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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상열지사 4 랠리 씀

고희든 – 꽃이 피면 지듯이

남남상열지사
(男男相悅之詞)

4













 지민이 광에 갇힌 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물 한 모금 받아먹지 못했다. 상민이 식솔들을 향해 겁박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저 더러운 놈에게 먹을 것을 주면 목을 벨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말에 하인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서로 눈치만 살폈다. 아무도 지민이 왜 광에 갇히게 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워낙 심심풀이로 아랫것들에게 화풀이 하던 상민이었지만, 이렇게까지 한 건 처음이었다. 평소 언행이 단정하고 지혜로워 대감마님의 총애를 받던 지민인지라 그 의문은 나날이 더해졌다. 그러나 누구도 쉽사리 지민을 도울 수 없었다. 한 집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는 지민의 어미 역시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광 안에 갇혀 있는 제 아들을 걱정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그 속만 까맣게 썩어가고 있었다.

 “아가야.”

 며칠이나 지났을까. 지민은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와 함께 눈꺼풀을 들었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나는 흙바닥에 얼굴을 문대고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뱃가죽이 바싹 말라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속은 오히려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송장처럼 누운 채로 흙벽 위에 나 있는 작은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빛줄기가 쏟아져 들어오고, 이내 어머니의 인영이 보였다. 구슬프게 부르는 소리에 지민은 허옇게 말라붙은 입술을 달싹일 기운도 없어서 그저 멍하니 눈만 껌뻑였다.

 “아가야… 흐윽. 아가야….”
 “…….”

 어미는 한참이나 어두운 광 안에 쓰러져 있는 지민을 보며 울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헐레벌떡 가지고 온 물통을 좁은 창문 너머로 내밀었다.

 “얼른 받거라. 얼른…”

 애타는 목소리에 지민이 입술을 꾹 깨물고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사지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지민이 엉금엉금 기는 모양새로 천천히 흙벽을 향해 다가갔다. 어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급하게 재촉하는 목소리에 지민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물병을 힘겹게 움켜쥐고는 정신없이 주둥이에 입술을 댔다. 입술 틈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느낀 지민이 숨을 거칠게 쉬며 급하게 입을 벌렸다. 이내 허겁지겁 그간 참아왔던 갈증을 해갈하려 했다. 지민의 목울대가 움직이다가 이내 컥 소리와 함께 물을 뱉어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가슴을 두드리자, 한꺼번에 목구멍에 들어왔던 물이 쏟아져 나왔다. 지민은 멀건 물을 바닥에 토해내며 한참을 괴롭게 컥컥거렸다.

 “아가, 아가….”

 지민은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그가 울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어미는 헤진 저고리 품을 뒤적여 헝겊에 싸여진 식은 밥덩이를 내밀었다.

 “어서 먹으렴.”
 “이러다가 어머니께도 불똥이 튈까 봐 겁이 나요. 어서 가셔요….”
 “큰 도련님이 어제 반촌으로 가셨다. 마님께서 곧 너를 꺼내주실 거야.”

 어미의 입에서 나온 반촌(성균관을 중심으로 한 마을)이란 말에 지민은 곧바로 정국을 떠올렸다. 일언반구 없이 자취를 감춘 자신을 걱정하며 슬퍼했을 내 님. 그러나 그립다는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상민이 서찰을 보고 혹시라도 정국의 것임을 알아볼까 봐 그랬다. 지민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흔들리자, 어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주인댁에 무슨 잘못을 한 것이야. 어찌 큰 도련님께 미움을 산 게야.”

 지민은 열리지 않는 입 대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어머니, 제가 잘못한 것이어요. 감히 연모해선 안 되는 분을 마음에 모셨어요. 이 말을 어찌 어미에게 전할 수 있을까.

 “응? 지민아. 말해다오. 네가 그럴 아이가 아니잖아.”
 “어머니….”

 어미의 억장이 무너질까 두려웠다. 어쩌면 정국과 서찰을 주고받는 순간부터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밤마다 그를 만나 나란히 걷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던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자신에게 허락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허나 모른 척했다. 마음이 향하는 것을 붙잡을 수 없어서, 차라리 이 비밀을 오래 가지고 살 순 없을까 욕심을 냈다. 실은 잘 알고 있다. 미천한 신분을 가진 자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제가…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를 바라봤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제가 그랬어요. 어머니. 제가 감히 주제넘게… 흐윽.”

