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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든 - 저 달빛은 너를 비추고

남남상열지사
(男男相悅之詞)

1









  정국은 한양에서 ‘꽃 도령’으로 이름을 날리는 청년이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고 하니, 그의 옥처럼 반지르르한 피부와 구슬 같이 빛나는 눈동자, 오목조목 붙어있는 이목구비가 한 번 보면 통 잊히지 않는 것이었기에 그렇다. 게다가 한양 안에서는 그가 어느 집 자제인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의 아비는 정1품 우의정을 지내는 관원이었다. 그토록 명망 높은 집안에는 자제가 다섯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정국은 대감마님이 환갑 때 얻은 늦둥이였다. 이토록 훌륭한 배경을 가졌으니, 그를 신랑감으로 탐내지 않는 집안은 없었다.

  도성 내 전 씨 가문의 힘은 대단했는데, 그것은 권력에서 오는 힘이라기보다는 성품에서 비롯된 존경심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상감의 곁을 지켜온 충신을 배출했다. 비할 데 없는 권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과시하거나 남용하는 일이 없었다. 도리어 백성들에게 때에 맞는 베풂과 나눔을 실천했으니, 한양에서 그의 집안을 욕보이는 자는 있을 수가 없었다.

  정국은 어미를 닮아 수려한 외모를 가졌으며, 아비의 성품을 닮아 지혜롭고도 천진한 구석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호감 가는 행동을 했으니 가택의 하인들 모두가 그를 따르며 사랑했다. 학문에 대한 열의도 깊어, 장차 아비를 따라 큰 관직을 맡을 인물이라며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런 정국에겐 일 년째 가장 가슴 뛰는 취미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얼굴을 모르는 이와 서찰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은 반듯한 필체와, 고르고 고른 어휘에서 묻어나는 성품뿐이었다. 정국은 서찰을 받고 나면 붉은 손끝으로 서찰의 귀퉁이를 만지거나, 접혀있는 바깥 면을 손바닥으로 살살 쓸며 펴보질 못하였다. 아껴서 읽으려는 심산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점점 더 답신을 기다리는 날이 늘었다. 이틀 간격으로 일정하게 주고받았음에도 모자라다고 느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상대와 글을 나누고 싶었다.


  일전에 경천근민(敬天勤民)이 군주의 덕이라 답하였사온데, 첨언하신 글귀에 제 말이 소략하고 그릇됨을 알았습니다. 이에 삼가 고쳐 글을 보냅니다.


  정국은 제게로 온 서찰을 읽으며 심장이 뛰었다. 그것은 사내들이 첫 연모를 시작할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아직까지 누군가를 연모해본 적 없는 정국이었기에 이런 감정은 그의 마음을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익명의 이와 서찰을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설렘도 있었지만, 상대의 글에서 느껴지는 지혜와 성품이 무척 마음을 당겼다. 정국은 언젠가는 이 사람과 만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키워갔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와 서찰을 주고받는 방법은 간단했다. 서찰을 보내는 이가 화선지의 귀퉁이에 답신을 받을 곳을 정하고, 서가번호와 서책 제목을 적어놓는 것이다. 그 후 답신을 쓴 이는 상대방이 원하는 그곳에 편지를 끼워놓았다.

  이번 서찰은 세책방(조선시대의 책 대여점) 左十二구역의 셋째 선반 끝 서책 안에 끼워져 있었다. 그 서책의 제목은 ‘상열지사(相悅之詞: 조선시대의 로맨스)’였는데, 정국이 부러 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고른 것이었다. 남녀가 서로 연모하는 내용의 가벼운 언문소설이었다. 처음에는 군주, 선비, 백성에 대한 논의를 다루던 내용으로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내용이 유연하게 변해갔다. 그것은 아마 글 상대에 대한 정국의 마음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찰의 시작은 우연에 기인했다. 썩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정국의 가까운 벗이 서책 한 권을 펴내어 감수를 청했는데, 그가 그 감수본을 실수로 세책방에 반납해버린 것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서책에 실수를 범한 걸 깨닫고 헐레벌떡 갔으나 이미 '대여중'이라는 황당무계한 소릴 들었다.

