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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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고스트 랠리 씀


블랙 고스트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여.

 지민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진동한다. 관자놀이에 비벼지는 자잘한 모래가 느껴진다. 여긴 어디일까. 침착해지려고 애써도 심장이 요동친다. 지민은 팔이 뻐근한 느낌이 들어 어깨를 움직였다. 통증이 작게 인다. 등 뒤로 묶여있는 손을 꼼지락거려 보지만 쉽사리 풀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지민이 잠시 머리를 굴린다. 자신은 분명 북에서 온 자의 뒤를 밟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던 곳은 동대문 시장 근처, 사람이 북적이는 길이었다. 키가 커서 사람들 사이로 툭 올라와 있는 뒤통수를 확인하면서 조금 떨어져 걸었다. 귓속에 부착되어 있는 무전기에서는 계속해서 상관의 말이 이어졌다.

 - 50m 앞에 골목 있다. 숨을 데로는 최고지. 전정국이 아마 그리로 들어갈 거야.

 상관의 말대로 전정국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지민이 무섭게 따라 붙었다. 어두컴컴하고 낡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저 멀리, 검은 색 면 잠바를 걸친 전정국의 뒷모습이 보였다. 골목에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간혹 몇 명의 상인들이 가판대 위에 물건을 올리거나 박스 따위를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 정신 바짝 차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이니까.
 “예.”

 지민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걸었다. 눈은 계속 전정국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걸음이 빠른 그가 또다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점점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촘촘하고 좁은 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져있는 곳. 놓치면 끝장이다. 지민이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무전이 온다.

 - GPS 잘 안 잡힌다. 조심해.

 전정국을 따라 발걸음을 틀 때마다 골목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길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외국인 몇몇이 보였다. 지민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전정국의 걸음이 너무 빠르다. 간격을 벌려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위님, 바짝 붙어야 할 것 같은데요.”
 - 안 돼. 몸조심 해. 그 자식 보통 아닌 거 알지?

 예 알다마다요. 작전 수행 전에 질리도록 봤던 전정국의 프로필을 떠올렸다. 북의 최정예 특수부인 901부대 내에서도 상위 0.1%에 빛나는 실력을 갖춘 자. 아직 전정국과 전면으로 맞선 자는 없다. 그는 1년 전 러시아와의 거래가 틀어졌을 때 스물 세 명의 적을 암살한 전적이 있다. 그것도 혼자서, 총도 없이 말이다. 그 정도면 거의 병기에 가까운 인물이다.  

 - 혼자 맞설 생각 하지 마. 전방 100m 안에 우리 애들 깔려 있다. 땅속으로 꺼지지 않는 이상 그 자식 잡히게 돼있어. 대략적인 위치 확인만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지민이 속삭이며 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미로 같은 골목으로 한 번 더 꺾었다. 멀리서 휙 하고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전정국의 옆모습을 확인했다. 박지민, 정신 바짝 차리자. 지민이 속으로 되뇌며 조심스레 다시 따라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어쩐지 피가 돌았다. 지민 역시 어디서 빠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기에 그랬다. 강한 상대를 마주한다는 건 묘한 흥분감을 가져다주었다. 지민이 발 빠르게 정국이 사라진 골목을 향해 달렸다. 발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낡은 건물 외벽에 등을 붙였다. 건물 모서리 너머로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50m 앞에서 전정국이 또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라졌다.

 - 박지민 중위, 상황 보고해.
 “계속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 움직임이 수상해. 아마 따라붙은 걸 눈치 챘을 거야. 김태형 중위가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골목이 촘촘하게 갈라져 있어 GPS 추적이 쉽지 않을 것이다.

 “동대문 한복판에서 총질하진 않겠죠. 그 자식이 멍청이가 아닌 이상.”
 - 총이 문제냐?
 “아무튼 조심하겠습니다.”

 하아…. 태연한 척했지만 지민은 긴장감에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깊은 골목 안에는 어느덧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녹슨 셔터가 내려진 가건물 입구가 굴비처럼 열을 맞춰 늘어져있는 것만 보인다. 램프가 나간 것이 많아 어두컴컴했기에, 골목 끝에서부터 들어오는 빛에 의존해야 했다. 아직 벌건 대낮인데도 이곳은 다른 세계인 것처럼 어두웠다.

