휘관이 되었죠. 아직은 껍데기뿐이긴 하지만.”
 “…….”
 “저는 사실 지금 죽어도 상관없어요. 이젠 지켜야 할 사람도 없고,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린 마당에 실험실 개구리처럼 살면서 목숨 부지해야 할 이유 없거든요.”
 “그런데 왜……”
 “치료제 만들면 살릴 수 있다면서요.”
 “설마 일행을 구하겠다고 계엄군 지휘관까지 되었단 말인가요?”

 석진은 놀란 표정으로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 있는 모습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는 듯했다. 2주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그에게 ‘일행을 구하려면 현명하게 판단하라’고 말했던 건,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조하라는 의미였다. 그게 없으면 백신 연구를 위한 끔찍한 생체실험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계엄사령관을 이용하라’고 했던 건, 허튼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안전하게 살 방법을 모색하라는 뜻이었다.

 “그냥 일행이 아니거든요.”
 “…….”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석진은 멍하게 입을 벌린 채 ‘아….’ 하고 소리 내었다. 연인이었던 걸까. 사랑하는 사람이 사탄이 된 심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석진에겐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이었다.

 “복수할 건가요?”
 “그보다 먼저 할 게 있죠.”
 “그게 뭔가요?”
 “살려야죠. 지민이.”
 “…….”
 “반드시 찾을 거예요.”

 어느새 짧게 타들어간 필터를 바닥에 떨어뜨린 정국이 군화발로 그것을 짓이겼다. 그리곤 다소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석진을 마주보았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제가 뭘 하면 되죠. 치료제를 빨리 완성하려면요.”

 정국의 눈빛은 단단했다.

 “실은… 전 중위의 혈청이 진화한 바이러스를 완전히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망이 없는 건가요?”
 “아뇨. 열 번 중 네 번은 이겨내요. 가능성은 높은 겁니다. 다만 아직 실패하는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죠.”

 석진의 말에 정국이 제복 소매를 들어 올리고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찢어진 상처와 주삿바늘 자국을 달고 있는 팔이 드러났다. 힘줄과 핏줄이 불거져 있는 팔을 내민 정국이 대뜸 놀라운 말을 했다.

 “피 뽑지 않고 직접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네?”
 “여기 핏줄에, 직접 사탄 바이러스를 넣는 것이요.”

 그의 말에 석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제가 사탄에게 물리는 영상을 찍기 전 처음 감염되었을 때는 몸이 돌아오는 속도가 느렸어요. 그러고 나서 또다시 사탄에게 물렸더니 그 다음은 순식간이었어요. 영상 보셨으니 아실 테지만요.”
 “…….”
 “그때 느낀 게 있습니다. 몸 전체가 이겨내려고 발버둥 쳤어요. 세포 하나하나가 날뛰는 느낌까지 생생했습니다. 저는 알 수 있었어요. 반드시 내가 이긴다는 걸.”
 “그건… 단정할 수 없습니다.”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이겨내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진심인가? 석진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정국이 직접 생체실험을 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 중위의 몸이 이겨낸다면… 진화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럼 치료제 완성이 앞당겨질까요?”
 “전 중위님.”
 “네.”
 “이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그대로 사탄이 되는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정국은 편안한 얼굴로 웃었다. 동그란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석진은 그의 단호한 표정을 보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그 사랑하는 사람 때문인가요?”
 “네.”
 “그러다가 실패하면요. 그대로 끝나는 거잖아요. 전 중위가 사탄이 되어버리면 치료제 연구도 하지 못하게 되고…”
 “박사님. 제가 치료제 연구에 협조하는 이유는 오로지 지민이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대로 세상이 망해버리든 말든 상관없어요. 저는 이미 예전에 죽었습니다.”
 “…….”
 “다시 물을게요. 치료제가 앞당겨지는 거 맞나요?”
 “…네.”

