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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언더커버 2 랠리 씀


블랙 언더커버
2











 국립묘지에 서 있는 지민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어. 묘비에 새겨진 정국의 이름 세 글자를 바라보는데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음. ‘전정국의 묘’ 저 이름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이름이 맞는 건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정말 곁을 떠나간 건지. 하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청승맞게 울기 딱 좋은 날인데, 눈물이 다 말라버렸는지 나오지도 않는다.

 정국은 가족이 없었기에 빈소에 상주가 없었음. 그래도 다행히 경찰청의 사람들이 조문하러 많이 찾아와서 썰렁하진 않았다. 지민은 장례식장에서 내내 넋 나간 사람처럼 벽에 기대 앉아 있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슬픔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우르르 모여 정국의 묘비 앞에서 묵념하고 국화꽃을 올려놓는 걸 멍하게 바라만 보는 지민. 정국과 친했던 동기들은 숨죽여 울기도 했다. 정국과 지민이 어떤 사이인지 아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에, 섣부른 위로의 말조차 지민에게 건넬 수 없었음. 이미 몰골만 봐도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 사람 같았으니까. 결국 지민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젖은 잔디 위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다. 비가 줄줄 내리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하염없이 묘비에 적힌 정국의 이름만 바라봤음. 옆에 서 있던 지민의 아버지는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우산을 쓴 채 먼저 돌아서서 묘지를 벗어났음.

 “…….”

 생각해 보니 오늘은 9월 1일이었다.
 정국의 생일.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걸 그랬다. 더 예쁜 말만 해줄걸 그랬다. 투정부리지 않고, 토라진 척도 하지 않고, 무조건 사랑한다는 말만 해줄걸 그랬다. 가고 싶은 데 없냐는 물음에 들뜬 모습 그대로 보여줄걸 그랬다. 잠들어 있는 얼굴에 한 번이라도 더 입맞춰줄걸 그랬다. 돌이켜 보니 모든 것이 후회였다. 넘치게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원한 이별 앞에 와 보니 부족했었나 보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정국이 그렇게 떠나버린 뒤 1년 가까이 지민은 제정신이 아니었음. 둘만의 공간이었던 오피스텔에 멍하게 앉아서 정국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참 야속하게도 한 번을 안 오더라. 정국이 떠난 날부터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아. 마지막 모습을 확인도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 게 억울해서 가끔 울컥 치밀어 오를 때도 있었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장례도 어이없고, 순직 처리 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정국을 앗아간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에 회의감도 들었다. 더 이상 경찰 하고 싶지도 않아.

 지민은 무단으로 출근도 하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서 송장처럼 시간을 죽였음.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고, 겨우 마음 추스르고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또 몇 개월. 하지만 경찰청에서 하는 모든 일들은 정국을 떠올리게 해서 괴로웠음. 정국의 죽음은 지민의 삶 말고 아무것도 바꿔놓지 않았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어. 아마 정국이 일하던 경찰서도 마찬가지겠지. 그의 죽음이 오래 기억되지 못하고 없었던 일처럼 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슴이 또 콱 막혀와. 또다시 이겨내지 못하고 출근하지 않은 게 몇 개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음.

 결국 어떻게 알고 오피스텔에 찾아온 아버지에게 뺨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져 엉엉 울었다. 맞은 뺨이 아파서 운 게 아니라, 자신만 빼고 모두가 괜찮아 보여서 울었다. 그게 어찌나 서러웠던지.

 “이제 그만 정신 차려. 떠난 사람 잊고.”

 아버지가 지민의 앞에 비행기티켓을 툭 던졌다. 그게 무슨 의미인 줄 알아. 멀리 보내버리려는 거지. 울고 있는 자신을 향해 뭐라뭐라 설명하는 아버지의 말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왔다. 어차피 아버지의 말 거역할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었음. 모든 것은 지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갈 테니까.



 쫓겨나듯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강제로 떠나는 유학이었음. 그곳에서 프로파일링 공부 제대로 더 해서 들어오래. 어차피 정국이 없는 한국이었으니 떠나는 거 어렵지 않았다. 차라리 괜찮아질 때까지 정신없이 공부에 매달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에는 정국과의 추억이 어딜 가나 가득했으니까.

 영국에 도착한 지민은 미친 사람처럼 공부에만 전념했다. 문득 떠나오기 전 아버지가 하던 말이 떠올랐어.

