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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X 센티넬 1 랠리 씀

가이드 X 센티넬 1












 이름 : 박지민
 작전명 : 블론드
 나이 : 24
 분류 : 공격계 센티넬
 등급 : SS 히어로


 ‘국제 센티넬-가이드 센터’에 등록된 SS급 센티넬은 전 세계 통틀어 열 명. 그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는 딱 한 명. 지민의 나이 열다섯에 SS급 센티넬로 발현했을 때 나라가 떠들썩했음. ‘드디어 대한민국에도 히어로 등급이 나왔다!’하며 매스컴에서 온통 지민의 이야기만 했거든. 왜냐하면 히어로 등급의 센티넬을 보유한 나라는 자동적으로 국제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특징 때문임. 그만큼 SS급 센티넬 한 명의 영향력은 국제 정세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골치 아픈 사건들을 큰 병력이나 비용 소모 없이 말끔히 처리할 수 있는 게 바로 SS급 센티넬이기에.

 더군다나 지민은 물, 땅, 공기 세 가지 힘을 주관하는 공격계 센티넬이다. 이는 곧 해상, 육상, 공중전에 모두 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주 기가 막히는 것은 주특기가 장거리 공격과 방사형 공격이라는 점. 기본적으로 장거리 공격수는 근거리 공격수에 비해 스케일이 큰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존재임. 게다가 광역 공격까지 가능한 것은 거의 사기 캐릭이나 다름없는 것. 실제로 국제무장테러단체의 거점을 1분 만에 파괴한 전적이 있다. 땅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바람에 그야말로 몰살이었다나 뭐라나.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기에 지민은 한국에서 활동한 적은 없고, 주로 테러나 전쟁, 무기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만 맡아서 하는 국제적 인물임. 지민은 본명보다는 작전명인 ‘블론드’로 유명했는데, 정작 큰 사건을 처리하는 주요 인물들 외에는 지민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기에 소문만 무성했다. 항간에 떠도는 말로는 그 능력만큼이나 괴수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그건 지민의 실물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말이었고, 실제로는 아담한 키에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음. 트레이드마크인 금발 머리와 나른하게 뜬 눈을 보면 무시무시한 센티넬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 그래서 작전수행 중 적들이 방심하게끔 만든다. 쪼끄맣고 예쁘게 생긴 남자애가 서 있는 거 보고 쟨 뭐야? 하고 비웃는 거지. 그러다가 테러범들 온몸이 산산조각 나서 반병신 된 것은 두고두고 화젯거리였음. 그때 사지 찢겨져 나가는 놈들 보며 지민은 냉한 얼굴로 눈만 껌뻑이더라. 그때 고작 열여덟 살이었는데.

 지민에겐 SS급 가이드인 연인이 있었는데, 6개월 전에 큰 병에 걸려서 떠나보냈음. 지민은 센터에 등록된 10번째 SS급 센티넬이었고, 연인은 11번째 SS급 가이드였음. 서로 만나자마자 각인할 정도로 사랑에 푹 빠져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애인 죽었을 때 지민이 폭주 직전까지 실성하는 바람에 센터에서 수습하느라 난리도 아니었음.

 근데 참 애석하게도, 오래 슬퍼할 시간도 없었어. SS급 가이드가 죽었으니 지민을 가이딩할 새 가이드를 찾아야하기 때문임. 당장 찾지 않으면 지민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히어로급의 숫자가 서로 짝이 맞는다는 거야. 지민의 애인이 죽었으니 이제 SS급 센티넬과 가이드가 각 10명씩 숫자가 맞게 된 것. 근데 정말 좌절인 건, 하나 남는 SS급 가이드는 완전 성격이 개차반이라고 들었어. 아무하고도 각인하지 않고 센티넬들 돌아가면서 가지고 노는 그런 류였음. 자신이 SS급 가이드라는 점을 이용해서 온갖 등급의 센티넬은 다 건드리고 다니는 인간쓰레기라고나 할까. 그놈 말고는 전부 각인한 짝이 있기 때문에 지민으로선 선택권이 없는데, 아무래도 그놈은 지민과 순순히 각인하려고 하지 않을 거란 말이지.  

