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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22 랠리 씀

Abel Korzeniowski – Dance for me wallis

아마겟돈
22


‘사탄’과의 전쟁











 계엄사령본부 건물 중 불이 들어와 있는 곳은 석진의 연구실이 유일했다. 그는 온종일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여러 기계를 작동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3기 바이러스를 이겨낸 정국의 혈액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밤이 깊어져도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바이러스 치료제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머리가 필요하다. 석진이 바이러스 연구의 권위자이긴 했지만 이 인원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계엄사령관 역시 그걸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다른 석학들을 계엄사령부에 데리고 오지 않는 데에는 분명히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생사여부 확인이 불가했으며, 치료제를 만들어 제 배를 불리는 데에 이용하려는 목적이라면 최소한의 인원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다른 박사들의 실력은 석진에게 견줄 정도가 되지 못했으니 불필요한 투입이라고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석진은 세계 각지에 있는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군 통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이 끊어진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국의 몸은 다른 사람과 분명히 달랐다. 면역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석진은 과학적 사실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아주 어렸을 적 또래보다 월등한 두뇌를 가진 석진은 알아가는 것에 갈급했는데, 그런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오직 과학이었다. 피부로 맞닥뜨리는 주변의 모든 것은 과학적 현상으로 증명할 수 있었고, 심지어 돌연변이 같은 바이러스의 등장은 새로운 현상 해석을 위한 불씨가 되었다. 석진은 자신이 다루는 모든 연구를 증명하고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의 잘난 두뇌 덕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치를 믿었기 때문이다. 이치대로 돌아가는 세상. 그러니 이 끔찍한 사탄바이러스도 분명 해답을 낼 수 있는 이치 안에서 굴러간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좀비의 모습으로 감염이 이루어지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질병의 일종이며 유기체의 세포 안에서 활동하는 감염원일 뿐이다. 속도의 차이만 있겠지만 인간의 몸에 일어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언젠가 증명된다. 지금은 그 시간을 억지로 앞당겨야 할 때였다.

 그렇기에 석진은 연구의 처음 시점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보통 신약 개발을 하거나 바이러스 연구를 할 때 체세포나 혈액을 제공한 대상의 기본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과정이 빠져 있었다. 정국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혈액형과 항체반응뿐이다.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면역 현상에만 급급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진전은 나지 않았다. 알아야 한다. 더 많은 것을.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남준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섰고, 통화 내역이 모두 검열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다. 석진은 갑작스러운 그의 연락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 박사님.
 “어. 말해.”

 휴대폰 너머 남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려 있었다. 석진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 뭐 필요하신 거 없어요? 제 피라도 보낼까요?

 뜬금없는 남준의 말에 석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혈액? 왜 갑자기 자신의 피를 보낸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준의 말투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여상하기만 했다. 석진은 무언가의 낌새를 알아채고는 그에게 맞받아 쳤다.

 “너 O형이었지. 그래 혹시 모르니 O형 피 좀 가져다 놔야겠다. 거기에 채혈할 도구가 있어?”
 - 네. 연구실 같지 않은 연구실인데 그 정도는 있더라고요.
 “…그래. 다행이네.”

 남준이 O형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남준이 갑자기 연락해서 두서없는 말을 꺼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인물의 혈액인 걸까? 석진은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남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전에 에볼라 연구할 때 생각나네요. rVSV-ZEVOV 임상참여자가 갑자기… 숨었잖아요.

 남준이 ‘숨었다’는 단어를 말하기 전에 말을 조금 늘였다. 석진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에볼라바이러스를 연구할 때 임상참여자가 숨은 일은 없었다.

 “그랬지.”
 - 그때도 그래서 제가 대신 임상참여 했던 게 생각나네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긴 생체실험자들이 숨을 곳도 없어.”

 대체 누가 숨었다는 것일까. 그 답을 끌어내야 한다.

 - 다행인 거겠죠. 여기 있다 보니 생체실험이고 뭐고 어서 상황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만 들어요. 귀찮더라고요. 생존자.

 석진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남준은 말끝에 자신이 전할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생존자라…. 대체 어떤 생존자의 피를 보낸다는 거지?

