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ALL KM (18) etc (2)
여왕벌 랠리 씀



여왕벌













“뭘 봐 이 새끼야.”

정국의 눈이 자신을 둘러싼 덩치들을 차례로 훑었다. 파란 수감복을 입은 사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국은 황토색 옷을 입고 있었다. 온갖 강력 범죄자들이 모이는 청송 제1교도소에 미결수 신분으로 수감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국은 하얗고 앳된 얼굴을 하고 사내들에게 눈을 맞췄다. 동그랗게 빛나는 눈동자 안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담겨있지 않았다. 정국의 태도에 사내들이 헛웃음을 쳤다.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만큼 어린 녀석이 겁도 없이 똑바로 쳐다보며 입 꼬리까지 실룩거리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한 사내가 감방의 창살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손거울로 밖을 비추며 망을 보기 시작했다.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덩치가 제일 좋은 놈 하나가 소매를 동동 걷으며 정국의 가슴팍을 벽으로 세게 밀쳤다. 등을 부딪친 정국이 느릿하게 턱을 들었다.

“아야. 아저씨 거 참. 말로 하시지.”

정국의 입에서 터진 말에 감방 안의 사내들이 어이없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며 하나 같이 입을 벌렸다. 정국이 피실 웃으며 뒷목을 긁더니 제 앞의 놈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저씨. 내가 여기 뭐로 왔는지 알아요?”

정국의 당돌한 태도에 되레 당황한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네깟 놈이 뭐로 왔든, 하며 정국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렸다. 정국이 그의 손아귀에 잡힌 채로 이가 보일 만큼 입을 크게 벌려 웃다가 별안간 빠른 행동으로 덩치를 끌어당겼다. 그의 큰 몸을 손쉽게 돌리고는 뒤에서 헤드락을 걸었다. 제 팔뚝 안쪽으로 그의 목을 가두고 조이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 그의 옆 턱을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목 줄기에 판판한 긴장이 들어갈 만큼 당기며 목을 비틀 태세를 갖췄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감방 안에 있던 사내들이 모두 놀라 뒷걸음질 쳤다.

“연쇄 토막살인, 검사 살해 및 시체유기, 형사반장 살인미수.”

정국이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무시무시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수감자들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국이 제 가슴팍에 5813이라고 쓰인 수인번호를 향해 턱짓을 했다.

“나 재판 끝나면 빨간 딱지 달아. 그게 무슨 말인 줄 알아? 무서울 게 없단 뜻이야.”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본 사내들이 슬금 눈을 피했다. 그의 팔뚝 안에 목을 잡혀 있는 덩치가 두려운 얼굴로 제 숨통을 옥죄어 오는 정국의 팔을 다급하게 쳤다. 순식간에 감방 안이 얼어붙었다. 그 와중에 말간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는 정국을 보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말이 떠 다녔다.

‘이 새끼 도라이구나.’




*





연쇄 토막살인, 검사 살해 및 시체유기, 형사반장 살인미수.

는 무슨….

정국은 깜깜한 감방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픽 웃었다. 진짜 그렇게 하고 싶었지. 시발. 내가 언젠가는 걔네 다 죽여버릴 거니까! 머릿속으로 민 검사와 김 반장을 떠올린 정국이 이를 악 물었다.

경찰대를 졸업하자마자 마약전담수사를 선택한 전정국 경위. 그는 마약반으로 발령이 난 지 일주일 만에 민 검사에게 불려갔다. 으슥한 룸 안에는 형사 반장도 함께 있었다. 의아해하며 앉은 정국은 그들로부터 경악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정국이 교도소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수사지휘가 이딴 식이야! 하고 생각한 정국은 당장에 싫다고 고개를 내젓고 싶었지만, 생 신입 주제에 그럴 용기는 없었다.

왜 하필 저예요? 라고 반문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네 얼굴 아는 놈은 감방에 없으니까.’

결국 정국은 선택권 없이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과 맞장 뜨라고 배운 무술이 아닌데, 하며 한숨을 폭 쉬었다. 어린 나이, 여유로운 성격, 높은 신체조건, 제 몸 하나쯤 건사할 수 있는 기본 능력치를 갖춘 정국은 아무래도 잠입 수사에 가장 탁월한 인재였다. 그가 청송교도소에서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박지민에게 접근해라.

국내외 마약 유통을 꽉 쥐고 있는 최 회장의 오른 팔이 청송교도소에 있다고 했다.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접근해서 좀처럼 잡히지 않는 마약 사업의 실마리를 잡는 것이 목표였다. 박지민은 청송교도소의 왕이라고 했다. 정국은 앞으로의 수감생활을 상상하며 입안에 침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첫날부터 신경전을 하느라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더니 등줄기가 뻐근했다. 정국의 수감 첫날이 순식간에 지나고 있었다.

그래. 그까짓 왕, 내가 잡아준다.




*





첫날 감방 안에서의 소란이 금세 소문이 난 건지 운동장에 있는 내내 곳곳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정국은 구석진 곳에 앉아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수감자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황토색 수의를 입은 미결수는 자신뿐이었다. 자연스레 정국을 향해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검사님도 참, 기왕이면 파란 옷 입혀주지. 이게 뭐야 부담스럽게. 정국은 속으로 뇌까리며 마주쳐오는 눈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다 받아주었다.

잠시 뒤 어느 험악하게 생긴 무리가 정국의 앞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눈앞에 그늘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정국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커다란 덩치들이 햇빛을 가리고 정국을 둘러싸고 서있었다.

“왜 그러고 섰어요. 광합성 좀 합시다.”

정국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그렇게 말했다. 정국의 미성을 듣자마자 한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의 옷깃을 잡아 들어올렸다. 바윗덩어리만한 팔뚝을 달고 다니는 사내에게 끌려 쉽게 몸이 일으켜진 정국이 그를 마주보았다.

“당돌한 새끼네.”
“형님, 이놈이 어제 그 방에서…”

옆에 있는 남자가 말을 끝까지 잇지 않고 얼버무리자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정국을 질질 끌고 걸음을 옮겼다. 교도관들이 날카롭게 그 모습을 지켜봤지만 아무도 저지하지 않았다. 정국은 무지막지한 힘에 질질 끌려가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교도소 관리 엉망이네 아주. 그가 무리의 손에 끌려가는 것을 모든 수감자들이 쳐다봤다. 으레 있는 일인 듯 아무도 동요하지 않았다.

