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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픽션 3 랠리 씀

Come Tiamo

테라픽션 3
therapy + fiction












 
 바쁘게 살면 잊을 수 있을까 싶었다. 손 놓고 있던 공방 오픈 준비를 위해 홀로 분주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래봤자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 안에만 채워질 유난이었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만 그 남자가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래봤자 소용없었다는 것이다. 주말 장사를 위해 테이블에 앉아 석고를 굳히다가도 별안간 그 남자에게 닿았던 모든 것이 둥둥 떠올랐다. 그 남자가 좋아했던 라벤더, 처음 건넸던 토끼모양의 석고, 그가 만지작거렸던 디퓨저, 그가 들어줬던 내 가방.

 이렇게 바보 같을 수 있나. 망각도 정도껏이지. 이미 알고 있는 감정들이다. 누군가의 호감을 산 게 첫 경험도 아니고, 난생 처음 고백을 들은 것도 아니다. 몇 마디의 말에 가슴 설렐 나이는 지났다. 짙은 호감으로 시작했던 사랑이 끝내 구질구질하게 막을 내렸다는 사실은 내 인생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그런 내가… 어린 남자가 뱉은 그깟 가벼운 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니. 내 상태는 내가 봐도 최악인 게 분명하다.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그 남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야시장이 열리는 이틀이 지나고 나면 그와 나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은 사라진다. 원래 그랬듯, 내 팍팍한 삶에 쳐둔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나도 어서 이 몸부림에서 벗어나야 했다. 더 멍청해지기 전에.

 [ 지민 씨, 밥 먹었어요? ]

 하지만 쉽지 않다. 그 남자가 또 나를 두드리기 때문이다. 사흘이 지나는 동안 손바닥만 한 오피스 안을 쓸고 닦고, 공방재료를 죄다 꺼내 다시 계량하고, 크고 작은 소품을 어질렀다가 정리해가는 짓을 반복하며 겨우 떨쳐냈는데.

 “…….”
 
 자꾸만 나를 건드리는 그 남자가 야속해서 답장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그는 두 번이나 보고 말았다. 울고 있는 내게 시선을 조금도 덜지 않으며.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던 게 생각난다. 만약 지금 내 처지가 이렇지 않았더라면, 낯선 남자와의 긴장감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신경 쓰이는 사람에게 약점을 들켰으니 못이긴 척 기댔을 수도 있다. 내가 울 때 안아줄 수 있느냐고.

 [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갈까요? ]

 또다시 연달아 도착한 메시지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애초부터 내 답장을 기대하고 보낸 메시지가 아닐 것이다. 그는 혼잣말처럼 내게 털어놓았다. 그의 문자 때문에 이틀 후 다시 얼굴을 볼 사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든 저렇든 일주일에 닷새를 지나 이틀을 보아야 할 남자인 건 바뀌지 않는다. 애써 노력해도 주말이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 이번 주에는 괜찮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

 밀려드는 텍스트를 읽자 그 남자의 맑은 눈빛이 떠올랐다. 농담을 하며 눈 밑에 주름을 잡던 웃음도, 운전대를 잡고 있던 하얀 손등도, 솔직한 말로 나를 당황케 했던 입술도.

 [ 보고 싶어요. ]

 …언제까지 밀어낼 수 있을까.



 온종일 오피스에 안에 처박혀 있으니 삿된 생각들이 가지를 뻗는 거라 생각했다. 나는 의식적으로 몸을 더 바쁘게 만들어야 했다. 어제보다 더, 그 남자의 문자를 받기 전보다 더. 결국 나는 방산시장에 억지로 발걸음 했다. 판매할 물건을 만들 만한 재료는 충분했지만 상관없었다. 북적북적한 상가를 돌아다니다보면 잡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 테니 그거면 됐다.

 여전히 컨디션이 엉망인 몸을 질질 끌고 사람들 틈에 섞였다. 지갑을 털어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렇게나 재료를 사들였다. 캔들 왁스와 용기를 잔뜩 사서 가방에 욱여넣다 보니 세 달 동안 만들고도 남을 만큼 묵직해졌다. 향료 코너에서는 뒤섞이는 향기에 코가 마비될 때까지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각종 소품과 포장재도 쓸어 담았다. 세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나는 도저히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가방을 지고 있었다.

 제법 더워진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허무함을 느꼈다. 시장을 벗어나자마자 또다시 그 남자가 내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고작 세 시간짜리였다. 조수석에 올려놓은 재료들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제정신인 게 하나도 없다.

 계속 이럴 거야? 바보 같아. 어쩌려고. 뭘 어쩌겠다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올 정도로 자신에게 덜컥 화가 치솟는다. 신경질적으로 키를 꽂아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나를 놀리듯, 탈탈거리는 엔진소리만 이어지다가 끊긴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키를 돌렸지만 낡은 차는 생명을 다한 것처럼 기침만 토해냈다. 엉망. 다 엉망. 하나같이 다 엉망이다. 내 마음 대로 되지 않는 건 내 상황뿐이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하…….”