 “네가… 별의 별 일을 다 하는 모양이구나.”
 - 네. 아까는 불 질렀어요. 사탄굴에.
 “…거긴 뭐가 있는데?”
 - 죽은 사람들이랑 사탄이요. 이러다 귀신도 볼 것 같아요. 시체가 꿈에도 나와요…. 구해달라고.
 “그래서 구해줬어?”
 - 네. 구해줬어요. 박사님도 저 좀 구해주세요.
 “너, 이렇게 나한테 징징대도 소용없어. 널 다시 데려오는 건 내 권한 밖이라고 했잖아.”
 - 그냥 넋두리한 거예요. 이렇게나마… 살아남았으니까요.
 “…그래야지.”
 - 이렇게 박사님이랑 통화하는 게 그나마 위로예요. 꾸역꾸역 하루의 끝을 이어가는 거죠. ing.

 말의 끝을 이어가라. 석진은 마지막 문장을 듣고 대화를 거꾸로 곱씹었다. ing, 살아남다, 구하다, 사탄굴, 생존자, 숨었다. 단어를 자연스럽게 조합했다. 사탄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구했고… 숨어 있다?

 석진이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자 잠시 아무 말 없던 남준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 죄송해요. 귀찮으셨죠. 쓸데없는 소리 자제할게요. 무튼 그럼 내일 바이러스 샘플이랑 같이 보내볼게요. 다른 군인들한테 물어봐서 혈액형별로 다 보낼까요?
 “어… 아냐. 여기도 군인들은 있으니까. 필요하면 내가 위에다 말할게.”
 - 네. 주무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석진은 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제2아지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하다. 시체와 사탄을 넣어 놓는 사탄굴에서 살아남았다면, 그 사람 역시 면역체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남준이 이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온 것일 터였다. 정신없이 바뀌는 바이러스 사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석진은 치료제가 완성 된 이후의 일을 고민한 적 있다. 계엄사령관의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을 때, 그것이 결코 정의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석진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굴렸다. 백신이든 치료제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연구원으로서의 정의였다. 하지만 시간과 영혼을 갈아 연구를 하는 이유는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를 위함이 아니었다. 연구원의 정의는 어디까지 포괄할 수 있을까.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살려내고, 독감에 걸린 사람을 낫게 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길. 그건 분명히 배포 행위로까지 연결된다.

 2주 만에 온 나라가 바이러스로 인해 전멸 위기에 닥쳤다. 아마 그건 계엄사령관의 말 대로 전 세계로까지 뻗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박사로서의 명예와 연결된 성과에 급급할 이유는 없었다. 완전한 치료제는 치료제의 역할만 해야 했다. 그것이 권력이 된다면… 석진은 아마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






 남준의 침상은 장정 하나가 누우면 꽉 찰 정도의 싱글 사이즈다. 간밤에 그 좁은 침대 위에서 지민과 구겨져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밤새 끙끙 앓는 지민을 신경 쓰느라 자다 깨다를 반복했더니 아침이 되어도 좀처럼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실내는 선풍기 하나로 의존해야 했는데, 좁은 곳에 사람의 체온이 바짝 붙어 있으니 체감 더위는 더욱 컸다. 결국 남준은 얇은 이불 하나만 바닥에 깐 채로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아침이 되자 남준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제2아지트의 군인들은 매일 아침마다 방을 두드리며 기상을 재촉했다. 마치 군인들의 점호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도록 말이다.

 “김 선생, 아침입니다.”

 남준은 그 소릴 듣자마자 헐레벌떡 몸을 일으켰다.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는 바람에 등과 어깨가 결렸지만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침대 위에 지민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양반이 오늘은 왜 늦잠을 잔대?”

 문 밖에서 군인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열쇠꾸러미 소리가 들렸다. 도청기만 없을 뿐, 남준의 생활은 감시를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처 군인이 방 문을 열고 들어올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2주가 넘도록 이곳에 있었지만, 남준이 기척을 내지 않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열쇠를 바삐 찾는 소리가 들렸다. 군인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남준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지민의 몸을 다짜고짜 번쩍 들어 안았다.

 “…….”

 그 바람에 놀란 지민이 눈꺼풀을 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챙- 하며 쇳대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마 군인이 열쇠를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준은 가벼운 지민의 몸을 안은 채 좁은 방 한 가운데에서 두리번거렸다. 지민을 숨길만한 곳은 딱 하나였다. 그가 천으로 닫혀 있는 행거의 지퍼를 열어 지민을 얼른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직 정신을 덜 차린 지민을 향해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대며 속삭였다.