정국은 식료품 창고에 다다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닥으로 세게 내팽개치는 손길에 정국은 바닥을 굴렀다. 넘어지며 바닥에 쓸리는 바람에 정국의 광대에 얇은 생채기가 났다. 정국이 쓰라린 뺨을 손으로 매만지며 신경질 섞인 비음을 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의 끝에 의자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

체구가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였다. 그는 모범수들이 입는 보라색 수감복을 입고 삐딱하게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정국이 그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1013이라는 수인번호가 보였다. 1013. 1013. 정국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박지민이다.

말도 안 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자신을 향해 고요하게 눈을 맞추고 있는 지민을 보며 정국은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험상궂은 사내 여러 명을 양 옆에 거느린 채로 의자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청송교도소의 왕이라는 수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거대한 덩치에 험악한 인상을 가졌거나, 얼굴에 주름처럼 칼 빵을 달고 다니는 날카로운 사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마약 조직을 이끄는 회장의 오른팔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앞의 지민은 예상과는 절대 맞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의 가녀린 몸과 흰 피부는 어두컴컴한 식료품 창고 안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덩치 하나가 지민을 향해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지민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정국을 향해 걸음을 뗐다. 느릿한 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정국은 지민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가 가까이 오는 과정을 끊임없이 눈에 담아냈다.

“애기는 몇 살?”

별안간 얼굴을 가까이 들이 댄 지민이 빙긋 웃으며 정국을 향해 물었다. 조금 높은 톤의 목소리였다. 웃음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에게서 담배 냄새가 났다. 정국은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지민을 향해 비실 웃었다.

“왜요. 까까 사주게요?”

당돌한 정국의 말에 지민이 파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얀 이가 드러나고 눈꼬리가 휘어지는 예쁜 미소였다. 정국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지민의 곁에 있던 덩치들이 주먹을 쥐며 가까이 다가오려 했다. 그러자 지민이 손바닥을 흔들며 그들을 만류했다.

“괜찮아 괜찮아. 귀엽네?”
“…….”
“그런데 그렇게 무시무시한 일을 했단 말야?”

어제 같은 방 놈들에게 허풍 친 것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네. 그러니까 저 건들지 마세요. 당장 목 따드릴 수 있어요.”
“이 새끼가.”

정국의 도전적인 말에 덩치 하나가 못 참겠는지 정국의 머리채를 움켜쥐더니 따귀를 세게 올려붙였다. 그가 비틀거리다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두툼한 손바닥에 옆 턱을 강하게 맞은 충격으로 인해 현기증이 일었다. 턱이 얼얼하고 정신이 오락가락 할 만큼 강한 힘이었다. 일방적으로 맞는 것엔 익숙하지 않은 정국이 제 턱을 매만지며 눈을 치켜떴다. 지민이 가만히 팔짱을 끼고 서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재빠르게 일으킨 정국이 제 뺨을 친 덩치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다리를 휘둘러 그의 몸을 넘어뜨렸다. 크게 한 바퀴 구른 덩치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국이 그 위에 올라타 목울대를 한 손으로 세게 잡았다. 덩치가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정국의 손을 뿌리치려 바르작거렸다. 정국이 입 꼬리를 올리며 그 숨통을 꽉 쥐었다. 급소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죽지 않을 만큼만 힘을 조절하자, 금세 숨이 부족한 그가 정신을 잃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란 사내들이 주춤했다.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잠시 기절 했어요. 마음만 먹으면 죽였어요, 내가.”

정국이 몸을 일으키며 지민을 향해 웃었다. 지민이 웃음 띤 얼굴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국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흥미가 가득 담겼다. 지민이 손바닥을 정국의 앞으로 내밀었다.

“형이랑 놀래?”

정국은 그 작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손은 잡는 것 대신 하이파이브를 하듯 짧게 접촉했다가 뗐다.

“애기는 예뻐 해줘야 잘 크는 거예요.”
“푸흐… 맞아.”
“애기가 성깔이 좀 더러워요.”
“맞아. 그래 보여.”

정국은 새초롬하게 자신의 말에 대꾸를 하며 웃는 지민을 보며 생각했다.
왕은 무슨 왕. 여왕벌이 따로 없네.




*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이었다. 저렇게 위화감이 없는 사람이 거대 조직의 주요인물이란 것이. 뭘까. 그의 강점이 무엇일까. 정국은 그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정국은 감방 벽에 기대 앉아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지민에게 첫인상은 잘 심은 것 같은데 그 이후로 반응이 없었다. 형이랑 놀자며. 그럼 뭐라도 같이 놀자는 제안이 와야 할 것 아냐. 정국은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이 조금 조급하게 굴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수감생활이 이제 막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두 달 뒤 지민의 가석방 전까지 그의 눈에 들어야 했다. 그래야 교도소 밖에서의 2차 잠입 수사가 가능했다. 책임감이 돌덩이처럼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지민은 운동장에서도 철조망에 기대 있는 정국을 향해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여전히 제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덩치 무리를 양 옆으로 거느린 채 말이다. 정국은 일부러 더 지민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시비라도 걸 참으로 말이다. 그러나 지민은 스치듯 눈을 마주치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팔짱을 끼고 앉아서 덩치들이 재롱을 떨며 노는 것을 구경하기만 했다.

그래 전정국. 아직 시간이 있어. 천천히 하자.




정국이 식판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같은 방을 쓰는 놈들조차 정국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벌써 교도소 안에 소문이 쫙 돌았다. 5813은 미친놈이다. 건드리면 안 된다. 정국은 자신을 힐끔거리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산스럽게 젓가락질을 하며 밥을 먹어치웠다. 식판을 싹 비우고, 밥 한 공기를 또 떠와서 쩝쩝거리며 배를 채웠다. 콩밥 아니고 쌀밥이네. 먹고 살 만하네. 정국은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가 두 번째 식판을 다 비워갈 때쯤 누군가가 그의 맞은편에 다가와 앉았다. 정국이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다 말고 눈을 올려 떠 앞을 확인했다. 보라색 수의. 지민이었다. 그가 턱을 괴고 정국이 먹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콩밥 먹는 거 처음 봐요?”
“참 맛있게 잘 먹는다 너.”
“한창 클 때라서 그래요.”
“푸훗.”