 일단 선택권이 없어서 센터를 통해 그 가이드 놈에게 컨택해서 처음으로 호텔에서 딱 만났는데 글쎄,

 ‘빨아 봐.’

 다짜고짜 발가락을 지민의 얼굴 근처까지 내밀면서 개 헛소리를 하는 거라. 그 순간 알아버렸지. 저 새끼 완전 변태 싸이코구나 하고. 그때 지민이 빡쳐서 하마터면 놈의 사지를 찢어버릴 뻔했거든. 다행히 호락호락하지 않은 두 사람의 성격이 걱정스러워서 호텔방 밖에 대기 중인 보호계 센티넬들이 결계 쳐가지고 그놈은 간신히 목숨은 부지했음. 그 자식 발가락 뼈 골절돼서 전치 12주 나왔다고 하더라.

 그때 이후로 그 가이드랑 지민은 완전 글러먹은 거야. 어쩔 수 없이 지민은 살기 위해 S급 가이드 여럿을 만나 성 접촉을 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임. S급 가이드랑은 아무리 오래 섹스를 해도 가이딩 수치가 만족스럽게 채워지지 않았어. 등급에 맞지 않은 가이딩은 아주 미미한 효과만 있거든. 그래서 지민은 늘 위태로운 가이딩 수치를 유지하며 폭주 직전의 예민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었음. 안 그래도 성격이 좀 센 편인데, 가이딩 수치가 항상 3~40%만 왔다 갔다 하니까 더 만만치 않은 성격이 되어버렸음. 오감이 다 예민해지고 몸이 막 힘드니까 다 짜증나고 그렇거든. 누가 말 하나 거슬리게 하면 당장 목 졸라버릴 기세로 막 공격 보내고.



 그렇게 위태롭게 지내던 지민은 아주 오랜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음. 처음 발현했던 열다섯 살 이후로 한국에 들어간 건 딱 세 번째야. 거의 국제 사건만 맡았기 때문에 바빠서 한국에 갈 일이 잘 없었거든. 한국에는 스케일이 큰 사건이 없어. 있어봤자 A급 센티넬 안에서 처리 가능한 정도의 일뿐.

 지민이 한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센터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임.

 - 한국에 S급 가이드가 등록됐습니다. 그런데 능력치를 보니 SS급으로 발현할 가능성이 크네요.

 그 말을 듣고 맡고 있던 작전을 중단하고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음. 자신의 가이딩 수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기에 괴로웠거든. 이러다가 곧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은 그 가이드를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로 이어졌음. 다른 S급 센티넬에게 뺏길지도 모르고, 만약 SS로 발현해버리면 다른 동급 센티넬들이 달려들 게 뻔해. 다들 각인한 짝이 있지만, 연령대가 높은 센티넬이나 가이드들도 좀 있다고 들었거든. 만약 누구 하나 죽어서 각인 깨지면 금세 달려들 것이기에.

 - 스물두 살이고, 아마 블론드 마음에 드실 겁니다.

 소장이 그렇게 말할 정도니 구미가 당기기도 했음. 지민의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소장은 지민의 가이드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원래 SS급으로 업그레이드가 예상될 만큼의 능력치를 보이는 가이드가 생기면 각국의 소장들이 엄청 신경 곤두세워서 먼저 선점하려고 함. 다행히 지민의 담당 소장은 한국인이고, 새로 등록된 S급 가이드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지민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할 수 있었어.

 그렇게 지민은 한국에 도착했고 이것이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었음.




