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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애 7 랠리 씀

아는 애
7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을 감으면 전정국이 보였고, 눈을 떠도 전정국이 보였다. 내 인생의 첫 사랑이자 첫 이별이었다. 걔는 내 어린 시절이고, 청춘이고, 현재와 미래였다. 내 삶에서 전정국을 억지로 빼내고 난 후 대체 무엇이 남았나 생각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무섭다. 영혼이 빠져나가고 빈껍데기만 남겨진 것 같다. 네가 나의 전부였다.

  너를 움켜쥐고 싶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더라면, 타인의 인생에 대해 무신경한 인간이었다면, 아니, 너를 덜 사랑했더라면, 아마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온 세상이 다 아는 너를 조금이라도 더 내 곁에 두려고 욕심냈겠지. 아쉽게도 나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네가 잘못 되는 것보다 차라리 아픈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채찍질하며 참고 또 참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잠시 미쳤었다고 털어놓고 싶었으니까.

  전원이 꺼진 휴대폰은 당분간 켤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참에 번호를 바꿔버릴까 싶었다. 전정국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마음이 약해질 게 분명하다. 걔만 떠올리면 복면 밑으로 뚝뚝 떨어지던 눈물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정국이 마음대로 나를 찾아올 수 없는 아이돌이라는 게. 아이돌 그 세 글자 때문에 헤어지게 된 거면서. 아이러니한 생각이다.

  정국아, 네가 나를 만나도 괜찮을 때까지 기다릴게.
  이건 가짜 이별이야. 우리 조금만 참자.

  이런 말을 했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아마 그랬다면 우린 얼마 못 가 서로가 보고 싶어 안달 냈을 것이다. 그럼 또다시 같은 일들이 반복되겠지. 나는 너를 기다리고, 너는 비밀스럽게 나를 보러 오고, 그러다가 너는 결국 회사에게 버림 받고.

  무섭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그 어떤 사람도 내게 전정국 만큼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럼…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중에 전정국이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면 어떻게 하지. 먼 훗날 혹시 그의 결혼 소식이라도 들리면 어떻게 하지. 돌아버릴 것 같다. 끔찍해서 견딜 수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 나를 찌른다. 결국 이 아픔도 내가 선택한 것이다. 감내해야 한다.



  침대에 누워서 울고만 있는 날이 계속 됐다.

  김태형은 조용히 내 집을 오갔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침대 맡에 앉는 소리, 내게 이불을 덮어주는 소리, 한숨 소리, 내 집을 나가는 소리. 나는 꼼짝없이 누워서 그 소리들만 귀로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저 눈이 감기면 감기는 대로, 떠지면 떠지는 대로, 그렇게 시간을 죽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병실에 누워있었다. 탈수증상으로 혼절했다고 한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건 김태형이었다. 짧은 순간 내 옆에 전정국이 있을까 봐 심장이 뛰었다. 헛된 상상이었다. 김태형은 내 손을 꽉 붙잡은 채로 울고 있었다. 멍청이처럼 코가 빨개진 채로, 눈물 줄기를 흘려가며.

  “누구 죽었어?”

  며칠 만에 목소리를 냈더니 음이 삐끗 샜다. 김태형이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나 나를 살폈다. 나는 그의 얼굴과 링거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 순간 머저리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릴걸. 왜 안 죽고 계속 살아있지. 뭘 어쩌겠다고 살아있지, 나.

  “지민아.”
  “…….”
  “지민아. 지민아.”

  김태형은 뒷말은 잇지 않고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불렀다. 문득 궁금했다.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전정국 때문에 망가진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 너는 밸도 없어? 이런 내가 뭐가 좋다고 옆에 딱 붙어 있어? 원망스럽지 않아?

  “너 바보냐. 김태형.”
  “지민아.”
  “왜 이러고 있어.”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겨우 주먹을 쥐어서 김태형의 가슴을 쳤다.

  “너 집에 가.”
  “싫어.”
  “이제 나한테 오지 마.”
  “싫어.”
  “너 안 볼래. 절교하자. 나 그냥 내버려 둬.”