지민은 정국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귀엽네. 하고 작게 말한 지민이 정국의 입에 묻은 밥풀을 손가락으로 떼어주었다.

“예뻐 해달라더니 왜 안 찾아와?”

그 말에 정국이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첫인상이 제대로 구미를 당긴 모양이었다. 정국이 삐죽 웃으며 턱을 내밀어 지민의 뒤에 서있는 덩치들을 가리켰다.

“저기 고깃덩어리들이랑은 놀기 싫어서요.”

그 말에 지민이 고개를 틀어 덩치들을 쳐다보았다. 사내들이 정국의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욕을 내뱉었다. 덩치들의 위협적인 모습에도 정국은 조금도 졸아 붙지 않고 여유 있게 빙긋 웃었다. 지민이 또 깔깔거리며 웃었다.

“너 진짜 봬는 게 없구나?”
“네. 말했잖아요.”
“재밌어.”
“재밌으면 저 좀 데리고 노세요.”

정국이 남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제 아무리 날뛰어봤자 이곳에 있는 조폭 놈들이 단체로 달려들면 뼈도 못 추릴 것이 분명했다. 정국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를 어느 정도로 도발해야 하는지, 어떤 속도로 다가가야 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정국은 긴장을 감추기 위해 부러 웃었다. 지민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정국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똑바로 눈을 맞춰오고 있었다. 지민이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식후 땡이나 하면서 뭐하고 놀지 생각해볼까?”

정국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





정국은 지민이 부르는 대로 식료품 창고 옆 환풍기가 달린 좁은 공간에 들어갔다. 어느새 덩치들을 떼어놓은 지민이 담배 한 개비를 정국에게 흔들어보였다. 지민이 그의 입술 사이에 담배를 끼워주고는 라이터 대신 불붙인 자신의 담배 끝을 가져다 댔다. 정국은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그의 얼굴에 무척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살면서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보지 않은 정국은 지민과 담배 끝을 맞댄 채로 가만히 있었다. 눈을 내리 깔고 담배 끝을 바라보는 지민의 모습이 매우 가까웠다. 그 하얀 얼굴에 정국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뭐야.”

그가 필터를 빨아들이지 않고 가만히 물고 있기만 하니 불이 붙을 리가 없었다. 지민은 가만히 기다려주다가 불이 한참 붙지 않자 떼어내고는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정국은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지민을 향해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 담배 안 태워봤구나?”
“…아닌데요.”

당황한 정국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걸 보고 피식 웃은 지민이 정국에게서 담배를 빼앗은 후 자신의 것을 그에게 물려주었다. 몇 번 빨아 축축한 필터가 입술 사이에서 느껴졌다. 정국은 그 순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필터를 조금 빨아들였다. 담배 연기가 입 안으로 화악 들어왔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기침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은 정국이 벌겋게 충혈이 된 눈을 들킬세라 급히 시선을 돌렸다.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처음 피웠나봐. 애기라서 그런가?”

그러나 금방 들키고 말았는지 지민이 재미있다는 듯 피실거렸다.

“…끊었어요. 담배.”

어색한 변명인 줄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정국은 제 머리를 세게 치고 싶었다. 지민이 어느새 자신을 보며 또 깔깔거리고 있었다.

“한 번 속아줄게.”

지민이 그렇게 말하고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담배를 태웠다. 뿌연 연기가 환풍구를 향해 움직였다. 정국은 그의 옆에 멀뚱히 서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통통한 입술 사이에 걸려있는 담배가 왠지 야하게 느껴졌다. 자꾸만 클로즈업한 것처럼 가깝게 보이는 지민의 입술 때문에 정국은 마음속으로 도리질 쳤다.

“뭐 하다 굴러왔어?”
“못 들었어요? 연쇄 토막살인, 검사 살해 및…”
“죄목 말고, 뭐 하고 살았냐고.”

지민이 눈을 나른하게 뜨며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정국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너 같은 애들 잡는 경찰인데…

“그러는 그쪽은요.”
“나?”

지민이 반 이상 타버린 담배를 바닥으로 던지고 발로 비벼 꼈다. 그리고는 신발 앞코를 하릴없이 창고 바닥에 톡톡 치더니

“그냥. 좆같은 거 하고 살았어.”

하고 한숨 같은 말을 내뱉었다. 정국은 그 순간 지민의 눈동자가 흔들린 것을 캐치했다.

“나가면 뭐 할 거예요?”
“음….”

지민이 그의 말이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듯 눈동자를 위로 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정국은 전혀 궁금해서 물은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대답이 듣고 싶어졌다. 지민이 입술을 말았다가 풀었다가 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더니 뽀얀 광대를 살짝 올려 웃으며 말했다.

“재밌게 살아야지.”

어떻게 사는 게 재밌는 건데요? 하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탈탈탈 돌아가는 환풍기 소리가 둘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민은 허공을 보며 생각에 잠긴 채로 혼자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정국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름 순수한 구석도 있네, 하고. 어쩐지 수감생활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





교도소 안에서의 지민의 힘은 엄청났다. 교도관들도 그의 말에 쩔쩔맸다. 지민은 사무실을 개조해서 만든 독방을 쓰는가 하면, 마음껏 담배를 피웠으며, 원한다면 술 한 상을 가득 차려 먹기도 했다. 지민의 말 한마디에 교도소 내에 담배 유통의 흐름이 움직였다. 정국은 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그가 어떻게 해서 이런 힘을 얻은 건지 궁금했다.

운동장 구석에 앉아서 지민의 무리를 살펴보았다. 시도 때도 없이 재소자들이 찾아왔고, 밀거래라도 하는 듯 은밀하게 움직였다. 지민은 그들의 중앙에 앉아서 고요하게 앞머리를 쓸어 넘길 뿐이었다. 멀리서도 하얗게 빛이 나는 듯 했다. 정국은 한참이나 이해 안가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대뜸 근처에 앉아있는 재소자 한 명에게 물었다. 같은 방을 쓰는 녀석이었다.