 지민이 발소리를 내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정국이 사라진 모퉁이를 향해 달려 벽에 바짝 붙어서는 한숨을 훅 내쉬었다. 아 심장 쫄려. 지민이 혀를 내어 입술을 축이고는 조심스레 그의 뒷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

 “!!”

 그 순간 제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지민이 아연실색한 얼굴을 한 채 반사적으로 뒷걸음 쳤다. 자신보다 키가 두 뼘 정도 큰 전정국이 음산하게 내려다보았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 그늘진 얼굴. 그 아래로 입술이 보였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지민이 놀라 총을 꺼내들기도 전에 강한 충격이 머리에서 느껴졌다.

 - 박지민 중위, 듣고 있나? 박지민 중위! 상황 보고!

 지민은 그 짧은 순간에 전정국의 프로필 하나를 떠올렸다.

 전정국, 작전명 블랙 고스트. 검은 유령….

 퍽. 순식간에 받은 공격에 지민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지민은 제 귀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몸을 흠칫 떨었다. 무언가가 눈을 가리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모든 말초신경이 살아 숨을 쉬는 것 같다. 상대가 지민의 귓속에 손을 넣어 자그마한 무전기를 꺼냈다. 스윽. 귓바퀴에 가득 들리는 소리에 지민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탁. 파지직. 무전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발로 짓밟는 소리가 들렸다. 아 망했다. 통신이 끊기고 GPS까지 망가져버렸다. 곧 죽는 걸까. 지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떨었다.

 “큭.”

 상대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지민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지민이 활어처럼 버둥거리며 고개를 마구 비틀자 그 모습이 웃겼는지 상대가 큭큭거리며 더 큰 소리로 웃었다. 지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공포에 온몸이 떨렸다. 그러나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괜한 용기를 불어 넣는다.

 “우, 웃어? 이 미친 새끼…. 죽이려면 빨리 죽여. 어디서 쪼개고 있어? 어? 웃기냐? 내가 웃겨?”
  
 지민이 애써 태연한 척 큰소리를 쳤다. 목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천장이 높고 안에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일 수도 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얼굴에 닿는 시멘트 느낌. 어쩌면 지하 창고 같은 곳일까. 지민은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자신을 바로 죽이지 않고 이곳에 데리고 온 걸 보면 분명 목적이 있을 것이다. 고문이라도 하려고 하는가?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이다. 북에서 온 자가 자신의 땅도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무언가를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아새끼, 입 닥치라.”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뚝뚝한 목소리다. 생각보다 높고 덜 여문 목소리에 지민은 잡념이 들었다. 그의 생년월일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았던 프로필을 떠올렸다. CCTV에 찍힌 어두컴컴한 사진으로만 봤을 때엔 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다만 그의 빠른 손놀림이나 전투 전적으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자신과 비슷한 또래일 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정국의 목소리는 분명히 더 어렸다.

 “어, 어린놈의 새끼가… 군에서 비겁한 것만 배웠어? 묶어놓고 뭐하는 짓이야?”
 
 지민이 허세를 가득 담아 그에게 쏘아붙였다. 그의 발소리가 뚜벅 뚜벅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것이 느껴진다. 지민은 그가 발걸음을 옮기는 대로 고개를 따라가며 객기를 부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신을 죽일지 모르니 긴장되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일지라도, 비굴한 모습으로 끝나고 싶진 않았다. 그건 군인으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때 발소리가 지민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스윽.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다리를 굽히고 앉았는지 무릎에서 딱, 하고 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지민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누워있는 제 얼굴을 가까이 내려다보고 있는지 정국의 숨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그리곤 뒤통수에 감촉이 느껴졌다. 매듭을 푸는 소리가 들린다.

 “…….”

 지민은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등 뒤에 묶인 손을 움직였다. 손목의 피부가 아려온다. 밧줄은 아닌 것 같고, 딱딱한 플라스틱이 느껴진다. 자신을 결박하고 있는 것이 케이블 타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양 손목을 꽉 묶고 있어 손끝에 피가 통하지 않는다. 지민이 손가락을 바쁘게 더듬거리며 케이블 타이의 개수를 셌다. 하나, 둘, 셋…. 뭐야 겨우 세 개? 나를 뭐로 보고. 지민은 속으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겨우 케이블 타이로 나를 묶었단 말이야?