 지민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틀어막았다. 꾹 참고 있던 것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다. 이윽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지민은 두서없는 말을 중언부언 뱉으며 흐느꼈다. 어미는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함께 울었다. 작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이나 눈물을 쏟아냈다.

 “그 나무란 게 무엇이든, 이 어미가 다 미안하구나.”
 “어찌 그런 말을 하시어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너처럼 총명한 아이가 어디에 또 있다고…. 어미가 미안하다. 지민아. 아가야.”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어머니, 속상한 소리 하지 마시어요.”

 힘겹게 손을 뻗어 어미의 뺨을 매만졌다.
 차마 전하지 못하는 말을 꾹 삼킨 채.





*






 상민이 성균관으로 돌아가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꽉 닫혀 있던 광문이 열렸다. 지민은 초췌한 몰골로 바깥 빛을 보았다. 현기증이 일어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었으나, 직접 광으로 납신 마님의 앞에서 비틀거리는 꼴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마님의 근심 어린 얼굴을 보자마자 지민은 허리를 급히 조아렸다. 그러다가 그만 앞으로 꼬꾸라져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며 마님은 혀를 끌끌 찼다.

 “대체 네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우리 장남이 화가 난 것이냐.”
 “…….”

 딱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지민은 입술을 꾹 말아 물고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너는 오늘부터 반촌으로 가거라.”
 “예?”
 “상민이가 그리 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러나 마님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얼른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노비인 자신이 반촌의 외거노비로 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반촌의 수복(노비)은 일반적인 천민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다. 천민에게도 계급이 있다면 아마 반촌의 관노비가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민은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자신을 며칠이나 광에 가둬두더니, 무슨 꿍꿍이로 그곳으로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소속이 바뀐다는 것은 곧 자신을 팔아 넘겼다는 말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어미와도 멀어지는 것이었다. 지민이 몸을 벌벌 떨며 두려워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불안함이 솟아올랐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혹여나 상민이 서찰의 주인을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지민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다른 하인이 자그마한 봇짐을 그의 앞으로 던졌다. 가진 것이 없어 여벌의 옷가지 하나가 전부일 짐이었다. 그 위에 마님이 던져 준 엽전 꾸러미가 떨어졌다.

 “잘 가거라.”

 아쉬운 기색을 내비친 마님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돌아섰다. 지민은 옆에 서 있던 어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놀란 어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에게로 모인 식솔들의 시선에는 갑자기 변한 거취에 대한 궁금증과 작별의 아쉬움이 묻어나 있었다. 지민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자신에게 닥친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슬퍼할 새도 없이 지민은 낯선 사내의 손에 이끌려 반촌으로 향했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다리에 힘이 풀려 몇 번이나 주저앉을 뻔했으나, 그런 그의 사정을 알아줄 사람은 없었다. 지민을 데리고 가는 사내는 조금의 쉼도 없이 그를 끌고 걸었다. 지민이 조금 뒤처지면 험악한 얼굴로 노려보며 상스러운 말을 퍼부었다. 그 말 속에는 비리비리한 놈을 반촌에 들여 무엇에 쓰냐는 한탄이 섞여 있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반촌 안에 위치한 수복청(성균관 노비들의 숙식처)이었다. 지민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정국이 기거하는 곳과 멀지 않을 터였다. 지민은 자신이 안위보다 앞서 정국을 걱정했다. 자신이 이렇게 가까운 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정국이 그걸 알 리가 없으니 하염없이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민의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반촌 안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지민은 그저 님을 볼 상상에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자신은 어디에 있으나 천한 노비인 것은 마찬가지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저 상민의 꿍꿍이 안에 정국이 포함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민은 수복청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기골이 장대한 남자 앞에 당도했다. 같은 천민 신분임이 분명한데도 차림새나 때깔이 달랐다. 지민이 겁먹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중년의 남자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걸걸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작은 놈이 어디 소를 때려잡을 수 있겠어? 도리어 네놈이 소에게 도살당할 것 같은데.”

 무섭게 내뱉는 목소리에 지민이 봇짐을 꽉 쥐며 어깨를 움츠렸다.