  그러자 김태형이 내 주먹 쥔 손을 붙잡았다.

  “그래 절교해.”

  그리고는 쉽게 그런 대답을 했다. 나는 눈치 챌 수 있었다. 김태형이 그 뒤에 무슨 말을 할지.

  “나도 이제 박지민 친구 안 해.”
  “…….”
  “안 한다고, 친구.”

  꾹꾹 눌러가며 하는 그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이 멍했다. 김태형과 내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우리 관계의 정의. 그걸 김태형이 부순 것이다. 친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으로 보지 말자는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너 걔 때문에 이러는 거 보니까 안 되겠더라.”
  “안 되면 네가 뭐 어쩔 건데?”
  “억지로라도 너 붙잡고 걔 잊으라고 조를 거야. 그리고 나 좋아해달라고 할 거야. 안 될 것 같아?”
  “어. 안 돼.”

  괴로운 생각들이 이어졌다. 밀어내야 한다고. 나는 지금 전정국 때문에 죽겠으니까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말라고. 전정국과 헤어지고 나서 더 자세히 알게 됐으니까. 걔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이별했다고 해서 쉽게 잊힐 애가 아니라는 거. 그러면 그럴수록 김태형 너는 나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고.

  “상관없어. 내가 너 계속 좋아하면 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만 하자. 나 힘들어.”
  “걔 그만 붙잡고 있어.”
  “그만 하자니까?”
  “너 더 망가지는 거 못 보겠다고!”

  김태형이 내게 언성을 높였다. 너까지 왜 그래….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그렇게 내뱉었다. 내 탄식을 들은 그가 다짜고짜 내 몸을 끌어안았다. 나는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렸다. 그럴수록 김태형은 더 세게 내 어깨를 붙들었다.

  “너한테 걔만 아니면 돼.”
  “야, 네가 이런다고 해서…”
  “시간이 필요한 거 알아. 당장 걔를 싹 잊어버릴 순 없겠지. 그냥 천천히 잊으려고 노력하면 되잖아. 밥도 먹고, 재밌는 것도 하고. 나랑 같이 있으면서 그러면 되잖아. 너도 조금은 나한테 흔들린 거 다 알아 나도.”

  머리가 아프다. 김태형이 몰아친다.

  “너 헤어졌다고 기회 잡아서 이러는 거 아냐. 비겁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너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너 막 사는 거 보니까.”
  “내가 뭘, 뭘 그렇게 막 살았는데?”
  “지금 네 꼴 봤어?”
  “…….”
 
  김태형이 내 얼굴을 부여잡고 뺨을 매만졌다. 그리곤 대뜸 내 손목을 잡아들어 보여줬다. 전정국과 틀어졌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살이 빠져서 앙상해졌다. 곧 부러질 것처럼.

  “이렇게 계속 지내는 거 난 더 이상 못 봐.”
  “자그마치 3년이야. 내가 걔 사랑한 거.”
  “알아.”
  “이렇게 힘들어할 정돈 되잖아.”
  “그래도 잊으려고 노력해 봐. 널 위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말만 골라서 했다. 그래. 어차피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랑한 게 3년이든 4년이든, 전정국과 나는 헤어졌다. 결국 그게 나의 선택이다. 그렇게 결정한 이상 그를 털어내지 않으면 스스로 좀먹는 짓만 하는 거겠지. 이별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견디다가 넝마가 되도록.

  “내가 널 그냥 친구로 좋아했어도 이런 말 했을 거야.”
  “…….”
  “지민아. 제발.”

  잊으려는 노력. 그 방법 좀 알려주라.

  김태형의 커다란 눈이 나를 보며 흔들렸다. 복잡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침상에 몸을 묻었다. 또다시 눈물이 터져 나온다. 여태 그렇게나 많이 울었는데 또 처음인 것처럼 흘러내린다. 차라리 기억을 잃었으면 좋겠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커다란 마법 상자를 만들고, 전정국과 관련된 모든 추억을 다 모아 넣는다. 그리고 포맷 버튼을 누르는 거다. 상자 안에 갇힌 기억들이 소용돌이치며 형체를 잃어가다가 결국엔 휘발되는 거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전정국을 모르는 박지민이 되어있길. 다른 모든 기억은 그대로인데 딱 전정국만 지워버리길.