 대답을 들은 정국이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모자를 고쳐 썼다.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물어 불을 붙인 정국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 멀리 군용트럭에 올라타는 해골부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요즘 계엄군들은 구역을 나누어 사탄을 소탕하러 다닌다고 했다. 아마 이 지역의 생존자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건 고통스럽다. 만약 몸이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대로 사탄이 되어 삶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정국은 그까짓 거 상관없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목숨은 카라반 안에서 끝난 것이나 다름없고,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아등바등 살아남아 봤자 별로 재미없을 것이다. 매에게 물려 변이하는 손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그리고 자신의 몸이 면역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카라반 문을 부수고 들어온 지민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지민이 사탄이 되었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는 차라리 그를 따라 사탄이 되는 건 어떨까 싶었다. 2주간 송장처럼 지내며 차라리 죽고 싶단 생각도 했다. 영상을 올려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건 더 이상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고 안전해지기 위해서였다.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울행이 좌절되었어도 어딜 가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국은 말없이 담배 한 대를 끝까지 태우곤 제복 재킷을 털어냈다. 그리곤 멀뚱히 서 있는 석진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비인간적으로 묶어놓고 연구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죠. 그건 유감이에요. 제게 바이러스를 직접 투여하시려면 묶어두어야 할 테니까요.”

 그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석진은 바로 맞잡지 못하고 복잡한 얼굴을 했다.

 “밑져야 본전.”

 되돌려 놓지 못한다면 당장 죽어도 된다. 두렵지 않다. 지민과 같은 길을 걸으며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것 따위. 그러니까,

 “치료제 얼른 만들어주세요.”

 지민아. 조금만 기다려 줘.
 반드시 이길게.







