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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X 센티넬 4 랠리 씀
가이드 X 센티넬 4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지민이 잠이 덜 깬 눈을 부스스 뜨며 전화를 받았음. 여보세요, 하고 잠긴 목소리로 말하자 상대방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 어제! 어제요!
 “소장님…. 아침부터 무슨…”
 - 맞죠? 가이딩 수치 60% 넘게 채워진 거?! 그, 그거 하신 거죠? 정국 씨랑?

 호들갑 떠는 소장의 목소리에 지민이 조금 민망해서 큼큼 헛기침 하며 대답했다.

 “네.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섹스한 사실을 센터 사람들 다 알게 되는 거, 적응 될 때가 되었는데도 가끔은 좀 당황스럽다.

 - 수치 변화가 아주 놀라워요. 오늘 정국 씨 데리고 센터에 와주세요. 다시 한번 검사를 해야겠군요.

 지민 역시 정국의 가이딩 능력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 보통의 S급 가이드와는 차원이 다르니까. 알겠다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음. 기지개를 켜고 느릿하게 침실 밖으로 나갔음. 식탁에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는 정국이 보여.

 “좋은 아침이에요!”

 정국은 시리얼을 말아 먹다 말고 배시시 웃으면서 아침 인사를 건넨다. 아주 해맑기도 하지. 어제 얘와 섹스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엄청 애기 같아. 덩치 큰 애기. 지민은 헛웃음 지으며 정국의 맞은편에 앉았음. 그러자 정국이 새 그릇에 우유와 시리얼을 말아서 내밀며 또 토끼 같이 웃는다.

 “이거, 이거 엄청 맛있어요. 비싼 시리얼인가? 첨 먹어보는 맛인데. 흐흥.”
 “…….”
 “이거뚜, 이거뚜 맛있어요.”

 냉장고에서 혼자 이것저것 꺼냈는지, 닭가슴살 스테이크도 한입 와앙 물고 옴뇸뇸 먹고 있어. 지민은 스푼으로 시리얼을 휘저으며 빤히 바라보다가 퉁명스럽게 말했음.

 “야, 너.”
 “넹?”
 “귀여운 척 그만하랬지.”

 또 그 소리다. 정국은 입을 삐죽 내밀며 대꾸했음.

 “저 귀여워요?”
 “뭐?”
 “아닌데. 나 남자다운데.”

 잘났다, 진짜. 지민은 할 말을 잃고 코웃음을 날렸음. 지민이 그러든가 말든가 정국은 또다시 웅냠냠 시리얼을 흡입하며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피실피실 웃는 낯을 하고 있다. 첫 경험 후로 왠지 남자가 된 기분이라도 느끼는 건지, 정국의 텐션이 한없이 높다. 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어. 지민은 고요하게 시리얼을 씹으며 한참이나 그런 정국을 구경했다.




 
*





 지민은 정국의 손을 잡고 센터로 향했음. 도착하자마자 정국은 센터 연구원들의 손에 이끌려 검사실로 갔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피 뽑고, 상체를 벗고 맨몸 위에 가이드 진단장치를 붙인 채로 눈동자를 도르르 굴려. 지민은 유리창 밖에서 검사실 안을 바라보며 소장과 커피를 마셨어.

 그리고 잠시 뒤, 검사 결과가 나왔는지 연구원 하나가 소장에게 서류를 건넸다. 소장은 복잡한 글자들이 가득한 종이를 내려다보다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어.

 “전정국 씨는 SS급으로 발현 됐습니다. 이렇게 빨리 바뀔 줄은 몰랐는데, 아마 블론드와의 성관계가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네요.”
 “아, 그렇습니까.”

 지민은 유리창 너머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있는 정국을 바라보며 대답했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야. 애초에 정국이 SS급으로 업그레이드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 온 거였지. 그리고 어제의 섹스는 S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이딩 능력을 보여줬으니까.

 “가이드가 된 후 첫 경험을 하면 호르몬이 급상승해서 등급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논문도 나와 있고요.”