*





 이름 : 전정국
 작전명 : 없음
 나이 : 22
 분류 : 가이드
 등급 : S
 특이사항 : SS로 업그레이드 가능성 有


 정국은 S급 가이드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된 풋내기 대학생임. 공부 엄청 잘해서 명문대 다니고 있었는데, 가이드 판정 받자마자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교 때려 치웠고, 이제 막 가이드교육센터를 졸업했음. 가이드로 발현한 건 스무 살 말이래. 만 2년 가까이 되었다는 건데… 사실 센티넬과 달리 가이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임. 보통은 발현 시기가 15세 전후라서 일반 학교 말고 센티넬가이드센터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따로 다니거든. 모든 사람들은 15살부터 5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는데, 15살 때도 20살 때도 발현 전이었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갔던 것임.

 ‘제, 제가 가이드라고요?’

 대학에 입학한 후로 갑자기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대시를 많이 받아서 뭔 일인가 싶었어. 그것도 막 스킨십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음. C, D 등급의 센티넬이었던 거야. 낮은 등급의 자들은 센터 관리 없이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함. 보통 센티넬이나 가이드들은 서로의 존재나 등급에 대해 묻는 게 실례이기 때문에, 아무도 정국에게 가이드와 관련한 말을 하지 않았음.

 그러다가 한 남자 센티넬이 정국의 가이딩에 완전히 꽂혀가지고 다짜고짜 잠자리를 제안하는 둥 난리도 아니었던 거야. 그 사람 때문에 정국은 처음으로 자신이 가이드인가 의심하게 되었지. 결국 정밀검진 결과 S급이라는 엄청난 말을 들었음. 그길로 정국은 센터에 거의 끌려들어가게 되었음. 물론 등급 높은 가이드에게는 최상의 조건으로 대우 함. 희귀한 SS급은 차치하고, S급 역시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 그리고 보통은 센티넬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 능력치가 올라가기도 하기에 센터에서는 완전 정국을 어화둥둥 모셨다.

 정국의 가이딩 능력치를 항상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던 소장은 알 수 있었지. 등급 높은 센티넬만 잘 만난다면 SS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는 것을. 그래서 지민을 불러들인 것이다. 어쩌면 등급에 맞는 가이드를 만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그를 가이딩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기도 했음.


 소장이 정국을 붙잡고 말했다.

 “곧 센티넬 한 분이 도착하실 겁니다.”
 “네?”

 정국은 당황했음. 센터에서 교육만 받았지, 실제로 센티넬을 가이딩 해본 적은 아직 없었기 때문. 게다가 덧붙이는 소장의 말은 더 경악스러웠음.

 “히어로 등급이십니다.”
 “예에?”

 히어로 등급이라니…. 정국은 다리를 덜덜 떨면서 돌아다녔음. 센터에서 교육 받으면서 10명의 히어로 센티넬에 대해서 배운 적 있어. 곧 만날 센티넬이 누구냐고 했더니 작전명이 ‘블론드’래. 센티넬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베일에 싸여 있는데… 너무 궁금해서 선배 가이드에게 물어봤음.

 “선배, 혹시 블론드에 대해 아세요?”
 “아, 그 괴물? 한국 사람이라던데.”
 “괴물… 이요?”
 “응. 블론드 얘기 몰랐어? 무시무시하잖아. 능력도 능력이지만 폭주도 자주 한댔어.”
 “헉….”
 “얼마나 폭주하면 자기 애인이던 SS급 가이드가 병 걸려 죽겠어? 그 블론드의 몸에서 엄청난 방사능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고.”

 그 말을 들은 정국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었다. 가이드가 죽다니…. 생각할수록 식은땀이 막 나. 아직 자신이 S급 가이드라는 것도 안 믿겨지는데, 그런 무시무시한 센티넬을 만나야 한다고 하니 나쁜 생각부터 들었다.

 내가 초짜라서 일부러 나한테 붙이는 거 아니야?
 내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고민하던 정국, 확 도망쳐버릴까도 생각해봤어. 괴물 같은 센티넬을 가이딩해야 한다는 것은 곧 섹스를 해야 한다는 뜻임. 순간 머릿속엔 괴수 같은 남자의 밑에서 엉덩이를 대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둥둥 떠다녔지. 하, 미친! 상상도 하기 싫어. 정국이 진저리 치면서 머리 굴리고 있는데, 사실 별다른 방도는 없어. 만약 센터의 명령을 어기거나 도망치고 그러면 추노 잡듯이 전문 센티넬들이 따라붙고는 하거든. 게다가 등급이 높아서 몸에 생체 칩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도망쳐도 금방 잡히지. 센터의 모니터에 위치까지 다 잡히는 마당에.