  ‘숫자열도 적혀있지 않은 서책을 어찌 대여한단 말이오?’
  ‘나리, 하루에도 백 명이 넘게 드나듭니다요. 어찌 실수가 없겠습니까.’
  ‘그, 그럼 대여자 명단을 보여주시게.’
  ‘송구스럽게도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정국은 애가 탔다. 벗에게 미안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반납일이 나흘 뒤니 그때 다시 오라는 주인장 말을 듣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나흘 뒤 세책방으로 달려가니 다행히도 감수본이 멀쩡히 반납되어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감수본 사이에 웬 서찰 하나가 끼어있는 것이 아닌가. 책장을 넘기다가 종이를 발견한 정국의 얼굴에 호기심이 일었다. 조심스레 그것을 열어보았다.

  반듯한 필체로 편지가 적혀 있었다. 벗이 쓴 서책에 관한 내용이었다. 감수본에는 선비의 자세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는데, 익명의 이가 적은 서찰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선비의 덕을 논하여 백성을 이롭게 한다지만, 굶주린 백성들은 그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진정 선비는 덕 대신 선(宣)에 힘쓰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정국은 그 문단을 읽자마자 머리가 띵! 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늘 선비의 자세에 대해 논하는 벗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했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정국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음 문단을 읽어 내려갔다.


  다만 만사의 순리라는 건 정하는 이가 따로 없으니, 다른 고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제게 알려주십시오. 서가번호 右二十一 의 책을 살피겠습니다. 이 右(오른우) 서고에서 우리가 友(벗우)로 만나길 소망합니다.


  정국은 그 첨언을 읽고 심장이 뛰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어휘에 호기심이 일었다. 정국은 익명의 그를 상상하며 서찰을 읽고 또 읽었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읽으면 또 다른 감상이 들었다. 며칠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필체에는 순박한 구석이 있었으며, 귀염성 있는 어휘를 쓰는 걸 보니 필시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라 상상했다. 아마도 정국이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은 ‘처음부터’였을 테다.



  정국은 답신을 쓸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

  “개똥아범, 화선지를 조금 더 가져다주게!”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화선지를 많이 사용했다. 글자에 조금의 흐트러짐이 생기거나, 먹의 농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삐침의 모양이 지나치게 자유분방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를 어려서부터 지켜온 하인은 그런 정국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도련님 또 세책방 가셔요?”
  “응. 이번엔 내가 상열지사를 적었는데, 딴 소리를 답신에 적어놓았어. 분명히 부끄러운 게야. 그렇지?”

  히죽거리는 정국을 보며 개똥아범은 '연모'라고 생각했다. 정국의 머릿속에 상대는 흰 비단 같은 살결과, 귀티가 흐르는 얼굴, 정갈한 시선, 단정한 매무새를 가진 사람이었다. 또다시 세책방에 간 정국은 서찰 귀퉁이에 적혀있는 서가번호로 뛰어 들어갔다. 놀랍게도 시조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지금까지는 늘 성리학 도서들이 가득한 서가번호를 적었던 상대였다.

  정국은 그가 적어놓은 책을 찾았다. ‘告白(고백)’이라고 적혀있는 시조집이었다. 정국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헛기침을 큼큼 했다. 서찰로 그리 딴청을 피우며 성리학 이야기만 하더니, 이번에는 답신을 받을 곳으로 '고백'을 적었다. 귀여운 상대의 태도에 웃음이 저절로 샜다. 해포가 다 되어가도록 꾸준히 서찰에 애정을 표현한 것이 이제 좀 통하는구나 싶었다.

  그는 자신이 쓴 서찰을 그 시집에 끼워놓았다. 그리고는 혼자 발을 쿵쿵 구르고 서고를 주먹으로 팡팡 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마치 면전에 대고 고백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어찌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에게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가득히 밀려드는 설렘이었다.





