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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23 랠리 씀

Mozart - Requiem

아마겟돈
23


‘사탄’과의 전쟁













 “야, 거기 손 없는 놈.”

 진규는 생존자 모임터 구석에서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하다 말고 눈을 번쩍 떴다. 이 곳 안에 손이 없는 사람은 자신 하나뿐임을 알고 있었다. 진규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문 앞에 서 있는 계엄군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2주 사이 진규의 체중은 많이 빠져 있었다. 계엄군들이 생존자에게 주는 것이라곤 딱딱해진 빵이자 삶은 감자, 아주 가끔은 맨밥에 참치 캔을 주었다. 그마저도 양이 부족해서 모임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양껏 먹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사탄에게서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위했는데, 지나면 지날수록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정국, 지민과 함께 도망 다니며 빈 집에 있는 음식을 찾아 먹던 때가 훨씬 행복했다.

 “저, 저 왜요…?”
 “나와.”
 “네?”
 “뒤지고 싶냐. 나오라는 말 안 들려?”

 군인이 총구를 겨누며 윽박질렀다. 진규는 헐레벌떡 일어나 군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우악스럽게 총구로 등을 밀며 계속 걸으라며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가는 거예요?”
 “이번엔 네 차례인 거지.”

 진규의 말에 대답을 한 건 군인이 아니라 생존자 중 한 명이었다. 진규가 놀라서 몸을 돌려 쳐다보자, 중년의 남자가 주름 진 뺨으로 허탈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처음 여기 왔을 때보다 인원이 반으로 줄었잖아. 군인들 따라가면 다신 못 오는 거지. 잘 가라. 지옥에서 다시 봅세.”

 중년 사내의 말에 군인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문을 걷어찼다. 진규는 그 말에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그러자 바로 뒤통수에 총구가 닿았다.

 “걸어 이 새끼야. 대가리에 빵꾸 날래?”

 무시무시한 말에 진규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걸었다. 앞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죽음과 관련된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마음이었다. 진규는 혹시 소리 내어 울면 계엄군에게 혼날까 봐 소리를 애써 참았다. 아래턱이 덜덜 떨려왔다.

 공터에 세워진 지프 앞에는 정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분명히 정국의 친 형이었다. 정국과 묘하게 닮은 얼굴을 보자마자 진규는 실낱같은 희망이 들었다. 혹시 정국의 형이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진규가 걷던 방향을 틀어 정호를 향해 마구 달렸다. 그러자 놀란 계엄군이 총대로 진규의 뒤통수를 거세게 가격했다.

 “이 미친 새끼가. 지금 누구한테 달려가? 어?!”

 머리를 세게 맞고 눈앞이 핑 돈 진규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관자놀이를 기대고 있는 흙바닥에 자신의 머리에서 흐른 피가 늘어졌다. 진규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벙긋거리며 정호를 바라보았다. 제복을 빼입은 작전장교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규를 내려다보다가, 성가시다는 듯 몸을 돌려 지프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아, 형님…. 살려주세요….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진규는 그렇게 자신의 끝을 예감하곤 정신을 잃었다.



 한참 뒤 정신이 들었을 때 진규의 몸은 의자 위에 사슬로 꽁꽁 묶여 있었다. 머리가 띵 울리는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진규는 고개를 이리저리 털었다. 흐릿한 눈앞이 점차 선명해지며 앞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카키색 반팔 티만 입은 계엄 군 한 명이 제 앞에 쭈그려 앉아서 공구를 고르고 있었다. 커다란 쇠붙이로 만들어진 무시무시한 모습에 진규는 바짝 굳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 저기요…….”

 개구기와 펜치를 집어 들고 굽혔던 몸을 스르르 일으키는 군인을 보며 진규는 또다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려왔다.

 “왜 인마.”
 “호, 혹시 뭐… 하는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알아서 뭐 하게. 미리 알면 더 무서울 텐데.”

 군인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키득거리며 비웃었다. 진규는 울상이 된 얼굴로 대답했다.

 “그, 그래도… 뭐 하는 건지는… 알고 싶… 은데요….”
 “이빨 뽑으려고.”
 “……네?”
 “그 후엔 바이러스를 투여할 거야. 그럼 네가 사탄이 되겠지? 그래서 묶어놓은 거고. 사탄이 되면 너의 몸은 귀중한 백신 개발에 쓰이게 될 거야. 너의 희생은 숭고하게 기억될 거란다.”

 군인은 광인 같은 얼굴로 웃으며 진규를 안쓰럽다는 듯 내려다봤다. 진규는 자신이 들은 말이 믿기지 않았다. 치아를 뽑는다는 말에 본능적으로 어금니를 꽉 다물고 입을 벌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자 군인이 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꺾더니, 커다란 개구기를 들어올렸다.

 “이걸로 맞으면 바로 입 벌리게 될 텐데. 맞고 벌릴래?”
 “흐으…. 죄, 죄송해요. 지, 진짜 잘못했어요. 시키는 거 다 할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지인짜, 제가 다 잘못했어요….”
 “미친 놈 봐라, 네가 뭘 잘못했어? 넌 잘못한 거 없어.”
 “…예에?”
 “그냥 이런 세상인 거야. 나라곤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허엉…….”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잖아. 그러니까 너도 적응해. 나처럼.”