 정국이 자판기 앞 의자에 앉아서 얼굴 묻고 괴로워했음. 교육내용을 떠올려봤어. 등급이 높은 센티넬을 가이딩하려면 짙은 신체접촉이 필요하다고. 면대면 가이딩 방식과 방사형 가이딩 방식이 있는데… 단체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엔 자신의 센티넬을 붙잡고 가이딩을 퍼뜨려야 하고…. 평소 자신과 파트너인 센티넬과의 접촉을 통해 스스로 가이딩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고. 그래야 중요한 작전에서 자신의 센티넬 역시 안전할 수 있다고.

 “으아…. 괴물 같은 사람과 그, 그걸 해야 한다니.”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신음했음.

 그때, 금발 머리 남자 하나가 자판기로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음. 정국은 고개 푹 숙인 채로 종이컵이나 아작아작 씹고 있었지. 근데 자판기가 말썽인지 그 남자가 발로 팡팡 차는 거야. 엄청 신경질적으로.

 “뭐야 이 멍청한…!”

 크게 화낼 일도 아닌데 싸늘한 얼굴로 자판기 발로 차는 지민. 아무래도 가이딩 수치가 낮아서 잔뜩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거의 성격 파탄자 수준. 정국은 안 그래도 ‘블론드’ 때문에 심란해 죽겠는데, 애꿎은 자판기 발로 차는 소리 들으니 짜증이 확 났음. 정국이 대뜸 지민에게 말했음.

 “거참, 발로 찬다고 되나요?”

 그러면서 일어나서 자판기 들여다보는데, 동전도 안 넣고는 무작정 음료수 안 나온다고 성질을 부리는 거였다. 황당하다.

 “아니… 돈도 안 넣으시고 그러면 어떡해여?”
 “…….”
 “돈이요 돈.”

 믿기 어렵겠지만, 지민은 일찍이 센티넬 발현 후 항상 왕처럼 대접받는 생활만 했던 터라 자판기는 처음이었다.

 “돈 없으세여?”

 뭐야, 이 순둥이 같이 생긴 놈은?

 “잠만여.”

 날카로운 눈꼬리 예민하게 치켜뜨고 있는 지민 내려다보면서 자기 주머니 뒤적거려서 동전 찾는 정국이다. 지민은 지갑 안에 두둑하게 들어 있는 달러를 떠올렸다. 뭐야 얜 또? 이러면서 한껏 예민해졌음.

 “아, 500원밖에 없네. 생수밖에 못 뽑아요.”

 주머니에서 동전 찾은 정국이 손가락 사이에 꽂아서 흔들어 보이며 지민 앞에 내밀었음. 지민은 받아들 생각도 안하고 정국을 노려봤음.

 “어어? 왜 안 받아여?”
 “……. (꺼져라.)”
 “외국 사람이신가? Coin! Water!”

 덩치 큰 토끼 같은 게 자꾸 말 거니까 짜증이 난 지민은 속으로 ‘아 이거 정강이 부러뜨릴까.’ 하면서 충동 억누르고 있었다. 엄청 난폭해진 상태임. 그것도 모르고 정국은 해맑게 눈동자 굴리면서 계속 말 걸었음.

 “아 영어 모르시나…. 잠깐만여.”

 정국은 자판기 앞 막고 있는 지민을 살짝 옆으로 밀어놓고 동전을 넣었음. 그리고 그 순간 살짝 닿은 몸. 느껴지는 가이딩.

 ?

 지민은 몸이 닿자마자 순식간에 확 밀려드는 가이딩에 눈을 크게 떴음. 이건 분명 S급 이상의 가이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이딩이 분명했다.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느껴질 수 있는 엄청난 기운.