*






  지민은 양갓집 노비로 있는 어미의 밑에서 태어난 천민이다. 그는 제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피부가 희고 체구가 아담하며 얼굴에 귀티가 흘렀다. 그래서인지 하인들 사이에서 이유 없이 제법 눈살을 받곤 했다. 게다가 나긋한 말투는 양갓집 규수처럼 조신한 구석이 있었으며, 총명한 눈빛만큼이나 지혜로웠다. 지민은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사소한 고민에 빠졌을 때마다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다. 그렇기에 주인집 대감은 지민을 퍽 예뻐했다.

  그는 신분의 벽이 지엄하여 서당에 다니지 못했지만, 늘 주인댁 도령의 수발을 들으며 담장 너머로 글을 익혔다. 노비 신분으로는 책을 구할 수 없었기에 몰래 세책방을 드나들며 서책을 읽었다. 지친 하루의 끝에 몰래 숨어서 서책을 읽는 것은 지민의 유일한 낙이었다.



  한편 지민은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집 꼬마 도련님 댕기를 묶다가도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끈이 다 풀려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왜 그러느냐!”
  “앗! 도련님 죄송해요.”

  꼬마 도련님이 성질을 내며 지민을 야단쳤다. 그가 재빨리 정신을 차려 다시 댕기를 묶었다. 요즘들어 부쩍 실수가 잦았다. 지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지민의 넋을 놓고 다니는 이유는 역시 해포가 되도록 익명의 이와 주고받는 서찰 때문이었다. 처음에 자신이 먼저 서찰을 쓴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점점 알 수 없는 선비와 서신을 주고받다 보니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유교사상이나 성리학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이 점점 애정으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민은 서찰을 받을 때마다 당황스러웠다.

  가령 서신 속에 ‘그대의 필체가 유려한 걸 보아하니 손끝이 야무질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그 손등에 그림을 그려볼 날이 오겠지요?’ 이런 문구들이 쓰여 있곤 했다. 지민은 당황스러움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으나, 그걸 보는 것이 싫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상대의 글에서 느껴지는 반듯함과 배려심이 그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다.

  지민은 온종일 종살이를 하며 지치는 날이 많았지만 서찰을 보며 기운을 차렸다. 글을 읽을 때면 자신은 누군가에게 아낌을 받는 소중한 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서찰을 쥐고 고민했다. 이것을 어찌 숨기지…. 자신이 묵는 방에는 여러 하인들이 뒤섞여서 자기 때문에 불안했다. 그 중에 글을 아는 이는 하나도 없었지만 괜히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결국 뒷마당에 있는 수 없이 많은 빈 장독 하나를 골라 그곳에 서찰을 차곡차곡 숨겼다. 다행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상을 막아줄 수 있는 장독이었기에 정국에게서 받은 서신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모셔둘 수 있었다.

  지민은 가끔 억울하게 혼났거나 큰 도련님에게 매를 맞았을 때마다, 장독을 열어 서찰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하루의 일과가 끝난 저녁 때, 어김없이 지민은 세책방으로 향했다. 수줍게 적어놓았던 ‘告白’시집으로 달려가니 또다시 그의 서찰이 있었다. 그는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그것을 열어보았다.


  선비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방도를 모릅니다. 부디 저와 만나주십시오.


  지민은 그걸 읽자마자 하마터면 서찰을 떨어뜨릴 뻔했다. 심장이 요동쳤다. 편지 속에서 늘 선비님, 또는 그대, 라고 쓰는 것을 보아 상대는 자신을 귀한 신분의 사람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반상의 법도가 지엄하니, 감히 노비 따위가 글을 알 것이라고 생각할 리 없었다.

  언젠가는 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멈추고 만다. 상대는 글을 쓰는 것만 보아도 귀한 집 자제가 틀림없었고, 자신은 그 앞에 나설 수조차 없는 천민이기 때문이다. 서찰을 접어든 지민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다. 여태 살면서 자신의 미천한 신분에 대해 불만을 가져본 적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웠다. 마음이 가는 이의 앞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지민은 눈물을 머금고 답신을 썼다.