“쟤 대체 뭐야?”

갑작스런 정국의 물음에 놀란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돌아보았다.

“1013. 쟤 뭐냐고. 비리비리하게 생겼는데 왜 다들 쩔쩔매?”

그러자 녀석이 정국을 보며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정국을 향해 급히 검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 대며 쉿- 쉿-을 외쳤다.

“미쳤어. 말조심 해. 여기서 1013 말이면 사람도 죽어 나가.”
“뭐? 말도 안 돼.”
“진짜야. 교도소장도 약쟁이거든. 킥킥.”
“와….”
대박 썩었네. 정국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환멸감이 차올랐다.

“암튼 조심해. 저쪽 조직 장난 아냐. 최 회장은 특히나 악명 높아.”
“근데 1013은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앉은 촉새 같은 녀석은, 정국이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마다 말해주고 싶어서 안달 난 표정으로 신나게 지껄였다. 녀석이 정국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몰랐어? 최 회장 이거잖아.”

그 말을 들은 정국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정국이 되묻자 녀석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낄낄거리며 새끼손가락을 마구 흔들어보였다. 그리고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그랗게 만들고는 새끼손가락을 그 안으로 쑤셔 넣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눈을 뒤집어 까며 오버스럽게 ‘하앙, 흐응.’ 하며 신음 뱉는 연기를 했다.

“…….”

정국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지민을 두고 저질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들으니 묘하게 기분이 더러워졌다. 시발. 이 기분 뭐지? 정국은 심장이 펄떡이는 것을 느꼈다. 정국이 혀를 입 안쪽에 굴리며 볼 사탕을 만들었다. 아 기분… 좆같네.

눈치 없이 계속 신음소리를 흉내 내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녀석의 이마를 잡고 철조망으로 세게 밀었다. 녀석이 머리를 쾅 박고는 윽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지랄. 1절만 해. 재수 없게.”

정국이 바지를 털고 일어나서는 발을 쿵쿵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순간 멀리 있던 지민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잔잔히 띄워져 있었다. 정국은 눈을 부릅뜨고 지민의 옆에 서 있는 덩치들을 훑어보았다.

점점 더 바닥에 깔리는 기분을 느끼며 홱 돌아섰다.




*





지민은 시시때때로 정국을 창고로 불러냈다. 그는 덩치들을 떼놓고 혼자 와서는 환풍기 앞에서 담배를 태웠다. 가끔은 정국의 얼굴에 대고 담배연기를 후욱 내뱉어서 기어코 정국이 기침하는 꼴을 보기도 했다. 정국이 켁켁거리며 그를 노려보면, 지민이 싱긋 웃으며 담배를 비벼 끄곤 재미있다고 깔깔거렸다. 아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나도 담배를 처음 피웠을 때 너처럼 그랬는데.”
“내가 어땠는데요?”
“어지러워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오랜만에 피워서 그런 거라고 둘러댔지.”
“참 나. 내가 언제 그랬다고.”

삐죽거리는 정국을 향해 지민이 귀엽다는 듯 뺨을 가져가 비볐다. 매캐한 담배연기로 인해 정국이 기침을 참지 못하고 콜록거렸다.

“너처럼, 나도 지는 게 싫었어.”
“지금은요.”
“지고 산 지 오래지.”

정국은 그의 말이 의아했다. 누가 봐도 이 교도소 안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가끔 지민은 이렇게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럴 때면 정국은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몰라서,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던졌다.

“나한텐 맨날 이겨요 그럼. 내가 져줄게.”




*





자연스럽게 하루 일과 중에 정국을 불러내 그의 무리 안에 끼워서 다녔다. 정국은 그의 왼쪽에 바짝 붙어 다니면서 그가 교도소 안에서 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재소자들에게 담배를 몰래 유통하는 것뿐 아니라 큰돈을 받고 마약을 거래하기도 했다. 주로 거래는 재소자들과 이루어졌지만 면회객을 통해 마약이 밖으로 새 나가기도 했다. 애초에 그것을 노리고 시작한 것일 터였다. 교도관들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지민의 조직은 어려움 없이 교도소 내 패권을 장악했다.

낮에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일들을 주관하던 지민은 밤만 되면 철부지 어린애처럼 변했다. 혼자 쓰는 방으로 정국을 불러들이고는 자장가를 불러달라는 둥, 책을 읽어달라는 둥, 요상한 부탁을 했다. 정국은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혼란스러웠다.

“애기는 내가 아니라 형이네요.”

정국은 어느새 지민을 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애기는 예뻐 해줘야 한담서.”
“그래서. 형을 예뻐 해달라고요?”
“지금 그러고 있는 중 아니었어?”

지민이 머리 밑에 베고 있는 정국의 허벅지에 얼굴을 부볐다. 강아지처럼 귀염을 떨어대는 모습에 정국은 헛웃음이 터졌다. 지민이 정국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정국은 갑자기 심장이 쿵쿵거리는 것을 느꼈다.

“만져줘 머리. 잠 잘 오게.”

정국이 그의 말에 따라 길고 얇은 손가락으로 지민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마를 어지럽히는 까만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작은 귀를 손끝으로 조금씩 스치며 만졌다. 지민은 잠이 오는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정국은 눈 감은 그의 정면을 내려다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말 최 회장의 애인인 걸까. 그가 무엇이든 신경 쓸 이유가 없는데도 하루 종일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손을 타야 잠에 빠져드는 습관이 있는 지민. 목덜미나 어깨를 만져주면 기분이 좋아서 보송하게 웃는 지민. 그런 것들을 하나 둘씩 눈치 채니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왜 그런지 모를 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스킨십을 하며 엉겨오는 지민 때문에 정국은 열두 번도 더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흐르는 마음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계획대로 지민과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기분은 나아질 기색이 없었다. 지민이 자신을 향해 하얗게 웃을수록, 말을 걸며 손장난을 해올수록,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는 건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





정국은 약속된 날짜에 교도소의 공중전화기로 김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 안 가 전화를 받은 반장이 정국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쏟아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박지민과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는 것이었다. 그 물음에 정국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벌써 수감생활이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ㅡ 특이사항은 없고?
“…네.”