 “쉿. 알죠?”

 지민이 놀라서 고개를 끄덕이자 남준은 미련 없이 지민의 몸 위에 옷가지와 이불보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행거의 덮개 지퍼를 올려 닫은 순간, 덜컥 소리와 함께 방 문이 열렸다.

 “뭐야, 깨 있었네요?”
 “네. 뭐, 방금 전에 깼습니다.”
 “근데 왜 기척도 없어요. 난 또 김 선생 주무시는 줄 알고.”
 “땀을 많이 흘려서 옷 갈아입으려던 참인데… 흐음, 계속 보고 계실 겁니까?”

 남준은 제 티셔츠 자락을 훌러덩 잡아 올리며 뒤를 힐끔 돌아 봤다. 그러자 군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거, 아무리 감시라지만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이러다가 샤워하고 벌거벗고 있을 때도 들어오시겠네요.”
 “흐흐, 그렇죠? 저도 김 선생 벗은 몸 보는 건 사양입니다.”

 군인이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오라는 소리도 잊지 않았다. 남준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흐르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군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탄식이 터졌다. 다시 문을 잠근 후 얼른 행거 문을 열었다. 옷가지와 이불에 뒤덮여 있던 지민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남준은 떨려오는 사지를 간수하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민 씨, 진짜 큰일이네요.”
 “…….”
 “여기에 있으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겠어요.”

 무작정 그를 데리고 숨겨 놓았지만 숙소 안은 결코 안전한 곳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자고 있을 때 군인들이 방 문을 불시에 연다면, 지민의 존재를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지민은 남준이 자신을 숨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지한 듯, 손톱 끝을 물어뜯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오늘도 미음 드셔야 해요. 며칠만 참아요. 이따가 가지고 올게요. 나 혼자 밥 먹고 오려니 좀 미안해지네요.”

 남준이 팔을 뻗어 다시 지민의 몸을 훌쩍 들어 안았다. 원래 남자치고 작은 체구인데, 오래 굶어 앙상한 터라 그 무게에는 묵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남준은 그를 침대 위에 앉혀 놓고는 행거를 앞으로 조금 당겨 뒷공간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행거 안에 숨어 있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낮 시간에도 계속 숨어 있어야 해요.”
 “…네.”
 “연구실 들러서 가져올 게 좀 있어요. 지민 씨 피를 뽑을 거예요. 그걸 박사님께 전하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예요. 하루빨리 어떻게든 해봐야죠. 여기에 계속 숨어 있다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남준은 갈아입은 티셔츠 자락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다시 지민의 몸을 안아들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지민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제가 걸을 수 있어요.”
 “아…. 미안해요.”

 지민의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남준은 자신이 과잉친절을 베풀었다는 걸 깨달았다. 머쓱하게 뒷목을 긁으며 물러서자 지민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행거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몸을 굽혀 구석에 숨으며 무릎을 모아 웅크렸다. 그 모습이 길 잃은 강아지 같아서 왠지 처연하기까지 했다. 남준은 뺨을 긁으며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 선배라는 사람 이름이 뭐라고 했죠?”
 “…전정국.”
 “전정국. 네. 알겠습니다.”

 사실 남준도 그를 찾을 방법이 딱히 없었으나, 일단은 지민을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남준은 또다시 뺨을 긁으며 돌아섰다. 그때, 지민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아 세운 무릎 위에 턱 끝을 올린 지민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준은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눈썹을 꿈틀 움직이곤 방을 빠져나갔다. 제발 조식 메뉴가 딱딱한 빵 종류만 아니길 바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급식소 앞에는 식사를 마친 군인들이 삼삼오오 밀려 나왔고, 몇몇 사람들은 지프를 정비하거나 무기를 실으며 일과를 바삐 준비하고 있었다. 남준은 그 속에서 정복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다. 군복들 사이에서 단정한 차림새는 눈에 띄는 것이었다. 많은 군인들이 그를 발견하고 제 자리에 멈춰 딱딱하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는 계급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남준은 멍하게 바라보다 옆에 지나가던 군인 한 명에게 대뜸 물었다.