 ‘그 녀석 망령은 떨쳐내고 와.’

 망령을 떨쳐내라고? 어이없는 소리다. 공부에만 매달리면 정국을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범죄심리학을 더 깊이 알아갈수록 이를 악 물었거든. 정국을 그렇게 만든 새끼들 찾아서 응징할 거라고. 그렇게 지민은 점점 더 독해졌음.



 - 그래, 내일 들어오니?
 “아, 아뇨.”

 어느덧 영국에서 2년이 흘러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아버지의 전화에 딱딱하게 대답한 지도 벌써 오래였음. 아버진 잘못한 거 없는 거 알지만, 그냥 목소리만 들어도 예전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거든. 정국이 살아 있을 때 상처주었던 모든 것이. 그래서 다 미웠다. 아버지마저.

 “여행 갔다가 들어갈게요. 오래 안 걸려요.”

 한국 들어가기 전에 정국과 함께 가려고 했던 여행지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음. 지중해는 분명히 비싸고 멀다고 펄쩍 뛰었을 테니 가까운 동남아 쪽으로. 따뜻한 나라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물에서 놀고, 마사지 받고, 널찍한 침대에서 한참 뒹굴었을 걸 생각하면 푸스스 웃다가도 눈물이 줄줄 흘렀음.

 마침 정국의 기일이 다가와. 그건 곧 생전 그의 생일에 가까워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민은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는 사진을 보면서 홀로 여행을 준비했음. 대학 때 정국과 둘이서 찍었던 스티커 사진이야. 정국의 성격 상 셀카 찍는 거 안 좋아해서, 둘이 같이 제대로 찍은 사진도 몇 장 없었음. 그나마 간지러운 이 스티커 사진은 예전에 지민이 조르고 졸라서 찍은 거였다.

 우리 이제야 같이 여행한다. 바보야.

 사진을 품에 꼭 안고 더운 나라에 도착해서 혼자 호텔에서 잠만 잤다. 막상 여행 오니까 아무것도 못하겠어. 둘이서 같이 했어야 하는 거, 혼자서는 절대로. 아무것도.
 
 송장처럼 호텔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죽이다가 꿈을 꿨는데, 처음으로 정국이 등장했다. 그렇게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녀석이었는데, 매일 밤 꿈에 나와달라고 기도하고 잤을 때도 한 번도 꿈에 안 나오던 놈이…. 여행 오니까 이제야 기어 나오냐. 나쁜 놈.

 정국이 꿈속에서 그랬다.

 ‘밥은 먹었어?’

 미친놈, 넌 꿈에서도 밥 타령이지.

 꿈속에서 정국이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서, 자면서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잠에서 깰 듯 말 듯 정신이 돌아오려는데, 자꾸만 더 자려고 안간힘을 썼다. 오랜만에 본 정국의 모습이 너무 좋았거든. 조금이라도 더 정국의 꿈을 오래 꾸고 싶었어. 근데 진짜 야속하다. 잠에서 깨지 않은 척 아무리 자신을 속여봐도 어림도 없어.

 “하….”

 눈을 뜨자마자 한숨부터 터졌다. 갈 때도 그렇게 훌쩍 가버리더니, 꿈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련 없이 그렇게 사라져버렸어.

 “아…. 진짜 보고 싶다. 정국아.”

 지민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또 정국의 사진 꺼내어 바라보다가, 바보처럼 또 눈물 터져서 질질 짰음.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간 눈물이 베갯잇을 다 적실 때까지 엄청 울었다.



 그렇게 울다가 어느덧 정신이 들어 늦은 밤. 처음으로 호텔 밖으로 걸어 나왔음. 아직 거리에는 여행객들이 많이 돌아다니면서 삼삼오오 맥주 마시며 놀고 있다. 불빛이 번쩍거리는 거리를 걷다가, 입맛도 없고 어디 들어가서 혼자 뭐 먹는 것도 영 기운이 안 나서 결국 편의점 들어갔다. 정국이 잠복할 때 자주 먹던 삼각김밥 먹어보려고 했는데 여기엔 없었어. 아쉬운 대로 다른 즉석식품 사들고 터덜터덜 거리를 걸었다. 마음속이 허하고, 정신은 몽롱하고, 여행인데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아. 그냥 호텔로 돌아가서 술이나 퍼 마시다가 잠들까 해. 그럼 정국이 또 꿈에 나올 수도 있으니까.