정국은 고민했다. 박지민이 최 회장의 애인이라는 걸 말해야 할까 말까. 자신이 지민과 가까워지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 그와의 관계에 대해서. 대체 어디까지 말하고 어느 부분을 숨겨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ㅡ 뭔데?
“최 회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정국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하더니 반장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렸다.

ㅡ 무시무시한 인간이지. 악질 중에 악질이야. 젊었을 적엔 제 부하 놈 인육을 먹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
ㅡ 그 정도 인물이니 지금 네가 거기서 고생하는 거지 인마.

정국은 전화를 끊은 후에도 얼마간 머릿속이 흔들렸다.
최 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나 떠나지 않고 그를 괴롭혔다.




*





어느 깜깜한 밤이 되자 정국은 지민의 호출을 받고 불려갔다. 감방 안에 있다가도 지민이 부르면 교도관이 문을 열어주었다. 정국은 순간순간 지민의 권력에 입을 떡 벌리곤 했다. 덩치들이 정국을 공용 샤워실 앞으로 데리고 갔다. 정국은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렸다. 샤워실 앞에는 덩치 네다섯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놈들이 정국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수감복 주머니와 소매, 허리 밴드, 속옷, 양말, 신발까지 꼼꼼히 손으로 짚어가며 뒤졌다.

“뭐야. 새끼들아.”

정국이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며 노려보았다. 정국의 몸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자 그제야 안심한 덩치들이 정국의 등을 샤워실 문 쪽으로 떠밀었다.

“들어가 봐.”
“뭐야?”
“들어가라고 이 좆만한 새끼야.”

덩치 하나가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정국을 밀쳤다. 정국은 욱하는 마음에 주먹을 휘두를까 하다가 꾹 참았다. 정국이 인상을 쓰며 구겨진 제 수의를 몇 번 털고는 샤워실 문을 붙잡았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덩치들끼리 하는 말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 좋겠다. 시발.”
“요즘 저 어린 새끼한테 꽂혔나 본데?”
“최 회장만 아니면 내가 벌써 따먹었을 텐데.”
“야 꿈도 크다. 난 입에다 딱 한번만 물려보면 소원이 없겠다.”
“그 소원도 너무 큰 거 아니냐?”

저들끼리 지민을 두고 더러운 소리를 지껄이며 킬킬거리고 있었다.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웃어대는 놈들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아가리를 찢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잔인한 생각들이 줄을 잇자 정국은 자기 자신에게 흠칫 놀랐다. 분노를 삭이며 샤워실 문을 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들끓는 감정이 너무 뜨거워 스스로에게 놀랐다.

힘없는 여왕벌은, 그렇게 벌집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샤워실 안으로 들어섰다. 물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한 구석에서 지민이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정국은 눈에 벌겋게 핏발이 서는 기분이 들었다. 지민이 인기척을 느끼고 정국을 돌아보았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민을 쳐다보았다.

“뭐해 안 오고?”
“왜요.”
“편하게 샤워 해.”

지민이 정국을 향해 손바닥만한 샴푸통을 던졌다. 얼떨결에 그걸 받아든 정국이 미동 없이 서서 지민의 나체를 바라보았다.

“왜 멀뚱히 서있어?”
“나 말고 여기로 불러본 사람 있어요?”
“…뭐?”

지민이 손을 올려 머리를 감다가 말고 샴푸 거품이 가득한 머리를 한 채로 되물었다.

“저 덩치 새끼들이랑도 같이 샤워 하냐고요.”

그 말에 지민이 어깨를 움직이며 픽 웃었다.

“아니.”

지민이 벽에 달려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웃기다는 듯 싱글거렸다. 그 대답에 정국은 안도감이 들었다. 정국은 그에게 더 끈질기게 묻고 싶어졌다.

“그럼 나는 왜 같이 해요?”
“너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 좋아요?”

그 말에 지민이 표정을 굳히고 가만히 정국 쪽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표정 없이 바라보다가 샤워기를 틀어 머리부터 물을 맞았다. 거품이 흘러내리면서 그의 까만 머리카락이 축 늘어졌다. 지민이 눈을 감고 얼굴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받아내며 몸을 닦았다. 느릿하게 샤워하는 몸짓을, 정국은 가만히 서서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
“…….”

물을 잠근 지민이 축축하게 젖은 몸을 정면으로 돌려 정국을 바라보았다.

“좋다면?”
“…….”
“좋다면 뭐 어쩔 거야?”

지민이 성큼성큼 정국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가까이 와서 선 지민이 정국을 향해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움직임이 없었다. 정국은 머릿속이 까맣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때 지민이 자신의 흠뻑 젖은 얼굴을 정국의 수의 위에 비비며 물기를 닦았다. 그의 황토색 상의에 물 자국이 묻어났다. 정국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 회장이랑 그런 사이라면서요.”
“뭐?”

지민이 인상을 썼다.

“그러면서 나랑 그래도 돼요?”
“야.”
“그래도 되냐고요.”
“너 지금…”
“된다고 말 해봐요.”

정국의 단호한 말에 지민이 정국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돼.”

그의 대답이 들리자마자 정국이 그를 벽에 밀어붙이며 입술을 겹쳤다. 급하게 그의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가 깊게 침범했다. 축축하게 젖은 혀를 찾아 엉기며 그의 젖은 몸을 팔로 감싸 안았다. 으응… 하는 그의 소리를 흘리며 지민이 양 팔을 그의 목에 둘러 감았다. 정국이 그의 뒷목을 붙잡고 거칠게 입술을 빨았다. 상쾌한 향기 끝에 달달한 맛이 느껴졌다. 쫀득하게 달라붙는 감촉이 좋아 몸에 자동으로 힘이 들어갔다. 입술의 점막끼리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샤워실의 더운 수증기가 몸에 열감을 더했다.

지민의 뜨거운 손이 정국의 수의 안으로 들어왔다. 정국은 그 순간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뗐다. 빨갛게 부풀어 오른 지민의 입술과 볼에 가득한 홍조가 보였다. 정국이 그의 맨몸을 덥석 잡고 끌어안았다. 품에 한 가득 들어오는 그의 마른 몸을 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복잡했다. 이유는 몰랐다.




