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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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4 랠리 씀
외톨이
4










지민은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정국의 입술을 잡아 물고, 그의 티셔츠 안에 손을 넣고 손바닥으로 갈비뼈를 문지르던 몸짓이 멈췄다. 시공간이 멈춘 것 같았다. 정국이 황급히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지민도 옷의 흐트러진 매무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앉아 엄마를 향해 놀란 눈빛을 했다.

“엄마….”

지민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겨우 냈다. 엄마가 몸을 비틀거리며 문고리를 잡았다. 지민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한 번도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민은 얼어버린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지민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치고 올라왔다. 그에게 요상한 용기가 생겼다. 엄마가 보는 앞에서 정국의 손을 당겨 잡았다.

그러자 정국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뿌리쳤다.

정국이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고 손가락 끝으로 눈썹 언저리를 꾹 눌렀다. 지민은 뿌리쳐진 손을 내려다보며 머릿속이 멍해졌다. 엄마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뒤를 돌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민의 방을 나갔다. 닫히는 문을 보며 지민은 차라리 엄마가 호모새끼라고 욕을 하고 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벼락같은 일에 지민의 심장이 날뛰었다. 엄마를 따라 나가야 할까. 아니, 따라가서 뭐라고 말 하지. 엄마 내가 정국이를 사랑해. 용서해줘? 아니면. 엄마 잘못 했어 안 그럴게? 지민이 머릿속으로 수 없이 많은 말들을 되뇌며 혼란스러워했다.



방문 밖에서 소음이 들렸다. 지민은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소리인 것을 느끼고 뛰어나갔다. 문을 여니 엄마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지민이 소리를 지르며 엄마의 몸을 흔들었다.




*





지민은 입원 서류를 작성한 후 엄마가 누워있는 병실로 향했다. 고개를 푹 숙인 정국의 머리통이 보였다. 엄마의 손을 꽉 붙잡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정국아.”

지민이 낮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국은 미동이 없었다.

“엄마 괜찮대.”

엄마는 쇼크로 정신을 잃은 것이라고 했다. 지민은 아무래도 엄마가 수술을 한 몸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의사의 말을 듣고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간이침대로 다가갔다. 여전히 침상에 얼굴을 묻고 미동도 없는 정국의 머리통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너무 놀랐지. 괜찮을 거야.

짐 챙겨올게. 하는 말을 남기고 지민이 집으로 향했다. 그 순간에도 정국은 한 번을 돌아보지 않았다. 지민은 시간이 조금 지나니 놀랐던 감정이 정리가 되면서 오히려 차분해졌다. 언젠가는 엄마에게 알려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민은 성숙했다. 반면 열아홉의 정국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민의 머릿속이 엄마와 정국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다.

지민이 엄마의 생필품을 가방에 넣어 챙겨 돌아왔다. 병실 문을 열었는데 정국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엄마의 마른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엄마 미안해. 작게 속삭이며 엄마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간이침대에 앉아 엄마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엄마의 얼굴을 이렇게 많이 본 적이 있었나. 깊어진 팔자주름과 거뭇하게 자리 잡은 뺨 위의 기미를 하나씩 살폈다. 엄마. 이해해 줘. 우리 셋 행복할 수 있어.

지민이 병원에 도착한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가 안 보였다.

어디에 간 거야? 지민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나 이내 머리에 띵 하는 소리가 났다. 정국은 핸드폰이 없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붙어있느라 그와 연락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은 곧 정국에게 연락할 길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민은 그를 기다리다가 병실에서 까무룩 잠들었다. 소스라치며 눈을 떴다. 여섯 시간이 지나있었다.

침대에 있어야 할 엄마가 없었다. 정국 또한 여전히 없었다. 지민은 헐레벌떡 병원 복도를 뛰어다녔다. 다짜고짜 "어디 갔어요?" 하는 그의 물음에, 데스크의 간호사는 환자분 지금 검사받으러 가셨어요. 하는 답변을 했다. 지민은 대뜸 정국이는요?! 하고 물었다. 정신이 멍해서 자신이 무얼 묻고 있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짜고짜 정국의 이름을 말하는 지민을 향해 간호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친절하게 대답했다.