 진규는 자신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절대로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손을 잘라가며 이어갔던 목숨이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카라반 안에서 조금 덜 고통스럽게 사탄이 될 것을 그랬다. 생니 수십 개를 뽑아가는 동안에 온전히 괴로움을 참아야 하고, 끔찍한 인간군상을 보며 사탄으로의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니. 좌절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진규는 무엇 하나가 떠올랐다. 그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떠오른 단어를 내뱉었다.

 “며, 면역체!”
 “뭐?”
 “여, 여기에 면역체 있죠? 전정국이요!!”

 뜻밖에 정국의 이름이 나오자 군인이 미간을 좁히며 갸웃거렸다.

 “야. 네가 2중대장 이름을 어떻게 알아.”
 “…네? 중대장이요?”
 “뭐야 너?”
 “정국이가 중대장이라뇨? 계엄군이라는 말씀이세요?”

 진규의 물음에 군인이 실소를 터뜨렸다.

 “이 새끼 이거, 어디서 중대장 이름 좀 주워들었나 본데? 개수작 부릴래? 곱게 가자 아그야.”
 “아, 아뇨! 저 전정국 친구예요! 베프 베프!”

 그러자 이번엔 군인이 어이없다는 듯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야 진짜. 너 웃긴다. 네가 중대장 베프면 지금 네가 이러고 있겠냐? 벌써 너 데리고 갔겠지. 웃기는 새끼네 이거. 상황 판단이 안 되지?”
 “그, 그건….”

 군인의 말에 진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말에 틀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국이 계엄군이 되어 중대장 자리까지 올랐다면 충분히 자신과 지민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찾지 않았지?

 “여기는 지옥이야. 친구 그딴 거 다 필요 없는 곳이라고.”
 “…….”
 “설사 네가 진짜 중대장 친구였다고 해도, 여기에 온 이상 친구가 아니란 소리야. 자기 몸 간수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친구는 무슨.”
 “아, 아니… 그럴 리가….”
 “면역체를 바로 중위 자리에 꽂은 건 뭐겠어? 충성거래라도 했단 소리지. 계엄군에 충성하기로 한 이상 다른 건 버려야 돼. 길에서 엄마를 발견해도 쏴 죽여야 한다고. 이 새끼야.”

 진규는 고개를 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정국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생존자 모임터에 지민이 없는 것을 보며, 혹시 그가 지민만 데리고 간 것은 아닌가 서운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아닌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민은 어떻게 된 걸까. 진규는 사슬에 묶인 몸을 괴롭게 뒤틀며 큰 소리로 통곡했다. 곧 다가올 죽음 앞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아아으으… 흐윽!”
 “야, 시끄러워.”
 “흐으으! 아아악! 아아악!!! 정국아!!! 전정국!!! 이 새끼야!!!!”
 “아, 미치겠네.”

 보다 못한 군인이 신경질이 가득 오른 표정으로 펜치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는 진규의 머리를 내려치기 위해 높게 들어올렸다.

 그때였다. 실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소리쳤다.

 “잠깐만요!”

 군인은 문을 열고 들어온 박사의 얼굴을 보곤 물음표를 달았다.

 “정국? 전정국이라고 했어요 지금?”

 석진이 헐레벌떡 다가오더니 진규의 몸을 붙잡고 물었다. 진규는 절규하다 말고 동공을 크게 내보이며 가까스로 울음을 멈췄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낯선 남자가 자신의 몸을 붙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지금 정국의 이름을 부른 것이 맞느냐고.

 “네…. 정국이 알아요. 정국이랑 계속 같이 있었어요. 흐엉…. 흐으으…. 살려주세요. 정국이 보고 싶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진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석진을 향해 애원했다.

 “뭡니까? 박사가 끼어들면 안 되죠.”
 “전 중위님이 이 사람을 찾고 있어요.”
 “예?”
 “이 사람 죽이면, 당신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석진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군인은 전 중위가 찾는다는 말에 차마 어찌하지 못하고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의 계급은 병장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낙하산으로 떨어진 중대장이라고 할지라도 계급에 따른 차이는 반드시 존재했다. 그걸 알기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흐으…. 진짜요? 진짜 정국이가 저 찾았어요? 정말요?”
 “네. 전 중위님이 당신 살리려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아무튼 찾게 돼서 다행이에요. 이봐요. 얼른 사슬 풀어요.”
 “와… 좆 될 뻔했네.”

 석진의 닦달에 군인은 뒷목을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전 중위가 찾는 친구를 죽일 뻔했다는 사실이 끔찍했는지 몸서리치며 진규의 몸에 묶인 사슬을 풀어헤쳤다. 진규의 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의자 바깥으로 꼬꾸라졌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은 탓이다. 죽음의 코앞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진규는 정신을 잃어버릴 것처럼 온몸에 힘이 풀렸다. 석진은 바닥에 쓰러져서 이내 눈꺼풀이 풀려가는 진규를 흔들며 군인에게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어서 전 중위님께 연락해주세요!”
 “손 없는 새끼, 너 진짜 운 좋았다. 1초만 늦었어도 벌써 대가리 박살났어. 나 너 건든 거 없다? 중대장한테 헛소리하기만 해.”