 “…….”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가 문득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음. 지민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어. 그냥 노점에 앉아 있는 여행객들이나 길 걸어다니는 몇몇 사람들 모습뿐. 뭐지? 기분이 좀 이상해. 누가 따라오는 것 같고. 타지라서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길거리에 사람들이 이렇게 있는데 누가 따라오겠어. 괜한 걱정인가 싶었다. 워낙 관광객 상대로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니까 노파심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웃음이 터졌음.  

 정국아, 나 고작 이런 거 무서워해. 경찰 맞냐, 나? 너랑 같이 왔으면 하나도 안 무서웠을 텐데. 그치. 너 없으면 나 그냥 바보야. 힘도 없고. 혼자서 아무것도 못해.

 지민은 혼자 헛웃음 치면서 정국을 또다시 떠올렸음.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정국. 벌써 그가 떠난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말이야.



 그 으슥한 기운이,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남자의 그림자였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






 3년 전.



 [ 알겠어. 잘 자 마누라.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

 정국은 지민에게서 온 문자를 보며 액정에 몇 번이나 뽀뽀 세례를 날렸음. 사귄 지 6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처음처럼 사랑스러운 애인이다. 요즘 잠복이 길어져서 통 얼굴을 못 봤어. 보고 싶어서 투정부리는 것,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 지민이 참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안다. 더 투정하면 미안해할까 봐 꾹 참고 조금 툴툴거리다가 마는 것도 귀여워. 지민은 사랑을 끊임없이 줘야 하는 사람이고, 애정을 준만큼 풍족하게 돌려주는 사람이었다.

 “아, 완전 보고 싶네.”

 일주일이나 못 봤다니. 며칠 동안 잠도 줄여가며 범인 잡으러 다니느라 몸은 엄청 피곤한데, 지민을 생각하면 또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드디어 수사망을 좁히고 좁혀서 드디어 잠복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음. 범인 잡고 나면 오피스텔에 가서 지민을 꽉 끌어안고 온종일 입맞춰 주고 싶다는 생각에 다리까지 달달 떨려왔다.

 정국은 조수석에 앉아서 차창 너머를 주시했음. 언제든 용의자가 등장하면 달려 나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음. 살인 미수에 싸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용의자라 얼른 잡아넣는 게 상책이었지. 며칠 반복된 잠복 때문에 눈알이 뻑뻑하고 쌍꺼풀이 겹겹이 생겨났음. 정국은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때, 갑자기 정국의 폰에 진동이 울렸음. 뭐지, 지민인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정국이 숨을 흡 들이마셨음.

 “저,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잠복 중에 전화가 올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선배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려 골목으로 향했음. 전화를 바로 받지 못하고 심호흡 길게 한 번 했다. 왜 자신에게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직접 전화가 온 건 처음이었으니까.

 ‘박종철 경찰청장님’

 자신의 최상관이기도 했고, 애인의 아버지이기도 한 사람. 정국은 처음으로 그에게서 온 전화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음. 왠지 불안감이 엄습해서 손가락까지 떨려왔다. 분명히 좋은 일로 전화한 건 아니라는 예감. 정국은 잠시 고민하다가, 혹시 전화가 끊어질까 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셨습니까. 청장ㄴ……”

 정국의 첫 마디는 채 마무리 되지 못하고 끊겼다. 순식간에 몸에 가해지는 충격. 휴대폰이 바닥에 나뒹굴고, 정국의 몸은 마침 골목에 서 있던 까만 차량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어. 몸 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는 정국이 이렇게 허무하게 정신을 잃은 것도 처음이었지.

 골목에 있던 정국이 자취를 감추고, 그를 실은 까만 밴이 골목을 빠져나갔음. 그리고 바닥에 뒹구는 정국의 휴대폰을 집어 드는 손이 하나 있었지. 통화목록을 삭제하는 것까지, 행위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깔끔했다. 누구도 알지 못할 만큼.




 “3년이면 된다.”

 정국이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는 경찰청장이 있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사람. 정국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의 입에서 3년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딱 3년, 죽은 사람이 되라고.

 왜 하필 접니까?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윗선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 경찰집단의 특성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만…

 “저… 되돌아올 수 있습니까?”