  선비님 뵙기를 밤하늘의 북두칠성 같이 흠모하고 있사오나, 몽매한 자가 어찌 별을 가까이 마주하겠나이까. 소인은 그저 이 자리에서 별을 그리고 있겠나이다.





*






  정국은 답신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가 지민에게 만남을 요청한 이유는 있었다. 그가 얼마 전 진사시에서 장원급제를 하여 성균관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균관에 들어가면 세책방에 마음대로 오지 못하니, 서신이 끊기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분명히 상대가 자신과 만나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쿵쾅댔다. 온종일 들떠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정국의 머리를 빗겨주던 하인은 계속해서 히죽거리는 그를 향해 물었다. 뭐 좋은 일 있으셔요, 도련님?

  “응. 보고 싶은 사람을 곧 만나게 될 거야.”
  “혹시 그 서찰을 주고받는 분이요?”
  “응!”
  “어느 댁의 분이시랍니까?”

  하인의 물음에 정국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나도 잘 몰라. 근데 상관없어.”
  “만났는데 이상한 자면 어쩝니까요.”
  “그럴 리 없어. 분명 글만큼 고운 성품을 가지고 있을 것이야.”

  정국은 지민을 만날 생각에 신이 나서 쭉 뻗은 다리를 마구 흔들었다. 개똥아범은 아직도 아이 같은 막내 도련님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샜다.



  저녁이 되어 정국은 세책방으로 향했다. 부푼 가슴을 안고 서가번호를 찾아 가니 역시나 서찰이 끼워져 있었다. 그가 신이 난 얼굴로 서찰을 꺼냈다.


  선비님 뵙기를 밤하늘의 북두칠성 같이 흠모하고 있사오나, 몽매한 자가 어찌 별을 가까이 마주하겠나이까. 소인은 그저 이 자리에서 별을 그리고 있겠나이다.


  그러나 이내 실망하고 만다.
  적혀 있는 글귀는 분명히 거절의 의사였다.

  “어찌 북두칠성을 지켜만 보겠단 말이야! 만질 기회가 있으면 따야지.”

  정국은 지민의 서찰이 야속하여 눈물을 글썽거렸다. 태어나서 처음 거절을 당한 것이었다. 여태 누구도 자신의 말에 대하여 거절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그는 서고 앞에 주저앉아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망연자실한 정국은 끼니를 거르며 방에 틀어박혔다. 이제 곧 그의 성균관 입학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릴 테지만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못했다. 밝고 기운이 넘치던 막내 도령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우울한 모습을 보이니 모든 가솔들이 그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대감마님 또한 막내의 변화가 걱정되었다. 성균관 입학을 앞두고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 싶어 탕약을 지었다. 그러나 정국은 제 방으로 들여진 탕약을 무르며 고개를저었다.

  보다 못한 개똥아범이 정국에게 물었다.

  “답신은 쓰셨습니까요?”
  “아니….”
  “답신을 쓰시고 세책방에 찾아가는 건 어떠세요.”
  “찾아가라고?”
  “어차피 그 분도 답신을 가지러 올 것이 아닙니까.”
  “그치만….”
  “그렇게라도 만나시면 되지요, 도련님.”

  그건 비겁한 행동이잖아…. 정국이 말끝을 흐렸다. 거절한 상대 몰래 숨어 있다가 찾아가는 것은 실례인 게 분명했다. 그러나 개똥아범의 말이 자꾸만 뇌리에 박혔다. 어쩌지. 어쩌지…. 정국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보름 후면 성균관 신방례가 시작된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이대로 영영 상대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정국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아무래도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정국은 먹을 갈아 답신을 쓰며 다짐했다. 그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몰래 훔쳐만 보겠다고. 앞에 나타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테니, 그렇게라도 그를 보며 한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조심스레 적은 서찰을 품에 안고 세책방으로 향했다. 서찰을 끼워 넣고 구석에 몸을 숨겼다. 거추장스러워서 갓도 쓰지 않았다. 몸을 숨긴 채로 다리를 달달 떨었다. 어서 정해진 서가번호에 그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도련님 뭐하세요?”
  “쉿.”