 “반촌이 어떤 곳인 줄은 알고 왔느냐?”
 “…….”

 지민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네놈이 비역질을 한다지? 그러니 네 주인이 노하여 여기에 보낸 것이지. 반인(성균관 노비)의 노비가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럼.”

 그 말을 듣자 지민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은 살기 좋은 성균관의 관노비가 아닌, 노비의 노비가 된 것이었음을. 비교적 나은 삶을 사는 반촌의 수복들은 종종 자신의 하인을 두기도 한다고 들었다. 천민이 천민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으나, 반촌은 이 나라의 어느 곳과도 다르게 그들만의 독립적인 생활양식이 존재하는 마을이었다. 그러니 이는 곧 상민이 자신을 바닥끝까지 내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네가 그 짓을 할 때는 어떤 역할이냐. 사내더냐 계집이더냐?”

 지민은 자신을 향한 반인의 조롱에 구역질이 올라올 뻔한 것을 꾹 참았다. 혹여나 자신이 이 사내의 쓸데없는 호기심을 자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만약 정국 말고 다른 사내에게 억지로 안기거나 농락을 당한다면 어찌 해야 할까. 상민이 부러 자신을 벌하기 위해 그런 험한 자에게 팔아넘긴 것은 아닐까. 지민의 몸이 불안함에 파르르 떨려왔다. 비록 여인의 몸이 아니기에 정조 관념이 박힌 것은 아니나, 다른 사내의 몸을 알게 되는 날에는 차라리 혀를 깨물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보아하니 사내구실을 잘할 놈은 아니네.”
 “…….”
 “당분간 계집들이랑 같이 허드렛일이나 하거라. 영 쓸모가 없어서야 원. 네놈에게 딱 어울리는 일일 테니.”

 자신을 농간하며 마치 양반 행세하는 반인의 말에 지민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쨌거나 자신은 팔려온 처지이니 무슨 말이든 받들어야 했다. 끔찍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삶을 생각하자 눈앞이 캄캄했다. 부디 크기를 키워가는 나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






 성균관을 떠나라고?
 어찌하면 좋을까.

 정국은 일과 내내 넋이 나간 채로 시간을 죽였다. 그의 이상반응에 유생들은 눈치를 살폈으나 연유를 알 길은 없었다. 월고에서 장원을 한 정국이기에, 얼굴에 수심이 드리울 만한 일이라면 혹 우환이 생긴 것은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그러나 우의정 집안의 대소사를 함부로 거론할 수는 없기에 다들 눈동자만 굴리며 수군거렸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상민만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정국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남들이 보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뚫어져라 정국을 응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다른 이들이 연유를 알 길은 없었다. 그저 재회를 앞두고 감투 욕심에 젖은 상민이 정국을 시기하고 있다는 소문만 암암리에 날 뿐이었다. 상민은 유생들이 자신과 정국의 사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눈엣가시 같은 전정국의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있으니 사실 상 두려울 게 없다고 하는 게 맞았다.

 ‘재회 때 출재하겠다고 보고해야 하는 것일까.’

 정국은 끼니도 때우는 둥 마는 둥 하며 골몰했다. 곧 열릴 재회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상민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찌 성균관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아버지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허나 상민이 말한 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아비를 욕되게 하는 일로 번질 수 있는 노릇이다. 정국의 고뇌는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어이, 북두칠성 상유.”

 오반을 마친 후 동재로 돌아가는 길목, 갑작스레 들리는 상민의 목소리에 정국의 발걸음이 멈췄다. 정국을 둘러싸고 함께 걷던 유생들은 신경을 갉작이는 상민의 소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눈을 흘겼다. 상민은 그러거나 말거나 휘파람을 불며 정국의 주위를 기분 나쁘게 맴돌았다. 그 모습이 마치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 같아서 정국의 곁에 있던 상유 하나가 미간을 좁히며 그를 향해 경고했다.

 “이상민 상유는 어찌 그리 유생간의 예의를 모르는 겐가?”

 그러자 상민이 웃음을 참는 얼굴로 비아냥거렸다.

 “유생간의 예의라. 재밌군. 전정국 상유는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

 정국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의 반응에 도리어 곁에 있던 유생들이 대신 불쾌감을 드러냈다.