 이어지는 소장의 말에 지민은 눈을 치켜떴음.

 “…첫 경험이요?”
 “네. 모르셨어요? 가이드 판정 받고 정국 씨가 가장 걱정했던 게 그겁니다.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고요.”
 “…….”
 “역시 SS급 센티넬은 가이드 등급도 바꾸는 모양이네요. 하하. 블론드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지민은 그 말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키스나 섹스를 하는 게 어설프긴 했어도, 스물두 살에 그 정도 외모를 가진 녀석이 섹스 한번 안 해봤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 지민은 남은 커피를 마저 비우며 유리 너머 정국을 관찰했음. 어느새 옷을 껴입고는 멀뚱히 연구실 의자에 앉아서 다리 떨고 있는 저 토끼 같은 녀석. 저 녀석에게 첫 경험은 목을 조르고, 난폭하게 욕하고, 어서 넣으라고 소리치고, 딱딱한 바닥에 눕혀놓고 아무렇게나 올라타서 하는 섹스였다니.

 왠지 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애송이, 집에 가자.”

 괜히 연구실 문 벌컥 열어서 퉁명스럽게 부르자 정국이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다가온다. 지민이 손 내밀자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깍지 껴오는 정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 괜히 조수석에 앉은 정국이 신경 쓰였음. 왜 이러지 싶다. 뒤숭숭한 생각이 계속 줄을 이어. 다 큰 놈에게 첫 경험 그까짓 게 뭐라고. 그딴 걸 왜 신경 쓰고 있어 참나. 지민은 운전대를 잡은 채 계속 머릿속으로 되뇜. 하지만 영 기분이 나아지진 않아서 애꿎은 엑셀만 더 세게 밟아.

 관심이 가는 건가? 그래봤자 만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고, 순수하고 애 같은 건 자기 취향도 아니야. 얼굴이나 몸? 그 정도 사람은 찾으려면 얼마든지 널렸고. 근데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지. 폭주 직전까지 다다른 자신을 보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하던 얼굴이 떠올라. 허둥거리다가 목 조름을 당하고, 쾌감에 젖어 눈물을 그렁거리던 것도. 자꾸 그 모습들이 짧은 영상처럼 머릿속을 스쳐.

 매력이라면 매력일 테지. 사실 지금껏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타입이니까. 새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려서부터 히어로 대우를 받으며 자신에게 말도 제대로 못 거는 사람이 태반이었는데, 정국은 자신을 무서워하면서도 종알종알 말을 붙여왔지. 그게 마치 보통 사람과 똑같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 같았음.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많이 맺어보지 못한 자신을 단기간에 흐물흐물 풀어지게 만들기도 했어.

 벌써 이렇게나 정이 들었다고? 말도 안 돼.

 애인 잃은 후로 다시는 연애 같은 거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가이드와 각인을 하게 되더라도 파트너 그 이상의 관계로는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왜냐하면 누군가를 잃는 슬픔이 얼마나 큰지 이미 뼈아프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으려 했음.

 

 지민이 아무 말 없이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으니, 정국은 혹시 자기가 뭘 잘못한 건가 쫄아서 덩달아 입 꾹 다물고 창밖만 내다봤음. 저 잘못한 거 있나여? 하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다가 한참 뒤 정적을 깬 건 지민이었음.

 “너 SS급 됐대.”

 지민의 말에 정국은 눈을 꿈뻑거렸다. 얼떨떨해. SS급 가이드는 현재 10명뿐이라는 건 정국도 알고 있음. 그럼 자기가 11번째라는 소린데, 원래 11번째였던 사람이 지민의 죽은 전 애인이라는 것도 대충 들어서 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정국은 입술 말아 물고 눈동자만 굴렸음. 처음 자기가 S급 가이드라고 했을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삼 개월 만에 SS급이라니….

 “안 좋아하네? 놀라지도 않고.”
 “…….”
 “뭐, 따지고 보면 좋은 것도 아니지. 히어로급 센티넬을 가이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 말은 마치 누군가에게 들은 소리 같았다. 정국은 불쑥 지민의 전 애인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음.