 가만, 이 어리숙한 꼬맹이가 그 S급 가이드?

 정국의 뒤통수를 빤히 바라봤음. 동그란 머리통과 단정하게 자란 헤어. 덩치는 적당히 큰데, 얼굴을 보니 스물두 살 쯤 된 것 같아. 소장이 말한 그 가이드가 맞는 것 같다. 물론 얼굴도 좀 생겼어. 짧은 순간 스캔을 끝내버린 지민이었음. 덜커덕-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생수를 집어든 정국이 지민의 품에 턱 안겨주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음. 그리곤 또 한숨 푹 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으…. 블론드, 블론드, 괴물. 으아악.”

 지민은 정국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작전명을 듣고 갑자기 웃음이 터졌음. 그 가이드 맞나 보네. 근데 뭐, 괴물? 지민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피식 웃고는 정국에게 대뜸 물었음.

 “블론드를 알아요?”
 “네? 헉, 한국 사람이시네.”
 “블론드에 대해 들어 봤냐고요.”
 “아…. 네. 괴물 같은 사람이라고만…….”
 “제대로 알고 계시네. 저 그 사람 실제로 봤는데 엄청 무섭던데.”
 “헐, 네…?”

 순식간에 정국의 동그란 눈망울에 공포가 잔뜩 서렸음. 투명한 그 반응을 지켜보던 지민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겨우 단속함. 정국은 심각해진 표정으로 눈알 데굴데굴 굴리는 중이다.

 “어, 어떤… 어떻게 무서운데여?”
 “음, 폭주하면 눈에 띄는 사람 사지를 다 부러뜨려 놓는대요.”
 “헙….”
 “아예 밟고 있는 바닥을 땅으로 꺼지게 할 수도 있고.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니죠. 히어로 등급 센티넬한테는.”
 “허억….”
 “건물 하나쯤 무너뜨려서 무덤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아주 쉽고.”

 정국의 얼굴은 점점 더 바싹 굳어갔음. 입 살짝 벌리고 넋 나간 표정으로 머릿속에는 블론드의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을 그렸음. 지민은 풉, 하고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꾹 참으며 입술을 말아 물었음. 말 한 마디마다 반응이 재깍재깍 오는 걸 보니 놀리는 재미가 쏠쏠한 타입인 것 같다. 순진해보이기도 하고. 어차피 곧 만날 건데, 조금만 더 놀려줄까.

 “아, 그리고 키는 2미터 쯤. 듣자 하니 가이드 잡아먹기로 유명하던데요. 가이드 몇 명이나 갈아치웠다고 하던데. 조심해요.”
 “자, 잡아먹어요?”
 “남자고 여자고 간에, 아주 기절할 때까지 한다던데. 가이딩 마음에 들게 못하면 뼈도 부러뜨리고요.”
 “엄마야….”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얼어붙은 표정 보니까 아주 재밌어지려고 한다. 가까이서 계속 뜯어보니 얼굴도 많이 잘생겼어. 소장 말이 맞는 것 같아. 아마 마음에 들 거라고 했지. 소장이 자기 취향 하나는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지. 지민은 어리숙한 거 딱 질색이었음. 정국은 누가 봐도 초짜 가이드 티가 났고, 멍하게 입 벌릴 때마다 자일리톨 같은 앞니 두어 개 뿅 튀어나와 있는 걸 보니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먼 타입 같았음. 애새끼는 질색인데. 지민은 침음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음.

 “그럼 이만.”

 흥미는 여기까지. 파악 끝낸 지민이 미련 없이 돌아서며 정국의 앞을 지나쳐 복도를 향해 걸었다. 그때 다시 뒤에서 붙잡는 정국의 목소리가 들렸음.

 “자, 잠깐만요!”

 지민을 부르며 손목을 살짝 잡았는데, 역시 그 사이 엄청난 가이딩이 느껴진다. 지민이 귀찮다는 듯 한숨 쉬고는 뒤 돌아봤다.