 “왜 자꾸 전정국 상유만 보면 시비야?”
 “그래. 왜 멀쩡한 이름을 두고 이상한 별명을 부르지?”

 별명이란 말에 상민이 비열하게 웃으며 같은 단어를 재차 입에 담았다.

 “뭐, 북두칠성 상유라고 부른 걸 말하는 건가?”
 “그래.”
 “자네들은 이게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라서 그래. 전정국 상유에게 물어보게나.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북두칠성 상유! 재회 때 기대하겠어.”

 정국은 상민이 사라진 후에도 선 자리에서 침묵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차마 그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는 유생들은 멀어지는 상민의 뒷모습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정국 상유, 혹시 저 자가 매번 이런 식으로 시비를 일삼아?”
 “…….”
 “정말 안 되겠군. 안 그래도 동재 식구들 모두가 저 자를 주목하고 있어. 이번 재회 때 아주 박살을 내줘야겠네. 일단 전정국 상유가 하색장 자리에 오르게 될 테니,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될 건 뻔하지 않겠나.”
 “맞아. 저런 천지분간 못하는 놈은 상종하는 게 아닐세. 나는 전정국 상유의 대처가 늘 대단하다고 생각해. 혹 어려움이 있다면 말해주게. 우리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테니.”

 유생들은 하나같이 정국의 편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국의 속은 더더욱 복잡해졌다. 자신이 성균관을 나가게 된다면 상민이 성균관의 분위기를 어떻게 망가뜨려 놓을지 벌써부터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나는…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 볼게.”
 “어어, 그래. 푹 쉬게.”

 정국은 한숨을 쉬며 방으로 들어섰다. 유건을 벗자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정국이 유생복을 벗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먼저 방에 들어와 서책을 읽고 있던 동방생이 그를 힐끔 올려다보았다.

 “아, 미안해. 서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나?”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정국은 창백한 얼굴로 동방생을 돌아보았다. 온종일 골몰했더니 신경증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미열이 오르고 시야가 온전치 못했다. 정국은 이부자리를 펴고 그 위에 앉아 옷가지를 정리했다.

 그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동방생이 조심스럽게 포문을 열었다.

 “저기…. 전정국 상유.”
 “응?”
 “사실은… 월고가 있던 날 우연히 내가 무얼 들었는데 말이야.”
 “무엇을 말인가?”
 “전정국 상유가 이상민 그 자와 나누는 대화를…”

 갑작스러운 동방생의 말에 정국의 눈이 크게 뜨였다. 등줄기가 서늘해질 정도로 놀라서 몸에 오한이 오는 착각마저 들었다.

 “무, 무엇을……”
 “다… 다 들었어. 자네와 이상민의 본가 노비의 이야기 전부.”
 “하…….”

 끔찍했다. 본디 소문이란 한 사람의 입만 타도 걷잡을 수 없는 것인데, 심지어 이 사실을 아는 자가 둘이나 된다니.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정국은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이제 동방생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약점을 잡아 또 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대꾸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는 정국을 보며 동방생은 제 이마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어찌 운을 띄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우물쭈물 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안은 대대손손 우의정께서 돌봐주셨어. 아버지께서는 늘 전 가네 가문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하셨거든.”
 “…….”
 “보은… 그래, 보은.”

 정국은 동방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다.

 “선비라면 마땅히 보은할 줄 아는 것이 도리라고 배웠어.”
 “…….”
 “걱정 마.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걸세.”
 “하….”
 “이 얘길 왜 꺼내는가 하면, 저 무뢰배 같은 자가 감히 우의정의 집안과 전정국 상유를 욕보이며 비아냥거리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야.”

 동방생의 말에 정국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마치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 같아서 가슴 속에서 맥이 울렸다. 혹시, 혹시 방도가 있다면…….

 “너무 화가 나지 않은가. 근본 없는 놈팡이가 감히 성균관을 누비며 물을 흐리고 있으니. 게다가! 감히 자네의 약점을 잡고 성균관을 떠나라 마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해. 저게 다 임원 자리를 노리고 저러는 것이 뻔하니.”
 “그, 그렇다면…”
 “내게 방도가 있어.”
 “정말인가?”