 군인은 투덜거리며 작전 폰을 들어 어디론가 연락했다. 석진은 결국 까무룩 정신을 잃어버린 진규의 곁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군인은 각 잡힌 목소리로 충성을 외치더니 석진을 향해 폰을 내밀었다. 받아들자 휴대폰 너머로 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 박사님? 무슨 일이시죠?
 “전 중위님.”
 - 네.
 “찾았어요.”
 - 뭘요?
 “전 중위님이 사랑하는 사람.”





*






 사탄 출몰 지역에서 소탕 작전을 하고 있던 정국이 갑작스럽게 몸을 틀어 지프 운전석에 올랐다. 곁에 있던 부하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정국은 운전병이 함께 타려는 걸 마다하고 무작정 엑셀을 밟았다.

 본부까지의 길은 불과 1km. 그 길지 않은 거리가 오늘따라 천리 길 같았다. 정국은 운전을 하는 내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서 줄줄 떨어뜨렸다. 꾹 눌러놓은 울음은 마치 신음처럼 잇새로 터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는 석진의 말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당장 무얼 해야 할지,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지민을 만나러 가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굉음을 내며 폭주하는 엔진 소리는 가학적이다. 정국은 rpm이 터져라 엑셀을 밟으며 본부의 언덕을 올랐다. 건물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타들어 갔다. 지민과 헤어진 건 이제 막 보름이 지났는데, 몇 년을 못 본 사람처럼 애가 탔다. 그의 얼굴을 다시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그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게 될까? 방 안에 도청장치가 있는 이상 계엄사령관에게 자신의 약점은 숨겨야 하는 것임을 아는데도 자신이 없었다.



 정국은 숨이 찰 만큼 달려 석진의 연구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마자 그곳 침대에 누워 있는 진규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 순간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진규.”

 정국의 목소리를 들은 진규가 퉁퉁 부은 얼굴을 들어 문 앞을 확인했다. 군복에 빨간 완장을 차고 있는 정국의 얼굴을 본 순간, 왈칵 쏟아진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 정국은 진규를 향해 달려가 다짜고짜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너 이 자식….”
 “정국아. 너 전정국 맞지? 흐으엉…. 정국이 살아 있었네….”
 “괜찮아? 아픈 데는?”
 “없어. 다 괜찮아. 그냥 배고픈 거 빼고 다 괜찮아. 흐으, 진짜 꿈 아니지 이거? 어? 전정국, 하아….”
 “지민이는?”
 “…어?”
 “지민이는 어디 있어?”

 정국은 고개를 들어 실험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책상 앞에 서 있는 석진의 얼굴을 마주쳤다. 그의 표정이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마도 정국이 진규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가 찾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안 순간부터였다.

 “전 중위님….”
 “박사님, 지민이는요?”
 “하아….”
 “진규야, 지민이는? 지민이는 어디 있어? 박사님, 지민이 옆방에 있어요? 어디 아파요? 어디 있는데.”

 석진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였다. 그 반응을 본 정국의 눈자위에 눈물이 차올랐다. 정국은 울음을 꾹 삼키며 다시 한번 진규를 바라보았다. 진규 역시 울음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

 정국은 입을 벌린 채로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하지만 마음처럼 참아지지 않았다. 결국 굵은 눈물방울이 볼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손에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팔목에 봉합해 놓은 상처에서 피 한 줄기가 새어나왔다.


 터덜터덜 실험실 밖으로 걸어가는 그를 그 누구도 붙잡지 못했다.





*






 벌써 며칠 째 남준은 지민을 숨기느라 전전긍긍했다. 사탄굴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상태가 많이 좋아진 지민은 남준이 싸온 음식을 제법 먹을 수 있었고, 걸음걸이의 상태도 좋아졌다. 구급키트를 가져와 아직 덜 아문 상처에 밴드를 붙여줬을 때, 별안간 눈물을 왈칵 쏟아냈던 것만 빼면 괜찮은 편이었다.

 남준이 지켜 본 지민은 조금 독특했다. 자다가 잠꼬대를 웅얼거리기도 했고, 별안간 몸을 일으켜 멍하게 앉아 있기도 했다. 잠에서 깨어난 건가 싶어서 말을 걸어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떤 날은 조용히 좁은 방 안을 배회하기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한 적도 있었다. 어둠 속을 돌아다니는 인영에 한껏 놀랐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며 남준은 그것이 몽유병의 일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딱히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돌아다닌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잠결에 문득 눈을 떴다가, 침상 위에 지민이 없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일어난 때였다.

 “지민 씨?”

 휴대폰 액정으로 주위를 밝히며 지민을 찾았다. 그러나 지민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혹시 방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누군가가 지민을 발견한다면, 분명히 생존자 모임터에 넣든가 사탄굴로 던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지민을 발견한 곳이 사탄굴이었으니, 아마 그쪽이 더 확실했다.

 남준은 후다닥 몸을 일으켜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뒤편에서 찔꺽거리는 마찰 소리가 들려왔다.

 “지민 씨예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속삭이며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행거 뒤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지민이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함과 동시에 수상한 소음에 미간을 좁혔다. 그가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플래시를 지민을 향해 비추는 순간, 깜짝 놀랄 만한 광경에 손이 떨려왔다.

