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ALL 남남상열지사 (5) 외톨이 (5)
외톨이 1 랠리 씀
외톨이
1















외로운 소년이 있었다.

정국의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그는 미혼모의 뱃속에 잉태된 순간부터 온갖 욕설과 저주를 먹으며 태아로 성장했다. 그리고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쫓기듯 바깥세상에 나왔다. 무더운 9월의 첫 날이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그 계절에 정국은 버려졌다. 어미 손으로 지은 배냇저고리 하나 없이, 얇은 강보에 알몸이 둘둘 감긴 모습으로 길바닥에 뉘어졌다.

그를 데리고 간 건 어느 젊은 처자였다. 어미 젖 한 번 물지 못해 쇠진 소리만 내는 정국을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게다. 아랫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젖을 찾는 시늉으로 입을 뾰족하게 세워 벌리며 학학댔다. 젖병을 물려주니 끄익- 끄익-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분유를 빨아들였다. 정국은 젖병을 받친 여인의 손가락 하나를 꽉 움켜쥐었다. 생존 본능이었다. 저를 버리지 말라는 아우성이기도 했다.

정국은 그 여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자랐다.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 엄마였다. 여인은 자신의 배로 낳은 아이처럼 정성껏 그를 키웠다. 부족함 없는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나 정국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시작이었다. 여인이 돌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여섯 살의 정국은 영정 앞에 앉아 처음으로 세상의 잔인함을 배웠다.

고아원에 들어간 정국은 늘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였다. 사랑을 받아본 적 있는 아이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정국을 이상하게 여겼다. 소망원의 아이들은 멋진 부모에게 선택받아 입양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정국만이 정을 구걸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애정을 쏟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중 정국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정국이 13살 때, 봉사활동을 온 남자였다. 노란색 앞치마를 두르고 해사하게 웃던 그 남자를 보며 마음속에 싹 하나가 자랐다. 버석버석 갈라져있는 줄 알았던 마음 밭에 생긴 기적이었다. 언제 물을 주었는지, 언제 햇볕을 쐬었는지 알 수 없었다. 죽은 두 번째 엄마를 떠올리며 사랑의 감정을 기억해냈다. 목이 말랐다. 그런 사랑을 또다시 받고 싶었다. 움켜쥐고 싶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국이 서툴고 솔직하게 다가갈수록 그 남자는 멀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국은 처음 본 그 남자를 등 뒤에서 끌어안거나 뒷목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첫사랑은 간단하게 끝났다. 그는 다시는 소망원에 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치대는 고아 따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때 정국은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면 가는구나. 다 떠나버리겠구나.

마음의 벽을 쌓았다.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났던 만큼 더욱 꼼꼼하게 숨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살 길 스스로 찾을게요.’하는 쪽지를 남기고 소망원을 무작정 나왔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운 좋게 쉼터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스쳤지만 누구에게도 정을 붙일 수 없었다. 비행 청소년들이 몰리는 곳에 정국이 있을 구석은 없었다. 자꾸만 겉돌다가 시비가 붙어 큰 싸움을 한 뒤 쉼터를 뛰쳐나왔다. 갈 곳 없는 정국은 무작정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 내렸다. 그곳에서 정국은 세 번째 엄마를 만났다. 그의 나이 이제 열아홉이었다.




*





지민은 1년 반 만에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4시간 내내 몸을 접고 있다가 바닥에 발을 디디니 살 것 같았다. 벌써 밤 9시가 훌쩍 넘었다.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고는 캐리어를 질질 끌며 걸었다. 서울로 대학을 간 이후로 처음 오는 본가였다. 술독에 빠져 살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가 암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늘 튼튼하고 드세기만 했던 엄마였다. 혼자 앓다가 수술을 했다는 생각에 손이 덜덜 떨렸다. 지민은 종강하기가 무섭게 고속버스에 올랐다.

- 도착할 때 된 것 같은데?
“아유. 알았어. 다 왔다 다 왔어.”

핸드폰 너머로 엄마가 닦달하는 소리를 듣고 지민이 삐죽 웃었다. 캐리어 바퀴가 비포장 도로면에 드륵드륵 긁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사실 엄마를 보면 눈물부터 울컥 나올 것 같았다. 자식이라곤 저 하나 뿐인데, 엄마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갑상선 암 수술을 마치고 목이 쉰 소리로 전화한 엄마에게 덜컥 화부터 냈었다. 어이가 없다! 왜 혼자 다 하고선 전화해! 왜? 아예 돌아가신 담에 전화 오게 하지! 씩씩거리는 지민을 향해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낮게 웃기만 했다. 씨이. 내가 금방 갈 테니까 기다려. 하고 끊은 지민은 그 후 이틀 동안 혼자 펑펑 울었다.