 내내 근심이 가득했던 정국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동방생이 엉덩이를 끌어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기울였다. 정국도 덩달아 숨죽여 고개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안 그래도 지금 저 자를 벼르고 있는 무리가 있어. 행실이 사나워서 곧 꼬리가 잡힐 걸세.”
 “그게 어떤 종류의 행실이야?”
 “성균관 유생의 자격을 박탈당할 만한 행실이지. 워낙 개념 없는 자라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을 거야. 서재에 있는 내 벗들이 놈의 뒤를 비밀리에 밟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상민 상유가 가지고 있는 내 서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
 “저자가 자네를 겁박한 것을 보면 아주 치졸해. 어찌 노비와 서찰을 주고받았다는 것만으로 남색꾼으로 몰아갈 수가 있나? 아니 그런가? 증좌도 없이 말이야.”

 그 말에 정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방생의 말로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는데, 혹시 지민과 주고받은 서찰 내용은 듣지 못한 것일까? 상민이 가지고 있는 서찰에는 연서가 담겨 있고, 필체는 자신이었다. 이는 빠져나갈 수 없는 증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동방생은 증좌가 없다고 말한다.

 “학문에 열의를 보이는 자가 있다면 천민일지라도 충분히 가르침을 주고받을 수 있지.”
 “…….”
 “서찰이 다시 자네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 말은 곧, 상민이 가지고 있는 서찰을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정국은 동방생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자네, 고마워. 어찌 내게 이런 도움을 줄 수 있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사실 나는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
 “아까도 말했듯, 우리 아버지께서는 전정국 상유의 집안에 충성을 맹세했어. 나는 그저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뿐이야. 혹 자네의 마음이 아직 불편하다면 내 비밀도 하나 말해줄까?”
 “비밀?”
 “혹시 내 입을 통해 소문이 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아아, 난 그게 아니라….”
 “전정국 상유, 나는 천민인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서자야. 이 정도면 되겠나? 이건 우리 식솔밖에 모르는 비밀일세.”
 “자네는 왜 이렇게까지….”
 “훗날 꼭 장의가 되어 명륜당을 잘 이끌어줘. 그거면 됐네.”

 정국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동방생의 단단한 눈빛을 보며 정국의 눈에서도 안광이 흘렀다. 어쩐지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아 숨통이 트였다.





*






 지민은 수복들의 빨랫감을 모아 넣은 광주리를 들고 반촌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자신을 부리는 무시무시한 자는 딱히 해를 끼치진 않았지만, 여전히 양반 행세를 하며 기분 나쁘게 구는 자였다. 그러나 팔려온 마당에 복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빨랫감을 잔뜩 들고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이내 반촌에서 보고 싶지 않은 자와 맞닥뜨리고 말았다.

 “더러운 비역질의 개가 진짜로 반촌에까지 기어들어온 모양이로구나. 왜. 북두칠성 상유를 생각하면 아래가 벌떡 하더냐.”

 상스러운 말로 시작하는 걸 보니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큰 반촌 시내에서 상민을 마주쳤다는 것만으로 지민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지민은 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상민에게 인사했다. 힐끔 확인한 상민의 표정에는 비열함과 야만성이 동시에 숨어 있다.

 “연모하는 이를 만나러 반촌에 온 게냐. 어디 방앗간이라도 알아봐줄까. 비역질하기 좋은 곳으로 내 직접 이부자리도 깔아주지.”
 “…….”

 지민을 반촌으로 팔아버린 건 상민 자신이면서, 그는 의도적으로 지민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고 있었다. 지민은 눈을 내리깐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늘 해가 지면 화영각으로 와서 날 찾아라. 네 주인에겐 내가 말해 놓으마.”
 “…예?”
 “오라면 와. 북두칠성 상유가 하늘에서 똑 떨어져 추락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면.”
 “그… 도련님….”
 “무슨 말이 많아. 귀찮게?”

 상민은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며 손을 흔들었다. 지민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빨랫감을 해치우고 나니 어느덧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민은 둔통이 느껴지는 허리를 통통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영각’으로 오라고 했다.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하니 기생집인 듯했다. 왜 그런 곳으로 자신을 부르는 걸까.