*





정국은 지민의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 그를 끌어안았다. 품을 파고드는 작은 몸을 토닥였다. 지민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더니 천천히 내려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무얼 하느냐고 물으려는 찰나 정국의 말문이 막혔다. 지민이 그의 앞섶까지 몸을 내려 바지 위로 입술을 댔기 때문이다.

“…….”

정국이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며 찡그렸다. 지민의 머리통을 붙잡고 밀어냈다. 그러자 지민이 그의 손목을 잡아 치우고는 바지 밴드를 쑤욱 내렸다. 한 순간 헐거워지는 느낌에 놀란 정국이 이불을 들추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속옷 안까지 침범한 지민의 손이 그의 중심부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하지 마요.”

정국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지민은 그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어 그것을 삼켰다. 정국은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뜨끈한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낯선 느낌에 몸서리쳤다. 정국이 급히 지민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지민은 눈동자를 올려 그를 힐끔 보고는 정성스럽게 고개를 비틀며 턱을 움직였다. 입 안에서 혓바닥이 움직이며 살갗을 자극했다. 해면체 전체가 찌르르하게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국은 당장이라도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정국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터질 것 같은 신경을 꽉 붙잡았다.

“으….”

고요한 지민의 독방 안에 정국이 숨을 참는 소리와, 입술이 그의 살갗에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국이 참다못해 그의 얼굴을 세게 끌어 당겼다. 입안에서 그의 몸을 놓쳐버린 지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힘에 달려 올라왔다.

“더 하자… 괜찮아.”

그의 말에 정국이 고개를 저었다. 더 갔다간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정국이 상체를 들어 몸을 세워 앉았다. 벗겨진 바지 틈으로 딱딱해진 중심이 드러나 있었다. 지민이 정국에게 키스하며 그의 허벅지 위로 올라앉았다. 그의 몸통을 끌어안고 한참을 비비며 입을 끈질기게 맞추다가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훌렁 벗겨져 드러난 엉덩이 위로 정국의 손을 끌어다 올렸다.

“왜 그래요….”
“네가 시작했어.”
“내가 언제?”
“좋냐고 물었잖아.”

그게 왜요. 정국이 입술을 되는 대로 짓이겨 붙이며 물었다.
지민이 대답했다. 지금껏 누가 좋은지 안 좋은지 생각 못 해봤어.

그가 정국의 몸을 붙잡고 엉덩이를 들어 스스로 길을 찾았다. 뜨겁게 열이 올라있는 좁은 길을 찾아 비비다가 마침내 그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동시에 두 사람의 뜨거운 신음이 샜다. 정국이 도리질을 치며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조금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붙들고 있다가 점차 그의 몸이 적응될 때 쯤 그의 어깨를 놓아 주었다.

지민이 숨을 참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두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가 알맞았다. 마주본 채로 교합이 이루어지는 매 순간이 절정 같았다. 정국은 지금 자신이 교도소의 한 공간에서 그와 이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싶지 않았다.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어쩌면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을는지 모른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지민의 가석방 일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국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마음을 둘 다 붙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다. 그 사이 민 검사가 면회를 다녀갔다. 지민의 가석방 일정에 맞춰서 이곳에서 꺼내주겠다고 했다. 그 다음은 정국에게 달렸다고 했다. 지금껏 정국이 보고한 대로 마약의 유통 경로를 파악했으니, 이제 박지민을 통해 최 회장에게 더 가까이 접근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그의 수사 계획을 귀로는 듣고 있었지만 정국의 머릿속은 텅 비었다.
전부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쉽게 그럴 수도 없었다.

검사가 다녀간 이후로 정국이 정신을 팔고 다니는 걸 눈치 챘는지, 지민이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면회 온 건 누군데.”
“아… 가족이요.”

지민이 익숙하게 정국의 몸 위에 올라와서는 그의 얼굴에 잘게 입을 맞췄다. 애정 표현이 점점 많아지고 사랑스러워지는 그를 보며 정국은 더 머리가 아파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에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교도소에서 벗어난 후에도 그를 계속 보고 싶었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그를 안고 입 맞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그에게 털어놓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내가 사실 당신을 속였다고. 나는 경찰이라고. 내가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라고. 근데 네가 정말로 좋다고. 평범하게 계속 널 만나고 싶다고. 아니 아니. 나를 위해 다 버려줄 순 없겠느냐고. 이제는 좆 같이 살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말해야 할 것이 산더미라서 운을 뗄 수조차 없었다.

그 복잡한 심경을 모르는 지민은 끝없이 입을 맞춰오며 정국의 품을 파고들었다.

“나 나가면 넌 어떻게 할래?”
“…….”
“재판은 언제야?”
“음… 곧이요.”
“무섭다. 네가 영영 여기 갇힐까봐.”
“…….”
“나 없으면 애들이 엄청 괴롭힐 텐데.”
“…나도 나갈 거예요.”
“무슨 수로?”

그의 어떠한 물음에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정국아. 나도 계속 너랑 여기 있을까?”
“미친 소리 하지 마요. 나도 나갈 거야.”

정국은 속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조그마한 사고만 쳐도 가석방이 취소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가 그렇게 해 버릴까봐 두려웠다.




*





그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 채 며칠이 더 흘렀다. 그 사이 신입 수감자 한 무리가 청송으로 이감되어 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국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밥을 먹고 있었다. 지민의 가석방이 일주일 남은 상태에서 정국은 예민함이 극에 다다랐다. 혹시 자잘한 사건 사고로 누가 지민의 앞을 가로막을까 신경 쓰였다. 정국의 모든 오감이 그를 따라붙었다.

지민은 여느 때와 같이 양 옆에 덩치들을 거느리고 밥을 먹고 있었다. 정국은 지민의 맞은편에 앉아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따금씩 눈을 마주치면 그가 몰래 윙크를 했다. 한쪽 눈만 감는 것이 잘 안 돼서 나른한 눈꺼풀이 양쪽 다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정국은 예민하게 신경 쓰던 것도 잠시 거두고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정국이 밥 한술을 뜨고는 우물거렸다. 그러다 별안간 그의 시야에 낯선 남자가 잡혔다. 신입 재소자인 것 같았다. 정국은 아무 생각 없이 가까워지는 그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촉이 서는 것을 느꼈다. 어쩐지 낯선 남자의 걸음이 조금 빠르다고 느껴졌다. 지민의 등 뒤편에서부터 다가오는 걸음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그 남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낯선 남자가 손에 뾰족한 것을 쥐고 지민에게 달려들었다. 정국의 눈이 커졌다.