지민의 발이 목욕탕 앞에서 멈췄다. 지민의 엄마가 25년째 이어받아 운영 중인 곳이다. 그가 어릴 때부터 엄마 대신 카운터를 보며 시간을 때웠던 터라 지긋지긋한 장소이기도 했다. 지민은 오랜만에 목욕탕 입구 계단을 밟으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없으면 이곳도 없겠지. 또다시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엄마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촉촉해진 눈을 손등으로 비벼 물기를 없앤 후 목욕탕 문을 열었다. 엄마가 카운터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목욕탕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엄마의 목 아랫부분에 기다랗고 투명한 폼이 붙어 있었다. 수술 자국을 가릴 만한 목걸이를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참. 그새 자냐. 쥐새끼 숨어 들어가도 모르겠네.”
“어어… 내 새끼 왔네!”

엄마가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깨어나 두 팔을 벌렸다. 지민은 캐리어를 던지듯 놓아버리고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울지 않으려고 입을 삐죽거리며 참았다. 오랜만에 맡는 엄마 냄새가 좋았다. 엄마의 등이 말라있었다. 참다가 참다가 지민은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엄마가 그를 천천히 토닥였다.

내 새끼, 밥도 못 먹고 다니냐. 홀쭉하네 그냥.




*





엄마와의 뜨거운 재회를 마친 지민은 집에 짐을 풀어놓고 다시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이었다. 지민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자신의 작고 마른 몸을 아주 싫어했다. 2차 성징 이후로 친구들은 어깨가 벌어져 체격이 좋아지는 반면, 지민만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목욕탕에 간 적이 없었다. 혹시나 학교 친구를 마주칠까봐 그랬다. 어린 날의 열등감이었다. 옛 생각에 피식 웃으며 지민은 목욕탕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 변한 것이 없었다. 남탕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신발장, 탕의 더운 열기로 눅눅한 바닥, 황갈색 락커들이 줄지어 있는 모양새, 냉장고 안에 진열되어 있는 감식초 바나나우유 커피 같은 것들. 변함없이 낡은 모습에 지민은 별안간 웃음이 나왔다. 손가락에 번호 키를 끼우고 빙빙 돌리며 구석에 있는 락커로 향했다. 바스락거리며 티셔츠를 벗었다. 날씨가 제법 더워져 등이 축축했다.

반바지를 벗으려는 순간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락커 룸 끝에 서 있었다.

“…….”

흰 티셔츠를 입고 서서 멀뚱히 쳐다보는 눈빛에 지민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앞머리와 목 줄기가 땀에 젖어 축축했다. 탈의실의 하얀 형광등 빛이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자신보다 한 뼘 정도 큰 키 때문에 눈을 맞추려면 눈동자를 올려야 했다. 그는 보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지민은 바지 버클을 내리려다 말고 굳어버렸다. 뭐지. 이 긴장감은. 게다가 영업시간 끝났는…

“저… 영업시간 끝났는데요.”

그때 그의 입에서 지민이 하려던 말이 나왔다.

“누구세요?”
“저는 직원이요.”
“아… 저는 여기 아들인데요.”

지민은 그의 동그란 눈동자를 바라보고 대답했다. 아들이라는 소리에 상대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지민은 뒤늦게 그의 얼굴에서 발끝까지 눈으로 훑었다. 탈의실 청소를 하던 중이었는지 그의 손에는 부직포 걸레 자루가 들려있었다. 지민은 바지 벗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주섬주섬 티셔츠를 꿰어 입었다. 눅눅한 느낌이 영 별로였다.

“안녕하세요. 지민이 형.”

그가 대뜸 이름을 부르며 꾸벅 인사를 했다. 엄마에게 지민의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살갑거나 간지러운 말투도 아니었는데 지민은 그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등허리가 근질거렸다. 지민은 어… 네…. 하고 얼버무리며 옷을 입은 채 목욕탕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목욕을 하려면 옷을 벗는 것이 당연한 건데,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 앞에서 왠지 그럴 수가 없었다. 지민은 도망치듯 한증막 안에 들어갔다. 더운 열기가 화악 얼굴을 덮쳤다. 습하고 뜨거운 기운에 콧잔등에 땀이 맺혔다. 나무 벽에 등을 기댔다. 유리문 너머에는 목욕탕에 들어온 소년의 실루엣이 보였다.