 터덜터덜 수복청으로 돌아가자 반인들이 쓸데없는 눈초리를 주며 흘금거리는 게 느껴졌다. 지민은 상민이 말한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화영각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반촌 안에 있는 기생집이었다. 분내 나는 여인네들이 서 있는 가운데를 지나가는 것이 낯설어서 지민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기생들의 눈총을 받으며 허름한 차림으로 상민의 이름을 찾았다. 그러자 분칠을 곱게 한 기생 하나가 아래위로 훑더니 따라오라는 듯 눈치를 줬다.  

 지민은 기생의 뒤를 따라 걸으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었다.





*






 정국은 갑작스러운 상민의 연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화영각으로 오라는 짧은 문구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그의 꿍꿍이를 알 수 없었으나 동방생이 도와주고 있는 마당에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민 상유가 나를 화영각으로 불렀어.”

 동방생에게 털어놓자, 그가 어이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마침 잘 됐군. 녀석의 더러운 행실이 가장 드러나는 곳이 바로 거기일세.”
 “그래?”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가봐. 내 벗들도 뒤따라 갈 예정이야.”

 정국은 반촌의 밤거리를 걸었다. 화영각 근처에 가자 벌써부터 머리 아픈 분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정국은 침착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상민을 찾자 곱게 치장한 기생 하나가 다소곳이 인사하더니 앞장서며 그를 안내했다. 주색을 즐기지 않는 정국에게 이런 장소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 흠흠, 헛기침을 하며 기생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쪽입니다.”

 기생이 문을 안내하며 다시 한번 조아리더니 치맛단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유유히 사라졌다. 정국은 문 앞에 멀뚱히 선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 너머가 지나치게 조용했다. 상민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이런 곳으로 불렀는지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니 온갖 궁금한 것투성이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고 들어가자마자 펼쳐진 장면에 정국은 발걸음을 떼다 말고 급히 멈췄다.

 “…….”
 “…….”

 정국은 제 눈을 의심했다. 방 안에 있는 것은 초췌한 얼굴을 한 지민이었다. 분명히 지민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얼어붙었다. 방 안에는 이부자리 하나와 술상만이 놓여 있었고, 여느 기생집과 다를 것 없이 주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정국은 그제야 상민이 자신을 부른 까닭을 깨달았다. 지민과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하여 빠져나오지 못할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다. 정국은 제자리에 선 채로 지민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민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당장이라도 이름을 부르며 안아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도련님….”

 지민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눈앞에 있는 반듯한 정국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아무 일도 없으셨던 건가요?
 그런 것 맞나요?

 멀끔한 정국의 모습에 안심이 되면서도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지민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국의 무뚝뚝한 표정을 보니 밀회에 나오지 않은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가 싶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정국은 모르는 게 당연할 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민이 한 발자국을 떼어 정국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정국이 손을 뻗어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였다.

 “나는 이상민 상유를 만나러 왔는데, 자네는 뭐지?”
 “…….”

 정국은 떨림을 감추며 어렵사리 목소리를 내었다. 그 말에 지민은 놀란 얼굴로 바짝 얼어붙었다.

 “보아하니… 천민 같은데… 사내가 어찌 이런 곳에 있는 겐가.”
 “도, 도련님….”
 “자네의 주인은 어디 있지?”
 “…….”

 지민은 이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민이 이곳에 정국과 함께 부른 것이라면 분명히 좋지 않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라면 정국이 자신을 모르는 척하는 것도 단번에 이해가 갔다. 엮여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이제라도 없었던 일로 하고 연을 깨끗하게 끊는다면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어떤 이유라도 정국의 뜻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정국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걸어 들어오며 보았던 구조는 방 여러 개가 병렬식으로 붙어 있는 형태였다. 분명히 이곳 어딘가에 상민이 함정을 파놓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지민을 향해 재차 물었다.

 “자네 주인은 어디 있냐고 물었네만.”
 “제 주인은… 수복청의 반인입니다.”
 “…뭐?”
 “미천한 몸의 전 주인께서 부르셨기에 영문을 모르고 왔습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민은 정국을 향해 고개를 급히 조아리고는 방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정국은 수복청의 반인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급하게 지민의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 지금 뭐라고 했는가. 자네의 주인이 수복청의 반인이라고?”
 “…예.”
 “노비의 노비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맞습니다.”