아까 아들 분 오시기 전에 나가셨는데요.
엄마 잘 부탁한다고 하시고선.

지민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병원 옥상, 비상구, 지하의 식당, 병원 앞 공원과 버스 정류장까지 발이 닿는 대로 뛰어다니며 그를 찾았다. 하지만 정국과 닮은 머리통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지민은 그제서 깨달았다. 그가 갔다. 지민은 택시를 잡아타고 급하게 집으로 향했다. 그의 옷이 보이지 않았다.

목욕탕까지 달렸다.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어 축축했다. 다짜고짜 남탕 문을 열고 들어가 탈의실을 살폈다. 탈의실 구석 쪽방까지 모두 뒤졌지만 정국은 없었다. 습한 탕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증막까지 하나하나 다 열어보며 그의 흔적을 찾았다. 그가 어디에도 없었다.

지민은 엉엉 울며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헐레벌떡 병실 문을 열자 엄마가 침대에 앉아 TV를 보다가 눈을 돌려 지민을 응시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려 축축이 젖은 얼굴을 보자 엄마의 눈이 커졌다.

“엄마… 정국이….”
“…….”
“정국이 어디 있어…?”
“지민아.”
“응? 엄마… 정국이 어디 갔어? 엄마 알지?”

지민이 엄마 앞에서 끅끅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





지민은 방에 틀어박혔다.

엄마. 정국이한테 뭐라고 했어?
엄마. 정국이 어디 간다고 했어?
엄마. 정국이 어디 있어?
엄마. 미안한데… 정국이 어디 있는 줄 알어?

지민은 며칠 동안 그 말밖에 하지 않았다. 엄마는 지민을 보며 한숨 쉬었다.

“박지민. 너 엄마한테 그런 소리가 나와?”

엄마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타박했지만 지민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정국이 어디에 갔을까. 왜 갔을까. 하는 물음만 가득했다. 왜 나를 두고 가버려? 나는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갑자기 가면 난 어떻게 하라고.

“엄마… 정국이….”

안 떠날 거라고 했잖아 내가. 근데 왜 네가 떠나.




*





벌써 8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내일이 개강이었지만 지민은 서울로 갈 채비도 하지 않고 정신을 놓고 있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지민의 등짝을 찰싹거리고는 그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박지민!”
“엄마… 정국이….”

지민은 엄마가 정국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지민이 엄마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빗줄기처럼 단숨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가 서럽게 떨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정국이는 잘 지낸다니까 너나 잘 해.

거짓말. 겁나서 도망치는 거잖아. 하나도 잘 못 지낼 거잖아. 지민이 아랫입술을 씹었다.




*





지민은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휴학계를 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지민은 멍하니 정신을 놓고 앉아있는 일이 많았다. 군대나 가버릴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개강하자마자 1년짜리 휴학을 하고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지민을 보며 엄마가 가슴을 쳤다.

박지민 너 어쩌려고 그래. 엉망이야.
엄마 더 이상 외롭게 만들지 마.

방문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모두 자신의 탓이다. 두 사람을 모두 외롭게 만들어버렸다. 남편이 없이 평생 외롭게 살아 온 우리 엄마. 그리고 잡지 못한 정국. 지민은 또 다시 엉엉 울었다. 모두 다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





어느덧 가을의 끝 무렵이었다. 지민은 푸석한 얼굴로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왔다. 엄마가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엄마의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충동이 일었다. 지민은 기척을 내지 않고 조용히 엄마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패턴 잠금이 걸려있지 않았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지민이 메시지 함을 열었다. 스크롤을 한참 내리다 보니 눈에 띄는 글자가 보였다.

[ 엄마 잘 지내시죠. 아프지 마세요. ]
[ 엄마 죄송해요. 건강하세요. ]
[ 엄마 제가 죄송해요. ]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몇 통의 문자들이 쌓여 있었다. 엄마의 답장은 없었다.
지민은 울컥 눈물이 흘렀다.




- 여보세요.
“나야.”
- …….
“정국아….”

전화가 끊겼다. 끊긴 화면을 보고 지민이 입을 틀어막았다. 오랜만에 그의 맑은 목소리를 듣자 눈물 나게 좋았다. 그 후로 정국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화 음이 10초도 울리지 않아 거절 메시지가 들렸다. 지민은 그럼에도 매일 그에게 전화를 했다.