 “힘드셨대요?”
 “어?”
 “그… 아, 아니에요.”

 정국은 하마터면 전 애인 분… 이라고 말할 뻔한 거 간신히 참고 말 돌렸음. 하지만 지민은 눈치 챘다. 정국이 뭘 물어본 건지.

 지민이 갑자기 차를 거칠게 몰아서 갓길에 세웠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급하게 멈춘 차에 정국이 안전벨트 꽉 쥐고 눈 크게 떴다.

 “궁금해?”

 왠지 화가 난 것 같은 블론드의 눈빛에 정국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실수를 한 거라고 깨달았음. 아킬레스건을 건든 걸까. 정국이 속으로 자괴했다. 지민은 제 앞에서 죽은 애인에 대해 묻는 정국을 보며 참 순수하고 어린 애라고 생각했음. 애인이 죽은 뒤로 이제껏 자신의 앞에서 그걸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거든. 그 생각이 든 순간, 화가 나기보다는 왠지 이 순수한 애와 더 가까이 하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퍼뜩 들었음.

 각인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지만, 마음을 줘버릴 것 같다는 본능적인 불안감. 그건 지민 스스로의 방어기제이기도 했음. 더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강한 정신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지만 정작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것은 버거웠기 때문. 그래서 지민은 괜히 못된 말을 던졌음.

 “걔는 늘 힘들다고 했어. 나랑 다니면 더러운 꼴만 봐야하니까. 파괴하고, 터지고, 피 흘리고 그런 거.”
 “…….”

 정국은 괜히 그 말을 꺼냈다 싶어 스스로 머리통을 치고 싶었음.

 “걔는 비위도 약했어. 근데 걔 없으면 내가 작전을 못하니까 내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했어.”
 “…죄송해요.”
 “계속 들어.”
 “…….”
 “걔는 점점 생기를 잃었어. 심지어 섹스도 겨우 하는 지경이 됐으니까. 그래서 걔가 병에 걸린 건지도 몰라. 결국 나 때문에 죽은 거야.”
 “…….”
 “무섭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얘길 줄줄 하는 지민의 마음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정국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음.

 “그런 소문도 들었지? 내 몸에서 방사능 나온다는 거. 맞아. 나 수치 떨어지면 그래. 너 내 옆에 붙어있으면 걔처럼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물론 방사능 얘기는 거짓말이다. 전 애인이 죽은 건 워낙에 심신이 허약했기 때문인데, 일부러 정국을 겁주려고 그렇게 말했다. 사실 겁줄 필요도 이유도 없는데, 무슨 생각에선지 이 녀석을 제게서 떨어뜨려 놓고 싶었으니까.

 “너도 SS급이 됐으니 센티넬을 고를 수 있게 됐네.”
 “그게 무슨…”
 “보호계 쪽 센티넬 알아봐. 그럼 험한 꼴은 안 당하고 살 수 있으니까.”
 “…….”
 “지금이라도 꺼지라는 소리야.”

 지민이 손 뻗어서 정국이 차고 있는 안전벨트 풀었음. 그리고 앞좌석 문의 잠금도 해제했어. 철컥 소리를 들으며 정국은 눈을 둥그렇게 떴음. 당장 차에서 내리라는 표현에 당황스러워져. 그리고 속상했지. 지민은 자신이 만난 첫 센티넬이고, 첫 관계를 한 사람이기도 하고, 수치에 따라 기복이 있긴 하지만 평소에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면도 가지고 있었어. 저렇게 무섭게 얘기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애인을 잃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말 없는 그의 모습에서는 왠지 슬픔도 느껴졌어.

 외로웠겠지. 항상 위험한 현장에서만 살았을 테지. 유명한 히어로인 만큼 그늘도 많을 것이고. 마냥 강한 것 같아 보여도 약한 사람이란 것도 짐작할 수 있어. 폭주 직전이 되어 괴롭게 헐떡이던 모습을 떠올리니까, 자기가 없으면 블론드는 또다시 자신을 채워줄 수 있는 가이드를 전전하며 지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안 가요.”
 “가라니까?”
 “안 가요!”
 “인생 조지고 싶어?”