 세상에 어느 것 하나 내게 상냥한 게 없다. 긴 한숨과 함께 핸들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는 순간, 주머니 속에서 묵직한 진동이 울렸다. 그건 또 나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 지민 씨, 밥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꼭 챙겨 먹어요. 답장은 안 하셔도 돼요. ]

 미치겠다. 이 남자는 마치 이 모든 상황에서 나를 도망치게 해줄 것처럼 군다. 바보 같은 세 시간을 보낸 나를 질책한다. 애쓸 필요 없다며 나를 골리고 종용한다. 밀어낼 생각은 접으라고. 알고 있는 감정도 한 번 더 겪어보라고. 지금… 연락하라고.

 결국 나는 충동적으로 답장한다.

 [ 나 도와줄래요? ]

 나약하기 그지없게.





*






 전정국의 손에는 묵직한 내 가방이 들려 있다. 반팔 소매 아래로 쭉 뻗은 팔에 힘줄이 가득하다. 그는 며칠 전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내 짐을 집어 들고 걷는다. 앞장서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따금씩 뒤로 돌아 내가 오는지 확인하는 얼굴에 황급히 눈을 돌렸다. 그는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다가 멈춰서 나를 기다리다가, 내가 따라붙으면 다시 성큼성큼 걷는다.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됐다.

 그의 깨끗한 뒷목과 널따란 어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겠다. 이 남자를 볼 때면 자꾸만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들끓는다. 처음 야시장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들었던 감상이 떠올랐다. 시기의 감정으로 착각했다. 실은 그의 육체를 흠모하고 있으면서.



 그는 문자를 받자마자 내게 위치를 묻고는 20분 만에 땀에 젖은 얼굴로 나타났다. 달려왔는지 숨을 조금 거칠게 몰아쉬더니, 큰 일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 듯 심장을 부여잡으며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었다.

 ‘다행이에요. 저 심장 떨어질 뻔했어요.’

 개구쟁이 같은 미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그는 보닛을 열어 차 내부 이것저것을 살피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능숙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금세 도착한 견인차는 내 차와 두 사람을 싣고 정비소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나를 대신해 복잡한 부품 이야기를 나누더니 노란색 명함을 정비사에게 건네곤 내 팔을 끌었다. 마치 내 보호자라도 된 것처럼.

 아마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허송했을 것이다. 긴 결혼생활 동안 내가 얻은 건 없지만 잃은 것은 많다. 가정주부의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 심지어 친정마저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나도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 외에는 내가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결국 나는 스스로를 바보로 만든 것이다. 헌신이라는 멍청한 단어 아래에서 말이다.



 지하철노선도 앞에 멈춰선 그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민 씨 집이 어디예요?”
 “…….”

 대학 때 이후로 지하철을 타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설었다. 오피스에서 가까운 역이 어딘지 몰라 대답을 금방 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들어 급히 주소를 검색했다. 그러자 그가 내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액정을 가져가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아, 이사 간 지 얼마 안 돼서…….”
 “25분 정도 걸리네요.”

 그가 빙긋 웃더니 다시 내 가방을 고쳐 들고는 앞장섰다. 그가 나를 데려다준다는 것이 멋쩍어서 사양하려 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를 불러낸 건 명백히 나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게 와주었고, 내가 경험해본 적 없는 당황스러운 일들을 말끔히 처리했다. 이제 와서 가방을 직접 들겠다는 고집을 부릴 수도 없다. 그에게 SOS를 보낸 순간부터 이미 나는 져버린 것이다. 상대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싸움에.

 지하철 안은 설 자리도 마땅치 않을 만큼 붐볐다.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뒤에서 감싸 문 쪽으로 향했고, 나는 양 어깨에 닿은 손길에 놀랄 새도 없이 구석까지 밀려났다. 그는 머리 위 짐칸에 커다란 가방을 단번에 올려놓고 내 얼굴을 보며 빙긋 웃었다.

 “택시 탈걸 그랬나?”
 “…….”
 “근데 사실 같이 지하철 타고 싶었어요.”
 “…왜요?”
 “사람 많으면 가까이서 볼 수 있잖아요. 이렇게.”

 장난스럽게 내게 얼굴을 들이민다. 코가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 나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단정한 머리와 얼굴선, 싱그러운 미소, 밀려오는 체향, 그런 것들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눈을 마주치는 게 힘들다. 여태 그를 밀어내놓고선, 오늘 충동적인 내 행동은 그간의 모든 걸 무효로 만들었다. 그는 작정한 사람처럼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발 디딜 공간이 부족해 몸의 간격은 무척 가까웠고, 역을 지날 때마다 가득 차는 사람들 때문에 열차 안은 점점 더 비좁아졌다. 그는 나와 마주본 채 팔로 지하철 문을 짚어가며 꿋꿋하게 버틴다. 밀려드는 사람들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행동에 마른 침이 꼴깍 넘어갔다. 문득 이 상태로 25분을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 까마득하다.