 확인받고 싶었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전정국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적진에 걸어가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위험부담이 크기도 하고, 어쩌면 인생을 통째로 잃어버릴 위험도 따른다.

 “그건 자네에게 달렸지.”

 경찰청장의 옆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이건 단순히 경찰 수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인터폴과 국정원이 관여하는 큰 프로젝트였음. 한국까지 세력을 키운 국제마약조직의 허를 찔러야 하는 일이었다. 그곳에 다른 신분으로 잠입하여 정보를 넘겨야 하는 것이 일이었다. 모든 과정에는 국정원의 조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즉, 언더커버 작전이었다.

 정국은 어째서 자신이 그런 중요한 일에 선택된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왠지 알 것도 같았다. 눈엣가시였을 테니까.

 뛰어난 신체조건, 끈질긴 수사력, 젊음. 정국은 그런 것들을 충분히 갖추었다. 하지만 그만한 사람은 경찰 집단 안에 차고 넘친다. 정국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국이 선택된 것은 뻔하다. 혹시 일이 잘못 되어도 쉽게 치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 가진 것도 없고, 가족도 없고, 게다가 지민의 곁에 붙어 있는 거머리 같은 놈이라고 생각할 테니.

 분하다.
 그럼에도 오기가 생겼다.

 “대신 지민이 한 번만 보고 가겠습니다.”
 “현명하게 행동해. 애 흔들지 말고.”

 그 말에는 절대 지민에게도 비밀로 하라는 압박이 담겨 있다.

 말은 참 쉽다. 지민이에게까지 죽은 사람이 되라고? 나 죽었다고 하면 걔 망가질 텐데. 납득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납득 안 되는데. 아마 지민이가 알면 격렬하게 저항할걸. 걔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다. 멀리서 얼굴만 보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청장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 정국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그의 발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갑자기 자신의 비보를 듣게 될 지민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방법은 없다. 도망칠 자신도 없고. 차라리 이 기회에 일을 완벽히 끝내놓고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누구에게도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거 명심해. 전정국 경위는 아무런 문제없이 사망처리 되었으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잘 해내길 바란다.”
 “외람된 말씀 한 마디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정국의 말에 청장이 다리를 꼰 채로 앉아서 그를 향해 표정을 까딱 움직였음.

 “이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저를 인정해주시겠습니까?”
 “흐음….”
 “목숨 바치겠습니다. 인정해주시기만 한다면요.”
 “그래. 어려울 것 없지.”

 비죽 웃은 청장이 발밑으로 무언가를 툭 던져주고는 몸을 일으켰음. 정국은 제 무릎 앞에 떨어진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청장이 창고 같은 공간을 빠져나가고, 정국은 제 앞에 놓인 것을 들었다.

 “…….”

 태국인 신분의 새 여권과 수첩이었다.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었던 거다. 정국이 승낙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허무하고 분하다. 정국은 모두가 빠져나간 빈 공간에서 바닥에 이마를 대고 울음을 꾹 삼켰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지민은 자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수도 있다. 아마 울고 있겠지.

 “하…. 지민아…….”

 이제는 들려주지 못할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한참이나 탄식했다.



 자신의 장례식이 끝났다고 했다. 순직 처리 되어 국립묘지에 묘비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국은 국정원에서 제공한 거처에서 묵으며 쥐죽은 듯 숨어 지냈다. 그러다가 다가온 자신의 생일날, 왠지 지민의 얼굴을 훔쳐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국립묘지로 달려갔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음. 저 멀리, 자신의 이름이 박힌 묘비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비를 흠뻑 맞고 있는 지민의 얼굴이 보였다. 미치겠다. 당장 가서 안아주고 싶다. 나 살아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다시 돌아와서 네 아버지에게 인정도 받고 말 거라고. 지민아, 나 믿지? 아프지 말고…. 나 기다려 줄 수 있어? 하고 싶은 말은 한 가득인데, 한 걸음도 뗄 수가 없었어.

 얼마나 많이 운 건지 두 눈이 퉁퉁 부어 있는 지민의 모습. 곧 쓰러질 것처럼 초췌한 얼굴을 보니까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온다. 다 때려치운다고 할까? 명령 불복종으로 그냥 경찰 옷 벗고, 너랑 온종일 뒹굴면서 살아볼까? 지민을 보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정국은 주먹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꾹 쥐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더 훔쳐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서 안아버릴까 봐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정국은 우비를 뒤집어 쓴 채로 울음을 꾹 참으며 도망쳤다.