 정국이 조수석 팔걸이 꽉 잡고 안 내리겠다는 듯 버텼음. 그거 보고 지민은 한숨이 터지고.

 “너 진짜 멍청한 놈이구나. 기회를 줬는데 왜 박차?”
 “…안 갈 거예요.”

 흔들림 없는 태도에 지민은 눈 치켜뜨고 녀석을 노려봤음.

 “내 가이드가 되면 멋진 삶을 살 것 같지? 착각하지 마.”

 이 멍청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공격계 센티넬의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럼 보여줄 필요가 있겠지.

 지민은 정신을 집중하며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어. 차가 서 있는 길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음. 그 바람에 두 사람을 태우고 있는 차가 무섭게 흔들렸음. 옆으로는 차들이 멀쩡하게 쌩쌩 달리고 있는데, 오직 이들이 있는 갓길만 일렁거려. 정국이 울상 지으면서 두리번거렸음. 창 밖에 가로수 하나가 휘청거리다가 바닥으로 쓰러지기까지 했음. 사실 이 정도는 지민이 쓸 수 있는 능력에 비하면 개미 눈곱만큼도 안 되는 것이다.

 “그, 그만하세요.”
 “더 무서운 거 보여줘?”
 “제발, 하지 마세요.”
 “네가 아직 파악이 덜 됐구나. 나 괴물이야.”

 차가운 표정의 블론드의 눈동자 위에 불길이 보이는 듯하다. 이내 땅이 쩍 갈라지더니 지표면이 울퉁불퉁 융기하기 시작해. 흙먼지가 회오리치며 앞 유리에 타닥 타닥 부딪친다. 조금 더 하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정국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지민의 양 뺨을 감쌌음. 무서운 상황인데, 이 사람이 무섭지는 않아. 자신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끝도 없는 외로움이 느껴져. 가엾은 사람….

 “저 없으면…!”

 갑자기 제 양 뺨을 감싸는 손길에 지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하는 짓이야?”
 “저 없으면 죽을 수도 있잖아요!”

 다급한 그 말에 지민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든다. 자신이 무서울 텐데, 축축하게 젖은 눈으로 똑바로 마주하고 있는 시선이 단단하다.

 “가이드 없잖아요.. 그래서 저 만나러 한국 오신 거 다 알아요. 저도 다 들어서 안다구요.”
 “…….”
 “가이딩 안 되면 맨날 힘들게 사는 것도 다 알구요.”
 “그래서 뭐. 내가 불쌍해서 네 인생 그냥 버리겠다고?”

 지민이 거칠게 정국 손 떼어내고는 멱살 잡았음. 그 손길에 기운 담겨서 숨이 턱 막혀.

 “콜록. 누가, 누가 불쌍하대요?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숨 막히면서도 지민의 손을 뿌리칠 생각도 안 하고 버텼다. 어느덧 조금 더 융기한 지표면에 차창 밖에는 허공만 보여. 정국은 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그래도 지민이 자신을 위험하게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바, 방사능은… 안 나오게 제가, 콜록, 딱 붙어있음 돼요. 그리고 무서운 거는… 봐도 상관없어요. 저 그런 거 잘 참을 수, 콜록, 있어요. 윽.”

 얼굴 시뻘겋게 변한 채로 눈동자는 빛내면서 하는 정국의 말에 기운이 빠진다. 지민은 제 기운이 가득 담긴 손을 털어냈음. 정국의 옷매무새가 엉망이 되어버렸어. 정국은 옅게 기침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음. 흙먼지로 뿌연 차창 밖을 보곤 지민을 향해 소리 없이 고개를 내젓는다. 더는 그러지 말라는 뜻. 그러자 지민이 한숨을 푹 쉬었음. 붉었던 그의 눈동자가 이내 잠잠해져. 그리곤 높게 떠올랐던 지표면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원 상태로 돌아갔지.