[ 보고 싶어. ]
[ 정국아. 사랑해. 안고 싶어. ]
[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
[ 네가 있어야 내가 행복해. ]
[ 내가 망가지면 너 나타날래? ]

지민의 메시지가 쌓였다. 그에게서 답장은 없었다.





*





지민은 탈의실 쪽방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겨울이었다. 보일러가 다 들어오지 않아 군데군데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에 느껴졌다. 눈동자에 물기가 올라와 시야가 흐려졌다.

이곳에서 씻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혼자 외로워했겠지.
누렇게 뜬 천장을 바라보며 말야.

지민은 그에게 못된 말을 퍼부었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와 나누었던 모든 대화를 곱씹다 보니 어느새 그 기억까지 다다른 것이다. 시간과 말 같은 것들을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을 텐데.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을 텐데. 내가 너에게 지금 반했는데, 나를 좋아해줄 수 있냐고.




밤이 깊어졌다. 목욕탕의 간판 불을 내렸다. 입김이 공중에 허옇게 흩어졌다. 지민은 목도리를 칭칭 둘러 감은 후 바닥에 쌓여있는 눈을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그리고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정국아. 눈이 많이 왔네. 같이 눈사람 만들고 싶다. ]

지민은 습관처럼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띠링 하는 문자 음이 작게 들렸다. 지민이 문자를 전송하자마자 난 소리였다. 지민이 고개를 확 들어 두리번거렸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정국이 분명했다. 지민이 다급하게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달렸다.

“전정국!”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지민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정국이가 맞아. 정국이.. 지민은 정신없이 달리며 그를 찾았다. 그의 그림자를 따라 낯선 골목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정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허연 입김을 헉헉 몰아쉬며 지민이 자신의 양 무릎을 손으로 짚었다.

“왜 숨어. 바보냐?”

지민이 서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지민이 신경질적으로 눈을 비벼 닦았다.

“계속 그래봐라. 어? 내가 너 기다리다가 늙어 죽을 거야… 멍충아.”

지민은 노란 가로등 불빛을 쬐고 있는 낡은 담벼락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눈물을 닦았지만 또 다시 줄줄 흘렀다. 그런데도 지민은 웃음이 났다. 너무 속상한데, 또 너무 기뻤다.




*





지민은 소파에 앉아있는 엄마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엄마 나 정국이 사랑해.
미안해. 아들 둘 말고 그냥 가족이라고 생각해주라.
평생 속 안 썩일게. 셋이 평생 계속 행복하자. 응?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





엉망진창인 사계절이 지났다. 어느덧 그를 처음 만났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가을에는 낙엽만 봐도 그가 생각나 울었다. 쓸쓸하게 방에 처박혀서 하루 종일 정국의 얼굴만 떠올렸다. 친구들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지민에게 가을을 타느냐고 나무랐다. 정국아. 넌 낙엽을 보며 뭐라고 이야기 했을까. 혹시 네 신세와 같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넌 빛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겨울에는 쌓여가는 눈을 보며 울었다. 골목에서 그를 놓친 후로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는 버릇이 생겼다. 지민은 시내의 포장마차에서 홀로 소주를 마셨다. 그러다가도 문득 어디선가 그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자신을 더 잘 보라고, 춥더라도 꼭 찬바람이 휑한 입구 쪽에 앉았다. 정국아 너도 이제 스무 살이네. 너의 성년을 축하하며 소주잔을 부딪쳤을 텐데.

봄이 오자 목욕탕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꽃잎이 아름답게 떨어지는 밤거리를 혼자 걸으며 그가 한 없이 생각났다. 그와 손을 잡고 걸었던 길이었다. 걸을 때마다 서로의 팔을 스치고, 정국이 큰 손으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몰래 입을 맞췄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지민은 벚꽃 잎이 가득한 벤치 위에 털썩 앉았다. 네가 너무 보고 싶다.