 진짜… 좆같아.
 박지민, 잘 지내.

 얼굴에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은 빗물과 뒤섞여서 범벅이 되어버렸고, 정국은 장대비 속에서 한 번 더 각오를 다졌음.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고 말 거라고.



 ‘IAN’

 이안. 25세. 태국인. 한국인과 태국인 쿼터(혼혈).

 이 낯선 이름을 중심으로 짜여진 소설 같은 이야기를 외우고 또 외웠다. 여권에는 이안이라는 이름 옆에 자신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경찰대 입학 시절 찍었던 사진인 것 같은데, 묘하게 합성 조작 된 사진이었음. 이런 것도 국정원에서 다 준비한 모양이다.

 무서운 국정원 직원들과 거의 합숙하다시피 교육 받았다. 신디케이트 마약조직에 대한 사항과 주요 인물을 달달 외웠고, 처음 잡아보는 총들도 손에 익혔음. ‘이안’이라는 실존 인물의 배경에 맞게 간단한 무술도 배웠고, 자세한 국정원의 계획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는 과정에는 체중 관리도 포함이었다. 무술을 했다는 ‘이안’이라는 인물에 맞게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은 더 날카롭게 키워갔음. 더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답게 피부 태닝도 했다.

 세 달의 준비 기간 동안 정국은 8kg 정도 감량했고, 대신 악을 쓰고 근육을 키웠음. 양 볼이 옴폭 들어갈 정도로 부쩍 날카로워진 외모. 마른 몸에 빡빡하게 생긴 근육. 독기 어린 눈. 정국은 그렇게 점점 더 달라졌다. 반드시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오기 위한 준비였다. 더 많이 강해져야 했으니까.



 언더커버, 코드네임 이안.
 그의 새 삶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준비가 끝나자마자 정국은 정해진 계획대로 태국으로 출국했다. 흠씬 두들겨 맞은 거지같은 몰골로 반 벌거숭이가 된 채 마약조직 말단의 소굴 앞에 쓰러져 있었다. 국정원에서 짜낸 스토리는 그랬다. 인신매매단에 팔려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차량이 전복되었고, 그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이안. 전복된 차량 안에 생존자는 없음. 기절한 채 하천을 타고 떠내려 오다가, 하류에 있는 조직의 수상가옥 아지트 쪽에서 겨우 목숨만 건진 이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지트에 끌려가야 하고, 그 다음부터는 정국의 몫. 말단 조직원으로 들어갔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중앙조직에까지 올라가야 한다.

 수상가옥 쪽의 물가에 시체처럼 둥둥 떠 있는 정국을 발견한 깡패 놈들이 호기심에 그를 물에서 끌어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딱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았다. 정국은 놈들에게 돌아가면서 밟히면서 이를 악 물었음. 온몸에 생채기가 날 정도로 바닥에 질질 끌려 다녔는데, 그 와중에도 눈빛은 빛났다.

 누구냐고 묻는 놈들의 말에 아무것도 몰라요 컨셉으로 깡패 새끼들 더 열 받게 했다. 놈들이 때리면 저항도 없이 그냥 맞았음. 아지트 쪽에 외부인이 나타나니 잔뜩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며칠 동안 개처럼 맞으면서 고통을 꾹 참고 나서야, 녀석들이 어떻게 알게 된 모양인지 근처에서 인신매매단의 트럭 전복 사고가 있었던 걸 알게 되었다. 이제 때리는 것도 제 풀에 지쳤는지 그만두었음. 그쯤 맞았으면 이실직고할 법도 한데, 여전히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는 정국을 보면서 진짜 기억을 잃은 놈이구나 했다.

 정국은 온몸과 얼굴에 피멍을 달고 군데군데 찢어진 상태로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빌기나 했음. 그러다가 정해진 대로, 물가 근처에서 깡패 한 놈이 정국의 낡은 지갑을 발견했음. 그 안에 있는 정국의 사진과 이안이라는 신분증을 보게 됐지. 지들 나름대로 이안이 누군지 뒤져봤나 보다. 중간 보스쯤 되는 얼굴 누리끼리한 놈이 피식 웃으며 그랬다.