 “지, 지민 씨….”
 “하…. 선배…….”

 바지와 속옷을 발목까지 내린 지민이 발가벗은 아랫도리를 활짝 벌린 채 그대로 벽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서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있었다. 선배라는 사람을 부르며.

 “으응…. 정국아….”

 지민의 얼굴을 보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게슴츠레 뜬 눈은 플래시 빛에 눈부심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아무런 변화 없이 잔뜩 풀려 있었다. 그리곤 허공을 향해 정국의 이름을 부르며 제 스스로 손가락을 내려 벌어진 엉덩이 사이를 문질렀다. 그 외설적인 장면에 남준은 충격 받은 얼굴로 얼른 플래시를 껐다.

 공부와 연구만 하며 살아온 남준은 자신이 본 게 무엇인지 믿기지 않아 벌떡대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럼에도 몽유병 증상 중에 한 사람만 찾으며 자위행위를 하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지민이 여태 정국이란 남자를 찾는다는 건 알았지만, 어떤 관계인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선배라고 하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던 것이다. 지민에게 있어 그 남자는 상상하는 것 이상의 존재였나 보다.

 남준은 헛기침을 하며 그의 행위를 모르는 체해주었다. 그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그 남자를 찾는 것을 보니, 할 수만 있다면 어서 빨리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 봐온 지민은 보호본능을 충분히 자극할 만큼 연약했고, 하얀 피부와 오밀조밀한 얼굴은 그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충분히 사랑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지민이 정국이란 남자에게 무척 많은 사랑을 받았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충격적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 남준이 챙겨온 조식을 먹던 지민이 갑자기 무릎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김 선생님….”

 어느덧 지민은 남준을 그렇게 불렀다.

 “예.”
 “정국이 보고 싶어요.”
 “아…. 전정국 씨, 찾아볼게요 꼭. 그런데 사실 저도 귀양살이 중이라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박사님께 여쭤봐서라도 노력해볼게요. 사실 지민 씨의 몸이 심상치 않아서 곧 박사님께서 부르실 수도 있거든요.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보다 자유를 찾게 되면 지민 씨 도와드릴게요.”
 “감사해요.”
 “만약 지민 씨에게 면역이 있는 거라면, 치료제 실험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치료제 실험이요?”
 “네. 사실 면역체 한 사람이 있어서 요즘 열심히 치료제 개발 중이라고 하거든요. 연구 진전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지민의 눈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여태 남준에게 정국이를 찾아 달라고 했지, 그가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계엄군이 생포명령을 내리면서까지 쥐 잡듯이 뒤졌던… 그 면역체. 그걸 말했다면 바로 찾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군 내에서 정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민은 면역체가 치료제 개발에 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정국이 무사히 살아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어, 지민 씨 왜 울어요?”
 “흐으… 그 면역체…. 그 사람이 정국이에요.”
 “예?”

 울음 섞인 지민의 말에 남준이 입을 벌리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면역체라면 늘 석진과 함께 실험실에 있다는 그 사람 아닌가. 그게 지민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같이… 도망 다녔어요…. 근데 생포하라고 해서… 흐윽, 정국이가… 스스로 걸어 들어갔어요.”
 “와, 잠깐만요. 바로 찾을 수 있겠는데요?”
 “……정말이에요?”
 “박사님 계신 본부에 있으니까요. 지민 씨. 그걸 왜 이제야 말했어요. 제가 찾아 드릴게요. 일단 박사님께 연락해볼게요. 사실 모든 내역이 도청 중이거든요. 지민 씨 얘길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네요.”

 자신을 안심시키는 남준의 말에 지민은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비록 숨어 있는 처지지만, 곧 정국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남준은 애달프게 우는 지민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저녁이 되어 남준은 석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보낸 지민의 혈액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고, 꼭 전할 말도 있었기 때문이다.

 - 어, 남준아.
 “박사님. 잘 지내시죠?”
 - 그럼. 아, 혈액 잘 받았어. 받은 김에 혹시 너 아픈 데는 없나 검사해봤어.

 석진은 혈액에 대한 결과를 말하고자 운을 띄우기 시작했다.

 “네. 어떻던가요?”
 - 너 헤모글로빈 수치가 무척 낮아. 빈혈이 심할 텐데, 괜찮아? 그 정도면 픽픽 쓰러질 텐데.

 남준은 유난히 기운이 없어 보이는 지민을 떠올렸다. 사탄굴에서 꺼냈을 때 며칠은 자꾸만 정신을 잃곤 했다. 단순히 오래 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뭐, 참을 만해요. 잘 먹었더니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 다행이다. 왜 이렇게 수치가 낮은가 했는데, 혈액인자가 하나도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적혈구 벽이 약하니까.

 혈액인자가 없다고? 남준은 미간을 좁혔다. 자신이 혈액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떠올렸다. 혈액인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듣고 바로 생각이 난 건 Rh null 혈액형의 특징이라는 점이다.

 “제가… 좀 독특한 놈이긴 했죠. 혈액인자만 없을까요. 뭐 가진 게 없는 놈이라 저 어렸을 때 별명이 null이었거든요.”
 - …….