 이 남자는 뭘 하다가 왔을까. 야시장이 열리지 않는 닷새 동안에는 무얼 하며 지낼까. 어디에 살지? 어떻게 내 문자 하나에 그렇게 빨리 올 수 있었을까. 하나하나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지하철 오랜만에 타요?”
 “…네.”
 “답답하죠. 조금만 참아요.”
 “안 힘들어요?”
 “뭐가요?”
 “팔….”

 근육의 날이 서 있는 그의 팔뚝을 힐끔거렸다. 열차가 움직일 때마다 뒤에서 밀어대는 통에 그는 몸에 힘을 꽉 주며 버텼다. 그것이 내게 몸을 더 가까이 붙이지 않으려는 노력임을 알고 있다. 참, 기분이 이상하다.

 “저 가진 거 힘밖에 없어요.”
 “…….”
 “다리 아파서 업고 있으라고 하면 업어줄 수도 있는데.”
 “…….”
 “아니면 의자가 되어줄 수도 있고요.”

 바람 소리를 내며 웃는다. 가까이 있는 그는 나의 오감을 자극했다. 호선을 그리며 벌어지는 입술 모양과 야무지게 올라간 입꼬리에 시선을 빼앗긴다. 속삭이는 소리는 고막에 끈끈하게 달라붙는다. 땀 냄새 대신 은은하게 풍기는 섬유유연제 향에 고요히 심호흡을 하게 만든다. 하얀 치아와 웃을 때 살짝 보이는 혀는 그 맛을 궁금하게 하고, 탄탄해 보이는 가슴은 안겼을 때의 촉감을 머릿속에 그리게끔 한다.  

 그래. 나는 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지민 씨.”
 “네.”
 “도착할 때까지만 제 눈 봐주면 안 돼요?”
 “…….”
 “오늘 도와드린 거, 그걸로 빚 갚아주면 안 되나?”

 사람 눈 마주보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마치 엄청나게 힘든 부탁을 받은 것처럼 가슴 속이 묵직해진다.

 “그건… 힘들 것 같아요. 너무 길잖아요.”
 “그럼 10분만요.”
 “그것도 길어요.”
 “5분은요?”
 “그것도……”
 “그럼 3분도 안 되나.”
 “…….”
 “허락?”

 아이같이 조르는 말투 때문에 웃음이 샐 것 같다. 나는 입술을 말아 물며 그의 눈을 피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내 시선을 따라붙는다. 눈동자를 찾으려는 움직임에 고개가 비틀리고, 나는 꼼짝없이 이 남자의 눈빛에 꽉 붙잡혀버렸다.

 “…….”
 “…….”

 동그란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내 귀가 멀어버린 것 같다. 지하철 안을 메우던 소음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머릿속에 흐르는 두서없는 생각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남자는 눈을 마주치는 게 주특기일지도 모르겠다.  

 3분이 맞는지……

 “그, 그만….”

 …모르겠다.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나고 오피스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를 이대로 보내자니 또다시 예의 없는 사람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저녁을 함께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그는 들고 있는 내 가방을 돌려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리자 나를 향해 빙긋 웃는다.

 “저 가요?”
 
 내게 물어오는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다. 내가 자신을 붙잡고 말 거라는.

 “커피… 드릴게요.”

 아마도 모두 읽히고 있나 보다.

 결국 나는 이 남자를 데리고 오피스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걷고, 내가 현관의 키패드를 찍는 동안에도 그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막상 텅 비어 있는 오피스에 들어오고 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긴장감이 단숨에 풀리는 것 같다. 이상한 기운이다.

 “여기서 지내세요?”
 “네.”

 오피스 안에는 작은 싱크대 하나, 8인용 테이블 하나, 소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살림살이라고 할 것도 없이 휑하고 어색한 공간을 쉽게 들켜버렸다. 또 정신을 놓고 만 것이다. 찰나에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이.

 “공방 준비 중이신가 봐요?”

 그는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공방재료를 보며 물었다.

 “네. 천천히 시작하려고요.”

 봄의 초입부터 시작했던 준비는 여름이 다가올 동안에도 미처 끝내지 못했다. 그간 속을 시끄럽게 하는 것들에 떠밀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우습게도 그 이유 중에는 이 남자도 있었다.

 “그런데 진전이 없어요. 사실 혼자 뭘 해보는 게 처음이거든요.”
 “…혼자 지내세요?”
 “네. 여기서 혼자 살아요.”

 그는 내가 내린 커피를 받아들며 여전히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다.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얼마나 물어도 될지, 감이 오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와 테이블에 마주보고 있는 지금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다.