양양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소프티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강양이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별빛한스푼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andYou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박세렌디피티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ol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꾹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ora lim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유니콘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wazawaza2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하늘보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j030116  | 190730  삭제
랠리님 ㅠㅠㅠㅠㅠ 아이고 랠리님 ㅠㅠㅠㅠ정말 아마겟돈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ㅠㅠㅠㅠ 빨리 지민이랑 정국이가ㅜ만났으면 좋겠어요 엉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
김단아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국민에미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영사하자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weetR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말챠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꼬물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밍쿠키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jooya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영원한사랑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레몬향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찌밍♥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티아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뚜우잇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절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향수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밈밍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아엠왓아엠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Lalla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붉은꽃단비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지민아만두먹쟝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마이국민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코코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오영만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기린린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망개침침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REDMOONCOOKY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릴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장지은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딸기맛곰돌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국또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바다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모찌젤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애플망고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치즈케익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침침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밀국민빵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영영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블루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km소렌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김수현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Jakie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아인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어느날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챠하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꼬삔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하이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랄란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on0326h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위엠젱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young4577  | 190730  삭제
랠리님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기다렸어요~~
우리 지민이는 어떻게 됐나요?ㅠㅠ 궁금~~
날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화이팅!!!
김선애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힐링짐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갓TS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matin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정혜숙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하늘바라기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김미지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야시비  | 190730   
아직 8월이 아닌데ㅠ
감사합니다~^^*
꾹침모드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Yuyu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쪼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야시비  | 190730   
근대 우리 지미니는 어딧나요ㅠ
잘잇는거죠~
Hazel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ㅇㅇ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국민만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alz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방울방울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호텔리어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도그마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may.co++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하꼬짐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hkinorlando  | 190730  삭제
너무 맘아프네요 ㅠㅠㅠ지민이 진짜 사탄된거예요??? 네??? 아니죠?????? ㅠㅠ
짐니짐니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올랄라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oo.J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망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국영민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쓔이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Jmjk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오,늘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나의구원침침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soylatte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챈챈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그린이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사피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꾹바라기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파이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겸손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붕어빵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랠리님천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치치밍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이피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민둥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Bebe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망개천사  | 190730   
비밀댓글입니다
수직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영롱한봄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꾹꾹뀩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냐하하하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꾸꾸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엘라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minu97  | 190731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짐마녀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올리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지민행복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꾸꾸하뚜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망개망개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이런사이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clean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지젤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지민뿌우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오국이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뷔글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고구미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문라이트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멍게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제이엠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케이틀린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꽃신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침롱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kookjim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강산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Sky High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아름다운밤  | 190731   
비밀댓글입니다
qhs1002  | 190731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치치쿠쿠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옴뇸뇸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바니쿡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박키티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이봄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Artemis22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춘향이즴  | 190802   
비밀댓글입니다
달집사  | 190802   
비밀댓글입니다
mkim831  | 190802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앙달  | 190802   
비밀댓글입니다
따비  | 190802   
비밀댓글입니다
YENNY  | 190802   
비밀댓글입니다
vanessa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버니홀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탱탱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마요마요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Gelda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조예원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소돔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크리스챤침침  | 190803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라라나나  | 190803   
비밀댓글입니다
하늘  | 190804   
비밀댓글입니다
kiyot  | 190804   
비밀댓글입니다
sweet_ideal  | 190805   
비밀댓글입니다
기갈  | 190805   
클리셰범벅물만 보다가 탈출이 아니라 존버로 가는 루트는 처음이라 너무 신선해요...! 짜릿해... 랠리님이 최고야...!
꿀꾹  | 190805   
비밀댓글입니다
랑랑  | 190805   
비밀댓글입니다
백진주  | 190805   
비밀댓글입니다
얌냠  | 190805   
비밀댓글입니다
먀키  | 190805   
비밀댓글입니다
Qwert  | 190806   
비밀댓글입니다
찜꾹  | 190806   
비밀댓글입니다
노인쩡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Banana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호호아줌마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고구망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기메진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skyblue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미니모찌♡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쏘피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코코볼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어깨꾹꾹이  | 190808   
비밀댓글입니다
찜쯤  | 190811   
비밀댓글입니다
낮잠  | 190811   
비밀댓글입니다
김아리  | 190811   
비밀댓글입니다
지민행복  | 190812   
비밀댓글입니다
아낭케  | 190813   
비밀댓글입니다
녹차케익  | 190816   
비밀댓글입니다
쿄캬쿄캬쿄  | 190817   
비밀댓글입니다
윤기가캐리해  | 190818   
비밀댓글입니다
Jinhwa  | 190818   
비밀댓글입니다
하니  | 190818   
비밀댓글입니다
근육토끼  | 190819   
비밀댓글입니다
봄에  | 190820   
비밀댓글입니다
러블리찜  | 190820   
비밀댓글입니다
kkong95  | 190821   
비밀댓글입니다
근육망개  | 190821   
비밀댓글입니다
가을  | 190824   
비밀댓글입니다
배예진  | 190826   
비밀댓글입니다
swan  | 190826   
비밀댓글입니다
소요반  | 190827   
비밀댓글입니다
찜니조아23  | 190828   
비밀댓글입니다
춉춉  | 190829   
비밀댓글입니다
냥찡이  | 190829   
비밀댓글입니다
욘니  | 190830   
비밀댓글입니다
sta  | 190831   
비밀댓글입니다
알이  | 190831   
비밀댓글입니다
삼색강양이  | 190831   
비밀댓글입니다
찌무찌무  | 190901   
비밀댓글입니다
국민리얼!  | 190901   
비밀댓글입니다
망개토깽  | 190903   
비밀댓글입니다
rb5813  | 190904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mozz  | 190904   
비밀댓글입니다
꾹♡민  | 190905   
비밀댓글입니다
전박이  | 190905   
비밀댓글입니다
Marina  | 190906   
비밀댓글입니다
 | 190906   
비밀댓글입니다
라니  | 190906   
비밀댓글입니다
그래놀라  | 190908   
비밀댓글입니다
stan  | 190917   
비밀댓글입니다
궁민하세얌  | 190926   
비밀댓글입니다
꼬모랑주  | 190928   
비밀댓글입니다
 | 190930   
비밀댓글입니다
jjinss_31  | 191001   
비밀댓글입니다
다미겨미  | 191002   
비밀댓글입니다
쿠키마요  | 191006   
비밀댓글입니다
둥둥이  | 191016   
비밀댓글입니다
빠시아  | 191109   
비밀댓글입니다
꾹꾸기  | 191113   
비밀댓글입니다
김민경  | 191117   
비밀댓글입니다
꽃짐니  | 191214   
비밀댓글입니다
    : 보안코드 이미지 : 보안코드 입력폼 비밀글
목록으로
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