*
 





  늦은 밤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여름휴가 성수기가 지나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다. 강릉행 고속버스 승차홈에 도착하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후덥지근한 여름 밤 날씨 때문에 벌써 팔이 땀으로 끈적거렸다. 김태형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내 손을 잡는다.

  “왜 이렇게 늦게 가자는 거야. 낮에 출발하면 좋잖아.”
  “심야버스 엄청 편해. 너 모르지.”
  “편하면 얼마나 편하다고.”
  “좌석도 진짜 넓고 좋거든.”

  나는 김태형과 늦은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다. 한 달이 넘게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개강을 일주일 앞두고 나서야 뒤늦게 바다에 가자는 말이 떠올랐다. 이 바보 같은 녀석은 나를 돌보느라 물 구경 한 번 못하고 방학을 망쳐버렸다.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히죽 웃었다. ‘어, 안 까먹었네. 내 말.’ 왜 나를 바보같이 기다리고 있었냐고 타박하려다가 관뒀다.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묻자 김태형이 신나서 줄줄 읊는다. 도착하면 새벽 두 시쯤 되니까 터미널 근처에서 대실하자. 잠깐만 눈 붙였다가 일출 보고, 국밥 한 그릇 먹고, 펜션 예약해둔 데로 가면 딱이야.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김태형의 말에 동의했다.

  우리를 태운 고속버스가 출발했고, 세 시간을 내리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깜깜한 새벽. 우리는 터미널 근처 허름한 모텔로 향했다. 김태형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을 잡고 앞장섰는데, 왠지 손을 잡고 모텔에 들어간다는 게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슬쩍 손을 빼자 김태형이 나를 보더니 물음표를 달았다. 나는 더워, 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김태형이 눈썹을 한 번 들썩이곤 다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모텔 입구를 향해 걸었다.

  “…….”

  숙박업소 출입은 난생 처음이다. 김태형은 카운터에서 일회용품이 든 비닐팩을 받고는 계단으로 향했다. 검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낡은 건물. 꾸밈새 없이 방 번호만 덜렁 쓰여 있는 금색 열쇠. 괜히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에어컨이 약하게 틀어져 있어 눅눅한 공기가 복도에 가득했다.

  “김태형, 너 이런 데 많이 와봤어?”
  “어?”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내 말에 김태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돌아보고 웃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안 자연스러운데. 막 다리 덜덜 떨면서 걸을까?”
 
  그리고는 오버스럽게 다리를 후들후들 떠는 척하며 이상한 모양새로 걷기 시작한다. 나는 그게 조금 웃겼는데, 일부러 허리를 접어가며 유난스럽게 웃었다. 내가 웃자 김태형은 기어코 다리를 떨면서 어기적어기적 방 앞까지 갔다. 나는 걔의 등짝을 찰싹찰싹 때렸다. 내 행동이 과장스럽다는 건 나도 안다. 어색함을 떨쳐내고자 그런 거다.

  방 안에 들어서서 문을 닫는 순간, 우리 사이에 정적이 찾아왔다.
  내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신발장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나를 김태형이 내려다보고는 손목을 당겨 끌었다. 내가 얼떨결에 운동화를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김태형이 뒷걸음으로 걷다가 어정쩡한 자세로 비틀거렸다. 기름칠 안 한 로봇 같았다.

  “봐, 나 좀 부자연스럽지?”
  “…엉.”
  “내가 지금 얼마나 떨리는 줄 알아?”
  “…….”
  “박지민이랑 같이 자는 거 진짜 오랜만이라서.”

  그 잔다는 의미가 야한 뜻이 아닌 걸 알면서도 얼굴이 빨개졌다. 전정국이 내 집에 들락날락거렸던 이후로 나와 함께 자지 않았던 김태형. 그 이유가 나와 전정국이 섹스를 하는 상상이 들기 때문이라는 걸 돌려 말했던 김태형.