 서로의 의미를 금세 파악한 탓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남준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Rh null 혈액형은 세계적으로도 그 숫자가 매우 적다. 그런데 이 희귀 혈액형이 대체 사탄바이러스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남준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섣불리 할 수 없었다. 하마터면 도청하는 자들이 듣고 예측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 남준아. 혈액 인자가 없으면 정상적인 피로 인식하지 않아.

 석진의 말의 주어는 아마도 사탄일 것이었다.

 “네. 알고 있죠.”
 - 늘 몸조심해야 해. 독감이… 잠복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남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사탄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고? 애초에 사탄바이러스는 잠복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초기 발병했을 때 접촉성 감염으로 빠르게 번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접촉성 감염의 특성이 있던 당시, 청평호가 오염되어버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가평이 초토화 되었다. 만약 다른 바이러스처럼 잠복할 수 있는 바이러스라면, 아마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석진은 지민의 피에 사탄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혹시… 정상적인 피로 인식하지 않아서 바이러스가 숙주로 쓰지 못한다는 뜻일까? 이해한 것을 확인해야 했다.

 “원래 각종 질병 녀석들은 약한 것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 잔병치레가 잦았거든요.”
 - 음, 그럴 수도 있는데 말이야. 가끔은 입맛이 까다로운 병도 있으니까. 네 피가 맛이 없을 수도 있잖아. 흐흐. 실없는 얘기 한다 우리.
 “가끔 이런 대화도 재밌죠. 너무 연구만 하고 살았잖아요.”

 사탄바이러스는 까다롭다. 아마도 피를 매개체로 해서 숙주를 찾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사탄바이러스의 주식은 혈액인자. 그러니 혈액인자가 없는 몸에 들어서면 활성화 되지 않고 잠복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딱딱 맞아 들어갔다. 그렇다면 지민은 대체 언제 감염된 것일까? 그의 몸을 씻기며 이곳저곳에 있는 상처를 보았지만, 사탄에게 물어뜯긴 흔적은 없었다. 만약 뜯겼더라면 자신도 면역체인 것을 알고 계엄사령부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의 연인처럼 말이다.

 - 하여튼 늘 조심해. 원래 당사자는 모르는 법이거든. 질병과 언제 접촉되었는지.  
 “네. 유의할게요. 박사님도 건강관리 잘 하세요. 이제 곧 환절기잖아요.”

 의문에 대한 대답을 석진이 들려줬다. 아마 지민은 초기에 접촉성 감염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태 자신의 몸이 사탄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겠지. 그런 것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었다. 백신의 존재. 어쩌면 백신 개발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건 연구실로 돌아간 후에 가능할 것이다.

 “아, 박사님. 깜빡 잊을 뻔했어요.”
 - 뭔데?
 “뭐 좀 여쭤보려고요. 그 면역체요. 이름이 전정국인가요?”
 - 네가 전 중위를 어떻게 알았어? 본 적 없잖아?
 “아……. 이쪽에도 워낙 유명하거든요. 그런데… 중위라고요?”
 - 어. 중대장이야.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그건… 왜?

 석진의 목소리가 조금 늘어졌다. 은밀하게 물어볼 때마다 서로는 그런 말투를 사용했다. 미세하게. 남준이 뜬금없이 면역체에 대해 질문한 것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냥, 부러워서요. 저도 그냥 군 장교가 될걸 그랬나 봐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요. 아버지께서는 제가 군인이 되길 바라셨는데. 첫사랑이 싫어해서 문제였지만요.”

 뜬금없이 꺼낸 첫사랑 이야기였다. 평소 석진과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제 3자가 들으면 서로 친한 박사와 연구원의 사적 대화로 들릴 테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남준은 전정국이라는 남자의 연인에 대한 것을 흘리고 있었다. 지민이 한 말로 미루어 짐작하면,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하게 헤어진 게 분명했다. 한 사람은 실험실로, 또 한 사람은 사탄굴로.

 - 네 첫사랑 이름이 뭐였더라?
 “지민이요.”
 - ……아. 그래. 그랬지.

 석진은 남준의 신호를 알아들은 듯 말을 줄였다.

 “보고 싶어 하네요. 제 마음이.”
 - 그 애도 보고 싶어 할 거야.
 “꼭 만났으면 좋겠네요.”
 - 그래. 그래야지.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일찍 주무세요.”
 - 또 연락하자.
 “네.”

 남준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몰아치듯 나눈 대화를 천천히 복기했다. 그리고 몇 가지 진실을 정리했다. 지민이 찾던 남자는 계엄사령본부의 면역체다. 그는 계엄사령부의 중대장이 되었다. 지민의 피는 Rh null 혈액형이고, 혈액인자가 없다. 사탄바이러스는 혈액인자가 없는 피를 정상적인 혈액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지민은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접촉성 감염이 되었을 것이다. 지민에게로 간 바이러스는 그의 피 안에 잠복되어 있을 테고, 사탄은 이미 그의 피를 감염된 것으로 인식하고 물지 않았을 것이다.

 “하아….”