 이윽고 어두웠던 눈앞에 빛이 쏟아졌다. 지민은 눈이 부셔서 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껌뻑 껌뻑. 그리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알전구 몇 개가 들어와 있는 텅 빈 지하 창고.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지민이 선명해진 눈을 들어 제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국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디 면상 좀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내래 비겁한 건 모른다.”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말간 눈동자가 가장 먼저 보였다. 그리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 자신보다 몇 살은 더 어려보이는 얼굴에 지민이 눈을 몇 번 더 깜빡였다. 갓 스무 살이나 됐을까. 존나… 잘생겼네. 까맣고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이 알전구 불빛에 반사돼서 촤르르 쏟아져 내리고 있다. 하얗고 작은 얼굴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민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감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블랙고스트라는 별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하얗고 귀여운 얼굴에 지민이 바짝 굳은 채로 정국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저 얼굴로, 그렇게 무시무시한 작전을 한단 말이야?

 “뭘 그렇게 쳐다 봐? 죽여 얼른.”

 정국의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다. 지민이 몸을 버둥거리다가 겨우 힘을 주어 허리를 들어올렸다. 손이 뒤로 묶인 채로 중심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민이 끙끙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자 갑자기 정국이 피식 웃으며 검지손가락 끝으로 지민의 이마를 툭 밀었다.

 아악, 지민은 예고 없이 다시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그 모습이 웃긴지 정국이 큭큭거리며 또 웃기 시작했다. 아, 자존심 상해. 지민이 아무렇게나 바닥을 나뒹굴었다. 뭐야. 뭔데! 지민이 시뻘게진 얼굴로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남조선 아새끼들은 계집애 같이 생겨도 군엘 가는가?”
 “뭐, 뭐?!”
 “총은 잡을 수 있간?”

 정국이 권총을 들어 보였다. 그건 지민의 품에 있던 총이었다. 정국이 몸을 일으켜서 뒤에 있던 의자를 끌어 지민의 앞에 와 앉았다. 쓰러져 있는 지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권총을 손가락에 끼고 현란하게 돌린다. 지민은 약 오르고 분한 마음에 씩씩거리며 정국을 노려보았다.

 “노려보지 말라.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

 씨익 웃으며 해맑게 웃는 모습에 지민은 어이없다는 듯 바닥에 머리를 대고 한숨을 쉬었다. 결박된 손을 끊임없이 케이블 타이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자세가 제대로 안 나오다 보니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을, 시간을 벌어야 한다.

 “뭘 하려고 했는데?”
 “고거 참 말 많다.”
 “나 좀 일으켜 봐. 얼굴은 마주 보고 얘길 해야 할 것 아냐? 바로 죽일 거 아니면!”
 “수작이 우습다.”

 지민이 다시 낑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무릎걸음으로 다리를 끌고 정국의 앞에 앉았다. 뒤로 뻗어진 손끼리 깍지를 낀 채로 손목에 찬찬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국을 마주보고 있는 얼굴에는 기색을 비치지 않으려 애썼다. 시간을 조금 더 번다면, 이 줄을 끊고, 시계 안에 있는 독침을 저 녀석의 목에 꽂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때쯤 부대원들이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 반드시.

 “나를 안 죽인 이유가 뭐야?”
 “내래 공격하는 것만 죽인다.”
 “웃기지도 않네. 간첩 새끼가.”

 악의를 가득 담은 지민의 말을 가만히 듣던 정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간첩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너 같은 아새끼가 더 웃기다.”
 “야. 말끝마다 아새끼 아새끼 할래? 내가 너보다 나이 많아.”

 그래. 잘 하고 있어 박지민. 계속 시간을 끌자.
 지민이 침을 꿀꺽 삼키고 정국의 눈치를 살피며 계속해서 손목을 움직였다.

 “내래 스물 하나요.”
 “나, 나는 스물일곱이야 인마. 어린 놈이…”

 정국이 워커를 신은 발을 들어 지민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꾸욱, 압력을 더해 그의 허벅지를 밟았다. 으아악! 지민이 괴로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체면 떨어지게 아파! 아파!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결박을 풀고 있는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하게 정국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다.

 “기케 나덤비지 말라.”