 ‘야 저 새끼, 그냥 근본 없는 놈이네.’

 알고 보니 이안이라는 사람, 태국과 필리핀 오가면서 소매치기로 몇 번이나 유치장에 갇혔던 기록이 있더라. 하필 줘도… 그런 놈의 신분을 줬어. 존심 상하게.



 심심풀이 땅콩처럼 깡패 놈들에게 두들겨 맞다가도 밥때 되면 꼬르륵 소리 나는 배 쓸면서 밥 좀 주고 때리라고 구걸했다. 자존심이라곤 하등 없는 정국의 모습을 보며 깡패 놈들도 기가 찼는지, 나중엔 개밥 같이 생긴 죽 한 그릇 내밀었다. 정국은 그걸 게걸스럽게 받아먹으면서 감사하다고 머리 조아리며 속없이 웃었어. 정국이 맨손으로 막 퍼먹는 모습을 보며 깡패 놈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지. 멀쩡하게 생긴 놈이 그지 같이 구니까 좀 안쓰럽단 생각도 들었는지, 나중엔 멀쩡한 빵 덩어리도 몇 개 주더라.

 내가 그렇게 연기를 잘 했나? 그런 줄 알았으면 경찰 말고 배우나 해볼걸. 그런 실없는 생각도 해봤다. 근데 사실 게걸스럽게 먹는 건 연기 아니었다. 진짜 존나 배고팠거든. 뭘 먹여가며 때려야지, 새끼들아. 정국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 우적우적 씹어 넘겼다.

 맨날 맞고 질질 끌려 다니다 보니 맷집도 제법 늘었음. 딱히 반항하지도 않았고, 놈들이 놀잇감처럼 패도 그저 밥만 먹여주시면 시키는 거 다 할게요, 하며 구질구질하게 굴었다. 그러다가 녀석들 잡심부름도 하기 시작했다. 뒷간 청소하거나, 재떨이 비우고, 담뱃불 붙여주고, 음식물 쓰레기 정리하고 그런 거.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온갖 일은 다 했다.



 “이안! 너 찾아!”

 그런 정국이 제법 눈에 띄었던 건지, 중간보스가 어느 날 정국을 찾았다. 담배꽁초 가득 담긴 깡통 비우다 말고 중간보스에게로 향했음. 더위 속에서 유유히 담배 피우던 놈이 심심했는지 정국을 부른 거야. 그 앞에서 겁먹은 얼굴로 주춤하고 있으니, 중간보스가 웃으면서 그랬다.

 “너 싸움은 좀 하냐?”
 “아….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정국의 대답에 중간보스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저 멀리 덩치 있는 놈 하나를 불렀다. 맨날 정국을 때리던 놈 중 하나였다.

 “저 놈이랑 붙어봐.”
 “…네?”
 “싸워보라고.”

 놈의 입에서 술 냄새가 잔뜩 풍겼다. 술 취해서 눈요깃거리가 필요한 건가. 왜 갑자기 싸워보라고 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됐다 싶었다. 저 덩치 놈, 맨날 기분 나쁘게 머리통 때리던 놈이거든. 너 뒤졌어.

 싸우라고 판 깔아줬으니 제대로 한번 해볼까 싶었다. 처음에는 좀 멍청하게 맞다가 슬슬 열받아서 기회를 노렸다. 덩치 몸을 붙잡고 순식간에 엎어치기 했음. 유도 국가대표를 준비하던 정국에겐 이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음. 단숨에 놈의 몸이 쓰러지고, 그 위에 올라타서 주먹 내리꽂았다. 몇 달 동안 온몸에 멍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맞고 있다가 처음으로 반격하려니까 아주 신났지.

 퍽 퍽, 소리와 함께 덩치의 입에서 피가 마구 터졌다. 정국은 그동안 참아왔던 거 화풀이 하듯 끊임없이 주먹을 휘둘렀음. 구경하던 놈들은 다들 놀라서 멍청하게 입 벌렸다. 덩치 위에 올라타서 주먹 꽂는 정국의 입가에 미소가 서려 있었거든. 또라이처럼.

 “야, 야, 야, 말려!”

 그제야 구경하던 놈들이 제 동료 죽을까 봐 억지로 달라붙어서 정국을 떼어냈다. 정국은 괴력으로 막 뿌리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떨어졌음.