 “향기가 가득한 공간이네요.”
 “…….”
 “지민 씨는 늘 향기가 좋아요.”

 이 남자의 인스타그램을 훔쳐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마주보고 한 공간에 앉아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계획에 없던 일들이 자꾸만 생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 무얼 하고 싶은 거지? 다섯 살 어린 이 남자에게 왜 자꾸 기대게 되는 걸까. 대체 어쩌려고.

 도리질 치며 밀어내고 싶은 마음과, 내 공간 안에 스며든 그에게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부딪친다.

 “호칭을 달리 하면 안 될까요? 형이라든가….”
 “지민 씨, 연하 처음이죠?”
 “…네?”
 “형이라고 부르면 진짜 형 될 것 같아서요.”
 “…….”
 “연하는 그런 거 싫어해요. 콤플렉스 같은 거죠.”
 “…….”
 “아, 그렇다고 제가 연상을 만나본 건 아닌데…. 말이 좀 이상했나? 아무튼, 저는 이렇게 부르는 게 좋다는 뜻이에요. 지민 씨.”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했다. 그는 지금 내게 연애를 말하고 있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단지 반했다는 이유로, 내가 그를 찾았다는 이유로, 내 공간을 열어주었다는 이유로. 오년 전,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전,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순간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흐릿한 추억은 나의 심상을 모두 날려 보냈다. 남은 것은 타다 남은 심지처럼 얄팍하고 볼품없는 조각뿐이다. 남편은 매일 나를 찾아왔고, 한 공간에 있는 시간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몸을 붙였다. 가벼운 스킨십을 시작했던 것도, 처음으로 입을 맞춘 것도, 그러다가 티셔츠 속에 침범하는 손길에 얼어붙었던 것도, 남편에게 나체와 비부까지 모두 내주었던 것도… 모두 유속이 빠른 강물 같았다.

 “정국 씨 인기 많죠?”
 “음…. 그런 편이에요.”
 
 혹시 당신과도 그렇게 될까.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후회하게 될까. 지금처럼.

 “오늘 일은… 인기 많은 정국 씨의 에피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세요.”
 “지민 씨.”
 “호감이라고 했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가벼운 호감이 들었던 건 사실이에요. 정국 씨 잘생겼잖아요. 성격도 좋고. 그러니까…”
 “…….”
 “딱 그 정도라고요.”

 끝이 후회인 걸 알면서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 더 바보가 된다면 나는 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테니.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을 다시 공유하며 쌓아가 봤자 결론은 하나다. 상처. 아프기 싫다. 울기도 싫고, 감정에 휘둘려서 헐떡이는 것도 싫다.

 “제가 대답을 잘못했나 봐요. 인기 없다고 말할걸.”

 다… 어렵고 싫다.





*






 꿈자리가 사나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게 꼭 소파베드 위의 불편한 이부자리 때문은 아니다. 밤새 뒤척이다가 해가 뜰 때쯤 다시 잠에 들었다. 블라인드를 달지 못해 허전한 창문 너머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날씨가 꿀꿀한 탓인지 기절한 사람처럼 늦잠을 자고 말았다. 여태 아이 때문에 늦잠을 자본 적 없는 나에게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나른하던 정신을 일깨운 건 불청객처럼 울리는 진동이었다. 액정을 확인하자 ‘자기’라는 글자가 떠 있다. 아직도 전화번호부의 이름을 수정하지 못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런 것마저 아직 남편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것 같아서 짜증이 솟는다. 수신거절을 누르면 또다시 끈질기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그에게 놀아나지 않을 작정으로 계속해서 거절 버튼을 눌렀다. 이 전화가 끊기고 나면 당장 저장명을 바꾸거나 스팸 등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끈질기게 이어지던 진동이 끝나자마자 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읽으려 하지 않아도 내용의 일부가 미리보기로 둥둥 떠서 지나갔다. ‘연우가 학교에서 다쳤어.’ 나는 순식간에 지나간 그 문장에 놀라 허겁지겁 대화창을 열었다. 아이가 다쳤다는 말에 저절로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내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다시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연우가 다쳤다니?”
 - 야, 그렇게 안 받더니 애 다쳤다니까 바로 받냐? 양심은 아직 살아 있나 보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연우 어떻게 된 건지나 말해.”
 - 싸가지가 언제 이렇게 는 거야?
 “당장…!”
 - 걱정되면 직접 와서 확인해. 너 아직 연우 아빠잖아.

 남편의 말을 더 들을 것도 없었다. 나는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도착한 집 앞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아파트 현관으로 달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초조하게 발을 굴렀다. 문득 연우에게 더 이상 네 아빠가 아니라는 잔인한 말을 던졌던 것이 떠올랐다. 아이가 어디를 얼마나 다쳤건, 그 모든 이유는 부모에게 있다. 두 아빠에게 상처를 받은 아이는 한없이 약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아이를 다치게 한 건 우리 두 사람이다. 이 어린 아이에게 우리는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헐레벌떡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기다란 복도를 지나자 갓 지은 쌀밥과 먹음직스러운 음식 냄새가 확 끼쳐왔다. 마주보이는 식탁에는 남편이 앉아 있었다. 지금은 그가 한창 병원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상 위에 반찬을 올리던 입주도우미가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연우는?”
 “앉아.”