 “저… 센터에선 첨 뵙는 분인데, 새로 오신 가이드세여? 브, 블론드는 어떻게 보셨어여? 그 센티넬은 해외에서만 작전 한다고 하는데….”
 “왜요. 내가 왜 궁금해요?”

 지민이 날카롭게 물었음.

 “아… 그게… 혹시 저처럼 온 지 얼마 안 되신 거면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여. 아직 친구를 못 사귀었거든요.”
 “…친구?”
 “넹. 누구신지 여쭤 봐도 돼요?”

 친구라는 말 엄청 오랜만에 들은 지민. 살면서 섹스파트너나 애인은 만들어 봤지만 친구는 만들어본 적 없는 지민이 듣기엔 무척 거슬리는 단어였다. 애초에 센티넬과 가이드 세계에서 친구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기도 함. 센티넬끼리는 작전을 함께하는 동료고, 위험한 일을 하는 만큼 등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무척 명확하기 때문. 그리고 센티넬과 가이드의 사이는… 말 그대로 섹스 파트너란 말이지. 그게 아니면 각인한 애인이거나.

 이런 순진한 놈을 다 봤나.

 지민이 입꼬리를 삐죽 올리며 정국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 깜빡이며 순진하게 서 있는 이 S급 가이드에게 자신의 능력을 아주 조금 발휘해보기로 했음. 이렇게 순진하고 멍청해서 도대체 어떻게 파트너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계가 어떤지 조금은 알려줄 필요도 있는 것 같고.

 정신력을 끌어 모아 조용히 눈을 내리깔며 정국이 서 있는 바닥을 내려다보았음. 지민의 눈동자에 푸른 불길이 치솟고, 그 순간 정국이 밟고 있는 바닥이 진동과 함께 균열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음.

 “?!!!”

 정국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 균열이 점점 커지는 바닥과 지민을 번갈아 봤다. 커다란 눈은 마치 동공이 빠져서 데굴데굴 굴러다닐 것처럼 크게 뜨였음. 공포에 잔뜩 사로잡힌 정국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본 지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나?”
 “…….”
 “블론드.”

 그 순간 씨익 웃는 지민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정국은 그만 선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엉덩방아를 찧은 채 싸늘한 지민의 눈빛을 올려다보며 벌벌 떨었음.



 이 강렬한 첫 만남은 이제부터 시작될 두 사람 이야기의 초입에 불과해. 그럼 다음화로 가볼까.









(+) 제목 못지어... 걍 센티넬썰이라고 불러주3


우엉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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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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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지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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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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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uvThem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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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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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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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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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니맘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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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은서너개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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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주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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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림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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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애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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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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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젤리  |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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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르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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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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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빠레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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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나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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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사이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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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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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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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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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미쵸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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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time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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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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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비  | 190717   
아 어떡해요
벌써 잼있어요~
고구미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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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아누나라고불러봐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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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루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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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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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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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미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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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_가자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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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곰돌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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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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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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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꾹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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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티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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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레미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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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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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blue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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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냥이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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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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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쿡JJ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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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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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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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사랑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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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jk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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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잇뚜잇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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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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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리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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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소렌  |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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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쿡  | 190718  삭제
아..진짜 강렬하다..나 미쵸 ㅠ
망개짐니  | 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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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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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쮸  | 190724   
숨도 안쉬고 읽었는데ㅠ2. . .가 없다니요ㅠㅠ
오구오규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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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씨  |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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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국민  | 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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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ldud38  | 190727   
시작부터재미았네요^^ 감사합니다
귀하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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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아만두먹쟝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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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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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미  | 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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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뛰찜인  | 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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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ietmoi  | 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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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츄  | 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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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비  | 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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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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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 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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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하  | 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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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양말  |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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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하  | 191007   
센티넬 너무 재밌어서 오늘도 다시 읽었어요ㅎㅎ흡입력있는 글솜씨가 정말 부러워요ㅠ랠리님!!!!
toietmoi  |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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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사랑빔  | 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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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규  | 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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