  세책방 주인장이 숨어있는 그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정국은 굳게 입단속을 시켰다. 마른 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한참이나 몸을 구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서찰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저벅저벅. 바닥에 마찰하는 소리는 고무신이 아닌 짚신 소리였다. 정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죽였다.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가 망설임 없이 서책을 골라 그 안에서 서찰을 빼 품에 넣었다.

  정국은 꾀죄죄한 상대의 차림새를 보고 놀랐다. ‘양반이 아니다!’ 정국이 당황해서 주춤할 동안, 서찰을 가져간 지민이 몸을 돌려 세책방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이었다. 정국은 그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단지 천민이라는 것만 확인했을 뿐.

  그가 황급히 세책방을 뛰어 나갔다. 멀리서 얼굴만 보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무색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뒤를 따라 바깥으로 나오니 봄바람과 함께 꽃향기가 코에 화악 끼쳤다. 마침 벚나무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나 보다. 꽃잎이 눈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정국은 그 속에서 지민의 뒷모습을 찾았다. 키가 자신보다 두 뼘은 작고, 허름한 옷을 입은 채 사뿐사뿐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정국은 우두커니 선 채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깨끗한 목덜미가 보였다. 멍하게 그를 보고 있으니, 어느새 지민이 저만치 멀어졌다. 그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지민을 향해 달려갔다.

  지민의 손목을 붙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러자 놀란 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

지민의 얼굴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이 상상했던 그의 모습과 비슷했다. 하얗고 작은 얼굴에 단정하고 선한 얼굴. 천민이라고 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총명하게 반짝이는 눈동자.

  “저, 저기!”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잡고 말을 걸어오는 정국을 보며 지민은 화들짝 놀랐다. 달빛을 등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비단 도포와 풍기는 귀티를 보아하니 귀한 집 자제가 분명했다. 지민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미, 미안하오! 자네가 거절했지만 내가… 내가 그…”

  지민은 정국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슨 소린지 몰랐다. 고개를 조아린 채로 고개를 갸웃 하며 대답했다.

  “예? 소인은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자 정국이 지민의 어깨를 붙잡아 끌어올렸다. 얼떨결에 허리를 편 지민이 눈을 맞추지 않으려 고개를 숙였다.  

  “그, 그니까 내가…!”
  “…?”
  “내가 그, 그대의 북두칠성일세!”

  정국이 새빨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지민의 작은 어깨를 꽉 움켜잡은 채였다. 지민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 몸이 바짝 굳어버렸다. 지민의 눈동자가 그의 얼굴로 향했다. 낯익은 얼굴. 도성에서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용모. 우의정 댁 막내아들.

  아니 어찌….

  지민은 말이 나오지 않아 멍하게 서 있었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지민이 황급히 정국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선비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감히 미천한 제가 양반 행세를 하며 서찰을 주고받았으니 이 자리에서 죽이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제 초라한 모습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일어나시게…!”
  “말씀 낮추십시오.”

  지민이 바닥에 엎드려 조아린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서찰을 통해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주던 그가 이렇게 귀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너무 놀랍고 무서워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지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가슴속에 맺혀가던 사람이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로 몰랐다.

  그때 갑자기 정국이 엎드려 있는 지민의 앞에 털썩 앉았다.

  “얼른 일어나지 않으면 나도 이렇게 체면 없이 바닥에 앉을 테야.”

  귀여운 겁박이었다. 고자질하는 어린 아이 같은 목소리에 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그가 체면 없이 더러운 길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지민이 한숨을 쉬며 황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정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높은 집안의 자제답게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귀했다. 지민은 속이 답답해졌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반갑고, 좋고, 겁나고, 슬프고….

  지민이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자 정국이 용기 내어 손을 뻗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지민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는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자네가 나를 바라보기만 하겠대서… 답답해서 왔어. 누구라도 별을 보면 만지고 싶은 것이 이치 아닌가?”