열에 약한 지민은 5분도 버티지 못하고 한증막을 뛰쳐나왔다. 오랜만에 하는 사우나라서 그런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마주쳐서 그런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헥헥 더운 숨을 뱉은 지민은 옆에 있는 냉탕으로 풍덩 몸을 담갔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얼어붙을 만큼 차가웠다. 얼굴까지 담가 열을 식힌 지민이 물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한 구석에서 열심히 청소하는 그가 보였다. 지민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그를 따랐다.

스윽 삭. 그가 수전이 나열되어 있는 구석부터 솔을 문지르는 소리가 났다. 쭈그리고 앉아서 타일을 따라 세제를 뿌리고 꼼꼼하게 문질렀다. 그가 입고 있던 흰 티셔츠가 금세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관자놀이에 흐르는 땀을 어깻죽지에 비벼 닦아냈다. 잠시 뒤 그가 벌떡 일어나 티셔츠를 훌렁 벗어 던졌다. 각이 잘 잡혀있는 다부진 상체가 드러났다. 그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바닥에 솔을 문댔다. 지민은 그가 하는 양을 숨죽여 훔쳐보았다.

갓 잡은 생선의 힘줄처럼 질기고 단단하게 팔딱이는 그의 팔뚝 근육이 보였다. 허리를 숙여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거칠게 타일을 닦는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반면 바닥에 버려진 일회용 비닐 껍데기 따위를 줍는 손길은 섬세했다. 싱싱한 육체였다. 탄탄한 가슴팍에 구슬땀이 흘렀다. 벌어진 어깨와 가슴에서 골반 뼈까지 이어지는 선이 강인했다. 지민은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 갑자기 그가 지민을 향해 다가왔다. 뭐지, 훔쳐본 거 들켰나. 순간적으로 긴장한 지민이 물속에서 몸을 움츠렸다. 탄탄한 상체가 가까이 오자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온 그가 자신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얼굴을 관통해버릴 것 같은 직선적인 눈빛이 와 닿았다. 그 얼굴이 가까워졌다. 지민이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

지민은 이윽고 들리는 물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그가 지민의 눈앞에서 바가지로 냉탕 물을 한 가득 펐다. 머리만 내밀고 있는 지민을 향해 빙긋 웃은 그가 물을 퍼서 바닥에 뒹굴던 대야에 채워 넣었다. 서너 번 물을 퍼 담은 그는 주둥이까지 물이 꽉 찬 것을 들고 등을 보였다. 등허리의 기립근이 잔뜩 솟아있었다. 근육이 꿈틀거렸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촤악- 하고 바닥에 찬 물을 뿌렸다. 지민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 하냐 나. 눈은 왜 감아? 완전 미친놈이네.

지민은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 목욕탕 입구를 열고 나갔다. 뒤에서 그 남자가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유리문을 굳게 닫았다. 탈의실의 선풍기가 회전을 하다가 지민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차가운 바람을 쐬니 맥이 탁 풀렸다. 물기를 닦지 않은 몸 위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마주 보고 있는 큰 전면 거울에 눈을 맞췄다. 목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이유는 분명 사우나를 했기 때문이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





“엄마, 남탕에서 일 하는 사람 말야.”
“응. 정국이?”

아. 이름이 정국이구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지민은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는 엄마의 귀를 파주며 소곤거렸다.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의 손길에 잠이 오는 듯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몇 살이야? 아까 목욕하러 갔다가 봐서. 나더러 형이라고 하던데….”

괜히 그에 대해 묻는 게 이상할까봐 지민은 변명 같은 말을 뒤에 붙였다. 스스로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열아홉.”
“뭐, 고등학생?”
“학교는 안 다녀. 참 딱해. 부모 없이 살았는데도 티 없이 착하고, 싹싹하고.”

정국이한테 잘 해줘. 영 마음에 쓰여 엄만….

엄마의 말끝이 길게 늘어졌다. 어느새 엄마는 눈을 감았다. 지민은 귀이개를 내려놓고 잠든 엄마의 머리 밑에 베개를 받쳤다. 잘 자 엄마.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려놓고 얇은 면 이불을 덮어주었다.

열아홉 살. 정국.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





지민은 잠이 덜 깬 눈으로 슬리퍼를 끌며 목욕탕에 도착했다. 부쩍 피곤해 하는 엄마 대신 당분간 카운터를 보기로 했다. 도착하니 목욕탕 문이 열려 있었다. 정국이 벌써 온 듯 했다. 카운터에 앉아 괜히 부산스러운 척 수건이나 락커 키 등을 건드렸다. 안에 들어가 볼까. 괜한 생각이 머릿속에 뻗쳤다. 지민의 온 신경이 탈의실 안으로 향해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진공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소음 속에서 정국은 고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민은 락커 끝에 몸을 기대고는 정국을 구경했다. 구석구석 청소기를 밀며 청소하던 그가 전원을 끄고 선을 뽑아 둘둘 감고는 창고로 가져가더니, 창고 옆 작은 쪽문이 달려 있는 방으로 쏙 자취를 감췄다. 그리곤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다.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쪽문으로 향했다.