 지민의 손목을 붙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서찰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상민이 지민을 벌하기 위해 노비의 노비로 팔아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게 하필 반촌의 노비라면 지민을 이용해서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꿍꿍이까지 한 번에 이해가 갔다. 정국은 실소를 터뜨렸다. 여전히 지민의 손목을 꽉 잡은 채였다.

 “놓아주세요.”
 “…아픈 데는 없는 것이냐.”
 “예. 저는 그럼 이만,”
 “지민아.”
 “…….”
 “…지민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지민은 울컥 치받는 감정을 꾹 눌러 담아야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매몰차게 정국의 손목을 뿌리쳤다. 상민이 정국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자신을 부른 것이라면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는 걸 안다. 자신 때문에 정국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부주의가 지독히도 미웠다. 그 서찰을 들키지만 않았어도….

 “가보겠습니다.”
 “지민아!”

 지민은 다급하게 문고리를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국은 허탈하게 남겨진 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 지나간 건지 머리로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한참이 지나자 갑자기 방문을 박차고 여는 소란이 울렸다. 잔뜩 독기가 오른 얼굴을 한 상민의 등장이었다. 기척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모양새가 무언가를 기대하며 달려온 듯했다. 그 알량하고 수준 낮은 계획이 우스워 정국은 앉은 자리에서 그를 노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상민은 저가 생각하는 장면과는 다르게 홀로 바닥에 앉아 있는 정국을 발견하고는 안면을 일그러뜨렸다. 뒤늦게 상민의 뒤로 명륜당에서 자주 봤던 유생들 몇몇이 나타났다. 이들 모두 술을 한 잔씩 걸친 듯 벌게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국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비소를 지었다.

 “이상민 상유, 사람을 불러놓고 이제야 오다니.”
 “뭐야. 계집애 같은 새끼 어디 갔어?”
 “…….”
 “눈치는 빨라가지고 말이지.”
 “이상민 상유. 나는 이만 가보겠네. 내일 명륜당에서 보도록 해.”
 “야, 전정국!”

 정국은 그의 외침을 뒤로하고 재빨리 그 공간을 벗어났다. 갑갑한 공간을 빠져나오자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방 안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던 서재의 유생 무리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뿌리치고 도망치던 지민의 얼굴 역시 지워지지 않는다.

 정국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지민아.
 지민아….













(+) 다음 편 완결^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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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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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원피스  | 190720   
랠리님 감사합니다
이거 많이 기다렸는데 벌써 나왔엇네요
국민 얘기 써주셔서 감사해요
김유미  |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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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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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메  |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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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주  |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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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jung1013  | 190721   
다른거 필요 없고 그저 랠리님 글 최고다.
소돔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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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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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la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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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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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1023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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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무찌무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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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침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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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blue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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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웅냥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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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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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in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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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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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곰돌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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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꼬꼼아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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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이 못 살아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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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규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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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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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키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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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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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ash  | 190725  삭제
나긋한 지민이 말투와 똘망한 정국이 눈망울이 비단과 붓글씨와 참 잘어울립니다. . . ㅠㅠ 성균관이라니. . 랠리님 항상 글 감사히 마음 콩닥거리며 잘 읽고있습니다.
봄날향기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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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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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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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달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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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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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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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불가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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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비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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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주세요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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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르르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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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리얼!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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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뿌우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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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천사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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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림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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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미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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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롱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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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1125  | 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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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8  | 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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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딩하니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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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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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  |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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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황제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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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 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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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하뚜  | 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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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꾸꾸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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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찡이  | 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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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 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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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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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 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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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호떡  | 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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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미미  | 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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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어  | 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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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베이지  | 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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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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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싯가  | 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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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  | 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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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강냥이♡  | 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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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규  | 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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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  | 191012  삭제
ㅠ 신분의 차이가 ㅜㅜ 힘들게하네요
이렇게 당할수는없으니 정국이가 힘을 꼭 내어주었으면 좋겄어요ㅜㅜ
꾹침  |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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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미미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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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  | 191111   
상민이 저눔의 자슥 증말.... 몬떼따 몬떼써 흐엉 ㅠ ㅠㅠ
예쁜국민  | 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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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캬쿄캬쿄  | 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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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