 남편은 태평한 얼굴로 나를 힐끔 보더니 콩나물국을 한 수저 떠 후룩 들이켰다. 그리고는 음, 하며 맛을 가늠하더니 마음에 든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며 웃었다. 집에 연우는 보이지 않았고, 남편의 태도는 지나치게 평온하다.

 “연우는 어떻게 됐어. 연우 어디 있어?”
 “지민아, 남편 밥 먹잖아.”
 “…연우 어디 있나요?”

 속이 터질 것 같아서 그와 대화하는 것을 포기하고 입주도우미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난감한 듯 입을 우물거리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학교에 있죠.”
 “연우 다친 거 맞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눈을 내리깔며 싱크대로 향하는 입주도우미를 보자마자 깨달아버렸다. 연우가 다쳤다는 건 뻔뻔하고 못돼 처먹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버티고 서 있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남편의 여상한 얼굴을 보니 화가 치솟아 온몸에 경련이 올 지경이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앉아.”
 “할 거짓말이 있고 하면 안 되는 거짓말이 있는 거야.”
 “이렇게 안 하면 네가 안 오잖아. 할 얘기 있어서 그래. 일단 앉아.”

 최악이다.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성을 잃을 것 같아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얼굴을 보고 있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이 힘들다. 나는 달려왔던 복도를 빠르게 걸어 중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내 숟가락을 던지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쏜살같이 다가와 내 손목을 꽉 붙잡았다.

 “이거 놔.”
 “할 얘기 있다고 했잖아!”
 “나는 할 말 없어. 놔!”
 “이게 진짜!”

 남편이 내 뒷덜미를 잡아챘다. 그리곤 복도 옆에 있는 서재 방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간다. 덜컥 겁이 났다. 호흡하는 방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숨을 참으며 그에게 매달린 채 질질 끌려 들어갔다. 이혼하자고 말했을 때 뺨을 맞았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라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당신 왜 이래, 이거 놔…!”
 “밖에 아줌마 있다. 소리 낮춰.”

 그가 방문을 잠그고 나서야 잡아끌던 내 몸을 놓았다.

 “대체… 거짓말까지 해서 날 봐야하는 이유가 뭐야?”
 “야, 그새 살 빠진 것 좀 봐라. 집 나갔으면 잘 먹고 잘 자면서 포동포동해져야 하는 거 아니야?”
 “이상한 소리 말고 제발 용건만 말해.”
 “너 요즘 이상한 시장 나가서 장사한다며.”

 남편이 차갑게 인상을 쓰며 물어왔다. 185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에 덩치가 좋은 남편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는 항상 두려웠다. 그건 연애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뒷조사 해?”
 “대답이나 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쪽팔리게.”
 “하…. 쪽팔린다고?”
 “그래. 병원 데스크 보는 애가 한강에서 널 봤다잖아. 젠장. 가오 떨어지게 뭐하는 거야? 내가 둘러대느라 얼마나 진땀 뺐는지 알아?”
 “당신은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해? 우린 이미 끝났어.”
 “누구 맘대로?”

 그가 나를 벽으로 밀어붙이며 어깨를 꽉 쥐었다. 순간 통증이 일어 몸을 움츠리자 몸을 기울여 위협적으로 눈을 부라린다.

 “엄마가 그러는데 장모님이 돈 빌리셨다며. 너희 집이 갚을 능력은 있어서 그래? 시장에서 이상한 물건 팔면서 갚게?”
 “…….”
 “지민아,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 멀리 보라니까?”

 울분이 터질 것 같다.

 “멀리 보라고?”
 “그래.”
 “당신 외도하는 거 참아가며 애나 키우라는 거지?”
 “정리 한다고 했잖아.”
 “이미 끝난 이야기 들먹이지 마. 제발.”
 “네가 편하게 살더니 감을 잃었구나. 2억이 얼마나 큰돈인 줄은 알고 그래?”

 그 비열한 말을 듣고 있으니 속에서 울컥 치받아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대체 어디서 그런 순발력과 용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변호사에게 스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남편을 향해 쏘아붙였다.

 “2억? 재산분할 받으면 그 돈은 아무것도 아니지.”
 “뭐?”
 “왜. 당신 돈 뺏길까 봐 겁나니?”
 “야, 박지민.”
 “재산분할 받고 나면 2억 바로 뽑아서 줄게. 그 전에 당신 통장 잔고 걱정이나 해.”
 “하, 얘 봐라?”