 복잡했다. 두 사람은 이제 만날 일만 남았다. 다만, 지민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어떻게 숨겨야 할지는 아직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써 통화로 지민의 존재를 감추는 것은 분명히 석진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들으려면 자신이 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






 석진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정국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건 그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탄바이러스가 잠복에 그칠 수 있는 혈액환경을 가진 사람이다. 지민의 피로부터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단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를 응용하면 반드시 백신과 가까운 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사실을 계엄사령관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지민의 이야기를 정국에게 해줘야 할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정국은 오직 지민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 개발에 응한다고 했다. 만약 지민이 멀쩡히 살아 있으며, 심지어 면역체에 가까운 몸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그는 재앙처럼 닥친 세상의 상황에 관심이 없다. 그에겐 오직 지민 한 사람뿐이었다. 만약 더 이상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다면 분명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계엄사령관은 그를 끝까지 잡고 놓지 않을 테니까.

 석진은 한 시간 전 제 옆에서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던 정국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전 중위님, 괜찮아요?’
 ‘네.’
 ‘미안했어요. 나는 그 친구 분이 연인인 줄 알고….’
 ‘괜찮습니다.’
 ‘만약 오늘처럼 우연히 그 분을 찾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도망갈 겁니다. 어떻게든.’

 그의 단호한 대답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것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정국은 어떻게든 지민을 데리고 도망칠 것만 같았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을 괴롭히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둘이서만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라면 다 괜찮아할 것 같았다.



 석진은 제 앞에 있는 정국과 혈액 분석 기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기록은 정국의 혈액에 대한 기초 정보들을 나열한 것이다. 연구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되짚어 보기로 한 것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석진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건 어쩌면 지민이 Rh null 혈액형이라는 걸 알아낸 것 같은 기본 과정에 포함될 수 있겠으나, 결과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할 종류였다.

 정국은 한바탕 3기 사탄바이러스와 싸우고 난 뒤라 땀에 젖은 가슴팍을 드러내며 진정되지 않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실험 후 정국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처럼 얼마간은 늘 고양되어 있다. 그것이 끔찍한 고통 끝에 바이러스를 이겨낸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쾌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석진은 그런 그에게 찬물을 끼얹을 만한 글자를 천천히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 전 중위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

 갑작스러운 것을 물어오는 필담에 정국은 셔츠를 챙겨 입다 말고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석진은 그를 향해 턱을 까딱이며 답장을 재촉했다. 정국은 아랫입술을 씹으며 잠시 고민하더니 그 아래에 글자를 썼다.

 [ 형 하나,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
 [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
 [ 그게 왜 궁금해요? ]
 [ 전 중위님의 면역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

 정국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러더니 잠시 고민 끝에 천천히 장문의 글을 끼적였다.

 [ 그게 제 면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사고사였을 거예요. 어머니는 기억나요. 오랜 지병이 있으셨거든요. ]

 석진은 그의 문장에 있는 ‘지병’이라는 단어 위에 색이 다른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러자 정국의 표정이 굳으며 궁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석진을 쏘아보았다.

 [ 혹시 어머님이 희귀병으로 돌아가셨나요? ]

 그러나 곧 이어진 석진의 문장에 정국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며 굳었다. 석진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설명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예상이 맞아떨어졌음을 알려주듯 석진은 그 아래에 덧붙였다.

 [ 전 중위님의 몸에도 희귀병 유전자가 있거든요. ]

 그렇다면 그 희귀병 유전자와 사탄바이러스가 관련이 있다는 소리일까?

 정국의 기억 속 어머니의 모습은 늘 같았다. 항상 온몸이 아프다며 방에 틀어박혀 있었고, 수술이나 약 따위로 해결할 몸뚱이가 아니라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땐 어머니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수 없었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병세가 나아질 수 있는지, 그런 것들에 관심 같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다.

 [ 전 중위님은 유일한 면역체가 아닙니다. ]
 “…….”

 글자를 확인한 정국이 석진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석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은 자세로 필담을 이어갔다.

 [ 어머니의 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 된 희귀병이었을 거예요. 전 중위님의 피에서 발견된 유전자 역시 그것이고요. ]

 지민의 피를 분석하며 새로 발견한 사실은 사탄바이러스가 혈액 안에 잠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향성을 잡고 정국의 피를 분석했다. 그의 몸 안에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을 유전물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바로 희귀병을 일으킬 수 있는 자가면역체계 관련 DNA였다. 쉽게 말하면 체내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하는데, 그 대상이 심지어 자신의 세포와 장기까지도 포함 된다는 것이다. 정국의 어머니가 앓았던 병은 국내에 400여 명 정도가 환자로 공식 등록되어 있는 희귀병이었다. 정국 역시 그 유전자를 타고 났으나, 단지 활성화 되지 않았기에 병세로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었다. 말 그대로 잠복이었다.

 [ 그럼 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사탄바이러스 면역체가 될 수 있단 뜻입니까? ]
 [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릴 순 없겠죠. 대체제가 있다는 걸 안 순간 계엄사령관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를 일이니까요. ]

 맞는 말이었다. 만약 전국에 있는 400명의 환자를 찾으려 한다면, 면역 희귀병으로 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데리고 생체실험을 할 수도 있다. 정국은 중대장 자리를 두고 거래를 할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었으니, 그보다 더 손쉬운 방법으로 제 손에 넣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탄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뒤덮인 이 상황에서 등록된 환자들을 일일이 찾으러 다니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소모가 따를 테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정국처럼 선천적으로 희귀병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환자의 가족까지 찾아내려고 든다면, 400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대거로 등장할 수도 있다. 그 말은 즉, 계엄사령관의 힘이 될 불쌍한 생명이 그렇게나 많이 쌓인다는 뜻이다.