 “이안, 이 새끼 뭐예요?”
 “야, 너 뭐하던 놈이야!!”

 엎어치는 실력이나 주먹질이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말단 조직원들, 말이 조직원이지 동네 건달 수준도 안 되는 놈들이었으니… 자기들 눈에도 정국의 주먹질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챈 모양.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중간보스가 담배 하나를 꺼내 물며 비죽 웃었음.

 “역시, 맞네. *실랏하던 놈.”

(*실랏 : 동남아 전통무술. 그라운드 특화. 나이프 잘 씀)

 “실랏이요?”
 “그래. 어떻게 하다가 알게 됐거든. 실랏 대회에 한국인 혼혈 놈 하나가 참가해서 뒤집어 놓았다던데, 그게 너였구나.”

 정국은 속으로 웃었다. 이런 정보 역시 국정원 사람들이 슬슬 퍼뜨린 거겠지. 모두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정국은 안색을 추스르며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듯 눈동자만 굴렸다.

 “아…. 몸이 기억하나 봐요.”
 “우리가 물건을 잘 주운 거였어.”

 중간보스는 정국의 실력이 마음에 들었는지 까맣게 썩은 앞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정국은 또 순진한 얼굴로 헤헤 웃으면서 뒷머리 긁적였음. 정국에게 맞은 덩치 놈은 깡패 놈들에게 업힌 채로 병원에 실려갔고, 정국은 언제 이성을 잃고 사람을 팬 적이 있었냐는 듯 말간 얼굴로 중간 보스 앞에서 옷을 벗었음. 몸 좀 제대로 보자는 말에 훌러덩 상의 벗고 섰더니, 꽉 빈틈없이 차 있는 정국의 상체 근육을 본 중간보스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음.

 “운동을 많이 했나 보네?”
 “그랬나 봐요.”
 “싸움 좀 하겠는데. 내일부터 나 따라다녀.”

 순식간에 깡패 놈들 뒷바라지 하는 데서 서열이 확 올라갔다. 무려 중간보스의 오른팔이 된 거였음. 그때부터 정국은 시정잡배처럼 길거리에서 노닥거리던 놈들에게서 벗어나서 중간보스의 차에 같이 타고 다녔음. 놈은 겁이 좀 많은 모양이었다. 요즘 태국 내 다른 갱단이랑 부딪치는 일이 많아서 제 안위가 걱정되는 모양이었음. 정국을 경호원처럼 달고 다녔지.

 근데 여기는 말단 조직일 뿐, 조직의 중앙으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정국은 조금 더 꾹 참고 버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놈들의 샌드백에서 중간보스의 오른팔이 된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두 달.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세 달의 준비 기간, 두 달 만의 서열 승격. 고작 다섯 달이 흘렀을 뿐이다. 전정국이라는 이름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정국은 야외 침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가끔 여기 있는 놈들 다 때려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는데, 그럴 때마다 지민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보고 싶다.”

 사진 한 장이라도 숨겨올걸 그랬다.

 벌써 지민의 얼굴이 흐릿한 것 같다. 머리를 너무 많이 맞았나. 반 년도 안 지났는데 말이다.







세진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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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a lim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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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달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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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밍  | 190728   
와 이런 전개일 줄은 생각도 못햄ㅅ는데요 ㅠㅠ눈물줄줄 넘 좋아오 장편대작느낌 와 진ㅋ짜 대박이에교ㅠㅠ
HAMA09138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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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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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비  | 190728   
살아잇는 정구기라니
정말 대박이에요~
국민아_가자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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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kjim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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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ldud38  | 190728   
아침부터눈물이 근데 넘재미있네요 담편 기다려져요
국민에미쵸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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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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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de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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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강양이  | 190728  삭제
웅 정국이는 잘할 수 있을 거야ㅠㅠ 언능 승진해서 지민이 만나러 가자...
영롱한봄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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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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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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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러분국민하세여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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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  | 190728  삭제
랠리님 이것도 방 옮기시는거 아니에여????
울꾸기 쉽게 죽지않아!!!!
꾹아 지미니꼭 만나자!!!!
날카로운 꾹이 넘나 섹쉬한것!!
오,늘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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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ㅎ  |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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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쩍  | 19072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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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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