“지민이 형?”
“……아. 미안.”

그곳에선 정국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티셔츠에서 머리를 빼낸 정국이 자신의 방 앞에 서 있는 지민을 보자마자 토끼 같은 눈을 떴다. 빠른 행동으로 티셔츠를 내리며 매무새를 정리했다. 지민은 한 평짜리 방 안을 살펴보았다. 아무렇게나 구겨진 이부자리와 행거 하나, 빈약한 바람이 나오는 오래된 선풍기 하나가 전부였다. 어렸을 때 숨바꼭질 할 때나 들어가 보았던 낡은 방. 왠지 검푸른 빛을 띠는 형광등 빛이 싫어서 들어가지 못했던 그 방이었다.

“여기서 살아?”
“네. 엄마가 허락해주셔서요.”
“엄마?”
“아, 사장님이요.”

지민은 기분이 이상했다. 어제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부모 없이 살았는데도… 부모 없이 살았는데도…. 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정국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도,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부모가 없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이 부끄럽진 않을까. 아니. 목욕탕 청소나 하며 사는 건 어떨까. 억지스러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알량한 동정심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육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다. 마음속에 부러 미운 말들을 골라 담았다.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런 말을 쏟아내기엔 정국의 눈이 너무 맑았다.

악마 새끼가 들어찼지. 이 나쁜 새끼. 지민은 머릿속으로 뇌까리며 이를 꽉 물었다.




*





지민은 정국과 마주 앉아 엄마가 챙겨준 도시락을 먹었다. 둘 사이엔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러나 반찬을 집을 때, 젓가락이 실수로 부딪쳤을 때, 닿는 눈빛은 제법 소리가 컸다. 시선이 엉킬 때마다 지민은 식도에 밥이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정국의 눈은 항상 습기가 가득했다. 반찬을 골고루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눈은 지민을 향했다. 지민을 쳐다보는 건지, 아무 생각 없이 허공을 보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뭐가 됐든, 지민은 자신 쪽을 향한 정국의 눈길이 불편했다.

“왜 쳐다봐?”

호감을 들킨 것 같았다. 덜컥 짜증이 났다.

“어… 엄마랑 닮은 것 같아서요.”
“엄마? 우리 엄마?”
“네.”
“아까부터 왜 엄마라고 불러? 너희 엄마도 아닌데.”
“…….”
“너 엄마 없잖아.”

유치하고 잔인한 말이었다. 네 엄마 내 엄마 따지고 싶은 생각은 요만큼도 없는데, 헛말이 새버렸다. 지민은 말을 하자마자 후회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으. 이거 아냐. 최악이야.

“불편하셨으면 죄송해요.”
“…….”
“버릇이 되어서 그랬어요. 저한테 잘 해주셔서….”

정국이 손에 쥐고 있던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그랬다.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자신의 개떡 같은 말에 사과하는 정국을 보자 밥맛이 뚝 떨어졌다. 박지민. 진짜 엉망진창이네. 초등학생도 이것보단 덜 하겠어. 지민은 울컥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미동 없이 앉아 있는 정국을 뒤로 하고 카운터 룸을 빠져 나왔다.

발을 쿵쾅거리며 집까지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엄마가 놀라서 돌아봤다.

“왜 걔가 엄마라고 불러?!”
“지민아 무슨….”
“나 없으니까 아들이라도 삼았어?”

화낼 상대가 필요했다. 괜히 엄마를 향해 잔뜩 쏘아 붙이고 돌아서서 다시 집을 나왔다. 지민은 자신이 지금 왜 화가 났는지, 누구를 향해 화를 내는 건지, 왜 못된 말만 골라 하는지, 하나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정국이란 존재가 마음속에 파장을 만들어냈다. 열심히 목욕탕을 청소하던 그 아이. 열아홉 살의 몸, 땀, 눈빛…. 자신을 응시하던 정국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이런 좆같은 순간에도 자꾸 그가 떠올랐다.