 지민이 씩씩거리며 정국을 올려다본다. 평안한 표정의 정국이 의자 등받이에 팔을 받치고 지민의 얼굴을 뚫어져라 본다. 그 눈빛이 낯설어서 몸 어딘가가 간지럽다. 대체 뭘까. 왜 저런 눈으로 쳐다보지. 자기를 죽이지 않고 이곳에 데려다 둔 이유는 또 뭐고.

 “안 죽일 거면 말지, 왜 여기다 잡아 놔?”
 “…….”
 “내가 공격하면 어쩌려고.”
 “기카면 죽인다.”

 됐다. 케이블 타이 하나가 끊어졌다. 지민은 상기된 얼굴로 계속 손목에 힘을 주었다. 눈은 정국을 마주보고 있지만 정신은 온통 등 뒤에 묶인 손에 가있었다.

 “무슨 꿍꿍이로 여기 와 있어? 너 하나 때문에 우리 부대원들이 잠도 못자고 너만 쫓아다녀. 그냥 곱게 있지 왜 남의 땅에서 분란이야?”
 “…이게 내 일이다.”
 “얼씨구. 좋은 일 하시네. 너네 부모님은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아셔? 막 사람 죽이고, 남쪽 가서 막 쫓겨 다니는 거? 밥은 먹고 다니냐?”
 
 지민의 깐죽이 점점 도를 넘어섰다. 그 사이 케이블 타이를 하나 더 끊은 지민이 정국의 심기를 살살 건드렸다. 심리적으로 정신없게 만들면 침을 꺼내 찌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좀 더, 좀 더….

 그의 이야길 들은 정국의 눈빛이 갑자기 변했다. 손에 쥐고 있던 총을 잡더니 가만히 지민의 이마를 향해 총구를 들이댔다.

 “기케 나덤비면 죽이갔시오.”

 어쩐지 총을 겨누고 있는 정국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그 순간을 캐치한 지민이 숨을 조금 깊게 들이마시고는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왜. 엄마 보고 싶어?”
 “…….”
 “너 아직 엄마 젖 먹을 나이잖아.”
 “…….”
 “아냐?”

 지민이 비죽 웃었다. 그러자 정국이 총을 빠르게 장전하고는 이번엔 지민의 코앞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순간 지민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엄마 얘기를 하니까 눈빛이 변한 걸 보니, 왠지 자기가 실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나갔나. 지민이 식은땀을 흘리며 손목에 힘을 더 주었다. 살이 쓸려 아팠다. 케이블 타이 두 개를 끊는 동안 힘을 너무 많이 주어 손목이 뜨끈했다. 아마도 생채기가 많이 생기고 피까지 흘리고 있을 것 같다. 쓰라림을 꾹 참으며 지민이 정국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확실히 그가 어리다는 게 티가 났다. 이렇게 간단하게 흔들리는 걸 보니 말이다. 블랙고스트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하얀 얼굴에 처진 어깨, 풍겨지는 외로움.

 “너 외롭지?”

 그를 향해 물었다. 정국의 동그란 눈동자가 다시 흔들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지민이 손에 안간힘을 주었다. 그러나 이미 힘을 많이 쓴 탓에 쉽게 되지 않는다.

 

 지민이 제 코앞에 와있는 총구를 향해 입술을 가져다 댔다. 혀를 살짝 내어 끄트머리를 핥자 정국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지민이 무릎걸음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서는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그리곤 혀를 내어 권총의 기둥을 조심스럽게 핥아나갔다. 놀랐는지 정국의 손이 조금 흔들렸다. 지민이 방아쇠가 있는 곳까지 혀로 핥고 지나가다가, 방아쇠에 닿아 있는 정국의 손끝을 빨았다. 지민의 말랑말랑하고 축축한 혀가 닿자 정국이 화들짝 놀라며 총을 거두려고 했다.

 그 순간 지민이 빠르게 이로 총구를 물었다. 정국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너 외롭잖아.”