“…!!!”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정국이 빠르게 테이블을 타고 올라가 그를 발로 찼다. 테이블이 무너지며 그와 함께 뒤엉켰다. 어디선가 검붉은 피가 튀었다. 지민이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정국의 시선이 허겁지겁 그를 찾았다. 한쪽 팔에 칼을 맞은 지민이 표정을 구기고 피를 뚝뚝 흘렸다. 정국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진 사내의 목을 세게 졸랐다. 정국의 눈에 핏발이 잔뜩 섰다.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것처럼 급소를 눌렀다.

사내가 헐떡이며 숨이 넘어갈 때쯤 아슬아슬하게 교도관들이 달려와 진압봉을 휘둘렀다. 정국의 몸이 떨어져나가고 사내가 콜록거리며 거칠게 숨을 꺽꺽거렸다.

정국은 갑자기 현기증이 들었다. 몸 어딘가가 뜨거웠다. 지민이 정국에게 달려들어 피가 새어나오는 옷 위를 황급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정국의 옆구리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국은 눈앞이 깜빡이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정국이 눈을 뜨자 의료실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눈꺼풀을 느리게 껌뻑이던 정국이 고개를 돌렸다. 팔에 붕대를 감고 수의를 낑낑거리며 입고 있는 지민이 보였다.

“괜찮아요?”

정국이 아픈 옆구리를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갑자기 들리는 정국의 목소리에 지민이 놀라 황급히 그의 침상으로 다가왔다.

“큰일 날 뻔 했어. 너 미쳤어?”
“형이 맞는 것보단 내가 낫잖아요.”
“칼침 맞고 좋단다.”

지민이 정국의 마른 얼굴을 쓸어 만졌다.

“그 새끼는 어떻게 됐어요? 뭐예요?”
“…최 회장 사람이야.”

정국은 눈을 감고 탄식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나가야 했다. 정국은 반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무시무시한 인간. 악질 중에 악질. 그가 지민을 버리려고 작정했다면 앞으로도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일이었다. 왜일까. 우리의 관계를 들킨 걸까. 아니면 쓰임을 다 한 지민을 용도폐기하려는 걸까. 아무 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정국은 통증을 참으며 지민을 끌어당겨 안았다.

“형 미안해요.”
“뭐가?”
“내가 다 속였어.”
“…….”
“정말 미안해요. 나중에 다 말할게.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해.”

여왕벌은 세대가 교체되면 철저히 버림받는다.
자신을 지켜주던 벌들에 의해 잔인하게 뜯긴 채로.

그게 너무 두려웠다.




*





정국은 얕게 잠을 자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났다. 분명 의료실 침대에서 지민을 끌어안고 잠들었었는데 그가 없었다. 불안했다. 정국이 헐레벌떡 옆구리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의무과장이 놀라서 그를 저지했다.

“1013 어디 갔나요?”

그의 물음에 교도관들이 데리고 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국은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민의 가석방이 내일이었다. 의무과장은 책상에 앉아서 차트를 넘기고 있었다. 정국은 자신의 손과 침상을 연결해놓은 수갑을 내려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저 검사님께 전화 한통만 합시다.”




*




정국은 통증이 이는 옆구리를 붙잡고 식료품 창고를 향해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달렸다. 벌건 대낮인데도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창고 입구에서 정국은 아랫입술을 달달 떨었다. 굳게 닫혀있는 창고 문을 열었다. 끼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어두컴컴한 너머로부터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제발, 제발, 끔찍한 일이 없길. 정국이 처절하게 울면서 뛰어 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지민이 보였다.

정국의 울음소리를 듣고 창고 안에 있는 사내들이 하나같이 정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국의 눈에 지민이 한 가득 들어왔다. 폭행을 당한 건지 얼굴이 엉망으로 부어있었다. 그가 덩치의 손에 의해 머리채를 잡힌 채 울고 있었다. 붕대를 감아놓은 팔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그를 둘러싼 덩치들이 바지춤을 풀고 있었다.

정국은 돌아버릴 것 같았다. 황급히 달려가 그를 붙잡고 있는 덩치를 걷어찼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놈들이 달려들었다. 아수라장 속에서 정국은 지민을 감싸 안았다. 그들의 발길질을 그대로 맞았다. 칼에 찔린 상처가 터져 윽 소리가 나왔다. 정국은 단지 제 몸 아래에서 울고 있는 지민만을 생각했다. 집이 허물어지고, 결국엔 버림받은 가엾은 그를.

이제 가자. 나랑 같이 가자. 정국이 지민에게 입 맞췄다.
교도관들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며 함께 정신을 잃었다.










* * *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지민이 싱긋 웃었다.

“나쁜 놈들은 다 벌을 받았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에이 뭐예요. 시시해!”

학생들이 지민을 향해 원성을 보냈다. 어어, 진짠데. 이거 엄청 스펙타클한 스토리야. 이 녀석들아. 지민이 인상을 쓰며 짐짓 심각한 얼굴로 그랬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씨알도 안 먹힌다는 듯 웃으며 ‘노잼! 노잼!’을 외쳤다.

“이 녀석들아. 인생은 원래 권선징악이야!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뭐다? 본드, 부탄가스, 약물 오남용, 마약 이런 건 나쁜 거다!”

책상을 치며 결론을 내린 지민이 지그시 웃으며 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학생들이 가지 말라며 아쉬운 야유를 보냈다. 지민이 눈꼬리를 축 내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다음 이야기는 잘생긴 경찰 아저씨한테 물어봐!”