 정국은 순식간에 지나간 일에 가슴을 쓸어내렸음. 새삼, SS급 센티넬의 능력이 참 대단하구나 싶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초능력이 나올 수 있을까.

 “넌… 진짜 멍청한 놈이야.”
 “아, 죽을 뻔했네…. 이제 진정하신 거죠?”
 “…….”

 지민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음. 애초에 이렇게 겁주는 거 안 통하는 녀석이었나 싶다. 솔직히 겁 많아 보여서 달아날 줄 알았다. SS급 가이드라면 최상의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방어계 센티넬 곁에서 몸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자꾸 멍청하다고 하지 마세여. 저 똑똑하거든여? 전액장학금 받고 다녔는데.”
 “…나중에 내 탓 하지 마.”
 “안 해요.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거거든여!”
 “쓸데없이 비장하네.”

 다시 엑셀을 천천히 밟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평화롭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차. 정국은 옆에서 심장 뛰는 거 겨우 진정시키면서 지민의 눈치 슬슬 살폈음.

 “그, 그… 무서운 능력만 저한테 안 쓰시면 제가 죽을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현실적인 건 좀 무서워하거든요.”
 “…….”
 “전자레인지보다 더 무섭넹….”

 뭐래, 저 멍청한 게….

 옆에서 혼잣말을 꿍얼거리는 정국에게서 신경을 거두고자 애썼다. 그럼에도 운전하다가 힐끔 가는 시선까지는 어쩌지 못했음.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민은 생수부터 벌컥벌컥 마셨다. 아무래도 쟤랑 각인을 해야 하는 건가 싶다. 솔직히 정국만큼 자길 가이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건 사실임. 마음만 주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 서로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아무래도 한 공간에서 24시간 같이 살며 끊임없이 스킨십하고, 잠도 같이 자니까. 그러다 보면 파트너 관계에서 연인이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 같았지.

 마음을 안 주고 버틸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는데…

 “너 뭐해?”
 “넹? 물 마시는데여.”

 물병을 아기처럼 쭉쭉 빨아서 마시는 모습을 보니… 존나 귀엽긴 해. 젠장.

 지민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 나오는 거 꾹 참다가 집 벽에 균열 갈 뻔했음. 좀 전에 그렇게 심각한 얘기 했던 거 금방 잊은 건지, 정국은 아기새처럼 쭉쭉 물병을 빨아먹다가 캬아- 소리까지 낸다. 물 뚜껑을 주먹으로 꼭 쥔 채로 굳어 있는 모습도 어이없어. 뭐 저렇게 귀여운 놈이 다 있어? 목을 축이자마자 해맑게 간식거리 찾아서 뇸뇸 먹고 있는 모습은 아주 기가 찬다.

 “그래…. 많이 먹어라.”

 계속 보고 있다간 웃어버릴까 봐 급하게 침실로 들어가서 이불 뒤집어썼다.


 한참 뒤 욕실에서 씻는 소리가 들려. 나오기 전에 샤워하더니, 또 샤워를 하네. 며칠 동안 지켜본 정국이는 제 몸이 불결한 걸 참지 못하는 것 같아. 엄청 자주 씻고, 늘 제 몸에서 향기가 나게 유지하는 것 같단 말이지. 뭔… 버릇까지 청결하고 난리야. 괜히 짜증난다.

 씻고 나온 정국이 꼼질꼼질 침대로 기어들어 와서 지민의 등에 딱 달라붙었음.

 “붙지 마.”
 “우리 아까 싸웠으니까 화해해야져.”
 “…그게 싸운 거야? 너랑 나랑?”
 “네. 서로 표정 안 좋게 언성 높이면 싸우는 거라고 엄마가 그랬어요.”

 참나, 진짜.

 “휴… 그래. 화해하자 화해해.”
 “사이좋게 지내여. 지민 님.”