그와 함께 뜨겁게 몸을 섞었던 여름이 오자 참을 수 없을 만큼 그리움에 사무쳤다. 아픈 여름이었다. 장마철에는 축축한 그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SNS에 피서를 떠난 친구들의 사진이 한 가득 올라왔다. 지민은 그들의 사진을 하나씩 넘기며 정국을 그렸다. 탄탄하고 아름다운 정국의 몸이 생각났다. 그리고 햇빛이 강할 때마다 두 손을 모아 지민의 눈썹 앞에 올려 차양을 만들어 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휘어지게 웃는 눈꼬리와, 세모꼴로 웃을 때마다 보이는 하얀 치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함께 있었더라면 정국이 해보지 못한 것을 모두 해봤을 것이다.




*





지민은 1년의 휴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개강 날이었다. 9월인데도 날씨가 제법 더웠다. 지민은 얼음이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오랜만에 보는 지민의 얼굴에 친구들이 반갑다고 달려들었다.

“박지민 살 빠졌냐?”
“맘고생 좀 한 얼굴인데.”
“1년 동안 뭐 했냐 진짜?”
“너 연애하다가 차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시끌벅적한 친구들의 물음에 지민은 픽 웃었다.

“아직 안 차였거든.”

지민의 대답에 친구들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계시겠다? 장난치며 달려드는 친구들을 받아주며 지민이 푸시시 웃었다. 당장 술부터 먹자는 친구들을 뿌리쳤다.

“내일, 내일 해. 나 짐 정리도 못 했어.”

지민의 시큰둥한 반응에 친구들이 야유를 보냈다. 지민은 손바닥을 보이며 그들을 향해 눈으로 웃었다. 쏘리!




지민은 자취방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캐리어를 풀어헤쳤다. 1년 동안 비워놓은 전세방에는 가구마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지민은 옷가지와 생활용품을 꺼내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걸레를 꺼내들어 청소를 했다. 새삼스럽게 지난 1년의 갭이 느껴졌다.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지민은 청소를 하다 말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모자를 눌러 쓰고는 현관을 열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문이 무언가에 걸렸다.  

“뭐지?”

지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문 뒤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정국이 서있었다.

지민은 그를 보자마자 문을 다시 닫았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본 것 같아 심장이 요동쳤다. 지민이 현관문을 등지고 기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지민의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말을 잃은 사람처럼 입술만 달싹였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가슴을 들썩이며 씩씩거리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급하게 현관문을 열었다.

키가 더 크고 살이 조금 빠진 정국의 말간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너….”

누구보다 반짝이던 눈빛이 지민을 가득 담고 있었다.

지민이 말을 잇지 못하고 우두커니 선 채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뚫어져라 시선을 맞추고 있는 정국의 눈이 빨개졌다. 벌써 울었는지 코끝이 빨갰다. 자면서도 그리워했던 그가 맞다. 전정국이 맞다.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곤 급하게 입술을 찾았다. 정국이 지민의 허리를 붙잡고 입술을 삼켜왔다. 두 사람의 몸이 맞닿았다. 지민이 뒷걸음질을 치며 정국을 집 안으로 들였다. 닫힌 현관문과 벽에 등을 부딪쳐가며 아무렇게나 입을 맞추던 그들이 잠시 멈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죽는 꼴 보고 싶었지?”

지민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정국이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가 잘 살 줄 알았어?”

정국이 지민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 나쁜 놈아.”

지민이 그의 가슴팍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정국이 그를 안아 들었다.

“미안해요.”
“흐윽….”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국이 다시 입술을 찾아 왔다.





무더운 9월의 첫 날이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그 계절에 정국은 사랑을 되찾았다.





전국은만개해  | 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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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 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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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내일  |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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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국민  | 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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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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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삼색아람  | 1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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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  | 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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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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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지원  | 1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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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blue  | 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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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 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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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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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 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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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co  | 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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춉춉  | 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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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  | 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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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 18110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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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영사  | 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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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둥이  | 190104   
다시 만날줄 알알아요 ㅠㅠㅠ 정국이 이제 진짜 외톨이가 아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김혜민  | 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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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dkr_dmd  | 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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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  | 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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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민사  | 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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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밍  | 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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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 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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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o  | 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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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 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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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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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님  | 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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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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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_가자  | 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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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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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임jk  |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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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반  | 19073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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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hj  |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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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꼬물맘  | 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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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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