 총을 이로 문 채로 나지막이 말한 지민이 입술로 총을 덮었다. 그리곤 오물오물 빨며 그것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이 이에 걸려 으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지민이 맛있는 것을 빨아먹듯 후루룩 소리를 내며 총을 더 깊숙이 삼켜나가기 시작했다. 침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지민이 성기를 빠는 듯한 모양새로 혀를 굴리다가 고개를 달랑달랑 움직였다. 입천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금속 느낌이 영 찜찜했지만, 좁은 입 안 가득 들어와 있는 총을 피스톤질 하듯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 울퉁불퉁한 총의 표면이 혀 돌기에 닿아 기분이 이상했다. 총구 끝에서 미약하게 화약 냄새가 올라왔다. 목젖을 건드릴 듯이 깊게 들어오는 총구에 조금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이… 이….”

 정국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지민이 눈을 감은 채로 야하게 입을 벌려 총을 뱉어내고는, 침으로 범벅된 총의 표면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점액이 지민의 입에 실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다. 지민이 혀를 내어 총의 옆면을 다시 한 번 핥고는 다시 입을 크게 벌려 그것을 입 안으로 넣었다. 지민의 행동에 정국이 귀 끝까지 빨개진 얼굴로 지민을 내려다본다. 그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하다.

 “으으…응.”

 지민이 야살스럽게 앓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오므려 총을 다시 뱉어냈다. 그리곤 귀두 끝을 핥듯 혀를 뾰족하게 세워 총구 끝을 정성스럽게 할짝거렸다.

 “간나새끼….”

 그가 눈을 치켜들어 정국을 바라보았다.

 “…….”
 “…….”

 잠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시선이 엉킨 자리에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지민은 말없이 그를 보다가 정국의 바지춤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가 입고 있는 바지 앞섶이 불룩하게 솟아난 것이 보인다. 발갛게 상기된 정국이 숨을 거칠게 내쉬다가 쥐고 있던 총을 바닥으로 던졌다.

 탁,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총이 뒹굴었다.

 “으읍….”

 갑작스레 정국이 고개를 내려 지민에게 입을 맞췄다.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숨에 지민이 놀라 고개를 뒤로 뺐으나, 정국이 그의 뒤통수를 붙잡아 막고는 고개를 비틀어 혀를 밀어 넣었다. 지민은 금속의 차가운 것을 빨 때완 다르게, 뜨겁고 미끈거리는 정국의 혀를 만나자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났다. 그의 콧바람이 인중에 와서 닿는다. 기분 좋은 체향이다. 지민이 입을 벌려 정국의 입술을 크게 집어 삼켰다. 정국이 목마른 사람처럼 혀를 내어 그의 입안 구석구석을 정복해나갔다.

 지민은 손에 힘이 풀렸다. 정국과 입을 맞춘 순간부터 손목의 쓰라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민이 눈을 꽉 감고는 마지막으로 손목에 힘을 주었다. 탁. 제법 큰 소리와 함께 마지막 케이블 타이 하나가 끊어져 나갔다. 옥죄던 손목에 해방감이 찾아왔다.

 줄이 끊어지자마자 지민이 허겁지겁 정국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정국의 몸이 기울었다. 그가 앉아있던 의자가 위태롭게 움직이더니 기어코 쓰러지고 만다. 정국이 지민의 몸 위를 덮었고, 두 사람은 아무렇게나 바닥을 뒹굴며 키스했다. 마치 당장 세상이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고 애타게 입술을 집어삼킨다. 정국이 두 손으로 지민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지민이 그의 숱 많은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꽂아 넣고는 머리채를 쥐었다. 적당한 악력으로 두피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정국이 흥분했는지 헉헉 소리를 내며 겨우 입술을 뗐다.

 “허접한 걸 묶어 놓냐? 북에서 그렇게 가르쳤어?”
 “일부러 했다. 너 풀라고.”

 정국이 풀린 눈으로 지민의 입술을 한 번 더 머금었다. 혓바닥으로 아랫입술을 슥 핥은 정국이 다시 입술을 떼고 지민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정국의 몸 위에 올라 타있는 지민이 그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기분이 이상하다. 뭐에 홀린 것 같이.

 “왜?”

 궁금했다. 대체 왜?

 “누구랑 닮아서.”
 “…뭐?”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있다. 외롭게 먼저 간 아새끼.”

 본의 아니게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든 모양이다. 다시 입을 맞춰오는 정국의 위에서 지민은 다시 미친 사람처럼 그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쿵쿵쿵. 천장에서부터 발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무전 소리와 익숙한 사람들의 함성 소리들이 쿵쿵 울린다. 두 사람이 있는 지하 창고로 가까워진다.