  “그런 말 좀 하지 마. 멍충아.”
 


  나는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내내 이상한 생각을 했다. 말하자면 전정국을 완전히 잊기 위한 방법을 김태형에게서 찾는 거였다. 어쩌면 김태형으로 인해 전정국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전정국에게 완전히 매몰된 이후로 나를 흔들었던 건 김태형이 유일했으니까. 그 시작은 비록 전정국에게 버림받은 줄 알았던 오해의 시간 속에 있었지만, 어찌 됐건 나는 김태형과 친구 이상의 것을 했으니까. 김태형이 더 이상 나와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니, 진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미쳤어.”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는 물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냈다. 틀어놨던 물을 잠그고,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을 닦았다. 온수의 열기로 붉어진 뺨이 보였다. 전정국이 환장하던, 뜨겁고 축축하고 빨간 나.

  “안될 건 또 뭐야.”

  나는 미친놈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말을 내뱉자마자 웃음이 픽 나왔다. 뭐 어쩌게. 김태형이랑 섹스라도 하게? 걔랑 자면서 전정국 생각 안 할 자신은 있고? 김태형은, 김태형은 어쩌려고. 진짜 연애라도 하게? 김태형이 좋아? 전정국만큼 사랑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묻는 말 중에 단 한 가지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다. 복잡하다. 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다. 전정국과 완전히 헤어지고 한 달이 넘게 지나는 동안 나는 내가 괜찮아졌다고 믿었다. 그 사이에 핸드폰 번호도 바꿨다. 나름 걔를 잊으려는 노력이었다. 혹시 연락처를 바꾸면 전정국이 나를 찾아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혹시 전정국의 사진이나 기사라도 발견할까 봐 인터넷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TV를 켜면 전정국이 나오는 CF를 볼 것 같아서 전원 코드까지 뽑아버렸다. 길거리에서 전정국이 부르는 노래가 들릴까 봐 내 귀에는 항상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걔를 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불쑥불쑥 꿈에 나타나거나 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 인터넷 소설 같은 말이 생각났다.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내게 남은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뭘 그렇게 오래 씻어? 살 퉁퉁 불겠다.”
 
  내가 욕실 밖으로 나오자 김태형이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난잡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싸구려 이불을 깔고 앉은 채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나는 윙윙거리는 조악한 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말렸다. 김태형이 나를 조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게 시야에 걸렸다. 나는 한참 소음을 내며 머리를 말리다가, 거의 다 마른 머리를 매만지며 전원을 껐다.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왔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침대 맡에 털썩 앉자 김태형이 몸을 조금 옆으로 옮기며 자리를 내줬다. 나는 무릎으로 기어 침대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는 비스듬히 기대 누웠다. 샤워를 하다가 변기에 앉아 혹시 모를 섹스를 위해 준비 작업을 했다. 김태형은 아마 상상도 못할 거다. 남자끼리 섹스를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건지. 그걸 준비하면서 몇 번이고 현타가 찾아오는데, 그걸 참다 보면 충분히 가벼운 충동쯤은 걷어낼 수가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이제 내가 너한테 할 말은 그냥 홧김이나 가벼운 성적 충동이 아니라는 걸.

  “김태형.”
  “엉.”
  “나랑 잘래?”

  내 목소리가 조금 가늘게 떨리며 울렸다. 그러자 액정을 쓸며 스크롤을 내리던 김태형의 손가락이 멈췄다.

  “오늘… 나랑 할래?”
  “…….”

  김태형은 바짝 굳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돌덩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미동도 없이 핸드폰만 내려다본다. 패닉에 빠진 사람처럼.

  “내 말 들었어?”
  “…….”
  “왜 대답 안 해.”

  나는 미동 없는 김태형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는 김태형의 위로 기어 올라가서 걔 허벅지 위에 앉았다. 멍청하게 핸드폰을 잡고 있길래, 그걸 손에서 떼어내서 협탁 위로 밀어놓았다. 김태형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나는 조금 더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 김태형의 고간 위에 털썩 앉았다. 언제부터 그랬던 건지, 딱딱하게 발기한 물건이 엉덩이 아래서 느껴졌다.