대추  | 180129   
비밀댓글입니다
사과  | 180227   
비밀댓글입니다
밝은내일  | 180305   
비밀댓글입니다
Navy  | 180315   
비밀댓글입니다
응답하라국민  | 180328   
비밀댓글입니다
국민꿀  | 180401   
비밀댓글입니다
오동나뮤  | 180509   
비밀댓글입니다
태리웁스  | 180520   
비밀댓글입니다
푸른삼색아람  | 180520   
비밀댓글입니다
SUNGEUN CHAE  | 180520   
비밀댓글입니다
박규림  | 18052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웅냥냥  | 180521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귀뚤아미  | 180602   
허류완전 잼써요!!! 지민아 왤케 말을 밉게해써ㅠㅠ
게소  | 180618   
비밀댓글입니다
Mozzigili  | 180629   
비밀댓글입니다
선은  | 180710   
비밀댓글입니다
코쿠  | 180831   
비밀댓글입니다
cherryb_jm  | 180903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소피아  | 180904   
비밀댓글입니다
skyblue  | 180904   
비밀댓글입니다
망개국  | 180928   
비밀댓글입니다
춉춉  | 181018   
비밀댓글입니다
가스터  | 181101   
비밀댓글입니다
방탄둥이  | 190103   
비밀댓글입니다
티라노스  | 190106   
비밀댓글입니다
장회장  | 190112   
비밀댓글입니다
최지선  | 190113   
비밀댓글입니다
날개꽃  | 190123   
비밀댓글입니다
김혜민  | 190124   
비밀댓글입니다
songday  | 190301   
비밀댓글입니다
dkdkr_dmd  | 190415   
비밀댓글입니다
소돔  | 190417   
비밀댓글입니다
지미니미니  | 190423   
비밀댓글입니다
국히  | 190423   
비밀댓글입니다
천국민사  | 190430   
비밀댓글입니다
먀키  | 190430   
비밀댓글입니다
 | 190514   
비밀댓글입니다
kkukku77  | 190515   
비밀댓글입니다
뀨밍  | 190515   
비밀댓글입니다
제이  | 190517   
비밀댓글입니다
뿌우  | 190521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우브  | 190523   
비밀댓글입니다
국민소취  | 190602   
비밀댓글입니다
chimchim1013  | 190607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박강냥이  | 190609   
비밀댓글입니다
망개망개  | 190609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호버  | 190610   
비밀댓글입니다
라엘  | 190612   
비밀댓글입니다
 | 190612   
비밀댓글입니다
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4   
비밀댓글입니다
고디  | 190616   
비밀댓글입니다
체리  | 190629   
비밀댓글입니다
달빛  | 190706   
비밀댓글입니다
보라돌이  | 190710   
비밀댓글입니다
블랙하임jk  | 190712   
비밀댓글입니다
블루블루  | 190718   
짐나 그로지마로라 국이 너무 가엽자나 ㅠㅠ
랠리님 오늘도 건필하셔요💜
루나  | 190720   
비밀댓글입니다
소로미  | 190722   
비밀댓글입니다
구월이  | 190724   
비밀댓글입니다
사피  | 190725   
비밀댓글입니다
용이이  | 190726   
비밀댓글입니다
소요반  | 190730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날개꽃  | 190730   
랠리님 목욕탕 청소 하고있는 정국이 근육의 섬세한 표현, 넘나리 머리속에 잘 박아넣고 두세네번 훑어읽고 갑니다. 복받으세요 ㅜㅜㅜ
대한국민  | 190731  삭제
짐니의 노골적인 시선, 감정, 재미있어요 ㅋㅋㅋ 근데 정구기 너무 짠내나요 ㅠ
꾸꾸하뚜  | 190801   
비밀댓글입니다
꾸기꾸깆  | 190802   
비밀댓글입니다
카라얀  | 190804   
비밀댓글입니다
찜꾹  | 190807   
비밀댓글입니다
플파  | 190808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190809   
비밀댓글입니다
Crystal Kim  | 190814   
비밀댓글입니다
라니  | 190828   
비밀댓글입니다
Jimnotic  | 190906   
비밀댓글입니다
삼색강양이  | 190908   
비밀댓글입니다
영찜니  | 190919   
비밀댓글입니다
노랑양말  | 190930   
비밀댓글입니다
갱쟝  | 191008   
비밀댓글입니다
jrhj  | 191008   
비밀댓글입니다
윰윰  | 191009   
비밀댓글입니다
별밤  | 191025   
비밀댓글입니다
쿠키포도  | 191029   
제목부터 확 끌려서 들어왔는데 헤어나올 수가 없네요ㅠㅜ
달밤  | 191109   
비밀댓글입니다
장회장  | 191109   
비밀댓글입니다
콩꼬물맘  | 191120   
비밀댓글입니다
달빛고양이  | 191127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부루부  | 191201   
비밀댓글입니다
    : 보안코드 이미지 : 보안코드 입력폼 비밀글
목록으로
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