 “오늘 뭐 하는 날입니까?”
 “왜요?”
 “저기, 정복 입은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아서요.”
 “아, 오늘 생존자들 본부로 더 보내는 날이거든요. 작전장교 온다고 아침부터 청소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맞나? 아, 맞네. 전정호 소령.”

 군인은 그 뒤에 몇 마디를 더 붙이며 조잘거렸다. “생포한 면역체 친형이잖아요.” 그러나 남준은 소령의 이름 세 글자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느라 귀담아 듣지 못했다.

 전정호. 전정호. 묘하게 기시감이 드는 이름이다 싶었는데, 조금 전 지민에게 들었던 전정국이라는 이름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남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급식소로 들어섰다. 미역국 냄새가 진동하는 걸 보니, 지민에게 가져다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정국의 소속은 해골부대 작전본부 2중대. 가평 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보라색 완장을 찬 보병사단 예하부대 2개 중대가 그들을 따랐다. 해골부대 2중대의 원래 중대장이었던 중위는 정국의 등장으로 다른 부대로 차출되었는데, 그런 결정에 반발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소대장과 부대원 몇 명을 허망하게 잃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2중대 1소대에서 도망친 탈영병. 그리고 탈영병을 잡기 위해 도착한 가평의 한 주택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예상치 못한 수류탄 공격에 부하 여럿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산길 쪽에서 벌어진 추격전으로 인해 생포해야 할 면역체를 놓치고 또다시 부하들을 잃었다. 한 마디로 중대장은 완벽한 패배자였다.

 그런 상황을 만든 상대는 다름 아닌 정국이었다. 그렇기에 정국에게 2중대를 준 것은 계엄사령관의 농간이었다. 제 동료들을 죽게 한 당사자를 선임으로 모시며 따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제 편을 만들어 보험으로 두겠다는 정국을 비웃듯, 그는 그렇게 비열한 결정을 내렸다.

 2중대의 주둔지는 계엄사령본부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 군복을 입고 주둔지에 도착했을 때, 정국은 군기가 하나도 잡혀 있지 않은 부대원들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을 데리고 앞장서며 걷던 소위들조차 부대원들과 눈을 맞추며 이상한 표정을 주고받았다. 정국은 뚜벅뚜벅 걸으며 제복모자 챙 너머로 앞 열에 서 있는 병장들을 훑어보았다. 자신을 향해 적의가 담겨 있는 눈빛을 보내는가 하면, 면역체라는 말로 수군거리며 대열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하…….

 정국은 조용히 탄식을 뱉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지민을 수월하게 찾기 위해 계엄군이 된 것이고, 오로지 지민을 살리기 위해 실험에 응하는 것이었다. 군에서의 명예 따위를 기대한 적 없다. 다만 치료제가 개발된 후에 죽임을 당할 경우는 철저하게 대비해야 했다. 그건 자신과 지민, 진규, 그리고 치료제 개발에 가담하며 김통수의 감시를 받고 있는 이들의 안전을 위함이다.

 실은 해답을 알고 있었다. 이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원하는 건 일차적으로 ‘살아남는 것’일 테니. 그리고 자신의 몸은 그들이 강구하는 것을 내어줄 수 있다. 심지어 바이러스 투여 실험에도 응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면역체로서의 역할이며, 결국에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고 있는 것일 테다.

 “부대 차렷, 중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러나 각 잡힌 경례 대신 돌아오는 것은 성의 없는 행동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대원들의 적의에 정국은 모자를 벗으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탕-!

 정국이 별안간 품에서 권총을 꺼내어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갑작스러운 총성에 부대원들이 몸을 움츠리며 주춤거렸다.

 “좆같지?”

 피식 웃으며 뱉은 정국의 말에 부대원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근데 어쩔 수 없어. 내가 이제 너희 중대장이거든?”

 정국은 권총을 든 채로 천천히 걸으며 대열로 가까이 다가갔다. 시동이 걸려 있는 여러 대의 군용트럭과 지프는 당장 뛰쳐나갈 것처럼 매섭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전정국 중위가 주둔지에 들어온 날이자 부대 근처 사탄을 소탕하러 출정해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정국의 군화발이 맨 앞에 서 있는 소위의 앞에 멈춰 섰다. 짧은 머리에 덩치가 좋은 사내였다. 자신이 수류탄으로 목숨을 빼앗았던 소대장의 동료이기도 할 터였다. 하지만 그것을 미안해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계엄군은 수많은 생존자들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었으며, 명훈에게서 가족을 앗아갔다. 또한 ‘모닝’을 타고 출발한 학생회 후배들 역시 비슷한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것이 더 악한 것인지는 따질 필요 없다.