  “어? 김태형.”
  “…….”
  “하자고.”

  김태형의 얼굴을 붙잡고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다. 굳어 있는 김태형의 아랫입술을 가만히 물고 있다가 고개를 꺾으며 혀를 내어 입술 안쪽을 쓸었다. 그는 여전히 미동 없이 입술을 벌리지도 다물지도 않고는 그저 가만히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아랫입술을 꾹 눌러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 틈새로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김태형이 조금 거칠게 숨을 뱉었다. 나는 작정한 사람처럼 키스를 하며 그의 가슴팍에 상체를 바짝 붙였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깜빡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바쁘게 팔을 뒤로 뻗어 김태형이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 바지 앞섶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단단한 윤곽이 느껴졌다. 손끝으로 그걸 조금씩 더듬으며 올라가다가 바지춤으로 집어넣었다. 단단한 허리춤 밴드를 붙잡아 당겼다. 발기한 김태형의 물건 끄트머리가 밴드 바로 아래까지 바짝 올라붙어 있었다.

  입술을 조금 뗄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김태형은 내 움직임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목석처럼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내 손이 그의 페니스 끝을 더듬자, 황급히 내 손목을 붙잡고는 입술을 떼고 헉헉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눈이 나를 집어삼킬 듯 바라보고 있다.

  “그만….”
  “…왜. 나 안아줘 오늘.”
  “지민아.”
  “하자. 그리고 오늘부로 사귀자 우리.”

  번들번들하게 침으로 젖어 있는 김태형의 아랫입술을 다시 핥으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손은 조금 더 급하게, 그의 바지춤을 뚫고 들어가려고 움직였다. 기어코 그의 해면체를 움켜잡고 위아래로 두어번 쓸어 만졌다. 김태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숨을 토해내더니 다시 내 손목을 꽉 붙잡고 바지 속에서 꺼냈다.

  “싫어? 왜 망설여.”
  “박지민.”
  “너 나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식었어?”

  내 말에 김태형이 뒤통수를 감싸 잡고는 조금 거칠게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그대로 끌려가서 허겁지겁 맞붙는 키스를 받아냈다. 김태형의 손이 내 허리춤에 머물렀다. 더듬더듬. 티셔츠 안쪽에 살짝 닿은 손가락이 움직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김태형의 혀를 빨았다. 조금씩 달아올랐다. 김태형이 내 옷을 벗기고, 이 자세 그대로 삽입한다고 생각하니 등줄기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흐으…”

  옆구리를 살살 쓰다듬는 손길에 앓는 소리가 났다. 나는 무릎을 조금 세워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는 스스로 내 하의를 내렸다. 속옷까지 한 번에 잡고 스윽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가 반쯤 드러났다. 그리고,

  “…그만.”

  입술을 떼고 내 손을 막아오는 김태형의 손길에 다시 하의가 입혀졌다.

  “왜. 태형아. 나 지금,”
  “알겠는데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아니라니?”

  내 물음에 김태형이 한숨을 깊게 쉬었다. 조금 상기된 얼굴로 뱉은 더운 숨이 내 얼굴에 와 닿았다. 김태형의 눈자위가 조금 촉촉했다.

  “네가 정말로 내가 좋아지면,”
  “…….”
  “그때 말해줘 지민아.”

  김태형이 내게 이마를 붙이고는 눈을 감았다. 제 입술을 말아 물고 인내심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 하는 얼굴로 어깨를 들썩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김태형에게 미안한 감정 때문인가. 눈물의 출처를 잘 모르겠다. 그냥, 그냥, 다 짜증이 났다. 얘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런 얘를 전정국을 잊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한 내 자신이 좆같아서.