  그의 말에 지민이 대답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이 너무 밝으면 눈이 부십니다. 결국 눈이 멀어버릴까 겁내는 것이 이치이옵니다.”

  그의 대답에 정국은 하! 하고 웃었다. 어찌 천민이 이렇게 지혜롭고 아름다운 말을 한단 말인가.

  “자네는 어찌 글과 아름다운 어휘를 익혔어? 너무 궁금해.”
  “저는 아는 것이 없사옵니다. 그저 선비님의 가르침을 받았을 뿐입니다.”

  또다시 그의 대답에 정국은 감격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나긋나긋 말하는 말투마저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이제… 이 손을 놓으시지요. 제 옷이 더러워 선비님께 묻을까 염려됩니다.”

  지민은 자신의 어깨를 꽉 쥐고 있는 손길에 입술을 달달 떨며 말했다. 그의 손이 닿은 곳이 화끈거렸다.

  “자,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무엇을 말입니까.”
  “나는… 나는… 이 반상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말씀은… 조금 위험하옵니다.”

  지민은 혹시 누가 들을까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정국과 자신, 그리고 흩날리는 꽃잎뿐이었다.

  “어때, 자네는? 양반과 천민은 마음을 나누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해?”
  “제가 어찌 그것에 대답을 하겠습니까.”
  “말해줘. 일 년 동안 서신을 주고받았어도, 별을 보기만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인지.”
  “강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듯, 그저 순리를 따를 뿐입니다.”
  “…….”

  정국은 조금 격앙된 감정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두려웠다. 이미 그를 연모하고 있는데… 마음이 일방적인 것일까 봐.

  “다만…”

  그러나 이어지는 지민의 말에 정국이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그 강을 흐르게 만든 조물주를 탓할 수 있다면 탓하겠사옵니다.”

  정국은 그의 대답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끌어안았다. 다행이었다. 그도 자신을 연모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 흐르는 강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그에게로 흘러가는 마음을 잡을 길이 없다. 그게 신분의 차이이든 뭐든 간에, 다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두 사람은 달빛 아래를 걸었다.

  정국은 지민의 옆모습을 보며 걷는 것이 좋아서 한 발자국 떨어진 채로 계속 그를 쳐다보았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지금 이 순간 내리고 있는 꽃비마저 만남을 환영해주는 것 같았다.

  “이름이 무엇이니.”
  “박지민입니다.”
  “예쁜 이름이구나, 지민아.”

  정국은 표현해본 적이 없어 서툴렀고, 지민은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 서툴렀다. 둘 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란히 걸으며 봄바람을 맞았다.

  “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
  “…….”
  “보름 후에 성균관엘 들어가게 된다. 그 전까지 매일 보고 싶구나.”
  “어찌 감히 제가 선비님을….”
  “이곳에서 또 보자. 매일 나와 줄래? 서신 대신 얼굴을 보고 내게 말해다오. 응?”

  다정한 정국의 말에 지민은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약조해 줘. 응?”
  “…….”

  저를 향해 조르는 정국의 목소리는 거절할 수 없을 만큼 애달픈 구석이 있었다. 지민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정국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렇게 다음날 밤이 되었고, 지민은 나타나지 않았다.





*






  정국은 약속한 곳에 나오지 않은 지민이 야속했다. 두 시진이 넘도록 기다렸으나 결국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다 다음 날도 그랬다. 세책방 안에서도 기다려보았지만 지민은 오지 않았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 그에게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기다림이었다.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이 이렇게나 가슴이 옥죄어 올만큼 아픈 것임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정국은 우울한 마음에 화선지를 펴고 글을 썼다.


  지민. 그대는 어찌 사내가 되어 화용월태(花容月態)하여 내 맘을 흔드는가.