 “불만스러운 거,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딱 여기까지.”

 정국의 총구 끝이 소위의 이마로 향했다. 그러자 부대원들이 술렁이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국이 소위를 향해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총구를 더 세게 들이밀었다. 소위가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정국은 한참 그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한번 소리를 높였다.

 “탕!”

 정국이 입으로 총 소리를 흉내 내며 크게 내질렀다. 그러자 놀란 부대원들이 움찔하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국은 여상한 얼굴로 소위를 향해 말했다.

 “출정하는 순간부터 하극상과 명령불복종은 즉결 처분이다.”
 “…….”
 “불만 있나?”
 “…아닙니다.”

 소위가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에 가져다 댔던 총구를 내렸다. 소위가 작게 날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정국이 K7기관단총을 집어 들어 지프의 조수석에 올라타면서 겨우 풀어졌다.



 여러 대의 트럭과 지프가 열을 맞추어 주둔지 밖으로 벗어났다. 한적한 산길을 지나자 벌써부터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탄의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 있는 시내 쪽에서부터 새로운 숙주가 가득한 군부대를 인식하고 여기까지 찾아온 놈들이었다. 진화한 사탄은 달리기 속도가 매우 빨랐다. 무작정 차를 향해 뛰어드는 모습에 정국은 눈살을 찌푸렸다.

 크에에엑! 켁!

 지프의 범퍼에 세게 부딪쳤음에도 나가떨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집착성질이 늘어난 것도 같다. 정국은 진화한 사탄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지민을 그렸다. 지민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탄굴에 있겠지. 그가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옷을 떠올렸다. 자신의 가방에서 꺼내주었던 티셔츠였다. 그가 사탄으로 변했다고 한들 몰라볼 리 없다. 만약 이런 곳에서 지민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정국의 머릿속엔 혼란이 들어찼다. 그러나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지민은 반드시 제2아지트에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갈 명분을 얻으려면 부대원들과의 신뢰부터 쌓아야 했다.

 정국이 기관단총을 들어 차에 달라 붙은 사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주위에 있던 사탄들이 무시무시하게 몰렸다. 온통 까만 괴생명체들이 흰 눈알을 부라리며 부대원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 다음부터는 난사였다. 트럭과 지프의 뒷 열에 나눠 탄 부대원들이 총을 겨누며 달려드는 사탄을 하나씩 맞춰 갔다.

 “엄호!”

 정국이 조수석에서 내리자 다른 차에 타 있던 소대장들도 헐레벌떡 따라 내렸다. 이내 엄호사격과 함께 길이 트였고, 그 틈에 다른 군인들도 우르르 차량에서 내렸다. 머리를 맞아 즉사한 사탄도 있었고 어깨나 가슴, 다리 등에 빗겨 맞아 주춤거리는 것들도 있었다. 정국은 가죽과 철판으로 만들어진 보호 장갑을 고쳐 끼우며 눈앞에 있는 사탄의 머리통을 붙잡아 박살냈다.

 꾸에엑!

 이내 부대원들도 장갑 낀 손으로 사탄에게 달려들어 머리통을 차례로 박살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어?!”

 한 부대원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높였다. 그곳에는 병사 하나가 사탄의 목덜미를 잡은 채로 정국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저 새끼 잡아!”

 놀란 부대원들이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으나, 이미 그의 손에서 사탄이 떠나간 후였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사탄은 옆에 있는 소위에게로 달려들었다.

 크으윽! 켁! 큭, 퀘에에엑!

 두개골이 반 쯤 함몰된 사탄이 역겨운 소리를 지르며 주춤거리는 소위를 덮쳤다.

 “소대장님!”

 부대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뜯어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미 그들의 주변에도 다리를 절뚝이거나 몸을 비틀거리는 사탄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명백히 정국을 노리려다가 실패한 하극상이었다.

 “아악!”