 이를 갈며 하는 내 말에 남편은 재미있다는 듯 허공을 향해 실소를 터뜨렸다. 아마 나의 이런 모습은 그도 처음 봤을 것이다. 똑똑하게 할 말을 다 한 것도, 악에 받친 얼굴로 쏘아댄 것도 난생 처음이었다.

 “못 본 사이 귀여워졌네. 지민아.”
 “비켜. 더 이상 당신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이러면 내가 너 못 놓지.”

 갑자기 그가 다짜고짜 내 바지춤을 붙잡았다. 뭘 하려는 건지 눈치를 채기도 전에 그의 힘에 의해 내 몸이 종잇장처럼 돌아갔다. 나는 순식간에 벽에 가슴을 붙인 채로 밀려서 그의 손에 하의가 벗겨지고 있었다.

 “하지 마!”
 “밖에 아줌마 있다고 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곤 반쯤 내려간 하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남편이 두 걸음 밀려난 채로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다가온다. 겁이 나서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자 그가 나를 향해 느긋하게 걸어서 다가온다.

 “아줌마!”

 그리곤 큰 소리로 고함을 쳐 입주도우미를 불렀다. 문 밖에서 그녀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우아빠 왔으니까 방에 들어가 쉬세요.”

 문 너머를 향해 그렇게 말한 남편이 내 몸을 붙잡고 서재와 연결되어 있는 파우더 룸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발버둥 치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파우더 룸의 문을 지나면 안방 침실이 나온다. 여태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섹스를 했지만 이런 식은 처음이다. 그의 행동은 거칠었고, 얼굴엔 잔잔한 흥분이 서려 있다. 남편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거부할 생각 하지 마. 우리 부부라고 했지?”
 “부부 아니야.”
 “지민아, 너 때문에 형이 미치겠다. 응?”

 그가 갑자기 나를 어르며 몸을 훌쩍 들어 안더니 파우더 룸의 대리석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뒤통수에 닿는 거울을 느끼며 남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형이라고 했다. 그가 그 단어를 쓴 건 아주 오랜만이다. 결혼한 이후로 그는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재산분할이란 말에 눈이 돌아간 것이 확실하다.

 “개수작부리지 마.”
 “박지민이 입도 걸어졌네?”
 “비켜.”
 “진작 좀 이러지. 그럼 형이 한눈팔았겠어? 솔직히 너 재미없는 애였잖아.”
 “…….”

 남편은 내가 넋 나간 틈을 타 입술을 부딪쳐 왔다. 짙은 술 냄새와 함께 혓바닥이 밀려들어오자 역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고개를 비틀며 밀어내자 그가 재빨리 손을 움직여 내 바지를 벗겨 내렸다. 무릎까지 내려간 하의에서 내 다리 한쪽을 능숙하게 빼내고는 순식간에 가랑이를 넓게 벌렸다. 식은땀이 난다.

 “…하지 마. 싫어.”
 “오랜만에 하고 나면 너도 마음 바뀔걸. 요즘 우리 소홀했잖아. 너 섹스 할 때마다 자지러지는 거 누가 몰라.”

 그의 손가락이 급하게 아래를 파고들었다. 나는 이를 악 물며 다리를 휘젓다가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아, 이 시발.”
 “나는 분명 거부했어. 죄 짓지 마 당신.”
 “너 자꾸 이럴래?”

 남편이 내 발목을 거머쥐고는 다시 아래를 향해 손을 침범해왔다. 그리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언과 함께 엉덩이 사이를 향해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너 대학 때 생각난다. 이런 얼굴로 꼬셔놓고 고고한 척했잖아. 그거 알아? 그때 네 여기 궁금해 하는 새끼들 많았는데. 얼마나 흘리고 다녔으면, 시발. 그래놓고선 형이 잠깐 한눈판 것 하나 못 봐줘?”
 “윽….”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그런 적 없다. 그는 이제 없는 말을 지어내며 내 자존심을 뭉개려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참아줄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난 것이다. 나는 이를 악 물며 그의 손을 밀어냄과 동시에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퍽 소리와 함께 남편의 고개가 세게 틀어졌다. 나는 스스로의 힘에 놀랄 새도 없이 얼른 몸을 일으켜 벗겨 내려진 하의부터 주워 입었다.

 “너…….”

 남편은 왼쪽 뺨을 쥐며 어이없다는 듯 형형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건 정당방위야. 분하면 고소하든가.”

 어떻게 되든 그가 유책배우자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잠시도 그의 얼굴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그의 다음 행동이 두렵기도 했다. 커다란 체격으로 나를 어찌하려 든다면 나는 꼼짝없이 그의 아래에 깔려 폭행이든 뭐든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서재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방 문 앞에서 놀란 표정으로 엿듣고 있던 입주도우미와 마주쳤지만, 뭐라고 말을 건넬 정신도 없었다. 그저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남편이 씩씩거리며 내 뒤를 쫓아오다 말고 입주도우미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틈을 타 얼른 현관으로 달려 나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새도 없이 비상구 계단을 미친 듯이 밟으며 내려갔다. 다행히 그가 쫓아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벌떡인다.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무작정 큰 길을 향해 달렸다. 마침 내 앞에 정차하는 택시에 오르고 나서야 진정되지 못한 숨을 골랐다.