  그에게 푹 빠져버린 정국은 매일 편지 같은 글을 쓰면서 지민을 그리워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성균관 입성까지 열흘이 남았다. 하루하루 지민을 그리다 보니 성균관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함께 성균관에 들어갈 동기들을 만나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여태 핑계를 대며 계속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지민, 지민의 얼굴만 보고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연모하는 이 때문에 자신이 망가진다면, 혹시라도 그를 만나게 되었을 때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 정국은 기운을 차리고, 함께 신방례를 준비할 동기들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함께 수학하며 어울릴 자들이니 곁에 두는 편이 좋았다. 정국은 그 중 한 명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 상민이라는 자였는데, 그의 아비는 높은 관직을 가지진 않았으나 도성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그의 집에 도착하자 화려한 술상을 대접 받았다. 사치스러운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정국의 성미와는 영 맞지 않았다. 상민은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고, 조금 간사한 눈매를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닥 가깝게 지내고 싶어지는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나 성균관 동기들을 초대해 거하게 부를 자랑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정국은 음주가무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조용히 앉아서 동기들과의 대화에만 끼어볼 작정이었다.

  한참 술상과 함께 기생들의 가무를 멍하게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술상에 추가로 올릴 술과 음식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정국은 놀라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분명히 지민이었다. 우연찮게도, 지민이 상민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지민은 쟁반을 받쳐 들고 상으로 걸어오다 말고 정국의 얼굴을 발견했다. 지민이 그를 보자마자 경직된 채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쟁반을 든 손이 달달 떨렸다. 그 바람에 쟁반 위의 술병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정국이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술병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도자기 병의 파편이 바닥으로 마구 튀었다.

  “야!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상민이 지민을 향해 버럭 화를 내며 윽박질렀다.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듯, 기생들의 가야금 소리가 끊어졌다. 식어버린 분위기에 놀란 지민이 황급히 제 주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평소에 화가 나면 매질을 했던 큰 도련님이기에, 지민은 그 앞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같은 곳에 정국이 있다는 사실이 미칠 것 같았다. 혹시라도 그의 앞에서 도련님에게 맞는다면, 눈물을 멈추지 못할 것 같았다.

  상민이 술기운에 벌겋게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지민을 때리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정국은 상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지민을 보자 속에서 화가 끓어올랐다. 하인이 취해야 할 당연한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렇게 찾고 찾던 소중한 지민이 이런 꼴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성질이 났다.

  정국이 화를 눌러 참으며 다급하게 상민의 손을 막았다.

  “에이 자네. 좋은 날에 너무 격해졌어.”
  “…뭐야?”
  “한 잔 받게.”

  정국은 입가에 경련이 오는 것을 꾹 참으며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상민이 굳은 얼굴로 지민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차갑게 식은 채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성균관 동기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어 본 상민이 조금 진정했는지 격해진 감정을 갈무리했다.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험한 꼴을 면한 지민이 허리를 숙이며 도자기 파편을 챙겨 그곳을 빠져나왔다. 급한 손짓에 손가락 끝이 베어 핏방울이 맺혔으나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자신을 보고 있는 정국의 눈빛이 느껴졌다. 지민은 너무 놀라고 비참해서 장독이 있는 뒤뜰로 달려갔다. 눈물이 마구 터졌다. 지민이 장독을 붙잡고 앉아 엉엉 울었다.

  자신의 주제를 알기에 정국을 부러 피했는데…. 이렇게 마주친 것이 못 견디게 기쁘기도 했으며,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한없이 초라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에 비해 정국은 처음 본 날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와 자신의 차이가 온 몸으로 밀려들어 왔다.



  한참을 울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조용히 지민의 몸을 끌어안았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제 몸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비단 옷이 보였다. 단번에 정국인 것을 알아차렸다.

  “어, 어찌 이러십니까….”
  “너 울지 말라고.”
  “놓아주세요.”
  “네가 나오지 않아서 나도 이렇게 울었어. 그때마다 누가 이렇게 안아주었음 싶더구나.”
  “…….”
  “너는 너무했어. 어떻게 나를 울리니.”
  “선비님….”

  등 뒤에 닿는 정국의 가슴팍에서 맥박이 쿵쿵 뛰었다. 지민은 제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소곤거리는 정국의 목소리에 등줄기를 타고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싫지 않았다.
  