 소위는 불시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탄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제 얼굴을 감싼 채로 마구 발버둥을 쳤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지 못한 고요함에 조용히 손을 내리며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주, 중대장님!!!”

 부대원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정국이 사탄의 아가리에 제 팔을 스스로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뒤에서 등을 끌어안아 제압하며 팔목을 물려주자 사탄이 흰자를 까뒤집고 타액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이 정국의 살갗을 씹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부대원들이 그에게서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윽….”

 정국이 이로 물어뜯긴 팔을 뽑아냄과 동시에 온순해진 사탄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는 머리통을 군화발로 짓이겼다. 박살이 난 사탄은 움직임을 잃고 푸스스 쓰러졌다.

 물린 팔을 잡은 정국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장갑을 벗어던지자 까맣게 변이한 손이 드러났다.

 “가, 감염…!”

 부대원들은 그가 면역체라는 것도 잊은 채 크게 놀라며 주춤했다. 뒤 쪽에서 엄호 사격을 하던 이들은 이를 악 물고 남아 있는 사탄에게 총알을 박아 넣었다. 어느새 정적.

 “…으.”

 정국은 변이한 제 손을 쥐고는 몸을 괴롭게 비틀었다.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실험을 해왔지만 그것은 주사 투여였다. 직접 사탄의 이에 살을 물어 뜯기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매에게 손등을 물어 뜯겼을 때보다, 명훈에게 손가락을 물렸을 때보다, 훨씬 크나큰 고통이었다. 바닥에는 정국이 흘린 피로 시뻘건 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정국이 이겨낼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군복 안에서 어깨까지 변이하며 뒤틀렸던 팔이 이내 제자리를 찾았고, 드러난 정국의 손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3기 사탄을 투여 받은 처음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빠른 속도였다. 정국은 제 안에서 들끓는 고통에 신음을 참으며 눈을 부릅떴다. 제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 서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부대원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또한 제 옆에 쓰러진 채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소위에게 시선을 맞췄다. 정국이 아니었다면 당장 사탄으로 변이했을 것이었다.

 “하…. 존나… 존나 아프네.”

 정국이 바닥에 엉덩이를 대며 털썩 앉으며 허탈한 숨을 터뜨렸다. 어느새 완전하게 돌아온 제 손을 내려다보며 손목을 빙글빙글 돌린 정국이 군복 소매를 걷어 팔의 상처를 확인했다. 변이되었던 몸은 면역으로 인해 돌아왔지만, 이로 물어뜯긴 곳은 상처가 벌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정국이 콧잔등에 주름을 잡으며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망할, 이 고통은 적응이 안 돼.”

 숨을 거칠게 몰아쉰 정국이 바닥에 대 자로 드러누우며 청정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탄에게 직접 물렸으니 주사 실험은 건너뛰어도 되는 날이겠지, 하는 태평한 생각을 하며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 새끼!”

 병장 하나가 아까 정국을 향해 사탄을 잡고 돌진했던 병사 하나의 멱살을 붙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잔뜩 얼어붙은 녀석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정국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아직도 눈에는 독기가 있었다. 정국은 바닥에 누워 있던 윗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이유는?”
 “…….”

 정국의 물음에도 녀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차라리 그게 반항심이나 객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자신 때문에 가까운 동료를 잃어 독을 품은 것이라면, 그건 너무 슬프니까.

 총구를 녀석의 미간에 가져다 댄 정국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녀석을 태워버릴 듯 바라보았다. 녀석은 이미 죽음을 예감한 듯 이내 차분하게 눈을 감았다.

 “즉결 처분이라고 했지.”
 “…….”
 “탕!”

 또다시 정국은 입으로 총성을 흉내 냈다. 순간 놀란 병사들이 몸을 움츠렸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멍청이들아, 이제 믿어지냐?”
 “…….”
 “나 없으면 너희도 다 죽어.”

 정국은 권총을 품 안에 집어넣으며 다시 바닥으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리곤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감은 채로 나른하게 말했다.

 “다음부턴 의무병도 데리고 다녀야겠다. 뭐하고 있어? 부대로 나 좀 데려다 놔. 피 계속 나.”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에게 달려들어 부축하는 병사들을 보며 정국은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좋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맞는 생각이다. 생눈으로 면역의 과정을 목격한 자들은 정국을 추앙하게 될 것이다. 그건 충성으로 이어지고, 이내 신앙이 될 것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건져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 전정국 중위로.