지민이 뒷문에 서 있는 정국을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정국이 그와 바톤 터치를 하고 단상으로 나왔다. 잘생긴 경찰 아저씨의 등장에 여학생들이 괴성을 지르며 아까보다 더 좋아했다. 정국이 능청스럽게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하고는 준비해온 PPT 자료를 열며 강의를 시작했다. 벌써 1년 째 정국은 그가 속한 지방경찰청에서 청소년 약물 오남용 교육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지민과 함께였다. 지민은 뒷자리에 앉아 잘생긴 경찰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빙긋 웃었다.

40분간의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과 일일이 셀카를 찍어준 정국이 녹초가 된 얼굴로 지민에게 다가왔다. 한껏 가엾은 표정을 지으며 큰 키를 굽혀 지민의 어깨 위에 턱을 올렸다.

“너무 힘들어요. 아 기운 빠져.”
“잘만 하던데.”
“인기가 너무 많아도 힘들어.”

정국이 큭큭 웃으며 지민을 끌어안았다.

“잠깐만 기다려요. 나 오늘 칼 퇴근 할 거야.”
“그래도 돼?”
“응. 경감님 허락만 받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빈 교육장을 휘휘 둘러보던 정국이 빠르게 지민에게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미쳤어! 하며 지민이 얼굴을 뒤로 빼자 그가 장난스럽게 목을 붙들고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아쉽다는 듯이 얼굴 이곳저곳에 쪽쪽거리며 버드키스를 날렸다.

“어서 다음 이야기 만들러 가야죠.”
“뭐?”
“잘생긴 경찰 아저씨와 여왕님이 밤에는 뭘 했는지.”

지민이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 긴긴 이야기 제목은 뭔데?”
“음… 청송에서 생긴 일?”
“미치겠다. 그건 무슨 장르야?”
“범죄 느와르 액션 섹스 스릴러 코미디요.”

아주 창조적이네. 깔깔거리며 웃던 지민이 정국의 엉덩이를 톡 때렸다.

“빨리 퇴근하고 오세요. 경찰 아저씨.”
“네. 다녀오겠습니다.”

정국이 그를 향해 경례를 한 후 수사과로 향했다. 지민은 그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5813과 1013의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몇 년이 흘러도 끝이 없이.







여왕벌 fin.

국민웹진 무비나잇에 기고한 글입니다.

잇츠미
 | 171122  삭제
허규규규규규규ㅠ귝 ㅠㅠㅠ 분위기에 취합니다 취해여 ㅜ 불한당 어떤 영화인지 몰랐는데 그래서 빡 와 닿았던거 같아여 ㅜ 위태로운 여왕벌과 그의 경찰에게 평화가 찾아와서 다행이예여 진짜 조마조마 하면서 스크롤바 내리고 있었어여ㅜㅜ 지금의 평화가 쉽게 얻은게 아니니 그들앞엔 꽃길만 있기를 잘 읽었습미다!
여담  | 171122   
비밀댓글입니다
릴리  | 171122   
비밀댓글입니다
수가 피치  | 171123   
비밀댓글입니다
꾸지람no.521  | 171125   
비밀댓글입니다
채채  | 171127   
비밀댓글입니다
망개찜  | 180131   
비밀댓글입니다
Havana  | 180222   
비밀댓글입니다
초코비  | 180503   
비밀댓글입니다
조예원  | 180505   
비밀댓글입니다
 | 180613   
비밀댓글입니다
하노  | 180624   
비밀댓글입니다
안녕해  | 180703   
비밀댓글입니다
홍실  | 180907   
비밀댓글입니다
응답하라국민  | 180910   
비밀댓글입니다
히히  | 180927   
비밀댓글입니다
Graygray  | 180929   
비밀댓글입니다
릴리  | 190112   
비밀댓글입니다
kmlove  | 190329   
비밀댓글입니다
어돌어블국민  | 190405   
비밀댓글입니다
꾸금조아  | 190406   
아악ㅠㅠㅠㅠㅠ자까님 사랑해여ㅠㅠㅠ
호로리야  | 190413   
비밀댓글입니다
국민에미쵸  | 190418   
비밀댓글입니다
최현정  | 190419   
비밀댓글입니다
렛아웃  | 190501   
비밀댓글입니다
제이  | 190515   
비밀댓글입니다
우브  | 190523   
비밀댓글입니다
알제이  | 190525   
비밀댓글입니다
국민아_가자  | 190601   
비밀댓글입니다
blade
 | 190601  삭제
비밀댓글입니다
라엘  | 190610   
비밀댓글입니다
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3   
어흑 ㅜㅜㅜㅜㅜㅜ 그래 이대로만 행쇼해라 국민이들아 ㅜㅜㅜㅜㅜㅜㅜㅜ 랠리님 감사해요ㅠㅠㅠㅠ 행복한 결말....... 크흡...(입틀막)
citizen  | 190614   
비밀댓글입니다
메이  | 190618   
비밀댓글입니다
박설탕  | 190618   
비밀댓글입니다
어화둥둥  | 190621   
와ㅠㅠㅠㅠㅠ 그냥읽고 내려왔는데 댓에 불한당이 언급되어있어서 다시 보는데.. 저 소름돋았어요 와 대박ㅜㅠㅠ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 이런거 짱좋아요ㅠㅠㅠㅠㅠ 완전 사랑합니다ㅠㅠ
어깨꾹꾹이  | 190703   
비밀댓글입니다
재렉스  | 190718   
비밀댓글입니다
러블리찜  | 190724   
비밀댓글입니다
단뭉지  | 190725   
비밀댓글입니다
다이어터  | 190725   
비밀댓글입니다
붕어빵  | 190725   
비밀댓글입니다
반짝  | 190726   
비밀댓글입니다
 | 190808   
비밀댓글입니다
파스쿠침  | 190812   
비밀댓글입니다
용이이  | 190824   
비밀댓글입니다
Jimnotic  | 190906   
비밀댓글입니다
꾹밍  | 190913   
비밀댓글입니다
영찜니  | 190919   
비밀댓글입니다
뗏목  | 191008   
비밀댓글입니다
트위스트추면서  | 191015   
비밀댓글입니다
RET  | 191023   
비밀댓글입니다
최고다즌증구기  | 191101   
비밀댓글입니다
미미공주  | 191129   
비밀댓글입니다
    : 보안코드 이미지 : 보안코드 입력폼 비밀글
목록으로
jack

오늘 하루동안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