 그러면서 강아지처럼 지민의 등과 목에다가 얼굴 부비면서 간지럽게 군다. 뭐, 지민 님? 섹스 하고 나서 작전명 부르지 말랬더니 평상시에도 이름을 부르시겠다? 어이가 없다. 정국 때문에 지민의 심정이 말이 아님. 아무래도 얘랑 진짜로 멀리해야 할 것 같다. 마음 주지 말자는 다짐이 벌써부터 흐려지는 것 같으니까.

 정국은 일부러 더 속없는 척하면서 지민에게 달라붙었음. 이렇게 안 하면 자기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흉흉한 소문 속의 히어로급 센티넬이 사실은 상처가 많고, 어쩌면 자기보다 더 겁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단 생각에. 그의 외로움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아.

 “수치 60밑으로 떨어진 거 아니면 붙지 마.”
 “가이드한테 붙지 말라뇨. 그건 저의 직업을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블론드 님.”

 아깐 지민 님이라고 하더니, 이런 얘기 할 때는 또 블론드라 부르며 능청을 떤다. 커다란 몸으로 지민의 몸 꽉 끌어안고 얼굴 부비고, 손으로 단단한 배도 만지고 그랬다. 은근슬쩍. 웃겨 죽겠다. 겁도 없이.

 “겁대가리 상실한 놈.”
 “네네. 마음대로 생각하세여. 전 다 좋거든여.”
 “너 나 좋아하냐?”
 “아닌데여? 제 일에 충실한 건데여. 흐흥.”

 뭐라고 하든 별 타격도 없는 것 같다. 정국은 제 품에 지민을 꼭 안은 채로 귓가에 대고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음. 지민은 뭐라고 더 면박을 주려다가, 달달하게 달라붙는 목소리에 입을 꼭 다물고 귀를 기울였음.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동요 멜로디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부르는 정국의 목소리가 달콤하다. 지민은 편안해지는 기운에 눈을 감았음. 감미로운 자장가. 그리고 포근한 품 속. 좋은 향기. 두근두근 알맞게 울리는 맥박. 거짓말처럼 잠이 쏟아진다. 하루의 감정 소모를 모두 회복시킬 듯이.

 “웃어라… 웃어라… 웃어라… 캔디야.”
 “…….”
 “울면… 바보다. 블론드.”

 감미로운 자장가가 자신을 향한 노래라는 건 알지 못한 채로.









(+) 트윗 썰에 없었던 장면이 지금부터 많이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할미는 내용을 까먹어서 전 편에서 모르고 정국이를 A급이라고 한 것 있죠... 멍청이...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Haonn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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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애국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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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니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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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강양이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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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진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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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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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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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리얼!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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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_가자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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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5813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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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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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ji547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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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ForJKJM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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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별  | 200308   
랠리님 ㅠㅠㅠㅠㅠㅠ 완전캡짱 ㅠㅠㅠㅠㅠㅠ 넘넘 좋아여ㅠㅠㅠㅠㅠ 지민이 맘에 상처 정국이가 밴드며 약이며 다 발라줘서 얼릉 둘이 행복했으면 해맑구 똑똑한 정국이는 잘할 수있을거같아여 지민이 능력이 전자렌지보다 쪼끔 더 무섭긴 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 ㅎㅎ 정국이 습관이나 말투 나올때 너무 귀여워서 벽부술뻔했어여 ㅋㅋㅋㅋㅋ 이번편도 넘넘 감사합니당:)
존잘랠리님일호팬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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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ir_de_lune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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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旻無樂  | 200311   
ㅎㅎㅎ
직진 정국...
조으네요~~~🤤🤤🤤
둥벵  |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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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기mini  | 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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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3  | 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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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찜달아  | 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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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야미  | 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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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돌님  | 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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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가자  | 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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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기르  | 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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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 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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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 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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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 210913   
정국이 숨겨놓고 보고싶을정도로 넘 귀여워요...ㅋㅋㅋ
지민이가 아무리 보호벽을 둘러쌓아도 곧 속절없이 무너질 것 같아요ㅋㅋㅋ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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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