*






 석진은 제2아지트에서부터 도착한 물건들을 내려다보았다. 사탄바이러스 샘플, 그리고 누구가의 혈액이 담긴 튜브 하나. 석진은 당장 그것부터 확인해야 했다. 간단한 혈액형 검사를 하자 A형이었다. 남준의 것이 아님은 확신할 수 있었다. 사탄굴에서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럼 정국처럼 사탄에 면역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석진은 망설임 없이 사탄바이러스 샘플 투여 실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야 말았다.

 “이건…….”

 하아, 석진이 황당하다는 듯 날숨을 뱉었다. 자신이 본 것이 믿기지 않아 똑같은 실험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러나 두 번째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수가 있나?

 정국의 혈액에 섞여 들어간 바이러스는 활개를 치며 빠른 속도로 자가복제했다. 그러나 결국은 정국의 면역세포를 당해내지 못하고 활동이 느려지다가 이내 파괴되어 버렸다. 그것이 놀라운 면역의 힘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 혈액은 달랐다.

 애초부터 바이러스는 이 혈액에 섞여들지 않는다. 강제로 혈액에 침투시켰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석진은 제 눈을 의심하며 또다시 실험을 반복했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혈액 안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잠잠하기만 했다. 마치 숙주의 몸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석진은 머리를 싸맸다. 이것은 백신 반응과는 조금 다르다. 미리 항체를 생성해서 바이러스와 대항하는 것이 백신이다. 항체 생성의 순서가 다르다는 것만 제외하면,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운다는 점에서 치료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혈액의 반응은 항체의 싸움이 아니었다.

 석진은 종이 위에 글자를 적었다.

 [ 숙주 인식 불가 ]

 머리를 굴리며 적어낸 글자 위에 동그라미를 아무렇게나 그렸다. 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은 억지로 혈액과 바이러스를 섞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만약 사탄이 이 혈액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면, 과연 공격할까? 정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격하지 않는다.’였다. 알고 있는 사탄의 특성을 떠올렸다. 사탄이 공격하지 않는 경우는 단 하나였다.

 ‘사탄은 사탄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를 건들지 않는다.’

 석진은 자신을 가다듬으며 심호흡했다.

 “처음부터. 그래. 처음부터 다시.”

 다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기본부터 충실해보기로 했다. 석진은 당장 문제의 혈액 분석부터 시작했다. 일련의 과정은 또다시 연구원의 피를 마르게 만들 것이었지만.



 몇 시간 후, 석진은 현미경을 들여다보던 고개를 들어 의자에 몸을 깊게 묻었다. 안경을 벗으며 마른세수를 한 석진이 별안간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테이블 위로 종이를 끌어 왔다. 몇 시간 동안 관찰하고 분석한 것을 글자로 정리해야 했다. 이것을 남준에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이 놀라운 순간은 곧이어 또 다른 국면을 만들어낼 것임이 틀림없었다.

 눈앞에는 석진이 직접 뽑은 자신의 혈액이 있었다. 그리고 그 혈액은 순식간에 손상됐다. 익명의 혈액과 섞이는 순간, 사탄바이러스로 인한 완벽한 감염으로.

 [ 사탄바이러스 잠복 확인 ]

 익명의 혈액에는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었다.



 석진은 남아 있는 혈액 튜브 위에 기본 정보를 써내려갔다.


 A
 *Rh null


 *Rh null :혈액형의 일종. Rh+도 Rh-도 아닌 희귀 혈액형. 혈액 인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확률 상 1억분의 1. 전 세계에 40여 명이 이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







박세렌디피티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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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영  | 190813   
제가 살면서 읽은 좀비물중에 랠리님 아마겟돈이 제일 짜릿하고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요 ㅠㅠㅠ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 진짜 천재같아요... 그리고 국민을 알고 랠리님을 알아서 이런 글을 무료로 보고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고 감격스러워요... 이번편도 역시나 너무 재밋습니다... 빨리 지민이랑 정국이가 만났으면 좋겠어요 ㅠㅠㅎㅎㅎ 둘 다 삶에 대한 희망과 서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게 넘 대견해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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