 “하… 하아….”

 또다. 또 엉망진창이다.

 오피스로 향하는 내내 소리를 참으며 울었다. 왜 남편에게 진작 이렇게 대들지 못했는지, 지난 세월이 한심해서 울었다. 저런 사람 밑에서 연우가 자란다는 것이 서글퍼서 울었고, 내 8년이 불쌍해서 울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서 울었다.





 
*






 엘리베이터에 오른 내 얼굴은 누가 봐도 죽상이었다. 비를 흠뻑 맞아 꼴이 엉망이다. 눈은 빨갛게 충혈 되고 부어올라 볼품없었다. 나는 문득 오늘이 금요일이란 걸 깨달았다. 몇 시간 후면 야시장에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를 둘러싼 어떤 것에서라도 전부 도망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망연자실한 나를 붙잡듯,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내 몸을 얼어붙게 한 건 오피스의 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전정국이었다.

 “어? 지민 씨.”

 그는 손에 휴대폰을 쥔 채로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뒤늦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휴대폰을 꺼내보니, 막 전화가 끊어진 화면에는 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두 통과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

 “여긴 어떻게…”
 “아,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야시장 폐장인 거 아시죠?”
 “…아뇨. 몰랐어요.”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다. 그제야 오늘 새벽에 수신된 공지 메시지를 발견했다. 확인한 기억이 없는데 읽음 처리가 되어 있었다.

 “신 메뉴 추가한 거 맛 보시라고 만들었는데… 그냥 지나가는 길에 이것만 전해드리고 가려고 했어요.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
 “근데… 괜찮아요?”

 그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아뇨.”
 “…….”
 “하나도 안 괜찮아요.”

 내 대답에 그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조금 전 남편의 폭언과 거친 행동이 생각났고, 울고 있던 택시 안에서 이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던 순간을 되새겼다. 무언가로부터 미친 듯이 도망치고 싶을 때, 또는 다 버리고 싶을 때, 자포자기 심정은 말도 안 되는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건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이다. 오로지, 얕디얕은 감정일 뿐이다.

 “정국 씨, 들어올래요?”

 나는 그의 단단한 팔뚝을 꽉 붙잡았다. 모르겠다. 왜 이러는지.

 “…….”

 나는 서둘러 현관을 열고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가 얼어붙은 얼굴로 나를 따라 오피스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그를 소파까지 끌고 가 앉혔다. 그의 손에는 온기가 가득한 음식 상자가 들려 있었다. 나는 그걸 내려다보며 그의 앞에 서서 비에 젖은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당신의 호감이 지나가는 감정이라면, 나도 그냥 그렇게 가볍게 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 언제 존재감 없이 사라질지 모르게 나부끼는 호감은 충동과 다를 것 없으니까. 이 남자를 처음 본 날 밤 꿈에 나타난 것도, 다시 만난 날부터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던 것도, 전부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호기심을 갖지 말라고 했으면서 실은 내가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홧김에 무례한 짓을 저질러버릴 만큼 가치 없는 감정이다.

 “지민 씨.”

 그리고 그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어느새 속옷 한 장만 남겨진 나는 그의 앞에 무릎을 세워 앉은 채로 양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그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내 몸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호감이라고 했죠?”
 “…….”
 “나 봐요. 나랑 뭐가 하고 싶어요?”
 “그게 무슨…”
 “그래서 찾아온 거 아닌가? 내가 부르면 오고, 그러는 거잖아.”
 “…….”
 “역시 대답 못하네.”

 나는 다짜고짜 그의 바지버클에 손을 가지고 갔다. 그러자 그가 굳은 얼굴로 내 손목을 꽉 붙잡았다.

 “샤워기는 없지만 세면대는 있어요. 뒤처리는 대충 할 수 있어요. 침대 대신 소파지만… 나는 항상 여기서 자니까 문제없을 거예요. 뭐 꼭 침대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
 “왜 그런 얼굴 해요? 알아들었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섹스하자는 소린데.”

 내 말에 그가 미간을 좁히며 내게 시선을 마주한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앉았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또다시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왜요. 싫어요?”
 “…하.”
 “어차피 뻔한 거잖아. 소꿉놀이 할 나이 지났잖아요, 우리.”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비틀었다. 그러자 그가 얼른 내 어깨를 쥐고 떼어내더니, 내 몸을 소파로 밀어 눕혔다. 눈 깜짝할 사이 역전된 자세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모든 말과 행동을 주워 담기에는 아주 한참이나. 가까이서 올려다본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두려운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과녁을 잘못 설정하고 시위를 당겼다. 화풀이 대상은 이 남자가 아닌데, 분명히 남편과 나 자신인데.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 나는 이미 그에게 저급한 말을 쏟아낸 사람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이 남자가 오늘 나를 범하는 게 좋을까?