 지민이 놀라 입술을 떼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 정국이 지민을 한 번 돌아보더니, 지하 창고에 나 있는 좁은 창문 위로 훌쩍 뛰어 올라갔다. 지민이 바닥에 주저앉아 그 광경을 넋이 나간 채 올려다보았다.



 “또 보자.”

 그 말을 남긴 정국이 창문 밖으로 훌쩍 사라졌다.
 
 마치 검은 유령처럼.





 









(+) 거,, 건라치오 화이팅..!


륙구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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졔좀봐라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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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우리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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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뿌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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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a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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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a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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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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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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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jj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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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한게좋아  | 180429   
홀리 쉬이이ㅣ잇.. 랠님 천재...지니어스....언블리버블ㄹ...
kiyot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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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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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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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사랑해요  |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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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박애옹이  | 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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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제구조  | 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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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비  |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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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mchim  |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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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늉  | 180501   
거...건라치오..! 랠리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강녕하셔요ㅜㅠㅠ
꾸꾸  | 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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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비  | 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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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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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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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모  | 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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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귀염둥이  | 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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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 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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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둥  | 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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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림  | 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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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4   
진짜... 가방끈 너무 길어요... 천재.... 천재라는 말밖에 못 하는 내가 밉다...
꾸루미  | 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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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 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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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zigili  | 1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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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  | 1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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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튜하튜  | 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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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  | 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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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Heather  | 180724   
나 노예
프링  | 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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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 1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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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먀  | 1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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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보라해  | 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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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 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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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b_jm  | 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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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밈의 1호팬  | 180915   
장편화....해주세요...
고양이녀석  | 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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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랠리님  | 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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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zigili  | 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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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국  |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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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냥냥이  | 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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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트  | 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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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bing  | 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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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주  | 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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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영  | 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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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숙  | 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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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연  | 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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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햇살  |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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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후메이쥬  |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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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광  |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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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버  |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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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  |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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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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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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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나니  | 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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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109   
세상에................ 너무 좋고요? ㅠㅠ
하니  | 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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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04  | 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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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치치  | 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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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  | 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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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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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love  | 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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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웅냥  | 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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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y  | 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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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고말앗다  | 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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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 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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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zigili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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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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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디미온  |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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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리야  |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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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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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s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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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꾸  | 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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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dkr_dmd  | 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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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  | 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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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  | 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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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아웃  | 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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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 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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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브  | 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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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 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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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bong_  | 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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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윤  | 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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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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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Always  | 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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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슙슈루  | 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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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밍  | 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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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y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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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미  |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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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주세요  | 190606   
오마갓.......
MagicShop  | 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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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 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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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니  | 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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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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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님  | 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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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버  |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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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화둥둥  |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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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_lover  | 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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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래  | 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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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트  | 190709   
저,, 이 시나리오 투자 되나요..? 1,2,3 금융권 얼마나 땡길 수 있지.... 그럼 랠리주식은 없나요...? 당장 모든 재산 털어 다 사들이고 싶닥... 랠리님 증말 유얼 마 라잍... 평생 랠리님과 같은 히늘 아래 숨 쉬고 싶다... 허락해주실까 랠리님..? 하악하악
마이국민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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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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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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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vidafeliz  | 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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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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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투자  | 190728   
워후~~♡♡랠리님? 쫄깃하니 맛있는 글 잘 읽었어요 ㅎ 부디 만수무강하시어 앞으로도 ㅅ
재미난 글 많이 써주세요♡♡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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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꽃  | 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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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뿌우  |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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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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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림  | 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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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 190904   
랠리님 갠적으로다가 블랙고스트는 최소 중편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저 진지해여
날쏘고가라  | 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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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찜니  | 190919   
우아아 또또 만나나요????완전 대박이예요ㅠㅜㅠㅜ 보는내내 뭐야뭐야하면서 봤어요ㅠㅠ엄청납니다 저러고 헤어지니 넘 아쉽네요 ㅎ
김싯가  | 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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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추면서  |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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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사랑빔  | 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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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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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한  | 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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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니마눌  |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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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kuku  | 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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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냥:D  |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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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 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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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공주  | 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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