 [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겨드릴 겁니다. 저는 전 중위님이 부디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
 [ 왜죠? ]
 [ 이것도 정의라고 해두시죠. ]

 석진은 지민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으나, 함께 도망칠 거라는 말을 떠올리며 꾹 참았다. 정국이 유일한 구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변한 것은 없다. 하루 빨리 치료제를 만들어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지민의 희귀 혈액형을 이용해 백신 개발을 유도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만약 이 두 사람이 도망치거나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모든 것은 올 스톱 된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 지켜내는 것 또한 연구원으로서 석진의 정의였다.




*






 석진은 김통수와 마주보고 앉아 있는 이 순간이 역겨웠으나 가까스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은 지나치게 까만색이어서 위화감마저 들었다. 마치 이 억지스러운 사탄바이러스 사태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계엄사령관의 집무실에는 늘 커피나 차 향이 가득했다. 아마도 뒤집어진 세상에서 태연하고 평화로운 것은 김통수 하나뿐인 듯했다.

 “내가 가만 보니 김 박사는 경과보고를 안 하더라고.”

 그의 말에 석진은 입술 안쪽을 깨물며 혀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당신은 경과보고 따위 없어도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시하고 있잖아?

 “원래 연구란 게 그렇습니다. 오늘 성공한 듯 보여도 내일이면 무효가 되어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런 상황을 일일이 보고 올린다면 희망고문이 될까 봐 우려했습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하는 석진의 건조한 대답에 김통수는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 중위는 어떤가.”
 “매우 적극적으로 실험에 응하고 있습니다. 전 중위의 몸은 신비롭고 대단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3기 사탄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대로 사탄이 4기로 진화한다고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김 박사는 전 중위가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야. 표정이 한껏 들뜨는 것을 보니. 처음 보는 모습이군.”
 “바이러스 연구만 하며 사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한 흥분은 없으니까요.”

 실은 정국의 이야기를 하며 과하게 칭찬했다. 그건 모두 석진의 계산된 행동이었다. 김통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해야 하니까.

 “나는 자네의 고지식한 면이 참 마음에 들어. 연구 우선주의. 괜히 김석진 박사의 명성이 높은 것이 아니지.”
 “과찬이십니다.”
 “가을과 겨울엔 철새가 이동할 거야.”
 “그렇군요. 다른 나라까지 퍼지는 건 시간문제네요.”
 “치료제는 언제쯤 완성될 것 같나?”
 “사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더 빨라질 수 있는 것을 사령관님께서 막고 계시죠.”
 “그게 무슨 뜻이지?”
 “김남준 연구원, 다시 돌아오게 해주세요.”
 “흐음….”

 석진의 말에 김통수는 다리를 꼬며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저와 아주 오래 연구 합을 맞춰왔습니다. 괜히 수석연구원이 아니죠. 그런 인재에게 잡일을 시키며 시간을 버리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
 “갑자기 그곳으로 보낸 이유도 제게 설명하지 않으셨잖습니까. 군인의 수가 모자란 건 아닐 텐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치료제를 누구보다 빨리 만들고 싶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사실상 저 혼자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 친구 실력이 제법인가 보군.”
 “네.”
 “좋아. 그렇게 하지.”

 흔쾌한 김통수의 대답에 굳었던 석진의 얼굴이 풀렸다. 흡족한 듯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 김통수가 와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늘 뻣뻣하던 김석진 박사가 편하게 웃는 얼굴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동료애가 대단하군.”
 “동료이기 전에 친 동생 같은 후배이기도 합니다.”
 “자, 오케이. 이 건은 마무리하고.”

 김통수가 손뼉을 한 번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박사 몸보신 좀 시켜줘야겠어. 간만에 서울 구경 좀 해볼 텐가?”

 그와 마주보고 앉아 밥 먹을 생각을 하니 속에서부터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석진은 표정을 애써 숨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통수는 치료제에 열정을 보이는 석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사령관과 함께 있는 것은 역겨웠지만 간만에 가평을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둥둥 울렸다. 사실 서울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가평에서만 갇혀 지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가끔은 이런 식의 외출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김통수의 꿍꿍이를 더 깊이 알아볼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사령관과 함께 도착한 서울의 모습은 난장판이었다. 도로마다 차가 전복되어 있는 건 예삿일이었고,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총성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김통수는 석진을 향해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다. 가장 큰 수확은 서울에 쉘터를 여러 개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쉘터가 완성되고 나면 계엄사령본부와 해골부대는 서울로 이동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퍼진 바이러스 상황은 최악인 모양이었다. 전기와 수도, 통신이 모두 끊겼으며 오로지 계엄군에서 ‘주거지역’으로 지정한 일부에만 기초적인 것들을 공급하며 생활을 가능케 했다. 그러니 그 ‘주거지역’에 들어가기 위한 시민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많이 가진 자는 주거지역에 입성할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바깥으로 내몰렸다. 당연한 이치였다.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대다수의 시민은 폐허가 된 마트와 백화점 등을 뒤지며 간신히 살고자 했다. 일 할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에 거의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였다.