 “여기서 지민 씨한테 키스하면 나 나쁜 놈 되는 거죠?”
 “내가 먼저 시작한 건데요.”
 “아뇨. 그런 거잖아요. 나 나쁜 놈 만들려고.”
 “…….”
 “나 싫어하고 싶어서.”
 “…….”

 그의 숨이 조금 거칠다. 뜨거운 입김이 얼굴에 서리처럼 내려앉는다. 어렵다. 이것마저 쉽지 않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지. 지긋지긋하고 추하다.

 “이게 테스트면… 안 해요.”
 “…….”
 “나한테 실컷 화풀이해도 되는데요. 지민 씨 스스로 아프게 하진 말아요.”

 …끔찍하다. 박지민.

 “가볼게요.”

 그의 얼굴이 멀어진다. 내가 멍하게 눈을 껌뻑이는 사이 그의 자취가 사라졌다. 차갑기도 했고 뜨겁기도 했던 어설픈 내 공간 안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온기가 서려 있는 푸드테라피 박스만 남았다.

 자괴감에 물드는 건 내 자신이다. 내가 자초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숨통이 꽉 막혀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처량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흘러내린다. 이러다가 결국 모래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도 박지민, 나 하나일 것이다. 세상이 내게 상냥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제일 어리석고 못된 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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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민이 어서 빨리 행복했으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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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랠리님 도대체 못쓰시는 장르가 뭐에요?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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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야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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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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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기다린 테라픽션~~항상 즐거움을 주셔서 감사드려요~~
무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세요~~^^
kookjim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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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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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침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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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발랄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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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kyo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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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ng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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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찜영사해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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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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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국민빵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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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담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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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쿠헨  | 190726   
뭔가 랠리님 글읽고 감상 남기려고 할때마다 제 부족함을 더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 둘 상황에 엄청 빠져서 내마음은 요동치고 있는데 그 감동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서 덜익은 표현 끄적거리다 제대로된 감상은 적지못하고 마는것 같은 좋은글 써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ㅠㅠ
영영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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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피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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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글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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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국민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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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쮸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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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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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190727   
하 진차 테라픽션 띵작입니다
hiro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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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리얼!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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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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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앙코옹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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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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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리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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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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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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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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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냐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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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  | 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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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렌  | 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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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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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엠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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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뿌우  | 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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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하뚜  | 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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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Kim  | 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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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코  | 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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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방글  | 190802   
ㅜㅜㅜ너무재밌어요
체리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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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쿡민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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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난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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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망개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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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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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꾸기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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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짐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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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2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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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포에버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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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메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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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희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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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갈  | 190805   
아...........아니........하........후ㅆㅂ.........진짜.........하......
제이민
 | 19080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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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꾸깆  | 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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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t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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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미미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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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1122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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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뇨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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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ash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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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돌이  |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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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molo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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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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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아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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졍이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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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불가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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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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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찜찌민월드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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춉춉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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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진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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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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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ldud38  | 190807   
우리지민이빨리행복해졌으면 ㅠㅠ
예스어  |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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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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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르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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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러분국민하세여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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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꽃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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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 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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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시아  | 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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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KM  | 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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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만세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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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망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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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 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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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꾸아꾸  | 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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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국민  | 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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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행복  | 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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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502  | 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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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 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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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84  | 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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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旻無樂  | 190910   
잘 읽고 갑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던지라 더 몰입하며 봤네요^^
랠리님 작품 처음 접한게 테라픽션1 이었어요.
처음엔 제 경험이 작 가님 작품을 읽게 했지만 이젠 작가님 필력이 절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하네요~~~^^
요즘 읽는 행위가 재밌다는걸 다시금 깨닫고 있어요.
작가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민설탕  | 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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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짐  | 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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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 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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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 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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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쩌는망개짐  | 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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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 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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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찜니  | 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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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꾸정꾸  | 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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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  | 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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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ate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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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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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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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터  |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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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1008   
꺄아아 장편인거 너어어무 좋아요💜 혹시 여기서 욕쓰면 어떻게 되나요? 저놈시키를 어떻게 해야 이 분이 풀리는걸까요? 그래도 좋은건 정국이가 지민이를 오해하지 않고 이해해주고 있는것 같다는 거에요 감사히 잘읽었어요 랠리님 쨩쨩!
샐꾹  |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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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 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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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여는바람  | 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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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캬쿄캬쿄  |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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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yle  |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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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  | 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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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트치어링  | 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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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 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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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 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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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 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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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 191117   
ㅠㅠ 둘다 안타까워서 ㅜㅜ 담편가용..
멜랑콜리아  | 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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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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