  “서찰을 많이 썼는데 네가 나오질 않으니 어떻게 전해주겠어.”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저는 미천한 몸입니다.”

  지민이 어깨를 떨며 말했다. 그러자 정국이 그의 몸을 놓아 자신을 바라보게 돌리고는 그의 양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내가 너를 연모해서 그러는 거야.”

  그 말에 지민은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널 연모하는 내 마음도 미천하다 할 거야?”

  지민은 그에게 얼굴을 꽉 붙잡힌 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에게 직접 연모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처음이다. 이렇게 애타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봐준 적도 없었으며, 아무 것도 생각지 않고 품에 안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정국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보드라운 그의 비단 옷에 뺨을 댔다. 이 순간, 다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 마음을 다 알겠다는 듯 정국의 손이 지민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잠시만 이러고 있자.

  달콤한 도련님의 목소리에 지민은 눈을 꼭 감았다.





















(+) 예전에 풀었던 썰 너무 길어서 편 나눴어요.
성균관 이야기로 이어져요~
담 편 늦지 않게 다듬어 가져올게요. 슝 :-)
kiyot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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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mchim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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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짐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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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뿡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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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뿌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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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  | 180421   
와 랠리님 이건ㅜㅜㅜ 정말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는지♥ 혼자보기 아까워 다른 사람에게 추천도 해줬는데, 진짜 역시 랠리님이시네용👏👏👍
푸르른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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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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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국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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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 18042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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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k7  | 18042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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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사랑해요  |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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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비  | 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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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  | 18042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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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cookky  | 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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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앙  | 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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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nca  | 180422  삭제
긴말 필요없다 . 그냥 랠리님 최고!!!!!!!!!!!!!
릴리  | 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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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듀듀  | 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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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Heather  | 180424   
랠리님
감사합니다.
무엇에도 동요되지 않으시고
자기길 걸으시는 슨생님
그 길이 꽃길이 아닐때도 있겠지만
우린 꽃길인양 걷고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Bimbim  | 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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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달  | 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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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자  | 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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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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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침  | 18043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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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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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  |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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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 1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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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누나  | 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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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뮤  | 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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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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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람  | 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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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칩칩  | 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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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루미  | 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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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chiGili  | 18070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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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국민  | 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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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 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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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포에버  | 18082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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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 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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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숙  | 181110   
마음이 소록소록 거리네요..
빨리 다음편을 봐야겠어요....
랠리님 최고👍👍❣
와드릅나  | 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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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밥  | 190102   
랠리님 최고...ㅠㅠㅠ
욜라프  | 1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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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치미키  | 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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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웅냥  | 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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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  | 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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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돌어블국민  | 1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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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니맘  |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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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리  |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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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가링  | 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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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 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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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 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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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ok  | 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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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링  | 19050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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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kyo  | 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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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윤  | 1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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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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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 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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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꾹  | 190518   
랠리님의 글재주는 천상계에 있다
라떼  | 1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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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밍  | 1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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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 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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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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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ny1013  |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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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  | 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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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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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구미복숭아  | 19071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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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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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쟝  | 190712  삭제
랠리님 존재 무엇... ㅠㅠ 어떻게 이렇게 다방면에 박식한 글을 쓰시는겝니까.. 하아.. 대단하시옵니다.
감동  |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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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꾸꾸정  |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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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나  | 190713   
너무아름다워요
섹시발랄  |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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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만  |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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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a  | 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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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애  | 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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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jung1013  | 1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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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짐니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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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침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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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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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키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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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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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이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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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달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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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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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세상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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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불가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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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뿌우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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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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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밍  | 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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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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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부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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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꾸꾸  | 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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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찡이  | 190821   
정국도령 한복입은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요
방울방울  | 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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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ate  | 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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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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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리  | 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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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oia  | 190922   
랠리님 최곱니다 신분 차이 진짜 너무 좋아합니다.. 짚신 신은 지민이랑 꽃신신은 정국이가 아른거립니다
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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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침  |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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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