 가평으로 돌아온 석진은 바로 전정호 소령부터 찾았다. 석진의 부탁에 연구실로 찾아온 정호는 대뜸 다가오는 석진을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소령님, 담배 한 대만 주실래요?”

 그게 도청기가 없는 곳에서 긴히 할 얘기가 있단 뜻임을 눈치 챈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두 사람은 건물 바깥으로 나가 나란히 선 채로 깊고 은밀한 대화를 이어갔다.

 “소령님은 누구 편인가요?”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언젠가 전 중위님이 그렇게 묻더라고요. 제게 누구 편이냐고요.”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했죠. 정의의 편이라고.”
 “저도 비슷합니다. 저는 제 편입니다.”

 단호한 정호의 표정은 정국과 많이 닮아 있었다.

 “소령님께 말씀드릴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부탁인가요?”
 “부탁이지만… 안 들어주실 수 없는 부탁입니다.”
 “흥미롭네요. 말씀해보세요.”
 “첫째, 전정국 중위는 유일한 면역체가 아닙니다.”

 석진의 말에 정호는 놀란 표정으로 굳었다. 석진은 형제의 어머니의 희귀병과 그 유전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정호에게도 DNA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계엄군이 마음먹고 생존자 모두의 피를 다 뽑아다가 검사를 시도하면 적어도 이런 사람들 수백 명은 발견할 수 있다는 소립니다.”
 “하…….”

 정호가 이마를 짚었다. 만약 제 동생이 유일한 면역체가 아님이 밝혀진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상상을 펼쳤을 것이다.

 “이걸 함구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
 “이게 바로 두 번째로 말씀드릴 부탁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희귀 혈액 보유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을 숨겨주시는 게 조건입니다.”
 “…희귀 혈액 보유자?”
 “네. 그 사람은 전 세계에 40여 명만 있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어요.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아무튼 그 사람을 비밀리에 연구할 것입니다. 아마 그건 백신이 되겠죠.”
 “비밀리에 연구? 그런 위험한 말을 내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소령님은 저와 한 배를 타실 거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동생을 버리실 겁니까?”
 “…….”
 “치료제는 계속 개발할 거예요. 하지만 완벽하지 않죠. 전 중위님의 항체로 만들어낼 치료제는 항상 사탄을 뒤쫓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탄이 얼마나 더 진화할지 모르니 그 끝도 없는 거죠.”
 “그 희귀 혈액 보유자를 통해 백신을 만들 가망은 큰 겁니까?”
 “네. 확신합니다.”
 “몰래 백신을 만들어서 무얼 할 거죠?”
 “배포요.”

 석진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단단하게 말했다. 그 대답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김 박사님, 생각보다 간이 크신 분이었네요.”
 “지금 제2아지트에서 김남준 연구원이 그 사람을 혼자 숨겨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이죠. 반드시 소령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발 그 사람을 맡아주세요. 그래야 전 중위도 살 수 있습니다.”

 석진의 말은 부탁이자 협박이기도 했다. 대의를 이루려면 정국의 정체를 가지고 하는 협박 정도는 해낼 수 있었다. 실은 정국에 대한 사실을 숨기는 것이 안전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좋습니다. 서울 쉘터가 완성되면 이동하게 될 겁니다. 그 쪽으로 데려가겠습니다. 거긴 전적으로 제가 맡는 곳이거든요. 그 전까지는 관사에 데려다 놓고 머물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소령님께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 중요한 건 전 중위님에겐 비밀이라는 거예요.”
 “왜죠? 그 희귀 혈액 보유자가 누구길래?”
 “지민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입니다.”
 “…지민?”

 익숙한 이름을 들은 정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석진은 그를 향해 담담하게 덧붙였다.

 “전 중위님이 사랑하는 사람이죠.”
 “하….”
 “지민 씨를 찾으면 도망가겠다고 하더군요. 소령님께서도 그건 원치 않으실 거라고 봅니다. 저는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정호는 순간 지민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울던 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탄이 되었다고 믿으며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알면서 숨겨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찔렀으나, 지금 당장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 떡밥회수



지워리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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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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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진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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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yu  | 190813   
지민이랑 정국이 빨리 만나게 해주세여~ 아 겁나 재밌어 ㅜㅜ돈만 많으면 제작비 주고 영화로 만들어서 나만 보고싶다..ㅎㅎㅎㅎㅎㅎ
하늘바라기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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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s0309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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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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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리  | 190813   
아... 진규야,,, 미안해. 너, 깜빡 잊고 있었어 ㅠㅠ
침침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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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침모드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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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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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토끼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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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피  | 190819   
므앙...? 일반인의 혈액과는 다르고 40명이라는 희귀 인원만 있기 때문에 인식을 못하는건가요? 우리 지민ㅇ이 사람만 조심하면 살수 있는게 맞나요 ㅠㅠㅠㅠㅠ
둥벵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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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하뚜  |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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