  “…흐윽.”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애처럼 소리 내서 울었다. 방 안에 내 목소리가 퍼지니 서러움이 더해졌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슬퍼서, 미친 새끼야. 답도 없는 새끼야. 나는 내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욕하며 울었다. 김태형이 조용히 나를 끌어안고는 등을 매만져주었다. 나는 김태형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티셔츠를 축축하게 적셔갔다.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잘게 떨리는 소리로 터져 나왔다. 김태형은  내 귀에 대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내가 듣고 있는지, 안 듣고 있는지, 상관 없다는 듯.


  지민아. 지민아. 내가 잘해줄게. 울지 마. 미안해. 지민아. 나도 운다? 뚝.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난 괜찮아. 사랑해.























(+) 오랜만에 찾아왔어요.

커플링에 대해.
아는 애는 정확히는 국민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분명히 뷔민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삼각 말머리를 달았어요. 그 점 참고하시어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일 커플 소설이 아니라서 불편하시면 언제든 중도하차! 아시죠? 그 말은 즉, 피드백 댓글에 저를 원망하거나, 이 글 속 지민이를 욕하고 원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꾸뿌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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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티그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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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걸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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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 1807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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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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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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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에상에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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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모꾸무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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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품달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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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쿰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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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티1013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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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몬가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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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엠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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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  | 1807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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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자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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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 1807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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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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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링  | 1807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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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빵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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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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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니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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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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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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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o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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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즴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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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dud0892  | 1807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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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 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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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사랑  | 180923  삭제
랠리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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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버터_꾹  | 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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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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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꽁치  | 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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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꾸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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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소주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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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미미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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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미니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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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믹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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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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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샵  | 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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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꾹  | 190515   
이런 작품에 부정적 피드백 다는 사람은 바부 똥깨
또르르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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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유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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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사랑단  | 190517   
랠리님이 쓰시는 국민뷔 사랑해요 ㅠㅠ
달그림자  | 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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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  |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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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 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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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냥이  | 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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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o  | 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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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캉  | 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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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삼  | 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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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ana  |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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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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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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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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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민사  | 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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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한 토끼  | 190624   
삼각은 사랑입니다ㅜㅜ
아..태형이 정말 멋진 남자네요ㅜㅜ
지민이 중간에서 너무 고민될 거 같고,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어요ㅜㅜ
지민이발꾸락  | 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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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ny1013  | 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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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N  | 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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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트  | 190704   
울 지미니 왜 욕해요 왜에—빼애애액—! 최서 절절한 사랑 안해본 새럼들...! (최소 그런 사람 우선 나..ㅠㅠ 실화각?) 우리 태형이 순정 오지고 지리고... 나야 정신차려... 이 댓글 옳지않아...! 하필 아는 애 읽기 전 고딩 급식체 정국이를 만나고 오는 바람에 씐나게 급식체 화살을 맞고와서 머릿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표현이.. 에바 육바다 진짜ㅠㅠ 이 손아 멈추거라.... 랠리님 아는 애 속 태형이는 진짜 제일 후회없는, 표현하고 또 줄 수 있는 만큼 마음 줘서 후에 미련갖지 않을 사랑 충실히 하고 있는거겠죠? 태형이는 꼭 지민이만큼 귀엽지만 쪼꼼 더 귀여운 애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사랑해랏ㅠ
라엘  | 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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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과학  | 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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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  | 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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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1122  |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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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쿠헨  | 190721   
뭔가 감상들이 비댓으로 달려서 그래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뭔가 해바라기 사랑이라면 태형이의 그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어하는 지민이 곁에 좋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도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감싸주고 싶은 그마음이 랠리님 글에 녹아 있어서 저도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거겠지요. 감정을 끊어낸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ㅠㅠ
제이  | 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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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8  | 19072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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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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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늘바랄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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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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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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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핸슨  | 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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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니의꾹꾹이  | 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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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짐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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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3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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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 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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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  | 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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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en  | 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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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notic  | 190906   
어후 어후 어후 너무 좋아요!!!!!!!!
침침  | 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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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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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목걸이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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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  | 191009   
태형이는 어뜩해야하나요 ㅠㅠ
임당이  | 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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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찜  | 19103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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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교  | 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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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ng  | 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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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방팬  | 19121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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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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